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동화집 <천사를 미워해도 되나요?>의 바탕에는 어렸을 때 친구들과의 관계 때문에 늘 불안했던 작가 자신의 모습이 있다. 자신과 닮은 등장인물들, 서로 다른 아이들 그 누구의 편을 들어주는 것도 아니고 쉽사리 가치판단을 두지도 않는다. 최나미 작가는 어린 아이들의 세계, 그들이 맺고 있는 관계들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아이들은 부모님이 껴안아 보호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나가 다른 사람과 섞이고 아프더라도 경험해야 할 것을 경험하며 건강하게 자라난다는 사실을 냉정하리만치 사실적인 이야기들을 통해 보여준다. (기획 : 한겨레아이들 / 인터뷰 : 알라딘 이승혜) 

 


또 한 권의 책을 독자분들께 선보이는 소감이 어떠세요.


늘 걱정이 되는 게, 이 이야기들이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일까 하는 거예요. 벌써 열 번째로 내는 책임에도 불구하고요. 어쩌면 이 글들을 보는 사람들이, 같이 공감할 수 있는 독자가 예전보다 많아졌을까, 적어졌을까 이런 생각까지 더 들게 되는 것 같아요. 이번에는 단편집, 그동안 모아 두었던 작품들이기 때문에 컨셉 잡는 것도 재밌게 작업을 했어요. 그런데 항상 또 책이라는 거는 요때까지가 제일 행복한 것 같아요. 출간하기 직전까지. 그 다음부터는 굉장히 불안하고 초조해지고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작가님께서 쓰신 <엄마의 마흔 번째 생일>이란 작품은 얼마 전에 개정판이 나왔는데요. 서문 중에서 '책은 시간을 담는 그릇'이란 말씀을 하셨더라구요. 이번 <천사를 미워해도 되나요?> 또한 그릇으로 비유해주신다면.


어떤 때는 원고가, 이야기가 찾아올 때가 있어요. 근데 그런 게 작가의 눈이란 게 굉장히 특별한 건 아닌 것 같은데 특별하게 그걸 찾아봐야 할 때가 있거든요. 그런데 가끔가다 어느 순간 딱 맞아떨어지는 상황들이 있는데, 그건 독자분들이 좋아할 지는 모르겠는 거예요. 그렇지만 안 쓰면 안 될 만한 이야기들이 있을 때가 있는데, 그 지점 지점들이 이번 책에는 담겼던 것 같아요. 울컥했다든가 화가났었다든가 즐거워서 이 얘길 한번 해야겠다든가 이런 것들이 다 있는 거고요. 제일 처음에 썼던 작품은 다시 고쳐서 쓰기는 했지만 꽤 오래 전부터 있었던 이야기죠. 그런 작품을 이제 와서 다시 읽어보니까, 내 생각이 예전보다 얼마만큼 더 나갔고, 안 나갔고 하는 것들이 확연하게 보이더라구요. 그래서 좀 부끄러운 부분들도 있었고요. 조심스럽기도 하고 그래서 너무나도 풋풋해서 남한테 보여주기가 민망하다... 그런 작품들도 있었어요.


표제작 '천사를 미워해도 되나요?'의 결말을 보고 놀랐거든요. 반성과 이해가 없는 결말. 이야기 자체가 사실 송현이를 비난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편을 들어주는 것도 아니잖아요. 규미한테도 마찬가지고요. 갈등 관계에 있는 두 사람 중 어느 한쪽의 편에 분명하게 손을 들어주는 이야기를 자주 접해와서 그런지, 결말에 가치 판단을 두지 않은 이유를 여쭤보고 싶었습니다.


<걱정쟁이 열세살> 같은 작품은 제가 저랑 가장 비슷하고, 닮았다고 생각을 하는 작품이거든요. 근데 아마 이번 작품집에서도 다섯 편 중에 가장 닮았던 작품은 '천사를 미워해도 될까요'일 것 같아요. 그동안 살아오면서 저도 다른 사람한테 그렇게 나쁘게 하려고 하지 않았고요. 죄책감이 느껴질 정도로 저한테 잘하는 친구가 있는데, 이상하게도 상황을 보면 늘 민폐는 이 친구가 저에게 끼치고 있고, 죄책감은 제가 가지고 있고, 그런 상황들이 주변에 많았는데요. 어렸을 때는 이미 그게 착하다, 나쁘다로 늘 구분되어 있는 거죠. 그런데 저는 아무리 뭔가 잘하려고 해도 쟤보다 늘 안 착한 애고, 들 착한 애인 거예요. 왜 그때는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 그런 마음을 가져도 될지 안 될지에 대한 걸 늘 고민했어요. 내가 안 착해서 벌을 받는 거구나, 안 착해서 이런 일이 오는 거구나라는 걸 굉장히 많이 생각을 하면서 컸던 것 같아요. 오히려 그게 아이이기 때문에, 어린 아이이기 때문에 훨씬 더 단순하고 직접적으로 와 닿는 걸 거라고 저는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데 저는 세상에서 아이들을 착하고 안 착하고로 구분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그냥 그걸 그 아이대로 그냥 봐주는 것, 이건 규미기 때문에, 이건 송현이기 때문에 인정을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죠. 


너무 착해서 도리어 민폐를 끼치는 송현이 같은 친구 말고, 또 어렸을 때 싫어했던 얄미웠던 친구들의 성격은 어떤 것이었어요?


그런 거 있잖아요? 그러니까 제가 되게 어중간한 성격인 것 같은데 제 스스로 생각할 때, 특히 저보다 더 세고 강한 성격의 사람들을 만나면 뭔가 나는 항상 그 사람들에게 맞춰주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는 거예요. 그럼 그때 저는 이제 나중에 쟤네들은 후회하겠지, 나중에 반성하겠지, 뉘우치겠지라고 생각을 했는데, 세상이라는 건 그런 게 또 아니잖아요. 어떤 친구가 어느 순간 나한테 굉장히 나쁘게 한 게 있는데, 또 뒤돌아보면 어떤 상황에서는 내가 반대로 그애한테 잘못을 한, 이런 관계들이 같이 어울려 있어서, 세상 자체는 관계라는 것은 굉장히 입체적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이 단편집에 나오는 인물 중에 제일 끌렸던 인물이 '리모컨'의 선화였거든요. 제가 되돌아봐도 어린 시절 주변에 비슷한 성격을 가진 아이들이 있었던 것 같고, 사실은 슬기도 선화를 좋아하는 건데 표현이 서투른 거잖아요. 선화도 마찬가지로 호감을 표현하는 방법이 서툴러서 그런 거구요.


관계 상에서 일단 권력이 형성된 건데, 저는 그 권력이 일단 나쁘다고만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뭐냐면 제가 가끔 동화를 쓸 때 처음에는 학교 같은 데 가서 아이들끼리 노는 걸 잘 구경하고 그래요. 근데 그러면 옆에 같이 있으면 애들이 한 다섯여섯명만 모여도 곧바로 서열이 생기는 거예요. 말투만 들어도 이들의 서열 관계라는 것을 알겠고, 거기서 뭔가 비약이 돼서 왕따 문제까지 나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아이들 성격 자체만 가지고 나눌 수 있는 부분이 굉장히 많거든요. 근데 그러면서 거기에서 약간 과신하게 되는 관계가 '얘는 내 밑에 있고...' 라던가 이런 것들이 완전히 자리를 잡아 버리면, 슬기와 선화 같은 상황이 되는 거고, 알고 보니 상황 자체는 이렇게 될 수도 있다라는 것이죠.


슬기가 자기의 못된 성격, 치부 같은 것을 드러내게 된 원인이 선화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대목이 있거든요. 말씀하셨듯이 아이들 다섯명만 모이면 서열 관계가 형성된다고 하셨던 것처럼, 저도 어렸을 때 생각이 나서 뜨끔하기도 하고요. 어떻게 그런 아이들의 내면을 보시는지 궁금해요. 동화의 인물들이 너무나 실제 아이들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천사를 미워해도 되나요?>에 수록된 다섯 편 중에 한 세 편 정도는 어렸을 적 늘 불안했던 제가 바탕에 있어요. 관계에서 뭔가 잘 풀어내지 못하고 정말 잘하려고 하는데 뭔가 자꾸 어긋나는 게... 엄마 아빠가 주는 스트레스보다 친구들하고의 관계가 주는 스트레스가 훨씬 더 컸어요.

 

제가 잠깐 아이들을 가르쳤던 적이 있었거든요. '리모콘'의 선화를 아마 조금 생생하게 느끼셨다고 하면, 그 아이의 실제 모델이 있었거든요. 그 친구를 제가 되게 좋아했었어요. 좋아하면서 그 친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상황들 관계들을 바로 잡아주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그건 어른의 고집이었던 거예요. 사실은 절대 관여할 수가 없는 거죠. 그런 문제는 그 아이들 사이에서 해결하는 방식이 있는 거고, 그 방식에 되게 충격을 받기도 했고요. 실제 방식이 제가 쓴 동화랑 꼭 같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요. 아, 이게 어른이 얘기하는 게 다 맞다고 볼 수는 없는 거구나, 애들끼리 해결하는 과정이 있는 거고, 이들이 겪어야 하는 부분이 있구나 하는 것을 그때 알게 됐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친구들이랑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방법을 잘 몰라서, 관계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갈 때가 종종 있잖아요. 관계를 마음 먹은대로 이끌어나가기는 어른들에게도 쉽지 않은 문제인데, 아이들에게는 오죽할까 싶기도 하고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요, 저는 아이들이 다들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건 맞는 것 같아요. 요즘에 대안학교도 많고 굉장히 특별하게 키워지는 아이들이 많은데요. 저희 때는 그런 것 없이 굉장히 평범한, 심지어 과외도 없었던 그런 시기를 보냈는데, 어찌 되었건 각자가 통과하는 그 시기가 힘들 때도 있고, 나중에 보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당시에는 굉장히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문제들이 있는 것이고. 지나보면 그 시간들이 나름대로 중요한 의미가 되고요.


제가 아이들한테도 잘 하는 말이 '아이들은 세상이 키운다'는 말이에요. 서로 다른 아이들이지만 학교에서 만큼은 그곳에서 같이 있는 동안 만큼은 여러 과정을 다 겪으면서 경험을 하는 게 건강한 게 아닐까 생각을 하거든요. 강연 갔은 데 가서 어린 친구들에게 이야기할 기회가 생기면, 너희들은 훌륭한 어른이 될 것이어서가 아니라 지금 이 자체로 소중하다고 꼭 말해요. 이 시간을 정말로 건강하게 잘 넘겼으면 좋겠다. 그렇지 못한 아이들도 많거든요. 저는 그런 상황들을 만들어내는 어른들이나 불가항력에 지지 말아라, 이런 세상에 지지 말고 가야 한다라는 것을 아이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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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작가 김미혜 님께서 보내주신 5월의 좋은 어린이 책, <얘들아 학교 가자>의 추천글입니다.


"솔직하고 따뜻한, 선생님의 그림일기"

새 학년 첫날, 자기를 소개하는 시간이에요. 선생님이 자기가 좋아하는 것 세 가지를 말하라고 하네요. 그리곤 선생님이 좋아하는 것을 말하네요.

"나는 그림책 읽기랑 고양이를 좋아해. 매운 떡볶이를 잘 먹어."

아이들도 선생님처럼 자신을 소개합니다. 나는 풀 이름을 많이 알아. 나는 곤충을 잘 그려. 나는 곰 인형이 좋아. 나는 스파이더맨이 될 거야. 나는 고슴도치를 키워. 나는 예뻐. 아이들이 아이답게, 편안하게, 자랑스럽게 자신을 보이네요. 무엇 때문일까요? 아이들 마음 높이에서 말문을 연 선생님 덕분일 거예요.


'일과 사람 '시리즈의 여덟 번째 이야기, 초등학교 선생님 편 <얘들아, 학교 가자!>의 글을 쓴 작가는 삼십 년 가까이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강승숙 선생님이에요. 늦은 저녁 조용한 교실에서 아이들이 쓴 글을 읽거나 다음 날 읽어 줄 책을 고를 때가 참 좋다는 선생님. 그림책을 만들고 싶은 꿈을 품고 그림일기를 열심히 쓰는 선생님이라지요.


그래서일까요. 이 책은 선생님의 그림일기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아주 솔직하고 따뜻한 그림일기를 본 것 같더라고요. '일과 사람' 시리즈가 지향하는 것을 놓치지 않고요. 초등학교 교사라는 일에 대해 건강한 시선을 가질 수 있게 이끌어 주고 있다는 말이지요.


선생님은 모든 걸 다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고 해요. 어려운 일이 생기면 옆 반 선생님한테 자문을 구하는 거죠. 아이들이랑 똑같이 말이에요. 그리고 선생님은 은근슬쩍 어려움을 내비쳐요.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생각대로 안 되는 날도 있다고요. 그렇겠지요? 아이들을 줄 세워 데리고 다니는 게 좀 힘들다고요. 당연하겠지요? 가끔은 조용한 곳에서 천천히 밥 먹으면 좋겠다고요. 그럼요, 선생님도 목구멍으로 밥이 넘어가야 힘을 내지요. 행사가 많으면 회의가 자주 열려서 좀 힘들다고, 아이들 가르치는 데 더 집중할 수 없다고 해요. 맞아요, 그럴 거예요.


그러나 선생님은 언제나 선생님의 자리에 있어요. 눈이 두 개밖에 없는 선생님은 아이들을 잘 살펴보기 위해 줄을 세우고, 밥 먹는 시간에도 아이들을 살피고 가르쳐요.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해 어릴 때 마음을 자주 떠올려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해요. 수업을 마치고 가장 중요한 일은 다음 날 수업을 준비하는 거라고 하고요. 어떻게 가르쳐야 더 쉽고 재미있을까 연구하는 거요. 그래서 동시 수업도 아주 특별하지요.


<얘들아, 학교 가자!>의 선생님은 외계인이 아니에요. 흔히 볼 수 있는 선생님이에요. 아이들과 마음 나누는 일에 끝없이 욕심 부리는 선생님. 점심시간에 다정하게 이야기 나누려고 하루에 한 명씩 아이들하고 짝꿍이 되어 나들이를 하는 선생님 말이에요. 우리의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만나 행복할 때가 더 많아, 그 힘으로 아이들을 가르친다니까요. 문득 우리 선생님은 어디에 계실까, 선생님이 그리워지네요. 선생님이 걸어 놓은 떡볶이 상품권을 받고 싶네요. - 김미혜(그림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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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백년후 대표 김현정 님께서 보내주신 5월의 좋은 어린이 책, <물고기가 사라진 세상>의 추천글입니다.


"바다의 비극은 곧 우리 인간들의 비극!"

'물고기가 사라진 세상'. 등골을 서늘하게 만드는 묘한 느낌이 있는 제목이다. 게다가 이러한 세상을 만드는 주범이 '무서운 악당'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라니, 서늘하다 못해 오싹해진다. 그런데 삽화도 그렇고, 특히 각 장마다 한 쪽씩 차지하고 있는 만화는 왜 이리 따듯하고 예쁜 걸까?


평소 '먹을거리부터 환경, 생태, 자연, 농업 등의 분야에서 지구와 인간이 모두 건강하게 사는 법을 담은 책'을 펴내는 것을 꿈꾸는 나에게, <물고기가 사라진 세상>은 뒤통수를 한 대 쥐어박으며 퍼뜩 정신이 들게 하는 책이다. 등잔 밑이 어둡기는 어두운가 보다. 100년 후까지 남을 수 있는 건강한 책을 만들고자 하면서 나의 시선은 줄곧 '땅'에만 꽂혀 있었던 것이다. 즉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반도에 살면서 지금까지 바다, 특히 물고기의 '부재' 또는 '사라짐'에 대해 깊이 고민해본 적도, 아니 조금이라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우리가 늘 들이마시는 공기의 소중함을 잊고 살듯, 바다와 물고기도 그곳에 늘 있으리라 여기며 잊고 지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이 늘 곁에 있지만 이 '새로운' 미지의 바다 세계로 안내해준다.


저자는 대뜸 앞으로 50년 뒤에는 물고기가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그러고는 '설마?' 하며 의구심을 품는 우리에게 그 이유를 자분자분 들려준다. 바다와 물고기를 파괴하는 주된 원인인 '물고기의 남획, 바다 오염, 지구 온난화', 바다 밑바닥까지 싹쓸이하듯 거둬가는 바람에 바다를 사막으로 만들어버리는 '저인망 어업'의 폐해, 물고기 어획을 둘러싼 나라들 간의 싸움, 미국 대륙의 2배가 될지도 모른다는 '바다 쓰레기 섬' 등등.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이 책 표지 그림의 잠수부가 하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었다. "이게 정말 우리가 저지른 짓이란 말인가?"


그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오렌지러피 이야기다. 이 물고기는 다른 물고기보다 5배 정도나 긴 150년을 산다고 한다. 하지만 그만큼 알을 낳는 것도 다른 물고기보다 느리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런 사실을 모른 채 미처 다 자라지도 않은 물고기를 크기만 보고는 '성어'라고 생각하고 무차별하게 잡아버려, 지금은 오렌지러피가 발견된 지 수십 년 만에 멸종 위기에 놓여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일이 비단 오렌지러피에게만 일어났을까?


바다를 다시 살리는 길은 바다를 자연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이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이대로 보고만 있다가는 '물고기의 멸종'이라는 엄청난 비극을 경험하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바다와 물고기를 살릴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길을 아이들에게 알려준다. 되도록 전통 방식으로 잡은 물고기를 먹고, 멸종 위기에 놓인 물고기는 피하는 등 우리가 일상에서 할 수 있는 방법들을 말이다.


결국 저자는 <물고기가 사라진 세상>을 통해 아이들에게 절망이 아닌 희망을 들려주려 한다. 즉 이대로 가면 물고기도 사라지고 바다도 황폐화되지만, 우리가 조금만 노력하면 이를 막을 수 있다는 자명한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는 것이다. 암울할 수도 있는 내용을 들려주며 책을 아름답게 꾸민 것은, 저자가 바라는 미래가 이토록 아름답기를 바라는 염원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 김현정(도서출판 백년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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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출판도시 어린이책예술센터, 헤이리 동화나라 대표 정병규 님께서 보내주신 5월의 좋은 어린이 책, <암탉, 엄마가 되다>의 추천글입니다.


십수년 전 어린이 책방을 운영하던 때의 일이다. 여섯 살 아이가 엄마와 함께 중닭 세 마리를 안고 책방에 왔다. 학교 앞에서 팔던 병아리를 사다 키웠는데 이제 너무 커버려 아파트 베란다에서는 더 이상 키울 수 없으니 어린이 책방 '동화나라'의 작은 뒤뜰에서 좀 키워달라는 것이었다. 철물점에서 철망과 도구를 사다가 자그마한 닭장을 짓고 야채를 사다가 모이로 주며 나름 열심히 돌보았다. 그런데 비바람이 치던 어느 날, 닭장에 가보니 닭들이 한 마리도 없었다. 겨우 찾아낸 건 담장 아래 죽어 있던 한 마리뿐, 나머지 둘은 행방조 차 묘연했다. 주변을 호시탐탐 노리던 길고양이의 짓이 분명했다. 닭들을 맡겼던 아이는 이 소식을 듣고 책방 바닥에 뒹굴며 대성통곡을 했다. 분명 동화나라 아저씨가 잡아먹었을 거라며 울음을 그칠 줄 몰랐다. 그 아이는 이제 스물두 살의 그림 공부하는 숙녀가 되었고, 난 그 억울함을 지금도 풀지 못하고 있다. 닭에 대한 내 기억은 닭들과 친해지기도 전에 그렇게 사라지는 듯했다. 만약 이 책 <암탉, 엄마가 되다>가 그때 나왔더라면 세 마리 중닭들을 그렇게 쉽게 고양이 먹이로 바치지는 않았을 것을.


닭이라 하면 그저 양계장의 닭들만 떠올렸던 내게, 지수네가 닭에게 쏟는 정성과, 닭들의 삶과 죽음, 일상의 생활사는 무척 유쾌하면서도 읽는 내내 가슴 졸일 수밖에 없는 생생한 다큐멘터리 자체였다. 닭들의 흙 목욕, 우정, 짝짓기, 알 품기 등등 지금까지는 몰랐던 사실들을 이 책을 통해 알아 가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고 새로운 눈 뜨임이었다. 누군가 그랬다. 살아 있는 무엇에 이름을 주는 것은 인간과 똑같은 생명체로 여기는 것이라고.


지수네는 닭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주고, 이웃에서 데려온 수탉에게도 귀한 손님 대접을 하며, 어미가 되고 싶은 암탉들의 소망을 풀어준다. 짝짓기 하는 암탉과 수탉, 스무하루 동안 충분히 먹지도 마시지도 못한 채 암탉 꽃순이가 둥우리를 지키는 감동적인 장면들, 그리고 어미 품에서 햇병아리가 막 깨어 나오는 앙증맞은 순간들을 지수네 가족은 사진과 기록으로 절묘하게 포착해낸다. 닭들과 한 식구처럼 얘기 나누며 돌보고 함께 살아가는 예쁜 모습이 눈에 환히 들어온다. 게다가 사진과 그림이 함께 어우러져 마치 그림책을 보듯 흥미롭다. 사진 속 꽃순이가 마치 나를 바라보며 말하는 듯한 말풍선도 재미있다. "내 새끼들 예쁘지?"


처음부터 끝까지 책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묘미가 있는 책이다. 쉽고 재미있으면서 또 한편으로는 가슴 졸이며 읽게 되는 병아리와 닭들의 생활사. 이 책은 자연, 생태, 그 너머의 휴머니티, 아니 인간 중심 그 이상이 담겨 있다. 내가 앞으로도 양계장에서 집단 사육되는 닭들의 치킨을 잘 먹을 수 있을까? - 정병규(파주출판도시 어린이책예술센터, 헤이리 동화나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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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 이현 님께서 보내주신 5월의 좋은 어린이 책, <천사를 미워해도 되나요?>의 추천글입니다.


"범죄의 재구성"

'천사를 미워해도 되나요?'라... 제목에서 '범죄'의 냄새가 풍긴다. 우리의 도덕률은 천사를 미워하면 안 된다고 가르치고 있다. 그런데 이 책, 독자에게 그것도 어린이 독자에게 뭔가 음험한 유혹을 하려는 것 같다.


하긴, 동화작가 최나미는 이미 전작들에서 그런 기미를 보여 왔다. 집 나간 엄마('엄마의 마흔 번째 생일')와 집 나간 아빠('걱정쟁이 열세 살')가 태연히 등장하는가 하면, 우리의 우정이라는 게 얼마나 위태로운 모래성인지('셋 둘 하나')를 신랄하게 드러내기도 하고, 유토피아 따위는 없는 거라고('움직이는 섬') 비장하게 털어놓기도 한다. 설령 공주라 해도 사는 건 역시 녹록지 않다고('옹주의 결혼식') 말한다.


이 모두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동화의 문법과 꽤 어긋나 있다. 어른이 아이를 대하는 방식으로서 다소 상식 밖에 있다. 이래야 한다고 가르치거나 저래서는 안 된다고 꾸짖는 법이 없다. 언젠가 좋은 날이 올 거라고, 누구나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마음에 없는 장담을 하는 법도 없다. 대신 최나미는 고개를 반쯤 숙인 채 찻잔을 만지작거리며 이렇게 중얼거린다. 사실, 세상은 이런 거거든. 알고 보면 우리 모두 참 못났잖아.


그러더니 이번에는 아예 대놓고 큰소리로 떠든다. 어른이라는 가면 따위 완전히 벗어 던지고 동화라는 울타리를 훌쩍 넘어 이렇게 묻고 있다. 천사를 미워해도 되나요? 솔직히, 우리 모두 그러지 않는가? 우리가 얼마나 옹졸하고 비겁하고 열등감투성이인지 잘 알면서 모르는 척 입을 꼭 다물고 있다. 어른들끼리는 물론이고, 아이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대부분 동화는 말한다. '친구끼리' 사이좋게 지내야지. 하지만, 사실 우리는 알고 있다. '친구니까' 사이좋게 지내기 어렵다는 것을. 그런데도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한다. 왜? 우린 어른이니까. 왜? 이건 동화니까.


그러고 보면 우리 모두는 아이들에 대해 일종의 공범인지도 모르겠다. '친구가 잘되면 난 배가 아프더라.' '다 이해하는 척 손 내미는 네가 더 짜증나.' 이런 인생의 진짜 속살들을 어른끼리만 공유하며 철저히 비밀에 붙인다.


그런데 최나미가 이번에는 제대로 선을 넘었다. '그래도 내가 어른인데 말이지' 하고 눈치 보는 법 없이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어른 입장에서는 내부고발자라 하겠지만, 아이들 입장에서는 든든한 아군이다. 도덕률로 무장한 어른들 사이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참에, 적진에서 넘어 온 공범이 생긴 거다. 최나미는 말한다. 걱정하지 마. 너만 그런 거 아니야.


나이 마흔이 넘어도 산다는 건 여전히 해독 불가의 암호문이다. 오십이 되고 육십이 되어도 그럴 테고, 서른일 때도 스물일 때도 다섯 살일 때도 그랬을 테다. 그렇게 난감한 숙제를 받아 들고 속으로 끙끙 앓고 있는 그 아이에게, 단독범행인 줄 알고 외로워하는 그 아이에게, 최나미식 범죄의 재구성을 권해 보는 게 어떨까.


천사를 미워해도 되나요?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씩 웃는 아이의 얼굴이 떠오른다. 좀스러운 자신 때문에 움츠렸던 얼굴에 미소가 피어오르는 거다. 살다 보면 그럴 때도 있는 거로구나. 그렇게 자신을 이해하고 나면 오히려 옹졸한 마음도 좀 풀어져서 친구에게 문자메시지라도 보낼 여유가 생길지 모른다. 왜,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들 하지 않는가. 내 편이 생긴다는 건 그런 여유를 주게 마련이다. - 이현(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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