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기억 1~2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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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마지막 거인]이라는 작품을 무척 좋아하는데 그 작품이 떠오르기도 하고 신화와 전생이라는 두 개의 카테고리로 이야기를 엮는 솜씨는 무척 유려했다. 좀 너무 갔다 싶은 면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범죄 소설 같기도 하고 흥미로운 면이 많았다. 하지만 이젠 ‘기본 이야기+상상력 사전‘의 프레임이 지겨워지기도 했다. 차라리 단편집 [나무]에서처럼 그의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단편들이 더 낫지 않나 싶다. [기억] 뿐만 아니라 많은 장편 소설의 기초 작업이 [나무]라는 책 안에 세워져 있는데 거기에 너무 살을 많이 붙여서 10페이지짜리를 2권분량으로 만들어내니 이 작가는 분명 길게 늘이는 능력 하나는 타고난 것 같다. 말로 하자면 수다쟁이!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찐독자들이 들으면 몇 권 읽지도 못한 사람이 서운한 소리를 한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최근 몇 편을 내리 읽은 독자로서 굳이 이 작품을 2권 분량으로 썼어야 했을까 의문을 정말 많이 했다. 그의 포맷을 이해하려고도 기본적으로는 괜찮은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다만, 시도가 반복되면 더 이상은 시도가 아니라 매너리즘이 되는 게 아닐까?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인물, 사건, 배경의 삼박자를 유려하게 엮는 소설가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소설을 중편 분량으로 써달라는 것이다. 그것도 어렵다면 1권 분량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말하고자하는 바를 모조리 말해야 하는 수다쟁이 작가님도 분량을 좀 줄인다면 더 인정받는 작가가 될 것 같은데 이건 출판사의 전략인지 작가의 전략인지 알 길이 없는 독자는 답답하기만 하다. ˝가끔 읽읍시다. 그러면 괜찮아요.˝ 그 가끔을 지금 정하는 중이다. 최근에 해 본 결과 절대로 몰아서 읽어서는 안 될 작가이고, 2년 만에 읽었을 때에 한 작품 정도는 감당할 수 있었으므로 ‘가끔=2년‘으로 잠정적으로 정해본다. 다만, 제발 앞으로는 1권으로 부탁해요.

*브런치에 올린 글 중 일부입니다^^

원글
https://brunch.co.kr/@63a636f4dbd5405/32

우린 누구나 벽장 속에 시체 하나쯤, 아니, 여럿을 간직하고 살아요. - P143

뉴스를 보고 우리 시대를 이해하겠다는 생각은 파리를 알기 위해 병원 응급실에 가보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 P219

모르는 사람에 대한 성급한 판단은 우위를 점하고 싶은 조바심에서 나오는 거야. - P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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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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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를 몰아 읽는 중인데, 이 작가는 그렇게 읽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패턴이 너무 비슷해서 좀 지겹다. 처음엔 감탄했던 부분인데 이렇게 되어서 나도 안타깝다. 잘못된 독서법이었다. 가끔 생각날 때 작품을 돌아가며 읽으면 좋을 거라는 생각을 해 본다. 그래도 [고양이]나 [문명]보다는 [기억]이 더 재밌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권을 다 읽었는데 책장을 덮으며 2권에 무슨 더 할 말이 남았나? 이런 의문이 든다. 보통은 기대가 되어야 하는데 말이지...쏘리 베르나르, 이번 독서를 계기로 당신을 내 맘에서 좀 지워야겠어요. 그래도 당신이 하는 말은 틀리지 않았기에 가끔은 만나려고요^^;;

거짓을 듣는 데 익숙해진 세상에서는 사람들이 진실을 의심하게 마련이지. 하지만 끈질기게 설득하면 결국 스스로 생각하고 싶은 마음을 갖게 만들 수도 있을 거야. 나는 저 아이들이 생각에 게으른 사람이 되지 않게 스스로 생각해서 자기만의 의견을 갖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싶어. - P266

나한테 111번의 전생이 있었다는 것은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을 해결하고 내게 정신의 안식을 주는 111명의 동료가 있다는 의미예요. - P367

그들이 어떤 담론을 내세우든, 어떤 옷으로 자신을 위장하던, 그들의 말이 아니라 행동을 근거로 판단을 내려야 해요. - P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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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2-01-26 16: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한 권 읽고 지웠는데요. 😅

그렇게혜윰 2022-01-26 16:37   좋아요 0 | URL
전 파피용 읽고 좋았거든요. 사람들이 싫어하는 지점이 인식되었지만 그래도...그런데 몰아서 읽으니 피로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레삭매냐 2022-01-26 17: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오래 전에 <개미> 읽고서
와우 대다나다 싶었는데...

그후에 요상한 매너리즘에 빠
진 듯해서 끊었답니다.

그렇게혜윰 2022-01-26 17:56   좋아요 1 | URL
몇 년에 한 번은 읽을 만 한 거 같아요 ㅎㅎㅎ

singri 2022-01-26 2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문명도 기억도 읽기전이긴한데
무슨 이야기인지 확 오긴 하네요ㅋ

예전에 타나토노트때 이런책이 있다니 하다가 아버지들의 아버지때 막 집어던지고 싶고 그랬어서

이후에는 또 집어던지나 하며 읽긴합니다
이 마음은 뭘까요?ㅎ

그렇게혜윰 2022-01-26 21:27   좋아요 1 | URL
순서대로라면 문명보단 고양이가 먼저인데 전 고양이 세계에 공감을 못 해서 둘다 좌절요 ㅠㅠ 가끔 읽어야 좋은 작가인 걸로 ㅋ
 
고정욱 삼국지 3 : 원소의 참담한 몰락 - 주석으로 쉽게 읽는
고정욱 엮음 / 애플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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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는 어떤 사람일까?

책에 나온 것처럼 큰일을 이루고자 다방면으로 애썼고 그만큼 재능이 따라준 사람이었으리라.

작가 고정욱은 삼국지 인물 중 조조를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이유인 즉슨 책에 인용된 내용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간언을 듣는 리더였다는 점 때문이다.

정관정요에 따르면 당태종 이세민은 간언을 들을 때 자신을 비우고 들었다하는데 나는 조조가 그 정도 인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조조는 인재를 아꼈고 그 인재를 곁에 두기 위해 그들의 말을 따랐다고도 여겨진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아는 사람이었다는 것이 나의 평가이고, 그 점은 리더에게 중요한 요건이다.

고정욱 작가의 말처럼 ‘자신을 이끄는 리더‘로서 이 시대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지 않을까? 그렇지 못한 원소는 몰락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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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01-26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세민은 위징 같은 신하의 직
간을 받아 들여 영명한 군주가
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조조는 시대를 잘 만난 간웅
으로 인재 욕심이 대단했죠.

원소는 부잣집 도련님으로
데리고 있던 전풍이나 심배
같은 모사들도 제대로 활용을
못해 결국 망했다는...

그렇게혜윰 2022-01-26 17:57   좋아요 0 | URL
정관정요 읽다보면 이세민 참 괜츈해요 ㅎㅎㅎ ‘자신을 비울‘ 줄 아는 사람이라니 본받고도 싶고요.
 
모든 저녁이 저물 때
예니 에르펜베크 지음, 배수아 옮김 / 한길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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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달아 이틀 째 독서모임. 이건 3년째 하는 모임이라 포기할 수 없다. 그런데 책이 쉽지 않아 고생을 했다. 읽으면서도 알았다, 이 글은 무척 아름다워, 이 책의 구성은 너무 매력있어. 읽고 나서도 마찬가지이다. 문장은 아름답고 한 사람의 생을 다섯 번의 죽음으로 나누어 구성한 방식은 여전히 매력있었다. 문제는 5권+막간극으로 구성된 각각이 챕터들을 집중력있게 읽을 수 없다는 데에 있었다. 내가 일을 너무 많이 벌여놔서 그런건가 싶기도 했는데 오늘 모여 보니 다들 한 번에 쉽게 읽지는 못한 듯 하다. 


그래서 평균 별점은 4점이었고 토론이 끝나고 난 후에 0.2점 정도 올라갔다. 토론은 발제자의 제안에 따라 내용, 구성, 언어로 나눠서 진행되었다. 첫번째 죽음은 생후 여덟달의 돌연사이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지만 그녀의 죽음으로 그녀의 부모와 모의 모, 모의 모의 부모는 삶이 달라졌다. 두번째 죽음은 그녀의 수동적 자살이다. 어머니의 긴급 행동으로 목숨을 건진 그녀가 사랑과 외로움 때문에 목숨을 스스로 끊다니 이때 이 어머니의 마음은 어떨까? 그래도 둘째딸이 있어서 다행이었을까?

그녀는 첫째 아이를 한줌의 눈만으로 지옥에서 다시 데리고 나왔고, 일생동안 그것에 대한 보상을 치르며 살아왔는데, 이제 새삼 밝혀진 진실은, 인간의 대부분의 일에는 아예 가격이 없다는 것이다. (141)


세번째는 공산당에 입당한 그녀가 그녀의 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말을 바꿔가며 노력을 기울이지만 결국 그녀도 체포되어 죽게된다.  사실 내가 가장 집중하지 못한 챕터이기도 했는데 어떤 사람은 이 챕터가 가장 좋았다고 했다. 그럴 수 있는 것이 이 챕터는 사상의 이야기로 보이기도 하지만 언어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에 사건이 흥미롭지 않더라도 언어에 대한 관심이 높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부분이다. 인간의 행동의 실제보다 그것을 담은 언어의 중요성이 더 크다면, 그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네번째 죽음 실족사인데 그녀는 그런 죽음이 수치스럽다고 했다. 그래, 그녀답지 않다. 죽어서도 억울할 죽음이다. 다섯번째 죽음은 아흔을 갓 넘겨 자연사한 것이다. 아들의 시점에서 이제는 자신과 멀어진 전쟁의 시대, 종교의 탄압을 알게 되면서 느끼는 감정들이 들어있다. 

인간이 무엇으로 인간을 알아보는지, 난 잘 모르겠다. (285, 300) 이 문장을 읽으며, 인간이 인간을 무엇으로 알아봐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했다. 


구성 면에서 이런 식의 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매우 매력을 크게 느꼈다. 화자가 이래저래 바뀌는 것이야 어려운 걸 내세우는 소설들의 특기이지만 한 사람의 생을 마감시키고 '만약에 그때 죽지 않았더라면'이라고 다시 생을 이어가는 다섯 번의 삶을 다룬 것이 내겐 무척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다른 분들도 대체로 큰 매력을 느꼈지만 더 흥미롭게 진행되는 소설도 있다고 추천을 받았다. 번역이 안 되어 못 읽을 뿐....각각의 생 사이에 '막간극'이라고 예고편처럼 들어가있는데 어떤 분들은 코스요리의 입가심이라고도 했고, 술을 바꿀 때 마시는 물이라고도 했다. 어떤 이름에서든 매력적인 구성인 것은 맞는데 분량 면에서 나는 좀 많게 느껴졌다. 문장은 간결했을지 모르나 문단은 결코 간결하지 않아서 읽기에 버거웠던 것 같다. 


소설에서는 이름을 내세우지 않는다.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그녀도 '그녀'고, 그녀의 어머니도 '그녀'고, 그녀의 증조 할머니도 '그녀'다.  '어머니'라고도 부른다. 물론 아버지 쪽은 '그'나 '아버지'이다. 그녀가 공산당에 입당하면서 겨우 H라는 이니셜이 붙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호프먼 부인이라 불린다. 아들은 이름이 있지만 자주 불리지는 않는다. 아들의 아버지 역시 이름이 없다. 김춘수의 '꽃'처럼 불려야 이름이 불려야 의미가 있는 것일까? 그럼 이름이 없다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일까? 이름이나 언어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저 누군가의 삶이 있었고 그 삶은 결코 어느 한 순간으로 정의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건 아닐까?


아마도 정말 중요한 것은, 지금 막 지나온 그 순간이 아니라, 모든 순간일 것이다. (149)

라는 말처럼 우리는 어떤 세계를 특별한 사건으로 기억하고, 누군가의 삶 역시 타인에 의해 규정된 어떤 사건이나 기록으로 기억한다. 호프만 부인의 삶이 마지막 죽음을 제외하고도 네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며 그 사이를 들여다 보면 어느 삶 하나 사연이 깊은데 그녀의 삶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나는 이 소설에 대한 느낌을 한두 마디로 정리하기 어려워 버벅거렸다. 누군가의 삶이 한 두 줄로 정리되지 않듯, 이 소설도 그랬다. 원제보다 뛰어난 제목이 여운이 남을 뿐이다. 


한 사람이 죽은 하루가 저문다고 해서, 세상의 모든 저녁이 저무는 것은 결코 아니다. (24, 109)

세계 전체는, 그녀의 삶이 이제 종말을 맞게 되었으므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녀가 살아 있을 수도 있고, 또 그래야만 하기 때문에 세계 전체가 존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149)


그냥 누군가는 살고 누군가는 죽는 그 모든 순간이 세계를 만들어가는구나. 누군가의 삶은 더 크고, 누군가의 삶은 더 초라한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은 '누군가'로서 세계에 존재한다는 사실에 어떤 면으론 허무함을 어떤 면으로는 생의 의지를 느끼게 한다. 이야기거리가 많은 소설이었다. 물론 나는 지금 어쩌다보니 유대인에 대한 리뷰가 거의 없는데 우리는 꽤 유대인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눴었다. 또한 심플한 원제에 '저물 때'라는 말을 붙인 제목은 무척 아름다운데 동시에 혹시 본문에도 의역이 많이 들어간 것은 아닌가 우리는 좀 의심하며 오늘 모임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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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01-26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노우, 읽다만 책 ~!

그렇게혜윰 2022-01-26 17:57   좋아요 0 | URL
멋진 책인데 진도가 좀 안 나가긴 해요 ㅋㅋㅋㅋ
 
가난의 문법 - 2020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소준철 지음 / 푸른숲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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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모임>- 가난의 문법

제목이 좋았다. 구성도 좋았다. 학자의 눈길을 따라 읽으며 내 마음과 머리의 많은 부분을 건드렸다. 그 점이 좋았다. 하지만 그래서 뭐? 어떻게 해결해야 하지? 이런 의문을 가지고 독서 모임에 참여했다.

책을 선정할 때 관여한 이로서 이 책을 보고 독서 모임에 참여하기로 결심한 구성원들이 고마웠다. 대부분은 작가가 사각지대의 이야기를 눈에 잘 띄게 드러내어 준 것에 반가움을 표현했고, 어떤 분은 이 사람의 연구가 연구로서 좀 시대에 뒤떨어지고 부족하지 않나 의문을 품으셨다. 그건 그만큼 이 분야가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반증이라는 의견에 공감했다.

어느 세계의 삶이건 우리가 그들을 동정이나 연민, 폭력적 시선으로 볼 권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대상이 원하지 않을 것이므로. 폐지를 줍는 가난한 노인을 바라보는 시선부터 재정비해야했다. 가난이 곧 빈곤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작가의 문법 재정비의 시각처럼 우리는 대상을 바라보는 문법 역시 고쳐먹어야 한다. 그들은 그들 나름의 삶에 희로애락을 느끼며 살고 있으므로. 다만, 그들의 고됨을 개인의 삶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된다고 느꼈다. 어떤 분은 지금의 복지도 충분하다는 의견이었으나 나는 그것이 충분하다고 느낀 적이 없다. 내 부모를 보아도 그렇고 주변을 보아도 그렇다. 만일 그들에게 목돈이 필요한 병에 걸리는 일이 발생한다면? 그들은 기댈 곳이 자식밖에 없다. 그렇게 가족 내에서 노인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가난은 생존을 의미하는 것 이상을 요구한다.

인구가 줄어드는 시점에서 우리의 미래는 풍족하지 않을 것이다.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살자는 누군가의 말이 귀에 남아 있다. 그렇다. 지금의 노인들은 사회로부터 자식과 나라를 위해 자신을 갖다 바치면 그것이 고스란히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산 이들이다. 그런데 세상이 급변해 그들에게 갈 것이 별로 없으며 자식들은 그들의 삶만으로도 벅차다. 그건 자식들이 불효자여서가 아니다. 우리의 삶이 그렇게 됐다. 그러니 이것이 가족 내에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가? 나라의 제도가 마련되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의 합의가 필요하다. 염두에 두자. 우리는 우리와 함께 사는 이들이 가난을 벗어나도록 더불어 노력해야 한다. 그것은 내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다. 나는 내 부모에게 그다지 좋은 딸은 아닐 지라도 사회적으로 좋은 사람이고 싶다. 가족의 문제로 치부했을 때 좋은 딸이 아닌 나는 노인 부양에 충분하지 않지만 좋은 사람으로서 사회 제도를 마련하는 데에 동의한다면 내 부모의 삶은 지금보다 나을 것이다. 이건 개인도, 가족도 저들끼리 해결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연대에 대하여도 생각해 본다. 노인이 인구의 절반이 되는 시대가 곧 올 텐데 지금의 노인들은 태극기를 들고 공주마마를 외치는 것 외에 어떤 어떤 연대를 하고 있을까? 그들에게 다양한 연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경로당마저도 갑을 관계가 형성된다면 그것은 연대가 아니다. 마을의 정자와 같은 연대, 그러기 위해서 지금 이대로의 도시는 곤란하다. 더 화려한 도시로 이사를 왔는데 우리 엄마는 말 붙일사람이 더 없다. 아무도 내 아들이 돌아다녀도 알아보지도 못하고 나에게 알려주지도 않는다. 이 도시는 사람이 넘쳐나는데 사람에 대한 관심이 없다. 결국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이 책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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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2-01-23 16: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들 뭐 읽어? 다 읽었어요. 좋아요!! 다음에 보라색 표지로 2탄?

그렇게혜윰 2022-01-23 16:32   좋아요 0 | URL
어머 감사해요♡ 둘째는 책을 멀리합니다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