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 시인이 주관하는 낭독회를 다녀온 참이다. 시집을 한 번 읽기는 했지만

잘 알지 못한 채 갔다가 깜짝 놀라서 왔다. 시인은 무척 따뜻했고 낭독을 참 잘했다. 맨 앞자리에서 시인이 읽어주는 시인의 시는 내 마음을 내내 흔들었다. 시인의 목소리를 타고 어떤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게 참 좋았다. 시집을 사지 않은 터라 사인도 받지 못하고 집에 와서 쓰다듬으며 읽어보지도 못한 것이 안타깝지만 주섬주섬 기억들을 주워 낭독된 시들을 추려나 본다.

 

동지(冬至)

 

 

그때.

 

(작은 냄비에 두 개의 라면을 끓여야 했던 일을 열락悅樂이나 가는귀라 불러도 좋았을 때, 동짓날 아침 미안한 마음에 난 귀신도 아닌데 팥죽이 싫더라하거나 라면 국물의 간이 비슷하게 맞는다는 것은 서로 핏속의 염분이 비슷하다는 뜻이야라는 말이나 해야 했을 때, 혹은 당신이 배 속에 거지가 들어앉아 있나봐하고 말해올 때, 배 속에 거지가 들어앉아 있어서 출출하고 춥고 더럽다가 금세 더부룩해질 때, 밥상을 밀어두고 그대로 누워 당신에게 이것저것 물을 것도 많았을 때, 그러다 배가 아프고 손이 저리고 얼굴이 창백해질 때, 어린 당신이 서랍에서 바늘을 꺼낼 때, 등을 두드리고 팔을 쓰다듬고 귓불을 꼬집을 때, 맥을 잘못 짚어올 때, “맥박이 흐린데? 심하게 체한 것 같아바늘 끝으로 머리를 긁는 당신의 모습이 낯설지 않을 때, 열 개의 손가락을 다 땄을 때, 그 피가 아까워 아름다울 가자나 비칠 영자를 적어볼 때, 당신을 인천으로 내보내고 누웠던 자리에 그대로 누웠을 때, 손으로 손을 주무를 때, 눈을 꼭 감을 때, 눈을 꼭 감아서 나는 꿈도 보일 때, 새 봄이 온 꿈속 들판에도 당신의 긴 머리카락이 군데군데 떨어져 있을 때)

 

 

 

꾀병

나는 유서도 못 쓰고 아팠다 미인은 손으로 내 이마와 자신의 이마를 번갈아 짚었다 “뭐야 내가 더 뜨거운 것 같아” 미인은 웃으면서 목련꽃같이 커다란 귀걸이를 걸고 문을 나섰다

한 며칠 괜찮다가 꼭 삼 일씩 앓는 것은 내가 이번 생의 장례를 미리 지내는 일이라 생각했다 어렵게 잠이 들면 꿈의 길섶마다 열꽃이 피었다 나는 자면서도 누가 보고 싶은 듯이 눈가를 자주 비볐다

힘껏 땀을 흘리고 깨어나면 외출에서 돌아온 미인이 옆에 잠들어 있었다 새벽 즈음 나의 유언을 받아 적기라도 한 듯 피곤에 반쯤 묻힌 미인의 얼굴에는, 언제나 햇빛이 먼저 와 들고 나는 그 별을 만지는 게 그렇게 좋았다

 

 

 

마음한철

 

미인은 통영에 가자마자 
새로 머리를 했다 

귀밑을 타고 내려온 머리가
미인의 입술에 붙었다가 떨어졌다 

내색은 안 했지만
나는 오랜만에 동백을 보았고
미인은 처음 동백을 보는 것 같았다 

"우리 여기서 한 일 년 살다 갈까?"
절벽에서 바다를 보던 미인의 말을 

나는 "여기가 동양의 나폴리래" 하는
싱거운 말로 받아냈다 

불어오는 바람이 
미인의 맑은 눈을 시리게 했다 

통영의 절벽은
산의 영정(影幀)과
많이 닮아 있었다 

미인이 절벽 쪽으로
한 발 더 나아가며
내 손을 꼭 잡았고 

나는 한 발 뒤로 물러서며
미인의 손을 꼭 잡았다 

한철 머무는 마음에게
서로의 전부를 쥐여주던 때가
우리에게도 있었다 

 

 

미인처럼 잠드는 봄날

  


  믿을 수 있는 나무는 마루가 될 수 있다고 간호조무사 총정리 문제집을 베고 누운 미인이 말했다 마루는 걷고 싶은 결을 가졌고 나는 두세 시간 푹 꿇은 백숙 자세로 엎드려 미인을 생각하느라 무릎이 아팠다어제는 책을 읽다 끌어안고 같이 죽고 싶은 글귀를 발견했다 대화의 수준을 떨어트렸던 어느 오전 같은 사랑이 마룻바닥에 누워 있다 미인은 식당에서 다른 손님을 주인으로 혼동하는 경우가 많았고 나는 손발이 뜨겁다 미인의 솜털은 어린 별 모양을 하고 어린 별 모양을 하고 나는 손발이 뜨겁다 미인은 밥을먹다가도 꿈결인양 씻은 봄날의 하늘로 번지고 나는 손발이 뜨겁다 미인을 생각하다 잠드는 봄날, 설핏 잠이 깰 때마다 나는 몸을 굴려 모아둔 열을 피하다가 언제 받은 적 있는 편지 같은 한기를 느끼며 깨어나기도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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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낭독회는 눈과 귀가 동시에 즐거운 종합예술무대였는데 그것은 이번에 제39회 서울 독립 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이름들>을 상영해준 것이다. 신이수 최아름 감독은 이 영화를 박준 시인을 떠올리며 그를 만날 구실을 만들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실제로 박준 시인은 이 영화 속의 시인인 현철의 모습이 자신을 많이 닮아 놀랐다고 하니 감독님들과 시인은 어차피 만나야 할 사람들이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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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시의 만남, 독립 영화 감독과 젊은 시인의 만남 만으로도 충분히 풍성한데 신이수 감독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 인기 가수 손지연 씨가 마지막 무대를 빛내 주었다. 노래를 들으며 '볼매(볼수록 매력있는)'임을 확신하게 되는 손지연 씨의 노래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세 곡을 부르고 들어가셨지만 박준 시인의 요청으로 3집 앨범에 수록된 '그리워져라'를 피아노 연주와 함께 들었는데 이걸 못 들었으면 어쩌나 싶을 정도로 노래가 좋았다. 울컥 해서 자칫 눈물 봉인 풀릴 뻔했다. 잘 들었다고 인사를 하는데 "들을 것도 없는 데 뭘~"이라고 말해서 더 좋았다. 볼매 맞다.

 

참 많이 변했어 모든게 마지막이야   커다란 상실감으로 어디도 간곳없고 머문곳 없어라
커다란 구름앞에 서있네 그리워져라 그리워져라 그리워 하면서 떠나가라
그리워져라 그리워져라 그리워 하면서 떠나가라

참 많이 변했어  모든게 마지막처럼 아쉽게 사라져만가고 낙엽이 떨어져 날아 너에게 닿으면
또 다른 계절이 찾아오네 그리워져라 그리워져라 그리워 하면서 떠나가라
그리워져라 그리워져라 그리워 하면서 떠나가라

그리워져라 그리워져라  그리워 하면서 떠나가라
그리워져라 그리워져라  그리워 하면서 떠나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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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이름을 지어다 몇 달은 먹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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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3-12-20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자신의 시를 낭독해서 시너지 효과는 플러스 10배 정도 내는 분이 박준 시인일 겁니다.
시낭송가 못지 않은 목소리를 가지셔서 가끔 깜짝 깜짝 놀람..

그렇게혜윰 2013-12-21 03:46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이에요. 첫 낭송을 듣는데 그대로 마음으로 직행하더라구요^^

2013-12-20 1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렇게혜윰 2013-12-21 03:48   좋아요 0 | URL
오늘 하루종일 이 노랠 엇박으로 흥얼거렸어요ㅋㅋ

옮겨적은 글은 받으실분도 좋아하시길 바라 봅니다^^
 
[디어 라이프 ] 밑줄 긋는 중

 

 

누군가를 위해 옮겨 적어 본 [디어 라이프] 속 문장들.

 

 

 

 

12월을 이 한 권과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젠 물리적 안녕을 고해야 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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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3-12-20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연히 왔는데... 혹시 문동 혜윰님?

그렇게혜윰 2013-12-21 03:44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ㅎㅎ 여기서 뵈니 더 반가워요^^
 
디어 라이프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3
앨리스 먼로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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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밥을 준비하고 아이를 씻겨 유치원에 보낸다. 그리고 집안일을 마치고 허용된 잠시의 시간. 그리고 나머지 가족과 함께 보내는 긴 시간. 아이만 재우고 깨서 나만의 시간을 갖고자 했던 의지는 까무룩 들어버린 잠을 번번이 이기지 못한다. 이것이 보통의 '결혼한 엄마 여자'의 일상이다. 그 일상을 벗어나고 싶다고 여긴 적이 많다. 그럴 때마다 생각의 기차를 탄다. 늘 마시던 머그컵이 아닌 손님용 잔을 꺼내 일상을 낯설게 느끼도록 해 보기도 한다.  '친애하는 나의 삶'에게 줄 수 있는 작은 선물이다. 그게 성에 차지 않아 문득 진짜 기차를 타고 싶다고 여겼던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만나서는 안될 하지만 너무나 만나고 싶은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서, 혹은 무작정 내가 있는 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다른 존재로 살아보기 위해서, 아니면 기차 안에서의 어떤 화학 작용을 기대하며 기차를 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일탈에 대한 욕망이 해소된 적 없기에 늘 꿈꾸게 된다.

 

앨리스 먼로의 이번 소설집 [디어 라이프]에는 <기차>라는 제목의 단편 외에도 <일본에 가 닿기를>, <아문센>에 기차가 묵직한 존재감으로 등장한다. 가치관이 너무나 다른 남편 피터와 사는 '결혼한 엄마 여자'인 그레타에게 기차는 자신에게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하는 경로이고 (<일본에 가 닿기를>), 보이지 않는 존재로 살고 싶어 기차를 탔지만 결국 비비언에게 기차는 누군가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지 못한 상실감을 고스란히 실은 공간이며(<아문센>), 벨에게 기차는 아버지의 죽음을 고스란히 간직한 근원적 죄의식이기도 하고, 잭슨에게는 현실을 대신할 다른 곳으로 안내할 도구(<기차>)이다. 비록 생각의 기차일지언정 내게도 기차는 이들과 비슷한 의미를 가진다. 사랑을 잃었을 때 탔던 경춘선 열차, 문득 외롭다 느낄 때 위로해줄 누군가를 기대하게 하는 부산행 열차, 현실을 도피하고 싶어 꿈에나 그려본 오리엔트 특급 열차 등 내가 품고 있는 기차에 대한 생각은 소설 속 인물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현실에서건 소설에서건 기차는 때때로 사고처럼 내 삶에 끼여들어 나를 나도 모를 곳으로 데려가기도 하고, 또는 어딘가에 존재할 나의 새로운 삶을 기대하게 하는 수단이 되는 모양이다.

 

 앨리스 먼로의 최신작이자 마지막 작품인 [디어 라이프]에 수록된 많은 소설들은  기차에 대한 공감 외에도 나 자신의 모습을 많이 발견하게 된 점이 인상적이다. 비단 내가 자라온 곳들이 소설의 주된 배경이 되는 타운 규모의 지역이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앨리스 먼로가 타운이라는 작은 공간적 배경에서 인물들의 일상을 담담하고 담백하게, 그러나 섬세하게 그려낸 덕분에 나는 사건이 아닌 인간에 집중하며  느낄 수 있었다. 어떤 감정이라고 불러야 좋을지는 모르겠지만 소설을 읽으며 '내가 탄 생각의 기차가 나쁜 생각을 싣고 있는 것은 아니었구나.' 혹은 '그래, 지금도 참 좋아. 하지만 조금 엇나가도 그것도 참 좋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 안도감일 수도 있고 편안함일 수도 위로일 수도 있을 유별나지 않은 따뜻함이 느껴졌다. 이야기 속의 화자나 주인공이 '결혼한 엄마 여자'인 경우가 많아 그로 인해 생긴 공감대일 수도 있겠다. 그녀들은 모성애를 가진 존재이기도 하고(<일본에 가 닿기를>), 욕망에 충실한 여인이기도 하고(<자갈>),  현실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현실을 깨고 싶어하는 이중적인 모습이기도 하며(<안식처>), 반면 현실이 깨어질까 두려워하는 모습(<돌리>)이기도 하다. 그러한 모습이 각각의 존재에게 드러난 개개인의 특성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때때로 드러나는 내 안의 부분들이라고 하는 편이 옳다.  그녀들의  삶은 사소한 계기로 흔들리지만 송두리째 변하기도 하는데, 이것이 어떤 경고나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흔들린 것조차 내 삶이니 굳이 그것을 부정하거나 수정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말하는 듯 했다. 이는 특히 소설 말미에 느낌표처럼 솟아오르는 문장들이 그러했다. 그런 문장들을 읽으며 내 마음의 죄책감 혹은 부담감이 많이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모든 걸 받아들이면 비극은 사라져. 혹은 가벼워지지. 어쨌든 그러면 그저 그 자리에서 편하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 돼. - <자갈> 중

 

그렇게 그들은 그냥 내버려둔다. 달리 무언가를 해보기에는 너무 늦었다. 더 좋지 않은 일이 있을 수도 있었다. 이보다 훨씬 더 좋지 않은 일이. - <코리> 중

 

사람들은 말한다. 어떤 일들은 용서받을 수 없다고, 혹은 우리 자신을 결코 용서할 수 없다고. 하지만 우리는 용서한다. 언제나 그런다. - <디어 라이프> 중

 

  굳이 '피날레' 라고 이름 붙여진 네 편의 자전 소설(<시선>, <밤>, <목소리들>, <디어 라이프>)에만 국한할 것이 아니라 다른 소설들 속에서도 앨리스 먼로의 모습일 것이라 여겨진 것이 한 두 군데가 아니었다.  아내로서 엄마로서 한 여자로서 드러난 인물들이 어쩌면 앨리스 먼로일 것이라는 생각은 내 곁에 앉아 자신의 이야기를 조곤조곤 말하는 듯한 문장들 때문이다. 그것은 종종 내게만 말해주는 비밀스런 이야기 같기도 했다. 소설이되 진실을 말하는것 같았다.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기에 한 글자도 허투루 읽지 않았다. 앨리스 먼로의 나이가 80을 넘었다고 하는데 마흔을 바라보는 나와 시공간을 슬쩍 비껴나지만 우리는 어쩜 이렇게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녀가 양쪽의 사이에서 양쪽을 다 바라보는 시선으로 소설을 썼다는 점에서 더 가까움을 느낀다. 어떤 행동을 한 특정한 사람을 향한 비난이 아닌 그 현상 자체가 일어났음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듯한 태도가 맘에 들었다. 비비언의 입장이 아닌 비비언과 닥터 폭스의 사이에서 존재하는 감정에 집중했고(<아문센>), 아버지와 어머니 닐과 나의 한가운데에서 그들 모두를 수용(<자갈>)했다. <자존심>에서는 서로 다른 삶을 산 이들의 공생이 가능함을 보여줬고, <코리>에서는 코리와 하워드의 관계에서 일방적으로 손해를 본 사람은 누구인가, 있기는 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했다. 이 모두가 나는 앨리스 먼로가 지향하고자 했던 삶의 태도라는 생각이 든다.  삶에 있어 사건은 사건일 뿐 삶의 본질이 바뀌는 것이 아니며 다만 그 사건을 대하는 태도가 진실된다면 그로 인해 변하는 삶도 가치 있는 것이라고, 사건을 겁내지 말고 사건을 겁내는 자신을 겁내라고 말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흐름을 따라가는 것. 자신을 내맡기는 것. 어떤 사람들은 자신을 내맡기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러지 못했다. 머리의 안쪽과 바깥쪽 사이에 세워진 벽이 무너져야 했다. 진실함에는 그것이 요구되었다.  - <일본에 가 닿기를> 중

 

 상점과 간판처럼, 섰다 출발하는 자동차 소음도 모욕이었다. 어디에서나 이것이 삶이라고 외쳐댔다. 우리에게 그것이 필요하다는 듯이, 더 겪어봐야 한다는 듯이. - <돌리> 중

 

"이 세상에 무서워할 건 없어. 자기만 조심하면 돼." - <시선> 중

 

12월이 들어선지도 보름이 넘었지만 여태 이 한 권만을 다 읽은 셈이다. 이 책을 읽으며 헤르타 뮐러의 [숨그네]를 많이 떠올렸다. 그때처럼 천천히 꼭꼭 씹어서 읽다보니 이제야 이 한 권을 읽었다. <메이벌리를 떠나며>의 레이처럼 내게도 영원히 지속될 것만 같은 결핍이 존재한다. 그 결핍을 무엇으로 채워야할까에 대해 마땅한 답이 없다. 그가 리아의 이름을 떠올리며 안도감을 느꼈듯 내게는 어떤 이름이 떠올라야 안도감을 느낄 수 있을까? 가끔은 이런 소설들이 그 이름이 될 수 있지는 않을까? 그런 기대를 하며 충분히 음미하며 이 책을 읽었다. 앨리스 먼로가 나의 삶에게 들려준 열네 편의 이야기를 따라 나도 당분간은 나의 삶에 다정히 'Dear'을 붙여줘야겠다. 그리고 다가올 기차를 기다려야겠다 오후 네 시처럼.


* 이 글의 제목은 [디어 라이프]의 <돌리>에서 따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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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안에 마무리 지을 책

 

1. [디어 라이프] , 앨리스 먼로, 문학동네, 2013

 

부러 천천히 읽는 중. 단편 당 하루를 보내다보니 아직이다. 이제 남은 단편은 단 네 편. 앨리스 먼로의 자전 소설을 읽기 전 숨 고르는 중이다. 좋은 소설집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작이라서를 따지기 전에 일단 내게 좋은 소설이다.

 

 

 

2.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죽다], 니컬러스 에버스, 글항아리, 2012

 

이 두꺼운 책을 지하철에서 읽다가 흠뻑 빠져들었다. 집에 오니 읽던 책들에게 눈길을 주느라 미처 읽지 못했지만 내 흥미에 아주 잘 닿아있다. 늦어도 1월 안에, 가능하다면 올해 안에 읽고 싶은 책이다.

 

 

 

3. [두 개의 별 두 개의 지도], 고미숙, 북드라망, 2013

 

고미숙의 박지원에 관한 책들을 읽은 터라 출간할 때부터 관심 있었는데 도서관에 있길래 빌려왔다. 고미숙의 박지원에 관한 책들에 대한 이견이 있는 것 같은데 그것보다 내가 가진 일말의 의구심은 책이 너무 자주 출간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일단 이 책은 읽고 싶다. 12월 26일이 반납일이니 그때까지 읽거나 혹은 언제 읽을지 모르거나가 될 터.

 

 

새해의 시작과 함께 하고 싶은 책

 

1. [다시 태어나다], 수전 손택, 이후, 2013

  

북펀딩 이후, 구입 이후, 아직 열어보지 못한 이후 출판사의 [다시 태어나다]^^ 올해 이후엔 반드시 이 책으로 시작할게요!

 

 

2. [마담 보바리], 귀스타브 플로베르(김화영 역), 민음사, 2000

매달 한 권의 세계 문학을 읽기로 스스로에게 약속! 원래 약속하고 읽고 그런 거 별로 안좋아하는데 너무 쌓여만 가는 것도 보기에 안좋다. 온라인서점을 통해 알게된 처음처럼님이 두번 읽었다는 소설이라기에 시작해본다. 부인이야기는 일단 참 흥미로우니까^^

 

 

지금 살까 미룰까 혹은 나중에 살까 고민 중인 책

 

1. 크리스마스 특별 세트, 어린이 작가 정신

 

  [산타클로스 이야기]를 착한 가격에 사고 기쁨에 겨웠으나 아직 아이에게 읽어주지 못한 터에 이런 더 착한 경우의 이벤트가 있다니!!!! 있는 책 또 사려니 맘에 걸리고, 피터래빗 영문판만 따로 사려니 더 비싸고 딜레마에 빠져있는 중이다.

 

 피터래빗 영문판은 24,000원

 책 세 권의 정가는 34,000원

 책 세 권의 반값은 17,000원

 

그런데 이 특별 세트는 쿠폰가 15,000원이다.  남들은 어떻게 하려나??

 

 

2. 이렇게 사놓고 읽지도 못하다가 어영부영 더 큰 이벤트에 당한 것이 한두번이 아니라 사실 꼭 사고 싶고 꼭 살 책이긴 한데 당장 읽을 자신이 없어 사지 못하고 쳐다보기만 며칠 째이다. 어쩌지 어쩌지?? 뭐 이런 것!^^

[꼬리 치는 당신] 과 [삶을 위한 철학]이 바로 그것이다. 이렇게 말해놓고선 다른 책 살 기미만 보여도 함께 결재에 들어갈 책들이다.

 

3. [여우 누이], [옹고집전]

요즘 들어 집에 있지도 않은 [여우 누이]와 쥐가 손톱 먹고 사람되는 이야기를 읽어달라고 조르는 아들 땜에 옛이야기책을 몇 권 혹은 전집까지 사야하나 고민에 빠졌다. 전집은 아무래도 안내키고 설령 산다해도 희한하게 저 두 이야기가 빠진 경우가 많아 아무래도 단행본으로 구입하지 싶다. 어떤 걸로 사야하려나??고민 중!

 

 

 

 

 

 

 

 

 

 

 

 

 

스스로도 궁금하다. 내가 이 달 안에 혹은 새 달에 저 책들을 다 읽어낼 지, 무슨 책을 살지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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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3-12-17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으로 스며드는 예쁜 책들 곱게 품으시리라 믿습니다

그렇게혜윰 2013-12-17 12:21   좋아요 0 | URL
일종의 약식 다짐이죠^^

착한시경 2013-12-17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태어나다,,, 저도 올해 안에 마무리해야 하는데ㅠ.ㅠ 아직 스물다섯살에 머물러 있어요~ 디어 라이프는 아직 첫장도 못 넘기고 표지만 구경중ㅠ.ㅠ 즐거운 오후 되세요^^

그렇게혜윰 2013-12-17 19:15   좋아요 0 | URL
우리 내년엔 함께 다시 태어나 보아요,, 라이프도 디어해 보구요 ㅎㅎㅎㅎ

그렇게혜윰 2013-12-19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디어라이프 다 읽었다^^
 

며칠 전 급하게 책을 주문했다. 산타클로스의 선물이라는 제목의 페이퍼도 썼었다. 다 좋다. 그런데 책이 안 왔다. 전화도 연결이 안되고, 온다 안온다 연락이 없어 며칠을 끙끙 신경 썼다. 아들 유치원에 보낼 책이 있어 더더욱 조급했다.

 

미배송 신고도 해 두었다. 잊고 있으면 월요일 오전엔 무슨 연락이 오겠지 싶어 기다리던 차에 옆의 옆집 이웃이 택배 상자를 들고 온다. 박스엔 그집 주소가 매직으로 슥슥, 아무래도 택배 아저씨 베껴쓰기 연습을 좀 하셔야겠다. 슬쩍 잘못 보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간다만다 연락을 줬어야하는 거 아닌가? 알라딘에서 제휴한 택배 회사의 우리동네 대리점은 늘 사람을 불만족스럽게 한다. 그게 너무 잦다보니 책을 주문하기가 망설여진다.

 

박스를 뜯으니 가장 급했던 아들의 최상등급 중고책! 욱 했다. 팝업북인데 팝업이 너덜너덜, 쑥쑥 빠지고, 심지어 없기까지 한 ㅠㅠ 알라딘 중고 품질 팀이나 택배 아저씨나 안경 새로 맞추셔야 겠다. 평상심 평상심 평상심 주문을 외워본다.

 

옆 서점에서 제휴한 택배 회사는 그저 그런 정도를 넘어 고객 만족인데, 물량도 거기가 더 많은데 왜 왜 왜!!!!평상심 평상심 평상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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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3-12-15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까운 데에 헌책방 있으면 그곳에 꾸준히 마실을 가 보시면 한결 나을 수 있어요.
목록으로 살 때하고, 책방에서 손수 만지면서 살 때에는
그야말로 아주 다르니까요.

아무쪼록 느긋한 마음 되찾으셔요~

그렇게혜윰 2013-12-15 03:20   좋아요 0 | URL
헌책방은 주변에 없네요ㅠㅠ 온오프의 차이가 줄어드는 것만이 답이 될 듯 싶어요. 개인의 의지는 참으로 약하니까요.

주말 잘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3-12-15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으론 이런 일이 없으시길 바랍니다. ^^

그렇게혜윰 2013-12-15 12:48   좋아요 0 | URL
하루 지나면 또 그냥 그냥 평상심이 돌아오네요 ㅎㅎㅎ 그래도 항의는 했슴돠.

후애(厚愛) 2013-12-15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동네에도 헌책방이 없어서 무척 아쉬워요ㅠㅠ

즐겁고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그렇게혜윰 2013-12-16 11:39   좋아요 0 | URL
헌책방 아니더라도 마음 편하게 들를 수 있는 서점이 있으면 좋겠어요. 손님 도끼눈 뜨고 보지 않는 ㅋㅋ

다크아이즈 2013-12-16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상심, 평상심 ㅋ ㅋ
웃으면 안 되는데 죄송해요.
근데 그렇게혜윰님 닉네임 바꾸신거지요? 제 없는 사이에
즐찾에 되어 있었는데 서재이름은 익숙한데, 닉이 낯설어서요.

그렇게혜윰 2013-12-17 10:18   좋아요 0 | URL
네 근래에 바꿨어요. 원래 이름은 서재 이름과 같은 '책만먹어도살쪄요'였구요^^

평상심 평상심 쓰기만 해도 저도 풋!하고 웃음 납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