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책 작가 문부일 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10월의 좋은 어린이 책, <43번지 유령 저택 1>의 추천글입니다.
유명한 어린이책 작가인 부루퉁 B. 그럼플리, 집주인의 아들인 드리미 호프, 유령 올드미스 C. 스푸키. 이 '겁나게' 직설적인 세 사람이 '43번지 유령 저택'에서 섬뜩한 동거를 시작한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세 사람은 예상대로 삐걱대지만, 이 아름답지 못한 동거는 숙명이고 운명이고 필연이다. 그들은 깊은 상처 때문에 유령 저택에 스스로를 유폐시켰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부루퉁은 사랑의 아픔이 있고, 드리미는 부모로부터 버림받았다. 작가를 꿈꾸던 올드미스는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로 출판사에 수없이 거절당했다.
'겁나라 시 으슥한 공동묘지 길 43번지 유령 저택'은 네티즌 수사대들도 절대 찾을 수 없는, 듣도 보도 못한 곳에 있지만 반드시 주소를 기억해야 한다. 이곳에서는 편지로만 의사소통을 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스마트폰으로 침을 튀겨 가며 독설을 내뱉지 않는다. 하고 싶은 말을 편지에 고스란히 담아낸다. 글을 쓰는 동안 자신을 돌아보고, 하고 싶은 말을 간결하게 다듬으며 상대방을 떠올린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독설을 더 빠르게 내뱉는 속도가 아니라 편지를 쓰는 동안의 여유가 아닐까.
편지에 담긴 진정성이 닫힌 마음을 여는 키워드였다. 부루퉁도 편지를 주고받으며 자신을 가둔 단단한 벽을 허물게 된다. 그 벽은 창작의 열정을 막는 방해물이었다. 자유로운 상상력을 회복한 부루퉁은 올드미스의 존재를 인정해 같이 글을 쓰고, 드리미는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그들이 출간한 책은 큰 인기를 얻는다. 유령 저택에서 세 사람은 진짜 가족이 된다.
세 사람이 세대 간의 장벽을 허물고 의기투합하는 모습에서 가슴이 뭉클해진다. 세대 갈등이 한국 사회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막는다고 지적하는 사람이 많다. 나이의 장벽에 막혀 젊은이들의 열정과 어르신들이 연륜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지만 '43번지 유령 저택'에서 세 사람은 성별과 나이, 신분을 뛰어넘어 자신들의 역량을 작품에 쏟아 낸다. 그들은 4, 5, 6학년 어린이를 비롯해 사십 대 아줌마, 오십 대 아저씨, 육십 대 할아버지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그래서 시리즈 이름이 '456 Book클럽'이다. 어린이책은 '어린이'만 읽는다는 고정 관념을 시원하게 날려 버린 좋은 작품을 오랜만에 만났다. 거기에 묵직한 주제를 충실하게 떠받드는 깨알 같은 재미와 익살스러운 그림이 거부할 수 없는 매력, 이쯤 되면 '폭풍 마력'으로 다가온다.
어쩌면 이 작품의 진짜 주인공은 '유령 저택'이 아닐까도 싶다. 공간의 의미에 대해 작가는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원룸과 조붓한 아파트, 고시원이 널리 퍼진 지금, 우리는 자신만의 공간을 확보하지 못했다. 혼자 울고, 떠들고, 소리 지르고 싶어도 감정을 해소할 곳이 없다. 하지만 세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방'이 있고, 그곳에서 힘을 합쳐 새로운 희망을 발견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마음속에 조그마한 유령 저택을 지었다. 그곳에서 나는 번잡한 사회에서 조금 비껴 서 내 자신과 마주하며, 세상을 찬찬히 돌아볼 것이다. 그리고 틈틈이 누군가에게 정성스레 편지를 쓰고 싶다. - 문부일(아동청소년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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