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놀이 - 공지영의 첫 르포르타주, 쌍용자동차 이야기
공지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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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해 전 아이들과 의자놀이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의자를 사람 수보다 적게 준비한 후 노래를 부르면서 의자 주변을 빙글빙글  돕니다. 노래가 끝나갈 때 의자를 차지하고 앉으면 사는 것이고 의자에 앉지 못하면 아웃이 되는 간단하면서도 즐거운 놀이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아이들과 함께 할 때는 아주 재밌었던 이 의자놀이가 실제 삶에서는 아주 잔인할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보면서 깨달았습니다. 내가 몸담고 있는 직장에서 나의 의자를 놓고 의자놀이를 한다면 당신은 어떤 마음으로 하실 겁니까? 내가 앉을 의자가 없으면 ' 어? 의자가 없네. 할 수 없지. 그럼 나가야지' 이렇게 순수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도가니>로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공지영 작가님이 이번에는 쌍용자동차이야기를 가지고 책을 쓰셨습니다. 나처럼 쌍용자동차 이야기를 전혀 모르시는 분이 있다면 꼭 이 책을 읽어 보시길 바랍니다. 솔직히 난 <도가니>를 읽지 않았습니다. 영화도 보지 않았습니다. 그 책을 읽고 받을 충격이 너무 두려워서, 진실과 마주 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아직까지 회피하고 있습니다. 그건 1980년 광주 민주화 관련 사진들을 보지 않은 이유와 같습니다. 잔인한 영화를 잘 못 보는 저로서는 실제 일어난 그 일들을 내 눈으로 볼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 책도 읽고 싶지 않았습니다. 피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내 양심이 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더는 피해서는 안 된다고 자꾸 속삭이는 바람에 이 책을 힙겹게 읽어냈습니다.  남들은 많이 울었다고-심지어 남자분들도- 하는데 눈물이 나지 않았습니다. 너무 기가 막히면 눈물이 안 나는 걸까요? 1980년도 아니고, 2012년에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것에 대해서 믿어지지가 않았고, 그 일이 일어난 지 3년이 지난 오늘에서야 겨우 알게 된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럽고 그분들에게 죄송해서 울 수가 없었습니다. 거짓말 같은 이야기가 실화라서 오히려 눈물이 안 났습니다.

 

' 나 하나가 리뷰를 쓴다고 세상이 뭐가 달라질까?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드는 거 아니야?'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공지영 작가가 그들을, 그들의 이야기를 피하고 싶다고 해서 피할 수 없었던 것처럼 저 또한  주변에 경찰이 많이 있다고 해서 쌍차 노동자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안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때 진압을 했던 경찰, 용역들, 구사대들을 비난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전 그 때 진압을 했던 특공대, 경찰대, 구사대들도 이 일의 또 다른 피해자라고 생각합니다. 광주 민주화 운동이 그랬고, 베트남 전쟁이 그랬고, 모든 전쟁이 다 그렇지 않나요?  결국은 폭력을 가한 사람도 폭행을 당한 사람도 상처를 받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용기 내어, 내 양심에 이끌려 리뷰를 올립니다. 혹시라도 제 서재를 방문하는 100여명의 분들이라도 이 책에 대해서 알고, 그들이 현재 당하는 고통에 대해 아시길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공작가님의 생각이 어쩜 저랑 이렇게 비슷한지 읽으면서 가슴이 저릿저릿했습니다. 또한 저의 무지가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22명의 사람들은 그것조차 남기지 않았다. 이것은 아마도 세계 정신의학회에 보고될 일이 아닐까 싶다. 하나같이 아무런 메시지도 남기지 않은 그들은 어쩌면 세상과의 소통에 완전히 절망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이 아주 절망하기 전에 실은 메시지를 보냈을 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살고 싶다고, 살려달라고 외쳤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3년 동안 하루에 "7분"씩 100번이나 비명을 지르고 살려달라고 외쳐왔는지도 모른다. 그 사람들을 우리는 무심하고 태연하게 스쳐 지나가 버린 것은 아닐까. 우리는 대체 왜 죽음에 이토록 무감각해진 것일까? (본문 37쪽)

나도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쌍용자동차 정리 해고와 22명의 죽음에 대해 얼핏 들어보기만 했지 자세히 알지 못했습니다. 정말 무지했습니다.트위터를 통해 작가님이 이 이야기를 집필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들의 이야기를 찾아 보지 않았습니다. 매일 대한문 앞에서 그들의 농성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른 척 했습니다.  책을 다 읽고나서야 동영상을 찾아 그 날의 폭력진압 장면도 봤습니다. 진짜 공지영 작가님 말처럼 1980년 5월의 광주를 연상시키는 끔찍한 장면들이었습니다. 하루 아침에 자행된 정리 해고와 무차비한 폭력에 노출되었던 노동자들은 그 후 3년 동안 지옥 같은 생활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22명의 안타까운 희생자가 나올 때까지 저는 그들의 고통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저도 공작가님처럼

나는 대한민국의 평균 여성보다, 아니 평균 사람들보다 노동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나도, 그리고 남도 그렇게 생각하는 부류의 사람이었다. 그러나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 노동자들, 어제도 죽고, 그제도 죽고, 오늘도 또 죽어가고 있는 그들에 대해서 말이다. 나 역시 죽음에 대해, 고통에 대해 이토록 무디어지고 있었단 말이지. 갑자기 겁이 났다.

(본문 40쪽) 

이런 똑같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미안했습니다. 부끄러웠습니다. 분노가 일었습니다. 절망했습니다.  하지만 절망의 끝에서 용기를 내어 ' 나 같이 그들의 죽음에 대해 모르는 이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용기를 내어 봅니다. ' 더 이상의 죽음은 막아야겠다. 미력하게나마 도와야겠다' 는 마음으로 이 리뷰를 씁니다. 리뷰를 쓰면서 손이 바르르 떨려 오타가 자꾸 납니다. 너무 분해서, 속이 타서, 아까는 나오지 않던 눈물이 이렇게 한 글자 한 글자를 치니 눈물이 주루룩 흐릅니다. 조금 전 내가 봤던 동영상이 거짓말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전쟁 영화가 아니라 실제 진압 장면이라는 데서 저 마음 밑바닥에서 분노가 입니다. 이렇게 보는 사람도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데 직접 그 가혹한 폭력을 당한 분들은 어떨까요? 아마 평생 동안 악몽에 시달릴 것 같습니다. 저들은 10년을 묵혀둔 최루액을 헬기로 뿌리고, 테이저건을 쏘고, 이상한 다목적살포기를 날리며 그렇게 인간 사냥을 하였습니다. 심지어는 도망가는 노동자를 특공대 3-4명이 잡아 아예 헬멧을 벗기고 무자비하게 때리는 장면도 사진에 찍혔습니다. 거짓말 같은 사실입니다. 

 

2009년 쌍용자동차는 전체 노동자의 37%인 2646명을 정리해고 시켰다죠. 혹시 내가 잘못 본 게 아닌가 싶어 몇 번이고 봤습니다. 맞습니다. 260명도 아닌 2646명이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었습니다. 평택에서 그래도 중산층에 속하며 평벙하게 살았던 그들이 하루아침에 십 수년을 몸 담고 있던 그 직장에서 쫓겨납니다. 그런 상황에서 어느 누가 " 예, 알았습니다 . 다른 직장을 알아보죠." 할까요? 내가 어느 날 그런 통보를 받는다면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그래서 그들은 파업을 결정합니다. 그리고 옥쇄 투쟁에 나섭니다. 장장 77일간 계속된 옥쇄 투쟁에서 전기도, 물도,급기야 의약품도 공급되지 않는 극한의 상황을 노동자들은 경험합니다. 이게 전쟁도 아니고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요? 제네바 협정에서도 최소한의 물자는 공급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는데 저들은 직장에서 해고당한 그들을 그렇게 철저히 고립시켰습니다. 심지어는 2L 생수 반통을 장정 20명이 나눠 먹기도 하였답니다. 파업에 참가하지 않았지만 쌍차에서  쫓겨난 다른 이들도 다른 직장에서 쌍차 해고자라고 낙인이 찍혀 일자리를 얻을 수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들의 고통은 거기서 가중되기 시작합니다. 생계에 위협을 느끼고, 극도의 폭력에 노출된 그들은 극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심하게 겪게 되고, 그들은 급기야 아무런 유서도 남기지 않고, 자신의 목숨을 버립니다. 그렇게 22명이 저 하늘 나라로 갈 때까지 난 모르고 있었습니다. 알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비교적 안정된 직장에 다니는 나는 정리해고가 가져다 주는 고통이 어느 정도일까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상상을 해 봤습니다. 지금 당장 내가 잘린다면...... 정말 아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른 데서도 받아주지 않는다면 더 막막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게 1,2,3년 지속된다면 정말 죽고 싶을 것 같습니다. 전 그들의 고통을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그들과 그들의 가족들이 그렇게 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앓고 있었고, 자살은 무섭게 번져 가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집단적으로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심하게 앓고 있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고 그들을 상담한 정신과의사는 말합니다. 3년 동안 22명의 희생자가 생긴 것은 정말 어마어마한 것이라고 합니다. 

 

13째 번 희생자 이야기는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처절합니다. 바로 공작가님이 쌍차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한 희생자의 이야기입니다. 해고당한 노동자의 아내가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집에 한 번 들어오라 하고, 남편이 옷을 갈아 입는 사이 아이들이 바라보는 가운데 스스로 베란다에서 뛰어 내리고, 그녀의 남편은 다시 1년 후 투신을 하여 하루아침에 남매가 고아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이 책을 통하여 알게 되었습니다. 1년 사이 부모를 모두 잃어버린 아이들은 어떻게 살아갈까요?  쌍차 해고자와 그 가족들은 이렇게 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앓고 있으며 3년 동안 22명이 희생되었다는 것은 정말 놀랄만한 기록인데도 불구하고 나를 비롯하여 아직도 쌍차 이야기를 제대로 알지 못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왜일까요? 용산 참사는 어느 정도 언론에서 자주 보도가 되어 알고는 있었는데 쌍차 이야기는 언론에서 보지 못했다고 핑계를 대어 보지만 그것 또한 변명일 뿐입니다. 관심이 없었던 것이죠. 그들의 구조 요청을 모르는 척 한 거죠. 비겁한 거죠. 어쩌면 난 언제나 의자에 앉을 수 있겠지 하는 헛된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겠죠.  그런데 조금만 더 깊게 생각해 보면 현재 신자유주의제체 하에서는 누구도 의자에 앉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죠. 공작가의 인터뷰처럼 쌍차 문제는 실체 없는 유령과의 싸움과도 같아서 매우 복잡하다는 말이 이해가 됩니다. 그게 바로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벌어지는 헛깨비와의 싸움이고, 그래서 더 지치고, 더 피폐해진다는 말이 맞습니다. 노사와의 갈등을 넘어서서 서로 의자에 앉기 위해 노동자와 노동자가 서로를 밀쳐 내야 하는 게 바로 이 싸움의 잔인함인 것 같습니다.  쌍차 해고자들을 더 힘들게 했던 것도 의자에 앉아 있는 자들, 어제까지만 해도 동료였던 그들이 자신들을 향해 몰아부치고, 폭력을 향하고, 고립시키면서 더 절망하였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그들의 이야기를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먼저 안 사람들이 옆사람들에게 알려줘야 할 것 같습니다. 그들이 당한 고통이 언젠가는 나의 고통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 내가 안정된 자리에 있다고 해서 그들이 당한 일과 똑같은 일이 내게 닥치지 않으리라고 누가 확신할 수 있을까요? 의자놀이에서 내가 언제 아웃될 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어느 누가 평범한 가장이었던 그들과 그들의 가족들을 저렇게 스스로 생명의 끈을 놓아버리게 만든 것인지.... 희생자는 벌써 22명이나 나왔는데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고 문제 해결도 되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다른 희생자가 나올까 봐 겁이 납니다.23째 번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막아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런 마음으로 공 작가님도 이 글을 쓰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의 인세 및 수익금 전액은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을 위해 쓰여진다고 합니다. 전 이런 작은 도움 밖에 못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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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2-08-26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ㅜㅜ

수퍼남매맘 2012-08-26 12:07   좋아요 0 | URL
읽고나서 눈물이 나는 그런 책이었습니다. 먹먹함. 그런 거요.

세실 2012-08-26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타인의 아픔에 무관심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이 책 구입했고,
내일 열리는 공지영 북 콘서트에 참여하려고 합니다.
마음이 아프네요. ㅠㅠ

수퍼남매맘 2012-08-26 12:08   좋아요 0 | URL
공 작가님 어찌 되었건 외면 당하고, 그냥 묻힐 뻔한 이야기들을 작가적 양심을 가지고 끄집어 내는 멋진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북콘서트 후기 꼭 올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