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출판도시 어린이책예술센터, 헤이리 동화나라 대표 정병규 님께서 보내주신 5월의 좋은 어린이 책, <암탉, 엄마가 되다>의 추천글입니다.


십수년 전 어린이 책방을 운영하던 때의 일이다. 여섯 살 아이가 엄마와 함께 중닭 세 마리를 안고 책방에 왔다. 학교 앞에서 팔던 병아리를 사다 키웠는데 이제 너무 커버려 아파트 베란다에서는 더 이상 키울 수 없으니 어린이 책방 '동화나라'의 작은 뒤뜰에서 좀 키워달라는 것이었다. 철물점에서 철망과 도구를 사다가 자그마한 닭장을 짓고 야채를 사다가 모이로 주며 나름 열심히 돌보았다. 그런데 비바람이 치던 어느 날, 닭장에 가보니 닭들이 한 마리도 없었다. 겨우 찾아낸 건 담장 아래 죽어 있던 한 마리뿐, 나머지 둘은 행방조 차 묘연했다. 주변을 호시탐탐 노리던 길고양이의 짓이 분명했다. 닭들을 맡겼던 아이는 이 소식을 듣고 책방 바닥에 뒹굴며 대성통곡을 했다. 분명 동화나라 아저씨가 잡아먹었을 거라며 울음을 그칠 줄 몰랐다. 그 아이는 이제 스물두 살의 그림 공부하는 숙녀가 되었고, 난 그 억울함을 지금도 풀지 못하고 있다. 닭에 대한 내 기억은 닭들과 친해지기도 전에 그렇게 사라지는 듯했다. 만약 이 책 <암탉, 엄마가 되다>가 그때 나왔더라면 세 마리 중닭들을 그렇게 쉽게 고양이 먹이로 바치지는 않았을 것을.


닭이라 하면 그저 양계장의 닭들만 떠올렸던 내게, 지수네가 닭에게 쏟는 정성과, 닭들의 삶과 죽음, 일상의 생활사는 무척 유쾌하면서도 읽는 내내 가슴 졸일 수밖에 없는 생생한 다큐멘터리 자체였다. 닭들의 흙 목욕, 우정, 짝짓기, 알 품기 등등 지금까지는 몰랐던 사실들을 이 책을 통해 알아 가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고 새로운 눈 뜨임이었다. 누군가 그랬다. 살아 있는 무엇에 이름을 주는 것은 인간과 똑같은 생명체로 여기는 것이라고.


지수네는 닭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주고, 이웃에서 데려온 수탉에게도 귀한 손님 대접을 하며, 어미가 되고 싶은 암탉들의 소망을 풀어준다. 짝짓기 하는 암탉과 수탉, 스무하루 동안 충분히 먹지도 마시지도 못한 채 암탉 꽃순이가 둥우리를 지키는 감동적인 장면들, 그리고 어미 품에서 햇병아리가 막 깨어 나오는 앙증맞은 순간들을 지수네 가족은 사진과 기록으로 절묘하게 포착해낸다. 닭들과 한 식구처럼 얘기 나누며 돌보고 함께 살아가는 예쁜 모습이 눈에 환히 들어온다. 게다가 사진과 그림이 함께 어우러져 마치 그림책을 보듯 흥미롭다. 사진 속 꽃순이가 마치 나를 바라보며 말하는 듯한 말풍선도 재미있다. "내 새끼들 예쁘지?"


처음부터 끝까지 책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묘미가 있는 책이다. 쉽고 재미있으면서 또 한편으로는 가슴 졸이며 읽게 되는 병아리와 닭들의 생활사. 이 책은 자연, 생태, 그 너머의 휴머니티, 아니 인간 중심 그 이상이 담겨 있다. 내가 앞으로도 양계장에서 집단 사육되는 닭들의 치킨을 잘 먹을 수 있을까? - 정병규(파주출판도시 어린이책예술센터, 헤이리 동화나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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