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미술가 - Art in Nature
김해심.존 K. 그란데 지음 / 보림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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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현대미술에 대해서 공부할 때 대지 미술가들에 대해 잠깐 알게 된 적이 있다.  

그들을 화가로 보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정말 잠시 고민했었다. 하지만 데미안 허스트나 제프쿤스 등 YBA 미술가들의 작품을 보자면 화가의 범위는 그야말로 확장되었다고 할 수 있으니 별 문제 없다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그러다 이번에 김해심과 존 K. 그란데의 <자연의 미술가>를 읽으면서 그 결론으로 결정짓게 되었다. 자연을 이용한 예술이 아닌 자연 자체가 예술인 이들의 예술 세계를 보자면 지금 이 시대가 요구하는 어쩌면 현재 가장 결핍된 아름다움을 그들이 표현해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행위로 인해 그나마 우리는 아름다움의 결핍을 조금이라도 덜 느끼게 되는 것이라고 말이다.

 

책에는 9팀의 자연 미술가들이 나온다. 우리 말로는 자연의 미술가라고 했지만 영어로 Art in Nature이니 자연 속 미술가가 된다. 다시 말해  그들의 작품을 통해서 그들은  자연 속에 있는 동시에 자연 그 자체가 되기도 한다. 둘 다를 의미하는 말을 사용해도 좋을 것 같다. 어쨌든 9팀의 미술가들은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자연의 아름다움의 가치에 따라 자신만의 표현을 한다. 가령, 앨런 손피스트는 자연 환경과 인간을 분리하지 않는 것을 중요시 여겨 스스로 동물의 우리에서 생활하며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도 하였다. 보난도는 삶을 반영하는 예술을 구현하여 실제로 생명이 살 수 있는 섬을 만들어주고 자연에 대한 존중의 마음을 자신의 작품 속에서 꾸준히 반영해 왔다.

 

개인적으로 보난노가 젊은 예술가들의 표현에 대한 언급을 했을 때 가장 많이 공감했다. 자연 예술 작업을 하려면 그것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는 과정이 필요하며 자연에 대한 존중과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일부 젊은 예술가들은 자연을 가상 세계처럼 표현하여 상실감이 든다고 했다. 농부의 마음이 아닌 디자이너의 마음으로 자연을 대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자연에 대한 나 자신의 태도도 돌이켜 볼 수 있게 되었고, 자연 예술을 한다고 그것이 모두 자연을 위한 것이 아님을 경계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그의 생각에 동의할 때 마지막에 소개된 패트릭 도허티의 미술 세계는 개인적으로 달갑지 않았다. 그가 왠지 보난노가 상실감을 느낀 그런 자연 예술을 하는 사람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은 신비롭고 매력적이지만 뭔가 차갑고 멀리 느껴졌다. 작가들은 그의 작품이 시각적이고 사회적이고 민주적이라고 했지만 나는 그 중에서 시각적이라는 말 밖에는 긍정적인 말로 들리는 말이 없었다. 가장 인간의 손을 많이 탄 자연을 흉내낸 미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다른 작가들과 가장 통일성이 떨어져 작가들이 왜 이 미술가가 여기에 포함이 되는지 설명을 해 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가장 인상적인 작품을 한 사람은 가장 원시적이고 토테미즘적인 그래서 가장 자연과 가깝고 그래서 더더욱 인간 그 자체에 가까운 작품을 만든 조각가 크리스 부스이다. 자연은 역사의 증인이다. 따라서 그 속에는 인간의 시간이 들어가 있다. 크리스부스는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작품 활동을 한다. 또한 원주민과의 협업을 통해 가장 자연스러운 인간의 미술을 현대 사회에 구현해 놓는다. 흥미롭다. 시간을 담고 있되 하나의 시간이 아닌 과거와 현재 두 개의 시간을 담은 그의 작품은 함축적이고 아름답다.

 

자연의 미술가들에 대해 이렇게 집중적으로 알아볼 기회가 일반인인 나로서는 흔치 않다. 자연과 인간의 경계에 대하여 생각해볼 기회도 갖고 또한 '아름답다'라는 말의 가장 근본적인 의미를 찾아보는 계기도 된다. 영국의 YBA 화가들처럼 왠지 이들도 젊은 예술가가 아닐까 했지만 이들은 대개 이미 노인에 가깝다.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자연의 의미를 잃지 않게 애쓴 사람들이 있다는 데에 놀랐다. 모두가 앞을 향해 모니터를 쳐다보고 있던 때에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그로 인한 결핍을 미리 알고 그것을 잊지 않으려는 몸부림을 한 사람들이 있어 고맙다. 그런 사람들이 내 가까이에도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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