괄호

 

 

1

 

창밖은 난세다. 이 정도의 대혼란을 겪은 적이 없는 것 같다.

 

 

 

2

 

건넛집 할아버지 할머니는 아침잠이 없는데 마침 귀도 어두우셔서, 매일 아침 거세게 틀어놓은 TV 뉴스로 상쾌한 하루를 열어젖히신다. 덕분에 보수단체 지도자 아줌마가 확진 났다는 소식을 전하는 또랑또랑한 앵커 목소리에 고막을 아주 신명나게 얻어터지며 syo의 하루도 강제 열림 당했다. , , , 하는 할아버지의 뾰족한 추임새. 끈적끈적 몸에 붙어있던 꿈의 파편들이 사운드 폭격을 맞고 일거에 소각되었고, 나는 천장을 바라보며 그저 눈만 껌뻑거린다. , 진짜, 오랜만에 겁나 야한 꿈 꾸고 있었는데!

 

 

 

3

 

엎어져 이 책 저 책 뒤적거리다 두 시쯤 잠든 모양이다.

 

 

 

4

 

나에게 무엇을 해 주며 한 주를 또 건너왔는지 헤아려보았다. 사랑한다고 사랑하는데 생각만큼 사랑이 쉽지가 않다. 남을 사랑할 때만 그런 건 줄 알았는데 나를 사랑할 때도 이런 걸 보니 갈 길이 참 멀다. 오래 만난 여자친구는 자기를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은 사랑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귀기 전에도 그렇게 말하고 사귀고 나서도 한동안 그렇게 말했다. 그 말과 별로 상관없는 이유로 헤어졌지만 어쨌든 헤어지고 나니 그 말이 제일 끈질기게 기억에 남았다. 철 지난 화두가 맛있게 익었다. 늦었지만 따서 입에 넣고 천천히 궁굴려 보는 중.

 

 

 

5

 

읽히지 않는 책은 그냥 미루어두기로 한다.

 

 

 

6

  

그때 괄호가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지금부터 무슨 말이든 해도 좋을 것만 같았다. 약정된 침묵의 기간이 끝날 때까지. 어차피 차선이란 없는 거였고, 거짓말은 재고자산, 상상은 부채, 차변과 대변은 서로 합을 맞출 생각도 없고. 그냥 쏟아버리는 게 제일이야, 싸는 게 답이야, 어차피 자고 나면 또 나오는걸. 샤워기의 생명은 수압이지, 식은 죽도 먹어 본 놈이 잘 먹고 죽어 때깔 좋은 법이지, 구더기 무서워 못 담근 장맛 변하면 그땐 가게 접어야지. 들은 게 많아서 이러나 벌어진 입에서 끊임없이 쏟아지는 나방들, 팔랑팔랑 중력 속에 희미해진다. 별로 고음도 아닌데 삑사리는 나고. 취소 버튼 누른 줄도 모르고 탬버린을 쳐대는 내가 그래도 리듬감은 있지 않니? 새우깡은 대답이 없네, 초조하다. 노래방 새우깡이라 그런가. 농심이 아니어서 그런가. 중국 OEM이라서 그런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동안 바이브레이션은 좀 늘지 않았니? 가사는 좀 외웠어. 1절만 하는 게 매너니? 매너가 사람을 만드니? 사람은 좋은 마이크가 만들지. 박수가 만들지. 그거 알아? 사람들이 박수를 쳐 주면 원숭이는 바나나가 밥숟가락인 줄 안대. 이런 말을 듣고도 박수를 쳐주는 게 매너니. 내가 들고 있는 게 마이크니 바나나니 밥숟가락이니. , 그건 새우깡이야. 내가 누른 건 간주점프야. 나방 무서워 장 못 담그는 동안 네 입에서 나온 건 구더기야. 그건 먹고 죽어도 때깔이 보장되지 않지. 수압의 생명은 보증금이야. 그리고 네가 하는 모든 말은 분식회계고. 그러니까 지금부터 무슨 말을 할 거야?

 

그때 괄호가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 읽은 ---


 

103.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

 

젊은 날의 나는 왜 그리도 집요하게 김영하를 좋아하지 않았던 것일까. 그 결과 지금도 김영하무감각증을 앓고 있는데 이럴 필요까지 있느냐는 거지. 지루한 사변과 메마른 섹스가 버무려진 이런 소설을 내가 아는 20대의 syo라면 당연히 사랑해마지않았을 것인데.

 

잘은 모르겠지만 프랑스 문학잡지 정도로 보이는 리르라는 곳에서 나온 한줄 평이 책 뒤표지에 인쇄되어 있는데 ‘1990년대 서울의 에로스와 타나토스를 언급한다. 그런가보다 싶다. 에로스와 타나토스의 반반치킨이 만능 키처럼 작동하던 시절이 길었다. 얼핏 요즘은 조금 덜한 것 같아 보여도, 어떤 시대를 통과해 오늘에 도착한 사람들은 여전히 그 키로 열린다.

 

 


104. 생쥐 혁명

민지영 지음 / 장춘익 감수 / 곰출판 / 2019

 

시도는 대단했다.

 

 

 

 

--- 읽는 ---

맑스주의 역사강의 / 한형식

미셸 푸코 / 양운덕

따뜻한 위로가 필요할 때 : 니체와 고흐 / 공공인문학포럼 엮음

혼밥생활자의 책장 / 김다은

너의 거기는 작고 나의 여기는 커서 우리들은 헤어지는 중입니다 / 김민정

길 잃기 안내서 / 리베카 솔닛

나 자신을 알라 /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

 

 

 

--- 갖춘 ---

스피노자의 철학 / 질 들뢰즈

홉스 / 엘로이시어스 마티니치

젠더 트러블 / 주디스 버틀러

헤겔에 이르는 길 / 미타 세키스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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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0-08-22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밥생활자의 책장 팟캐스트 재미있습니다. 책은 안 읽어봤는데 어떤지 궁금하네요. 주말 무사히 보내세요~

syo 2020-08-22 21:54   좋아요 0 | URL
책도 좋아요.... 업자답게 글도 좋고 너무 좋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0-08-22 0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글 보는데 왜 갑자기 코인노래방 가고 싶죠...(눈치 없음) 코로나 꺼지면 언젠가는 ㅋㅋㅋ

syo 2020-08-22 21:54   좋아요 1 | URL
코노.... 내 영혼의 옹달샘이여... ㅠㅠ

반유행열반인 2020-08-23 05:22   좋아요 0 | URL
영혼의 생명수 퍼올리러 가 봅시다...김혼비 책 읽다 아 진짜 다음에 가면 봄날은 간다 부를 거야! 헸어요. 코로나새끼 춤추는 지금은 말구요ㅠㅠ

공쟝쟝 2020-08-22 16: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대를 통과해 도착한 오늘의 키.
 

 

Vert-able

 

 

1

 

시간이 좀 생기면 꼭 역사책에 욕심이 난다. 특히 사소한 것들의 역사에. 읽고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뇌를 달고 사는 사람이 잊지 말아야 한다고 인정받는 역사에 몰두하는 것 자체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있기 때문이랄까. 뭘 이런 것까지 책으로? 싶은 것들을 읽을 때 얻는 심리적 안정감이 있다. 그것은 지금 이 독서의 시간이 다른 무언가를 위한 씨앗이나 거름이 되지 않고 그대로 삭아 없어질 것이며 기꺼이 그래도 된다는 익명의 너그러움에서 생겨난다. 가끔은 책이 나를 읽도록 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암기며 토론 같은 것들은 멀찍이 밀어두고, 순해지는 것이다. 하다는 것은 거스르지 않는 것이다. 거스르고 거슬리는 것들이 가득한 세상에서, 나조차 늘 나를 거스른다면 내가 너무 불쌍해지니까.

 


자신의 여가를 의식하는 사람만이 진정으로 여가를 즐기는 것이지요그러나 반쯤만 살아 있는 사람은 자기 몸의 상태를 알려면 남의 안내가 필요하거늘그런 사람이 어찌 자기 인생의 어떤 순간에 대해서든 주인 노릇을 할 수 있겠어요?

세네카인생이 왜 짦은가


 

2

 

결국 사람을 바꾸는 것은 사건 아니면 습관이다. 의지가 아니라. 빨아서 말린 옷을 개켜서 정한 자리에 두자, 바닥청소를 거르지 말자, 먼저 읽어야 할 책을 먼저 읽고 그 전에 해야 할 일을 하자, 이런 소소한 리스트들을 만들고 지키는 데 망설이지 않는 것.

 


제자리에 가만히 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그러나 그 그칠 사이 없는 움직임의 대가를 받는 날이 찾아오는 것이니말없이 어떤 풍경을 고즈넉이 바라보고만 있어도 욕망은 입을 다물어버리게 된다문득 공()의 자리에 충만이 들어앉는다내가 지나온 삶을 돌이켜보면 그것은 다만 저 절묘한 순간들에 이르기 위한 노력이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장 그르니에


 

 

3

 

허경 선생님은 섹슈얼리티는 번역할 수 없는 말이라고 하셨다. 번역할 수 없는 말을 만났을 때 겸손하게 에두르고 싶다. 그것도 능력이다. 번역할 수 없겠구나- 알아채기 위해 갖추어야 할 것들이 꽤 많기 때문이다.

 

번역할 수 없는 것이 말뿐만은 아니다. 인간은 인간에게 늘 벽이고, 마음은 마음에게 늘 절벽이다. 겸손하게 에두르고 싶다. 거기에 그대로 두고 빙글빙글 돌아 전모를 파악하고 싶다. 그리고 그것을 말로 옮기지 않고 침묵하고 싶다.

 


잊기 위해 두고 왔는데 두고 와서 잊을 수 없게 된거기서우리의 모든 창문을 타고 또다시 미끄러져내려올 때 그게 너와 나의 한때소나기라고 하자 그리하여 이곳이다 네가 너를 버린 실종의 곳간에서 잃어버린 것들을 다시 잃어버리는 소음을 들으며 여전히 숨어 잠이 드는

최현우오늘」 부분


 

 

4


 

홀링데일은 쇼펜하우어(와 바그너)를 젊은 니체가 한때 앓았던 질병으로 취급한다. 그의 서술은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모순으로 가득 찬 한없이 비루한(그러나 그 문장만큼은 높이 살 수 있는) 교설로 그려낸다. 그 영향 아래서 탄생한 니체의 비극의 탄생역시, 부분적 성취는 있으나 큰 틀에서 보면 극복할 수 없는 이분법에 사로잡힌 망작으로 여기는 듯하다. 애와 증이 섞인 그런 결론을 이끌어내기 위해 깔아놓은 서술의 포석이 정교한지 아닌지는 전공자가 아닌 syo가 차마 알 수는 없겠으나, 어쨌든 홀링데일이 니체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고, 그리고 심지어 그 말들을 이제껏 많이 해 와서 꽤 익숙하기도 하다는 것은 알 수 있겠다.

 

 

 

 

--- 읽은 ---

 


99. 독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야마구치 슈 지음 / 김지영 옮김 / 앳워크 / 2019

 

검과 비교했을 때 창이 가지는 장점은 단연코 간격이라 할 수 있다. 창이 아닌 무기를 든 적은 그 간격을 이겨내기 어렵다. 무기를 든 두 사람이 서로의 존재를 인식했을 때, 내 손에 든 것이 창이라면 선제공격은 내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단점 역시 간격이다. 검을 든 상대가 창날 안쪽으로 파고들 수만 있다면 창의 효용은 극히 떨어진다. 창은 찌르는 무기이므로, 근거리에서 베거나 두들겨 패는 무기와 맞서기는 쉽지 않다. 어쨌든 인간은 저마다의 기량과 선호에 따라 창과 칼 중 어느 하나를 더 잘 다루게 된다.

 

무기의 세계는 폭넓다. 물리적 실체가 있는 무기가 이럴진대, 삶이라는 거대한 관념을 사냥하기 위한 비가시적 무기는 또 얼마나 다양할 것인가. 독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지 알려주겠다는 책은 대체로 이런 사실을 알려주는 데 그친다. 1. 독학은 어쨌든 삶의 무기가 되긴 한다. 2. (저자)는 독학을 이렇게 삶의 무기로 썼다. 이 두 사실이 합쳐져서 3.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당신도 독학을 벼려 삶을 찌르고 베는 무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라는 결론을 낳아주면 참 좋겠으나, 그건 어렵고 또 위험한 일이다. 활을 잘 다룰 수 있도록 살아온 당신에게 이 책이 철퇴를 쥐여줄 수도 있다. 결국은 우리가 알아서 해야 한다. 그건 자명한 일이다. 독학의 독은 홀로독 자를 쓴다.

 

 

 

100. 100개의 명언으로 보는 철학

개러스 사우스웰 지음 / 서유라 옮김 / 미래의창 / 2019

 

100개의 명언으로 보려 들면 잘해봐야 100개의 명언을 배울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 해도 어딘지? 철학이 우리 삶에 손길을 뻗치는 장면을 잘 관찰해보면, 뜻밖에 그것은 하나의 생각이라기보다 한 줄의 문장으로 다가올 때가 많다. 하나의 문장도 충분히 사람을 바꿀 수 있다. 단지 그런 문장을 만나기가 어려울 뿐이다. 이 책 안에 있는 100개의 문장이 당신의 구미에 딱 맞아들어가는 지혜였으면 좋겠다. 어려운 바람이다.

 

 



101. 처음 읽는 논어

공자 지음 / 홍승직 옮김 / 행성B / 2016

 

논어책은 세상에 많다.

 

 



102. 섹슈얼리티의 매춘화

캐슬린 배리 지음 / 정금나, 김은정 옮김 / 삼인 / 2002

 

발췌를 위해 총 70페이지 정도를 사진 찍었다. 그 속에서 한 문장을 따온 경우는 거의 없다. 문단 전체를 챙기거나 심지어 페이지 하나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경우도 있다.

 

 

--- 읽는 ---

생쥐 혁명 / 민지영

프로이트 심리학 강의 / 베벌리 클락

스토너 / 존 윌리엄스

인생을 바꾸는 건축 수업 / 김진애

현재의 역사가 미셸 푸코 / 사라 밀스

니체 그의 삶과 철학 / 레지날드 J. 홀링데일

생전 유고, 어리석음에 대하여 / 로베르트 무질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 무라카미 하루키

 

  

--- 갖춘 ---

헤겔 또는 스피노자 / 피에르 마슈레

세계 경제가 만만해지는 책 / 랜디 찰스 에핑

주디스 버틀러, 젠더 트러블 / 조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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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0-08-20 2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지고 좀 무서워요.

syo 2020-08-20 22:34   좋아요 1 | URL
응?? 어디가요?? 😂

반유행열반인 2020-08-20 22: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00권 돌파를 축하하며...올해는 제가 조금 더 먼저 돌파 ㅋㅋㅋ 무기가 필요없고 싸움이 필요 없는 세상에 살고 싶은데...저 비겁한가요ㅠㅠ

syo 2020-08-20 22:35   좋아요 1 | URL
100권도 겨우겨우 왔어요. 벅찬 한 해네요.
어우렁더우렁 사랑하며 삽시다....

수이 2020-08-20 22: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짱인데

syo 2020-08-20 22:35   좋아요 0 | URL
🤔🤔🤔🤔

비연 2020-08-20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 그르니에의 <섬>을 다시 읽고 싶어지게 하는 페이퍼.. 흠..

syo 2020-08-22 00:04   좋아요 0 | URL
<섬>은 두고두고 읽는 책이지요!

단발머리 2020-08-21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쇼님 감상 읽고 나니 더 읽어보고 싶어요.

결국은 우리가 알아서 해야 한다. 쩜쩜쩜.

syo 2020-08-22 00:04   좋아요 0 | URL
언제나 그렇듯이, 결국은 알아서 해야 합니다.
그치만 알아서는 너무 힘들다....
 


슬기로운

 

 

1

 

장마와 코로나. 이렇게 써 놓으니까 무슨 순정만화 제목 같은 구성이다. ‘장미와 코로니’. 옛날 옛날 어느 식민지에 순박하고 아리따운 아가씨가 살았는데 본국에서 깨친 젊은 금발머리 남자가 나타나 가지고서는 둘은 첫눈에 반해 가지고 아 글쎄 심장이 콩닥콩닥…….

 

그러나 현실은 개차반. 비가 오나 비가 안 오나 수감생활.

 

 

 

2 

 

10시간 동안 빗소리를 들려주는 영상들이 유튜브에 있어서 마른 날 젖은 날 할 것 없이 syo의 방에는 늘 비가 온다. 숲에, 작은 연못에, 한옥집 처마에, 파도치는 바다에 떨어지는 비는 저마다의 소리가 있어서 의자에 앉은 귀가 풍성하다. 비가 오는 날이면 공부가 잘되는 것 같다고 생각하던 어리고 어리석은 syo도 떠오르고, 반지하 방 침대에 누워 작은 창을 통해 타닥타닥 마당에 떨어져 튀어 오르는 빗물을 하염없이 지켜보던 젊고 가난한 syo도 떠오르고, 비가 오는 날이 좋다고 말하던 사람들과 풋풋 사랑을 하던 이런저런 syo들도 떠오른다. , 비 오는 바다 모래톱에 앉아 추운 줄도 모르고 넘실거리는 수평선을 바라보던 syo! 어쩐지 바다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는 요즘이다.

 

 

 

3

 

syo에게 알라딘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얼마 전 일이었다.

 

사가독서 휴가라는 것이 있다. 이틀 휴가를 다녀와 10일 내 독후감을 제출하는 시스템인데, 그걸 다녀와서 한참이 지나도록 독후감을 안 낸 거라. 점심에 식사하다 갑자기 생각나서, , 맞다, 저 사가독서 독후감 아직 안 냈네요, 라고 말했더니 팀장님이 그러셨다. syo, 독후감 정 못쓰겠으면, 거기 알라딘이라는 데가 있거든? 거기 가면 독후감 잘 쓰는 사람 많아. 그중에 한 개 슬쩍 베껴서 조금 수정해서 내든지 해. 정 안 되겠으면.

 

……그러니까 알라딘, 알라딘에서 말씀이지요, 팀장님…….

 

 

 

4


 

인종 그리고 문화에 의한 지배는 인간 내부에 기호화되어 있다몸은 인간 개인의 내면 세계와 사회적인 외부 세계우리 자아와 사회의 연결점이다몸은 분화(구분 짓기, differentiation)의 물리적 공간이며분리된 독특한 인간으로서 자신을 알게 하는 자기 바깥 세계와의 연결점이다세계 그리고 타인과 상호 작용하면서 인간성이 성취되고 유지될 때몸은 인간의 경험을 담고 있으며 나아가 그 자체를 초월한다모리스 버만은 "몸의 이미지는 몸의 경계를 넘어서 확장된다"고 지적한다그는 폴 실더를 인용하고 있다. "몸의 이미지가 구성되는 데 있어서 거기에는 무엇이 몸에 통합될 수 있을 것인가를 발견하기 위한 끊임없는 실험이 있다몸은 사회적인 현상이다따라서 이미지의 차원에서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람에게 육체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몸은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자리에서 떨어진분리된 사물로 여겨질 수 없다버만과 다른 사람들이 지적하듯이 "나는 존재한다"는 것은 동시에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캐슬린 배리섹슈얼리티의 매춘화, 45-46

 

몸의 이미지라는 개념을 만났는데 더 뒤져볼 만한 재미가 있겠다.

 

마르크스 한 스푼, 정신분석 한 스푼을 구조주의 한 컵에 타서 들이켜고 나면 그간 믿어왔던 주체성이니 자아니 하는 것들에 대한 확신을 적잖이 잃어버리게 된다. 관념에 관해서라면, 그중에서도 특히 언어에 관해서라면 syo내 언어라는 것이 있는 게 아니라 언어라는 것 안에 내 위치가 있을 뿐이라는 생각을 한다. 내 머릿속에서 나온 것 중에 내가 만든 건 없고, 그저 이런저런 것들이 뒤엉켜 몸부림치다가 나라는 필터에 걸러져 쫄쫄 흘러내릴 뿐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늘 필터 관리를 잘하고 싶은 거지.

 

육체는 좀 다르다고 생각해왔던 것 같다. 몸이라는 것은 너무나 물리적이고 가까이 있어서 만지고 싶을 때 나는 언제든 내 몸을 만질 수 있으니까, 이것만큼은 그냥 물질, 뚜렷한 경계 너머 외부로부터의 침입을 효율적으로 막아낼 수 있는 방어시스템을 갖춘 하나의 요새라고 믿어온 듯하다. 그리고 그것은 오만과 편견인 모양이다.

 

육체가 방어능력을 갖춘 것이 아니다. 타인의 육체를 침입할 의사를 가진 것들이 내 육체에 관심이 없었던(통계적으로 적었던) 것이다. 찢겨나간 육체에 대한 무한히 많은 기록을 넘기며, 한 번도 공격받지 않은 요새는 방어력을 논할 입장이 되는지에 대해 생각한다. 오만이다.

 

족쇄를 차고 있지 않은 사람은 없다. 태어나 보니 남자여서 나는 핑크색 반바지를 입으면 안 되었다. 여섯 살짜리 syo를 미용실에 데려가 머리를 예쁘게 볶아놓은 엄마에게 아버지는 한참동안이나 언성을 높였다. 그러자 syo는 자기 머리가 부끄러워졌다. 고작 꼬마의 몸이었을 뿐인데도 그 몸에 매달린 남자라는 관념이 무거워서 나는 내 육체를 가지고 고무줄을 뛰어넘는 놀이를 해선 안 되었다. 고무줄을 끊어먹는 놀이는 권장되었다(해서는 안 된다고, 혹은 해야만 한다고 정해진 것들이 훨씬 무겁고 많은 몸도 세상에 있다는 것을 잘 알지만, 내가 겪지 않은 일들을 나열하는 것도 오만 같아서). 나는 다리가 있었으므로 핑크색 반바지를 장착하는 데 물리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머리카락이 존재했으므로 파마를 하는데 하등의 물질적 하자가 없었다. 그럼에도 내 몸에 덧씌워진 이미지는 많은 가능성들을 불가능으로 바꿈으로써 내 육체에 영향을 미쳤다. 나는 지금도, 반바지를 입고 출근하지 못한다. 위반하기 어려운 제약을 마주쳤을 때, 그리고 억지로(혹은 부득이하게) 그 코드를 위반했을 때, 내가 겪어야 할 감정들은 육체와 관념(이런 이분법이 가능하다면) 중 어느 쪽에 가까울까. 가지고 있는 모든 긴바지가 간밤에 일어난 화재로 소실되는 바람에 부득이 겁나 짧은 반바지를 입고 구청에 출근했는데 과장님이 나를 흘끗 보며, “syo, 오늘 참 시원하게도 입었네?”라고 말한다면, 그때 내가 느끼는 기분은 도둑질하지 말라는 추상적 규범을 어겼을 때의 죄책감과 발가벗고 횡단보도에 섰을 때의 부끄러움 가운데 어느 쪽에 더 가까울까? 사소한 예시지만(이런 대목에서 사소한 예시밖에 들 게 없는 인생은 그 자체로 기득권이다), 내 몸이 완전히 내 것이고, 내 육체의 경계가 가시적이고 물리적이라는 생각은 사회 속에서는 통용되기 어렵다. 편견이다.

 

후려치기 오졌다.

 

몸의 이미지라는 개념은 저렇게 단순하게 인식하고 넘어갈 것은 아닌 듯. 아무래도 푸코나 아감벤 정도는 읽고 와야 깝칠 수 있겠다.

 

 

 

--- 읽은 ---

 


96.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이원하 지음 / 문학동네 / 2020

 

제목만 만났을 때, 귀엽다고 생각했다. 막상 읽어보니 귀엽다가 슬펐다. 찐슬픔. 다 읽고 났더니 이 세상에 슬픈 귀여움 같은 게 태어났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귀여운 슬픔이 아니라 슬픈 귀여움. 이 독창적인 감정(과 그 표현)을 내 서재에 잘 꽂아놓아야지.

 

 

 


97. 역사학 공부의 기초

존 루카치 지음 / 이재만 옮김 / 유유 / 2018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큰 질문에 크게 대답하기보다, 역사적이라는 것은 무슨 뜻인지, 어떻게 더 역사적이고 덜 역사적일 수 있는지, 역사의식이라는 것은 또 어디 쓰는 물건인지, 이런 작은 질문들을 통해 역사라는 것의 실체 속으로 밀고 들어가는 방식을 택한다.

 

 

 


98. 마르크스 철학 연습

한형식 지음 / 오월의 봄 / 2019

 

마르크스 철학이 매력적인 부분은 으아아아 때려뿌셔 우와와와 저새끼들 뚜까패- 하는 데가 아니라 인간의 본질은 그 현실에 있어서 사회적 관계들의 앙상블이라는 통찰에 있다. 21세기에 연습해야 할 마르크스 철학이 있다면 사회적 관계들의 앙상블로 만들어진 인간들의 앙상블을 더 선명하게, 더 잘 어우러지게, 더 멀고 어두운 곳까지 퍼져나갈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있지 않나, 싶다. 그러기 위해서 반드시 때려뿌시고 뚜까패야 하는 것들, 물론 있다. 으아아아 우와와와.

 

 

 

--- 읽는 ---


독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 야마구치 쇼

100개의 명언으로 보는 철학 / 개러스 사우스웰

프로이트 심리학 강의 / 베벌리 클락

우리는 얼마나 깨끗한가 / 한네 튀겔

한국인의 99%가 헷갈려하는 동음이의어 / 송호순

라이브 경제학 / 강성민

섹슈얼리티의 매춘화 / 캐슬린 배리

처음 읽는 논어 / 공자



--- 갖춘 ---


주디스 버틀러의 철학과 우울 / 사라 살리

쓰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들 / 제임스 설터

스피노자와 정치 / 에티엔 발리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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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0-08-18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무서운 속도로 읽기 시작했다.

syo 2020-08-18 21:45   좋아요 1 | URL
본분을 다하는 중입니다....

북다이제스터 2020-08-18 19: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후려치신 것은 오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
회사에서 복장 문제가 그렇게 단순한 문제 아니라고 그 유명한 유유 출판사의 <사회학 공부의 기초>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ㅎㅎ^^


누군가 규칙을 어기는 일은 단순히 규칙을 어기는 것 이상으로 심각한 행위다. 규칙 위반은 ‘우리라는 경계’의 정체성에 도전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복장에 대한 규칙이 도덕성과 무슨 상관이 있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통념에 비추어 보면 대답은 대부분 ‘별 상관없다’일 것이다. 하지만 관점을 확대하면 규칙은 집단이나 사회 본질을 규정하여 구성원이 갖추어야 할 도덕 기준이 된다. 만약 누군가가 ‘틀린’ 옷을 입고 회사에 간다면 그가 정말로 회사에 소속되어 있는지, 회사 ‘본질’에 헌신하는지 의문시된다.


따라서 복장 위반과 도덕 관련 해답은 조금 더 복잡해진다. 사람을 죽이는 것이든, 저녁 식사 자리에서 행동하는 방법이든, 회사에서 입는 복장이든 모든 도덕은 소속감과 그로부터 생겨나는 의무를 부여하면서 사회와 우리 자신을 설명한다. 특히 도덕을 소속감과 관련해 본다면 규칙을 위반한 이들이 일탈자 취급을 받는 결과가 나타난다. 이때 등장하는 것이 낙인(stigma)이다. 낙인은 특정한 행위를 한 사람이 아니라 정체성에 문제를 일으킨 일탈자에게 부여된다.


규칙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행위가 아니라 규칙을 지키는 사람들을 집단이나 사회로 묶어주는 애착심이다. 규칙이 없다면 사람들은 길을 잃은 기분을 느낄 것이며 사회는 산산이 조각날 것이다.

syo 2020-08-18 21:46   좋아요 0 | URL
저도 그 책 읽었었는데! 기억 하나도 안나지 왜?!
으아아.....

ㅎㅎㅎㅎ^-^

북다이제스터 2020-08-20 23:07   좋아요 0 | URL
제 경험으로는
이미 알고 있는 뻔한 내용은 잘 기억에 남지 않았습니다. ^^

2020-08-18 19: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18 2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Angela 2020-08-18 20: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장미와 코로니 예쁘네요 ㅎ

syo 2020-08-18 21:48   좋아요 0 | URL
그러네요. 진부한 이야기가 나오겠지만 이쁘긴 하네요 ㅎㅎ

다락방 2020-08-18 21: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으하하하 뭐라고요? 알라딘의 인기 글쟁이 쇼님한테 알라딘에서 독후감을 베껴 내라 했다고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syo 2020-08-18 21:49   좋아요 0 | URL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참 재밌었습니다 으하하하하하

블랙겟타 2020-08-18 21: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평소에 저도 비소리 어플을 틀어놓고 자거든요.. 비 오는날은 좋은데요. 밖에 안나가고 집에서 소리들을 때만 좋은거 같아요.

그 긴 장마가 끝나니 찜통더위가 계속되네요. syo님도 건강 유의하세요.
덤으로 무서운 속도로 읽으시는 syo님으로 다시 돌아오셨네요 ㅋㅋㅋㅋ

syo 2020-08-20 10:36   좋아요 0 | URL
정말 너무 덥네요, 바다사자님....

독서괭 2020-08-19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필터라는 표현 좋네요!
고무줄 끊어먹는 놀이는 권장되었다에서 푸훗~
남성의 족쇄를 이야기하면서도 기득권자임을 잊지 않는 syo님. 그러기 쉽지 않은데요 엄지척~

syo 2020-08-20 10:36   좋아요 0 | URL
오랜만에 독서괭님의 댓글을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이제 자주 나타나주세요 ㅎㅎ

나무처럼 2020-08-20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미와 코로니.ㅋㅋㅋㅋㅋㅋ
폭염속에서 빵 터졌습니다.
syo님의 글은 언제나 좋습니다.

syo 2020-08-20 10:37   좋아요 0 | URL
진짜 너무 덥습니다.
밖은 난리구요.
이놈의 미친 세상이 언제나 제정신을 찾을까요...

잠자냥 2020-08-21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팀장님이 리뷰 베끼러 syo 님 서재 들어왔다가 이 글 보고 syo가 syo임을 알아차리는 거 아닙니까!

syo 2020-08-22 00:04   좋아요 0 | URL
그런 일이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있어도 이제는 늦었답니다 ㅎㅎㅎ

공쟝쟝 2020-08-22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의 이미지 라는 화두를 만났을 때 쇼님이 한 생각은 이런 거구나! 같이 읽기 잘한 것 같다 (으쓱(

syo 2020-08-22 21:56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으쓱! 쟝쟝님도 얼른 완독하고 페이퍼 짠짠 써줘요.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문학동네 시인선 135
이원하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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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사랑하는 내가, 내가 가 본 바다에 대해 수없이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했지만, 그날 그 바다에 대해서는 한 번도 말하지 않았지. 오늘에야 그 바다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그날 우리는 바다에 가는 길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날의 바다는 우리의 바다 중 하나는 아닐 테지만 나는 흐린 차창 밖 온몸으로 비를 맞고 있는 다시 못 올 그 바다를 몰래 내 바다의 목록 안에 집어넣었던 거야.

 

그즈음 나는 다시 못 올 줄도 모르고 다시 못 올 것들을 스쳐 보내는 일에 대해 생각하고 또 겁을 내던 중이었잖아. 아무 생각 없이 딛고 살아왔던 세상의 밑바닥이 실은 스티로폼으로 만들어졌다는 진실을 세상에서 처음으로 발견한 사람 같은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지. 혼자 끙끙대며 참다 어느 밤 결국 머뭇머뭇 네게 이 걱정을 털어놓았을 때, 너는 웃지도 울지도 않고 말했어. 세상이 원래 그런 거잖아? 그 밤 너는 나를 품에 넣고 토닥여 주다가 금세 잠이 들어버렸고 나는 네 고른 숨소리 속에서 길게 외로웠어. 세상이 원래 그런 곳이어서, 그런 세상에 너와 내가 살고 있어서.

 

출장이 잦아진 너와 부쩍 외로움을 타기 시작한 내가 좁은 공간에서 얼굴을 맞대고 살았으니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겠지. 많은 생각은 곧 위기니까, 그걸 눈치채지 못할 만큼 둔한 너와 나는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그날 나는 네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네 출장지라는 강릉을 향해 함께 가고 있었어. 오직 외롭지 않으려고. 네가 없는 좁은 집이 얼마나 넓은지 없는 너는 알 수 없겠지, 전에 살던 누군가가 천장에 붙여놓은 야광별 모퉁이가 떨어져 말려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숨소리가 고른 너는 끝내 모르겠지, 뭐 그런 원망을 했던 것도 같아.

 

바다는 주로 우리의 오른쪽에서 모습을 드러냈으니 앞만 보고 운전하던 너보다는 보조석에 앉은 내가 바다와 접촉하기 더 쉬웠을 거야. 바다가 보여. 내가 말했지. 너는 흔들리는 와이퍼 너머에 시선을 고정한 채 대답했어. 우리 조만간 바다 보러 갈까? 형 바다 좋아하잖아. 지금 우리가 가고 있는 곳에 유명한 바닷가가 있는데 왜 우리는 다른 조만간에 다른 바다를 보러 가야 하는 걸까, 그저 잠시만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도 저기 회색 비를 받아내고 있는 회색 바다가 보이는데, 왜 보이지 않는 바다를 위해 보이는 바다를 무시해야 하는 걸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하느라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지. 그러자 너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이제부터 차에서 내릴 때까지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거라는 걸 나는 알았고, 실제로도 우린 그랬고, 그래서 나는 계속해서 바다를 바라봤던 거야. 저 바다의 색조를, 윤곽을, 조용함을,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음을 기억하려고. 우리의 지금 이 아무 말 없음을 기억하지 않으려고.

 

그런데 그 시도는 실패했지. 그건 우리가 함께 만들어 온 수많은 실패 가운데 하나일 뿐이었으니 어쩌면 금방 잊힐 만도 했지만, 그날 그 바다를 오래 바라본 바람에, 그 바다의 세밀한 특징들을 집요하게 기억에 새겨넣은 바람에, 오히려 다른 크고 날카로운 실패들보다 오래 기억에 남는 작은 실패가 되어버린 것 같아. , 생각처럼 되지 않아, 그렇지? 세상이 원래 그런 거라고, 아마도 너는 말하지 않을까.

 

바다에 대해서 이야기하려 했던 건데, 자꾸 네 이야기만 하게 되네.

 

이제는 너의 집이 된 우리의 집을 나오고 나서 나는 내가 살 수 있는 가장 작은 방 속에 틀어박혔어. 내가 없는 우리의 옛 좁은 집이 얼마나 넓은지 네가 알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모르고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 사이에서 참 오래도 흔들렸지. 내 좁은 방 안에 더 좁은 침묵을 만들어놓고 그 안에 영영 틀어박혀 버리려고, 원래 그런 세상 따위 원래 없었던 것처럼 버리고 살아가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생각만큼 오래 버티지 못하고 방 밖으로 나와야만 했어. 내가 만든 침묵이 침묵하지 않더라고. 좁은 방의 여섯 면이 자꾸 내게 말을 거는데 그게 다 네 목소리더라고. 방은 네 목소리로 가득 메아리치고, 침묵이라는 게 견딜 수 없이 시끄럽더라고. 귀를 막았는데도 들리는 네 목소리에 입을 닫았는데도 내가 대답을 하고 있더라고.

 

그 방에서 나오고 내가 제일 처음 생각한 게 그 바다였어. 그 바다로 가자. 네가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그 바다로. 내 침묵을 다 깨 먹은 네 목소리가 그 바다까지는 도착하지 않을 테니까. 거기에 가서 다시 한번 작은 방을 만들자, 인터넷도 전화선도 없는, 우체통도 없는 견고한 침묵을 만들고 그 속에서 변하지 말자, 비 내리는 바닷가에서 비 내리는 바다처럼 살자, 그런 다짐이었어. 그리고 작은 차에 작은 짐을 싣고 나는 출발했지.

 

그런데 있잖아, 그 바다가 없더라. 아무 데도 없었어. 나는 지금도 그날 그 바다를 사진처럼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는데, 심지어 그 바다를 떠올리면 그날따라 깔끔하게 면도되지 않아 거뭇했던 네 오른쪽 턱이라든가, 두 번째 단추를 풀지도 않고 억지로 두 번 접는 바람에 터져나갈 것 같던 네 셔츠 소매라든가, 벨트 위로 살짝 넘친 네 배와 그 배를 만들던 당시 네 식습관과 그 식습관을 만들던 상사 새끼의 은근한 악행이라든가, 그 모든 것을 바라보고 생각하며 느꼈던 그 순간의 내 복잡한 감정 같은 것들이 아직도 그날 속에 있는 것처럼 묵직하게 떠오르는데, 그런데 그 바다는 이 세상에 없더라. 원래 그런 세상만 있고, 그 세상 속엔 내가 알던 바다와 비슷한 바다들 몇 개가 있고, 세상에 더는 있지도 않은 바다를 찾겠다고 부산에서 강릉까지 두 번을 왕복한 나는 있는데, 그 바다는 아무리 찾아봐도 없더라고.

 

그 사실을 인정해야만 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때서야 눈물이 나기 시작하는 거야. 너 없는 데서 나는 한 번도 울지 않았거든.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건조하게 슬퍼하는 중이었는데, 갑자기 눈물이 펑펑 쏟아지더라고. 그날부터 며칠을 울고 울었어. 이 많은 물들은 다 어디서 왔나, 이제 세상에 없는 어떤 회색 바다로부터 왔나, 그 바다가 원래 그런 세상이 지겨워 도망치려고 내 눈과 불안과 내 침묵을 찢어버린 네 목소리 같은 것들을 이용했나, 내가 언제까지 울어주면 세상에 없는 그 바다가 다 마를까. 그러다 갑자기 눈물이 뚝 멎더라. 특별히 무슨 이야기를 들은 것도, 무슨 그럴듯한 생각을 해낸 것도 아니었는데, 정말 갑작스레, 밥상에 앉아 숟가락을 들 때만 해도 울고 있었던 것 같은데 설거지를 할 때쯤에는 볼이 다 말라 있더라고. 참 이상하지? 그리고 그때부터 긴 시간 오직 한 가지 궁금증만을 뒤적거리면서 오늘에 도착한 거야.

 

우리에게 우리는 어디였을까.

 

 

참다못한 편지가

소리치기로 작정한 순간,

 

확인했습니다

 

두 줄짜리 글에는

몇 달치의 말들이 적혀 있었습니다

 

당분간은 여전히 돌아가지 못할 거라는

그렇고 그런 말들

내가 입기엔 너무 큰 말들

비가 그쳤는데 급하게 우산을 펼치는 말들

 

힘을 잃은 나를 창밖의 바다가 채갑니다

그러고는 볶습니다

이미 열여섯 번 볶아진 적 있습니다

 

바다가 뱉어낸 몸은 매일매일 아픕니다

아무도 안쓰러워 안 합니다

 

아파도 도달해야만 하는 지점을 기억하는데

나는 자꾸만 때를 미루고 있습니다

치과나 병원이면 이렇게 미루지 않았을 겁니다

 

차오르다 차오르다 뚜껑만 닫으면 되는데

그게 안 됩니다

 

손수건 한 장이 나를 안쓰러워합니다

 

손수건 한 장은

아슬아슬하고 별것 아닙니다

 

이러다가는 내일도

바다가 나를 채갈 겁니다

자꾸 울면

내 눈에만 보이던 게

내 눈에만 안 보일 겁니다

_나는 바다가 채가기만을 기다리는 사람 같다」 전문

 

 

저기, 이제 바다에 같이 가 보지 않을래? 내가 찾던 바다가 더는 없는 것처럼, 네가 보러 가자고 했던 바다도 아마 없을 거고, 조만간도 더는 조만간이 아닐 테지만. 어느 바다든 한 번 다녀오자. 그곳에도 여느 바다처럼 밀물과 썰물이 있고, 밤에 젖은 모래나 돌멩이가 뒹굴 거잖아. 사람들은 영원히 그 바다를 찾겠지만 누군가 다녀간 흔적들은 영원히 씻겨나가고, 우리가 다녀간 자국도 시간 앞에 그렇게 되겠지. 어쩌면 영원한 건 영원이란 단어뿐이겠지만, 그래도 그 모든 일이 일어났다가 씻겨나가는 공간이 우리에게도 있어서, 어쩌면 그래서 우리가 살아가는 것이, 살아간다는 것이, ,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뭐랄까, 어렴풋이는 알 것 같은데 말로 하기가 참 어렵네. 그냥 이렇게 말하면 어떨까.

 

나는 우리가 우리에게 시간이 아니라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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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8-14 1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쇼님이 왔네.
쇼님이 돌아왔다.

잠자냥 2020-08-14 12:2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이 댓글 저는 왜케 웃긴지 ㅋㅋㅋㅋㅋㅋ
쇼님이 이제 업무가 좀 손에 익었나 봅니다.

다락방 2020-08-14 13:42   좋아요 0 | URL
오랜만에 쇼님의 시 리뷰를 보니 반가워서요. 흣.
뭔가 쇼님의 촉촉한 감성이 잠시 외출했다 돌아온 것 같달까요.
감성 촉촉한 시 리뷰를 보니 제 감성도 촉촉해지는군요...

syo 2020-08-15 07:49   좋아요 0 | URL
비가 주룩주룩 내립니다...... 갬성.. 축축갬성...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0-08-14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쇼님 웰컴!!

syo 2020-08-15 07:49   좋아요 0 | URL
멀리 갔다 돌아온 사람처럼? ㅎㅎ

수이 2020-08-14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팔 벌려 웰컴 쇼님

syo 2020-08-15 07:50   좋아요 0 | URL
웰컴이 폭발하는 거 보니 여기가 내 자리였나 보구만요ㅎㅎ

페크pek0501 2020-08-14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쇼 님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syo 2020-08-15 07:50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어쩐 일일까요.

2020-08-14 1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15 07: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20-08-14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 마지막 문장이 참...!!!!!
바다를 가 본지는 언젠지...ㅠㅠ

시집 리뷰는 이렇게 쓰는 거구만요.^^

syo 2020-08-15 07:52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 시집 리뷰는 물론이거니와 리뷰를 이렇게 쓰면 안 되는 겁니다ㅋㅋㅋ
에비~

반유행열반인 2020-08-14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님 글도 시도 바다 사진도 좋네요. 오랜만이네요.

syo 2020-08-15 07:52   좋아요 1 | URL
바다 한 번 다녀오심이 어떨까요. 묵묵히 바라만 보고 와도 언제나 좋은 곳입니다.

북다이제스터 2020-08-14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하루, 순간순간이 괴로움인 현실이 정상은 아니라고 몸과 마음은 말하는데, 남들은 그게 정상이라고 하네요.
부처는 진정 답을 알았을까요?
이글 보고 느낀 개인 소고입니다. ^^

syo 2020-08-15 07:53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ㅎ 뭔가 심오한 선문답같은 느낌입니다.
어쩐지 화이팅 1개 드려야 될 것 같기도 하고.....

두 개 드려야겠다. 북다님, 화이팅 화이팅

북다이제스터 2020-08-16 20:03   좋아요 0 | URL
syo 님은 화이팅 한 두개로 현실 하루하루가 살아가지세요?ㅎㅎ

syo 2020-08-17 11:18   좋아요 1 | URL
북다님께서 어떤 현실을 무엇으로 버텨 살아가시는지 제가 알 길이 없겠으나,
그걸 아나 모르나 어차피 제가 드릴 수 있는 게 기껏 요 화이팅 한두 개밖에 없어서 슬프네요 ㅠㅠ

이거 참, 힘내시라는 말조차 드리기 힘들어졌네요 허허허.

공쟝쟝 2020-08-22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아오면 이정도의 화력이구나 (새삼)

syo 2020-08-22 21:57   좋아요 1 | URL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자꾸 들으니 마치 여기서 태어난 것 같군요 ㅎㅎ

rachel_youn 2020-08-23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고 갑니다.
글이 참 좋아서 로그인까지 했네요

syo 2020-09-14 18:10   좋아요 0 | URL
어이쿠..... 댓글을 거의 한달을 지나서 봤네요 ㅠㅠ
과분한 칭찬말씀 해주셨는데, 너무 죄송합니다 ㅠ

Chelsea08 2020-09-20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쇼님의 글을 읽어 보는데 이 글만 읽고도 글에서 쇼님만의 향이 나는 느낌이네요. 혹시 출처를 표기하고 블로그에 퍼가도 될까요? 사람 들락거리는 블로그는 아니지만 몇 없는 이웃들과 같이 보고 싶어서요. 불편하시다면 말씀해 주세요.

syo 2020-09-21 18:16   좋아요 0 | URL
처음 뵙겠습니다, Chelsea08님. 칭찬 말씀 감사합니다.
출처표기하고 가져가신다는데, 불편할 일이 뭐가 있겠어요. 뜻대로 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래도 퍼가시는 글에다가 댓글로 퍼가신다는 말씀은 남겨주실 수 있으실까요?
못생긴 자식놈들이라, 어느 놈이 어디로 나가는지 정도는 제가 알면 좋겠어서요.
부탁드립니다^-^

자유주의자 2021-04-13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혹시 직접 쓰신 글이신가요?
알라딘 리뷰에서 보고 정말 너무 좋아서...
용기내어 처음으로 댓글 남겨봅니다.
글이 너무 좋아요,,, 정말 너무좋아요,,,
제 부족한 글솜씨로 표현하기 어려울만큼요
작가님이신가요?

syo 2021-04-13 14:15   좋아요 0 | URL
과찬의 말씀이세요.
좋게 읽어주셨다니 제가 뭐 한 것도 없이 뿌듯하네요 ㅎㅎㅎ

저는 작가도 뭣도 아닌, 그냥 알라딘에서 잡글 쓰는 syo구요,
알라딘에는 이 정도 쓰시는 분들 잔뜩잔뜩 있답니다^-^
 

 

3막 후반부의 테마는 행복입니다

 

 

1

 

단어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느꼈을 때, 첫 위기가 왔다. 단어를 잃어간다는 건 손가락이 모래로 바스라져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과 비슷한 기분이었다. 다음은 문장이었다. 간명한 문장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간명한 문장이고 다른 하나는 간명해서 아름다운 문장이다. 어차피 후자를 구사할 수 없다면 차라리 문장의 꼬리를 끝없이 길게 잡아당겨서 일종의 퇴폐미라도 첨가하고 싶은, syo가 또 그런 인간이다. 간명하기만 한 문장은 쓰고 싶지 않았다. 그래봤자 월급이 시키는 일은 해야지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망해가고 있었다.

 

이런 거, 누군가에겐 정말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또 누군가는 이게 아무것도 아닌 일은 아니지만 네가 뭐 시인도 소설가도 아닌 마당에 그리 큰일도 아니지 않냐,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그렇게 말해오면 이쪽에서는 덧붙일 말이 없다.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고. 그러나 내가 지닌 단어가 협소해지고 문장이 흩어진다는 느낌 앞에서 생이 덜컹덜컹 흔들리는 사람도 있다. 누구에게나 이것만큼은 도저히 견딜 수 없겠다 싶은 저마다의 퇴락이 있는 법이다. 그게 단어고 문장이어서 syo는 내 인생이 좋고 또 싫다. 좋다가도 싫고 싫다가도 좋다. 그러나 좋건 싫건 어쨌건,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내 안에 나의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 나만의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점차 마음에 드는 문장을 쓸 수 없는 인간 쪽으로 떠밀려간다는 느낌이 들 때, 인생이 바뀌거나 인생을 바꾸거나 하는 놈이 있다. 여기 있다. 것참 세상엔 희한한 인간도 많다.

 


인간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고가장 추악한 모습은 자기를 모를 때 나타난다대부분의 인간은 자기가 하는 일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고 산다.

정희진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쓴다

 

유월의 제주

종달리에 핀 수국이 살이 찌면

그리고 밤이 오면 수국 한 알을 따서

착즙기에 넣고 즙을 짜서 마실 거예요

수국의 즙 같은 말투를 가지고 싶거든요

그러기 위해서 매일 수국을 감시합니다

 

나에게 바짝 다가오세요

 

혼자 살면서 나를 빼곡히 알게 되었어요

화가의 기질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매일 큰 그림을 그리거든요

그래서 애인이 없나봐요

 

나의 정체는 끝이 없어요

이원하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부분

 

 

 

2

 

모든 마주침을 마주침으로, 돌아섬을 돌아섬으로 그저 그렇게 흐르도록 둘 수 있다면.

 

 

 

3

 

이제, 다시 읽고 쓸 것이다.

 

 

 

--- 읽은 ---

·


94. 논어를 읽다

양자오 지음 / 김택규 옮김 / 유유 / 2015

 

말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어느 위대한 사람이 있었다. 자신의 위대함에 걸맞은 위대한 말들을 그는 남겼고, 제자들은 그를 섬기듯 말을 섬겼다. 섬김은 끊어질 듯 이어지며 긴 세월을 어찌저찌 건넜으나 위대함은 시간의 공격을 견디지 못하고 마모되었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위대한 인간의 위대한 말이 아니라 위대했던 인간의 위대했던 말과 마주한다. 섬길 것인가. 섬긴다면 말은 우리 안에서 다시 위대함을 찾을 것이다. 말의 후광에 힘입어 우리도 얼마쯤 위대해지거나 위대해졌다고 착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대했던 말을 위대한 말로 섬기기 위해서는 방법이 필요하다. 2500년 전에 죽은 위대함의 시체를 벌떡 일으켜 내게로 뚜벅뚜벅 걸어오게 만들 주문이 필요하다. 힘을 잃은 말의 힘을 어떻게 읽어낼 것인가.

 

 


95. 지적 허영을 위한 퇴근길 철학툰

이즐라 지음 / 큐리어스 / 2019

 

허영을 위해 필요한 것이 이 정도뿐이라고 생각한다면, 입문자여, 더 늦기 전에 허영의 길에서 발을 빼기를. 지금이라면 당신은 치유될 가망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몇 발만 더 허영의 심연 속으로 발을 들인다면, 당신은 이 정도 책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더 많은 입문서를 찾아 아무도 읽지 않는 책들의 산기슭을 어슬렁거리게 될 것입니다.

 

 

--- 읽는 ---

어려웠던 경제가 이렇게 쉬울 줄이야 / 가미키 헤이스케

미셸 푸코 1926~1984 / 디디에 에리봉

섹슈얼리티의 매춘화 / 캐슬린 배리

혼밥생활자의 책장 / 김다은

프로이트 패러다임 / 맹정현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 / 채사장

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철학수업 / 박홍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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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0-08-14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써요. 쓰고 읽겠습니다.

syo 2020-08-14 08:14   좋아요 1 | URL
쓰고 읽어요. 제가 읽고 쓸게요.

2020-08-14 0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14 08: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14 09: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14 1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14 18:1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