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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 아픈 거 보니 또 환절기


환절기가 오면 마음에 오래 묵혀 빚은 이름이 가끔 이유 없이 버겁다. 오랜 이름에 오래 취하는 것은 사실 오래 묵혀 궁굴린 스스로의 탓이다. 낮에도 밤에도 몰래 혼자 만진 사람의 탓이다. 어떤 이름은 시간과 함께 봄날 꽃먼지처럼 바스라져 흩어지는데, 또 어떤 이름은 기어이 아픔이 되겠다며 시간에 젖고 절어 한없이 눅눅해진다. 눅눅한 이름에 병들어 본 사람은 시간을 강에 빗대는 말이 클리셰임을 알아도 쉽사리 내려놓지 못한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흩어지는 이름을 좋은 이름이라고, 오래 남아 버거운 이름을 나쁜 이름이라고 부르고 싶은 욕심에 지는 때가 있다. 어제에 못 박혀 고칠 수 없는 이름이 그 젖은 손을 뻗어 쉼없이 오늘을 건드린다면, 


그러면 가끔은 마음의 뚜껑을 열고 그 이름을 넌다. 조악한 손부채라도 펼쳐 이름을 끝없이 흔들어 말린다. 송곳같이 뾰족한 아픔이 간지러움이 되고, 해가 갈수록 쉬워지는 체념이 후회를 먹먹함으로 바꿀 즈음, 그때쯤 기침처럼 환절기가 끝날 것이다.

       




_ 이 영화를 다시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만약 이 영화를 다시 본다면 달콤했던 장면까지만 보고 일어나고 싶어졌다. 그 뒤는 보고 싶지 않아. 달콤했던 부분들만을 도려내어 언제까지고 반복해서 보고 싶었다. 그러면 안 되는 걸까? 사랑과 연애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보내는 시간이, 그렇게 달콤함만으로 계속 연결되면 안 되는 걸까? 오래오래 내내 다정하기만 하면 안 되는 걸까? 내가 좋은 사람이고 네가 좋은 사람이라면 함께하는 것도 좋으면 되잖아. 그게 뭐가 그렇게 어려운 걸까.

_ 이유경, 『잘 지내나요?』


_ 성장이란, 더 이상 그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게 되어버렸을 때에만 진정으로 가능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어쩌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것들만을 해왔기 때문에 늘 같은 자리를 맴돌았을 뿐 조금도 성장하지 못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너에게 용서받기 위한 반성, 아니, 이미 내가 나 자신을 용서해버린, 그런 반성 말이다.
_ 신형철, 『정확한 사랑의 실험』


_ 우리는 우리가 잊었던 것을 결코 온전히 되찾지는 못한다. 그 점이 어쩌면 좋을 수도 있다. 과거를 다시 찾게 된다면 그 충격이 너무 파괴적이어서 우리는 그 순간 왜 우리가 그토록 그것을 동경했는지 더이상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그러한 동경을 잘 알고 있다. 우리 안에 깊숙이 가라앉아 망각된 것일수록 더욱더 잘 그것을 이해한다. 입안에서 맴도는 잃어버린 단어는 그것을 찾는 순간 데모스테네스 같은 날개를 달아 비로소 우리의 혀를 풀어주듯이, 지난 삶 전체의 무게로 무거운 망각된 삶은 이제 그것을 되찾을 수 있다는 기대를 품게 한다. 아마 망각된 것을 그렇게 무겁게, 그렇게 꽉 차게 만드는 것은 이제는 더 이상 거기 순응하기 어려울 잊혀진 과거 습관들의 흔적들이 아닐까?

_ 발터 벤야민, 『1900년경 베를린의 유년시절 / 베를린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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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8-02-21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촉촉한 글 ㅎㅎ
잘 읽었습니다. ^^

syo 2018-02-21 20:39   좋아요 1 | URL
축추우욱한 글이지요ㅎㅎ

북다이제스터 2018-02-21 20:44   좋아요 0 | URL
어쩜, 한글의 우수성...
ㅗ 를 ㅜ 로 바꾸었을 뿐인데 느낌이 확 다릅니다. ㅎㅎ
잘 지내시죠? 항상 응원합니다. ^^

syo 2018-02-21 21:08   좋아요 1 | URL
저는 잘 지냅니다 북다님 ㅎㅎㅎ
언제나와 다름없이요^-^

다락방 2018-02-22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사람.. 한 편의 시를 썼네.....

syo 2018-02-22 09:24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
하루 묵혀놓고 봤더니 오글오글 출동이네요...

서니데이 2018-02-22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날씨가 따뜻해요. 벌써 환절기네요.
올해는 하루하루 속도감있게 날짜가 지나가는 것 같아요.
syo님,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syo 2018-02-22 18:22   좋아요 1 | URL
정말 시간이 미친듯이 가네요 ㅎㅎㅎㅎ
서니데이님두 편안한 하루 되세요^-^

단발머리 2018-02-23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나는 이 한 편의 시를.... 천천히 두 번 읽고 갑니다.

밤새 내린 눈이 syo님에게 위로가 되기를....
오늘도 잘 지내시기에요~~~~~~~^^

syo 2018-02-23 09:39   좋아요 0 | URL
단발님 좋은 아침입니다^-^
늦게까지 침대에서 둥글둥글 하다가 이제 일어났는데 창밖에 눈이 내렸네요 ㅎㅎ 눈조하 ㅎㅎㅎ
 


끝까지 멈추지 못하는 책과 끝없이 멈춰야 하는 책


썩 많은 책을 읽었다는 정도의 자랑이라면 부끄러움 없이 할 수 있겠다. 이런 3자 대화를 종종 겪곤 한다. "얘는 책 진짜 많이 읽어!" "아, 진짜 많다 할 정도는 아니예요." "와, 어느 정돈데요? 일 년에 백 권 넘게 읽으세요?" "아, 네, 뭐." "이봐, 장난 아니지?" "우와, 진짜 대단하시네요. 좋은 책 하나만 추천해주세요. 안 그래도 요즘 책 좀 읽으려고 그러는 중이거든요." 꾸준히 읽고 쓰시는 알라딘의 이웃분들 역시 무시로 겪는 일일테지만, 쟁쟁한 독서가들 사이에서도 책 추천은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물며 서로를 뜨문뜨문 아는 와중에 대뜸 책 한권 골라 달라는 요청은 때로는 폭력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당신을 모르면 당신이 읽을 책도 모릅니다. 당신을 읽지 못하면, 당신이 읽을 책이 무엇인지도 읽지 못합니다. 정말로 '책 읽으려는 마음'을 품었는데 갈 길을 모르시는 거라면, 먼저 당신을 조금 더 알려주세요. 조금 더 친절하게 대해 주세요. 당신은 지금 이렇게 말하신 거예요. 자, 이 글자는 '에이'라고 읽구요, 요건 '비'라고 읽으면 되구요. 그 다음 건 '씨'라고 읽으시면 돼요. 아시겠죠? 자 그럼, 이 단어 한 번 읽어보실까요? 'pneumonoultramircroscropicsilicovolcanoconiosis'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뜸' 책을 추천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syo는 두 부류의 책들을 떠올린다. 끝까지 멈추지 못하는 책과 끝없이 멈춰야 하는 책. 마지막 장을 읽고 나서야, 아 맞다, 그러고 보니 내가 산소호흡 하는 동물이었지, 하고 깨닫는 책과, 단 한 줄을 읽어 넘기는데 들숨과 날숨을, 심지어 때로는 한숨을 몇 번씩이나 빚어놓아야 겨우 발이 떨어지는 책. 어느 쪽이 더 좋으세요, 하고 물으면 열 명 가운데 열두 명이 망설임도 없이 전자를 고른다. 그래서인가 어쩐지 후자를 고르는 사람을 만나면 감동받을 것 같다. 밥 한끼 사먹이고 싶을 것도 같다. 그래서 돈 좀 있었으면 좋겠다. 마음만 있다. 마음이 있으면 돈이 없고 돈이 있으면 마음이 없어서 세상에 굶주림이 없어지지 않는 것인데...... 하여튼, 그래놓고서는 막상 syo 자신은 '못 서는 책'과 '못 가는 책'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좋냐는 질문을 만나면 묵비권 말고는 답이 없다. 그런 책들과 함께 했던 순간들은 돌이켜보면 지금도 은근히 행복해지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못 서는 책



syo가 최초로 경험한 '못 서는 책'은 『죄와 벌』이었다. 열린책들판이었고, 오래 들여다보고 있으면 눈이 쉬이 피로해지는 편집이지만 그런 걸 느낄 새도 없었다. 앉기만 해도 천장에 머리가 닿는 복층 좁은 공간에 매트리스 하나 깔고 얹혀 살던 시절, 겨울이었다. 날이 밝아 올 때 읽기 시작했는데 두 권을 다 덮었을 때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두 끼를 걸렀고, 정신을 차리고 나자 미친 듯이 배가 고팠으나 어쩐지 지금 당장 입으로 뭔가를 집어넣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지금 이 순간의 여운을 길게 가져가지 않으면, 최소한 이 고양된 감정이 스스로 물러갈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내가 먼저 그 손을 놓친다면 평생 오늘을 후회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매트리스 위에 누워 팔을 뻗어 손끝으로 천장을 어루만졌다. 그 질감,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던, 그래서 차갑기도 하고 뜨겁기도 한 것 같던 감각을 아직 기억한다. 내가 지금 사실은 무엇을 만지고 있는지 계속, 계속 생각했다.




무라카미는 '못 서는 책을 쓰는 사람'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가다. 처음 무라카미를 손에 들었던 18살부터,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었던 이십대 중반까지 무라카미는 syo가 가장 사랑하는 소설가였다. syo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가 4人'이라는 내부문건을 작성하고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기 위해 항상 유력 소설가들의 동향을 사찰하고 있다. 무라카미는 그 리스트에서 내려온지가 좀 되었는데도, 그런 것과 무관하게 여전히 가장 강력한 페이지터너다. 심지어 『1Q84』의 위력은 syo 혼자 검증한 것도 아니다. 보급이었는지, 아니면 개인이 가지고 들어온 건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지만, 하여튼 이 책이 유입되자 부대가 아주 난리가 났다. 몇몇 중요한(......새끼들.) 페이지는 소실되었다가 화장실 귀퉁이에서 꾸득꾸득 접힌 채 발견되질 않나, 책이 하도 서가에 돌아오지 않자 기다리다 빡친 말년 병장 하나가 누구 관물대에 짱박혀 있는지 찾아내겠다며 생활관을 지 맘대로 헤집어 놓다가 걸려서 말년 휴가 이틀이 짤리질 않나......  




못 가는 책



'道可道非常道' 라는 여섯 자가 인생의 화두였던 때가 있었다. 스물 갓 넘은 놈이 화두로 삼기에는 거대한 면도 없지 않았으나, 다양한 책들이 보여주는 그만큼 다양한 해석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보니 아무리 미미한 syo라도 나 하나 기대고 살 조악한 해설 하나 덧붙이는 게 뭐 그리 큰 죄겠느냐며 마음 위에 놓고 며칠을 궁굴린 여섯 글자였다. 종이에 열심히 적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한 페이지를 읽는 데 일주일이 더 걸렸다. 깨달은 것도 많고, 실질적으로 얻은 것도 있다. 언젠가 때가 되면 제일 안 아픈 부위를 골라 한 번 새겨 볼까 하여, 저 여섯 자 가운데 두 번째 道 하나를 제외한 다섯 글자로 타투 디자인도 만들어 보았다. 그때 그때의 여친들이 모두 반대했고, 여친을 제외한 나머지 인류도 반대표를 던졋기 때문에, 그 도안은 syo의 몸이 아닌 마음 속에서 때를 기다리며 조용히 잠들어 있다.   



『섬』은 순수하게 그 문장에 반하여 얼굴을 붉히며 오래 머물렀던 책이다. 지금은 어쩐지 본문보다 카뮈의 서문이 더 유명해져 있지만, syo는 특이하게도 카뮈보다 그르니에를 먼저 알게 되었기에 오히려 더 좋았던 걸 수도. 학교 도서관 서가를 기웃거리다 정말 우연히 뽑아든 책이 청하출판사에서 나온 『섬』이었는데, 이런 건 운명이라는 말 말고는 달리 설명할 도리가 없다. 민음사판과 청하판은 역자가 다른데, 민음사판의 김화영 선생님의 불어 번역이야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느냐만은, 청하판 함유선 선생님의 번역도 미려하기로 따지면 한 치의 양보가 없다. 개인적으로 청하판 장 그르니에 전집은 정말 미친듯이 갖고 싶은 책들인데, 표지 디자인은 물론 수동 타자기로 때려넣은 것 같은 옛스러운 글자체 하며, 뭔가 그야말로 섬 같은 『섬』이 아닌가 싶다. 절판이고, 꼴랑 『섬』하나 가지고 있다. 복간되면 좋겠다. 민음사판은 선집이다. 





syo의 인생책이라 항상 추천하지만 단 한 번도 좋은 리액션을 받아본 적이 없는 비운의 책. 경험적으로 보면 사실『월든』을 좋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소로의 긴 문장을 천천히 읽기를 좋아해야 하고, 천천히 사는 소로의 삶 자체를 좋아해야 한다. 천천히, 천천히. syo는 속독하는 편이지만, 월든만큼은 음독 이상의 빠르기로 읽지 않는다. 매년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때면 볕 잘 들고 바람 잘 통하는 곳에 앉아 조용히 마음 속으로 소리 내 이 책을 읽고 있다. 볕 들면 멈추고 바람 통하면 쉬어가는 법을 몸에 새기고 있다. syo는 위의 3종을 가지고 있는데, 다 좋다. 막 좋다. 조금씩, 그러나 명확히 세 권은 다르다. 그래서 더욱 좋다. 




syo가 톨스토이고 뭐고 모르겠고 난 그냥 무조건 도선생, 을 외치고 다닌 것은『죄와 벌』을 두 번째로 완독했을 때부터였다. 이 책은 syo에게 '못 서는 책'인 동시에 '못 가는 책'이다. 아직 다른 어떤 책도 syo에게 이렇게까지는 하지 않았다. 그리고 요즘 천천히 읽느라 가다 서다 되돌아가다를 반복하는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책』  




멈추는 법을 알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끝까지 멈추지 못하는 책과 끝없이 멈춰야 하는 책 중 무엇이 더 좋은 책인지, 혹은 무엇이 진짜고 가짜인지 하는 물음은, 어쩌면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 아니라, 질문할 수 없는 질문이 아닐까 싶다. 예를 들면, "헤어 드라이어랑 미디움 웰던으로 구운 스테이크 중에 뭐가 더 패셔너블해요?" 하는 질문처럼. 그것은 '책의 기능'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가지치기하는 하위분류가 아니라, 전혀 다른 평면의 문제일 수 있다. 


그렇지만 요즘 그런 생각을 한다. 어쨌든 책은 멈추는 법을 가르치는 가장 좋은 선생이 아닌가 하는, 멈추지 않으면 읽을 수 없고, 읽지 않으면 멈출 수 없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제발 좀 그만하고 멈췄으면 좋겠다 싶은 사람들의 말과 행태를 접할 때마다 권하고 싶은, 아니, 아예 어디다 가둬 놓고 쑥과 마늘만 먹이면서 읽히고 싶기까지 한 책이 쉽게 떠오르는 것을 보면, 저런 생각은 과정이 섞이긴 했어도 완전히 새빨간 거짓말은 아니지 않나 싶다.


그나저나 '못 서는 책'과 '못 가는 책'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니, 이건 무슨 계급 높은 꼰대들이 사람들 앉혀놓고 농담이랍시고 꺼내는 음담패설 같기도 하고, 타이틀 걸지게 뽑아서 독자 낚으려는 전형적인 기레기 수법 같기도 하다. 중의적 효과를 노린 건 전혀 아니었지만, 그게 오히려 syo가 태생적으로 더러운 작자라는 증거인가 싶어 더 무섭다......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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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도리 2018-02-17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끝까지 멈추지 못하는 책, 에는 도스토옙스키와 나쓰메 소세키가 있지요..죄와 벌.. ㅠㅠㅠ

syo 2018-02-17 15:25   좋아요 1 | URL
도 선생님과 나 선생님은 syo가 사랑하는 소설가 4人 리스트에 현재 등재되어 상시특별감시대상이 되고 있는 분들이지요.

깐도리님도 syo와 취향이 비슷하시네요- 라고 말하려고 하고 보니, 도스토옙스키나 나쓰메 소세키쯤 되는 거장들을 입에 올리면서 사적인 취향 이야기하는 건 좀 웃기긴 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8-02-17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쇼 님의 독서일기는 항상 읽어도 새롭게 읽히는 맛이 있어 좋네요.. ㅎㅎ

syo 2018-02-17 17:24   좋아요 0 | URL
반사 ㅎㅎㅎㅎ
무지개 반사 ㅎㅎㅎㅎㅎ

단발머리 2018-02-22 2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죄와 벌,에 대한 syo님의 사랑이 아름답네요. 도선생님의 <죄와 벌>이 이렇게 재미있는 책이라는 걸 왜 사람들은 진작에 알려 주지 않았는지....전, 저보다 먼저 죄와 벌을 읽은 사람들을 원망했습니다, 진심으로요.

월든,을 볼 때마다 syo님 생각이 날 것 같아요. 여러번 언급하셔서 저도 읽어봐야지 하고 있구요^^

syo 2018-02-18 00:05   좋아요 0 | URL
왜 보통, 고전이라고 해서 추천받거나 잘 나가는 대학교 선정 필독도서랍시고 뽑아놓은 목록 속의 책들은 희한하게 다 재미가 없잖아요. 그런 진실에 한없이 수렴하는 편견 때문에 피해보는 거장들을 모아 놓으면 아마 제일 선봉에 도선생님이 서실 거예요. 저 편견 어택에 크게 당해서 사실 저도 꽤 늦게 도선생님 책을 손에 들어본 편이지요. 단발머리님의 진심을 십분 백분 오만분 이해합니다.

<월든>의 경우는, 혹시 내가 추천해서 부정 탄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반응이 떨떠름했지요...... 뭐......이젠 포기야......으흐규ㅠ

고양이라디오 2018-02-20 21:53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저도 그랬습니다! 저도 진심으로 저에게 <죄와 벌>을 추천해주지 않은 사람들을 원망했습니다.

psyche 2018-02-18 0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르니에 <섬>! 남편이 책 좋아하는 저를 꼬시려고 자기가 좋아하는 책이라며 건냈던 책.(본인은 흑심이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그거 읽고 그르니에 빠져서 그 이후 청하에서 사온 그르니에 전집 꽤 모았어요. 미국올 때 거의 모든 책은 다 친정에 두고 오고 큰 박스 한개에 책을 넣어 배로 보냈는데 그 때 챙겨온 책들 중 하나였죠.
지금 찾아보니 청하에서 나온 그르니에 전집 10개 가지고 있네요. <섬>은 청하것도 있고 민음사것도 있는데 제가 가지고 있는 민음사 <섬>은 저 사진에 있는 게 아니구요. 민음사에서 이데아 총서로 나왔던 <섬> 이에요. 틀춰보니 막 한문이 섞여있는.... 나 그 때 이거 어떻게 읽었지? 지금은 한자 까막눈 수준인데....
<월든>은 몇번 시도했다가 끝까지 못 읽었는데 다시 시도해봐야할까요?

syo 2018-02-18 08:44   좋아요 0 | URL
우와, 섬으로 썸타셨네요.
두 분 다 핵멋있어요. 섬으로 유혹하는 남편님도 멋있지만, 10권 모으신 프님이 더 멋있네요. 부럽습니다......

월든의 경우 추천을 포기했습니다..... 몇 번 시도했다가 못 읽으셨다면 굳이 읽으셔야 할까 싶기도 하구요. 지루한 면이 다분한 책인 것은 확실하니까요. 그래도 읽어보시겠다면, 이걸 완독해야겠어, 하는 욕심 없이 저처럼 며칠이 되건 몇 달이 되건 한 줄 한 줄에 머무르고 싶은 만큼 머물러가면서 천천히 읽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스토리 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니니, 마치 잠언처럼 읽어나가는 것도 방법이겠어요ㅎㅎㅎ

책읽는나무 2018-02-18 0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님의 책 이야기가 늘 흥미진진한데......
오늘은 읽고 있는데 왜 가슴이 뛸까요?
읽었던, 읽지 못한 책들....
조목조목 야무진 설명에
syo님 넘 사랑스럽습니다^^
집에 찜박아 놓은 월든과 죄와 벌 얼른 읽어야 겠구나!! 눈도장 찍으면서 그 책들을 읽으면 저도 syo님의 서재글이 많이 떠오르겠어요.월든은 정말 따라해 보고 싶은 광경입니다^^


syo 2018-02-18 08:50   좋아요 0 | URL
주신 사랑은 아주 넙죽 받아먹겠습니다 ^-^

도선생님 책은 전혀 걱정없습니다. 전적으로 시작하느냐 마느냐에 달린 문제거든요. 일단 시작만 하시면 그저 도선생님이 이끄시는 대로 물 흐르듯 흘러갑니다. 반면 월든은 걱정입니다.

저는 다른 책들은 빨리 읽는 편인데, 희한하게 월든은 처음부터 누가 시키기라도 한 듯 천천히 읽었고, 매년 그렇게 읽고 있거든요. 월든을 읽다 중도에 그쳤다는 제보가 쏟아질때마다, 어쩌면 나처럼 읽는 것이 월든 읽는 유일한 방법인건가 하는 생각도 막 들고 그렇습니다. 책나무님도 올해 봄-여름 환절기를 한번 노려보시는 것이 어떨까요 ㅎㅎㅎ

cyrus 2018-02-18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판본을 복간하는 출판 트랜드를 생각한다면 청하 그르니에 전집 복간 소식이 없어서 아쉬워요. 최측의농간 출판사라면 해볼만한데 1인 출판사라서 전집 복간 출간은 어려울 듯합니다.

syo 2018-02-18 08:54   좋아요 1 | URL
언감생심이네요. 죽기 전에는 다시 만날 수 있으려나요......

라로 2018-02-18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섬! 저는 이 글을 읽고 너무 놀랐어요!! 제 고등학교 시절 서점에서 얇은 섬을 발견하고 구매했을 때 생각은 긴 글을 싫어하기 때문에 글이 대체로 짧고 얇아서 샀는데 결과는 제가 아주 사랑하는 책이에요!! 명상록과 함께 제 고등학교 동반자가 되어 준 책이랍니다.
도선생님의 책은 정말 대단하죠.
월든은 저도 시도라기보다 읽다가 흐지부지된 것 같아요. 아~~~이 책도 마무리를 져야 하는데. ㅠㅠ
저는 토비 님이 좋지만 섬 때문에 이제 빼도박도 못하게 좋아졌다는. ㅎㅎㅎㅎ

syo 2018-02-18 14:50   좋아요 0 | URL
맘 먹고 읽자고 들면 하루에 일곱 권도 더 읽을 수 있는 얇은 분량의 책 한 권을 일곱 날에 나눠서 읽으면서도 내내 감탄하고 감동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지요. 물론 책 자체도 뛰어나야겠지만, 독자와 주파수가 맞아들어가야 가능한 일이니까요. <섬>은 그렇게 syo하고 주파수가 잘 맞는 책이었고, 라로님께도 그랬다면, 결과적으로 syo와 라로님이 주파수가 맞물리는 독자라는 이야기네요 ㅎㅎㅎ 빼박캔트 환영합니다. ^-^

<월든>에 부채감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꽤 많은 것 같아요. 비슷한 댓글을 계속 달다 보니 반복학습에 의한 최면 효과가 생긴건지, <월든>을 읽는 방법은 그야말로 느긋하게, 천천히, 볕과 바람 안에서, 라는 출처불명의 확신이 생깁니다.....

2018-02-18 1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18 14: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짜라투스트라 2018-02-18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덕경 장자 논어 주역 같은 책들은 평생 계속해서 읽을 생각입니다^^ 섬은 진짜 청하출판사판본을 생각하면 문장 하나하나가 섬 같아서 문장 사이를 항해하며 섬들을 둘러본 느낌입니다^^ 어쨌든 쇼님의 책구분에 200% 동감합니다 ㅎㅎㅎ

syo 2018-02-18 23:30   좋아요 0 | URL
역시 청하판 그르니에 전집의 아름다움은 아는 이들은 다 아는군요. 크-

독서괭 2018-02-18 22: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당신의 못 서는 책과 못 가는 책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져서 여러 사람들에게 답을 들으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전 중학생 때 죄와벌을 시도했다가 질식하는 듯한 기분을 느꼈었더랬습니다 ㅠㅠ 몇년 전 다시 읽으니 숨쉬며 읽겠더군요 ㅎㅎ
몇년째 책장에 잠자고 있는 월든 토비님이 자꾸 얘기하셔서 자꾸 쳐다보게 됩니다. 죄책감은 점점 커져만 가고... 그런 눈으로 바라보지 마ㅠㅠ
암튼 토비님은 넘 멋져요.

syo 2018-02-18 23:33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월든 이 자식은 여기저기서 괜히 죄책감 조성하고 다니네요.

멋지다는 말씀은 못 들은 걸로 하지 않겠습니다. ㅎㅎㅎㅎ

고양이라디오 2018-02-20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선생과 무선생, <죄와 벌>과 <1Q84> 반갑네요^^ 저도 같은 느낌, 심정으로 읽었습니다. <1Q84> 3권을 읽으면서 남은 페이지가 줄어드는 것이 어찌나 아쉬웠던지요ㅎ

저도 따라해보고 싶은 ‘못 서는 책‘과 ‘못 가는 책‘ 이네요ㅎ

syo 2018-02-20 22:46   좋아요 0 | URL
제 특허도 아닌데요 뭘. 고라님도 한 판 하시죠 ㅎㅎㅎ

프리즘메이커 2018-02-21 0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흡입력 파기 때문에... 죄와벌과 하루키를 조용히 장바구니에 담겠습니다..

syo 2018-02-21 11:12   좋아요 0 | URL
프메님이라면 당연히 읽어보셨을 줄 알았어요 ㅎㅎㅎㅎ <죄와 벌>은 추천 안했다가는 욕먹는 분위기입니다.

프리즘메이커 2018-02-21 14:09   좋아요 0 | URL
ㅠ 대학원은 책을 못읽게하는 나쁜곳입니다....
 


기판력보다 떡국을


해가 바뀌고, 뭐 한 것도 딱히 없는데 어쩐지 민족의 큰 명절 설이 시작된 눈치다. 큰 명절은 과연 어마어마 커서 그런가 syo가 사는 좁은 방문을 통과해 들어오지 못했고, 창 밖으로는 4층 높이의 허공만 보이는데 텅 빈 것이 역시 오늘이나 어제나 그제나 별로 다른 게 없다. syo도 그렇다.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니지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기판력과 석명권에 대해 생각하고 말았다. 으윽, 당했군. 물론 느즈막히 일어나 기지개를 펴면서 민사소송법 판례를 읊조리는 인생은 세상 사람들 눈에 좀 불쌍해 보이지만, 심지어 새벽같이 일어나 똑같은 짓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강의실에 바글바글 모여 앉아 명절을 새하얗게 불싸지르는 노량진의 유예된 청춘들을 스케치한 기사는 마치 작년 추석의 것을 복붙한 것마냥 똑같다. '3년째 7급 공무원을 준비하고 있는 박 씨(29)'가 '9급 공무원을 준비하는 박 씨(30)'으로 바뀌었을 수는 있겠다. syo는 단지 그 사람들보다 조금 더 늙었고, 그래서인지 법조문들한테는 더 무시당하고 판례들하고는 더 서먹서먹한 느낌이지만, 근본적으로는 더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는 인생이고, 역시 그런 명절이다. 


떡국이라는 것이 맛있겠다.




완전한 삶이란 없다. 그 조각만이 있을 뿐. 우리는 아무것도 가질 수 없는 존재로 태어났다. 모든 것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그런데 빠져나갈 이 모든 것들, 만남과 몸부림과 꿈은 계속 퍼붓고 흘러넘친다...... 우리는 거북이처럼 생각을 없애야 한다. 결의가 굳고 눈이 멀어야 한다. 무엇을 하건, 무엇을 하지 않건 그 반대는 하지 못한다. 행동은 그 대안을 파괴한다. 이것이 인생의 역설이다. 그래서 인생은 선택의 문제이고, 선택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되돌릴 수 없을 뿐이다. 바다에 돌을 떨어뜨리는 것처럼.

_ 제임스 설터, 『가벼운 나날』




마광수보다 만두국을


며칠 전에 썼던 일기 속의, 그 옛날 달달했던 우리 모습을 상기시켜 주고 싶어 여친에게 그 글을 보여주었는데 되돌아온 답변이 충격이었다. 너무 야해서 아무한테도 못 보여주는 글을 썼군. 그 사람 생각 난다. 그 자살한 교수 이름 뭐지?


대박사건. 


물론 가슴 이야기 좀 나오고 엉덩이 이야기 좀 나왔지만. syo에겐 그저 야릇하고 나른한 글일 뿐이었는데 그게 그녀에겐 마광수를 떠올릴 만한 스케일이었다니, 이걸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9년을 만나도 알 수 없는 연인의 마음이여.


만두국이라는 것도 맛있겠다.



가능한 여러 차원의 경험을 해보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는 한 장소에 대해 알게 된다. 한 장소를 파악하기 위해서 우리는 사방에서 그 장소를 향해, 또한 그 장소로부터 동서남북 사방으로 다시 가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장소는 우리가 파악하기도 전에 전혀 예상치 못한 길을 통해 서너 번은 우리에게 달려든다.

_ 발터 벤야민, 『모스크바 일기』




불알친구 귀 빠진 날보다는 눈꽃치즈치킨을


벌써 2월의 절반이 영면에 드셨다.아놔, 뭐 한 것도 없는데! 어제의 syo는 달력을 넘기며 도대체 시간은 왜 이렇게까지 급하게 내게서 도망치는가, 나는 왜 그저 빛의 속도로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것 말고는 속수무책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는가를 한탄했다. 달력의 날짜를 거꾸로 짚어가며, 오늘은 발렌타인데이지, 어제는 K의 생일이었군, 8일은 H의 생일이고, 7일은 엄마 생일, 우리 기념일...... 그러다 1일까지 짚었는데, 아뿔싸, 그러고보니 1일은 syo의 고환친구 三(이름입니다. 3명도 아니고, 친구 No.3도 아닙니다)의 생일이었다. 이놈이랑은 3일에 한 번 꼴로는 톡을 주고 받았었는데, 그러니까 三의 생일을 생까고 지나간 후에도 우리는 몇 번의 대화를 나눈 셈이 된다. syo는 무심해서 생일을 말하지 못했고, 三은 모양 빠져서 생일을 말하지 못하는 등신같은 침묵의 대치관계 속에서. 고환친구라는 관계의 이 가벼움으로 미루어보건대, 역시 고환이라는 건 달고 있다고 뻐길만큼 대단한 물건이 아니군, 하는 의미있는 깨달음도 있었다. 하여간, 차라리 제발 1일날만은 대화가 없었기를 바라면서 三과의 톡을 뒤집어 보는데, 아뿔싸, 있다! 그 순간, 우리 사이에 있었던 어떤 대화가 떠오르면서, 제발, 제발 그 이야기를 그날 했던 것만은 아니기를 절실히 기도했다. 오 하나님, 지금도 똥인 저를 더 거대한 똥덩어리로 만들지는 말아주세요...... 그런데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그러니까 이것은 三의 생일날, 25년지기 친구의 생일도 잊고 언급조차 하지 않은 버러지 같은 syo와, 그런 syo를 꿋꿋이 버티며 25년을 한결같이 착취와 고난의 인생을 묵묵하게 걸어온 재림성자 三의 대화 일부입니다.......



여러분, 이것이 syo의 인성입니다 


돈 벌었으면 치킨 내놓으래 ㅋㅋㅋㅋ 심지어 개념이 없대 ㅋㅋㅋㅋㅋㅋ 하다하다 주문도 자기 손으로 안했어 ㅋㅋㅋㅋㅋㅋㅋ 완전 쓰레기 ㅋㅋㅋㅋㅋ 안 타는 쓰레기 ㅋㅋㅋㅋㅋㅋ 지 생일날 치킨 삥뜯기는 저 멍청하게 착하고 착하게 멍청한 놈ㅠㅠㅠㅠ 나같은 놈이 불알친구라 이번 생은 폭망한 저 불쌍한 놈 ㅠㅠㅠㅠㅠㅠ


아 근데 이 와중에 눈꽃치즈치킨 맛있겠다.



우리에겐 우리 말고는 내 편이 없어. 그걸 이제야 알았네.

_ 코바야시 타끼지, 『게 가공선』






오르한 파묵, 『내 이름은 빨강 1』은 읽어도 읽어도 재미지다.

루쉰, 『루쉰 전집 1 : 무덤 열풍』을 팍팍 읽어나가다.

발터 벤야민, 『1900년경 베를린의 유년시절 베를린 연대기』의 반환점을 지나다.

존 치버, 『이 얼마나 천국 같은가』를 마치며 손쉽게 치버 입덕.




이웃님들 모두 모두, 명절 잘 쇠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syo같은 친구 있으시다면, 올해는 기필코 인연 끊으시구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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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8-02-15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은 제 나이엔 화살보다 더 빨리 지나가는 것 같아요. 말씀처럼 토비 님 같은 친구와는 인연을 끊고 친구 삼 님 같은 분과는 인연이 닿는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ㅎㅎㅎㅎㅎ

2018-02-15 1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15 1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15 15: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프리쿠키 2018-02-15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쇼님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syo 2018-02-15 11:3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북프리쿠키님^^
행복하고 충만한 연휴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18-02-15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syo 2018-02-15 12:44   좋아요 1 | URL
열심히 받겠습니다ㅎㅎㅎ
겨울호랑이님도 새해 복 끝장나게 받으셔요^^

2018-02-15 1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15 15: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8-02-15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판력과 석명권, 민소네요.
syo님, 즐거운 설연휴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syo 2018-02-15 15:0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
화이팅화이팅입니다 ㅎㅎㅎㅎ

psyche 2018-02-15 15: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판력, 석명권이 뭔가 찾아봤네요. 처음 들어보는 말이라 무슨 줄임말인줄.... syo 님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syo 2018-02-15 15:32   좋아요 1 | URL
모르고 살 수 있다면 평생 모르고 사는 게 가장 좋은 단어들입니다^^

psyche님도 새해 복 많이많이많이많이더많이 받으세요!!

라로 2018-02-15 16:22   좋아요 0 | URL
뭐에요? 토비 님 프님을 더 좋아하나봐. 많이 많이 저한테는 한 번도 안 쓰시고 프님에게는 왜 이리 많이많이많이많이더많이 쓰시는 거에요? 왕삐짐. ㅎㅎㅎㅎ

라로 2018-02-15 16:24   좋아요 0 | URL
우리 프님은 정말 학구적이세요!! 이러니 많이많이많이많이더많이 좋아할 수 밖에~~~! 저는 그 단어들 읽으면서 뭐 그런 🦀 있나보다 그랬어요~~~~ㅎㅎㅎㅎㅎ 나도 찾아볼까???🙄

syo 2018-02-15 16:35   좋아요 0 | URL
라로님 무슨 말씀이세요. 전 분명히 어마어마한 수식어를 붙여드렸는데요. ˝저처럼˝

ㅎㅎㅎㅎㅎㅎㅎㅎ



psyche 2018-02-15 16:47   좋아요 1 | URL
학구적인게 아니고 발음도 어려운 말이라 신조어인줄 알고... 제가 또 얼리 어탑터잖아요 ㅋ 어디가서 써먹으려 한건데 읽어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되는 단어들이었어요 흑

라로 2018-02-16 01:05   좋아요 0 | URL
괜찮아요, 토비 님. 농담 길게 못하는 성격 나오는데 처음부터 장난기 빌동 한 거에요. 많이많이많이많이더많이 보고. ㅎㅎㅎㅎ 그래도 부러웠어요~~~많이많이많이많이더많이! ㅎㅎㅎㅎ

얼리 어답터!!! ㅎㅎㅎㅎ 그래도 프님은 학구적인 자세가 딱 잡혀있어요!!^^ 저도 저 단어들 찾아봤는데 그나마 석명권은 이해가 좀 가는 것 같은데 기판력이 도대체 뭔 소리인지~~ㅎㅎㅎㅎㅎ 어쨌든 토비 님의 애정이 프님에게 많이많이많이많이더많이 있는 것은 사실인듯요 ~~~ㅎㅎㅎㅎㅎ (돌아서며 어깨를 들썩인다)

syo 2018-02-16 01:21   좋아요 1 | URL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라로님께 syo의 애정을 전합니다.

석명권은 법원이 당사자한테 ˝너 그렇게 애매하게 주장하다 개털려서 나중에 엉엉 울지 말고 다시 한번 똑똑히 말해 보렴˝ 하는 거고
기판력은 법원이 ˝아놔 기껏 판결내놨더니 똑같은 말 또 시키거나 택도 없이 계속 판결에 대들다니. 네놈 요구는 더 들을 것도 없다.˝ 하는 거지요.

와 정말로 애정이 많이많이많이많이더더많이 묻어 있는 설명이다.😆

psyche 2018-02-16 01:32   좋아요 1 | URL
오 syo님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설명!!
많이많이많이많이를 가지고 두 분이 다투시니 제가 어쩔 수 없이 올해는 복을 많이많이많이많이많이 더 많이 받기로 하죠 ㅎ

라로 2018-02-16 01:56   좋아요 1 | URL
ㅋㅎㅎㅎㅎ 그래요. 토비 님에게 저렇게 많이많이많이많이더많이 애정이 묻어 있는 설명을 들었으니 프님이 복 많이많이많이많이더많이 받으세요~~~^^
근데 기판력 쌀벌하네요!! ㅎㄷㄷ

프리즘메이커 2018-02-16 0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킨은 배틀그라운드로.... syo님 새해복많이받으세여!

syo 2018-02-16 08:3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프메님도 복 폭주하는 새해되세요.^^

2018-02-19 14: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19 14: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19 1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19 1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20 0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20 0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존 치버의 일기
존 치버 지음, 박영원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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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검사유서


어두운 시간이 찾아오면 당신을 구원하는 데 재산은 쓸모가 없다오랫동안 다녔던 스키장이나 시냇물에 이르는 오솔길도 마찬가지다그보다 더 위대한 무엇을 당신은 반드시 찾아내야만 한다. (27) 


일기를 믿을 수 있다면 우리는 이 소설가의 인생을 구성하지 않아도 된다. 듣고 믿으면 충분하다. 일기를 믿을 수 없다면 우리는 이 소설가의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된다. 소설을 읽으면 충분하다. 하지만 일기가 믿을 수 있지만 믿을 수 없는 기록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 소설가의 증언을 듣고, 신문하고, 상상하고, 메꾼다. 소설가는 이미 죽었다. 우리는 죽은 소설가의 일기에서 살아있는 소설가를 건져낼 필요가 없다. 소설가의 삶을 부검하고 그 흔적들 안에서 우리가 쓸 백신이나 치료제의 실마리를 길어내면 된다. 소설가는 이미 죽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살아있다. 이게 희소식이다. 나쁜 소식도 있다. 죽은 소설가를 찾아갔던, 그의 다잉메시지가 지목하고 있는 그 느긋하고 끈덕진 살인마, ‘어두운 시간역시 아직도 살아있다. 이제는 호시탐탐 우리의 옆자리를 노리면서.

 

 

 

첫번째 비상구 : 쓰기


잘 쓸 것정열적으로 쓸 것좀더 자유롭게 쓸 것좀더 너그러워질 것자신에게 좀더 엄격해질 것욕망의 물리적 힘뿐 아니라 그 지배력에 대해서도 인지할 것글을 쓸 것사랑할 것. (43)


어두운 시간에 갇힌 소설가는 종종 펜과 잉크 대신 나침반과 지도를 집어 들었다. 각도기와 삼각자를 문장에 가져다 대고 미세조정을 거듭했다. 글길이 멀었으므로 그 길은 아름다워야 했다. 문장의 여행자는 정열적이면서도 자유로웠고, 너그러운 동시에 엄격했으며, 욕망, 욕망에 신경을 온통 쏟았다. 소설가는 쓰고, 쓰고, 쓰고, 사랑했다. 그리고 다시, 자신의 펜이 지나온 궤적 위에 나침반을 올려놓고 어디로 향할지를 가늠했다. 그의 인생은 그런 과정의 지난한 반복이었다. 우리는 그 반복의 매듭을 가리키며 소설이라 불렀다. 우리가 그저 소설가의 잉크가 달려간 궤도만을 포착되는 동안, 소설가는 자신의 비밀스런 측량기구들을 일기장 속에 조용히 묻었다. 그가 죽고 나서야 세상에 나온 일기장이었다. 


 

작가란비극적이게도방관자의 입장에 서기 위해 기웃대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작가는 그의 창을 통해 공원에 핀 천수국을 훔치는 여자를나무 뒤에서 오줌 누는 노인을또 사람들이 공터에서 공을 주고받는 놀이를 지켜보지만 작가와 이 단순하고 자연스러운 광경 사이에는 그 어떤 냉혹한 심연이 가로놓여 있는 듯하다어쨌든 작가는 손에 든 펜으로 카뷰레터를 수리할 수 없고 풋볼도 할 수 없다거기에 너무 날카롭고 비판적인 눈을 갖고 있기도 하다. (486)

 

인간의 비참함이 지니고 있는 그 광대함과 강렬함을 부족하다는 인상을 주지 않게끔 묘사하기초조함과 병적 상태라는 고뇌를 잘 다듬기고통에 약간의 고귀함을 부여하기하지만 우리가 이를이러한 비극을 어느 정도의 도덕적 권위도 없이선과 악에 대한 어느 정도의 지각도 없이 다룰 수 있을까? (316)

 

소설에 소설이 쌓였다. 쌓인 소설들이 세상 사람들의 책상 위로 퍼져나갔다. 세상이 소설가를 칭찬했다. 당신이 세상에 무엇인가 해줬노라고. 그러나 그 즈음 소설가는 소설이, 작가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는 보았다. 그리고 썼다. 그러나 의심했다. 가능한 일이 의심받았고, 이내 허락된 일들도 의심받았다. ‘할 수 있을까에서 해도 될까. 그러는 중에도 소설은 계속 태어났다. 세상은 기뻐하며 소설의 겉옷에 무겁고 빛나는 훈장을 달았다. 소설은 저 홀로 육중해졌고, 소설가는 점점 부풀어가는 자식을 불길한 눈동자로 응시했다.

 

 

작가는 그의 상상력을 개발하고확장하고끌어올리고부풀리며 이것이 선과 악의 이해에 대한 자신의 운명이요 유용성그리고 공헌이라고 확신한다작가가 그의 상상력을 부풀리면 그는 악에 대한 그의 능력을 부풀리는 것이 된다작가가 그의 상상력을 부풀리면 그는 불안에 대한 그의 능력을 부풀리는 것이 되고 그러면 필연적으로 오직 치사량의 헤로인이나 알코올로만 완화시킬 수 있는 참담한 공포의 희생양이 되고 마는 것이다. (493)

  

그렇게 소설가는 서서히 무너졌다. 제 몸보다 더 거대한 자식을 낳기 위해 끝없이 상상력을 부풀려가며. 낡은 나침반과 지도는 이제 와 어떠한 위대함도 가리키지 않았다. 소설가의 손에는 펜만 남았다. 그것은 휘두르면 휘두를수록 휘둘리고 마는 참담하고 무서운 물건이었다. 여기가 그의 첫 번째 환멸의 자리였다.

 



두 번째 비상구 : 부부

 

결혼에 대한 네일리스의 기억은 낭만적이지 않았고 심지어 조잡하기까지 했다그는 전통적인 아름다움엔 관심이 없는 듯했다가을 장미를 다듬는 메리앨런야회복 차림의 메리앨런친구가 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흐느끼던 메리앨런하지만 이보다도 네일리스는 테시라는 개가 병에 걸려 그랜드피아노 밑의 마룻바닥에 토했던 밤을 기억했다때는 새벽 3시였고 그는 늙은 개를 밖으로 내보낸 후 대걸레와 양동이를 들고 와 토사물을 치우는 중이었다청소하는 소리에 잠이 깬 메리앨런이 나이트 가운을 입고 아래층으로 내려왔다피아노 밑에서 위를 쳐다보던 네일리스는 그녀의 아름다움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메리앨런은 종이타월을 가져오더니 이어 손과 무릎을 굽혀 네일리스를 돕기 시작했다청소를 다 마치고 일어서던 메리앨런은 그만 피아노 뚜껑에 머리를 부딪치고 말았다상처가 생겼고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였다벌거벗고 있던 네일리스는 키스로 눈물을 닦아준 후 메리앨런을 소파로 데리고 갔다그는 메리앨런의 나이트가운을 가슴 위로 끌어올리고 그녀와 사랑을 나눴다또다른 밤메리앨런은 자신이 목욕을 하기 전에 섹스를 하자고 그에게 부탁했다섹스가 끝난 후 그녀는 욕조에 물을 받았고 그가 욕실로 가서 알몸으로 변기에 앉아 있는 동안 다리의 털을 밀었다. "점심 때 더운 음식을 먹지 않으면." 그가 말했다. "설사가 나와치즈를 먹어도 설사가 나오더군." "난 치즈를 먹으면 변비에 걸려." 메리앨런이 말했다그녀는 계속 다리의 털을 밀었다그 모습은 정말정말정말 아름다웠다그것이 그가 기억하는 장면이었다. (527 528)

 

인간의 창백함을 오래 지켜보았던 소설가는 사람을 사랑하였으나 사람의 사랑에 커다란 기대를 거는 것은 아니었다간혹 사랑에 기대었으나 사실 그 사랑의 가면 뒤에는 의무나 성욕의 맨얼굴이 숨어있을 뿐이었다의무성욕성욕의 의무의무적 성욕. 어쩌면 그가 바란 것특히 아내에게 그가 바랐던 것은 고작 이런 것들일 뿐인지도 모른다그러나 그 속에 숨어있는 조잡함이야말로 오히려 그의 숨통이었다무시로 사랑을 나누고소소하고 더러운 것들을 함께 나누는 것소설가는 고작 그런 것을 바랐다무려 그런 것을 바랐다.

 


거리에서그러니까 동창이나 그와 비슷한 누군가를 만났다고 가정해보자당신은 그 동창의 저녁식사 초대를 받아들인다친구의 집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당신은 뭔가 일이 잘못됐음을 깨닫는다친구의 아내는 울고 있고 동창은 술에 취한 것 같다비틀거릴 정도는 아니지만 술을 상당히 많이 마신 것처럼 눈에 띄게 이상한 짓만 한다당신이 땅콩을 사양하면 냉소적인 표정을 짓는다저녁식사를 하려고 식탁에 앉기 전친구가 자기 아내를 욕하고멸시하고조롱한다한창 식사하는 도중 친구는 자기 아내가 더러운 계집이라며 흉을 본다친구의 아내는 평범하고 착한 심성을 가진 여자 같다당신이 식사 중에 모자와 코트를 집어 밖으로 나오는 동안에도 그녀는 계속 울어대고 친구는 입에 담지 못할 온갖 더러운 말로 그녀를 욕해댄다. 10년에서 15년이 지난 어느 날 저녁극장에서 빠져나오던 당신은 동창이 당신의 이름을 외치는 소리를 또 듣는다옆에 있는 아내는 여전히 같은 여자여서 당신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는데 동창의 아내는 행복한 표정이다동창의 집은 당신이 사는 곳 근처로 밝혀지고 이에 같이 택시를 타고 가다가 술을 한잔 마시기 위해 내린다십 분 동안은 모든 게 유쾌하다동창 친구는 아내에게 왜 샌드위치를 만들어주지 않느냐고 묻는다왜 그 엉덩이를 움직여 뭔가 쓸모 있는 일을 하지 않느냐고 따진다친구의 아내는 울기 시작하며 부엌으로 들어가고 당신이 모자와 코트를 챙겨 밖으로 나올 즈음 동창은 또 자신의 아내를 향해 계집년더러운 년창녀라면서 욕을 해댄다. (122 123)

 

그러나 소설가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았을 때쯤이미 그들 부부는 파국의 시야 안에 들어와 있었다그들은 끝과 아직 사이의 두꺼운 경계선 위에 서로의 그림자를 밟고 서 있었다어느 날은 끝인 것 같았고또 어느 날은 아직인 것 같았다다른 모든 싸움은 그 시작점이 명확하지만오직 부부의 싸움만큼은 그렇지가 않다. “내가 이런 것은 그 전에 당신이 그랬기 때문이다.” 모든 부부는 이 말에 동의한다단지 누가 고 누가 당신인지에 대한 합의가 결코 이루어지지 않을 뿐이다그는 아내에게 수없이 요구했고수없이 거절당했으며그 거절을 수없이 기록했다우리는 그 기록을 상처로 읽을 수도 하고 과도한 성욕이나 착취시도로 읽을 수도 있다그러나 우리가 어떻게 읽든소설가로서는 여기가 바로 그가 맞닥뜨린 두 번째 환멸의 자리임이 분명하다.


 


세 번째 비상구 : 도망

 

창가에 서서 거리의 사람들을 지켜보았다나는 갇혀 있다사람들은 자유롭게 거리를 오갔지만 그 자유 속에서 너무 무신경하게 행동하고 있어 자유가 낭비되고 있는 듯이 보였다. (694)

 

우리 역시 누구나 한 번은 다 겪듯결국은 소설가도 내려놓고 싶었을 것이다그는 갇혔다그러나 갇혀 있는 것보다 더 무섭고 괴로운 일은갇혀 있음을 깨닫는 것이다느끼는 것이다그때 우리는 탈주를 꿈꾼다무엇도 나를 속박하지 않는 곳을동파된 수도관에서 자유가 터져 나와 하수구로 낭비되는 무심하고 방탕한 세상을 열망한다우리가 그렇다그도 그랬다.

 

 

하지만 무엇으로부터 도망치려 하는지 알지도 못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도망칠 수 있단 말인가? (211)

 

그러나 도피의 험한 길 위에서 그는 생각한다무엇이 나를 밀었나무엇이 나를 도망치게 하였나대부분의 도피를 무로 되돌리는 묵직한 질문이다그래서 종종 도피에 실패한다멀리 못 가고 되돌아온다우리가 그렇다그도 그랬다가는 길은 혼자였으나 돌아오는 길은 동행이다환멸이 따라 붙었다.

 

 

 

네 번째 비상구 : 자기파괴

 

인생에서 가장 놀라운 사실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우리가 스스로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자기파괴 본능을 거의 건드리지 않는다는 점이다혹시 자기파괴적인 모습을 갈망하거나 꿈꿀 수도 있겠지만 이런 우리의 생각은 한줄기 빛에또 불어오는 바람의 변화에 그래서는 안 된다고 설득당하는 것이다. (217)

 

그렇다면 나를 부숴버리는 것은 어떨까. 아무것도 할 것이 없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어디에도 기댈 대가 없다면 어디에도 기대지 않는 것이다. 아무데도 갈 곳이 없다면 아무데도 가지 않는 것이다. 소설가는 침잠했다. 그리고 자신의 안에 도사리고 있는 자기 파괴의 씨앗을 발견했다. 그것은 놀라울 만큼 얕은 곳에 있었다. 떡하니 있었다. 도리어 그는 이렇게 물었다. 우리는 어떻게 이제껏 이 파괴적 본능에 눈길을 주지 않고 버틸 수가 있었을까. 이렇게 선명한 것을. 이렇게 외설적인 것을.



마음속에서 자기파괴가 시작될 때그것은 그 크기가 단지 모래알 정도에 불과한 것처럼 보인다그것은 두통이요가벼운 소화불량이요오염된 손가락에 지나지 않는다하지만 당신은 8시 20분 기차를 놓치고 신용기한 연장정책에 관한 회의에 늦게 도착한다점심을 함께하기로 한 옛 친구는 갑자기 당신의 인내심을 바닥내고 이에 당신은 유쾌해지기 위한 노력으로 석 잔의 칵테일을 들이켠다하지만 그때쯤이면 이미 하루는 그 형태를그 의미와 감각을 잃어버린다어떤 목적과 아름다움을 되살리고자 당신은 너무 많은 칵테일을 마시고 너무 많은 얘기를 하고 다른 누군가의 아내를 유혹하면서 결국은 바보스럽고 외설스러운 어떤 일로 치닫게 되며 아침이 되면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그러나 이와 같은 심연에 빠지게 된 경로를 되돌아보려 할 때 당신이 발견하게 되는 것은 모래알뿐이다. (65)

 

그저 딱 한번, 그 선명하고 외설적인 것과 단 한번 눈이 마주쳤을 뿐인데, 이제는 그놈이 그를 물고 놓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 이후로 그는 종종 단 한 알의 모래알로도 온몸이 서걱거렸다. 그것은 잡히지 않는 들불처럼 일어나 번졌고 그는 그저 불탈 뿐이었다. 그는 재가 되고 재가 다시 재가 되어 이리저리 날렸다. 차라리 그것을 찾지 않았다면, 호기심에 그것을 눌러보지 않았더라면, 그래서는 안 된다는 설득에 생각 없이 넘어갔더라면. 그는 새로운 환멸을 만났다. 남은 평생 그의 뒤를 따라다니며 작은 절망을 훔치고 큰 절망을 내밀 버거운 적수였다.

 

 

  

마지막 비상구 : 금지된 사랑

 

남자들 사이의 관계를 묘사하는데 '사랑'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은 부적절하다가장 엄격한 잣대로 검토해보아도 그런 애정 관계에서는 그 어떤 성욕의 흔적도 발견할 수 없다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기뻐하지만 내면을 살펴보면 주목할 만한 것이 전혀 없다우리는 함께 있으면 서로 행복해하고 만족하지만 떨어져 있을 때는 결코 서로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이러한 유대관계들은 우리가 인생애서 형성하는 그 무엇보다 강력하지만 우리는 완벽한 무책임성으로 그것들을 집어 들었다가 내쳐버리기도 한다우리는 병원에 있어도 서로를 방문하지 않으며 떨어져 있을 경우 편지를 거의 쓰지 않는다하지만 같이 있을 때는 사람들이 소위 사랑이라 부르는 것의 최소한 몇 가지 증상들을 경험하기는 한다. (442 443) 

 

종종 있는 경우와는 달리, 소설가에게는 금지와 억압이 가져오는 매력이 동력으로 기능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우리는 소설가가 처음 남자에게 성욕을 느꼈던 시점의 일기에서 뜨악함과 일종의 자기 경멸까지 읽을 수 있다. 대신 그는 꾸준히 자신의 욕망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거절은 그런 힘이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깊이, 그리고 오래 들여다보아도 그는 자기 욕망의 가지 끝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것이 하나의 이유가 되었다.

 


불알을 흔들면서 숲으로 달려라달려라달려라그리하여 그것을 님프의 은밀한 곳에사티로스의 털로 덥수룩한 엉덩이에 집어넣어라그러면 마침내 네 자신에 대해 알게 되고 더 이상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리라하지만 그렇다면 사티로스는 왜 그 바보천치 같은 음흉한 미소를 짓는 걸까보기에 그럴듯한 것과 이 세상이 사랑하라고 권고하는 것을 사랑하고그리하여 이에 대한 보답으로 사랑받게 되는 행운을 차지한다는 것은당신의 주머니를 털고 목을 비튼 후 당신을 죽은 채로 하수구에 내팽개쳐버릴 포르토프랭스의 한 선원에게 구애하는 것보다 더 가벼운 운명이기 때문이다. (480 481) 

 

그래서 결국은 싸워야했다. 누구도 자기 자신과 평생을 싸울 수는 없기 때문에, 결국은 최초의 적이 동맹이 되고, 마지막 적은 세상이 되는 것이다. 그런 선택을 우리는 자기합리화라 부를 수도 있지만, 정신적 건강함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 내 안에 숨어 있는 한 명의 적은, 내 밖에 도사리고 있는 수십억의 적만큼이나 두려운 상대이기 때문이다.

 

 

나의 불안정성은그 변화무쌍함은 새로운 수준에 다다랐다나는 종이에 이렇게 쓰고 싶다. "널 사랑해널 사랑해널 사랑해." 수백 번아니 수천 번이라도이 모두는 부적당한 고객에게로 향하고 있다전화를 해야겠다진실을 발견하는 중이라는 억측 뒤에 숨어 열정을 승화시키지도그렇다고 억누르려 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녀의 눈에서 콩깍지가 벗겨졌다."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었던 사랑의 열병이 종말에 이르면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이 말에는당연하지만사회는 무너뜨릴 수 없는 운명적인 신의 말씀과 같으며 만약 우리의 에로틱한 욕구를 통제할 수 있다면 이는 이 사회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담겨 있다. (682 683)

 

그리고 마침내 소설가는 사랑한다. 사랑을 부인했던 시절을 넘어, 싸움과 싸움이 이어지는 전장을 거쳐, 마침내 사랑의 자리에 도달한다. 수백 번, 수천 번을 써도 부족함이 있는 사랑, 그것은 진짜로 보인다. 세상은 사랑을 한 덩이의 소고기처럼 등급 짓고 그 위에 도장을 찍는다. 월권이고 오만이다. 그의 사랑이 진짜였는지는 그와 그가 사랑한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소설가가 마지막 숨을 거두는 과정에 옆자리를 지켰던 그 사랑이 있었으므로, 일기의 마지막 몇 장에 그 사랑의 이름과, 그 이름을 사랑하고 고마워하는 소설가의 마음이 잔뜩 들어있었으므로, 어쩌면 우리는 마침내 소설가가 어두운 시간의 방문으로부터 자신을 구원할 위대한 무엇인가를 찾아냈다고 선언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비록 이 어둠은 세상이 용인한 사랑을 하는 다른 이들에게는 찾아오지 않는, 소설가가 덤으로 감당해야 했던 또 다른 어둠이겠으나. 우리는 이번에야말로 환멸이 그를 빗겨나갔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최소한 syo는 그렇게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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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8-02-13 1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캬~~ 좋다~~
좋아요, 정말...

syo 2018-02-13 11:05   좋아요 1 | URL
(으쓱으쓱)
(으쓱으쓱으쓱)
ㅎㅎㅎㅎㅎㅎ

[그장소] 2018-03-09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좋네요! 멋져요..글이~^^

syo 2018-03-10 00:04   좋아요 1 | URL
어설픈 글이예요 ㅎㅎㅎ
감사합니다^-^

[그장소] 2018-03-10 00:12   좋아요 0 | URL
이 겸손 난 반댈세~!! ㅎㅎㅎ
으쓱으쓱 하셔도 되어요!^^

syo 2018-03-10 00:14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ㅎㅎ
쓸 땐, 그리고 쓰고 나서 한 며칠은 진짜 혼자서 신나게 으쓱으쓱 했는데 시간 지나고 찬찬히 보니까 좀 부끄럽네요...

[그장소] 2018-03-10 00:16   좋아요 0 | URL
맞아요 . 저도 그래요 . 금방 쓰고는 빠져 있다가 정신차리면 어긋난 부분들이 보이곤 해서요 . 그래도 그냥 두지만요. ㅎㅎㅎ
syo님처럼 긴 글 잘 쓰는 분들 부러워요. 저!! 🤔🤗😁

syo 2018-03-10 00:21   좋아요 1 | URL
가끔 자려고 누웠다가 괜히 북플 켜서 예전에 써 놓은 글 한번 더 읽어보면 사정없이 이불킥....

그장소님이 syo를 부러워 하신다구요? 에이 아냐.....그건 아니죠🤔
이 겸손은 내가 반댈세~ 😆

[그장소] 2018-03-10 00:27   좋아요 0 | URL
ㅎㅎㅎ그럼 이불킥 대신 우리 자아비판을 킥해버립니다~!! 순간의 몰입에 빠졌던 그 느낌은 신났으니까요!^^
그리고 부러운건 부러운 거예요 . 다락방님도 그렇고 AgalmA님도 그렇고 syo 님도 .. 저는 5000천자 넘기는게 일이거든요 . 어려운 일.. 😥😆

syo 2018-03-10 00:33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 AgalmA님 말씀하시니까 확 와닿네요.
부러운 건 부러운 일이죠. syo도 그장소님처럼 5000자를 쓰는 일이 어렵고 드문 일이지만, 제가 2500자 같은 5000자를 쓰는 반면 그 분들은 25000자 같은 5000자를 쓰시니까 참 부럽지요.

그렇지만 그장소님처럼 잘 쓰시는 분께 길이가 무슨 상관이겠어요. 짧아도 좋음 그저 장땡입니다.
그장소님 장땡.

[그장소] 2018-03-10 00:36   좋아요 1 | URL
하핫~ 25000자 같은 5000자! 쿵~ 와닿네요. 그분들은 아실까 몰라요. 어디선가 늘 부러움에 지는 상황을요~😆🤣

암튼 잘 쓴‘ 다고 해주셔서 응원챙겨갑니다.
굿굿한.밤되세요!^^
 


기껏해야 syo일 뿐인데, 이론이 필요할까


지금 이 순간, "나는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이라는 거미줄처럼 약하고 조금은 비참하기까지한 방패를 미리 받쳐들고 입을 떼야만 했던 사람들의 심정을 좀 알 것 같다. 이런 말을 하려고 한다.


syo는 말기 빨갱이에 열혈 맑빠지만, 솔직히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엥겔스의 다소 미심쩍은 책 『가족, 사유재산(사적 소유), 국가의 기원』이나 영문판으로 800페이지가 넘는 책 50권에 달하는 마르크스 엥겔스 전집을 악착같이 뒤져, 여기저기에 정말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는 구절들을 들먹이면서 자신들의 두 성자를 페미니즘의 전당에도 은근슬쩍 밀어넣으려 분투하는 모습을 볼 때면 기가 찬다. 다 차치하고 마르크스가 살아 온 꼴을 보자. syo는 역사에 그만큼 큼지막하게 이름자를 박아 넣은 인물 가운데서 마르크스만큼이나 아내를 성적, 재정적, 직업적으로 착취한 사람을 알지 못한다. 마르크스의 아내 예니의 마음이야 syo가 가늠할 수 있는 바는 아니지만, 그 모든 고통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한 가치를 남편에게서 찾아냈기 때문에 버티고 살았을 것이라 짐작할 뿐이다. 아, 이런 이야기를 하려 했던 게 아니라, 다시,


syo는 말기 빨갱이에 열혈 맑빠지만, 계급 투쟁이 성공하여 모든 생산 수단이 프롤레타리아트의 손아귀에 쥐어지는 순간, 자동으로 모든 부수적인 문제, 인종 차별이나 남녀 차별이나 이런 저런 갖가지 차별들이 일거에 해결될 것처럼 부풀리는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주장은 좀 순진하거나 기만적이라고 본다. 물론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문제는, '그러려면' 지금 이 시점부터 혁명이 성공하는 순간까지 살아 있는 모든 차별들을 잠시도 눈 감지 말고 주시하며 가야 하는데 그건 참 어렵고, '아니려면' 그냥 지금처럼 앞만 보고 달리면 되니까, 결과적으로 아니게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르크스의 이론은 차별의 철폐에 불필요하거나 불편하고, 페미니즘의 이론은 혁명의 완성에 불필요하거나 심지어 족쇄가 될까?


안태근이 '그랬던' 이유는 물론 그의 품행과 인식에서 나오겠지만, 안태근이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가진 권력, 그리고 권력을 가진 이들이 그의 편이라는 데 있다. 인사권. 그리고 2차 가해를 유발하는 사회적 힘. 고은이 '그랬던' 이유 역시 그의 품행과 인식에서 출발하지만, 고은이 '그럴 수 있었던' 이유 또한 그가 가진 권력, 그리고 권력을 가진 이들이 그의 편이라는 데에서 생겨난다. 청탁권력. 그리고 역시 2차 가해를 유발하는 사회적, 문화적 힘. 


결국 이것은 다시 권력의 문제다. 권력을 가진 이들이 이 문제를 '문제'로 생각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다. 쓰레기 같은 남자들이 소수 있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쓰레기를 치울 뜻과 힘을 동시에 가진 남자들이 너무 소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어느 소수가 더 소수인지는 명백하다. 쓰레기보다 청소부가 더 많았다면, 이 모든 폭력들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는다해도 최소한 발생과 동시에 수면에 드러났을 것이다. 몇 년이 지나고, 몇십 년이 지나 이제야 겨우, 이렇게 힘겹게 싹을 틔어올리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MeToo의 융단폭격 소리를 듣고 잠자던 청소부들이 이제 눈을 떴을까? 이제껏 눈 감고 못 들은 척, 기껏 들으면 치우는 둥 마는 둥 한없이 미적거리던 청소부들이 드디어 일제히 기립하여 손에 손에 목장갑을 착용하고 빗자루를 들까? 청소를 마치면 유니폼을 갈아 입고 경찰관이 되어, 이곳에 쓰레기를 버리지 마시오, 단속하고 처벌하여 아예 쓰레기가 생겨나지 않도록 열과 성을 다할까? 


이 지점에서 마르크스가 등장하면 어떨까. 혁명은 프롤레타리아트가 모든 생산수단을 점거하고, 부르주아지들이 사라지는(프롤레타리아트가 되는 셈이다) 순간 승전보를 울린다. 그렇다면 모든 권력을 여자들에게 주면 어떨까. 그건 안 되겠다. 생산수단을 잃는 순간 프롤레타리아가 되는 부르주아와는 달리, 남자는 권력을 내려놓아도 여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성별만 바뀌어 유사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권력을 반으로 나누면 어떨까. 자신을 아프게 하는 쓰레기를 치울 수 있게, 여성에게도 빗자루를 나누어주면 어떨까. 권력이라는 생산수단을 균형있게 나누어 가짐으로써 서로의 착취를 서로가 막을 수 있는 두 집단의 혁명 프롤레타리아트를 맞세워 놓으면 어떨까. 


정말 어색한 비유였지만, 이 문제를 발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여성에게 권력을 주는 것 외에는 역시 방법이 없다고 syo는 생각한다. 우리는 지금 면역이 떨어진 몸이다. 그래서 병까지 걸린 두 배로 불쌍한 몸이다. 우선 병을 쫓아내면, 반드시 면역력을 회복해야 한다. 대증요법으로 일관하는 것은 멍청한 짓이다. 아무리 안태근이니 최교일이니 고은이니 욕으로 두들기고 법과 도덕으로 처벌해도, 다시 그들의 자리에 그들이 가 앉을 수 있게 둔다면, 달라지는 것이 있을까?


물론 단순하고 순진하며 별로 새로울 것도 없는 생각이다. 그러나 당장 무엇을 행동으로 옮겨야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지, 아니, 내가 무슨 행동을 한다고 해서 조금 더 나은 세상이 오기나 할지, 도저히 알 수가 없는 syo 깜냥에,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겨우 이런 생각들이나 내면의 윤리학을 기름치고 조이는 소심한 노력 말고 뭐가 있을까. 그렇다면, 기껏해야 이런 누구나 할 수 있는 평범하고 간단한 생각들을 하기 위해, 이런 책들이 과연 필요했던 걸까? 고작 이런 뻔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려고 저 무섭고 무거운 책들을 읽어야 했다면, 어쩌면 syo는 구제가 안 되는 덜떨이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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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18-02-20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옳은 이야기는 뻔해 보이기 쉽죠. 한동안 북플 소홀했더니 syo님의 글을 여러개나 놓쳤었군요 ㅠㅠ

syo 2018-02-20 12:14   좋아요 0 | URL
무플방지 위원회 독서괭님이시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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