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박쥐 - Thirst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영화를 보면서 꽤나 많이 웃었다.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전, 잠시 사족을 좀 써야 겠다. 미국에 오면서 가져온 한국 DVD가 많긴 하지만, 극장에서 내 돈 주고 보면서 계속 머리를 쓰지 않아도 되는 영화를 보는 기쁨이란 건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진지하게 환자가 침대에서 카스테라 이야기를 하는데 신부란 작자가 "당근이죠." 하는 대목에선 정말 시작하자마자 사람을 이렇게 웃기다니... 하며 혼자 기뻐했다. 

난 아직 모르겠다. 왜 우리나라에서 개봉했을 당시 사람들의 평이 극으로 나뉜 건지 말이다.이 영화에 대한 내 평은 보시다시피 별 다섯개다. 하하. 영화를 이렇게 재미있게 만드는 건 결코 쉬운 게 아닌데 그리 박한 점수를 준 사람들과 얘기를 해보고 싶다. "대체 왜 그랬어요?"   

개인적으로 갈증이란 의미의 영어제목 'Thirst'가 더 마음에 든다. 내가 이 영화를 즐기게 된 순서는 영화음악 -> 책 '박쥐' -> Thérèse Raquin -> 영화 '박쥐'인데, '박쥐'는 단편적인 의미만 포함하고 있는 것 같아서 별로다. 영화를 보면 박쥐, 즉 뱀파이어의 일반적인 행태보다는 여러가지를 갈구하며, 인간에 대한 좀 더 복잡한 생각을 갖고 있는 뱀파이어인 상현 신부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박쥐'란 제목으로 개봉했으니 그나마 관심을 받은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안 그래도 평이 극으로 갈렸는데 거기다 제목까지 '갈증'이었으면, 그건 안 봐도 뻔할 뻔자였을 것 같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두고두고 마음에 남을 듯하다. 태주의 발에 신겨 있던 상현의 신발이 떨어지고, 붉은 바다가 일렁이는 그 장면. 운명을 알고도 어찌할 수 없는 그러나 그 틀 안에서 뭔가 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쓸쓸한 인생사를 박찬욱은 그렇게 마무리했다. 이 영화는 올해 최고의 영화 목록에 넣어야 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우노에 2009-09-01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영화를 이렇게 보셨군요...^^...저와는 다른 유쾌함을 느끼신 생각을 접하니, 제가 느꼈던 먹먹함이 좀 가시는 듯 하네요.^^ 감사합니다.

빅마마 2010-01-10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왜그리들 박하게 점수를 주시는지.. 그래서 물어봤지만 딱히 그럴싸한 답이 안왔어요반갑습니다^^ 극장에서 두번봐도 질리지 않는 저에게는 종합선물세트였습니다~
 
파라노이드 파크 - Paranoid Park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이 사람이 이런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걸 진작에 알았다면 내 인생이 달라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는 끔찍하다. 소름끼치게 무섭다. 그리고 나는 거스 반 산트의 이런 영화를 약간의(?) 역순으로 보려 한다. 먼저 '파라노이드 파크' - 그 후에 '엘리펀트', 그리고 '라스트 데이즈'와 '게리'. 이렇게 말이다.  

파라노이드 파크는 이 4편 중 가장 나중에 만들어진 영화다. 영화를 한번 보고 며칠 후 다시 보니 그제서야 소름이 끼치며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그리고, 지금 약 30분 전에 배달받은 Pink Floyd의 데뷔 앨범인 'The Piper at the Gates of Dawn'을 듣고 있어서일까? 그 때의 감정이 배가되는 느낌이다.  

'cut in half'라는 말이 귓가를 맴돈다. 계속해서... 가끔 브리또를 사먹을 때면 다 먹기에 양이 많을 때도 있고, 한개를 그냥 통째로 들고 먹기가 불편해서 "Cut in half, please(반으로 잘라주세요)"라고 말하곤 하는데 그 얘기를 이 영화에서 듣게 될 줄이야. 제기랄! 

거스 반 산트의 '굿 윌 헌팅'만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이 영화를 보기를 권한다.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 죽음에 대한 생각 등등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싶다면 더더욱. 그게 아니라도 거스 반 산트를 평소에 괜찮게 생각하고 있었다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게 현재 이 영화에 대한 내 견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더 폴 :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 The Fall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정말 놀랍고 대단하다. 사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영상미가 이토록 뛰어난 영화를 내가 여태껏 본 적이 있는가 아무리 되새겨봐도 기억나지 않는다. 영화를 보는 동안 '대단하다', '끝내주네', '죽이는데?', '와' 같은 형용사 외에는 할 말도 딱히 없었다. 팔이 부러진 알렉산드리아(카틴카 운타루)는 내가 기억하는 한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여자아이다. 당신은 이 이야기를 믿을 수 있는지? 감독인 타셈 싱은 연기 경험이 없는, 심지어 영화를 본 적도 없는 알렉산드리아에게서 최대한 자연스러운 연기를 얻어내기 위해서 모든 스태프와 알렉산드리아에게 리 페이스(로이 역)가 반신마비라고 장장 12주동안 거짓말을 했다. 나는 이 영화 속의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는지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관객이 할 일은 그저 로이와 알렉산드리아가 보여주는 상상의 세계를 열심히 감상하는 것이다. 타셈은 거대한 스크린에 카메라로 아름다운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그 위에 베토벤의 음악으로 마무리하는 음악적 감각까지 보여준다.  

이 DVD는 'Pushing Daisies(푸싱 데이지스)'에서 파이가게 주인으로 나왔던 리 페이스의 팬인 내 룸메이트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로 고른 거였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 선택은 탁월했다. 이 영화는 반드시 봐야 한다. 단, 더이상 극장에서 볼 수 없으니 집에 최소 40인치가 넘는 커다란 16:9 TV가 있길 바란다.    


로이와 알렉산드리아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taejoung 2009-02-20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영화 DVD정말 사고싶었는데 어디서파는지 모르겠어요...ㅠㅠ 어디서 사셨나요?

하루(春) 2009-02-20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지금 미국에 있어서요. 아마존닷컴에서 샀어요. 도움이 안 되는 답변인가요? 우리나라에선 파는지 어떤지 모르겠네요.
 
초속5센티미터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내가 어릴 땐 같은 반 친구를 좋아할 때 좋아하는 이유를 딱히 대기가 참 어려웠다. 좋으면 그냥 좋은 거지. 그 친구 옆에 가면 가슴이 그저 콩닥콩닥 뛰는 거지 그 이유를 댄다는 건 아빠가 좋은지 엄마가 좋은지를 고르는 것만큼이나 힘든 일이던 시절이 있었다.

이 애니메이션은 딱 그런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서정이 가득한 이야기다.

이번에 나온 Toy의 '스치다'라는 곡은 이 애니를 보고 영감을 얻어 만들었고 이 애니처럼 3부작 연작이라던데... 다른 곡은 다 빼고 '스치다'가 듣고 싶어지네. 
  

------------------------- 

여기까지가 재작년에 롯데시네마 삼색영화제에서 보고 쓴 짧은 감상문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지금도 여전히 누군가가 좋을 땐 딱히 그 이유를 대기가 힘들다. 그냥 좋은 거지 뭐. 어떻게 이유를 늘어놓을 수 있겠는가.   

언제 샀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Toy의 'Thank You' 앨범을 들으면서 제일 와닿은 노래가 "오늘 서울은 하루종일 맑음" - "스치다 ...interlude" - "크리스마스 카드"다. 이 세 곡을 연달아 듣고 있으면 눈물 한 방울 뚝 떨어지는 것 같은 마음의 동요를 겪곤 한다.   

어른을 위한 따스한 동화 한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No Country for Old Me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며칠 전 DVD로 영화를 다시 봤다. 작년에 미국에 오기 전 3월인가 2월에 직장 동료들이랑 본 기억이 나는데 당초에 뭘 본 건지 내용이 거의 기억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화 자체가 좀 추상적이고 영화 말미에 잡혀야 할 범인이 잡히지도 않아서 그런가 일을 마친 후 뒤처리를 깨끗이 하지 못한 느낌이었다.  

다시 본 이 영화의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해 본다면, '한없이 작아지는 내 존재의 초라함'이 될 수 있겠다. 지금 내 심정으로 볼 때 이 한마디는 2가지 뜻을 담고 있다. 첫번째는 영화가 두말할 나위도 없이 역시 대단했다는 점, 두번째는 이 험한 혹은 험할 수도 있는 세상을 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바싹 내 앞에 다가선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  

주인공인 르웰린은 죽음을 예감했음이 분명하다. 그러니 폭풍이 몰려오고 있는 텍사스 황량한 벌판에 버려둔 사람에게 '물'을 그 꼭두새벽에 가져다 주러 나가면서 이런 말을 했겠지.  
르웰린: 내가 만약 돌아오지 않으면 어머니께 사랑한다고 전해줘.(If I don't come back, tell mother I love her.)
칼라 : 당신 어머니는 돌아가셨어.(Your mother's dead, Lewellyn.) 
르웰린 : 그럼 그 땐 내가 말하지 뭐(Well then I'll tell her myself.)  

그럼에도 뭐에 홀린 듯 칼라를 친정으로 보내고 자기는 이 모텔, 저 모텔을 떠돈다. 이 영화는 내게 참으로 오랫동안 '최고'로 남아 있을 듯하다. 원래 코언 형제 영화를 좋아하는데 이런 위대한 영화를 내놓았으니 말이다. 그 중 가게 주인장인 초로의 남자와 동전던지기 내기를 하는 장면은 근래 최고의 긴장감이었다. 지금도 가게 주인의 표정과 목소리가 떠오른다.   



사냥하다가 우연히 거액의 돈가방을 챙긴 르웰린이나, 가게 주인장이나, 차량 통행이 거의 없는 찻길에서 앤톤을 도와주려다 피해를 당하는 사람이나 모두 살기 위한 그 모든 행위 혹은 말 따위는 애당초 필요없었을지도 모른다. 어찌됐든 앤톤은 자기가 원하는 바를 그들에게서 이끌어냈을 테니까.  

영화가 끝나갈 즈음 슬펐다. 뭔지 확실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데 슬프고 허무해서 텔레비전 앞을 뜰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 다시 보고 싶다. 아무래도 뒤늦게 이 영화에 중독된 것 같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이 영화를 보면서 다시 진지하게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