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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정치 - 김어준의 명랑시민정치교본
김어준 지음, 지승호 엮음 / 푸른숲 / 2011년 10월
평점 :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이 책에서부터 완전히 달라졌다.
이 책을 큰 출판사에서 만들어서 보급판으로 싸게 모두에게 읽혔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뭐, 출판사나 김어준씨의 이익은 나완 별 상관없으니까^^
난, 욕을 참 싫어한다. 욕을 하지 말라고 쫓아다니면서 훈계해야하는 사람이므로 욕이라면 아주 고개가 절로 도리질쳐진다. 그런데 이 온통 욕인 책의 욕이 싫지 않다. 욕도 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구나 싶다. 그게 스스로에게 새롭다. 이젠 나꼼수를 들어도 움찔움찔 놀라기보다는 깔깔대고 같이 웃는다.
이 책과 같은 시기에 '달려라 정봉주'를 읽었다. 물론 그 책도 좋다. 더 빨리 읽히고 더 명랑하다. 그런데 난 김어준의 균형감각이 더 좋은 모양이다. 왠지 슬퍼보이기도하고 비장하기도 하고 분통터져하지만 그래도 객관적 논리를 잃지 않는 균형미가 그의 자화자찬이 아니라도 독자의 입장에서도 충분히 좋았다.
좌와 우, 물론 그는 좌이지만 그래도 올바른 형태의 우의 모습을 제시한 것이 특히 좋았다. 균형미의 절정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우리의 보수는 보수도 아니구나. 그 사람들 참 우스운 사람들이구나 싶은 생각, 속상하게 든다. 정치인이 멋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마 그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문재인을 사모하는 것이 아닐까. 자신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사람이 아닌, 욕망의 정치를 하는 특히 돈에 대한 욕망을 이루고자하는 사람이 아닌 문재인을 말이다.
"내가 하고 싶다."는 없지만, 내가 해야만 한다면, 그렇다면 이기겠다고 실존적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64쪽)
이념과 명분과 논리와 이익과 작전과 조직으로 무장한 정치인이 아니라,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보편 준칙을, 담담하게, 자기 없이, 평생 지켜온 사람이 필요하다. 시대정신의 육화가 필요하다. 문재인이란 플랫폼이 필요하다. (327쪽)
아, 그랬구나 우리의 정치가 이념과 명분과 논리와 이익과 작전과 조직으로 무장한 정치인이 하는 것이었구나 그래서 그의 말대로 지금 정부의 피로감이 역대 최고인 것이구나 하는 깨달음, 국민의 불만의 원인을 속 시원히 들려주는 지점이다.
우리 국민은 온통 숨은 사실을 찾는 놀이를 하는 사람들같다. 지금 우리 나라는 숨은 사실들을 꼭꼭 숨겨놓고는 술래가 찾으면 찾았다고 되레 고발하고 구속하는 나라이다. 투표를 독려한 사진이 선거법 위반이라고 잡혀가는 김제동의 기사가 오늘 떴다라만 우린 뭐 안숨기는데 숨긴 줄 알고 혼자 노는 모양이다. 뭐, 또 시작된 진부한 수법이다. 숨기지 말아야할 사람은 숨기고 있고, 되려 숨기지 않은 사람을 숨겼다며 잡아가는 것, 아 식상하다. 지루해!
이 책의 형식적 모양새도 무척 마음에 들지만 그보다는 김어준의 논리가 매력있다. 그에겐 논리와 동시에 비유를 기가 막히게 하는 재주가 있다. 가령, 유시민을 논하는 부분에서 유시민은 소년 가장이야. 소년 가장이 가족의 생계를 위해 입양되는 거야. 그것도 본인들 재혼 문제가 더 시급한 이혼 가정에. ( 321쪽) 또한 기가 막히게 나열한다. 그 나열에 공감을 아니할 자 어디있겠는가. 이것은 박근혜를 논하는 부분에서 찾을 수 있다. 그녀는, 남친 때문에 고민해본 적 없고, 섹스 트러블로 고민해본 적 없고, 결혼 때문에 고민해본 적 없고, 결혼해본 적 없고, 결혼 이후의 애정 문제로 고민해본 적 없고, 이혼할까 고민해본 적 없고, 고부 갈등 겪어본 적도 없고, 시댁과 불화 겪어본 적 없고, 전세금 고민해본 적 없고, 대출 상환 고민해본 적 없고, 급여 문제로 고민해본 적 없고, 내 집 마련 고민해본 적 없고, 자기 취업 고민해본 적 없고, 자식 취업 고민해본 적 없고, 자식 결혼 고민해본 적 없다. 그럼 일반적인 삶의 고민 중 최소 90퍼센트는 해보지 않은 거거든(285쪽)
더 말 할 필요가 없다 그저 이 책 한 권이면 충분하다. 좌우의 개념에서부터 BBk, 천안함, 삼성, 정치인들까지. 아마 고개를 끄덕이다 목이 아플지도 모를정도로. 혹시 저축은행과 반값 등록금 또는 말뿐인 UAE 원유 ‘우선협상권’ 등등이 궁금하면 '달려라 정봉주'를 보면 된다. 그래도 둘 중 한 권이라면 난 이 책을 권한다.
그의 말대로 문재인을 잡는 것이 지금 우리의 최대 기회라는 것처럼 김어준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우리 시대의 최대 기회일 것이다. 난, 진보도 보수도 아니다. 그것이 크게 중요하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난, 부끄럽지 않은 나라를 갖고 싶은 국민이다. 그게 전부다. 따라서 다음의 말이 내겐 100% 와닿지는 않지만 나와 같은 마음을 품고 있는 작가의 마음이라 생각하여 적어본다.
이정희와 노회찬과 심상정과 유시민과 손학규, 민주당과 국민참여당과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 그리고 시민사회 모두가 문재인과 함께 손잡고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싶다. (32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