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천국 창비시선 318
이영광 지음 / 창비 / 201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눈물이 는다. 삶의 양을 정하는 누군가가 눈물의 양은 정해 놓지 않아서, 눈물은 무한정 는다. 어떤 시간은 떠올리는 순간 목이 메고, 어떤 이름은 듣자마자 눈시울이 젖는다. 세상엔 눈물이 참 많이도 있는데, 어떤 눈물은 사랑에 매여 있고, 또 어떤 눈물은 사람을 따라 온다. 그러다보니 큰 눈물은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도착한다. 울고 울어도 마르지 않는 울음이 있다. 보이지 않게 되고 들리지 않게 될 뿐, 안으로 안으로 흘러 내 눈에만 보이고 들리는 눈물이 있다. 미안. 원망의 눈물보다 미안의 눈물이 오래 흐른다. 거세지는 않아도 끈질기게 흐른다. 모두 다 썰물처럼 물러간 자리에 미안함은 소금처럼 남는다. 소금처럼 빛난다. 오래 보면 눈이 따갑다. 이내 눈물이 고인다. 그래도 가끔 아름답다. 미안을 생각하는 사람은 눈이 맑다. 눈물이 씻은 눈이 선하다. 미안未安은 편하지 않다고 쓴다. 그러나 지나간 사랑을 생각할 때, 어쩌면 미안은 아름다운 눈美眼이라고 써도 좋겠다. 아름다운 시라고 써도 좋겠다.


 울음은 어디에서 오는가, 불이 들어가서 태우는 몸

 네 사랑이 너를 탈출하지 못하는 첨단의 눈시울이

 돌연 젖는다 나는 벽처럼 어두워져

 아, 불은 저렇게 우는구나, 생각한다.

 따로 앉은 사랑 앞에서 죄인을 면할 길이 있으랴만,

 얼굴을 감싸쥔 몸은 기실 순결하고 드높은 영혼의 성채

 울어야 할 때 울고 타야 할 때 타는 떳떳한 파산

 나는 불속으로 아니 걸어들어갈 수 없다.

 사랑이 아니므로, 함께 벌받을 자격이 없다.

 

 <사랑의 미안> 부분




2


지나온 기억 속에, 손 한번 마음 놓고 잡기가 힘들었던 사람 하나 없었다면 놓쳤을 감정들을 헤아려 본다. 그때 그 사람의 손을 잡기 위해 억지로 끌어다 붙인 퍽 유치했던 이유들과, 그 이유들로 인해 조금은 붉어졌을 내 얼굴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선히 손을 내 주었던 그 사람의 얼굴을 떠올린다. 늘 내가 먼저 달라 하고 빼앗듯 잡았던 그 손을 먼저 내밀어 내 손을 잡아 주던 밤을 또렷이 기억한다. 그 뒤로도 많은 일들을 함께 쌓아올렸지만, 가장 선명한 기억은 먼저 다가오던 그 작고 따스한 손이다. 나는 속으로 그것을 사랑이라고 불렀다. 끝내는 함께 쌓아올린 것들이 한 줌 한 줌 쓸려나가고 무너졌지만, 그리고 돌아서서 우리가 나눈 것이 사랑이 아니었고 또 사랑이어서도 안 된다고 세차게 부인했지만, 그 밤, 꼭 그 밤만큼은, 그 사람이 먼저 내밀어 잡아줬던 손에 든 것은 사랑이 아니었을 수도 있지만, 맞잡은 내 마음 속에 그 밤만큼은 사랑이 없었다고 말할 수 없겠다. 나빴다면 나쁜 사랑이었겠고, 더러웠다면 더러운 사랑이었겠지만, 사랑이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겠다. 그 밤은 이제 다시는 빠져나올 수 없는 공간이 되어 나를 삼켰고, 그래서 많은 것을 이제 혼자 감당해야 하고, 어쩌면 혼자 감당해야 해서 서글프게 다행이기도 하지만.


 먼 훗날 당신이 아파지면

 우리가 맨발로 걷던

 비자림을 생각하겠어요

 제주도 보리밥에 깜짝 놀란

 당신이 느닷없이 사색이 되어

 수풀 속에 들어가 엉덩이를 내리면,

 나는 그 길섶 지키고 서서

 산지기 같은 얼굴로

 오가는 사람들을 노려봤지요

 비자림이 당신 냄샐 감춰주는 동안

 나는 당신이, 마음보다 더 깊은

 몸속의 어둠 몸속의 늪 몸속의 내실(內室)에

 날 들여 세워두었다 생각했지요

 당신 속에는, 맨발로 함께 거닐어도

 나 혼자만 들어가본 곳이 있지요

 나 혼자선 나올 수 없는 곳이 있지요

 먼 훗날 당신이 아파지면

 웃다가 눈물 나던 비자림을 찾겠어요 


 <기우> 전문




3


불이라 생각했던 것이 물이었고, 물이라 생각했던 것이 지나고 나면 불이었던, 오래 지나고 보면 참 많이 몰랐던, 그러고도 너는 내가 잘 알아, 나는 내가 잘 알아, 탕탕 큰소리나 쳤던, 사랑이 물에 빠졌는데 불을 끄려하고, 불에 타고 있는데 허우적거리던, 너는 너무 뜨겁다며 되려 뜨겁게 화내고, 너는 너무 차갑다며 훨씬 차갑게 돌아서던, 백지 위에다 이름점을 쳐보며 왜 네가 더 사랑하나며, 왜 내가 더 사랑하냐며 서로 투덜댔지만 실제로 누가 더 사랑하는지는 오리무중이던, 물처럼 불을 끄기 바쁘고, 불처럼 물을 흩어놓기 바쁘던, 안으면 안을수록 텁텁한 증기로만 증발하던, 내가 물일 때 하필 너는 불이고, 내가 불일때면 꼭 너는 물이던, 그래서 내심 우리는 안 될 거라고도 믿었던,


그러나 돌아보면, 그건 그대로 괜찮을 수도 있었던, 다만 어리석은 불과 어리석은 물이었기에 벌어졌던, 그저 서로의 주파수와 주기를 맞출 줄 알았다면 다정하게 공전할 수 있었던, 불이라도 좋았고 물이라도 즣을 수 있었던, 타 죽어도 그만이고 빠져 죽어도 나쁠 것 없었던, 그저 서로를 지긋이 바라보는 눈길이 조금씩 더 필요했던, 모자란 건 단지 그 뿐이었던, 찬란이 부족해도 그저 한 뼘만 부족했던, 찬란했던, 찬란했던,


 1억 5천만 킬로미터를 날아온 불도 엄연한 불인데

 햇빛은 강물에 닿아도 꺼지질 않네

 물의 속살에 젖자 활활 더 잘 타네

 물이 키운 듯 불이 키운 듯한 버드나무 그늘에 기대어

 나는 불인 듯 물인 듯도 한 한 사랑을 침울히 생각는데

 그 사랑으 다음 생까지 운구할 길 찾고 있는데

 빨간 알몸을 내놓고

 아이들은 한나절 물속에서 마음껏 불타네

 누구도 갑자기 사라지지 않네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것이,

 저렇게 미치는 것이 옳겠지

 저 물결 다 놓아보내주고도 여전한 수량

 태우고 적시면서도 뜯어말릴 수 없는 한몸이라면

 애써 물불을 가려 무엇하랴

 저 찬란 아득히 흘러가서도 한사코 찬란이라면

 빠져 죽는 타서 죽는,

 물불을 가려 무엇하려


 <물불> 전문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prenown 2017-10-20 23: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yo님이 가을을 타긴 타는 모양이네요..눈물도 많아지고, 사랑도 그립고..저는 눈물이 많이 필요해요. 가을되면 눈이 건조해져서 인공눈물.
울음이 많은 위 글을 읽으니 갑자기 청산별곡이 생각나네요.. 울어라,울어라 새여. 자고 닐어 울어라 새여. 널라와 시름한 나도 자고 닐어 우니노라..syo님, 울더라도 너무 오래 울지는 마세요!

syo 2017-10-21 06:30   좋아요 1 | URL
눈물바람 난 건 나이가 들어서.....ㅎㅎㅎㅎ

감사합니다. 가을을 타긴 타나본데, 신나게 가을 타다가 내려야겠어요. 어차피 가을은 짧은데요 뭐.

서니데이 2017-10-21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엔 그리운 사람이 있으신가요.
지나고 나면 남은 것은 기억뿐이고 하지만, 오래 꺼내보지 않으면 기억도 많이 지워지더라구요.
좋은 것이거나, 그렇지 않은 것이거나.
syo님,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syo 2017-10-21 06:32   좋아요 1 | URL
그리운 사람이야 사시사철 있지요 ㅎㅎㅎ 꺼내보면 좋은 기억도 많아서 꺼내볼만 하고 그래요^^
서니데이님도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사실, 발단은 마르크스였다. 


자본론을 읽기 시작했다. 읽어졌다. 읽어져야지. 먹은 입문서가 몇 권인데. 한 꼭지를 읽고 책을 덮은 다음, 자 이제 한 번 써볼까. 써졌다. 그럼, 써져야지. 제낀 개론서가 한 박스다. 다 쓰고 읽어봤다. 응? 그것은 syo가 여지껏 읽어 본 글 중 가장 형편없는 글이었다. 뭐냐하면, 그냥 글. 이 글은 무슨 글입니까 하고 물으면, 한글이요, 라고밖에 대답할 수 없는 그저 글자들의 집합. 세상에서 제일 못 쓴 자본론 입문서보다 더 못난 글이 여기 있네? 


며칠을 끙끙 앓았다. 나의 독서는 뭐지? 읽을 수 있고 쓸 수 있으나, 정작 읽을 수 없는 글을 쓰거나 읽을 수 있는 글을 못 쓰는 독서. 자연히 쓰는 것도 읽는 것도 지치고 세상 만사가 다 귀찮아졌다. 독서판을 떠날까 잠깐 고민해 보았으나, 돌아보니 여기가 이미 벼랑끝인 걸 가긴 어딜 가.


돌아보면, 이건 옛날에 이미 관측이 가능한 결말이었다. 4학년 1학기를 마쳐갈 때쯤 지도교수님을 찾아갔던 일이다.


교수님, 유학가고 싶어요. 어디로. 교수님 박사하셨던 학교요. 거기 좋지. 네. 근데? 추천서 좀 써주세요. 교수님은 말이 없었다. syo는 식어가는 커피잔을 바라보며 조용히 기다렸다. 학점 관리는 잘 했냐. 네, 저 4점 넘어요. GRE는. 그거 할라고 들면 얼마 안 걸린다고 교수님이 그러셨는데요. 내가? 네. 다시 교수님은 말이 없었다. 커피는 이미 싸늘히 식어 있었다. 넌, 어렵다. 왜요, 저 학점도 좋은데. 넌 학점은 좋지만 깊이가 없어. 네? 넌 학점은 좋은데 깊이가 없다고. 깊이가 뭔데요. 너 지난 학기 때 뭐하고 돌아다녔었냐. 영화..... 그래서 그거 찍었냐? 아뇨, 각본만 하고 전 중간에 나왔죠. 너 이번 학기에는 뭐 한다고 그랬냐. 게임 제작...... 그래서 그거 만들었냐? 아뇨, 막판에 팀이 해체되는 바람에..... 그래서 넌 안 되는 거야, 넌 한 가지에 집중을 못하고, 맨날 일만 벌려 놓기 바쁘지 뭐 성과가 없잖아, 뭔가 하나 하다가도 금방 딴 데 한눈 팔고 그러잖아, 맞아 아냐. ......맞습니다. 그래서 넌, 유학 글렀어, 너한테 추천서 안 써줘. 네...... 그러니까 그냥 우리 랩실 와. 네.....네? 우리 연구실 오라고. 교수님, 전 학점은 좋지만 깊이가 없어서 어렵겠는데요. 아냐, 넌 깊이는 없지만 학점은 좋아서 괜찮아.


결국 유학도 못가고 대신 군대를 갔다. 늘상 이런 식이었다. 대학을 5년 다녔으나 일군 것은 하나도 없고 졸업과 동시에 입대. 군대에서 꿀보직을 받아 시간이 꿀처럼 흘렀으나 역시 일군 것은 하나도 없고 제대. 제 버릇 개나 좀 주지 그걸 못 주고 제대 후에도 이리 기웃 저리 기웃거리기만 하다 결국 자리를 잡지 못하고 현재 실업자 통계에 일조 중. 이런 처참한 인생이 결국은 다 선택과 집중을 할 줄 모르는 데서 비롯되었다는 진단이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마르크스야 그렇다 치고, 뜬금없이 리영희에 루쉰에......


겉보기엔 유익한 다독 욕심 뒤에 숨어 있는 마음이 어떻게 생겨먹었나 한참을 들여다 봤다. 많이 읽으려는 욕심은 많이 가지려는 욕심과 똑 닮아 있었다. 많이 가지려는 갈증이 얼굴을 바꾸어 많이 읽으려는 욕심으로 나타난 것이다. syo는 돈이 없으므로, 곳간에 쌀가마니를 쌓는 대신 두뇌에 정보가마니를 채워놓으려 했던 것이다. 그리고 또, 병신이 되고 싶지 않았다. 겉으로는 아닌척 해도 이 나이 먹도록 이룬 것 하나 없는 백수라는 것이 못내 부끄러웠던 거라, 비록 가진 건 없지만 든 건 많으므로 나는 그렇게 후진 사람이 아니라며 스스로의 자존심에 아까징끼를 쳐바르고 살았던 것이다. 아이고, syo야, syo야. 그게 더 쪽팔리는 거야......아이고, 임마.



171011-171019 33권


문학 6권


1. 남아 있는 나날

: 남아 있는 이시구로의 책들이 이미 읽은 책들보다 더 많다는 사실이 행복하다.


2. 위로받지 못한 사람들 1

3. 위로받지 못한 사람들 2

: 그 행복감이 사라지고 두려움이 그 자리에 들어섰다. 이시구로, 이러지 마세요. 랜덤으로 책을 펼쳐서 한 챕터씩 읽으나 그냥 읽으나 별 차이 없는 책을 만들다니.


4. 시인의 사물들

: 시인. 한 때는 목말랐으나 이제는 추억 속에 못박아 넣고 먼지만 맞히는데도 아쉬움조차 가물거리는 희미한 그 이름.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이름.


5. 아픈 천국

: 우리가 몸을 잃고 떠도는 유령이라면, 체온을 만나기 위해 세상을 헤매는 괴물이라면, 차라리 서로의 시체를 서로의 가슴에 묻고, 물처럼 불처럼 찬란히 사랑하다 빠져 죽고 타서 죽어도 좋겠다.


6. 우리가 고아였을 때

: K.O.를 노리지 않는 이시구로의 문장. 한 방 없이 이야기를 축적해가는 영리한 전략.




철학 9권


7. 아미엥에서의 주장

: <이데올로기와 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 하나를 꼼꼼히 읽을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다. 번역은 그냥 그런 것 같다.


8. 마르크스주의 철학 입문

: 뭐지, 이 괴물 같은 사람은.거의 세상 모든 학자들의 말을 벽돌로 써서 마르크스주의 철학이라는 집을 지으려 시도한다. 신기하나 산만하다.


9. 에리히 프롬, 마르크스를 말하다

: 그러니까, <경제학-철학 수고>와 <독일 이데올로기>를 열심히 읽으라는 말씀이시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요.


10. 푸코에게 역사의 문법을 배우다

: 선선히 읽어 나갈 수 있는 푸코와 역사. 밀도는 낮다.


11. 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잠을 잔다

: 이 책의 제목이야말로 <철학하는 여자는 강하다> 같다. 강신주 네 이놈, 여성철학자가 어쩌고 어째? 하는 책이다.


12. 현재의 역사가 미셸 푸코

: 결국 마지막에는 푸코로 푸코를 죽여야 한다. 그말은 곧, 이미 나보다 앞선 많은 사람들이 푸코를 휘둘러 푸코를 죽여놨음을 의미한다. 푸코는 에이즈로 죽었지만 푸코의 철학은 푸코의 철학 때문에 죽었다. 근데 그 철학의 시체가 아직도 다른 말들을 죽이는 데 너무 유용하다.


13. 철학이 필요한 시간

: 철학이 쉬운 건 줄 알았다. 크게 속았다. 


14. 제 2의 성 

: 원전을 읽을 거라면 큰 의미가 없는 평이한 요약서.


15. 흐름으로 읽는 프랑스 현대 사상사

: 좋은 책이다, 이해가 쉽고 설명이 훌륭하다, 이런 평들을 올리시는 분들 참 부럽습니다. 내가 조금이라도 아는 철학자들에 관해서는 동의하는 바가 있는데, 배경지식이 없는 부분은 거의 이해가 잘 안 된다.....




읽기 / 쓰기 7권


16. 우리는 모두 저자가 되어야 한다

: 시키는 대로 하면 나도 막, 막, 저자가 될 수 있을 것 같고 막, 막, 그렇다.


17. 집 나간 책

: 정말 부럽다. 얼굴 빼고 모든 것을 다 가진 당신.


18. 새벽 2시, 페소아를 만나다

: 잘 쓴 알라딘 서재글 같은 책. 그러나 한 건의 실수 때문에 진정성에 살짜쿵 금이 갔다.


19. 글 잘 쓰는 독종이 살아남는다

: 분명 도움은 된다, 되는데, 왜 90%는 똑같은 말로 채워진 책들을 자꾸자꾸 찍어내냐고.


20. 고전과 인생 그리고 봄여름가을겨울

: 많이 읽는 사람들의 글은 각기 참 다르다. 자신의 것을 만드는 데는 쓰기와 읽기가 넉넉히 필요하다.


21. 문학은 노래다

: 도저히 이유를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책이 묻혔으므로, syo의 책 같은 건 태어나기도 전에 묻힌 셈이다.


22. 10권을 읽고 1000권의 효과를 얻는 책 읽기 기술

: 비록 제목은 낚시지만 내용은 충분히 가치있다. 그러니까 syo처럼 읽는 놈들을 나무라는 책인데, 옳다. 느끼는 바가 많다.




인물 5권


23. 리영희를 함께 읽다

: 스승을 만나러 처음 떠나는 길. 좋은 책이지만 사실은 아무 배경지식 없이 읽기에 적합하지는 않은 듯.


24. 한국 현대사의 길잡이 리영희

: 역시 강준만 선생님 스타일. 자료 인용, 자료 인용. 솔직히 방법론적으로 보면 리영희 선생님 다음 자리는 강준만 선생님이라 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


25. 리영희 평전

: 딱 이 책까지 읽는 순간, 이제 리영희 선생님의 책을 바로 읽어도 되겠다는 감이 왔다.


26. 역정 

: 자전인데 평전보다 나은 경우가 흔치 않다. 이 경우가 그 경우다.


27. 루쉰 그림 전기

: 참신하지만 장면을 위주로 서술하다보니 흐름이 끊기는 느낌이다. 그럼 재미가 덜한 법이다.




그 외 6권


28. 프랑스 혁명

: 장난하나..... 아무리 입문이고 총서라지만 역사서 쓰는 데는 자격이 필요한 법이다. 피해자 코스프레를 해? 동아시아가 노려보고 있다, 이 영감아.


29. 시사인 525-526

: 손석희 만쉐. 뉴스룸 만쉐. 뉴스공장 대박.


30. 언어 공부

: 언어학 책 주제에(?) 왜 딱딱하지 못하고 웃기는 거야. 니가 이렇게 웃기면 정작 웃겨야 될 다른 책들은 어떡하라고.


31. 엄마는 페미니스트

: 번역된 가즈오 이시구로의 전작을 다 읽고 다음 작가를 찾던 중 이 책을 펼쳤다. 다음이 결정되었다.


32. 글 쓰는 여자의 공간

: 읽고 쓰기가 지겹다는 생각은 읽고 쓰려면 언제든 그럴 수 있는 여유덕에 생겨나는 비만 같은 증상임을 알아채고 나니 슬럼프가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33. 그림 읽는 시간

: 사소하다. 그냥 한 번 피식 웃고 말 책. 





아무튼 그리하여 이런 모자란 짓은 오늘로 땡. 내일부터는 적게, 그리고 깊이 읽는 법을, 그러니까 집중해서 사는 방법을 연마해야겠다. 책탑은 무너졌다.




댓글(19) 먼댓글(0) 좋아요(5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prenown 2017-10-19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많은 책을 읽어내는 쇼님의 눈을 존경하면서 이 긴글을 읽다가 잃어버린 제 눈을 찾아야 할 것아요.. 오른쪽 눈알이 빠진것 같은 데 왼쪽으로 구르는 것 같아요... 찾아서 다시 집어넣으면 내일 다시 쇼님의 글을 포함해서 알라디너님의 좋은 글 읽겠습니다...이만!

syo 2017-10-19 21:24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 웃겨라.

좋은 밤 되세요. sprenown님!!

독서괭 2017-10-19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하심 교수님...-_-^
독서에 의미와 목적을 부여하는 것도 좋지만, 그냥 그 자체로 즐기는 게 가장 좋은 거 아닐까요. syo님은 이미 충분히 즐기고 계신 것 같은데요^^

syo 2017-10-19 21:26   좋아요 0 | URL
원래 학생들 다른 대학원 안보내고 붙잡으려고 그래요 ㅎㅎㅎ 대학원은 다들 학부보다 더 좋은데로 지원하거든요 ㅎ

sprenown 2017-10-19 21: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아, 간신히 오른쪽 눈알을 찾았는데, 넣기전에 왼쪽 눈알이 다시 빠지네요..오늘 왠 지랄이야..

다락방 2017-10-19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좋은 글이고 너무나 귀엽습니다 쇼님 ❤️

syo 2017-10-19 22:04   좋아요 0 | URL
어느 포인트가 귀여우셨을까요 ㅎㅎㅎㅎ 감사합니다. 귀여움이 세상을 구원할거예요.

AgalmA 2017-10-20 0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펭귄 클래식판 <공산당 선언> 읽으니 엥겔스와 마르크스가 <독일이데올로기>에 왜 그렇게 열 올리며 집중했는지 이해 됐어요. 하지만 난 <독일이데올로기>책은 없지-,.-....<경제학-철학 수고> 좋다는 말 하도 들어서 준비는 해 놓았으나 언제 읽을지;;; 다들 노벨문학상 받은 이시구로만 관심주고 노벨물리학상 받은 킵손한텐 너무 관심 없어서 저는 그쪽으로 가기로ㅋㅋ 책청개구리~우후후

syo 2017-10-20 07:18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물리는 어려우니까요!! 일년에 평균 한두 권 읽는다는데 킵손은 부담이 크다..... AgalmA님이 읽고 좋은 리뷰해주시면 저도 꼽사리낄래요.

psyche 2017-10-20 0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저의 마음 탓인지 쇼님 글 읽으면서 울컥했네요. 나는 뭔가 나는 왜 읽나 하면서요.

syo 2017-10-20 07:1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왜 읽는 걸까요 이 험한 세상에ㅠ

cyrus 2017-10-20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쉰’하니까 ‘루쉰P’라는 닉네임의 알라디너가 생각나는군요. 그분도 책을 열심히 읽었고, 정성을 담아서 리뷰를 썼습니다. 루쉰P님이 마지막으로 쓴 글이 <루쉰 전집> 리뷰였어요. 그 이후로 활동이 뜸해요.

syo 2017-10-20 16:05   좋아요 0 | URL
기억납니다. 제 서재에도 댓글 한번 남기셨습니다. 눈탱이 밤탱이 된 주성치 사진을 프로필 이미지로 쓰셨지요.

캐모마일 2017-10-20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6. 역정 과 30. 언어공부 읽어보고 싶네요. 소개 감사드립니다.

syo 2017-10-20 16:05   좋아요 1 | URL
별 말씀을요. 즐거운 독서 되세요 캐모마일님^^

블랙겟타 2017-10-20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님의 정성스런 글은 늘 잘 읽고 있습니다. ^^

syo 2017-10-20 16:43   좋아요 0 | URL
ㅎㅎ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뿌듯합니다. 그렇지만 과연 정성스런 글인지는 좀 더 반성해보겠습니다....

블랙겟타 2017-10-20 16:54   좋아요 0 | URL
계속 정성스런 글을 써주십사하는 무언의 압박입니ㄷ....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에요 충분히 좋은 글 써주시고 계세요 ㅋㅋㅋ

syo 2017-10-20 16:56   좋아요 0 | URL
앜ㅋㅋㅋㅋㅋ
 


1


마르크스는 러시아어로 된 통계자료들을 읽기 위해 러시아어를 공부했다. 6개월쯤 지나자 러시아 문학 비평이 가능했다고 한다. 그게 그가 구사하는 몇 번째 외국어더라. 리영희 선생님은 영어 일어 프랑스어를 할 줄 아는 상태에서, 우리 나라를 에둘러 비판하기 위하여 중국 연구에 뜻을 품었고 이내 중국어를 정복했다. 루쉰은 일본어를 모르는 상태로 일본에 건너갔고, 공부를 마치고 돌아올 때쯤에는 쥘 베른, 『톰 아저씨의 오두막』을 비롯해 각종 서구의 문학작품과 과학서 등을 직접 번역했다고 한다.


전기문학은 이런 점이 사람을 빡치게 만든다. 위대한 사람에 대한 찬탄은 혼자서 오는 법이 없고, 항상 나 자신에 대한 초라함과 손잡고 온다. 어디서나 당당하게 책을 좋아한다, 읽는 일이 인생의 큰 축이다, 독서만세만만세를 떠들고 다니지만, 만약 syo가 정말 읽는 일을 사랑한다면 저만한 열정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읽기 위해 새로운 언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일. 한 번쯤은 그런 경험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조금쯤 어깨를 펴고, 내가 독서가요 하고 나댈 수 있는 것은 아닐까?






2


읽는다는 것이 감당이 안 되고 그 갈래갈래가 너무 벅차서 누구라도 나타나 방향을 좀 짚어주었으면 할 때가 많다. 그 책을 읽었다면 다음에는 이 책이 좋겠네. 이 책은 이렇게 말하지만 저 책은 저렇게 말하지. 아니, 자넨 아직도 그 책을 읽지 못했단 말인가. 이런 말들이 소중하다. 이런 말들을 해 줄 사람이 귀하다. 코를 쳐박고 마구잡이로 읽고 잊기를 반복하다가 고개를 들어 무한히 많은 책들과 마주칠 때의 그 막막함. 나는 너무나 작구나. 읽는 것의 의미를 모르겠구나. 한 치도 모르겠구나. 이런 무의미를 반복해야 할 의미를 도저히 모르겠구나. 피에르 바야르의 말은 가깝고 고미숙 선생님의 말은 멀다. 카프카의 말로 또 하루 더 읽어야겠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책들 앞에서? 아무리 일생을 바쳐 거듭 시도해보아야 영원히 모르는 책으로 남게 될 그 책들을 생각한다면 모든 독서가 그저 헛되기만 하다는 생각을 어찌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_ 피에르 바야르,『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르헤스는 말한다. 세상은 책이고, 우주는 도서관리라고. 이반 일리치는 말한다. 모든 자연은 의미을 잉태하고 있으며, 고로 자연 자체가 책이라고. 그렇다면 인생이란 무엇인가? 아주 간단하다. 읽기요 쓰기다!(정화스님) 생명은 쉼 없이 읽는다. 우주와 자연, 세상이라는 텍스트를. 읽었으면 써야 한다. 사유와 행동과 언어 등등, 삶의 모든 과정이 글쓰기에 해당한다. 읽고 쓰고, 또 쓰고 읽고.... 이것이 바로 생명활동의 기본이다.

_ 고미숙,『고전과 인생 그리고 봄여름가을겨울』



네가 평지를 간다고 치고, 그렇게 가려는 소망을 가졌는데도 뒷걸음을 친다면 그것은 절망적인 일일 터다. 그러나 너는 가파른, 너 자신이 발밑부터 보일 만큼 가파른 비탈을 기어오르므로, 뒷걸음질은 오로지 지형 때문에 야기되었을 수도 있느니만큼, 너는 절망하지 않아도 된다.

_ 프란츠 카프카,「죄와 고통, 희망 그리고 진정한 길에 대한 성찰」




3


조울조울 하는구만. 한번 더 힘 냅시다. 힘들다고 죽을 것도 아니고, 헤맨다고 안 읽을 것도 아니잖아요. 천천히 한 발씩. 뚝심 있게.



나보다 모든 면에서 갖추어지고 우월한 입장에 서 있는 동료와 선후배들 속에서 직업적으로 대성하려면, 자신의 부족을 겸허하게 시인하고 실직(實直)한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한다. 선천적으로 두뇌가 떨어지고 학교에서 배운 것이 이질적이고 부족한 사람으로서는 직업생활에서 성급히 굴지 말고 오로지 진지한 노력으로 보완해 나가야 한다. 빠르기로 말하면, 아첨하고 술수를 부리고 가식을 꾸며서 임기응변으로 세상사를 매끈하게 헤쳐나가는 재주 이상 없겠지. 그러나 모든 사람이 우둔하지 않은 한, 그 '재주'는 조만간 드러나게 마련이다. 또 모든사람이 그런 술수에 능한 이 사회에서 교지(巧智)의 경쟁에서 이긴다는 것은 더욱이 어려운 일이다. 참된 인간적 삶도 아니다. 차라리 부족한 대로, 둔한 대로, 성실껏 노력하고 곧게 삶만 못하다. 

_ 리영희,『역정』



댓글(8) 먼댓글(0) 좋아요(3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7-10-18 2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18 2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18 2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18 2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이 2017-10-19 0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크크크크 요즘 syo님 글 읽는 맛으로 북플 자주 들어와요. 초라한 저는 러시아어 배우고싶다~ 요즘 그러는데 아무래도 시작도 못할듯 싶어요~

syo 2017-10-18 23:28   좋아요 1 | URL
부끄럽습니다.
그러고 보니, 야나님이 여러가지 외국어를 공부하시는 거 종종 야나님 서재에서 목격하곤 했었네요. 러시아어까지 도전하십니까. 저한테 부족한 열정이 다 어디갔나 했더니.....

아무개 2017-10-19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한해는 이러저러 일들이 많아 책을 거의 못읽었지만,
늘 독서의 깊이와 넓이에 대해서 고민스러워요.
말씀처럼 좀 독기를 품고 읽어야 하는데 그저 시간때우기로 읽고 있으니 한심할 뿐이네요.

syo님 글은 읽을때마다 미소지어져요^^

syo 2017-10-19 12:06   좋아요 0 | URL
그러고보면 벌써 올해도 서산으로 뉘엇뉘엇 하네요. 뭐 했다고....

syo같은 비직업 독자도 읽기가 이렇게 어렵고 벅찬데, 프로들은 얼마나 힘들까요.

별 것도 못 되는 글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엄마는 페미니스트 

치마만다 응고지 아다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 민음사 / 2017


사실, 가시적으로 드러날 만큼 세상을 바꾸는 데 두꺼운 책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읽는 이의 마음이 열려 있다면, 아주 얇은 책, 심지어 한 줄의 글을 통해서라도 세상은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복잡하고 어려운 이론은 물론 필요하다. 복잡하고 어려운 상대를 만났을 때 휘둘러야 하니까. 세상엔 오직 이성만을 말하고, 본인이 생각하는 초월적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서라면 다소의 신음소리 정도는 무시할 수 있으며, 직접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이가 눈 앞에 있는데도 스스로 자신에게 쥐어준 논리와 객관의 밧줄을 휘둘러 아픈 이를 담론의 영역으로 끌고 나오지 않고서는 못 배기는 사람들이 있다. 복잡한 이론은 결국 그들을 상대하기 위해 존재하는데, 사실 그다지 큰 의미는 없다. 담론의 전장에서 싸우고 싶어하는 사람은 결코 설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종류의 가치 토론을 지켜보며 syo가 발견한 아이러니는, 결코 자신의 견해를 바꾸지 않을 사람일수록 토론하자고 외치고, 결코 타인의 비판을 수용하지 않을 사람일수록 자신의 말을 정당한 비판으로 포장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얇고 가볍다. 그러나 딱 이 책이 이야기하는 정도만 우리 모두의 상식이 된다해도 세상이 많이 아름다워질 두껍고 무거운 책이기도 하다. syo는 멍청하고 아는 것이 없어서 담론의 전장에서는 그저 학살당하는 양민일 뿐이다. 그러나 그런 담론이 세상을 바꾸는 결정적인 한방이라고 믿지 않기 때문에, 담론판의 관우 장비 조자룡들이 창 휘두르듯 자신의 지식을 뽐내어 상대를 쓰러뜨리는 모습이 syo의 눈에는 하나도 멋있거나 설득적이지 않다. 


그냥 여기 쯤. syo가 있는 곳.






철학이 필요한 시간

강신주 지음 / 사계절 / 2011


어쩐지 책팔이 노선에 흥미를 보이는 것 같은 행보도, 입방정 구설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나저러나 syo는 결국 강신주의 책을 읽는다. 그리고 매번 속는다. 철학이 쉬운 거라고. 조금만 눈을 돌리면 바로 우리 곁에 항상 철학이 있어요. 능청능청. 과일 가게에서 잘라주는 수박 귀퉁이 같은 책이다. 그러니까 뭐 이런 식의 일이 벌어진다.


아무 생각없이 산책을 나선 syo는 신주네 과일가게 앞을 지나는데, 네안데르탈꽃미남형 외모에 안경을 껴서 무척 똑똑해 보이는 아저씨가 생전 처음 보는 과일을 죽 늘어놓고 판다. 과일은 생긴 것도 기괴하고 냄새도 알쏭달쏭하다. 먹으면 몸에 좋을 것 같기도 하고, 머리만 아플 것 같기도 하다. 프랑스 독일 어디어디에서 왔다는데, 이름은 한 번 들어본 것도 같다. syo는 망설인다. 그때 그가 비릿한 미소와 아리송한 말투를 투척하며 다가온다. 여기 제가 조금 잘라 드릴 테니까 드셔보세요. 어때요, 먹을만 하죠? 왜 이런 맛이 날까요? 자, 생각해 보세요, 넓게 펼쳐진 푸른 들판이 있어요, 일년에 절반은 비가 오고 절반은 해가 쨍쨍 내리쬐는 들판이요, 보이세요? 그 한 가운데, 조그마한 나무가 있죠? 자, 이제 그 나무가 자랄 겁니다. 농부 아저씨가 비료를 뿌려요, 아줌마가 풀을 뽑아요, 나무가 자라면 열매를 맺겠죠? 어때요? 어, 열매를 맺었네? 어, 근데 나무에 없네? 그러면 그 열매가 어디로 갔을까요? 그 열매가 여기 있네?


정신이 들었을 때, 어쩐지 syo는 집에 도착해 있었고 식탁 위에는 귀퉁이가 조금 잘려 나간 과일이 놓여 있다. 아, 뭐지..... 일단 샀으니 과일을 쪼갰는데, 이게 뭐야. 안쪽은 그 아저씨가 잘라 준 부분이랑 색깔부터가 완전 다른데? 같은 과일 맞나? 일단 한 번 먹어나 볼까...... 아, 이게 무슨 맛이야, 젠장! 이 프랑스 저머니 미친 포스트모더니즘 과일들아!


과일들은 썩지도 않는다. 냉장고를 열때마다 조용히 syo를 노려본다. 콜라 꺼내 마실때마다 syo를 비난한다. 우릴 고르지 않고 달고 청량한 것들만 먹다니. 네놈의 내면은 곧 개발도상국형 성인병에 걸릴 것이다. 닥쳐, 이 헤겔하이데거비트겐슈타인라캉들뢰즈데리다같은 못되먹은 자식들아.


그러나 다시 과일 가게를 지날 때면, syo는 여지 없이 또 당한다. 이번엔 다르겠지 하며. 심지어 아주 두껍한 놈으로 업어 온다. 속을 잘라보기 무섭다.


뭐 이런 놈들







리영희를 함께 읽다

고병권 외 지음 / 창비 / 2017


syo가 리영희라는 이름을 처음 발견한 것은 희한하게도 군대였다. syo는 이명박 말기에 군대에 가서,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고(역사와 민족 앞에 사죄합니다. 정치무식이 이렇게 무서운 결과를 낳습니다.) 제대했는데, 그때 진중문고로 선정된 리영희 산문선『희망』이 각 생활관당 한 부씩 배부되었다. syo는 관심이 없었다. 도스토예프스키의『죄와 벌』이 같이 들어와 선점했던 것 같다.『희망』은 아무도 손대지 않았다. 군인이 책을 보지 않아서 그런가 하면 꼭 그렇다고만은 할 수도 없는게, 『1Q84』는 항상 누군가의 손에 들려 있었고, 열정이 넘치는 독서가들의 참을 수 없는 지식욕에 희생되어 몇 페이지가 찢겨나가기도 했다(소실된 페이지들은 종종 화장실에서 발견되었다. 상세한 설명은 하지 않겠다. 그냥 하루키의 필력에 대한 방증이라고 하자.) 리영희는 그렇게 때타지 않고 깨끗하게 보존되었다. syo도 보지 않고 제대를 했다. 지금 생각하면 다른 곳도 아닌 군대에, 아직도(2011) 정훈장교가 이승만이 잘한 일을 가르치고, 박정희와 전두환에 대한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하며, 베트남 전쟁을 공산주의의 야욕에 맞선 불가피한 전쟁이었다고 가르치는 그 군대에, 온몸으로 칼날을 받아가며 그것들과 맞서 싸운 리영희의 책이 있었다는 것은 참 아찔한 아이러니다. 


어떻게 리영희를 읽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근데 그것보다 어떻게 리영희를 읽지 않고 서른 넘도록 살았는지는 더욱 모르겠다. 리영희는 올바른 한국 빨갱이의 기본 소양 아닌가? 마르크스, 읽어야지. 레닌, 로자, 트로츠키, 아 읽으면 좋지. 지젝, 힙하지.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을 다 읽었다한들, 한국에서 나고 자란 빨갱이가 리영희를 모른다면? 아, 그럼 그냥 연습생 시절로 돌아가는 거지.


개인의 행복과 사회의 행복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개인의 불행이 사회의 행복에 기여하는 경우도 있다. 리영희가 바로 그런 경우다. 리영희는 한국 현대사에 최상급의 증언과 기록을 남길 수 있게 되었다. 왜 '최상급'인가. 투명하기 때문이다. '아사리판'에 어느 정도 타협했거나 그 판을 멀리서 구경만 했던 사람들은 결코 감지할 수 없거나 말할 수 없는 것들을 리영희는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이다.

_ 강준만,『한국 현대사의 길잡이, 리영희』


21세기에 리영희를 읽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지난 세기 수많은 젊은이들의 감긴 눈을 틔워 정신적, 사회적 수렁으로 몰아넣은 '의식화'의 교과서『전환시대의 논리』,『우상과 이성』는 이미 그 책을 낳은 모든 역사적 사건들이 그야말로 '역사'가 되어 버린 오늘날에도 의미가 있을까? 그것은 직접 읽어 보거나 읽어 본 이들의 입을 통해 들어야 알 수 있을 것이므로 그저 책꽂이에 꽂아놓기만 한 syo는 할 말이 없다. 그러나 리영희의 정신은 지성인들이 좇아야 할 이정표로 어제 오늘 뿐 아니라 내일까지도 남을 것이다. 이런 고풍스럽고 제도권 반공 독후감에나 나올 것 같은 찬사를 하게 될 줄이야. 그러니까, 리영희의 사상도 사상이지만, 진실을 향한 리영희의 태도와 자세는 읽고 쓰는 사람으로서 갖춰야 할 덕목인 것 같습니다.  


리영희를 처음 만나시려는 분들에게, 리영희의 자전인『역정』과 대담집인 『대화』를 권합니다. 평전은 아직 몇 권 읽어보지 않았지만, 자료의 지배자 강준만 선생님과, 한국의 슈테판 츠바이크 김삼웅 선생님의 책이 있군요. syo가 살짝 넘겨봤는데 김만수 선생님의 『리영희 살아있는 신화』는 그야말로 "한권으로 보는 리영희"라 해도 충분할 만한 책이었습니다. 첫 책으로 권하지는 않지만요. 




댓글(9) 먼댓글(0) 좋아요(4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17-10-17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엇보다 리영희에 대한 추천이 반갑네요. 읽을 책이 쌓여 언제 읽을지 알 수 없지만, 지금이 바로 그 때로다! 생각이 들면 다시 이 페이퍼로 돌아와, 자 뭘 읽으라고 했더라? 해야겠어요. 고맙습니다!!

syo 2017-10-17 21:46   좋아요 0 | URL
리영희가 필요 없는 시대야말로 천국이겠으나, 그런 날이 올까요. 지금은 많이들 읽으면 좋겠어요.

프리즘메이커 2017-10-18 0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래하는 페미니즘, 대화 사놓고 게을러 보지 못한 책들이네요ㅠ

syo 2017-10-18 06:50   좋아요 0 | URL
많은 독서가들이 가지고 있는 고질병을 프리즘메이커님도 안고 계시네요 ㅎㅎㅎ

단발머리 2017-10-18 0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신주는... 참 제가 할 말이 많지만서도, 모두 접어주시고.
전 강신주 책은 거의 다 읽은것 같은데.....
문제는 저는 과일을 사지는 않고, 서서 과일아저씨랑 얘기하면서 계속 <맛보기>만 맛보고 있죠.
참, 철학 vs 철학은 못 읽었죠. 두껍잖아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리영희 선생님꺼는 위의 <대화>만 읽었는데, <전환시대의 논리>를 더 늙기 전에 읽어야지. 하고 있어요.
그래서 오늘의 명문.

이 책은 얇고 가볍다. 그러나 딱 이 책이 이야기하는 정도만 우리 모두의 상식이 된다해도 세상이 많이 아름다워질 두껍고 무거운 책이기도 하다.

syo 2017-10-18 08:41   좋아요 0 | URL
강신주는 과일가게 아저씨고, 리영희 선생님은 푸줏간 아저씨 같아요. 날카로운 칼로 툭 끊어내 피가 줄줄 흐르는 날고기를 던져 주시는.....

명문으로 뽑으신 문장은 지금 다시 보니까 손 댈 데가 있네요. 글 참 못썼다.... 하루만에 이렇게 느낄 정도면 퇴고만 좀 잘 했어도 고쳐놨을 것을요.

cyrus 2017-10-18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스트모더니즘 과일은 시간이 지나면 금방 변색하기 쉬워요. 그러나 절대로 썩지 않아요. 그래서 종종 변색된 포스트모더니즘 과일을 찾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

syo 2017-10-18 14:20   좋아요 0 | URL
혹시 과일 파시던 그 분이신가요?

cyrus 2017-10-18 14:33   좋아요 1 | URL
아닙니다. 과일 파는 가게에 알바를 했습니다.
 
글쓰는 여자의 공간 - 여성 작가 35인, 그녀들을 글쓰기로 몰아붙인 창작의 무대들
타니아 슐리 지음, 남기철 옮김 / 이봄 / 201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담배

 

syo 평생 처음 본 담배 태우는 여자는 이나영이었다. <네 멋대로 해라>였다. 담배 피우는 여자가 적기도 했지만, 담배는 마음만 먹으면 만져 볼 수도 있었으나 여자는 도무지 꿈에서밖에 볼 수 없었으므로 벌어진 일이라고 하겠다. 어딘가에 여자가 존재한다는 소문이야 쉴 새 없이 날아들었지만, 2002년의 syo에게 여자란 그저 TV나 스크린에만 존재하는 환상속의 생물이었고, 남중 남고는 어둡고 미개하며 욕구를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에 몽땅 헌납하는 성무지렁이들만 득시글거리는 공간이었다. 그렇게 처음 접한 담배 피우는 여자는, 정말 끝내주게 멋있었다. syo가 담배를 선망했거나, 여자가 이나영이라서 그런 건 아니었다. 학교 화장실이나 PC방 한 구석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던 친구 놈들에게는 없던 무엇인가가, 그리고 그 이전까지 syo가 알던 이나영에게는 없던 무엇인가가, 그 순간 생겨났다. 담배 태우는 남자와, 담배 태우지 않는 여자에게는 없는 어떤 것. syo의 깜냥에 그것을 말로 설명할 수 없었기에, <네 멋대로 해라>이란 게 바로 이 멋이었구먼, 하고 덮었다. 그때 그 하얀 담배연기 속에서 syo가 어렴풋이 발견한 것이 무엇이었을까. 파괴를 향한 도약? 이중의 반항? 아직도 뚜렷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이제 몇몇 이름들을 통해 에돌아 짐작해 볼 수 있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탁자는 온통 담뱃불 자국투성이였다고 한다. 탁자 위에 재떨이가 있었는데도 담배를 아무데나 비벼 껐던 흔적이다.(42) 우리는 사강의 소설보다 더 사강의 소설 같은 그녀의 삶을 안다. 엘리자베스 보엔은 1950, 글을 쓸 때 자욱한 담배 연기, 핑크색 종이, 레몬수 한 잔이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49) 우리는 보엔을 모르는 데도, 어쩐지 이제 보엔을 알 것 같다. 수전 손택은 말보로 담배를 태웠다.(168) 우리는 그녀가 어떻게 인생을 태워 무엇을 환히 밝히고 세상을 떠났는지 안다. 펼쳐진 책을 무릎위에 놓고 생각에 잠긴 버지니아 울프의 손에도 담배가 들려 있다.(225) 그녀가 소리 높여 외치고 떠난 자기만의 방에는 담배도, 언제라도 원한다면 담배를 피울 수 있는 자유도 들어 있었을 것이다.

 

글 쓰고 담배 태우는 여자를 만나 1년을 사랑했다. 입을 맞출 때 넘어오는 담배의 맛이 진하거나 연하거나 어쩐지 좋았다. syo는 담배를 태우지 않았으니, 그런 기분은 아마 허세와 허영의 뒤꽁무니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글 쓰는 여자들이 가느다란 담배를 도화선으로 하여 무엇인가를 불태우고 폭파하려 한다는 사실을 미각으로 느끼는 것은 생각보다 충만한 경험이었다.

 

 

 

타자기

 

syo의 집을 비롯해, 절반 정도의 가정에 이미 컴퓨터가 보급된 시절이었다. 장을 보러 간다던 엄마가 나가자마자 돌아와 핸드카트에서 꺼낸 것은 낡은 타자기였다. 어디서 주워왔냐고 물었지만, 엄마는 들은 건지 만 건지, 대답도 않고 하염없이 걸레로 타자기를 닦기만 했다. 그때 엄마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어린 syo의 눈에도 아련함과 설렘이 읽히는 그 눈빛. 그날까지 syo는 엄마가 타자기가 필요한 사람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다. 솔직하게 말하자. 생각해 보지 못한 것이 아니라 않은 것이라고. 생각해 볼 생각도 하지 않았노라고. 그때 알게 되었지만 어려서 표현할 방법을 몰랐던 한 줌 깨달음을 오늘, 여기서야 적는다. 세상에 타자기가 필요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타자기는 구석구석 닦아도 새 것이 되지는 않았다. 타자기를 구석구석 닦을수록 새로워지는 것은 그저 엄마의 마음이었다. 이미 오래전에 단종되어 더는 잉크 리본을 구할 수 없었기에, 그 타자기와 함께했던 엄마의 글쓰기는 몇 장의 연습지와 그보다 더 적은 분량의 일기를 남기고 멈췄다. 키보드와 자판 배열이 똑같으니까 쓰고 싶으면 컴퓨터로 계속 쓸 수 있다고 아들이 권했지만, 엄마는 들은 건지 만 건지, 대답도 않고 하염없이 웃기만 했다. 엄마는 이제 일기를 쓰지 않는다.

 

 

 

 

글 쓰고 담배 태우는 여자를 만나 1년을 사랑하는 동안, 우리는 치열하진 않았으나 경쟁하듯 쓰면서 서로의 글을 다듬고 쓰다듬었다. 글을 쓰기 위해,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그녀의 방이었고, syo에게 필요한 것은 그녀가 있는 방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녀의 좁은 방 작은 침대에 왼쪽 오른쪽 어깨를 맞대고 엎드려 읽고 썼다. 서로가 서로의 아픔이 되지 않기 위해 syo는 시를 고르고 그녀는 소설을 골랐다. 어쨌든 치열하지 않았으므로, 그 기간, 우리는 이룬 것이 아예 없거나 별로 없었다. 그럼에도 그 방이 기억에 남는다. 장난감처럼 자그마한 플라스틱 식기들, 역시 애기 밥상처럼 작고 깜찍했던 접이식 탁자, 겨울이면 방 어딘가에는 반드시 뒹굴고 있는 귤 껍질들, 3단짜리 작은 책꽂이에 꽂혀 있던 그녀의 책들. 무라카미 몇 권, 김연수 몇 권, 그리고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그녀가 말했다. 오늘 이렇게 쓸 수 있다면, 내일 죽어도 좋을 것 같아. syo가 대답했다. 오늘 이렇게 쓸 수 있다면, 내일부터는 절대 죽기 싫을 것 같아.

 

크리스타 볼프의 방은 사방 벽이 책들로 가득하고 가구도 거의 없다.(52) 사회체제를 고민하고 개혁을 부르짖었던 그녀는 읽어야 할 것이 많았을 것이다. 거투루드 스타인은 글을 쓰기 전에 그림을 보는 습관이 있었다. 현대 화가들의 걸작으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작품을 쓴다.(61) 글보다 천재를 알아보는 눈으로 더 기억되는 스타인의 방답다. 보부아르는 공공장소를 주된 생활공간으로 삼았으며, 카페에 앉아 책을 쓰거나 식사를 하고 친구들을 만났다.(78) 현재의 눈으로 보면 그녀의 이야말로 가장 선구적이다. 그녀에게 노트북이라도 하나 있었더라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조금 더 빨리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글 쓰는 여자의 방이라면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를 이야기하지 않고 지나갈 수가 없다. 울프는 정원 구석에 목재로 된 오두막 집필실을 지었다. 그녀는 침대에 앉아 아침식사를 마치고 나면 930분경에 이 오두막으로 들어가 오후 1시까지 글을 썼다. 오후 시간의 대부분도 그곳에서 보냈다.(221)

 

오늘 우리의 방은 어디인가. 책을 만들거나 글로 밥을 지어 먹는 사람이 아니어서, syo에겐 모든 공간이 방이겠다. 오늘의 우리는 뮤즈가 찾아온다면 그곳이 어디든 그 자리에서 바로 뮤즈와 풀코스 디너파티를 갖고 23차까지 거하게 마친 뒤, 대리를 불러서 영감의 에덴동산으로 뮤즈를 안전하게 귀가시킬 수 있는 장비들을 항시 장착하고 다니니까. 하지만 그 수많은 방 가운데 syo가 가장 사랑하는 방. syo의 글이 syo의 똥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 경계하여 한 줄 한 줄을 되새기게 만드는 방, 모자란 글로 징징거리는 중2syo의 어깨를 두드려, 부족하나마 한 번 더 글을 쓰게 만드는 방, 냉정한 사람들은 친목 도모와 좋아요구걸로 부실한 자아를 채우려 안달하는 사람의 모임이라며 못된 말로 도끼질을 하지만, 읽고, 배우고, 읽는 자신을 조금 더 사랑하는 법을 아는 따뜻한 사람들이 모여 복작복작하는 분주한 공간. 서로를 더 사랑하는 법을 탐색하는 사람들의 공간. 여기 이 방. 자기만의 방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 우리들의 방.

 


댓글(15) 먼댓글(0) 좋아요(5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독서괭 2017-10-16 19: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지금껏 읽은 syo님 글 중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글이 될 것 같습니다. 오늘 이렇게 쓸 수 있다면, 내일부터는 절대 죽기 싫을 것 같아- 공감입니다ㅎㅎ
저도 전동타자기 중고로 구해서 갖고 있어요. 그 소리랑 타격감, 활자 모양이 좋아서 산 건데.. 지금은.. 어디 처박혀 있지..? ㅠㅠ

syo 2017-10-16 19:1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저 책을 읽다 보니 슬럼프에서 조금 회복된 것 같아요. 이유는 모르겠지만요ㅎㅎㅎ

타자기를 쳐 본 적이 없어서, 그게 어떤 기분일지 상상만 하고 있습니다. 타자기의 타격감이 나는 키보드도 있다고 들었는데요.

2017-10-16 1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16 1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prenown 2017-10-16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는 추천 못하지만, 단편소설은 한편 추천해 드리고 싶네요.. 좀 오래된 소설이긴 하지만, 김형경의 ‘담배 피우는 여자‘ 우리 사회의 현실이 반영되었지요.. 저도 아직까지 담배를 끊지 못하고 있지만, 아마 김형경 작가도 골초일(였을) 거예요.

syo 2017-10-16 19:59   좋아요 1 | URL
김형경 작가 책은 정말 옛날에 장편 한 권 읽고 말았네요. 엄청 감명깊게 읽었던 것 같은데.

추천하신 책은 꼭 읽어보겠습니다.

2017-10-16 1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16 2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prenown 2017-10-16 2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장편은 아마 새들은 제이름을 부르며 운다가 아닐런지..산해경에 나오는 이야기를 제목으로 뽑았더라구요..

syo 2017-10-16 20:04   좋아요 1 | URL
앗, sprenown님 땡이십니다 ㅎㅎ
그 책은 <꽃피는 고래> 였습니다. 얼추 10년 정도 되어서 옛날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죄송합니다. 저 책은 오히려 근작 수준이네요;;

sprenown 2017-10-16 2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런가요? 저는 아직 ‘꽃피는 고래‘는 읽어보지 못해서...기회되면 읽어 볼게요. 근데, ‘새들은~‘ 이 더 오래된 소설 아닌가요?.

syo 2017-10-16 20:11   좋아요 1 | URL
네, sprenown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제가 근작이라고 표현한 ˝저책˝이 <꽃피는 고래>였습니다.

뭐 저렇게 써놨을까요. 누가 봐도 sprenown님처럼 읽겠네요.

sprenown 2017-10-16 20: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와 저의 차이이겠죠.. 그래서 우리말과 글이 어렵나 봅니다.

잠자냥 2017-10-17 1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타자기가 필요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공감합니다. ㅎㅎ 이 책을 사두기만 하고 아직 안 읽었는데, 이제 읽어볼 때가 되었나봅니다! ㅎㅎ syo 님의 이 글은 한 편의 단편소설처럼 잘 읽었습니다.

syo 2017-10-17 12:4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사실 책 자체가 훌륭하다고 할 만한 것은 아니었지만, 개인적 소회를 불러 일으키더라구요. 모쪼록 잠자냥님께도 의미 있는 독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