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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가게 찰리의 행복하고도 슬픈 날들
다니엘 키스 지음, 김인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3월
평점 :
절판
한 소녀가 있다.
70년대가 시작되기 전 세상에 태어난 소녀는 성장이 느렸다. 신체적 성장뿐 아니라, 지적 성장도 더뎌 엄마는 고민이 많다. 특수학교에 갔어야 옳지만, 그때만 해도 변변한 장애인 시설이 없어 일반 초등학교에 다녔고, 엄마의 헛된 바람으로 중학교까지 다녔다.
중학생이 되던 해, 교복을 몇 달 입지 못한 채 교복자율화가 되자, 소녀의 엄마는 물방울무늬의 원피스를 사 입혔다. 색깔은 초록색이었다. 물론, 그것 말고도 옷걸이에는 예쁜 옷들이 즐비했다.
어느 더운 여름날이었다. 소녀가 학교에서 돌아왔는데, 소녀의 같은 반 학생 2명이 함께 집에 들어선다. 소녀의 엄마는 소녀의 옷을 보고 기겁할 지경이지만 마음을 다잡고, 함께 집에 와 준 학생들에게 시원한 과일 등을 푸짐하게 대접한다. 당사자인 소녀는 자신이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 건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저, 불편하고 어딘가 모르게 어색해 표정이 굳어있을 뿐이다.
소녀의 동생은 그 광경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아직 어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소녀와 함께 온 학생 2명이 착한 마음씨의 학생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소녀의 담임 선생님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고 생각한다. 소녀의 엄마에게 전화 한 통 해줄 수 없었을까?
책을 읽으려고 폈는데, 오타투성이다. 파란색 볼펜을 들고 오타를 고쳤는데, 다음줄, 그 다음 줄에도 오타가 있다. 책을 잘못 만들어도 정도껏 해야지, 이건 정말 큰 문제인 것 같다고 생각하며 몇 페이지를 더 읽었다. 그제서야 오타를 고치던 파란색 볼펜을 내려놓았다.
장장 2주에 걸쳐 읽었다. 오랜 기간을 두고 읽는 책은 대개 중간에 포기하기 마련인데, 완독하면서 이렇게 오래 걸리기는 처음이다. 읽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책 내용이 좀처럼 궁금하지 않았다. 긴장감도 느낄 수 없었다. 안타깝고 슬픈 이야기만 남은 뒷장을 넘기는 것을 서두르고 싶지 않았다. 며칠 전엔 꿈까지 꿨는데, 쥐 몇 마리가 국 속에서 꼬물꼬물 움직이고 있는 다소 엽기적인 내용이었다.
지능이 180까지 좋아지는 걸 보는 건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이다. 장애인도, 정신지체아도 비장애인과 똑같은 인간이고, 과거가 있고, 가족이 있다. 빵가게에서 일하던 찰리가, 같은 반 학생들에게 놀림거리가 된 소녀가 진심으로 원하는 게 무엇이었을까? 궁금한 사람들은 이 책을 봐라.
* 별점을 정확히는 4.5개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