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봉주르, 뚜르>로 데뷔한 후 <해리엇>, <서찰을 전하는 아이>로 주목 받아온 작가 한윤섭이 네 번째 장편동화 <우리동네 전설은>을 펴냈다. 목사인 아버지를 따라 시골 마을 득산리로 전학온 첫날, 하교길을 막아선 것은 전학생 준영이와 한 동네에 산다는 세 명의 아이들. 그리고 반강제로 듣게 된  믿을 수 없는 이야기. 이곳에선 중학생이 되기 전엔 절대로 혼자 하교할 수 없다는, 일명 '득산리의 법칙'이다. 아이의 간을 먹어야 불치병을 고칠 수 있는 할머니, 어린 자식들을 먼저 보내고 정신이 이상해져버린 염장꾼이 학교에서 혼자 돌아오는 아이를 기다리고 있다.


잘 짜인 이야기의 맛을 즐기는 한편, 노인과 죽음, 부모와 자식, 계절과 인간의 순환에 대해 차분히 생각해 볼 수 있는 <우리동네 전설은> 속 숨은 이야기와 함께, 작품의 무대가 된 실제 지명 득산리가 어떤 곳인지, 또 동화 작가이기에 앞서 희곡을 쓰고 공연을 올리는 극작가로 살아가는 일상에 대해 들어 보았다. (기획 : 창비 / 인터뷰 : 알라딘 이승혜)

 


첫 작품 <봉주르, 뚜르>의 배경은 파리, 두 번째 <해리엇>에서는 동물의 세계, 세 번째(<서찰을 전하는 아이>)에서는 동학농민운동의 한복판으로. 작품마다 성큼성큼 큰 걸음으로 시공간을 이동하셨습니다. <우리동네 전설은>의 배경도 이전 작품과 유사점이 없고요.


모든 작가들이 진짜 자기들이 살았던 시대의 이야기, 어린 시절에 대해 쓰고 싶은 마음이 있을 텐데요. 사실 <우리동네 전설은>은 장편으로 나오기에 앞서 단편으로 써 놓은 게 있었어요. 습작 기간에 쓴 아주 짧은 단편이었는데, 장편 내용 중에서 밤나무 아래서 밤 떨어지는 대목, 그 대목만으로 이루어진 단편이 있었던 거예요. 다른 사람한테는 못 보여줬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작품이기 때문에 그걸 그냥 조금 더 길게 늘려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처음에는 들었었고요. 사실은 <봉주르, 뚜르>를 쓰고 나서 그 작품의 캐릭터를 다음 작품에서도 비슷하게 가져가려고 했던 적도 있기는 했었어요. 

 

다른 습작도 많이 있을 것 같은데, <우리동네 전설은>처럼 또 한번 장편으로 발전시켜 책으로 내 주신다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작가의 말을 읽어보니 <우리동네 전설은>에 등장하는 '득산리'라는 곳이 실제 있는 지명이더라고요.

 

여기가 실은 충청남도 아산이에요. 옛날 지명으로 하면 온양 온천인데, 시내에서 아주 가까운 곳이라 굉장히 아름답고 그런 곳은 아니에요. 벌써 도시화가 되어 가고 있는, 시골과 도시의 중간 단계인 지점이에요. 지금은 밤밭 같은 것도 사라지고, 또 할아버지들도 이사를 가거나, 가족들의 보호를 받아서 도시로 다 떠나가는 형편이고요. 이 득산리가 아주 아름다운 상태로, 깊은 산골처럼 아름다운 상태로 보존돼 있었더라면 저도 참 좋았을텐데... 이게 참 겉으로 보기에 시골 근교 도시 근교의 예쁘지 않은 마을 중의 하나처럼 되어 버려 마음이 좀 그랬습니다.

 

작가님은 몇 살이 될 때까지 그곳에서 자라셨나요?

 

저는 고등학교 때까지 거기서 살았다고 봐야 되죠. 학교를 대학에 가면서 바뀌었으니까.

 

마지막 그 말씀 때문에, 부모님이 아직까지 득산리에 살고 계시다는 말 때문에, <우리동네 전설은>에서 작가님의 어린 시절을 읽어낼 수 있지 않을까 했거든요. 그렇지만 이 책을 자전적인 이야기로 보기 어려운 것이 자신에게 의미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독자들이 재미있어 할 이야기이길 바라고 썼다고 하셨으니까요. 만약에 작가님에게 의미 있는 이야기가 되려면 줄거리는 어떤 방향으로 바뀌었을까요.

 

아마 제 얘기를 썼다면 진짜 거기에서 있었던 그냥 더 소소한 아이들의 그냥 놀이 문화 이런 것들로 꾸며졌을 거예요. 냇가에서 고기 잡고 밤 따러 가고 서리하고 이런 것들로. 그랬을텐데 하... 전 진짜 그런 건 쓰고 싶지 않더라고요.

 

그러면 혹시 <우리동네 전설은>에 등장하는 방앗간 할머니는...

 

그 분 얘기는 실제로 들었던 사실이에요. 돼지 할아버지나 그런 분들은 만들어낸 거지만요. 도로가 더 뚫리면서 지금은 사라졌지만 방앗간 집이 있었고, 또 밤나무가 많은 집이 있었고, 밤밭이 있었고, 지금도 뱀산이 있고, 똑같이 과수원이 있어요. 그런데 동화에서 그린 것처럼 그렇게 아름답지는 않았습니다.

 

주인공이 전설을 처음 듣게 되는 초반부가 굉장히 긴장감 있는데, 읽는 사람을 쥐락펴락 하는 재주가 남다르신 것 같아요.

 

정말 거기서 조금 더 긴장이 되고 재미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아, 여기서 이 얘기에 조금 더 쏙 빠져 들었으면. 그래서 좀 더 긴장하게 하고 무섭게 하거나 좀 더 하려고 했는데 의도대로 됐는지는 저는 사실은 잘... 객관성을 잃었으니까 잘 모르지요(웃음).

 

의도하신대로 효과를 거뒀다고 보셔도 될 것 같은데요. 처음부터 엄청 신경을 곤두세우고 읽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또 재미있었던 게 하교하는 시간이 보통은 공부에서 해방되는 시간인데, 이 작품 속 아이들은 반대로 하교하는 순간부터 바짝 얼어서 집을 향해 가잖아요. 중학생이 전에 혼자 하교하면 안 된다는 전설 때문에요. 작가님 어린 시절에도 무서운 소문 때문에 집으로 가는 길이 괴로웠던 경험이 있었는지요?

 

예, 있었는데요. 학교에서 집까지 가는 길에 새로 생긴 주택 단지가 있었는데, 그 주택 단지의 입주가 시작되기 전에 동네 아이들이 빈집에 가서 놀잖아요. 그러면 매번 귀신이 나온다고 했었어요. 또 뱀밭을 지나갈 때도. 동화에 쓴 이야기랑 꼭 똑같은 얘기가 있었어요. 그때마다 뛰었어요. 애들하고 같이.

 

도시에서 시골로 전학 온 주인공 준영이 아버지의 직업은 목사입니다. 이 직업은 극 초반부에 소개가 되고요. 그래서 '목사'와 '전설' 두 단어의 갈등 관계가 예상되기도 했는데, 막상 이야기를 읽어나가보니 그런 대목은 또 없더라고요. 목사님을 주인공 아버지로 설정하신 의도가 이야기에 직접적으로 드러나 있지는 않습니다.

 

작가 입장에서 조금 영악할 수도 있는 얘긴데, 저는 목사라는 직업군이 책에 나오면 마음이 좀 편해지거든요. 그게 종교적인 이유를 떠나서, 크게 종교적인 색채를 띠지만 않는다면 편하게 느껴지는... 그런 것도 있었지만 또 하나 다른 이유가 더 컸는데요. 두 번째는 이사를 가는 개연성, 그렇게 쉽게 떠날 수 있는 사람이 목사 밖에는 없겠더라고요. 아무리 찾아도요. 교사도 안 되겠고, 정말 찾아봐야 보건소 의사. 그렇게 갑작스럽게 이사를 갈 수 있는 직업군이 목사라는 직업밖에 없더라고요. 그래서 보건소 의사, 목사 중에서 고르다가 목사가 조금 더 마음을 편하게 할 것 같아서 정하게 되었습니다.

 

역시 그냥 나온 직업이 아니었네요. 이밖에도 공을 많이 들어간 대목이 있다면요?

 

먼저 쓴 단편에도 나왔던 밤이 떨어지는 그 순간, 그 순간이 어렸을 때 아주 신기했던 부분이었거든요. 전날 밤까지만 해도 밤나무에 밤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았는데, 꼭 새벽에 가보면 진짜 밤이 많았던 게 정말 신기했어요. 그 부분을 꼭 넣고 싶었어요. 현실적으로는 밤나무 밑에 못 있거든요. 되게 위험한 상태가 될 수 있죠(웃음).

 

전반부는 전반부대로 굉장히 스릴 있게 진행이 되고요, 후반부로 갈수록 그 이웃사람들, 한 동네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에피소드가 하나둘씩 얼굴을 내밉니다.

 

그냥 동네 사람들이기 때문에 다뤄야 한다고 생각을 했는데, 이런 건 있었어요. 노인들을 위해줘야 한다, 노인들과 친밀해져야 한다, 이런 거는 절대 쓰지 말자. 노인이 아닌 이웃으로 쓴 거죠. 그런데 표현하고 싶었던 게 봄, 여름, 가을, 겨울, 다시 봄이었어요. 이것이 사람과도 연관이 됐으면 좋겠다, 사계절을 표현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이 작품을 쓰면서 들었던 것 같습니다.

 

준영이가 어르신들과 교류하는 장면에서는 전작 <해리엇>도 잠깐 떠올랐거든요. 어른을 바라보는 온기가 느껴졌던 것이 좋았고요. 그리고 봄 다음에 여름이 오고, 그 다음에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오는 게 아니라 봄이랑 여름이랑 가을, 겨울은 항상 함께 오고 있다는 문장에 정말 설레였는데요. 책을 위해 새로 만드신 문장이 아니라 이 느낌을 실제로 가져 본 적이 있을 것 같더라구요.

 

10월 말 정도 되면, 지금도 근교에 가보면 느껴지는데요. 추수를 하고 그럴 때 쯤에 매번 써늘하게 다가오는 그 겨울 느낌이 그렇게 학창 시절 내내 오래 남아 있었어요. 버스 타고 혼자서 이렇게 동네를 걸어올 때 보면 그렇게 싸늘하게 가을이 지나가고 겨울이 오는 느낌들, 그것이 아직도 강렬하게 남아있어요. 지금도 차를 타고 근교에 가면요, 예를 들어서 파주에 간다고 하면 벼베기 하는 논에서 사실 느끼거든요. 그럼 어렸을 때의 그 감정이 막 살아나고요. 그게 사춘기와 닿아 있는 것 같아요. 그때의 그 고민들하고 감정이 얼키고 설켜 있는 것 같아요.


<우리동네 전설은>에서 특히 더 그렇고 그간 한윤섭 작가님 동화를 읽으면서 공간 묘사에 많이 감탄을 했거든요. 공간 묘사에 능하신 건 아무래도 희곡을 쓰셨던 데서 영향을 받은 것이겠죠? 동화 쓰실 때에도 구체적이고 분명한 공간을 그리신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희곡은 아무래도 인물이나 시간보다 공간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장르가 아닌가 해서요.

 

아마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대사 부분이 특히, 희곡에서는 웬만해서는 단어를 최소화해서 의미를 전달하는 게 그게 가장 경제적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이기 때문에요. 그러러면 여러가지로 새로운 조합들을 찾아야 하니까요. 영향이 컸을 것 같습니다.

 

아직 동화만 읽으신 독자분들은 희곡 작품에서 한윤섭 작가님의 색깔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잘 모르실 것 같아요. '나는 어떤 희곡을 쓰는 작가'라고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희곡에서도 똑같은데요, 생명에 대한 문제든 전쟁에 관한 이야기든... 또 희곡에서 상업주의를 추구하는 건 아니지만 재미있게 하려고 많이 노력하는 편입니다.

 

다시 동화 이야기로 돌아오면, <우리동네 전설은>을 포함해서 지금까지 펴내신 모든 동화 주인공을 남자아이들이더라구요. 혹시 앞으로는 여자아이가 주인공인 동화도 써보실 생각은 없으세요?

 

여자아이 얘기는 제가 잘 모르는 이야기라, 그건 좀 위험한 일인 것 같아요(웃음). 여학생이 나왔는데 제가 모르는 부분을 뺀다면 이야기가 본질이 또 흐려질 것 같아요.

 

그리고 또 다른 서문에서 동화를 쓰기로 결심한 계기에 대해 이야기하신 적이 있어요.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였다고요. 아이를 낳는 것과 동화를 쓰겠다는 마음이 연결된다는 것이 좀 구체적으로 궁금하더라고요.

 

아이가 생겼을 때, 그때는 희곡을 작업을 굉장히 많이 하고 있었을 때였는데요.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인데, 그게 일이어서이긴 하지만 남들을 위해서만 쓰는 게 아니라, 나랑 제일 가까운 아이를 위해서도 이야기를 만들어봐야겠다. 지금 책으로 내는 동화책과는 조금 다른 그림 동화를, 그 때에는 짧은 이야기들을 많이 썼어요. 농담처럼, 내가 우리 아이한테 백권을 만들어줘야겠어(웃음), 농담처럼 그러기도 했거든요. 일이 끝나고, 연습이 끝나고 배우들이 나가고 가면 사무실에 혼자 앉아서 짧은 이야기를 써고, 그림을 캡쳐해가지고 집으로 들고 갔어요. 한달에 한 서너권씩 만들어서 읽어주고 그랬어요. 아이가 좋아했죠. 장편 <해리엇>도 그런 경우였어요. 어른이니까 즉석에서 이이야기를 꾸며 아이한테 들려줄 수 있잖아요? 그렇게 만들어진 이야기 중 하나가 <해리엇>이었어요.

 

첫 작품 <봉주르, 뚜르>가 문학동네어린이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꽤 눈에 띄는 데뷔작을 갖게 되신 셈인데요. 첫 작품하고, 그 이후에 나온 작품들하고는 좀 구분이 될 것 같아요. 데뷔작 이후로는 주변의 어떤 기대치 같은 것이 생겨나고, 이후에는 직접적인 평가들을 좀 더 많이 받으면서 쓰셨을테고요. 그것이 글쓰시는 데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다고 보세요?


영향이라기보다 부담이 되죠. 그렇지만 부담을 가지면서도 그렇게 염려는 하지 않아요. 작품이 별로면 아예 갖고 나가지도 않기 때문에요(웃음). 저 혼자 절망하고 말기 때문에, 외부로 나가는 것에 대해서는 덜 부담스러운 것 같아요. 몇몇 분들께는 정말 직접적으로 제가 물어보거든요. 이번 건 <서찰을 전하는 아이> 보다 나아, 안 나아? 이렇게요(웃음). 예를 들어서 물어보거든요. 그럼 그 작품이랑 비슷해, 약간 떨어져, 많이 떨어져, 어떤 면에서는 더 나을 수도 있어, 이런 대답이 돌아오죠. 다른 작품들하고 편차가 많이 나면ㅡ 그냥 뒤도 안 돌아보고 버리는 거예요.

 

그럼 그런 외부의 평가 말고, 작품을 쓰는 데 영향을 주는 다른 어떤 것이 있다면요?

 

그냥 저는 소재인 것 같아요. 단지 소재의 문제였던 것 같아요. 이게 정말 신선한가, 신선하지 않은가. <우리동네 전설은>도 소재면에서 사실 걱정을 많이 했던 작품인데요. 많이 다루어진 소재니까, 다른 것에 비해서는 그래서 처음에는 작가의 말에서 썼듯이 걱정이 많이 됐었고, 그랬죠. 누구나 작가라면 남들이 안 했던 얘기를 하고 싶은 욕심이 있으니까요.

 

첫 작품 <봉주르, 뚜르>의 배경이 된 곳에서 유학생활을 하셨잖아요. 글쓰기에 대한 공부를 하던 이 시절의 이야기가 궁금하고요, 그 전에는 서울예술대학에서 극작 전공을 하셨는데 이렇게 국내와 국외에서 글쓰기 수업을 들으면서 각각 어떤 것을 얻으셨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서울예대에서는 기본적으로 글쓰기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다 배웠던 것 같아요. 제가 그동안 보아온 어떤 교육기관보다도 최고의 스킬을 가르쳐줬던 것 같아요. 그때 최고의 선생님들이 계셨거든요. 90년대 중반이었고, 제가 다른 학교를 졸업하고 난 이후에 두 번째로 들어간 학교였죠. 선생님을 따라서 다시 학교 생활을 하게 된 거죠. 유학 시기에는 그 어떤 때보다 의식이 자유로워졌어요. 아, 어떤 식으로 해도 되는구나, 이렇게 해도 되고 또 저렇게 해도 되고, 내가 조금 더 넓게 세상을 보게 됐구나, 정말 많은 인종들이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구나, 그런 것들에 대해서 자유로워지고 넓어졌어요. 유학갔다 올 때 정말 대단했던 것 같아요. 열심히 공부하고 쌓아나가고 했던 것들이 한꺼번에 폭발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유학에서 돌아와 연출 작업을 하고 그럴 때 정말 거침 없이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세 번째 동화 <서찰을 전하는 아이>는 '푸른숲 역사동화'라는 시리즈 기획물이었는데요. 소재를 직접 고르셨다기 보다, 제안을 받고 응하는 방식으로 다른 작품들과 출발이 달랐을텐데요. 수락하겠다고 마음 먹은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작가 이현 선생님께서, 제가 문학동네어린이 문학상을 받을 때 심사위원이셨거든요. 또 그리고 제가 동화 공부를 할 때 우연찮게 이현 선생님의 '3일간'이라는 작품(<짜장면 불어요!> 수록 단편)을 보고 굉장히 충격을 받은 적이 있거든요. 아, 동화도 이렇게 쓸 수 있구나. 소설가에도 뒤지지 않는다,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 이현 작가님이 <서찰을 전하는 아이>를 제안하셨는데 거부할 수가 없었어요.

 

동화와 희곡, 두 장르의 글쓰기를 지금도 병행하고 계시죠?

 

국내에서 제 또래의 극작가들 중에서도 제가 작품을 많이 하는 편에 속해요. 같이 있는 팀이 공연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될 때가 많았어요. 극작가들의 경우, 작품이 있어도 바로 책처럼 출간이 되는 게 문제가 아니라 많은 공연 비용이들다보니 제작비가 되는 팀에 컨택이 되어야 되는 문제라거든요. 그런데 제가 있던 팀은 운 좋게 매번 나라의 지원도 많이 받고 그랬죠.

 

희곡 쓰기와 동화 쓰기의 연결 고리라고 할 만한 것도 있을까요? 희곡 쓰기와 동화 쓰기의 상호작용이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희곡은 일년에 세 편 정도 쓰면 많이 쓰거든요. 그게 공연으로 올라가면 정말 많이 올라가는 거거든요. 그래도 비는 시간이 있었어요. 작품을 만들고 나면 비는 시간들이 있었어요. 그때 뭔가 또 일을 더 해야된다는 생각에 더 썼어요. 그리고 희곡으로 풀어내지 못하는 소재들을 도저히 버릴 수가 없었다는 게 있죠. 제가 동화에 쓴 소재들은 연극이라면 어린이 연극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니까 동화로밖에 쓸 수 없었던 상황도 있었어요.

 

<우리동네 전설은>을 포함해 어느덧 네 번째 작품까지 발표하셨어요. 현재 동화작가로서 갖고 계신 과제라고 생각하시는 것은 무엇인지요?

 

저는 솔직히 그냥 솔직한 마음으로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큰 출판사에서 책을 내고 싶어요. 그런 출판사에서 내는 것 자체로 일단 어느 정도 검증이 되는 것 아닐까 생각해서요. 그 부분은 서로 믿음이죠. 그리고 작품을 재미있게 써야 된다는 생각 밖에는 없어요.

 

첫 작품에서도 작가로부터 혹은 책에서 예의나 교훈을 배우고 싶지 않다고 하셨고, 이번에도 그 자기 만족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독자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앞으로도 독자의 재미가 우선인 이야기들을 쓰시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으세요?

 

공연계 쪽에서 일하면서 버릇이 되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내가 책을 썼으니까 '읽을 거면 읽고 안 읽을려면 말아', 그런 건 아닌 것 같아요. 어차피 하나의 문화상품으로 나왔다면,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서 공동 작업을 해놓았다며 이게 뭔가 값어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난 예술을 하는 것이고, 나는 잘썼는데 독자가 이해를 못한다, 그건 아닌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재미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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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 월간 「어린이와 문학」 편집주간 임어진 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10월의 좋은 어린이 책, <내 목소리가 들리나요>의 추천글입니다.


평화를 염원하는 웅혼한 목소리

그동안 침잠하고 있던 엄청난 덩치의 대륙 중국이 요즘 자꾸 요동친다. 바닷길을 막아 자신을 대륙에 묶어 놓고 조여 드는 막강 상대 미국에 맞서려고 국경을 맞대고 있는 가까운 나라들과 사사건건 다툼을 벌이고 있다. 국경지대 섬들을 둘러싼 한중일간의 영토분쟁들은 그저 단순한 애국주의 조장 수준의 사소한 다툼이 아니다.


이런 신경전들은 한반도의 평화를 위태롭게 다시 보게 한다. 이념갈등으로 인한 내전으로 갈라져 60년 넘게 분단 상태를 이어가고 있는, 지구에 남은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반도에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들 자신은 정작 하루하루의 일상에 쫓겨 전쟁을 일시 중단하고 있을 뿐인 이곳의 평화에 대해 참으로 무심하다. 아니 무신경하다. 어느 날 갑자기 이 조그만 땅이 다시 화약고로 돌변하지 않을 거라고 어찌 장담할 수 있을까. 금세라도 맞붙어 싸울 듯 태세를 갖춰 가는 주변국들의 이해 다툼 속에서 우리는 어떡하든 올바로 세상을 바라보고 우리 삶의 터전을 지키며 전쟁이 아닌 평화의 길을 기필코 찾아야만 한다.


미묘한 갈등이 날로 고조되고 있는 중일 두 나라의 작가들이 차와 담소를 나누며 그 긴장을 누그러뜨려 보자고 조촐한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고 한다. 아주 미약한 노력이다. 그러나 어둠 속에서 길을 밝히는 작은 등불 같다는 생각을 했다. 작가의 몫이란 그런 것 아닐까.


한중일 평화그림책 공동작업도 마찬가지다. 이 책은 한중일이 공동으로 기획해 펴내는 그 평화그림책 시리즈 중의 한 권이다. 오래지 않은 지난 역사에서 전쟁으로 다 같이 큰 상처를 입었던 한중일 세 나라가 평화로 새로이 관계 맺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림 작가들이 뜻을 모아 만들어 내고 있는 작업들이다.


이렇게 자꾸 만나야 한다. 그래서 함께 막아내야 한다. 전쟁을. 그리고 평화를 지켜야 한다. 우리나라의 참여 작가들, 권윤덕, 이억배, 김환영, 정승각, 중일의 참여 작가들, 그리고 이 책 <내 목소리가 들리나요>를 쓰고 그린 칠십 대의 청년 다시마 세이조 화가 할아버지, 이 분들의 역할이 작지 않다. 


그분들 가운데서 가장 나이가 많으며 가장 개구쟁이 같고 조금도 친절하지 않은 다시마 세이조 할아버지. 분노와 증오만이 가득 찬 전쟁터의 난장질에 거친 붓질로 분노하는 화가. 화가의 붓선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말한다. 굽힘 없는 눈빛,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전쟁은 안 돼! 평화여야 해!"


잔소리하지 않는 그림들. 그럼에도 분명하게 말하는 그림들. 평화를 염원하는 목소리는 이래야 하는 것 아닐까.


<뛰어라 메뚜기>에서 보여 준 생명의 도약과 분출, 그에 대한 무한한 신뢰, 그 힘찬 붓선을 다시 만난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거기에 더해 몸 힘으로 그리며 살아온 노작가가 건네는 평화 염원의 웅혼한 목소리를 여기서 듣는다. 내지르지 않고 있으나 그 목소리에 담긴 분노는 깊고 눈동자는 불이 인다. 그만 둬! 전쟁은 오직 죽음일 뿐이야! 결코 안 돼!


그 목소리는 이렇게 조용히 외치고 있다. 그 어떤 고함보다 비명보다 더 큰 우레의 울림소리로. - 임어진(동화작가, 월간 「어린이와 문학」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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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나비공원 전임연구사 고민수 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10월의 좋은 어린이 책, <곤충 학습 도감>의 추천글입니다.


푸른 하늘을 훨훨 날아다니는 예쁜 나비를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좇는 아이들은 천사 같다. 나비처럼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지켜보는 부모의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피어난다. 자연을 향하고 자연과 함께하는 사람들에게는 행복이 깃들어 있다.


아이들은 유독 움직이는 생물에 관심이 많다. 특히 작은 몸집의 곤충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신비로운 생명체이다. 곤충은 지구촌에 살고 있는 생물 중에서 가장 다양해서 보고 또 봐도 새롭고 신비롭다. 무엇보다 빨리 기어가거나 날아다니는 곤충을 쫓다 보면 아이들의 흥미는 점점 더 커져 간다. 하지만 곤충을 발견하고도 그 이름을 모른다면 과연 흥미를 계속 느낄 수 있을까?


곤충의 이름을 안다는 건 호기심 많은 아이가 자연에 대해 관심을 갖는 '시작'을 뜻한다. 아이가 곤충 이름을 알 때와 모를 때를 비교한다면 곤충에 관심을 기울이는 정도가 확연히 다르다. 또한 '나비'라고 알고 있을 때와 '호랑나비', '노랑나비'처럼 구체적으로 알고 있을 때 아이가 느끼는 흥미의 정도도 다르다. 새로 사귄 친구의 이름을 제대로 알았을 때 비로소 절친한 친구가 될 수 있는 것처럼, 곤충 이름을 정확히 알아야 곤충과 친숙해지고, 곤충에 대한 관심도 더 커질 수 있다. 그렇지만 수많은 곤충 중에서 아이가 발견한 곤충의 이름을 정확히 알아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곤충 학습 도감>은 아이들이 곤충과 친구가 될 수 있도록 곤충 이름을 쉽게 찾아주는 책이다. 저자는 20년 동안 자연에서 만난 곤충을 생동감 있게 친구처럼 소개해 준다. 이 책에는 발견한 곤충의 이름뿐만 아니라 다양한 곤충 이야기도 함께 담겨 있어서 곤충에 대해 품었던 궁금증들이 술술 풀린다. 부록으로 실린 '곤충 지식 사전'에는 곤충의 전반적인 정보도 있어서 곤충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우리 주변에 살고 있는 수많은 곤충을 오롯이 담고 있어 신비로운 곤충의 세계에 관심을 갖는 어른들까지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


우리 지구에서 가장 다양한 곤충의 세계를 발견한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 곤충의 이름을 찾고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자연과 친해지고, 더불어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가짐도 키워 가길 기대한다. - 고민수(인천나비공원 전임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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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평화연구소 소장 최성각 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10월의 좋은 어린이 책, <어린이에게 일을 시키는 건 반칙이에요>의 추천글입니다.


이 글을 읽는 어린이는 책을 좋아하나요? 저는 다행히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자랐습니다. 마음이 무척 힘들 때에도, 살기 아주 어려운 때에도 책을 늘 곁에 두었지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잘났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고, 어쩌다 그런 취향을 가졌다는 것이지요. 만약 지금 책을 싫어하는 어린이라도 어떤 계기를 만나 책읽기를 좋아하게 된다면, 삶이 더 풍요롭게 되리라 믿습니다.


책을 읽고 나면 여러 가지 느낌이 듭니다. 그중에 나를 돌아보게 한 책, 더 나은 사람으로 살고 싶게 한 책, 세상에 빚을 진 느낌이 들게 하는 책이 마음에 오래 남더군요. <어린이에게 일을 시키는 건 반칙이에요>는 읽고 나면 세상에 빚을 진 느낌이 들게 하는 책입니다.


요즘 이상한 날씨를 걱정하는 뉴스가 많죠? 지구의 소중함을 모르고 서구 문명이 마구 지구를 해친 탓입니다. 지구 온난화로 바닷물이 높아져 투발루라는 나라는 바다에 가라앉을 운명이고, 소년 노예인 아난은 온종일 카카오를 따야 합니다. 지구의 자원을 다 태우고, 약자를 괴롭히고 부려먹는 산업사회의 끝은 공멸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미래가 되어선 안 됩니다. 


이러한 불평등은 이 세계가 굳건하게 연결된 하나의 세상이라고 생각하지 못해서 벌어집니다. 이 지구가 우리에게 허락된 유일한 삶의 토대이고, 학대당한 어린이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인류임을 잊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읽고 한 번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어떤 세상을 꿈꾸어야 하는지. 그리고 이 책이 우리의 시야를 넓혀준 만큼 우리의 행동이 타인의 삶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으면 좋겠습니다. - 최성각(작가, 환경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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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책 작가 문부일 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10월의 좋은 어린이 책, <43번지 유령 저택 1>의 추천글입니다.


유명한 어린이책 작가인 부루퉁 B. 그럼플리, 집주인의 아들인 드리미 호프, 유령 올드미스 C. 스푸키. 이 '겁나게' 직설적인 세 사람이 '43번지 유령 저택'에서 섬뜩한 동거를 시작한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세 사람은 예상대로 삐걱대지만, 이 아름답지 못한 동거는 숙명이고 운명이고 필연이다. 그들은 깊은 상처 때문에 유령 저택에 스스로를 유폐시켰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부루퉁은 사랑의 아픔이 있고, 드리미는 부모로부터 버림받았다. 작가를 꿈꾸던 올드미스는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로 출판사에 수없이 거절당했다.


'겁나라 시 으슥한 공동묘지 길 43번지 유령 저택'은 네티즌 수사대들도 절대 찾을 수 없는, 듣도 보도 못한 곳에 있지만 반드시 주소를 기억해야 한다. 이곳에서는 편지로만 의사소통을 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스마트폰으로 침을 튀겨 가며 독설을 내뱉지 않는다. 하고 싶은 말을 편지에 고스란히 담아낸다. 글을 쓰는 동안 자신을 돌아보고, 하고 싶은 말을 간결하게 다듬으며 상대방을 떠올린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독설을 더 빠르게 내뱉는 속도가 아니라 편지를 쓰는 동안의 여유가 아닐까.


편지에 담긴 진정성이 닫힌 마음을 여는 키워드였다. 부루퉁도 편지를 주고받으며 자신을 가둔 단단한 벽을 허물게 된다. 그 벽은 창작의 열정을 막는 방해물이었다. 자유로운 상상력을 회복한 부루퉁은 올드미스의 존재를 인정해 같이 글을 쓰고, 드리미는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그들이 출간한 책은 큰 인기를 얻는다. 유령 저택에서 세 사람은 진짜 가족이 된다.


세 사람이 세대 간의 장벽을 허물고 의기투합하는 모습에서 가슴이 뭉클해진다. 세대 갈등이 한국 사회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막는다고 지적하는 사람이 많다. 나이의 장벽에 막혀 젊은이들의 열정과 어르신들이 연륜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지만 '43번지 유령 저택'에서 세 사람은 성별과 나이, 신분을 뛰어넘어 자신들의 역량을 작품에 쏟아 낸다. 그들은 4, 5, 6학년 어린이를 비롯해 사십 대 아줌마, 오십 대 아저씨, 육십 대 할아버지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그래서 시리즈 이름이 '456 Book클럽'이다. 어린이책은 '어린이'만 읽는다는 고정 관념을 시원하게 날려 버린 좋은 작품을 오랜만에 만났다. 거기에 묵직한 주제를 충실하게 떠받드는 깨알 같은 재미와 익살스러운 그림이 거부할 수 없는 매력, 이쯤 되면 '폭풍 마력'으로 다가온다.


어쩌면 이 작품의 진짜 주인공은 '유령 저택'이 아닐까도 싶다. 공간의 의미에 대해 작가는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원룸과 조붓한 아파트, 고시원이 널리 퍼진 지금, 우리는 자신만의 공간을 확보하지 못했다. 혼자 울고, 떠들고, 소리 지르고 싶어도 감정을 해소할 곳이 없다. 하지만 세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방'이 있고, 그곳에서 힘을 합쳐 새로운 희망을 발견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마음속에 조그마한 유령 저택을 지었다. 그곳에서 나는 번잡한 사회에서 조금 비껴 서 내 자신과 마주하며, 세상을 찬찬히 돌아볼 것이다. 그리고 틈틈이 누군가에게 정성스레 편지를 쓰고 싶다. - 문부일(아동청소년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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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석맘 2013-01-18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제 조카가 상위5%가 되는 수학만화책을 재밌게 읽는것을 보아서 책을 한권더 사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책이 적당한것 같네요. 재밌어 보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