어쩌나!
울 딸이 덜커덕 전교회장이 되어 버렸다.
전에 말했듯이
집에 있는 엄마도 아니고
그리고 내 위치가 적극적인 지원을 못해 주는 처지라
나가지 말라고 했건만
동학년 샘들이 나가보게 하라고 해서 나가게 했는데
덜커덕 전교회장이라는 막중한 자리를 맡게 되었다.
가끔 어떤 학부모들은 아이들에게
" 얘야, 임원선거에 나가지 마. 괜히 돈 들어"라고 말하기도 한다는데 (요즘은 시대가 다른데......)
이건 아니라고 본다.
내가 나가지 말라고 하는 건 아무래도 임원 엄마들은 청소도 그렇고
발로 뛰어야 하는 것들이 많은데 그런 것들을 못 해 주니 나가지 말라고 한 거였다.
본인도 전혀 예상을 하지 못했던지
알려 주니 많이 놀란 눈치였다.
자기는 부회장 자리를 노렸다나?
그래도 이왕 하는 거면 난 부회장 보다는 회장이 낫지 싶다.
아무튼 가문의 영광이다.
나도 학급 회장은 여러 번 했어도 전교 임원은 중학교 때 해 본 선도부장이 최고였는데....
장하다 우리 딸!!!
난 어제 연설할 때 수업 때문에 방송을 듣지 못했다. 아쉽게도.
그런데
동료샘들이 연설을 들으시고 나서
" 노샘! 딸 하나 똑부러지게 키웠다" 며 쪽지를 주셔서
연설을 연습한 대로 잘했구나 싶었다.
우리의 작전은
" 북쪽에는 러시아, 세계의 중심은 아시아, 상경에는 이@@" 이렇게 개그스럽게 하기로 했거든.
지루해하던 아이들이 딸의 그 멘트가 나가자 귀를 쫑긋 세우고 들었다고 한다.
우리의 작전이 통했나 보다.
아이들은 진지한 것보다 일단 귀와 시선을 사로잡는 재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선거운동 할 때도 요즘 나오는 틴탑의 <긴 생머리 그녀>를 개사해서 불렀었다.
" 긴 생머리 8번, 8번을 뽑아 줘요. 긴 생머리 8번 안 뽑으면 후회해요.
라라라라 8번 ,라라라라라 8번, 라라라라라 8번 8번 8번 "
선거운동원들이 정말 부끄러워하지 않고 율동을 하면서 노래도 크게 잘 불렀다. 6학년답지 않게.
은근히 이 노래가 중독성이 있다.
여자 후보들이 무려 8명, 남자 후보가 2명이라서
절대적으로 불리하였는데
남자 후보와 6표 차이로 회장이 되었다고 한다.
우리 딸처럼 즉흥적으로 나온 후보는 아마 없었을 게다.
딸을 보면서 관운은 타고 나나 보다하는 생각이 새삼 든다.
후보 연설문은 20분만에 후다닥 쓰더니
전교회장이 되었다고
당선 소감문을 쓰는 걸 보니
여간 고심하는 게 아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남편도 나도 딸의 그런 진지한 모습을 보면서
이 아이가 전교회장을 하면서 많이 성장하겠구나 하는 걸 느꼈다.
선거운동 때문인지 어젯밤 목이 따끔거리고 미열도 조금 있었는데도
지 방에 틀어박혀 당선 소감문을 열심히 썼는데 아뿔사!!!
정작 방송에 딸의 목소리만 들리지 않았다.
방송사고다. 스피커가 on으로 안 되어 있었단다.
부회장 부터는 잘 들렸는데 말이다.
아! 엄마 마음에 얼마나 안타까운지...
학급회장에다 전교회장이라서
단체 하나라도 맡아야 하는데
내가 그럴 처지가 아니라서 담임 샘께 죄송할 따름이다.
다른 것으로는 적극 지원을 해 드릴 수 있는데(책 같은 것) 말이다.
몸으로 해야 하는 것이 참석 불가능이라...
특히 오늘 같은 학부모총회에
울 반을 제쳐 놓고 딸 교실에 갈 수도 없고....
단체를 맡을 수도 없고.....
이래저래 무늬만 회장어머니일 뿐이다.
어제서야
그 동안 책 읽고, 독후감 쓰곤 했던 것이
연설문 쓰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딸이 고백을 한다.
그러고 보니 딸은 무대에 설 기회를 자주 가졌던게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4살 때 교회에서 사회를 본 것도 그렇고,
비룡소 독후감 대회에서 대상을 받아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낭독을 한 것도 그렇고
이런 저렁 시상식에 가서 상장을 수여 받았던 경험들이 자양분이 된 것 같다.
타고난 성격도 무대체질이긴 한데
여러 가지 경험들이 딸에게 무대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준 것 같다.
이제 매주 전교회의도 진행해야 하고,
임원 워크샵도 해야 하고,
교장님과 대화도 해야 하고,
노인정도 방문하는 등
다양한 경험들을 하게 될 것이다.
예의 많은 눈들이 딸을 주시하고 있기에 부담이 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면서 시야도 넓어지고, 생각도 깊어질 거라고 믿는다.
뒤에서 우리 가족이 널 응원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