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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열정을 말하다 ㅣ 인터뷰로 만난 SCENE 인류 1
지승호 지음 / 수다 / 2006년 7월
평점 :
영화를 좋아해서 자주 극장에 드나들다 보면 영화를 만든 사람은 누구고, 어떤 배우가 나오고, 또 그 사람들이 전에는 어떤 영화를 만들었는지 하는 것들을 알고 싶어진다. 영화를 본다는 것은, 영화를 좋아한다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자기가 본 영화가 처한 환경을 알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때로는 감독을 좇아서, 때로는 특정 배우에 매료되어 영화를 보고, DVD나 비디오테이프를 소장하는 과정은 의도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행하게 된다. 내게 이 책을 읽는 것은 그런 자연스런 행위의 연장이었다.
며칠 전 저자를 만나 사인을 받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자리에서 피면접자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저자의 말에 공감을 하며 고개를 끄덕거린 기억이 난다. 김지운 감독은 이런 사람이고, 류승완 감독은 어떻고.. 하는 말을 듣는데 자신이 인터뷰한 감독들의 공식적으로는 드러나지 않은 면까지 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인터뷰책을 제대로 읽고 리뷰를 쓰는 것이 처음이라 좀 얼떨떨한데, 이 책은 아무래도 저자보다는 인터뷰를 당한 감독들에 대해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거의 드러나지 않으니까... 따라서 이 책 한 권이면 읽은 후에 "이 감독은 이런 사람 아니냐?"고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하면서도 깊은 생각을 엿볼 수 있게 된다.
만약 대화를 많이 해야 좋아지는 거라면, 알면 알수록, 살면 살수록 멀어지는 관계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며, 멀어지는 가족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 40쪽
김지운 감독의 이 말은 이 책을 통틀어서 가장 충격적이었고, 나에게 새로운 방식의 고민거리를 안겨줬다. 대화면 모든 게 해결될 것 같고, 대통령도 툭하면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하자고 말하는 세상이지만, 대화로 모든 걸 해결하려 하는 것에 대해 깊은 회의를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과 사물을 포함한 모든 것, 환경을 싫다고 내칠 것인가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아 행복하게 살 것인가는 각자에게 달린 것이라는 생각이 새삼 든다. IMF 위기를 맞았을 때 영화산업 다 죽었다고 노가다판이나 알아보라고 했지만, 그 때의 사람들이 지금 영화감독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지 않은가. 당면과제인 스크린쿼터 축소, 한미 FTA, 독립영화의 생존방안 등에 대해 거침 없이 의견을 내놓고 고민하는 모습에서 우리나라 영화의 새로운 탄생을 예견할 수 있다.
류승완 감독이 <짝패> VIP시사회에 오라고 보낸 문자에 "저 같은 사람이 그런 데 가도 되냐?"고 답문을 보낼 만큼 스스로를 낮추면서도 "회기역 할 때 회가 회색 할 때 회인가 보죠?(300쪽)" 식의 사석에서 친한 사람들에게나 던질 썰렁한 농담을 초면의 영화 감독에게 할만큼 친근하게 다가가는 지승호이기에 이런 인터뷰책이 탄생했다고 믿는다.
맞춤법까지 꼼꼼히 살핀 2탄이 나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