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세번째로 '당신이 오지 않는다면 시:리즈' 낭독회에 갔다. 오늘의 호스트는 신해욱 시인과 김소연 시인, 그리고 가수 요조였다. 늘 가던 언니들과 그리고 신해욱 시인을 좀 심하게 좋아하는 광주사는 동생과 함께 즐겼다. 갈땐 언니들과, 올땐 그 동생과. 녀석 때문에 내가 좀 얼굴에 철판을 깔았지만 어쨌거나 훈훈한 낭독회 자리였다.

 

갈 땐 두 권의 시집을 가져갔다. <눈물이라는 뼈>와 <간결한 배치>. 미처 다 읽고 가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있었는데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읽으니 특히 김소연 시인의 시가 좋았다. 낭독회에서 요조를 위해 쓴 곧 출간될 시집 [수학자의 아침]에 실릴 시부터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세 분의 목소리가 낭독에 정말 잘 어울렸다. 많이 연습하신 듯 조화도 정말 좋았다. 초반의 떨림 가득한 목소리는 어느 새 사라지고 목소리 연기까지 해 주시는 신해욱 시인님의 사랑스러움이 기억에 남는다.

 

초고속 배움의 과정으로 배운 캘리로 와이셔츠 마분지 잘라 만든 조악한 책갈피를 지인들에게 선물하고 온 밤. 시를 옮겨적고 싶어지는 밤이었다.

 

집에 와 사인본과 낭독회에서 받은 낭독 시 모음 소책자를 펼쳐들고 한 편씩 옮겨 적어 본다. 옮겨 적으며 문득 시가 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가 이내 사그라들었다. 사그라들수 있는 간절함이라면 간절하지 않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시란 무엇인가, 두둥! 쓰라고 한다면 그저 놀이라고, 몰두할 수 있는 놀이라고. 한 편의 시가 완성될 때 정말 잘 놀았다고 기분 좋아지는 그런 놀이라고, 이런 저런 생각 잠시 잊을 수 있는 무아지경의 놀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것도 다 잡소리다만.

   

 

10월엔 김소연 시인의 새 시집이 출간된다. 그 전에 두 분 시인의 시를 많이 읽고 싶다. 시를 읽는 가을 밤,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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