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고반점 - 2005년 제29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한강 외 지음 / 문학사상 / 200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고 연푸른 '몽고반점'은 나에게 먼 태고의 것, 식물성의 흔적이었다. 동물성에 반대되는 식물성이라기보다는, 고등생물이 되기 이전의, 근원성의 낙인 같은 것이라고 할까. 그 몽고반점에 사로잡힌 자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의 극단을 그리고 싶었다. 그 아름다움이란 사막 같은 덧없음을 내장한, 삶과 죽음이 동시에 격렬하게 깃들인 몸의 아름다움이다. - 작가의 수상소감 중에서

차력도장에 가입한 후 첫번째 도서. 읽어야 한다는 강박은 계속 머리를 짓눌렀지만, 사거나 빌려야 볼 수 있는 책이었으므로 내가 왜 섣불리 가입을 했던가 후회스러웠고, 차력도장에 들를 면목이 없었다. 도서관에 가는 것도, 책을 사는 것도 미루다가 이 책을 손에 넣은 건 6월을 다 보낸 후였다.

표제작이자 물론 제29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한강의 <몽고반점>과 심사평, 작가의 이야기만 읽었다. 정말 책은 읽어야 맛인 것 같다. 솔직히 제목 <몽고반점>만으로는 그다지 끌리지 않는 책이었다. 대체 뭘 의미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고, 너무나도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일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그저께 저녁 '오늘 꼭 다 읽어야지' 다짐하며 중간께부터 읽기 시작한 후에는 졸린 눈을 치켜 뜨며 끝까지 다 읽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다 읽어갈 무렵에는 잠이 다 깨버리고 흥분돼서 좀 힘들기도 했다. 그 때 내 맘에 드는 남자가 옆에 있었다면 밤새 그 사람을 괴롭혔을 것 같다. 그런 욕망과 육체를 겨우 잠재우고, 아침에 깨니 온 삭신이 쑤셨다.

<몽고반점>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평론가와 심사위원들의 글을 읽기는 하되 그들의 해설을 맹신하고 싶지는 않다. 많은 뮤지션들과 음악평론가들이 '자기 귀에 좋은 음악이 좋은 음악이 아니겠느냐'고 하는 것처럼 소설도 내게는 그렇다. 읽어서 좋고, 그 책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할 수 있다면 좋은 것 아닐까? 한강, 아버지를 능가하는 훌륭한 작가가 되길 바란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드무비 2005-07-15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 훌륭한 작가여요.
몽고반점 첫 리뷴가요?
추천합니다.^^

하루(春) 2005-07-16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 리뷰 아닌데요.. 주하 분위기가 어른 같아요. 숙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