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이 한 장밖에 안 남았고(오 마이 갓!), 그런데 굥 정권은 고작 6개월밖에 안 지났고(으악!!!!!!!!!), 보는 뉴스마다 어쩌면 저 지경일까 혀를 끌끌 차면서 스트레스 지수 오를 때마다 책을 산다..... 그렇게 지른 11월의 책들- 근데 아직 11월 절반도 안 지났다는....?! 스트레스가 심한지 구매 목록이 깁니다..............




마샤두 지 아시스, <동 카즈무후>
휴머니스트 세계문학은 시즌제로 5권씩 한꺼번에 내놓는데 이번에 나온 시즌3이 가장 흥미롭다. 주제는 ‘질투와 복수’- 마샤두 지 아시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했더니, 아하 <브라스 꾸바스의 사후 회고록>의 그 작가이다! 11월에 산 책 중 가장 기대된다.




로베르토 아를트, <미친 장난감>
마찬가지로 휴머니스트 세계문학에서 이번에 새로 나온 책. 표지부터 화끈(?)하다. 보르헤스와 함께 아르헨티나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손꼽히는 로베르토 아를트의 첫 소설이자 대표작이라고. 국내 초역이다!!




압둘라자크 구르나, <배반>
압둘라자크 구르나,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기 좋은 작가가 아닐지. 그의 작품 중 유독 아름답다고 하는 이 책- ‘인종을 초월한 사랑’이라는 키워드가 눈에 띈다. 압둘라자크 구르나 작품은 현재까지 <낙원> 한 권 읽었지만 <배반> 이 책을 포함해 <바닷가에서>, <그 후의 삶>도 모두 읽을 계획- 아직 안 읽어본 분들이 있다면(다부장님!) 한 권쯤 믿고 읽어보세요....




이디스 워튼, <환락의 집>
전에 펭귄클래식에서 <기쁨의 집>으로 나온 것을 읽을까말까 계속 미루던 터에, 민음사에서 <환락의 집>으로 새로 나왔다. 이디스 워튼은 몰아 읽으면 좀 질리는 경향이 있어서 한 권 읽고 나면 시간을 좀 뒀다가 읽게 된다. 요즘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다. 워튼에게 부와 명성을 동시에 가져다준 대표작 중 하나.




에리크 뷔야르, <7월 14일>
에리크 뷔야르 팬도 아닌데, 왜 나오는 족족 읽고 있는지....? 건조하기 짝이 없는 문체로 역사적 사실을 남다른 시선으로 포착하는 그의 작품들에 은근히 매료...??? 이 책도 프랑스혁명을 노동자, 백수건달, 시골 사람 등 민중의 눈으로 새로 쓰고 있다고 한다.




레이 브래드버리, <사악한 것이 온다>
브래드버리 책도 정기적으로 읽어줘야 한다. 이 작품도 국내 초역작. 표지부터 무시무시(?)하지 않은가! ㅋ ‘유년기의 향수와 공포가 공존하는 매혹적인 다크 판타지’라고.




레오 페루츠, <심판의 날의 거장>
뭐야, 레오 페루츠 책도 나오는 족족 사서 읽고 있다. 이 책도 결국 구매. 저택에서 갑자기 목숨을 끊은 한 배우의 죽음의 진상을 추적하며, 그와 관련된 연쇄 자살 사건의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서스펜스, 추리, 공포, 환상’이 절묘하게 조합! 먼저 읽은 <스웨덴 기사>보다 이 책이 더 재미날 거 같다.

 


알프레트 되블린,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갑자기 읽고 싶어져서 샀다. ‘갈팡질팡하는 주인공의 행보와 심리 추이를 내적 독백으로 그리는 등 새로운 소설 쓰기로 독일 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이라고. 독일 문학치고는 재미있을 거 같은데....



로버트 네이선, <제니의 초상>
아니 잠자냥! 요즘 국내 초역작하고 무슨 단 한 권밖에 없는 책에 꽂혔는지 갑자기 이 책도 궁금해서 샀다. 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문단에서 독자적 지위를 얻게 된 로버트 네이선의 대표작. 아니 글쎄 잠자냥이 판타지 멜로를 읽겠다고!



가와바타 야스나리, <손바닥 소설>
사실 이 책은 구판으로 이미 읽었다. 책도 아직 갖고 있음. 그런데 문지에서 1, 2권으로 분량이 꽤 늘어나서 다시 나온 게 아닌가?! 1권으로 나왔던 <손바닥 소설>을 무지 좋아했던 나는, 결국 이 개정판에 새로이 실린 작품들도 읽고 싶어서(목차 복사해서 구판과 개정판 일일이 대조했다. 새로 실린 작품이 얼마나 되는지 비교하려고....-_-vV) 결국 샀다.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은 전체적으로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로 쓴 시라고나 할까. 하이쿠 같은 소설이라고나 할까. 암튼 새로 읽을 작품들 기대된다!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8- 소돔과 고모라 2>
민음사에서 드디어 13권으로! 완역되었더군요. 저는 중고로 촘촘히 모으고 있습니다. 드디어 8권까지 구매 성공. 이제 남은 5권 다 모으면 드디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는 것인가!




샬럿 브론테, <제인 에어>
알라딘에서 ‘제인 에어’로 검색하면 국내도서로 무려 181개의 검색 결과가 나온다. 그렇게 유명하고, 필독서인 이 작품을 나는 여태 안 읽었다. 사실 죽을 때까지도 읽을 생각 없었던 것 같다. 고백하자면 이 시기 여성 작가들 작품에 편견이 좀 있었다.......제대로 읽지도 않은 주제에 대부분 ‘로맨스 밀당’이잖아 싫어! 하고 안 읽음(그간 세계문학사의 백인 남성작가에게 가스라이팅 당해 온 잠자냥 ㅋㅋㅋ) 하지만 이제 마침내 읽는구나. ‘다락방의 미친 여자들’과 함께.















올리비아 랭, <에브리바디 - 모든 몸의 자유를 향한 투쟁과 실패의 연대기>
<이상한 날씨- 위기가 범람하는 세계 속 예술이 하는 일>
<외로운 도시> 한 권으로 홀딱 반한 올리비아 랭. 집에 사둔 <강으로> 읽기 전에 새로 나온 책들 두 권을 먼저 지른다..... 질렀다. 읽고 사, 인간아. 아무튼 이 사람 글쓰기 진짜 대박... >_<. 공쟝쟝이 절판되었지만 자기는 있다고 자랑한 랭의 또 다른 책 <작가와 술>- 이 광활한 우주점에 뜬 걸 보았으나 사지 않았다. 어쩐지 보아하니 올리비아 랭의 책을 계속 출간하고 있는 ‘어크로스’에서 재출간할 거 같은 느낌이 딱- 왔다(현암사에서 출간했던 <강으로>, <작가와 술> 모두 판권 소멸로 절판이던데 둘 다 어크로스에서 새로 나올 거 같은 느낌적 느낌.) 쟝쟝은 <작가와 술> 읽다 만 것 같던데(그 책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치버랑 카버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읽으려고), 난 이 책 재출간되면 바로 읽어도 무리 없지롱! 치버랑 카버 작품 좋아해서 그들에 관해서는 좀 알거든. (쟝쟝 악올리기)




존 버거, 이브 버거, <어떤 그림- 존 버거와 이브 버거의 편지>
열화당에서 나오는 존 버거의 책은 어쩐지 다 모으고 싶어진다.  이 책은 말년의 존 버거가 화가인 아들 이브 버거와 나눈 편지 모음집으로 2015~2016년경에 쓴 글을 담고 있다.




칼 세이건, <칼 세이건의 말- 우주 그리고 그 너머에 관한 인터뷰>
<코스모스> 읽으면서, 아니면 읽기 전에 읽으려고 구매. 요즘 살짝 우주에 관심이 가고 있는 잠자냥......뭐라고요? 그러면서 며칠 전 개기월식 보러 베란다조차 안 나간 주제에!




시어도어 젤딘, <인간의 내밀한 역사- 과거와의 대화는 어떻게 현재의 삶을 확장하는가>
이 책은 어디선가 소개 글 읽고 관심이 확 가서 내내 장바구니에 담아뒀었다. 도서관에도 있는데 왠지 사서 읽고 싶.........; ‘고독, 사랑, 공포, 호기심, 연민, 우울, 대화법, 섹스와 요리법, 이성애와 동성애, 운명 등 독특한 주제를 중심으로 인간의 마음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인류의 경험을 고찰‘한다고. 와, 너무 흥미로울 거 같지 않은가? 아, 이미 읽었다고요? 네.......




리차드 세넷, <살과 돌- 서양 문명에서의 육체와 도시>
이 책은 ‘몸으로 읽어낸 도시문명사’라는 소개가 딱 어울리는 것 같다. 문화연구, 도시학, 건축학 분야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책.




오브리 파월, <바이닐. 앨범. 커버. 아트>
한때 앨범 수집 덕후로서 출간 당시부터 무지 관심 가던 책인데, 38,000원이라는 사악한 가격에 눈물만 머금고 사보지는 못하고 있었다. 도서관 희망도서도 비싸다고 안 받아줌..... 중고로 나올 때까지 기다려보자 했더니 마침내 내 손에 들어왔구나. 책 만듦새 정말 황홀하게 훌륭하다. 하지만 나는 이제 음반을 모으지 않아요... 책으로도 벅차서;

마지막으로



모하메드 음부가르 사르, <인간들의 가장 은밀한 기억>
2021년 공쿠르상 수상작이라고 해서 사보려던 책인데 운 좋게도 선물 받았다. 다 읽고 리뷰 남김. 이 책에 관해 잠자냥의 작은 이벤트가 열리고 있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리뷰 댓글 참조) 이 책은 별 다섯 줘도 되는 책인데, 왜 잠자냥은 별 하나를 결국 뺐을까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주관식이고요, 정답을 맞히시는 분에게는 소정의 상품이.........ㅋㅋㅋㅋㅋ




스트레스만큼이나 엄청난(?) 책 탑...


우울하니까 우리집 막내들(?) 사진으로 마무리



으그 못났다... 아직도 자기가 가장 귀여운 막내인 줄 아는 원래 막내...(현재 셋째)




너 왜 그렇게 자니....? 자세히 보면 자는 거 아님(귀여운 척 실눈 뜨고 있음ㅋㅋㅋㅋㅋ)




오구오구 그래도 내 눈엔 엄청 예쁜 우리 못난이 셋째....(원래 막내)




그리고 진짜 막내..... 육고 중 여섯째. 아우 귀여... ㅠㅠ

(두 달 만에 이렇게 근접 촬영 가능.. 그러나 아직 안을 수 없음. 안고 싶다!!!!!! 궁디팡팡 해주고 싶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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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11-11 11: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에리크 뷔야르 책 건조한 문체 좋아하는 저로선 관심이!ㅎㅎㅎ 시어도어 젤딘 책은 이전에 <인생의 발견> 읽어봤네요. 딱히 제 취향은 아니었지만;;;
괭이들 언제 봐도 귀엽습니다~ㅎㅎ 오늘은 발라당 누운 사진이 치트키네요!*^^*

잠자냥 2022-11-11 11:40   좋아요 2 | URL
넵 <7월 14일> 제가 먼저 읽어보겠습니다! 건조한 문체가 또 매력적이기도 하지요!
괭이 사진 중 발라당 사진이 오늘의 치트키인줄 딱 알아보시는군요! ㅋㅋㅋ

유부만두 2022-11-11 11: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곱네요, 책탑도 잠자냥님 글도 고양이 발이랑 얼굴이랑 다.

잠자냥 2022-11-11 12:05   좋아요 1 | URL
책쟁이들은 결국 이럴 때 책으로 위로받는 수밖에는 없는 거 같아요....

페넬로페 2022-11-11 12: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요즘 뉴스를 봐도 그렇고 이태원 참사 후에도 몸에 힘만 빠집니다 ㅠㅠ
영롱한 책탑과
더 빛나는 냥이들에게 그나마 위로를 받네요^^
나도 냥이처럼 편한 얼굴로 살고 싶다~~

잠자냥 2022-11-11 12:07   좋아요 2 | URL
참사 이후의 언론과 정부 보면 정말 이 나라에 희망이 있는가 싶습니다.......
결국 책으로 도피하는데, 책으로만 도피가 가능하지 않은 현실도 답답하고.. ㅠㅠ
냥이들 정말 부럽죠. 맘 편해 보임. ㅎㅎㅎ

책읽는나무 2022-11-11 13: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잠자냥님 제인 에어를 읽으시는 건가요?? 전 다 읽었습니다.
그래서 잠냥님 책탑에 유일하게 중복된 책 한 권!!! 아~ 뿌듯하다ㅋㅋㅋ 아, 잃시찾 시리즈도 소장만 하고 있어 또 중복!!!
오늘도 잠냥님 스트레스 지수 덕분에 책탑 무한 감탄을 하고, 냥이들 눈으로 쓰담쓰담하고 갑니다. 막내는 아직도 낯가리나 보군요?? 집사님 부러 애 닳게 만드는 매력 덩어리!!!
그나저나 저 <인간들의 가장 은밀한 기억> 리뷰 분명 읽었는데 질문은 기억이 하나도 안나네요? 아....다시 공부하러 가야 하나요? 요즘 멍~ 하니 바보가 되어설라무네...ㅜㅜ

책읽는나무 2022-11-11 13:12   좋아요 1 | URL
백인 남자들 잘난 척 세상이 싫어서?
넘 성의없는 답안지네요ㅋㅋㅋ

잠자냥 2022-11-11 14:17   좋아요 2 | URL
<제인 에어> 다 읽으신 것 축하드립니다!
저도 어서 읽을게요!
우리 막내 귀엽죠?! 업고 다니고 싶은 귀여움~ >_<
저 녀석 밖에 있을 땐 오히려 만질 수도 있고, 막 따라오더니 집에 들어와선 오히려 내외하네요!
요놈.. 밀당 고수?! 내년쯤엔 쓰담쓰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책나무님, 정답 틀린 거 알고 계시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11-11 15:02   좋아요 1 | URL
앗!! 틀렸어요?? 이런..ㅋㅋㅋㅋ
코로나만 아녔어도 정답 맞추는 건데...ㅋㅋㅋ
음....그렇다면 잠자냥님 싫어하시는 게 또 뭐가 있을까요???
‘흑인 랭보‘ 문구가 눈에 띄던데, 혹시 랭보를 싫어하시나요???
😃😃

잠자냥 2022-11-11 15:34   좋아요 2 | URL
책나무 님! 고정하세요!
아직 약 기운이 가득 남으셨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땡!

책읽는나무 2022-11-11 16:38   좋아요 1 | URL
약이 다 떨어져 두뇌회전이 안되나 봅니다. 오답행진 퍼레이드ㅋㅋㅋ
백인 인종차별주의가 답이 아니면 뭘까??? 🤔
갑자기 너무 궁금하네요??
잠자냥님 백인 남자 싫어하시지 않나요???😃😃

잠자냥 2022-11-11 17:03   좋아요 2 | URL
백인 남자 싫어한다고 말한 적은 없는뎁쇼! 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11-11 18:18   좋아요 1 | URL
악!!!!!!!!!!!!🙈🙈🙈
재분석해서 다시 돌아오겠슴돠!!!!

포스트잇 2022-11-11 15: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알렉산더 광장>이 민음사에서도 나왔군, ...이랬는데요, 펭귄클래식코리아에서는 자그만치 4권이었는데 어떻게 2권이 됐지, 무슨 마법인가 싶었다가, 오해라는 걸 깨닫기까지 좀 걸렸네요. ㅋㅋ

로렌스 더럴의 <알렉산드리아 4중주>와 혼동했습니다;;;;;
<..4중주>는 프루스트식 글쓰기를 보여준다는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프루스트는 1차대전을 겪으며 글을 썼고,
더럴은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글을 쓰고.. 대전을 겪으면 이런 대작들이 나오는 모양입니다. ...

잠자냥 2022-11-11 16:09   좋아요 3 | URL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은 민음사랑 을유문화사, 시공사 세 곳에서 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ㅎ <알렉산드리아 4중주>와 제목이 비슷(?!)해서 헷갈리셨군요! ㅗㅗ
<알렉산드리아 4중주> 참 재미난 대작인데 국내에선 유독 인기가 없는 것 같습니다. ㅎㅎ

Falstaff 2022-11-11 19:06   좋아요 3 | URL
오, 전 알렉산드리아 4중주, 넘 좋아합니다! 포스트잇 님, 반갑습니다! 잠자냥님도 물론이고요!!
이 작품을 거론하는 분이 거의 없는 것이 아쉬울 정도입니다!!

포스트잇 2022-11-11 19:47   좋아요 3 | URL
두분이 이러시면 ... <알렉산드리아 4중주>도 읽어봐야겠습니다.^^
엄두가 안나기도 했고, 또 이책 좋다, 재밌다, 이런 확실한 보증^^이 있길 바랬거든요. 두분 믿고(!) 읽어볼래요.

Falstaff 2022-11-11 19:55   좋아요 3 | URL
제 경우엔 1부 <저스틴>에서 좀 헤맸습니다. 그래 더 읽을까 말까 하다가 한 일 년 지난 후에 2권 <발타자르>를 읽었는데 이때부터 정말 흥미진진하고 재미찬란하고 그렇더라고요.
제가 좀 일천해 그렇겠지만 하여간 1권이 좀 그렇다고 실망하지 마시고 끝까지 한 번 밀어붙여 보세요! 뿌듯하실 겁니다! ㅎㅎ

잠자냥 2022-11-11 21:28   좋아요 2 | URL
포스트잇님! 꼭 읽어보세요!

새파랑 2022-11-11 15: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 잠자냥님이 싫어하는 사랑이야기가 있어서

2. 게다가 남자주인공이 재벌 백인임


아닌가요? ㅋ

Falstaff 2022-11-11 19:12   좋아요 3 | URL
오, 제인 에어 얘기시군요? ㅋㅋㅋㅋ
잠자냥 님도 참... 뭘 새삼스럽게 이걸 다 읽으시고. 중딩 때 마스터 했을 로맨스 아녀요? 근데 고백하자면 저도 쉰 넘어서 완독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

2번은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크게 상관은 없을 듯..... 백인 거렁뱅이보다는 백인 재벌이 좋잖아요? 저라도 그렇겠습니다. 새파랑 님은 안 그래요? 흑인 여성 백만장자하고, 흑인 여성 프롤레타리아하고 있으면 누가 좋아요? ㅋㅋ

잠자냥 2022-11-12 01:59   좋아요 2 | URL
문트 님, 중딩 때 읽어야 할 그 책을 미루다 미루다 이제 읽어보렵니다! ㅋ

레삭매냐 2022-11-11 15: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로베르토 아를트의 <미친 장난감>
지난 주말에 읽었는데 아직 리뷰
를 쓰지 못했네요.

기억이 휘발되기 전에 써야 하는데...

<7월 14일>은 희망도서로 도서관
에 신청해 두었는데 미처 대여하지
못한 틈을 타서 썸바디가 슈킹해
갔더라는.

잠자냥 2022-11-11 16:10   좋아요 2 | URL
<미친 장난감> 벌써 읽으셨군요. 역시 빠르십니다.
그런데 그 빠른 매냐 님께서 어쩌다 <7월 14일>은 놓치셨어요! ㅋㅋㅋ

Falstaff 2022-11-11 19: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흠.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읽으시면 빡칠 수 있을 텐데, 이걸 우짜나요. 뭐, 팔잡니다.
환락의 집에서 기억에 남는 건, 페슈 알라 멜바. 전 그것 밖에 없습니다. ㅋㅋㅋㅋ 진짜 스토리는 하나도 기억에 남지 않았네요.

잠자냥 2022-11-12 02:01   좋아요 2 | URL
이 책 살 때 문트 님 리뷰가 있을까 싶어 찾아봤는데 없더라고요! 아이고 이런 낭패가 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2-11-12 09:22   좋아요 2 | URL
광장...읽을 때는 독후감을 거의 백자평 수준, 짧은 메모 형식으로만 썼거든요.
여성주의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거의 빡치실 겁니다. 그것도 초장부터요.

coolcat329 2022-11-11 19: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휴머니스트 이번 시리즈 보면서 ‘이거 완전 내 스타일이다‘ 했어요.😅
표지도 강렬하고 넘 좋더라구요.
근데 저 브래드버리 책도 굉장하네요.
그 밑에 심판의 날도 모르는 작가인데 엄청 재미날 거 같아요.
다 찜합니다.
근데 이번에 유난히 좀 많이 사셨어요.

잠자냥 2022-11-12 02:03   좋아요 2 | URL
ㅋㅋㅋ 이번엔 쿨캣 님 구미에 맞는 책이 많은 거 같습니다…. ㅋㅋㅋㅋ 제가 스트레스 많이 받아야하나 봐요! ㅋㅋㅋㅋ

꼬마요정 2022-11-12 00: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번에 흄세 시리즈 <폭풍의 언덕> 빼고 다 샀어요 ㅎㅎㅎ 씐납니다!!
잠자냥님이 싫어하는 게 뭘까용. 혹시 살짝 줏대 없는 주인공?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상대에게 다 맞춰주기? 새파랑님이 맞추신 건 아닐까 싶어요 ㅎㅎㅎ 궁금합니다.

잠자냥 2022-11-12 02:06   좋아요 2 | URL
네, 저도 이미 읽은 <폭풍의 언덕>하고 <너희들 무덤에 침을…..> 빼고는 다 궁금하더라고요. 시즌 4도 궁금합니다.

새파랑 님은 정답 아닙니다!!

꼬마요정 2022-11-12 17:27   좋아요 2 | URL
너무 궁금해서 잠자냥님 글 다시 읽는데요, 읽으면서 드는 생각이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건 매우 어렵구나 입니다 ㅋㅋㅋ 수능 공부할 때 기억을 더듬어 봐야겠어요 ㅎㅎㅎ

잠자냥 2022-11-12 19:43   좋아요 2 | URL
ㅋㅋㅋ 정답은 나중에 꼭 공지하겠습니다!

- 2022-11-11 23: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카버와 치버를 아예 잊고 있었던 (그렇지만 카버 시집은 누구 땜시 읽었다오) 제3의 올리비아 랭이 좋아합니다. 이 글을 K-제인 오스틴(독신이지만 연애 소설을 쓴, edps를 좋아하지만 섹스를 못하는)이 좋아합니다. 그리고 50살 쟝지니아울프... 그만해... 대체 너 자신을 어따 비비고 있는 거여... 왜 나 안말렸어,,, 잠자냥... 날 어떻게 키운 거예요? 엉????🤣🤣... (커서 잠자냥과 다부장이 되겠다던 나, 오만이 하늘을 찔러 대체 무슨 뭐가 되겠다고 하고 있는 데, 올해 제가 잠깐 뭐에 씌웠던 것이 아닐까요? 그만 해야 할 거 같아........조금 부끄러워지기 시작했음..... 우윽 ㅋㅋㅋㅋ )

1. 쓰잘 데 없이 여성을 대상화했다. (식민지 남성성 어쩔 수 없지....)
2. 이래저래 꼬아놨는 데 결론이 결국 사랑임.. 트루럽........(사랑 밖엔 난 몰랑~..)

느끼겠지만 1-2 번은 제가 싫어하는....... 응?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11-12 02:07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50새 쟝지니아울프 님하 다 틀린 거 알죠? ㅋㅋㅋㅋㅋ

그레이스 2022-11-12 08: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존버거 책은 읽지 않은 책이 수두룩한데, 모으고 있습니다^^;;
사놓은 책, 사고싶은 책, 주저하고 있는 책.
여기 다 있네요^^;;

잠자냥 2022-11-12 13:25   좋아요 2 | URL
사놓은 책, 사고싶은 책, 주저하는 책 명언입니다. ㅎ

바람돌이 2022-11-12 21: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표지 진짜 화끈한데요. 너무 맘에 들어요. ㅎㅎ
그런데 11월의 책탑이 진짜 와!! 잠자냥님의 책탑 역시 화끈합니다. <최후의 인간>읽다가 너덜너덜해진 마음을 냥이들 사진으로 달래네요. ㅎㅎ

잠자냥 2022-11-14 10:19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 <최후의 인간> 읽느라 고생하셨어요. 우리 냥이들이 위로가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그 책 리뷰만 봐도 정말;; 힘들어 보이네요;;;

독서괭 2022-11-18 16: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이 글을 이제야 보다니. 어마어마한 책탑에, 역시 어마어마하게 귀여운 냥이들이군요!! >ㅁ< 아휴 털 넘 예쁘네요 -> 역시 고냥이 사진 보고 나면 책은 잊어버리는 독서‘괭‘...
아니 굥 임기 동안 이렇게 계속 사시면... 출판시장 활성화?? ㅋㅋㅋ 웃픕니다 웃퍼요..

잠자냥 2022-11-18 16:48   좋아요 1 | URL
ㅋ 역시 우리 괭이들이 괭님이 오셔야 기뻐하는군요...(응?) ㅋㅋㅋㅋ
굥 임기가 짧기만을 바랍니다.....;;;; ㅋㅋ

독서괭 2023-01-13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다락방의미친여자 제인에어편을 읽다보니 제인에어를 너무 재독하고 싶어졌는데, 민음사판 말고 다른 판본 찾다가 여기 왔어요. 조애리님이 번역한 <빌레뜨>가 좋았기 땜에 이책을 살까 하는데, 번역 지적들이 있네요? 혹시 읽어보셨나요?

잠자냥 2023-01-18 15:31   좋아요 1 | URL
앗, 이 댓글 이제야 봤어요. ㅎㅎㅎㅎ
아직 안 읽어봤어요. 같이 읽어보아요~ ㅎ
 
인간들의 가장 은밀한 기억
모하메드 음부가르 사르 지음, 윤진 옮김 / 엘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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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좋아하고, 소설 몇 편을 끼적거려보기도 했지만 문학 자체가 누군가의 삶을 아주 크게 바꿔놓을 수 있다고 믿지는 않는다.  어떤 이가 인생을 바꾼 단 한 권의 책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거기에도 선뜻 답하기 어렵다. 대답보다는 아마도 머릿속으로는 책 한 권으로 얼마나 삶이 달라질까 회의적인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누군가에게는 어떤 책 한 권이 그의 삶 전체를 뒤흔들 수도 있다고는 생각한다. 지금의 나는 조금 냉소적이고 회의적인 사람이 되었을지 몰라도, 나도 한때는 책 한 권에 말할 수 없이 가슴이 뜨거웠던 적이 있으므로.

여기 바로 그런 인물이 있다. 그의 이름은 ‘디에간 라티르 파이’- 이십 대의 뜨거운 청년인 그는 문학에 이끌려 시인이 되겠다는 꿈을 품었었고, 그 꿈은 젊은 나이에 어느 정도 이루어져 작가로 데뷔해 파리에서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다. 여전히 위대한 소설을 쓰겠다는 야망을 품은 채. 그런 그에게는 하나의 꼬리표가 늘 붙어 다닌다. “프랑스어권 아프리카 문학의 유망주”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파리에서 지내지만 그는 세네갈 출신의 흑인이다. 프랑스 제도권의 인정을 받기는 했으나 과연 그것이 온전히 그의 글쓰기 능력 때문인지, 아니면 ‘흑인 치고는’ 또는 ‘아프리카 출신 치고는’ 그럭저럭 봐줄 만하다는 용인인지 그로서도 자신할 수 없다. 이 지점은 꽤 흥미로운데 사실 디에간이라는 인물은 이 책, <인간들의 가장 은밀한 기억>으로 2021년 공쿠르상을 수상한 ‘모하메드 음부가르 사르’ 작가 그 자신과 겹쳐 보이기 때문이다. 음부가르 사르는 1990년에 세네갈에서 태어나 세네갈에서 고등학교까지 프랑스어로 정규 교육을 받았고, 그 후 프랑스 파리의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공부하다가 박사학위 논문을 중단하면서 글쓰기를 시작한 이력이 있다. 네 번째 장편인 <인간들의 가장 은밀한 기억>으로 공쿠르상을 수상했는데, 이것은 100년 만의 흑인 작가 수상이며,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출신 작가의 역대 최초 수상이고, 1976년 이후 역대 최연소 수상(31세)이라고 한다.

이 작품을 읽다 보면 이런 수식, 그러니까 작가가 어디 출신이며 어떤 성장 과정을 겪었고, 흑인인지 백인인지, 황인인지, 작가의 성 정체성이 어떤지 등등 작품 외의 작가와 관련한 요소에 집중한다는 것이 얼마나 한 작가 또는 그의 작품에 모욕이 될 수 있는지 생각하게 되지만, 그럼에도 <인간들의 가장 은밀한 기억>은 이런 언급을 피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이 작품은 문학과 글쓰기에 관한 소설이면서도 동시에 인종차별과 식민주의(제국주의)에 관한 소설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음부가르 사르, 즉 작가의 분신이라고 볼 수 있는 이 ‘디에간’은 책 한 권에 완전히 꽂혀 있다. <흑인 문학 개설>에서 알게 된 한 낯선 세네갈 작가 때문이다. T.C. 엘리만이라는 수수께끼의 인물, 그의 책 <비인간적인 것의 미로>는 완전히 디에간을 사로잡고, 그는 엘리만의 정체를 밝히는 일에 골몰하게 된다. 엘리만도 디에간처럼  세네갈 출신에 그 또한 파리에서 공부하던 중 1938년에 <비인간적인 것의 미로> 단 한 권을 출간하고 홀연 자취를 감춰버렸다. 그 후로 어디에서도 흔적을 찾을 수 없는 엘리만- 디에간은 우연히 세네갈 출신의 여성 작가 ‘마렘 시가 D.’가 이 책을 읽었을 뿐만 아니라 책의 가치를 자신 만큼이나 높이 사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녀와 가까워진 그는 엘리만과 <비인간 적인 것의 미로>에 관한 이야기를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 책은 이렇게 디에간이 엘리만의 행방을 추적하는 형식으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시가 D와 엘리만은 어떤 관계이기에 그녀는 그에 관해 이토록 많은 것을 알고 있는지, 엘리만은 어쩌다 사라졌는지, 무엇이 그를 영원히 은둔하게 만들었는지 궁금증에 책장이 빠르게 넘어간다. 그리고 엘리만의 비밀이 하나씩 벗겨질수록 이 작품이 단 한 권의 책에 관한 소설이 아님을, 이 세상에서 흑인 또는 유색인종으로 살아간다는 것, 한때 식민지였던 나라에서 태어나 자신들을 지배했던 나라에 편입되기를 바라는 피식민지인들의 슬프고도 씁쓸한, 아이러니한 삶을 마주하게 된다.

엘리만은 더없이 뛰어난 흑인이었다. 그가 쓴 <비인간적인 것의 미로>는 주제, 문체, 그리고 작가까지 모든 면에서 놀라운 작품이라고 극찬받는다. 한 저명한 비평가는 그 누구도 이름을 들어본 적 없는 스물세 살의 아프리카 작가의 뛰어난 재능을 기려 그를 ‘흑인 랭보’라고 칭하기까지 한다. 이 책을 지지하는 측과 비난하는 책이 생겨났고, 그런 상태가 몇 주 동안 이어졌을 즈음, 흑인 아프리카 지역 탐험가이자 민족학 전문가인 콜레주 드 프랑스의 교수 ‘앙리 드 보비날’이 언론에 엘리만의 소설은 세네갈 종족의 한 기원 신화를 표절했다는 글을 발표한다. 설상가상으로 며칠 뒤 역시 콜레주 드 프랑스의 문학교수가 엘리만의 책 속에서 다른 문학 작품으로부터 차용된 것을 수없이 많이 찾았다고 고백한다. 엘리만의 책은 최소 절반 이상이 다른 책들에서 인용된 것이다. 거기에 자신이 쓴 글을 정묘히 섞어놓은 콜라주였다. 제미니 출판사를 상대로 소송이 이어지고, 출판사는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손해배상을 한 뒤 출판사 폐업하고 만다. 그러나 이 모든 일이 일어나는 동안 정작 작가인 엘리만은 그 어디에도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는다. 이 지경이 되자 엘리만이 실재하는 작가인지 의심을 품는 무리까지 생길 정도이다. 그리고 그는 그렇게 사라진다.

엘리만은 왜 침묵을 고수하고, 그대로 잊히는 쪽을 선택했을까. 몇 가지 밝혀진 진실에 따르면 그는 자신의 억울함을 주장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그런데도 침묵한다. 그의 침묵이 이해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그는 어차피 영원히 세네갈 출신의 예외적으로 뛰어난 흑인일 뿐, 예외적으로 뛰어난 작가로 인정받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프랑스의 문단의 그들에게 ‘흑인 랭보’일뿐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소중한 랭보를 어느 흑인 시인에 빗대어 설명하지 않는다. 프랑스의 백인들, 아니 전 지구의 백인들은 어느 뛰어난 유색 인종을 늘 백인에 빗대어 설명한다. 세상의 모든 기준은 백인이고, 그 나머지는 예외적인, 그래서 의심스럽고 그럼에도 인정할만한 존재로 설명하고는 한다. 세상은 작품 자체에 주목하지 않는다. 이 책에서 말하듯이 작품을 쓴 그의 배경, 미디어를 장식할 만한 하나의 현상에 더 주목한다. ‘A는 이런저런 문학상을 받은 이런저런 협회에 들어간 최초의 흑인 소설가’이며 ‘B는 포괄적 글쓰기로 이루어진 책을 출간한 첫 레즈비언 작가’이며 ‘C는 목요일에는 무신론자 양성애자이고, 금요일에는 회교를 믿는 시스젠더로 그가 쓴 이야기는 경이롭고 감동적이며 전적인 실화’(357쪽)이다 등등. 그의 글에 대해서, 그의 글쓰기나 창작에 대해서 말하기보다는 피부색에 주목하는 풍조가 사라지지 않는 한 엘리만은 차라리 영원히 침묵하는 것이 나으리라.

이 책은 그것 외에도 또 다른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엘리만은 정말로 표절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의 작품은 표절이 아니라 콜라주일까? 엘리만의 <비인간적인 것의 미로>는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심오한 독창성’을 지니고 있지만 동시에 ‘기존의 책들을 모조리 합해 놓은 책’이기도 하다. 절반 가까이는 호메로스부터 시작해 세상 모두가 알만한 작품들을 인용하고 절반은 자기의 이야기를 쓰면서 그 인용에 의도적으로 인용 부호를 밝히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작품은 명백히 표절이 아닐까? <비인간적인 것의 미로>를 편집하고 출판한 ‘샤를’이 말했듯이 문학을 약탈한 것이 아닐까? 그러나 엘리만은 문학은 ‘원래 약탈의 유희’라고, ‘창작의 이상을 위해서는 모든 걸 희생할 수 있다’(271쪽)고 항변한다. 엘리만의 주장처럼 <비인간적인 것의 미로>는 독창적인 콜라주로 볼 수 있을까? 한편으로는 엘리만이 그러한 방식을 채택한 것은 ‘그’라는 인물, 세네갈의 지식인들의 단편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유럽인도 백인도 아니지만 유럽인과 백인 문화를 콜라주한 식민지 대륙 출신의 인물들….

엘리만은 누구였을까? 이 책에서 말하듯이 ‘절대적인 작가? 수치스러운 표절 작가? 천재적인 사기꾼? 미스터리한 암살자? 남의 영혼을 집어삼키는 인간? 영원한 방랑자? 고상한 난봉꾼? 아버지를 찾는 아이? 삶의 좌표를 잃고 길을 잃은 불행한 유배자?’(379쪽) <비인간적인 것의 미로>를 콜라주로 볼 수 있을지 그저 유럽인들의 생각과 사상을 짜깁기한 표절에 지나지 않는지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서 엘리만이라는 인물을 평가하는 것도 저마다 달라질 것 같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는 제국주의 식민지화가 만들어낸 비극적인 인물임은 틀림없다는 것이다. 백인이 되고 싶었고, 어쩌면 백인보다 백인 문화에 통달했던 엘리만. 그래서 백인들이 쓴 온갖 문학을 짜깁기해서 또 하나의 문학을 빚어냈지만 그것은 결국 그의 오리지널리티가 아니다. 세상 또한 그를 백인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기는커녕 너는 흑인이라고, 그래봐야 ‘흑인 랭보’일 뿐이라고, 어쩌다 나온 예외적인 인물이라고 한계 지을 뿐이다. ‘식민지화가 이루는 가장 악마적인 성공은 바로 자신들을 파괴하는 바로 그것이 되고 싶다는 욕망을 심는 것. 소외의 슬픔(496쪽)’이라는 문장에서는 일제 강점기에 일본으로 유학을 떠가고 바로 그들에게 인정받고자 애썼던 이 땅의 문인들이 생각나 더 씁쓸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시 책 바깥의 이야기로 돌아와, 이 책의 작가 음부가르 사르는 이 작품으로 공쿠르상을 수상하고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이 책의 주인공 디에간은 작품 초반에 이렇게 말한다. “아프리카 게토를 벗어나면 아무도 날 작가로 알아주지 않거든. 유명한 신문에 기사가 난 적이 있는 유망주 작가이고 뭐고 신문 자료보관소는 나에게 아무 관심이 없어. 난 그냥 아프리카 작가고 바깥세상에서는 문학적 명성 따위 하나도 없어.” 디에간은 ‘바깥’에서 명성에서 얻고 싶은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그가 말하는 바깥이란 문화적으로 척박한 세네갈이 아니라, 프랑스일 것이고 더 나아가 유럽일 것이다. 그는 말한다. “프랑스 문단의 서임식은 우리 중 많은 이들의 꿈이다. 심지어 몇몇에게는 꿈 그 자체이다. 그것은 우리에게 수치를 안기지만 또한 우리가 꿈꾸는 영광이다. 우리의 종속이고, 상징적 상승이라는 독배의 환상이다.”(82쪽) 음부가르 사르는 이 독배의 잔을, 독배의 영광을 기꺼이 받았다. 프랑스는 어떤 생각으로 이 예외적인 흑인 작가에게 상을 주었을까? 이 책에서 말했듯이 자신들의 너그러움을 과시하기 위한 하나의 사례일까? <인간들의 가장 은밀한 기억>은 책을 덮고도 여러 가지로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인정받은 너희 같은 아프리카 작가들, 지식인들은 조심해야 해. 프랑스 부르주아들이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 되려고 너희 중 일부에게 영예를 안기기도 하니까. 실제로 성공하거나 본보기가 된 아프리카인들도 있지. 하지만 내 말 잘 들어 너희의 작품이 어떤 가치를 갖든 결국 너희는 이방인이고 영원히 그럴 거야. 이곳 사람이 아니라고. (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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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2-11-08 17: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별 네개 주셨는데 이렇게 읽어보고 싶게 리뷰를 쓰시면 어떡합니까?(왠지 항의하고 싶) ㅋㅋ 작가에 대해 추적하는 과정도 흥미롭고, 던져주는 메시지는 굉장히 묵직하네요. 문학 자체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까지.. ‘그래봐야 흑인 랭보일 뿐‘이라는 말이 가슴 아픕니다.

잠자냥 2022-11-08 20:36   좋아요 1 | URL
별다섯 줘도 괜찮은 작품인데 별 하나 뺀 이유는 제가 유독 약한 부분(못 참는 부분)이 있는데 이 소설에서 그런 부분이 있어 가지고 ㅋㅋㅋㅋㅋ 개인적 취향으로 하나 뺐어요. 그게 뭘까요?! :p 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2-11-08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소설도 쓰시나요? 와 어쩐지 리뷰들이 심상치 않게 좋은데는 이유가.... ^^
이 책 어떤지 궁금했는데 잠자냥님 리뷰를 보니 무조건 읽어야 할 책이네요. ^^ 별 하나 뺀 이유는 저도 궁금하네요. 혹시 저 양성애자 어쩌고 하는데서 주인공의 성생활이 심히 자유로울까요? ㅎㅎ

잠자냥 2022-11-08 22:52   좋아요 1 | URL
걍 소싯적에 좀 써봤어요… ㅠㅠ ㅋ 별 하나 뺀 이유는 직접 읽어보시고 유추해 보세요! ㅋ 주인공 성생활은 뭐 자유로운 편인데, 주인공이 양성애자는 아닙니다. ㅎㅎㅎㅎ

케이 2022-11-09 0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독 못참으시는 것이 대체 무엇일까요?!?!?!?! 아 너무너무 궁금합니다.

잠자냥 2022-11-09 09:46   좋아요 3 | URL
ㅋ 제가 이 책에서 두 가지 부분이 걸려서 결국 별 한 개를 뺐는데요, 하나는 개인 취향으로 정말 못 참겠는 설정이 있어서 그렇고, 또 한 가지 이유는 아, 이 부분은 이렇게 하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아서 그랬습니다.

처음에 리뷰 쓸 때는 별 하나를 줄이게 된 이 결정적 두 가지 이유를 밝히려 했으나 글쓰다 보니 그냥 묻어뒀는데, 아니 이게 그렇게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네요?! ㅋ

퀴즈 대회할까요? 이 책을 읽고 잠자냥이 별 하나를 줄이게 된 결정적 이유 2가지는?!
맞히신 분에게는 소정의 상품을..........ㅋㅋㅋㅋ

하나는 제 서재에서 글을 열심히 읽은 분들이라면 제가 잘 못 견디는 설정을 금방(?) 아실 거 같고요(이건 책 안 읽어도 대충 알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다른 하나는 결국 이 책을 읽어야만 알 수 있는 설정이네요... ㅎㅎㅎ

저 위에 바람돌이 님 댓글에도 달았지만 주인공의 성생활때문은 아닙니다! ㅋㅋㅋ

coolcat329 2022-11-11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도대체 뭘까요?
유독 못 견디는 점이 뭔지...예전에 잠자냥님 글에서 본 기억은 나는데...답답😣

잠자냥 2022-11-12 13:33   좋아요 1 | URL
ㅋㅋㅋ 나중에 꼭 알려드릴게요!

- 2022-11-12 0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 응? 성생활 때문이 아니라고요?......... 뚜........

그렇다면.
1. 소설을 읽고 보니 대체로 나빼썅(나빼고 다 썅놈)이었다 (자기만 너무 고고함, 자의식의 숭고함이 하늘을 찌름) 남자 주제에 잘난척 한다? ㅋㅋㅋㅋㅋㅋ
2. 소설이 소설이 아니었다... 소설 인물과 작가가 분리가 잘 안됨ㅋㅋ 거기에 자기미화, 혹은 과한 자기 합리화까지 함ㅋㅋ

잠자냥 2022-11-12 13:23   좋아요 1 | URL
책을 읽읍시다… ㅋㅋㅋㅋㅋ

- 2022-11-12 14:23   좋아요 0 | URL
그래요 난 소설을 좀 읽어야겠다… 😅

coolcat329 2022-11-12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소설 주인공에게 작가의 분노가 너무 많이 보인다?
2.인종차별을 소재로 한 소설들은 거의 다 비슷하다?

잠자냥 2022-11-12 13:23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아닙니다.

다락방 2022-11-18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전!

1. 미성년자 성폭행
2. 동물 학대


잠자냥 2022-11-18 12:4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아 이렇게 막 찍는 분들 있다니까..ㅋㅋㅋ
1번은 다락방 님이 싫어하는 설정이잖아요! ㅋㅋㅋ
1, 2번 둘 다 이 책에서 안 나와요. 땡..
암튼 2번은 책을 읽어야만 유추할 수 있는 문제라...ㅎㅎㅎㅎㅎ

독서괭 2022-11-18 13:29   좋아요 0 | URL
으아 궁금하다…

독서괭 2022-11-18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늙고 찌질한 남자를 향한 이해할 수 없는 여자(들)의 순애보?? (맥락없는 인기랄까..) 같은 맥락에서, 작가라는 이유로 딱히 이유도 없이 여자들에게 인기 최고라는 설정?
지나친 종교적 관념??
밑도 끝도 맥락도 없이 튀어나오는 정사장면?
등등.. 이중에 없나요? 너무 궁금해욧!! ㅠㅠ

독서괭 2022-11-18 20:18   좋아요 0 | URL
잠자냥님 왜 안 와유.. 왠지 첫번째거가 맞을 것 같은데!! 아 궁금해!!

잠자냥 2022-11-18 22:0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이 작품에 늙고 찌질한 남자는 안 나옵니다. ㅋㅋㅋㅋ 주인공 작가가 그렇게까지 인기 남으로 그려지지도 않고요. 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11-19 07:15   좋아요 0 | URL
이럴수가… OTL

청아 2022-12-02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 번 던져봅니다🖐
1. 예전에 잠자냥님 글에서 읽은 기억이 나는데
소설에서 작가가 주장하는 바를 너무 분명하게 설명하는 것?
2. 또 하나는 모르겠지만 그냥 찍어보자면... 삼각관계? (>.<)

잠자냥 2022-12-02 20:28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정답은 투비 컨티뉴……ㅋㅋㅋ
 
황사를 벗어나서 대산세계문학총서 173
캐런 헤스 지음, 서영승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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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인 줄 알았는데 시여서 놀랐다가, 아 소설이구나 다시 안심(?). 운문체 소설이라는 독특한 형식에 금세 빠져들고, 동화인가 싶은데, 어른이 읽기에도 손색이 없어 감탄했다. 삶에 끈질기게 달라붙는 황사, 그 황사를 이겨낸 숭고한 사람들의 인생. 용서와 희망에 대해 생각하다가 끝끝내 울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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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1-07 14: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굉장히 독특해보이는 책이네요. 시의 형식을 빌어서 어린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 미리보기 보고 왔는데 재밌을거 같아요. ^^

잠자냥 2022-11-07 21:34   좋아요 1 | URL
네 정말 흡인력 강하고 마지막엔 눈물까지…;;;

독서괭 2022-11-08 17: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운문체 소설이라고요?? 오오 신기합니다. 자냥님 울컥,에 별다섯이라니, 이건 일단 담고 봐야함~

잠자냥 2022-11-08 20:34   좋아요 1 | URL
이거 괭님이 좋아하실 거 같아요!
 














서른에 집을 나와 혼자 살기 시작했다. 정확히 혼자는 아니었다. 그 무렵 좋아하던 사람과 같이 살기 시작한 것이었으니. 도심 속의 복층 오피스텔이었다. 가족의 울타리를 벗어나기는 했지만 또 다른 타인과 같은 공간에서 지내는 것이었으므로 고독하지도 외롭지도 쓸쓸하지도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완벽한 고독이 내게 주어졌다. 그때 그 사람이 다른 나라로 한 달 가까이 출장을 떠나면서 그 공간에 오롯이 나 혼자만 머물게 된 것이다. 어느 밤 13층에서 내려다본 거리는 문득 외로웠다. 도심에 위치했기에 그곳은 늦은 새벽에도 결코 어둠이 찾아오지 않았다. 쉼 없이 오가는 자동차 소리, 사이렌 소리, 오토바이 소리, 아직 잠들지 않은 곳곳의 빌딩에서 새어 나오는 빛, 빛, 빛…. 도심에서 산다는 것은 이런 것이구나, 결코 어두워지지 않는데 묘하게도 고독해지는 것. 그때 처음 느꼈다.

복층에 매트리스가 놓여있었는데, 거기 누워서 내려다 본 도시는 더 외로웠다. 그때 그 계절이 딱 지금 이맘때와 같다. 노랗게 물든 은행잎들이 창 아래로 보이던 그 풍경. 비라도 오고 난 이튿날이면 차도 인도 가릴 것 없이 노란 잎이 내렸고, 그건 외로움을 덮어주는 듯했다. 늘 복작대던 가족과 살던 나에게 창을 닫으면 나의 소리를 제외하고는 고요함만이 가득했던 그 한 달 동안의 고독은 이제와 생각해 보니 완벽한 호사였다. 아니, 그때도 이미 알았다. 처음 혼자 지내게 됐을 때는 주말에는 당장 집에 가서 가족들하고 보내야지, 했는데 결국 나는 가지 않았다. 그 한 달 내내 그랬다. 그때 그 사람은 시차가 정반대인 곳으로 출장을 갔던 터라 메신저로 대화하는 것도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에만 잠깐 했었는데, 어느 순간은 메신저도 좀 덜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놀랐던 기억이 난다. 좋아하는 마음이 시들했던 것도 아니고, 보고 싶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완벽하게 혼자 있는 시간을 침해받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렬해졌다.

그 시간 동안 나는 글을 썼다. 지금 읽어보면 형편없기 짝이 없는 단편이지만 그렇게 앉아서 끼적거렸다. 혼자 보는 창밖 풍경이 새롭고 남달라서 이렇게 저렇게 사진을 찍어보기도 했고, 연필로 서툴게 스케치를 해보기도 했다. 한 달이 지나 그 사람이 다시 돌아올 즈음에는 이제 다시 돌아오지 않을, 못할, 나의 완벽한 혼자만의 시간, 그 외로움의 공간이 아쉽기도 했다. 그곳에선 1년밖에 살지 않았다. 잠들지 않는 도시의 소음이 어느 순간 못 견딜 정도가 되어 다른 곳으로 이사했기 때문이다. 요즘도 아주 가끔 그곳을 지날 때가 있는데, 그러면 나는 아직도 여전히 우뚝 서 있는 그 오피스텔의 13층을 바라보며 그때 그 혼자 있던 때를 생각하곤 한다. 창밖으로 홀로 지켜보던 그 노란 은행나무가 생생하게 떠오른다. 내 생에 가장 아름답던 은행나무….

이 가을, 문득 그 은행나무가 생각난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고독한 인간의 삶을 다룬 두 편의 에세이를 연달아 읽어서일까. 올리비아 랭의 <외로운 도시>, 비비언 고닉의 <아무도 지켜보지 않지만 모두가 공연을 한다> 이 두 책은 가을의 고독을 물씬 느끼게 해준다.  두 권 모두 제목부터 도시에서 살아간다는 것,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독이 깊이 배어 나온다. 고닉의 글이 자신의 내면을 파헤치고, 그와 얽혔거나 스쳐 지나간 타인들을 돌아보면서 관계에서의 고독과 외로움을 통찰하고 있다면 랭의 에세이는 거대 도시 뉴욕, 그 도시에서 자랐거나 생활하면서 예술을 꽃피운 몇몇 이들의 삶을 추적하며 도시의 외로움과 고독을 탐구한다. ‘한밤에 빌딩 6층이나 17층, 아니면 43층 창가에 서 있다고 생각해보라.’는 랭의 문장은 내 기억 속의 그 은행나무를 일깨운다. 그리고 그때 혼자 있음으로 해서 무언가를, 그러니까 글을 쓰거나 사진을 찍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생각에 빠졌던 그때의 나, 고독한 창조의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랭이 언급한 예술가들 중에는 데이비드 호퍼나 앤디 워홀처럼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다 알 법한 이도 있으며 그보다는 조금 낯선 이들도 있다. 랭도 지적했듯이 호퍼의 그림은 도시에서 살아간다는 것의 외로움과 고독을 절절히 보여준다. 호퍼는 어쩌다 그토록 철저하게 외로움을 호소하고 있는 그림을 그렸을까? 랭은 호퍼의 삶을 추적한다. 그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호퍼도 결국 어떤 식으로든 외로운 시절을 보냈고 타인(그의 아내)을 지독히도 외롭게 했고 때로는 착취했으며 그런 배경 아래 그 누구도 상대를 똑바로 응시하지 않는, 쳐다보지 않는 인물들로 가득한 그림을 빚어냈음을 알 수 있다. 어릴 때부터 남들과 너무 달랐기 때문에 외로웠고 그 때문에 어쩌면 계속 똑같은 대상을 반복적으로 그리기 시작한 앤디 워홀, 평생 골방에서 자기만의 예술의 성(城)을 구축한 헨리 다거, 너무나 처절하게 소외당해 왔기에 자기의 상처를 감추듯이 무표정한 얼굴의 랭보라는 가면을 선택한 데이비드 워나로위츠…. 이 고독한 예술가들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고독이 얼마나 한 인간을 외롭게 만드는지 참으로 처절한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고독과 외로움의 시간들이 인간을 창작의 길로 이끌기도 한다는 역설을 깨닫게 된다. 랭 그조차도 연인과 헤어지고 혼자가 되어서야 ‘외롭다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하게 되고 그에 천착하다 보니 이토록 아름다운 글을 써 내려가지 않았는가.


그리고 랭은 ‘고독이란 사람들이 그 속에 머무는 장소임’을 깨닫는다. 그에 따르면 이 도시, 맨해튼 또는 서울처럼 “엄격하고 논리적으로 구축된 공간에 거주할 때 어떤 사람이든 처음에는 길을” 잃는다. 그렇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어떤 정신적 지도, 각자 좋아하는 방향과 더 잘 가는 노선들이 개발되어 하나의 컬렉션을 구성”하게 된다. 자기 자신의 “경험과 타인들의 경험으로 짜 맞춰진 고독의 지도”(21쪽)가 바로 그것이다. 랭이 생각하기에 “고독은 사적인 것이면서도 정치적인 것”이기도 하다. 또한 고독은 ‘집단적이고 하나의 도시’이다. 그 속에 거주하려면 “규칙도 없지만 그렇다고 부끄러워할 것도 없다.” 다만 “개인적인 행복의 추구가 우리가 서로에 대해서 지는 의무를 짓밟지도 면제해주지도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뿐”(323쪽)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고독은 가치 없는 체험이 결코” 아님을, 이 “외로운 도시에서 경이적인 것이 수도 없이 탄생”했음을, “고독 속에서 만들어졌지만, 고독을 다시 구원하는 것들”(22쪽) 탄생했음을 깨닫게 된다. 이것은 결국 비비언 고닉이 뉴욕이라는 도시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얽히면서도 때로 지독히도 외로워지는 순간을 경험하고 그 경험에서 무언가를 배웠다고 고백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고닉은 뉴욕이라는 무대 위를 지나는 모든 사람, 낯설기도 하고 친밀하기도 한 그 수많은 이들의 이야기와 추억,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이 조그맣고 빈틈없는 세계’에서 ‘훌륭하게 작동하는 방법’(다시 말해 무례한 모욕을 피하고 어디까지 굴복할지 한도를 조절하는 방법을) 익힌다. 온전하게 균형을 잡는 법을 배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외로움과 고독을 부정적인 감정으로 생각한다. 외로움과 고독은 떨쳐버려야 할 그 무엇이다. 혼자 있기를 두려워하고 혼자 있는 것은 무언가 불완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랭과 고닉조차도 외로움을 견디지 못한 순간이 있었다. 심지어 고닉은 ‘외로움은 나를 겁에 질리게 했다’고 털어놓기도 한다. 그러나 정말 고독은 인간에게 부정적이기만 할까. 도리어 타인과 함께 있음으로 해서 완벽하게 자신을 잃어버리고 사는 순간이 더 많은 것은 아닐까. 고닉이 말했듯이 ‘욕망을 불러일으키면서 그것을 해결해주지 않는 존재들과 함께 있을 때’ 우리는 더 결핍을 느끼고 그 결핍은 가장 나쁜 방식으로 ‘우리의 상상을 억누르고 희망을 질식’시키는 게 아닐까(<아무도 지켜보지 않지만 모두가 공연을 한다>, 216쪽). 고닉의 말대로 인간은 ‘사실 정말로 혼자 있는 게 더 쉬운’ 존재는 아닐까. 그리고 그 고독 속에서 비로소 랭이 말한 “고독을 다시 구원하는 것들”이 탄생하는 것은 아닐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인간이 완벽하게 혼자 지낼 수만은 없을 것이다. “각각이 서로 닿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모두 내 목 아래쪽에 가볍지만 단단하게 자리 잡고 있어서 내게 마법 같은 따스한 연결감을 불어넣어 주는 구슬”(<아무도 지켜보지 않지만 모두가 공연을 한다>, 15쪽) 같은 느슨한 관계, 호퍼의 그림 속 사람들처럼 함께 있지만 따로 떨어져 있는 듯한 그런 관계 속에서 홀로 오롯이 설 수 있을 때, 자신을 온전하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으로 남아 있을 때 삶이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음을 이 두 책은 보여준다. 그 어느 때 보았던 것보다 아름답던 그 시절의 은행나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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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0-31 17: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자냥님 아름다워요!!!
언젠가는 나도 이렇게 나의 고독을 돌이켜보는 멋지고 담담한 글을 쓰고 싶어요!!! 🥹 (지금은 약간 퀴퀴한 외로움에 쩐 상태 ㅋㅋㅋㅋ) 라고 말하니까 되개 읍서보이네여…. 음… 고립과 고독 속에서 아슬아슬하게 외줄타기 하는 상태인 것 같아요!!! 움화화. 그저 혼자 술을 좀 안마시고 싶었을 뿐인데… (아무튼 나의 외로움을 스스로 해결하는 훈련 중입니다 ㅋㅋㅋ 근사한 걸 읽고 써야 한다!!!)
오늘 치 작업을 대충 마무리 지었으니 은행 꼬랑내 나더라도 좀 밟다 오겠어요.
랭의 외도는 작년, 고닉의 아무는 올해의 제게 최고의 에세이였습니다. 나는 이토록 근사한 고독을 즐길줄 아는 도시의 쓸쓸한…여성인 것입니다.

잠자냥 2022-10-31 17:32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 지금의 고독을 쓰라고 하려고 했더니 ㅋㅋㅋㅋㅋ ㅋㅋㅋㅋ지금은 퀴퀴한 상태로군요? ㅋㅋㅋㅋㅋ 은행 함부로 밟으면 퀴퀴함에 똥냄새까지 난다! ㅋㅋㅋㅋ

- 2022-10-31 17:50   좋아요 3 | URL
웅… 분명히 작년에 쉬면서 책 많이 읽고 달리기도 하고 그럴 때는 내가 좀 멋져보였는 데, 몸 상태 나빠지고 나서 부턴 고독사를 자꾸 생각해요 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나는 타인의 외로움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싫어요. 나의 외로움을 잘 다루고 싶고. 고독 속에서 아름다운 것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을 습득할겁니다. (내가 바로 현실에서 깨달음을 수행하는 참 불자니라 ㅋㅋㅋㅋ)

mini74 2022-10-31 19: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말 좋아요 자냥님. 자냥오별 글입니다. 남편이랑 손 잡고 걷는데 친구가 우스개소리로 그러더군요. 부부는 손잡는거 아니라고 ㅎㅎ 부부라서 손잡고 걷는게 아니라서 외로워서 손 잡고 걷는거라고 그랬어요 ~ 멋있다하다가 은행 밟는 댓글에 웃고갑니다.

잠자냥 2022-10-31 20:29   좋아요 2 | URL
자냥오별 글이라니 감사합니다. 손 잡고 걷는 부부 보면 저는 좋아보이더라고요. ㅎㅎ

다락방 2022-10-31 20: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늘 잠자냥 님 글이 너무 좋아서 누군가 외로워한다면 이 글의 링크를 전달하고 싶어졌어요. 더불어 ‘아, 나도 글 쓰고 싶다’ 생각하게 됩니다. 글 쓰고 싶어졌어요.

잠자냥 2022-11-01 09:38   좋아요 1 | URL
ㅎㅎㅎ 누군가 외로워하고 있다면 링크를 허합니다......ㅋㅋ
그리고 오늘 다부장님 글 기대해도 되는 겁니까!

다락방 2022-10-31 20: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덧붙이자면,
저는 연인과 헤어졌던 어느 때, ‘나를 좋아할 사람이 이 사람 말고 앞으로 또 있을까?’ 두렵기도 했고, 이제 이 사람을 다시 볼 수 없다는 생각에 하루를 꼬박 침대에서 나오지 못하도 울었던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놀랍게도 이틀인가 사흘 후에, 제가 웃더라고요. 정확히는 ‘이제 자유다!’ , ‘이제 주말 다 내꺼다!!’ 하고 웃었어요. 와… 그런 생각을 하는 저에게 제가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잠자냥 2022-11-01 09:41   좋아요 0 | URL
다부장님은 평소 보면 자부심 뿜뿜인데 연애에서는 괜히 쭈그러진 적이 종종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지 마~~~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또 이런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이 사람 말고 또 앞으로 누가 날 좋아할까 이런 생각을 하는 때가 있기는 한 것 같습니다.(전 그런 적이 없어서 그 마음을 잘 모르겠지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혼자만의 자유! 그게 참 또 사람 신나게 하죠. ㅎㅎㅎ

다락방 2022-11-01 09:45   좋아요 1 | URL
맞아요! 근데 ‘이 사람 말고 앞으로 누가 날 좋아할까‘ 했을 때의 상대는 사실 제가 딱히 좋아하지 않는 상대였어요. 정작 제가 좋아하는 상대와 충만한 연애를 했을 때는 헤어진다고 해서 그런 식의 걱정을 하진 않더라고요. 그런걸 보고 제가 스스로 내린 결론은, 애초에 제 자아가 좀 약해져 있을 때 했던 연애는 여러모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거였어요. 약해져 있으니까 나 좋다는 상대를 사귀었고(내가 좋은건 나중 문제), 그렇게 헤어지니까 아직 약해져있는 자아가 충족되지 않은 상태라 또 있을까, 했던 거고요. 그래서 저는 그 누구보다 제가 깨달은 바에 의해서, 내가 약해져 있을 때는 연애하지 말자, 누가 좋다고 해서 덥썩 물지 말자, 그건 똥으로 간다... 고 결론 내렸습니다. 으하하하하.

- 2022-11-01 15:57   좋아요 0 | URL
강한 연애... 연애 박사... 연애 큇 연애 박사.. 이별 석사 부장님...

잠자냥 2022-11-01 16:41   좋아요 1 | URL
쟝쟝/ 커서 다부장되기 목표는 좋은데, 다부장의 연애는 배우지 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2-11-01 16:54   좋아요 1 | URL
사랑은 자냥처럼 이별은 락방처럼 .... 적립금은 꼰대냥처럼 내집마련은 부장처럼 ....
점심은 부장님처럼 저녁(치킨)은 잠냥님 처럼...
사랑은 봄비처럼 내 맘을 적시고.... 이별은 겨울비 처럼 두눈을 적시고... 이 노래 들어야겠다...

잠자냥 2022-11-01 17:19   좋아요 0 | URL
괭이는 쟝쟝처럼~ 육고는 함부로 노노 ㅋㅋㅋㅋ

coolcat329 2022-10-31 20: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혼자 있을 때가 제일 편하고 행복한데
아프면 외롭더라구요.
참 이기적이죠?
제 방에 호퍼 그림이 하나 있습니다. 화장대 옆에 있어 매일 보는데 그냥 평면 그림인데 어쩜 고독의 깊이가 볼때마다 깊어지는지요.
오늘따라 글 잘쓰는 잠자냥님 참 부럽네요. 에휴

잠자냥 2022-11-01 09:41   좋아요 1 | URL
맞아요. 아플 때는 혼자 있는 게 참 서럽죠. ㅎ 인간이란...ㅎㅎㅎ
와, 방에 호퍼 그림이 있으시군요. 요즘 같은 때 보면 정말 더 고독이 물씬 느껴질 것 같아요.

독서괭 2022-11-04 17: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 글 멋지다 해놓고 댓글을 미뤘네요. 은행나무 바라보는 자냥님 생각하니 <가벼운 마음>의 뤼시가 생각납니다. 앞으로 내게 자냥님 이미지는 뤼시..아니 그러기에는 MBTI가 너무 다르다 ㅋㅋ 아무튼 고독의 창조, 그 시간이 지금의 자냥님 필력을 만든 게 아닐까 싶네요. 랭 책도 읽어봐야겠어요. 요즘 자냥오별 좀 많은데요? ㅋㅋ

잠자냥 2022-11-04 22:15   좋아요 1 | URL
ㅋ 뤼시는 제가 절대할 수 없는 인간 유형입니다. ㅋ 자냥오별 남발! 믿지마세요. ㅋㅋㅋ
 
외로운 도시 - 뉴욕의 예술가들에게서 찾은 혼자가 된다는 것의 의미
올리비아 랭 지음, 김병화 옮김 / 어크로스 / 2020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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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고독을 (스스로) 선택하지는 않았으나, 고독은 그들을 선택하여 그들에게 불멸의 예술을 남겨주었으니.... 올리비아 랭의 섬세하고 유려한 문장이 여기 실린 예술가들 하나하나를 생생하게 되살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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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0-31 11: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싸 별다섯 >_<// 크크크크크크큭 (기쁨)

잠자냥 2022-10-31 12:00   좋아요 1 | URL
<강> 사놓고 여태 안 읽다가 이번에 이 책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완전 반해서 랭의 모든 책을 읽기로........

- 2022-10-31 12:17   좋아요 0 | URL
나도 랭한테 반해서 다 샀다요 ㅋㅋ 작가와 술 절판 됏지롱요 ㅋㅋ

잠자냥 2022-10-31 12:18   좋아요 0 | URL
나에겐 도서관이 있어.....

- 2022-10-31 12:19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적립금도…

잠자냥 2022-10-31 12:26   좋아요 1 | URL
절판책은 도서관 이용. 신간은 적립금 이용.ㅋ

- 2022-10-31 12:49   좋아요 0 | URL
나에게도 선택당한 고독이 있어… 고독이 나를 선택했다… 예술가가 되겠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