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0일부터 기다렸던 김언 시인의 새 시집이 드디어 출간되었다. 시인의 시가 어렵다고들 해서 읽지 않고 있다가 문장의 소리에서 게스트로 나오실 때 조곤조곤 말씀하시는 것에 빨려들었다. 그리고 계간지에 실린 시인의 시를 읽으면 그렇게 좋았다. 마을 도서관에서 초청 작가로 강연하셨을 때의 말씀도 좋았고. 말도 글도 다 좋은 시인이다.

 

 목차에 오른 시의 제목들만 봐도 막 설렌다.

 

유령 산책  청색은 내부를 향해 빛난다  정체성  동의하는 사람
빅뱅  방황하는 기술  죽은 지 얼마 안 된 빗방울들의 소설
상승과 하강  혼자 있었다  나는 식사하는 문장을 쓴다
겨우 두 사람이 있는 대화  내가 돌아오기 전까지는
우연의 법칙  혁명  너는 금요일에 걷다가  몽타주  암호
지시  이탈  먼지  기하학적인 삶  영점   남아도는 부품
냉담  공허한 문장 가운데 있다  식물의 인간성  어느 괴롭고 화창한 날  카운터  리틀 프랑스  마주 잡은 손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이 물질의 이름  거의 비어 있다  사람을 만나러 간다
그도 안다  냉담자  한없이 무관해지는  이 용기의 용도를 모르겠다   노새와 버새  외로운 공동체  뼈와 살  연기  몽블랑
추신  이미 사라진 주어를 어떻게 찾을까?  말 없는 발   팔레트  피카소  나는 항상 실패한다  내가 죽고 나서  만성 인류학자  개념 없는 목수  개구멍  상석   경청하는 개  반드시 시가 되어 있다  말  에르호  늑대  용서  그런 생각  허물허물 똑똑

 

 

 

시집을 기다리며 예전에 옮겨 적은, 이 시집에 포함된 <그런 생각>이라는 시를 첨부해 본다. 참고로 시인은 사진보다는 훨씬 젊어보이신다. 늘 사진이 맘에 안들었는데 문지에서는 크로키로 나와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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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치가 우결에서 이 시집의 시를 누구였더라, 아 장기하에게 읽어줬을 때만 해도 내가 이렇게 이 시집을 좋아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때 읽은시가 뭐였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차저차 이 시집을 도서관에서 발견하곤 잠시 읽었는데, 아이와 놀아주면서 읽을 시가 아니었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 시간을 갖기가 어려웠다.

 

 

가까스로 가진 그 시간 속에서 시를 읽는 시간은 소중했다. 이 시집이어서 더욱 그러했다. 왜 사지 않았을까? 내 손에 쥐인 이 책이 왜 도서관 소속인지를 스스로에게 탓했다. 그 사이 나는 적지 않은 책을 샀음에도 여전히 이 시집은 도서관 소속이다. 너, 나랑 연애하자! 이렇게 틈틈히 만나 연애하자! 언젠간 같이 살겠지만 지금 이렇게 연애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오늘은 이 책의 반납일이었다. 반납을 하러 도서관에 왔으면서도 다른 책들을 다 반납한 후 이 책만 가지고 3층 간식먹는 곳으로 올라갔다. 우리 도서관엔 다방커피를 아이스로 파는 점이 참 좋다. 그것도 착한 가격 1500원이다. 당분이 부족했는데 잘 되었다!

 

사진을 찍어놓고 보니 참 재밌다. 시집은 메이드인 창비, 연필은 얼마 전 김영하 낭독회에 가서 받은 메이드인 문학동네, 두꺼운 노트는 2011년 북클럽가입하고 받은 메이드인 민음사다.

 

 

여하튼 당분 충분한 아이스다방커피를 마시며 시를 옮겨 적는 시간, 역시 달콤하고 소중하다. 마지막으로 옮겨적은 시가 인준이 등단작이었으니 한 달 반만에 시를 옮겨 적는다.

 

 

 

 

 

 

 

 

 

 

 

 

주로 진지한 고백이 슬프기도 하고 위로가 되기도 한 느낌으로 다가오지만 <월롱역>처럼 서정적인 느낌이 나는 시도 있고 <나비 나무>처럼 구성이 재밌는 시도 있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연작시를 별로 안좋아하는데 <향정신사>연작시들은 다 좋다. 어떤 착란적 느낌도 좋고 마치 정신과 의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느낌도 묘하게 편안하다.

 

오랜만에 정말 맘에 드는 시집을 만났다. 오은 시인의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와 이 시집 사이에 구입한 시집도 있는데 사실 너무 핫한 기운에 따라 산 경향이 없지 않다. 안타깝게 내가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시집은 그렇게 사는 게 아닌 것 같다. 다음 주엔 김언 시인의 새로운 시집 <<모두가 움직인다>>가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온다고 한다. 실물이 더 젊어보이는 김언 시인의 시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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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현대문학 신인상으로 추천된 한인준시인의 등단을 축하하며 두편의 시를 옮겨적어 보았다. 축하의 마음을 떠나 '그런'과 '어떤'으로 표현되는 두편의 시에 그 낱말의 모호함과는 다른 명확한 공감을 느끼게 된다. 축하해인준.

 

 

 

 

 

 무릎에 놓고 썼더니 글씨 참...미안해 인준!

 인쇄된 시를 보고 싶은 사람 그리고 나머지 4편이 궁금한 사람은 <현대문학> 6월호를 사 보길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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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ㅇ 2013-06-14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시가 정말 좋네요..

그렇게혜윰 2013-06-15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사랑해주세요^^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 오은

 

<이 집에서 슬픔은 안된다> - 김상혁

 

이 두 시집을 합친다면,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하니 이 집에서 슬픔은 안된다> 정도로!

 

웃자고 하는 말이고 요즘 이 두 시집을 끼고 산다.

 

 

 

 

 

오랜만에 시를 옮겨 적고 소리내어 읽어보고 녹음해서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 시간들을 가지면서 책꽂이의 또다른 시집들에게 손을 뻗치고 나는 지금 최승자 시인의 시집과 이준규 시인의 시집도 읽고 있다. 시집을 읽는 봄, 참 좋다.

 

 

 

 

 

 

 

 

 

 

 

 

 

 

네 권의 시집 모두 읽다보면 좋은 시가 많아 귀퉁이가 다 접혀버릴 것 같아 꾹꾹 참지만 그래도 접혀진 시들이 많아 행복하다.

 

이 시들 중에 어떤 시를 옮겨 적고, 또 소리내어 읽어볼까? 그런 행복한 고민으로 시간을 보내다 결국 오은 시인의 <인과율>과 김상혁 시인의 <올라가는 열매>를 옮겨적기로 한다. 그리고 접혀진 시들은 결국, 다 소리내어 읽어보고 녹음해 보고 혼자 있을 때 들어보게 되지 않을까?지금도 벌써 5편의 시가 녹음되어 있는데 들을 때마다 시가 내 것이 되어 가는 것 같다.

 

 

* 어쩌면, 분명 나는 모든 사람

그중 요즘은 아이가 되기 위해 아이를 낳은 사람.

 

 

 

 

* 이 시와 <옛날 사람에게>의 분위기가 좋았다. 슬프다는 말이 그렇게 슬프지만은 않았다.

 

시심 돋는 봄, 여름이 오기 전에 시심으로 마음을 꾹꾹 채워넣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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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적고 나니 <샹송> Paroles, paroles 가 생각난다.

오랜만에 시집을 사면서 또 벚꽃잎 흩날리는 계절에 길을 걷다보니 시심 돋는다. 그러다 집 손 닿기 좋은 곳에 배치된 나의 사랑스런 시집들을 보다 문득, '시인의 말'에 꽂혔다. 그 말들을 찾아보겠다 해서 펼쳐보니 '시인의 말'은 내지 제목 그 다음 페이지에 일괄적으로 있겠거니 짐작했는데 출판사마다 다르다는 점을 발견했다. 문학동네 시인선은 안쪽 표지에, 민음사나 문학과지성사는 목차 앞에, 창비는 가장 끝장에 수록되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끝에 쓴 시인의 말들은 집중이 덜 된 느낌이 든다. 우리 집에 있는 시집들의 말들이 좀 길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만. 그 말들 중 나를 멈칫하게 한 것들을 정리해 본다.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오은

 

 

가장 가벼운 낱말들만으로 가장 무거운 시를 쓰고 싶었다.

 

 

 

 

 

 

 

 

 

 

이미.

 

 

 

 

 

 

 

 

 

 

 

 

 

 

 

 

<삼척> - 이준규

 

하염없다.

 

 

 

 

 

 

 

 

 

 

 

 

오늘도.

 

 

 

 

 

 

 

 

 

 

 

 

 

 

 

 

 

 

 

 

 

<눈 앞에 없는 사람> -심보선

 

시여,

 

 

나는 네게 영원히 답하고 있구나.

 

 

 

 

 

 

 

 

 

메아리.

 

 

 

 

 

 

 

 

 

 

 

 

 

 

 

<꼭 같이 사는 것처럼>- 임현정

 

 

 고맙다

나를 허락해줘서.

 

 

 

 

 

 

 

 

 

품.

 

 

 

 

 

 

 

 

 

 

 

 

 

 

 

 

 

 

<상처적 체질>- 류근

 

진정한 지옥은

 

 

그립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사랑한다고,

 

 

 

 

 

 

 

 

 

 

 

 

 

 

 

 

 

 

 

 

 

 

<키키> - 김산

 

당신은 지구

당신은 외계

당신은 우주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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