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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는 거시기다 - 카피, 시, 혹은 아이디어를 위한 메타포 50
윤제림 지음 / 난다 / 2012년 11월
평점 :
카피는 거시기다 - 윤준호
2012. 12. 17
"뭐라고요?"
"메타포라고!"
"그게 뭐죠?"
시인은 마리오의 어깨에 한 손을 얹었다.
"대충 설명하자면 한 사물을 다른 사물과 비교하면서 말하는 방법이지."
"예를 하나만 들어주세요." -<네루다의 우편 배달부> 중
여기 카피에 대한 50개의 메타포가 있다. 카피만으로도 50개가 되는 메타포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마리오가 알았다면 얼마나 놀랐을까. 마리오의 성질이 급했다면 찔끔찔끔 알려주는 네루다보다 이 책을 사서 읽지 않았을까.
이 책은 카피라이터 윤준호가 자신의 카피 철학을 50개의 메타포를 정해 펼쳐놓은 책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광고인들만을 위한 책은 분명 아니다. 나만 하더라도 광고와 관련 있는 일은 전혀 하지 않음에도 책에는 수많은 밑줄이 그어져 있고 끄적끄적 몇 마디 글도 적지 않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우리는 모두 광고와 관련이 있다. 우리는 모두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카피라이터로서 글을 썼지만 우리는 소비자로서 그의 글을 읽는다. 주고받는 관계가 명확하다 보니 합이 잘 맞는다. 또한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 모든 사람이라고 믿고 싶지만- 창조자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우리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 보다는 유를 변형하는 창조를 하기에 이 책에 대한, 카피라는 것에 대한 공감이 예술 원론의 책들보다 더 공감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카피는 제록스이고, 카피는 돌밭의 버팔로이고, 물음표 너머의 것이라는 비유는 매력적이다.
창의적인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의 태도에 대한 언급이나 좋은 카피의 매력은 여백과 심플함에 있다는 이야기도 매우 좋았다. 예전에 광고 언어에 관심이 있어 논문들을 찾아보고 분석하려고 시도한 적도 있었지만 능력 밖의 일이라 포기한 채 이런 저런 광고 문구들을 많이 읽어본 적이 있었는데, 저자의 메타포 중 하나인 ‘카피는 한판승을 꿈꾼다.’와 유사하게 ‘카피는 한방이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카피라이터가 공들이지 않은 문장이야 있겠나 만은 캬~하고 감탄사가 나오는 때는 주로 짧은 문장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아마 저자는 50개가 아니라 100개도 더 만들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그것들이 때로 너무 유사하여 재미가 좀 적은 비유도 있었지만 무궁무진하게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하나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물론 그 무궁무진한 카피를 하나로 묶는 것이 바로 <카피는 거시기다>이겠지만 말이다. 역시 마지막 장에서 밝힌 것처럼 ‘카피는 제목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카피는 이 책이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카피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책을 읽으면서 카피라이터는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에 대한 메타포도 10개만 정의해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카피라이터는 문디다>라는 책이 따로 나오려나? 문득, 내 삶의 카피도 한 번 제목을 정해보고 50개의 메타포를 만들어보고 싶어진다. ‘내 삶은 무인도다’, ‘내 삶은 얼음이다.’, ‘내 삶은 최면이다.’ 등등의 메타포가 만들어 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