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더 사랑하는 법 - 우리를 특별하게 만드는 일상의 재발견
미란다 줄라이, 해럴 플레처 엮음, 김지은 옮김 / 앨리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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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마존 닷컴에서 이 책을 어제 받았다. 아홉수 엠디의 추천글을 읽고 당장에 두 장의 CD와 함께 주문해 버린 것이다. 미란다 줄라이의 '미 앤 유 앤 에브리원 위 노우(Me and you and everyone we know)'는 한국에 있을 때 어디선가(아마도 알라딘) DVD를 얻어서 본 기억이 난다. 점점 가물해지고 있지만...

"안녕하세요?"로 시작하는 지은이들의 글을 읽고 책을 몇 장 넘기지도 않았는데, 기분이 무지하게 좋아지고 나의 연인이 생각났다. 그를 만나자마자 얘기했다. "책을 읽고 있었는데, 네가 생각났어."라고. 그가 물었다. "뭐 읽고 있었는데?(What were you reading?)" 'reading'을 'eating'으로 잘못 알아듣고, "음, 바나나"라고 대답했다. 아무튼, 또 오늘 저녁 다시 책장을 넘겼는데 가슴이 뭉클해지는 순간을 여럿 겪게 되었다. 

언뜻 보면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데, 노력을 기울여 과제물을 해서 사진을 찍고 지은이들이 만든 인터넷 집에 올려 놓은 그것들은 각자의 사연을 담고 있다. 각자의 삶, 그들 주변의 사람들, 살아온 이야기, 사랑, 이별, 슬픔, 웃음 등 그 누구도 그들에게 뭐라 할 자격 없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모두 살아갈 그들만의 값어치가 있고, 살아낸 아름다운 과정이 있다. 

나는 배운다. 미국에 와서 살면서 함께 사는 사람들을 통해 배우고, 혼자 살면서 요리하는 것도 혼자 배우고, 또 이 책을 통해 나의 소중함을 배운다. 나 뿐만 아니라 나를 있게 하는 나의 사람들을 더 사랑하게 될 것 같다. 몇 가지 과제는 직접 해보고 싶기도 하다. 뭘 만드는 건 손재주가 메주라 힘들겠지만, 글로 쓰는 거나 사진 찍는 몇 가지는 정말 흥미로워 보였기 때문이다. 그걸 해보면 뭔가 뿌듯한 기분이 들겠지. 얼마 안 하는 이 책이 나를 정말 들뜨게 한다. 조만간 나의 그에게 이 책을 건네주면서 심심할 때 책장을 넘겨 보라고 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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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김영주의 머무는 여행 1
김영주 지음 / 안그라픽스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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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때로는 쓸데없이 소심하고 걱정이 많지만, 이 책의 저자에 비하면 나는 대범 그 자체인 인물인 것처럼 보인다. 겨우 2시간 거리의 자동차 여행을 떠나면서 특별히 잘 점검해달라는 말을 몇 번이나 강조하고, 운전자라면 꼭 한 번은 손수 운전해서 다녀봐야 한다는 태평양 해안도로 여행을 떠나기 전 코스를 꼼꼼히 점검하는 것도 모자라 한국으로 국제전화를 걸어서 화를 내듯 상대방을 다그쳐서 다시 확인하는 모습에 짜증이 났다.

이 저자 정말 트리플로 소심한 성격이구나. 이래서 마흔도 넘은 나이에 무슨 혼자서 '머무는 여행'을 하겠다고 하는 건지... 게다가 두번째로 캘리포니아를 찾을 때는 하루 일과를 분 단위까지 따져서 짰다고 하니 할 말이 없다. 물론 그 고시생 공부 계획 같은 여행 계획은 첫 날부터 보기 좋게 어그러졌지만 말이다.

그런데 내가 곧 갈 곳이라 그런가? 이 소심한 여성의 여행기가 흥미로워서 책을 놓을 수가 없는 거다.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혼자서만 가끔 꺼내보며 미소를 지을 만한 솔직한 내용이 이 책 곳곳에 포진해 있다. 또한 두 번에 걸친 여행 모두 LA 근처의 산타모니카를 베이스캠프 삼아 북쪽의 산타바바라, 빅서, 몬터레이, 샌프란시스코와 서쪽의 데스 밸리, 요세미티 등지의 여행기를 떠나기 전의 긴장감과 흥분, 여행 중에 느낀 감흥 등과 꼼꼼히 잘 버무려놓아 읽는 재미가 대단하다. 그리고 그 중 백미는 데스 밸리 이야기다. 주변의 유명인들의 이야기로 시작되는 데스 밸리 이야기는 당장 거기 누워서 그 기묘한 경험을 하고 싶게 만드니 친구 잘 사귀어서 꼭 자동차 여행을 떠나야 겠다.

여행, 길을 떠나는 게 대체 뭔가 싶었다. 비록 미천한 경험이지만, 몇 번의 해외여행과 대학시절 꽤 많은 단체여행을 통해 늘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으로 벅찼던 기억이 있다. 변화무쌍한 날씨 때문에 넉넉하게 일주일은 잡고 떠나야 했던 울릉도, 같은 조 친구와 의가 상해 마음고생을 했던 우울한 기억의 여행지,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선명하게 바라본 한라산 백록담, 배를 타고 가다 바람에 모자가 날아가버린 사건, 일본 니이가타현에서 탄 신칸센 안에서 겪은 약진의 지진 등등 여행은 언제나 오랫동안 결코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물해 준다.

이 책의 저자는 20여 년간 매여 있던 일에서 벗어나 인생의 반을 정리하고 싶어서 떠난 것이었고, 그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 같다. 여행 중에 만난 이들도 그 목적 달성에 한 몫 했다. 산타모니카 남쪽 지역이 없어 아쉽긴 하지만, 호기심은 이만큼 자극되었으면 충분하다. 캘리포니아가 아니면 어떤가. 길을 떠나는 그 자체가 삶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을! 

참, 잘못된 맞춤법은 많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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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owcat in New York - 혼자 놀기의 달인 Snowcat 뉴욕에 가다
권윤주 글 그림 / 열린책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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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고 놀랐다.
책 정보를 상세히 보지 않고 산 탓이었다.
양장이기 때문에 책이 되게 무겁고, 새하얀색의 바탕에 귀퉁이에 조금 붙은 검은색 때문이었다.

뉴욕,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도시.
맨해튼 한복판에 자리를 잡았다는 센트럴 파크를 비롯해 유명한 영화에 등장한 카페 등등
언젠가 한번은 가서 최소한 1주일은 머물러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이 도시에 관한 2번째 책이다.


상당히 만족스럽다.
개인적으로 우유를 첨가한 커피 음료 중에서는 단연 카푸치노 애호가인 나로서는
설탕!!을 넣은 카페라떼를 뉴욕에서 맛보아야 한다는 게 조금 꺼려지긴 하지만
내가 뉴욕에 갈 때 즈음엔 그들의 커피 취향이 설탕을 전혀 넣지 않은 에스프레소로 바뀔 수도 있으니.. ㅋㅋ

주로 카페 + 공원 + 미술관과 박물관 몰아보기식으로 되어 있는 이 책은
취향에 따라 선호도가 극명히 나뉠 게 분명하다.
자유의 여신상을 보러 어떻게 가야 하고,
록펠러 센터를 어떻게 가야 하나, 등 유명 관광지의 입장료 정보가 하나도 없다.
심지어 첫 장부터 끝까지 온통 저자의 손글씨(인 듯한)와 그림 뿐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강점은 마치
얼마 전 개봉한 '내니 다이어리' 같은 인류학 보고서류의 책이랄까?
뉴욕에 사는 사람들이 대체 무엇을 주로 하며, 그들은 카페에서 무얼 하는지 하는
하찮을 수도 있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유명 관광지만 휙 돌고 오는 깃발 관광을 하려는 게 아니라면
이런 책 어떨까?
시계바늘을 천천히 돌아가게 하는, 유유자적 뉴욕을 꿈꾸게 하는 여행서가 바로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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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7-10-28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노우캣 '파리'편에 이어 '뉴욕'편도 좋죠? 대리만족과 동경으로 가득해집니다. 언젠가는 나도 1주일 이상 머무를거야!하구요.

하루(春) 2007-10-30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파리엔 아직 관심이 없어서 안 봤는데 다음엔 일본 삿포로 편 정도 나오면 사고 싶어요.
 
단 하루만 더
미치 앨봄 지음, 이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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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은 아주 좋았는데... 이런 책은 더이상 와닿지 않는다.

나의 취향은 흥미와 재미를 최고의 미덕으로 좇는다. 다 읽는 데 지루해서 아주 혼났다. 누구든 있을 때 잘해야 후회가 없거나 덜할 것이고, 내가 포기하려는 오늘이 어제 죽은 자에게는 그토록 원했던 내일이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는 더이상 듣고 싶지 않다.

그걸 몰라서 그렇게 못 사는 것도 아니고, 어쩌다 보니 자기 삶이 그렇게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던 걸. 아무리 성실하고 착하게 산 사람도 회한은 남을 것이다. 그저 범죄만 안 저지르고 살면 되는 거 아닌가 싶다.

착한 이야기 원하는 사람에게는 강추~!!
이 책 읽고 나면 적어도 내 부모의 소중함을 새삼 느낄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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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7-01-29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덕적 이야기라면 지루할 수도 있을 듯 합니다. 하지만 남는 교훈은 많을 듯...

하루(春) 2007-01-29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제가 교훈 같은 거 느끼는 쪽으로는 감각이 마비된 것 같아요. 뭐, 별로 남지도 않네요. 그냥.. 요즘 하는 생각은 '하얀 거탑'에서 제일 못된 양반은 이주완이다. 뭐 이런 거거든요.

비로그인 2007-02-25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처럼 착한 이야기보다 극적인 이야기 좋아하는 사람은 고개를 돌려야겠군요^^;;

하루(春) 2007-02-25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지만,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은 안 읽어보셨다면 권하고 싶군요. ^^
 
주말에 끝내는 일본어 첫걸음 1
이최여희 지음 / 김영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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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눈에 익는다는 건 무서운 일인 것 같다. 도서관에 가서 외국어 관련 책을 빌리려고 어슬렁거리다가 외국어 코너에서 이 책이 눈에 띄었다.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몇 장 넘겨보니 그냥 가볍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대출하는데 직원이 "테이프 있는데 그것도 드릴까요?" 하는 거다. "테이프도 있어요? 아니, 됐어요." 하고 빌려왔다.

집에 와서 알라딘 편집팀 서재를 보니 어떤 편집자가 이 책을 소개하고 있었다. 역시.. 여기서 본 거였구나. 어떤 책인가 궁금한 마음으로 책을 펴보니 딱 회화용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자표기는 하나도 안 되어 있고, 그야말로 자주 쓰는 표현이나 어휘만 소개하고 있다. 한글로 표기한 일본어 발음은 원 발음에 가까워서 발음을 연습하기엔 좋을 것 같다.

오로지 말하기 위한 것. 한자표기가 없으니 쓰기에도 부적당하고, 읽기에도 부적당하고 오로지 간단히 말하는 걸 위하는 사람에게는 좋을 것 같지만 나는 그게 오히려 불만이다. 초급용이지만, 흔히 쓰는 어휘에는 한자도 곁들여줘야 하지 않았나 싶은 것이다. 또한 일본어교재에 영어로 소제목을 삼은 것은 이 책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다. 3권까지 만들어 3단계로 독자들의 일본어 수준을 조금씩 올릴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재가 되었다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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