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담은 소박한 밥상 - 녹색연합이 추천하는 친환경요리 110선
녹색연합 엮음 / 북센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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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을 데칠 때 뚜껑을 덮어야 하는지 열어둬야 하는지조차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가끔 요리책을 사곤 한다. 가장 큰 이유는 왠지 내가 모르는, 혹은 알고 있어야 할 정보가 담겨 있을 것 같아서다. 하지만, 실제로 요리를 해보면서 이내 실망을 한다. 구하기 힘든 재료가 많고, 양을 맞추기도 함들고, 즐겨먹지 않는 요리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는 일단 합격이다. 아직 요리를 해본 건 아니지만 정말 쉽게 해먹을 수 있을 것 같은 감이 팍팍 온다. ^^; 게다가 현재 나의 식성은 Pollo-vegetarian이나 semi-vegetarian에 가깝고,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pesco-vegetarian이므로 요리에 사용된 재료도 아주 마음에 든다.

요리를 업으로 삼는 사람이 아닌 평범한 이 땅의 주부들이 만들어낸 요리법 중에서 선정했다는 것도 참으로 신뢰가 간다.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든다.

그러나, 세심함이 참 부족하다. 명색이 녹색연합에서 펴낸 책인데 이렇게 커다란 컬러 띠지를 두른 것.. 이거 벗기는 게 더 낫겠다. '야생초 편지'를 쓴 황대권님의 추천사가 띠지에 새겨있는데, 그 분의 책을 참고했으면 더 친환경적인 책이 됐을 텐데... 담긴 내용뿐 아니라 친환경 요리를 담은 책까지 말이다.

또 하나 지적하자면 잘못된 표현과 오타가 눈에 꽤 띈다. 찾은 전부를 적어보자면 19쪽의 뭍도록(X) --> 묻도록(O), 53쪽의 돋구는(X) --> 돋우는(O) , 66쪽의 삽투압(X) --> 삼투압(O), 79쪽의 익히세요다(X) --> 익히세요(O), 152쪽의 스프(X) --> 수프(O), 158쪽의 vagan(X) --> vegan(O), 173쪽의 뭍히고(X) --> 묻히고(O), 206쪽의 버섯를(X) --> 버섯을(O)

초판 1쇄 인쇄 후 2개월만에 5쇄를 발행했으면, 이 책은 이미 베스트셀러 대열에 오른 것 아닌가. 2판 인쇄 때는 올바른 맞춤법에도 신경을 더 기울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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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wup 2005-10-25 0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쇄를 내는 동안 고치지 않은 이유가 뭘까요? 출판사 이름은 북센스인데... 책에 대한 센스는 많이 부족하죠?

뻐꾸기 2005-10-25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리책...따라하는 것보다는 참조만 하여 자신만의 요리를 만드는 것은 어떨까요? 책을 통하여 타인의 삶을 따라 살기보단 나만의 삶으로 승화시키는 것처럼...^.^ 오타는 알면서 일부러 고치지 않는 것이 아닌지...^.^

하루(春) 2005-10-25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mu님, 님의 리뷰 정말 재밌게 잘 읽었는데... 제 리뷰를 통해 이야기 나누네요. 맞아요. ㅎㅎ~ 센스가... 센스가... 부족해요.
뻐꾸기님, 그러니까 저는 기본적인 요리를 거의 하지 못하기 때문에 참조만 하는 건 아직 너무 먼 얘기랍니다. ^^;

미니무 2005-11-08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심히 찾느라고 찾았는데도 오타가 있는줄 몰랐어요... 죄송... 컬러띠지는 저도 원하지 않았지만 서점에서 책이 눈에 띄게 하려면 어쩔수 없다고... 책이 많이 팔리거나 (특히 요리책이라서...) 환경적인 기준을 충족하거나(재생지도 써야죠^^;;) 둘중 하나를 택해야만 했답니다... 이게 녹색연합의 첫 책인데(일반서점을 통해 선보인) 다음 책은 좀더 고민을 많이 할수 있겠죠? 좋은 관심 감사합니다. 다음 6쇄는 꼭 고쳐서 만들께요.
- 녹색연합 담당자... 신근정...그래도 궁금한건 멜로....minimu@greenkorea.org

하루(春) 2005-11-08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요즘은 거의 모든 책에 띠지를 두르더군요. 전 모든 책에 두른 띠지에 대해 반대하는데요. 왜 두르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책 읽다 보면 불편해서 떼어내 버리거든요. 띠지에 대한 출판계 전체의 생각이 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미니무님, 제 리뷰에 관심 가져주셔서 고맙습니다. 오타는 6쇄 때 고칠 수 있는 거군요. 좋겠네요. 오타만 고치면 책은 참 좋습니다.
 
장국영이 죽었다고?
김경욱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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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제작만을 대상으로 한 리뷰입니다.

1. 2004년 8월 이후

장국영이 출연한 왕가위 감독의 영화들을 다시 보았다. 그 계기는 장국영이 죽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2. 2003년 4월 1일

거짓말처럼 장국영이 사망한 후, 알라딘에선(물론 다른 곳에서도) 장국영 추모 박스세트 DVD를 팔았었다. 아비정전, 동사서독, 패왕별희가 함께 들어있었던 걸로 기억된다. 그 당시, 장국영이 사망한 것에 대해 전혀 슬프지 않았다. 그저 연예인들의 하잘것 없는 일상사가 스포츠신문 1면에 난 것처럼 그냥, 그렇게 담담했고, 별 감정의 기복이 없었다.

 

3. 1995년 4월 1일

정영음을 떠났던 정은임 아나운서

 

4. 2004년 8월 4일

정은임 아나운서의 사망 후 그녀의 지난 행적을 추적해보다가 왕가위 감독의 영화(주로 초기작 - 열혈남아,아비정전)들을 좋아했었는데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드니, 지금은 좋아하는 영화 목록이 바뀌었다는 기사를 봤다. 하지만, 난 그 반대가 됐다. 왕가위 감독의 90년대 후반작을 좋아하던 나는 정은임 아나운서의 죽음 덕에 초기작들을 좋아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갑자기 그 때부터 장국영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초기작들을 다시 빌려다보며 장국영 추모 박스세트를 사지 않은 것을 뒤늦게 후회했다. "장국영이 출연한 왕가위 감독의 영화들을 소장할 방법이 없을까?"하는 생각은 "이따 저녁에 뭘 먹을까?" 라는 식의 시시콜콜한 생각과 동급에 자리잡고 있다.

 

5. 2005년 늦봄 혹은 초여름

드라마시티를 봤다. 이건 정말 우연한 일이었다. 베스트극장을 거의 매주 보는 나는 다른 방송사의 단막극들을 거의 보지 않는다. 첫번째 이유는 어느 요일 몇시에 하는 건지 외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두번째 이유는, 뭐, 그다지 정이 가지 않아서이다. 따라서 우연히 튼 TV의 그 채널에서 '장국영이 죽었다고?' 라는 드라마시티의 제목을 본 것은 정말 큰 우연이다.

위 문단에서 3번이나 나온 '우연'이란 단어는 표제작 '장국영이 죽었다고?'에서도 꽤 많이 볼 수 있는 단어다. 우리는 종종 우연이 반복되면 필연인 게 분명하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이 작품도 그렇게, 그렇게 독자를 끌고 간다.

1년이 지났다. 장국영이 출연한 왕가위의 영화를 다시 본 것이 말이다. 그리고, 정은임 아나운서가 떠난 것도. 굳이 '문득'이라 붙이지 않아도 그립다. 장국영이라는 배우와 정은임이라는 아나운서가... 내가 그들을 그리워하는 것도 '우연'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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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5-08-15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은임 아나운서가 늦은 밤에 진행하던 <행복한 책 읽기>도 생각나네요.

Phantomlady 2005-08-15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월이면 장국영 생일이 돌아오네요.. ^^

하루(春) 2005-08-15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 저 그 프로그램 거의 매주 졸린 눈 치켜뜨고 봤답니다.
snowdrop님, 아.. 그렇군요.

비로그인 2005-08-15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쓸 말이 많았는데.. 쓰고보니 횡설수설이에요. 그래서 결국,
아주아주 잘 봤다는 말만 남기고 갑니다..
리뷰 잘 봤습니다..^^

하루(春) 2005-08-15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한번 정리해서 써주시죠. 궁금하네요. 그리고, 고맙습니다.

2005-08-17 0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8-19 2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네르바 2005-08-19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국영이 죽었을 때, 그 때의 허탈함이 떠오르네요. 단아한 얼굴의 정은임 아나운서도 그립네요. 별 다섯개인 것을 보니, 님에게는 괜찮은 책이었나 봐요. 어떤 분은 가혹하게 비판하기도 했던데... 저도 읽어 봐야겠다고 생각은 하는데, 지금은 읽을 책이 쌓여 있어서... 저도 리뷰 잘 봤습니다.

하루(春) 2005-08-20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전, 드라마시티부터 느낌이 좋았죠. 솔직히 그게 아니었다면 크게 관심갖지 못했을지도 몰라요. 물론 '몽고반점'에서 김경욱의 단편을 하나 읽었고, 그 느낌이 꽤 좋긴 했지만요. 천천히 읽어보세요. 당긴다면요...

sayonara 2005-08-30 0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국영. 장국영...
장국영하면 자꾸 설운도보다 두 살 많다는 것밖에 떠오르지 않는 제가 한심해지는군요. -_-+

하루(春) 2005-08-30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장국영이 몇 살이었는지도 모르는데... 장국영 출연작들 한번 빌려다 보세요.

sayonara 2005-09-01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아니구... 장국영의 우수에 젖은 눈빛, 어리광부리는듯하면서도 쓸쓸한 연기는 기억에 안남고 저따위 농담이 가장 먼저 기억난다는 아쉬움이...
(갠적으론 장국영이 '아비정전'에서 생모를 만나고 돌아서서 나오는 장면이 가장 심금을 울리더라구요. ^^;;; )
 
몽고반점 - 2005년 제29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한강 외 지음 / 문학사상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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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연푸른 '몽고반점'은 나에게 먼 태고의 것, 식물성의 흔적이었다. 동물성에 반대되는 식물성이라기보다는, 고등생물이 되기 이전의, 근원성의 낙인 같은 것이라고 할까. 그 몽고반점에 사로잡힌 자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의 극단을 그리고 싶었다. 그 아름다움이란 사막 같은 덧없음을 내장한, 삶과 죽음이 동시에 격렬하게 깃들인 몸의 아름다움이다. - 작가의 수상소감 중에서

차력도장에 가입한 후 첫번째 도서. 읽어야 한다는 강박은 계속 머리를 짓눌렀지만, 사거나 빌려야 볼 수 있는 책이었으므로 내가 왜 섣불리 가입을 했던가 후회스러웠고, 차력도장에 들를 면목이 없었다. 도서관에 가는 것도, 책을 사는 것도 미루다가 이 책을 손에 넣은 건 6월을 다 보낸 후였다.

표제작이자 물론 제29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한강의 <몽고반점>과 심사평, 작가의 이야기만 읽었다. 정말 책은 읽어야 맛인 것 같다. 솔직히 제목 <몽고반점>만으로는 그다지 끌리지 않는 책이었다. 대체 뭘 의미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고, 너무나도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일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그저께 저녁 '오늘 꼭 다 읽어야지' 다짐하며 중간께부터 읽기 시작한 후에는 졸린 눈을 치켜 뜨며 끝까지 다 읽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다 읽어갈 무렵에는 잠이 다 깨버리고 흥분돼서 좀 힘들기도 했다. 그 때 내 맘에 드는 남자가 옆에 있었다면 밤새 그 사람을 괴롭혔을 것 같다. 그런 욕망과 육체를 겨우 잠재우고, 아침에 깨니 온 삭신이 쑤셨다.

<몽고반점>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평론가와 심사위원들의 글을 읽기는 하되 그들의 해설을 맹신하고 싶지는 않다. 많은 뮤지션들과 음악평론가들이 '자기 귀에 좋은 음악이 좋은 음악이 아니겠느냐'고 하는 것처럼 소설도 내게는 그렇다. 읽어서 좋고, 그 책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할 수 있다면 좋은 것 아닐까? 한강, 아버지를 능가하는 훌륭한 작가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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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7-15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 훌륭한 작가여요.
몽고반점 첫 리뷴가요?
추천합니다.^^

하루(春) 2005-07-16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 리뷰 아닌데요.. 주하 분위기가 어른 같아요. 숙녀 ^^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 생물학자가 진단하는 2020년 초고령 사회 SERI 연구에세이 18
최재천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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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나라는 현재 고령화 사회(aging society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비율이 7%가 넘는 사회)다. 아이를 낳아도 마음 놓고 맡길 보육기관이 턱없이 부족하고, 사교육비가 많이 들어서 요즘 부부들은 자녀를 많이 두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빨라 고령 사회(aged society : 65세 노인 인구의 비율이 14%가 넘는 사회)가 되는 데 겨우 18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앞서 고령 사회에 진입한 선진국들에게서는 그다지 벤치마킹할 점이 없다. 그들이 먼저 고령 사회에 진입했다고는 하나 무수한 대책들이 그다지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저자는 외국의 실패 사례들을 분석하여 고령화 문제에서만큼은 선진국이 되자고 제언한다.

100세에 가까워진 인생을 두 시기로 나눠 '은퇴'라는 개념은 골방에나 처박아두고 두 시기 모두 활기넘치는 삶을 살자고 말한다. 마음에 쏙드는 제안이다. 고령 사회를 위해 연금의 유래와 문제점, 일자리 창출, 개인과 정부의 발상 전환, 조혼의 필요성, 학제 개편, 너무 많은 것 같은 대학의 운영방안 등을 사회생물학자의 입장에서, 때로는 대한민국 국민의 입장에서 일깨워준다. 손꼽히는 학자들의 저서와 통계자료를 인용하여 이론적 배경과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국책사업을 하루라도 빨리 폐기하고 고령화에 대비하라고 경고한다.

단일민족이 아님에도 단일민족이라고 뻐기면서 동남아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을 얕보는 태도를 비판하면서 이민자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고령 사회의 위기를 넘긴 미국을 본받자고 하는 부분에서는 솔직히 너무 부끄러웠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우리 정부의 태도는 아직 꼴불견이다. 

어차피 자연은 순수를 혐오한다. 생명의 진화는 태초부터 지금까지 줄곧 다양해지는 방향으로 달려왔다.

중략

섞여야 강해지고, 섞여야 건강하고, 섞여야 아름답다.

우리가 이전에는 상상조차 못했던 사회를 맞이해 다각도에서 문제점을 짚어내고 그에 대한 적절하면서도 단호하고 자신감 넘치는 제언이 보는 이에 따라서 거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거북해하고 있을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오는 9월 1일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이 시행되고,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구성된다. 우리 정부가 저출산, 고령화에 대해 얼마나 효율적인 대책을 세울지는 두고 볼 일이다. 정부의 대책이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에 못지 않게 개개인의 발상 전환도 중요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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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가게 찰리의 행복하고도 슬픈 날들
다니엘 키스 지음, 김인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3월
평점 :
절판


한 소녀가 있다.

70년대가 시작되기 전 세상에 태어난 소녀는 성장이 느렸다. 신체적 성장뿐 아니라, 지적 성장도 더뎌 엄마는 고민이 많다. 특수학교에 갔어야 옳지만, 그때만 해도 변변한 장애인 시설이 없어 일반 초등학교에 다녔고, 엄마의 헛된 바람으로 중학교까지 다녔다.

중학생이 되던 해, 교복을 몇 달 입지 못한 채 교복자율화가 되자, 소녀의 엄마는 물방울무늬의 원피스를 사 입혔다. 색깔은 초록색이었다. 물론, 그것 말고도 옷걸이에는 예쁜 옷들이 즐비했다.

어느 더운 여름날이었다. 소녀가 학교에서 돌아왔는데, 소녀의 같은 반 학생 2명이 함께  집에 들어선다. 소녀의 엄마는 소녀의 옷을 보고 기겁할 지경이지만 마음을 다잡고, 함께 집에 와 준 학생들에게 시원한 과일 등을 푸짐하게 대접한다. 당사자인 소녀는 자신이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 건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저, 불편하고 어딘가 모르게 어색해 표정이 굳어있을 뿐이다.

소녀의 동생은 그 광경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아직 어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소녀와 함께 온 학생 2명이 착한 마음씨의 학생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소녀의 담임 선생님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고 생각한다. 소녀의 엄마에게 전화 한 통 해줄 수 없었을까?

책을 읽으려고 폈는데, 오타투성이다. 파란색 볼펜을 들고 오타를 고쳤는데, 다음줄, 그 다음 줄에도 오타가 있다. 책을 잘못 만들어도 정도껏 해야지, 이건 정말 큰 문제인 것 같다고 생각하며 몇 페이지를 더 읽었다. 그제서야 오타를 고치던 파란색 볼펜을 내려놓았다.

장장 2주에 걸쳐 읽었다. 오랜 기간을 두고 읽는 책은 대개 중간에 포기하기 마련인데, 완독하면서 이렇게 오래 걸리기는 처음이다. 읽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책 내용이 좀처럼 궁금하지 않았다. 긴장감도 느낄 수 없었다. 안타깝고 슬픈 이야기만 남은 뒷장을 넘기는 것을 서두르고 싶지 않았다. 며칠 전엔 꿈까지 꿨는데, 쥐 몇 마리가 국 속에서 꼬물꼬물 움직이고 있는 다소 엽기적인 내용이었다.

지능이 180까지 좋아지는 걸 보는 건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이다. 장애인도, 정신지체아도 비장애인과 똑같은 인간이고, 과거가 있고, 가족이 있다. 빵가게에서 일하던 찰리가, 같은 반 학생들에게 놀림거리가 된 소녀가 진심으로 원하는 게 무엇이었을까? 궁금한 사람들은 이 책을 봐라.

* 별점을 정확히는 4.5개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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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5-19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에 있는 책입니다.
담번 주문할 때에 읽을거에요. 마지막 구절이 사뭇 겁납니다...이 책을 읽어봐라^^

하루(春) 2005-05-20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로드무비 2005-05-20 0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클리오 2005-05-20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이렇게 쓰실 수도 있군요... 마음에 출렁이는 이런저런 감정을 조용히 안고 갑니다..

moonnight 2005-05-20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의 헛된 바람으로 중학교까지 다녔다...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조용히 추천만 누를께요. ㅠㅠ

하루(春) 2005-05-20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어쩌자고 웃기만 하세요. ^^
클리오님, 리뷰란 게 다른 분들 거 읽어보면 다 제각각이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제 맘대로 썼어요.
moonnight님, 이 책을 저보다 먼저 읽으신 분이기 때문에 님 서재에 따로 남겼어요.

2005-05-21 0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