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 새벽 꿈자리가 뒤숭숭하더니... (엄마가 되어서 꾸는 꿈은 왜 이리 적중률이 좋은지 모르겠다. )오후 4시경 남편, 딸과 <초한지 >재방송을 한참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거실 쪽에서 쿵 하는 소리가 났다. 뭔일이 터졌구나 직감하고 나가 보니 아들 녀석이 바나나 껍질에 미끄러졌다는 것이다. 쿵 하고 큰 소리가 났는데......얼른 머리를 살펴 보니 불긋불긋 반점이 보였다. 이런 일은 처음인데.. 어쩌지?  손이 덜덜덜 떨리고...방사선과에 전화를 하니 받질 않고...진료 시간이 끝났지만 급한 마음에 얼른 집 앞 소아과로 달려갔다.의사 선생님이 살펴 보시더니 아무런 목격자가 없고 어느 정도 높이에서 떨어진 줄 모른다면 촬영을 해 보는 게 좋다고 하셨다.나의 두렵고 불안한 눈빛을 보시더니 불안하시다면 응급실에 가셔서 확인을 하는 게 낫다고 조언을 해 주셨다.그 길로 택시를 타고, 백병원 응급실로 갔다.

 

접수를 하고, 혈압을 재고, 레지던트가 와서 눈을 이러저리 살펴 보더니 CT 를 촬영하라고 한다. 엥? CT라고? 갑자기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X-Ray도 아니고 말이다. CT 찍는 걸 처음 봤다. 아들도 처음 하는 거라서 불안한 표정이 역력했다. 아무 말도 없이 의사 샘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따라하였다. 다음은 X-Ray 실로 가서 8 장 정도의 사진을 찍었다. 검사 결과를 기다릴 때가 가장 초조하다. 두근두근 쿵쾅쿵쾅! 드디어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의사 샘이 나오시더니 촬영 결과는 이상이 없다고 하신다.

아! 감사합니다.

 

아들도 그제서야 안심이 되는지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는 조금 말을 했다. 아까 CT 찍을 때 눈이 당겨져 엄청 웃겼다면서 말이다. 지금이야 웃을 수 있지만 그 때까지만 해도 간이 콩알만했었다. 아무튼 하나님! 지켜 주셔서 감사합니다.아들은 우리 가족 중에 처음으로 CT를 찍은 사람이 되었다. 누나보다 더 조신한 녀석인데 그래도 남자라서 그런지 이래 저래 다친다.  한 번 응급실 갈 때마다 10년은 늙는 기분이 든다.

 

2.

아이들과 함께 교회 갈 준비를 정신없이 하고 있는데 "띠리리~"인터폰이 울렸다. 차를 빼달라는 거였다. " 어? 중립으로 해 놨는데요?"하자  인터폰에서" 움직이질 않아서요." 한다. 그런데 키가 없다. 분명히 어제 쓰고, 백에 넣는데.... 아무리 찾아 봐도 없길래 일단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 키가 없어서 그러는데 같이 밀어 드릴게요. "하자 "자동차 키, 운전석에 꽂혀 있던데"라고 아저씨가 말했다. " ..........." 완전 창피했다. 그런데 내 차를 밀어도 나갈 수가 없어서 할 수 없이 긴급 출동을 불렀다. 20여 분만에 오셔서 아주 쉽게 문을 열어 키를 찾아 주셨다. 그 간단한 걸 왜 나는 못하는지. 얼른 다른 곳으로 비켜 주니 그 차는 나갈 수가 있었다. 동네 주민들에게 건망증이 들통난 날이었다. 차에 키를 놔두고 내린다는 것은 지금 굉장히 머릿속이 복잡하다는 것인데.. 나의 힘으론 어쩔 수가 없다. 하나님 말씀을 들어야겠다.

 

3.

우리가 다니는 교회는 2달에 한 번씩 시를 읽어 주시는 목사님이 담임 목사 대신 설교를 하신다. 우리 부부가 가장 좋아하는 목사님인데... 운 좋게도 그분의 설교셨다. 남편은 아프다고 못 왔는데 안 됐다. 남편도 함께 들었으면 도움이 되었을텐데. 제목은 " Go 通 ". 어제, 오늘 나에게 벌어진 좋지 않은 일련의 일들에 대해 복잡했던  머리와 가슴이 한꺼번에 뻥 뚫리고 정리가 되는 설교였다. 설교 주제는 바로 " 내 안에 평강이 있을지어다. " 때로는 내용이 형식을 만들기도 하지만, 때로는 형식이 내용을 만들기도 한다는 말씀에 공감한다.  복이 오니까 웃을 수 도 있지만, 역으로 웃으면 복이 온다는 그 말씀이 나에게 참 위로가 되었다. 

 

내 맘의 평강을 먼저 가지자 그 후로 일이 잘 풀렸다. 정확히 말하면 일이 잘 풀린 게 아니라 그 일을 바라보는 내 시각이 달라진 것이지. 내 주변 여건을 바꾸고 고쳐 주는 게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것. 내 맘의 평강이 먼저라는 게 맞다. 큰 일을 앞두면  머리로 온갖 지략들을 짜내지만 그러면서 마음은 초조, 불안, 안절부절 못한다. 내가 요즘 거의 패닉 상태였던 것 같다. 오늘 내게 주신 말씀, "평강이 있으라"  목사님처럼 매일 자기 전에 오늘 하루 감사할 일을 숨바꼭질 하듯이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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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2-02-27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고, 정말 간이 콩알만해지신 그 일에 겹쳐진 저의 '사고'들도 주르륵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네요. 마음을 다스리면 정말이지 많은 것들이 편안해지는데, 그게 쉽지 않네요. 큰 일 아니여서 정말 다행이네요.

수퍼남매맘 2012-02-29 06:18   좋아요 0 | URL
맞아요. 마음을 다스리면 많은 것들이 편안해지는데 나의 욕심이 나의 맘을 불편하게 하고, 지옥을 경험하게 하는 것 같아요. 위로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마녀고양이 2012-02-27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다행입니다. 아드님이 바나나에 미끄러졌을 때, 정말 수퍼맘님두 아드님두 놀랐겠습니다. ㅠㅠ

그런 날 있지요... 이상하게 안 좋은 일들이 겹치고 겹쳐서, 심란한 날....
Go 通 이라니 좋은 문구네요.... 공감이 갑니다. 제 마음도 먼저 평안을.
수퍼맘님, 즐거운 한주되셔요.

수퍼남매맘 2012-02-29 06:19   좋아요 0 | URL
저도 제목 듣고 역시 시를 잘 읽어 주시는 분 답게 멋지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좋은 일은 겹쳐서 안 오고, 나쁜 일은 겹쳐서 온다고 하잖아요. 방문 감사합니다.

상훈맘이에요 2012-02-27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허락 없이 글을 읽어도 되는지 ....
저도 두아이맘으로 읽으면서 많이 걱정되었어요
이상이 없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엄마가 되어서 꾸는 아이에 대한 꿈은 항상 적중하단 말씀 저도 공감합니다.
항상 가정에 평화가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수퍼남매맘 2012-02-29 06:20   좋아요 0 | URL
우리 부모님들이 꿈자리가 뒤숭숭하니 조심해라 하던 말씀이 이해가 가더라니까요. 님 가정에도 평안이 함께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