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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단길로 간다 푸른숲 역사 동화 6
이현 지음, 백대승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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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좋아하는 장르인 역사동화를, 평소에 좋아하던 작가가 쓰고, 또 내가 아는 후배가 추천사를 적었다면 이 책은 내가 읽어야 할 당위성을 모두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푸른숲 주니어에서 나오는 역사 동화 시리즈는 한 줄로 쓰여진 역사적 사실을 기초로 특히 동시대에 살았던 아이의 눈높이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특징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상력으로 메워진 역사 안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매번 흥미진진하게 잘 보여줘서 늘 신간이 나오면 관심이 가는 시리즈였다.

 이번 이야기의 시대적 배경은 해동성국 즉 발해이다. 아! 발해. 지금은 너무나 아늑한 그 땅을 책을 통해서 홍라와 함께 말을 타고 신 나게 달려 봤다.  발해의 상단주의 딸인 14살인 홍라가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발해가 배경이어서 오래 전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서태지와 아이들의 <발해를 꿈꾸며>도 생각나고, 홍라처럼 상단을 꾸렸던 <소서노>도 생각났다. 또 토지의 <서희>도 떠오르고, 여자로서 금강산을 처음 가봤던 <오래된 꿈>의 금원이도 떠올랐다. 가녀린 여자의 몸으로 남자도 하기 힘든 일들을 자존심 하나로 꿋꿋이 버티었던 그녀들이 같이 오버랩되는 것은 비단 나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다.

 '붉은 비단'이라는 뜻의 홍라는 상단주인 어머니를 따라 일본으로 교역을 떠났다가 큰 풍랑을 만나 모든 것을 잃고 만다. 하지만 어머니를 잃은 슬픔도 잠시, 홍라에겐 슬퍼할 겨를이 없었다. 하여 어머니의 호위무사였던 친샤와 천문을 보는 월보하고  발해의 수도인 상경으로 올라와 어머니의 대를 이어 상단을 꾸리기로 결심한다. 자신이 하지 않으면 대대로 꾸려왔던 상단이 고스란히 섭씨의 손에 넘어가게 생겼기에 앞뒤 가릴 것 없이 무조건 상단을 지켜야 한다는 일념으로 교역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 홍라와 같이 길을 떠나는 최정예 요원들이 있었으니 바로 남자 못지 않게 검을 잘 쓰는 친샤, 천문을 보는 월보, 홍라의 상단을 꿀꺽 하려는 섭씨의 아들 쥬신타, 홍라가 상경까지 타고왔던 그 말을 돌보던 비녕자까지 이렇게 넷이서 교역을 하러 머나먼 길을 떠나게 된다.

 홍라가 갔던 그 길을 지도에서 보면 그것이 가녀린 여자의 몸으로 가능할까 싶지만 홍라는 악으로 깡으로 그 힘든 여정을 견디어 낸다. 그러나 쥬신타와 처음 만난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질문을 받게 된다. " 왜 굳이 교역을 하려고 하느냐?" 라고 말이다. 단순히 장사를 하여 이문을 남기기 위해서, 즉 돈을 벌기 위해서냐는 쥬신타의 공격에 홍라는 단지 이문 때문만은 아닌것 같은데 쥬신타와 아버지 앞에 속시원하게 그 대답을 하지 못한다. 결국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홍라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이 이 책이 보여주고 싶은 것이라 생각된다. 일본, 동경, 상경, 솔빈, 박작구, 등주 등의 험난한 여정을 오가면서 홍라는 결국 자신이 왜 교역을 하려고 하는지 답을 찾게 된다. 과연 홍라가 찾은 답은 무엇이었을까?

  이 책은 홍라가 교역을 하는 이유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리더의 자질"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홍라가 아버지의 질문에 답하지 못하고 있을 때, 즉 왜 자신이 교역을 하는지에 대해 스스로 답을 찾지 못하고 있을 때, 홍라의 눈에는 친샤, 월보, 쥬신타, 비녕자의 삶이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다만 자신을 도와주고, 자신이 부리는 사람으로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홍라가 그토록 저주하는 섭씨의 아들 쥬신타는 홍라와는 달리 신분을 떠나서 그들을 섬길 줄 알았다. 나중에 그들이 모두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떠날 때야 비로소 홍라는 자신이 교역에 성공할 수 있었던 그 뒤에는 그들의 역할이 컸음을 깨닫게 되고 그들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홍라가 대상주로서의 면모를 갖추었다면 그들의 아픔이 무언지 그들의 꿈이 무언지는 알고 있었어야 하는데 홍라는 자신 밖에 몰랐던 이기적인 리더였던 셈이다.  그들과의 이별을 통해 홍라는 모름지기 리더란 두루 사람의 마음을 살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배우지 않았을까 싶다.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인하여 발해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는 시점에 이런 흥미진진한 역사동화가 나와서 대단히 반갑다. 발해는 그 당시 벌써 다문화시대-홍라의 아버지가 말갈족임-였다는 것도 놀랍고, 홍라가 갔던 그 길을 비롯하여 6개의 교역로를 통해 활발한 교역을 하던 진취적인 나라였음을 다시 알게 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서 어린이들이 획일적이고 판에 박힌 꿈이 아니라 나만의 비단길을 새로 만나게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홍라처럼 무슨 일을 하던지 스스로에게 "왜?" 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는 노력들을 해 보길 바란다. 만약 홍라처럼 그 답을 찾게 된다면 두렵기는 하지만 설렘 반 기대 반으로 자신만의 비단길로 들어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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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캣 2013-01-24 0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보았습니다.

수퍼남매맘 2013-01-24 10:30   좋아요 0 | URL
수고가 많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