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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에덴>을 읽노라니 20대 때의 내가 떠올랐다. 아니 그 시절의 내 사랑이 생각났다. 그 시절 나는 지금보다는 세상을 밝게 희망적으로 보았으므로 이 세계에 가난과 부유함은 있을지언정 계급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아니 그렇게 믿었었다. 소위 말하는 SKY, 명문대를 다니지 않았으므로 대학에서도 계급이라고 부를만한 어떤 것을 느낀 적이 없었다. 다들 고만고만한 집안 출신에 조금 부유한 사람이 있고 그렇지 못한 동기나 선후배가 있었을 뿐 같은 학교에서 같은 전공을 할 정도의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때는 그래도 요즘과 달리 개천에서 용이 날 수도 있었고 서연고, 이른바 명문대를 강남 출신들이 50%이상 차지하지도 않았던 때라 더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런 믿음의 첫 붕괴는 사회에 나왔을 때였다. 다양한 학교 출신이 모인 회사라는 공간에서는 부(富)의 수준도, 그에 따른 사람들의 경험 수준도 제각각이었다. 그즈음 내 눈길을 끌었던 그 사람은 지금 생각해보니, 그 시절 내가 다니던 회사에서는 가장 부유한 집안 출신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그때도 그는 그래 보였다. 티를 내지 않아도 보이는 그 풍족함. 그는 누구보다 단정했고, 여유로워 보였다. 모범생에 가까웠던 그 사람의 그 단정한 세계를 깨뜨려보고 싶었다. 목 아래까지 꼭 채운 단추를 풀러놓고 싶었던 것처럼 어쩌면 나와 너무 다른 그 세계에 속한 사람을 망가뜨려보고 싶은 잔혹한 마음도 들었던 것 같다. <마틴 에덴>의 마틴이 단 한 번 보고 매혹당한 그녀 루스, 그리고 루스를 감싸고 있는 그 다가갈 수 없어 보이는 상류 계급을 동경하고 닿아보고자 애쓴 것과 달리, 나는 그 세계에 속한 그 사람을 조금 망가뜨려보고 싶었던 것 같다.

그 사람과 가까워져 그의 집을 가게 되었을 때의 당혹감이랄까 충격을 어떻게 설명할까. 그의 부모는 부자였다.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그는 그 부가 공기처럼 자연스러워서 특별히 자신이 부유하다는 것을 인식할 수도 없을 그런 상태였다. 날 때부터 부가 자연스러운 삶은 저런 것이구나, 게다가 그 집안의 화목한 분위기는 나로서는 제아무리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는 그 무엇이었다. 나의 부모가 가난했고 시종 불화를 겪었고 그러다 결국 서로 헤어지기로 한 것을 내가 이 평온하고 풍요로운 세계에서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사람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말한다고 한들 그는 도저히 알 수 없을 것이다. 루스가 마틴의 가난을 그저 낭만적으로 상상만 하다가, 그 가난을 목도하고 구역질을 느끼는 것처럼 상상 속의 불행한 가정과 상상 속의 가난한 집안을 현실로 마주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틀림없이. 그래서 나는 결국 그 사람과 그 사람의 집에서는 연기를 했다. 부자는 아니지만 가난하지도 않은, 아주 다정하지는 않지만 사이가 나쁘지도 않은 부모를 둔 평범한 사람으로 연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 무렵 내 부모가 결국 이혼을 했어도 나는 끝내 그 사람에게 그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그는 그 무렵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었어도 그 비밀은 끝끝내 말할 수 없었다. 그 사람과 나는 다른 세계에 속한 존재였다. 마틴과 루스처럼. 결국은 섞일 수 없는, 한때 서로가 속한 세계에 매혹당해 다른 세계로 발을 건넬 수는 있어도 다시 자기가 속한 세계로 돌아가 거기서 편안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부류였던 것이다.
     
또 다른 이야기도 있다. 계급은 꼭 부와 가난으로만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마틴 에덴>의 마틴이 루스와 루스가 속한 상류계급의 풍족함과 여유로움만을 본 것은 아니었듯이, 다른 부분, 그러니까 박학다식한 지식이나 교양, 부가 가져다준 다양한 경험에서 충격을 느끼듯이 지식과 그 지식으로 얻은 다양한 경험과 그 경험에서 비롯된 또 다른 세계를 열 가능성이 계급 격차를 만들기도 한다. 그 이후 내가 만난 사람이 그랬다. 그 사람은 이른바 명문대 출신이었다. 그러나 나를 당혹하게 만든 것은 그게 아니었다. 그보다는 그의 부모가 이른바 한국에서 가장 좋은 대학을 나왔고 두 집안의 가계에는 대대로 그 분야에서는 이름이 널리 알려진 학자들이 많았다는 사실이었다. 그 집안은 대대로 학벌이 계급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부모 중 한 사람이 나의 출신성분(대학)을 알고 짓던 그 묘한 표정이란.... 그때의 나의 열패감이란..... 나는 나 자신의 학벌보다 내 부모가 그들처럼 명문대는커녕 대학을 나오지도 못했다는 사실에 더 열패감을 느꼈다. 그 사람의 친구들은 어땠던가. 대부분 학자 집안 출신에 어릴 때부터 해외 곳곳에서 체류하면서 배우고 익힌 경험, 그리고 그런 배움과 경험의 기회로 또 다시 그들 또한 학벌을 세습 받듯이 명문대를 졸업한 그 삶의 이력은 내가 도저히 어떻게 해볼 수 없는 벽이었다. 마틴처럼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천박한 노동자 말투를 교정하느라 문법을 익히고 한다고 해서 다다를 수 있는 세계가 결코 아니었다.

잭 런던의 <마틴 에덴>에는 이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가난한 노동자, 밑바닥 출신의 하층민 마틴 에덴과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상류계급 출신의 루스- 그들이 서로의 세계를 동경하거나 호기심에 이끌려 시작된 그 사랑에는 부(富)와 지식, 교양 그로 인한 (보이지 않는) 신분 또는 계급 차이 그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마틴은 자신이 전혀 속하지 않았던, 아니 ‘못’했던 그 세계를 목도하고 그 세계에 속한 사람을 동경하고 선망하고 사랑하듯이, 그녀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자 이전의 삶과는 결별하기로 작정한다. 그는 가난했지만 명석했고 뛰어난 육체(체력)를 지녔으며 그렇기에 그는 몇 시간이고 도서관에 파묻혀 책을 읽고 자신의 잘못된 언어를 바로 잡고, 글을 써서 작가가 되어 부와 명성을 모두 갖고자 한다. 날 때부터 상류계급에 속하지 못했고, 영원히 속하지 못할 그가 사랑하는 연인 루스에게 다가가고자 애쓰는 이 노력은 너무나 처절하고 지독해 눈물겹기까지 하다. 루스는 또 어떤가, 그가 속한 세계의 남자들, 그 매끄럽지만 밋밋한 남자들만 보아오던 그녀에게 마틴은 실로 육체, 피와 땀과 살로 이루어진 강인한 남성성 그 자체이다. 그의 동물적인 육체와 삶에 혐오감을 느끼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끌린다. 게다가 이 남자는 생각보다 영특해 가르치는 것을 속속 흡수할 줄도 안다. 그래, 내가 이 남자를 바꿔보겠어! 이 뒤떨어진 남자를 개조해보겠어! 부르주아 계급으로 끌어올리는 거야! 마틴과 루스, 이 두 남녀의 동상이몽이 만나 처음에는 호기심과 동경이 불꽃을 일으키더니 결국 그 불꽃은 사랑이 되어 활활 타오른다. 그런데 그 두 사람이 나고 자란 환경의 차이는, 계급의 차이는 과연 극복될 수 있을 것인가.

나의 지나간 사랑들은 지금 이렇게 ‘지나간 사랑’이라고 말할 처지로 끝났다. 꼭 부 또는 학벌 계급의 차이 때문에 그 사랑이 끝났다고는 말할 수 없다. 결정적으로 그것이 나의 사랑이 끝나는 데 역할을 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그 미묘한 간극들을 나와 그들이 극복할 수 있었을까. 그들을 계속 만나고 있었다면 나는 한 사람 앞에서는 계속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을 연기했어야 하고, 또 다른 사람 앞에서는 그(와 그의 집안)에 비해 부족한 지식적인 면을 메꾸려 노력하거나 다른 것으로 대체해보려고 애써야 하지 않았을까. 아니 그렇지 않더라도 그 미묘한 차이, 거기서 비롯된 가치관의 차이를 느낄 때마다 외로워지고 움츠러들면서 결국 서서히 멀어지기를 선택했으리라. 물론 나는 마틴처럼 그 세계를 맹목적으로 동경하거나 환상을 갖거나 거기에 닿고자 애쓰지 않았다. 책이라곤 전혀 읽지 않던 마틴은 결국 책을 통해 그 세계가 결국 환상에 지나지 않음을 깨달았다. 나는 그들을 만나기 전에도 줄곧 책을 읽었고, 읽고 있기에 그 세계에 환상을 품지 않았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그러므로 나는 마틴과 같은 이유로 붕괴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마틴의 외로움과 마틴이 느낀 세계의 허상, 이 생의 덧없음은 충분히 공감하고도 남는다.

마틴은 말한다. “세상 모든 것이 길을 잃고 헤맬지라도, 사랑만은 그렇지 않아. 가다가 나약해져서 맥없이 머뭇대지 않는 한, 사랑은 잘못 갈 수 없어.”(<마틴 에덴>, 2권 78쪽). 사람들도 흔히 말한다. 진실한 사랑은 신분 차이도, 계급 차이도 뛰어넘을 수 있다고, 그렇기에 사랑이 위대하다고, 그런 사랑은 분명 존재한다고. 그렇다.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그 위대한 사랑의 장(場)에서 인간은 그때까진 결코 느끼지 못했던 계급도, 신분 차이도 극렬히 느끼고 외로워질 수 있다. 끝끝내 극복할 수 없는 간극도 분명 존재한다. <마틴 에덴>은 그 외로움과 간극의 치열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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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2-09-20 11: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마틴과 루스의 이야기보다 잠자냥님의 이야기가 훨씬 솔깃하네요.
전, 친구든 연인이든 나와 다른 계급, 계층의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어서 너무나도 다른 사람들이 가까이 있을 때 느끼는 혼란과 갈등에 대해서는, 이 책을 읽고 고민해봐야겠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역시나 믿고 읽는 잠자냥님!!

잠자냥 2022-09-20 11:21   좋아요 2 | URL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로맨스 ㅋ 오늘치 로맨스 섭취하셨나요? ㅎㅎ
마틴과 루스의 이야기도 솔깃합니다~ 꼭 읽어보세요~

단발머리 2022-09-20 11:25   좋아요 1 | URL
솔직히….쪼금 부족하네요. 사랑이 쫌 더 많아야하는 거 아닌가요? 💕💕💕

잠자냥 2022-09-20 11:28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여러분들 사랑말고.... 음 그게 부족한 거잖아요! ...... 생략 ㅋㅋㅋㅋ

2022-09-20 1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20 1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22-09-20 12: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마틴이 그렇게 배고파서 거리를 헤매고 다니고 읽어 달라고 사달라고 애원했던 작품들 아무도 주목도 안 해주다가 유명해지고 나니까 갑자기 다 정찬에 초대하고 그때 이미 다 썼던 작품을 명작이라고 얘기하는 대목들....이건 이야기가 아니라 여전한 현실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잠자냥 2022-09-20 15:06   좋아요 1 | URL
맞아요, 마틴에게 일어나는 일이 지금 이 세상 곳곳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라 참 더 씁쓸하고 슬프고 그렇더라고요. 다시 찾아온 그 여자도 참...... 너무 속내가 뻔하고 ㅋㅋㅋㅋ ㅠㅠㅠ

새파랑 2022-09-20 13: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의 이야기를 희곡 대신 소설로 써주시면 베스트셀러 될거 같아요~!! ‘사랑은 잘못갈 수 없어 ‘ 저 문장이 가장 좋더라구요 ㅋ

잠자냥 2022-09-20 15:08   좋아요 2 | URL
ㅎㅎㅎ 제가 또 이런 이야길 소설로 쓰라면 못씁니다요.
새파랑 님이 <마틴 에덴>에서 인용하신 그 편집자들은 실패한 소설가라는 문장, 그 구절 읽을 때 저 정말 뜨끔했습니다요- ㅋㅋㅋㅋ

레삭매냐 2022-09-20 13: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용을 알고 봐도 재밌는 소설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계급 초월의 판타지가 핵심이
아닐까 싶네요.

마틴이 요즘이라면 작가가 아
니라 너튜버에 도전하지 않았
을까 싶습니다만.

잠자냥 2022-09-20 15:08   좋아요 2 | URL
저는 영화를 봐야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틴이 참 너무 수려하게 생김 ㅋㅋ

맞습니다. 예전에는 모두가 작가가 되어 부와 명성을 쌓으리라~ 했다면 현재는 모두가 유튜브로 몰리는 세상!

다락방 2022-09-20 13: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제가 점심 먹고 산책하는 길에 북플 들어왔다가 잠자냥 님 페이퍼 올라온 거 보고 오오, 꾹 참았다 사무실 들어가서 읽어야지 했습니다. 역시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너무나 멋진 글이네요. 그런 한편, 내 인생.. 어쩌자고 나는 나와 계급차이 나는 남자를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가. 뭐 그런 생각이 듭니다. 경제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지식적으로도.. 죄다..
일전에 한 알라디너 분이 그런 글 쓰신 적 있어요. 가난한 남자만 만나는 역병에라도 걸린 것 같다고 ㅎㅎ

전 어째서 저보다 돈 많은 남자를 만나본 적도 없고
저보다 책 많이 읽는 남자를 만나본 적도 없을까요? 아, 이건 만나고 싶진 않긴 합니다만.

다만 저는 저보다 몸매 좋았던 남자는 만나본 적은 있네요. 바디의 계급차이...

잠자냥 2022-09-20 15:11   좋아요 2 | URL
오오오-꾹 참았다가 정독하고 싶은 글이군요?! ㅎㅎ 정독하신 보람이 있다니 기쁩니다.
ㅋㅋㅋㅋㅋㅋ 그 사람도 저보다 책을 많이 읽은 것은 아니었어요(다락방님이 안도하신 것처럼 그건 다행입니다). 그저 학벌이 좋고 다른 형태로 똑똑했을 뿐- 참 똑똑하긴 했습니다.

아니 근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지막 문장 빵 터짐요. 바디 계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9-20 15:26   좋아요 1 | URL
여기서 시작된 것이엇군......... 바디의 계급 차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9-20 17:10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다. 나의 페이퍼는 이 페이퍼로부터 시작되었다..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9-20 17:25   좋아요 0 | URL
아니 페이퍼 썼어요? 가자 보러 가자 =33

독서괭 2022-09-23 10:42   좋아요 1 | URL
저도 뒤늦게 바디계급에 빵 터지고 ㅋㅋㅋㅋ
잠자냥님 리뷰는 PC정독이 필요하지요.

공쟝쟝 2022-09-20 15: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는 그 세계에 속한 그 사람을 조금 망가뜨려보고 싶었던 것 같다.˝ ------------> 아놔, 왜 좀 공감이 가죠? 저는 그런 사람은 아닙니다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그런 부자 사람을 만나본적도 없습니다만 ㅋㅋㅋㅋㅋㅋ 암튼 누가 하루만 다른 사람으로 살아보고 싶어? 그러면 왠지 강동원으로 살아보고 싶어요... 응? 아무튼............ 그거 망가뜨리기... 그런 내면의 비뚤어진 나의 성정이 하이젠베르크를 몽정자로 만드는 일에 매진하게 하는 것인가ㅋㅋㅋㅋㅋ (뭐럌ㅋㅋㅋㅋㅋ)

(속닥속닥 잠자냥님 그런데 이 페이퍼 참 아름답습니다? 계급 없는 사랑이 있을까요? 없는 거 같아여 ㅋㅋㅋ 저는 제 계급에 만족할 수도 없지만, 연기를 할 생각도 없습니다. 그래서 전 사랑안하게 되었습니다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9-20 15:44   좋아요 0 | URL
이제 다시 사랑안해~ 말하는 난 너와 같은 사람~
다시 만날 수가 없어서 사랑할 수 없어서~ ♪
바보처럼 사랑 안해~ 말하는 널 사랑한다~♬
나를 잊길바래 나를 지워줘~~♪♬

잠자냥 2022-09-20 15:48   좋아요 2 | URL
제가 어릴 때부터 좀 삐뚤어진 면이 있었는지 ㅋㅋㅋㅋ 너무 반듯하고 귀엽고 뭐 그런 사람을 보면 괴롭히고 싶은?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래서 다부장님 놀리는 건 아닙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어릴 때 동네에 너무 귀여운 꼬마가 있었는데 천사처럼 해맑고 그런 아이였거든요?
저는 그애랑 놀다가 흙을 먹어보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그 해맑은 아이가 흙 먹었다는..;
그래서 저는 ˝엄마쟤흙먹어˝ 이런 닉네임 보면 그 기억이 떠올라서;;; 제가 참 못된 아이였구나 싶어집니다.

(계급 없는 사랑은 없다에 절절히 공감합니다! 제 페이퍼가 아름답습니까? <마틴 에덴> 덕분에 옛 추억 소록소록 ㅋ)

그나저나 다부장님은 무슨 노래인지... 부장님들만 아는 노래인가봐요.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9-20 15:50   좋아요 2 | URL
아 저 빵터졌네요. 반듯하고 귀엽고 그런 사람을 보면 괴롭히고 싶은.. 까지만 읽고 제가 댓글 달려 그랬거든요? ‘아 그래서 저 놀리시는 거예요?‘ 라고 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이미 그런거 아니라고 ㅋㅋㅋㅋㅋㅋ아 철벽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노래는 백지영의 <사랑 안 해> 였습니다. 흠흠.

공쟝쟝 2022-09-20 15:59   좋아요 2 | URL
다락방// 아.... 사랑안하고 싶긴 한데...... 나는 부장님께 배운 노래를 부르며 가슴을 찢어버리는 기술을 시전하기 위해서라도 바디 계급차이가 선명한 남자를 만나야 하는 데요.... 안되겠다. 너로 정했다. 바디 계급남. 앞으로 훤칠한 바디 귀족 있으면 자리 좀 만들어 주십셔 부장님!!! 아 근데 뇌 너무 없는 건 싫은데..

잠자냥// 와 찐 못됨이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정말 착한 애였어요. 점점 자라면서 못 돼지긴 했는데... 그리고 나이가 먹을 수록 못되져가지고 지금이 인생 최고 못됨이긴 한데요 ㅋㅋㅋ 그래도 나 자신한테는 좋아요 ㅋㅋㅋ 그에 비해 잠냥은 완전 팥쥐아녜요? 팥쥐냥. 당분간 팥쥐냥으로 부르겠어요.

건수하 2022-09-20 21:41   좋아요 1 | URL
팥쥐냥이 여기서 나온 거였군요 ㅋㅋ

책읽는나무 2022-09-20 16: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나와 다른 계급과 계층의 사람이 주변에 있었나? 지금 생각해 보면..특별한 계층에 속하는 것은 아니었던 듯 한데, 어린 시절 시골동네에 내 친구는 어린 기억에 특별한 계급에 살고 있는 친구가 한 명 있긴 했었어요. 아버지가 사업을 하셔 부유한 집이어 놀러가면 이층 목조 계단을 올라가 자개농이었는지 엔틱 가구였었는지 잘 모르겠지만(부모님방이라고 못들어가게 주의를 주셨었거든요) 커텐을 쳐서 우아한 분위기가 감도는 친구의 부모님방문 앞을 지나 피아노랑 이층 침대가 있는 햇살 들어오는 친구 방에서 놀고 온 기억이 평생 따라다닙니다. 친구 방에는 읽을 책들이 가득했었고, 친구 어머니가 너무나 우아했었는데(미인인데다가 서울말을 쓰셨던^^) 친구집에 놀러가면 꼭 동화책을 몇 권씩 저에게 빌려 주셨었어요. 친구네집 분위기가 넘넘 부러웠었던지 지금도 한 번씩 어린시절 꿈에 친구네 이층집이 나와요ㅋㅋㅋ
계급의 차이라고 하니 갑자기 어린시절 부의 차이가 나서 늘 동경했었던 친구네 집이 떠올랐네요.
성인이 되어 이성으로 만나는 계급의 차이는 사랑으로 극복하기 힘든 문제이지 않을까?싶은데 책이 더욱 궁금하네요.
다음 달에 주문해봐야겠어요.
아..살았다. 내 허벅지ㅋㅋㅋ

잠자냥 2022-09-20 17:27   좋아요 3 | URL
계급이란 게 ‘계급’ 딱 이런 단어를 쓰면 왠지 존재하는 것 같지 않고, 난 경험해 본 적 없는 거 같은데, 책나무 님이 말씀하신 그런 부분이 결국 미묘한 계급(층) 차이 아닌가 싶어요. ㅎㅎ 이 책 꼭 읽어보세요, 담달에

Falstaff 2022-09-20 19: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피하고 싶은 얘기를 기어코 꺼내는 잠자냥 님. 흑흑흑......

잠자냥 2022-09-20 20:34   좋아요 2 | URL
자, 문트도 어서 풀어놓아 보거라~

그레이스 2022-09-20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영화를 보고 있나요?^^

잠자냥 2022-09-20 23:18   좋아요 1 | URL
그 영화 제목은 <마틴 자냥> 인가효 ㅋㅋㅋㅋ

coolcat329 2022-09-21 11: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늘 좋지만 이번 리뷰는 더 절절한 느낌입니다. 위대한 개츠비도 생각나고 잠자냥님의 그 묘한 심리는 <깊은 강>의 순수한 신학도 오쓰를 유혹한 미쓰코도 생각나게 하네요. ㅋㅋ

잠자냥 2022-09-21 11:52   좋아요 2 | URL
미쓰코 잠자냥!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09-23 10: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이번 리뷰도 역시나 멋집니다!! 개인사를 많이 곁들여주시니 더 확 와닿아요. 계급이라는 게, 부 자체도 그렇지만 거기서 오는 여유로움, 누리고 자란 문화적 풍요로움 등에서 오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그런데 망가뜨리고 싶어진다니 ㅋㅋㅋ 잠자냥님 진짜 ㅋㅋㅋ 저 꼭 채운 단추 풀어버리고 싶다는 부분에서 야한 생각 했다는 걸 고백합니다..(솔직히.. 잠자냥님도 쓰면서 그런 생각 안 하신 거 아니쥬?)

잠자냥 2022-09-23 10:58   좋아요 1 | URL
ㅋㅋ 아니 그 당시 진짜로 그런 생각을 했어서... ㅋㅋㅋㅋ 야한 생각이라기보다는 그 사람이 정말 답답하리만치 그렇게 꼭 잠그고 다녀서 와 진짜 저거 하나만 확 뜯어버리고 싶다 뭐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근데 저렇게 쓰면 분명 야하게 읽을 사람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그게 괭님일 줄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mini74 2022-10-07 22: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헉. 제 적립금을 털어간 ㅎㅎ 새파랑님과 자냥님 글 읽고
마틴에덴을 샀지요. 그리곤 스노우맨 읽고 있어요 ㅎㅎ
축하드립니다
2관왕 한 집사들이겐 츄르도 주고 막 그러면 좋겠어요 ㅎㅎ

잠자냥 2022-10-08 10:05   좋아요 1 | URL
마틴 에덴도 이 가을이 가기 전에 꼭 읽으세요~ ㅎ 안 그래도 저는 츄르 사냥꾼 ㅋ
 

<고독한 얼굴>이 고산 등반에 관한 소설인 줄 알았다면 내가 이 책을 읽었을까? 몇 해 전 <에베레스트에서의 삶과 죽음>을 인상 깊게 읽지 않았다면 나는 이 <고독한 얼굴>을 좀 더 다르게 받아들였을까? 두 가지 다 가능한 이야기다. <고독한 얼굴>이 고산 등반을 다룬 줄 알았다면 나는 이 책을 읽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에베레스트에서의 삶과 죽음>을 읽지 않았다면 설터의 이 작품을 지금보다는 좋게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몇 해 전 <에베레스트에서의 삶과 죽음>을 읽어버렸고, 그 후 예전보다 더 에베레스트니, 히말라야니 등등 그 높은 산을 등반하는 일에 비판적인 시선을 갖게 되었다. 그런 상태에서 <고독한 얼굴>을 읽었으니 이 책의 문장이 아무리 아름답고, 이 책에서 아름답게 그리고자 한 인물 ‘랜드’(실제 모델 게리 헤밍 Gary Hemming)의 그 숭고한 등반 행위에 의구심을 갖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에베레스트에서의 삶과 죽음>은 고산 등반을 매개로 한 동서양 두 문화, 즉 1910년부터 시작된 서구 히말라야 원정대의 등반 역사에서 숨겨진 행위자였던 동양의 셰르파의 삶에 주목하여 인류의 고산 등반 역사를 훑는다. 히말라야 같은 고산을 등반하려면 그 지형을 잘 아는 지역 주민들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할 수밖에 없는데 이들 원정대의 등반에 참여해 물품 운반부터 루트 개설, 요리, 청소 등 모든 막일을 담당한 존재가 바로 에베레스트에 사는 소수민족 ‘셰르파’이다. 이들의 역할을 주목하면서 이 책에서는 왜 서구의 등반가들이 ‘천박한 물질주의’에 결여된 ‘영성을 구현’하기 위해, 마치 군사 작전처럼 저 산을 ‘정복’하기 위해, 자신의 ‘남성성을 과시’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산을 오르기 시작했는지 고찰한다.

대부분의 고산 등반을 다룬 영화나 문학 작품에서 그렇듯이 <고독한 얼굴>에서도 이 셰르파들의 존재는 지워진다. 아니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이 작품의 배경이 히말라야가 아니라 알프스이기 때문에 셰르파가 애초에 없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셰르파와 같은 역할을 한 존재가 전혀 없었을까? 이 작품에서는 오롯이 서구의  백인 남성들, 그들의 등반 과정에만 주목한다. 그리고 그들은 대개 영웅과도 같다(그에 비해 언뜻 스쳐지나가듯이 그려지는 일본 등반가들을 묘사하는 방식은 보라! 얼마나 부정적인가!) 미국이나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등등 이른바 선진국 출신의 그 등반가들은 대개 자기들만의 힘으로 루트를 개설하고 등반을 시작해 정상에 오르거나 또는 실패한다. 특히 이 작품에서 등반에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는 랜드는 캘리포니아에서 교회 지붕을 수리하던 사람인데, 높은 곳에 극도로 적응을 잘하는 것인지, 애초부터 타고나기를 신처럼 산을 타는 인간인지 특별하게 뭔가를 준비하지 않는데도 빼어나게 암벽을 타고(물론 위험한 순간도 맞닥뜨리지만), 심지어 위험에 처한 조난자들을 구출하기도 한다. 그래, 뭐 그럴 수 있다 치자. 전설적인 실제 인물을 모델로 했다고 하니 그렇다고 받아들이자.

그러나 <고독한 얼굴>의 문장, 문장들은, 그러니까 설터가 묘사하는 그 고산 등반의 과정은 말 그대로 <에베레스트에서의 삶과 죽음>에서 묘사하는 서구인들의 시선, 높은 산을 오르는, 오를 수밖에 없는 서구 원정대의 시선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예컨대 이런 문장들을 보자.



창문을 통해 이웃집들을 볼 수 있었는데, 그 집들은 마치 집 안에 있는 질병 때문인 것처럼 언제나 블라인드를 드리우고 있었다. 실제로 집 안에는 질병이 있었다. 소모된 삶이라는 질병이. (20~21쪽)

더 우아한 방법일수록 더 드물다. 완벽한 사랑이 그러하듯이 말이다. 그리하여 가장 위험한 시도가, 비록 죽음을 초래하게 된다 할지라도, 그 정당성에 의해 아름다워진다. 암벽에는 약점이 있고 결함이 있다. 그 약점과 결함으로 암벽의 매끄러움을 극복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을 발견하고 연결하는 것이 정상에 이르는 길이다. (88쪽)

랜드를 변화시킨 것은 고독뿐만이 아니었다. 또 다른 깨달음도 그를 변화시켰다. 중요한 것은 존재의 일부가 되는 것이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이었다. (174쪽)

“거대한 암벽은 대가를 요구하잖아요.”
“대가를 치러야 하는 건 맞아요. 우린 모든 걸 다 바쳐야 합니다. 그렇지만 죽을 필요는 없어요.” (194~195쪽)

그는 백미러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지극한 순수의 전형이었던 삶, 절대 망가뜨리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삶을 지나와버린 모습이었다. 갑자기 너무 늙어버린 것이었다. 그의 얼굴은 한때 그가 경멸했을 법한 얼굴이었다. (270쪽)


이렇다 할 꿈도 희망도 없이 캘리포니아에서 교회 지붕 청소를 하며 살아가던 랜드는 어느 날 문득 ‘소모된 삶’이라는 질병을 느끼고 프랑스로 떠난다. ‘샤모니’를 오르기 위해서이다. 지난날 함께 산을 오르던 ‘캐벗’을 만난 것이 큰 자극제가 된 것이다. 그렇게 떠난 그는 남다른 등반 실력과 어쩐지 모든 것을 초월한 듯한 이미지, 무리 짓지 않고 다니는 고독한 분위기 등으로 등반가들 사이에서(그리고 곳곳의 다양한 여성들에게) 주목받기 시작하고 결정적으로 알프스의 ‘드뤼’에서 고립된 조난자 두 사람을 구출함으로써 산악계의 영웅이 되고 엄청난 명성을 얻는다. 당연히 이 명성은 그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준다. 명성과 부, 그리고 여자(물론 그 전에도 여자들이 그만 보면 홀린 듯이 줄줄 따른다)- 그러나 랜드가 어떤 사람인가, 그는 애초에 질병 같은 소모된 삶을 벗어나 산이 주는 긴장과 전율에 몸을 맡겼던 사람이 아닌가, 그렇기에 랜드는 이 성공과 명성을 계속 누릴 인물이 아니다. 그는 고독한 늑대처럼 모든 것을 초월한 듯한 사람이니까.

이런 줄거리와 묘사는 앞서 말했듯이 에베레스트와 같은 높은 산을 오르는 서구 산악인들의 정신세계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고독한 얼굴>에서 주로 배경이 되는 알프스와 몽블랑 등은 유럽에 위치하나 에베레스트는 네팔과 티베트 국경에 자리하고 있어 많은 서구인들이 ‘영적 구원’을 꿈꾸며 떠나는 장소였다. 그리고 현재도 그렇다. 게다가 쉽사리 등반할 수 없다는 점에서 ‘남성성을 과시하는 경쟁’의 장이 되기도 했다. 정상을 ‘정복’하는 자에게는 명성과 부(富)가 주어진다. 그래서 너도 나도 앞다투어 산, 그 높은 산으로 떠난다. 그러나 산을 오르는 사람이 대놓고 나는 명성과 부를 좇는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때문에 그들은 <고독한 얼굴>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이 그렇듯이 ‘영성을 구현’한다는 생각으로 산에 오른다. 거기 약동하는, 꿈틀거리는 삶, 생생한 삶이 있고, 여기 이 도시에는 질병 같은 소모된 삶이 있을 뿐이다. 산을 이렇게 신성시하는 것, 등반이라는 행위에 어떤 영적인, 정신적인 고행이, 수도자와도 같은 고매하고 숭고한 정신이 깃들어 있다고 말하는 것도 일종의 오리엔탈리즘이 아닐까. 실제로 <에베레스트에서의 삶과 죽음>에서는 1920~30년대 서구의 등반가들은 그 무렵 천박한 물질주의에 결여된 ‘영성을 구현’한다는 생각으로 산에 올랐고, 이들은 대개 금욕주의, 신비주의, 도덕주의적 성향이 강했다고 말한다. <고독한 얼굴>의 ‘버넌 랜드’가 딱 이런 인물이다(금욕만 빼고).

그런 까닭에 이 서구 원정대들은 히말라야의 셰르파들이 돈을 벌기 위해 산에 오른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들에게 셰르파들은 자신들의 ‘영성적인 고급 스포츠 게임’의 훌륭한 조력자로서만 존재해야 했다. ‘근대가 천박하고 물질주의적이라면 등반은 숭고하고 초월적’이며, ‘근대가 시끄럽고 산만하다면 등반은 평화롭고 성찰적’이다. 또한 ‘근대가 편하고 지루하다면 등반은 어렵고 도전적이며 스릴이’ 있다. <고독한 얼굴>에서는 이 모든 것이 설터의 건조하지만 아름다운 문장으로 숭고하게 그려진다. 랜드가 그렇듯이(어쩌면 랜드의 실제 모델인 게리 헤밍이 그랬듯이) 설터도 이 서구 산악인들이 산을 바라보는 오리엔탈리즘과도 같은 시선에서 결국 벗어나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게다가 어처구니없게도 이토록 속세의 모든 욕망을 초월한 듯한, 그 ‘질병’과도 같은 삶을 경멸하던 버넌 랜드는 어쩜 그렇게 여자를 향한 욕망만큼은 사그라들지 않는지, 그리고 이 작품에 나오는 모든 여자들은 기꺼이 그를 위해 제 한 몸을 던지는지 산을 ‘정복’하듯이 이 여자 저 여자 ‘정복’하고 다니는 주인공의 행태에는 실소와 함께 눈살이 찌푸려질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는 고산 등반이라는 ‘스포츠’가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며 여성 등반가들에게 배타적이었던 역사가 떠올라 더 불쾌해진다. <에베레스트에서의 삶과 죽음>에 따르면 1970년대까지 히말라야 등반은 압도적으로 남성의 스포츠였다. 거의 배타적으로 셰르파들과 부유한 선진국 남자들만 참여했다. 그런데 1970년대에 와서 페미니즘 운동의 등장으로 상당수 여성들이 등반이라는 스포츠에 발을 들였고, 셰르파 여자들, 즉 ‘셰르파니’도 등반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런 여성의 등장에 남성 등반가들의 반응은 반대하고 적의를 품고 위기의식을 느끼는 등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저 숭고한 산은 남자가 오르는 것이고 여자는 그저 그 산을 오르는 고독한 행위자들을 위로해주는, 또는 그런 역할에 머물러야만 하는 존재란 말인가?


이렇게 고산 등반에 관한 전형적인 묘사로 점철된 <고독한 얼굴>은 설터가 온갖 자료와 기사를 섭렵해서 이를 바탕으로 호기롭게  상상력을 발휘했지만 좀 진부하게, 그리고 ‘등반’에 관한 일종의 오리엔탈리즘적인 시선을 벗어나지 못한 채 써내려간 작품 같아 “산을 사랑하는 게 아닙니다. 나는 삶을 사랑합니다.”(195쪽)라는 랜드의 이 멋지고 의미심장한 대사조차도 공허하게 다가온다. 설터가 이 작품을 통해 그리고자 한 ‘고독한 얼굴’의 주인공은 버넌 랜드였을 텐데, 어쩐지 이 속세의 욕망에서 결국 자유롭지 못한 못난 인간들을 바라보는 저 산의 그 얼굴이 아닐까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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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9-16 11:0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제가 어제 구글로 게리 헤밍을 검색해보았는데, 사진으로만 보아서인지 설터가 보았다는 그 어떤 특별함은 보이지 않더라고요. 설터가 게리 헤밍의 인터뷰에서 어떤 특별함을 느끼고 소설로 쓰겠다, 라고 생각한 것은 설터 자신만의 것이었을테고, 그 순간 공명하는 어떤 지점이 있었겠지요. 그러나 그것이 오리엔탈리즘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계를 가질 수도 있다는 점에 충분히 동의합니다. 왜, 그 일본인 등반객들에게 자기 물건 나눠주는 장면에서 저도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데 랜드가 자기 물건을 나누어주는 대상은 왜 그 많은 등반객들중 일본인이어야 하는가? 자료조사를 했다면 실제 그런 일이 있어서 그걸 나타낸걸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게리 헤밍이 이 책에 나온대로 그 수많은 여자들을 만나고 그 여자들에게 모두 사랑을 느끼게 했다면, 게다가 그의 아이까지 어딘가에서 아버지를 보지 못한채 자라리까지 한다면, 그가 사랑한 삶과 고독은 정말 이기적인 거지요.

이 책에서도 저는 자연을 여성으로 놓고 본다는 한계를 실감했습니다. 산도 여성이고 땅도 여성이고 죄다 여성이에요. 파헤치고 정복하고. 징글징글하네요.


잠자냥 2022-09-16 11:47   좋아요 3 | URL
저도 실제 인물 검색해봤는데, 그의 일생을 설명한 부분에서 ‘난잡한 성‘이라는 부분이 보이더라고요. 그 사람 자체가 걍 이 여자 저 여자 자고 다니는 게 일이었나 봅니다. 그런데 또 그런 행동도 어쩌면 그남들 사이에서는 영웅처럼 받아들여지는 데 한몫한 게 아닐까 싶은 추측도 들고.... ㅎㅎㅎ
비단 고산 등반뿐만이 아니라 해외 여행 다니다 보면 일본인들이 떼지어 다니긴하죠. 근데 이 책에서 일본인 묘사하는 방식은 참 비열하단 생각도 들더라고요. 에효...
암튼 이 책은 저에게 서구 그 백인남들의 판타지 같은 느낌도 들었어요.

다락방 2022-09-16 11:51   좋아요 3 | URL
저는 그래서 혼자 추측했는데, 어떤 특별한 사람인것 같아서 셜터가 이 인물에 대한 책을 쓰려고 했고 그런데 자료조사하다보니 인물이 너무 난잡한 성생활.... 을 했고, 이걸 어쩐담.. 하다가 그나마 미화한 게 아닐까 싶었어요. 특히 여성을 신뢰했다는 부분에서, 도대체 그 생활들 속에 어디가 신뢰이냐......... 아무튼 저는 이 인물에 대해 쓰면서 설터가 미화한 지점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난잡함을 신뢰로.....

잠자냥 2022-09-16 12:1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난잡함을 신뢰˝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의 명언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9-16 23:47   좋아요 0 | URL
근대와 등반을 대립시키는 지독한 근대적 이분법으로 설터가 썼나보네요? (아님말고 ㅋㅋㅋㅋㅋㅋ) 근대를 비판한 서구 남성 근대인 설터여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이렇게 까놓으면 1등은 누가 되려나? 크크크크크크큭 (지켜봅시다) 마음산책은 1등 독후감이 무엇인지 알려 달라!

잠자냥 2022-09-17 11:28   좋아요 1 | URL
쟝쟝 근데 설터가 그렇게 쓰지는 않았어요. ㅋ <에베레스트에서의 삶과 죽음>이란 책에서 고산 등반하는 서구인들의 시선을 그렇게 분석했지요. 저의 이 글은 리뷰 대회 참여용은 아니라서 ㅎㅎ 페이퍼로 썼음. 1등은 누군가에게 ~ 다부장님도 좀 이 책의 어떤 부분을 비판했기에 1등은 아닐 거 같음. ㅋㅋ

미미 2022-09-16 11: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함께 등반도 했던 동료가 죽은 뒤에 그 아내와 잠자리를 했던 대목도 황당하더라구요.
<희박한 공기 속으로>에서도 어떤 인플루언서가 온갖 불필요한 물건들(노트북 각종 카메라)을
잔뜩 셰르파에게(가장 유능한)맡기는 바람에 도미도처럼 문제가 이어져 재난이 일어났거든요.
도대체 산이란 뭘까 <헤어질 결심>에서도 산이란 남성들의 초월의지의 상징이라던가 분석이
있던데 더 공부하고 싶고 그러네요.

잠자냥 2022-09-16 11:49   좋아요 2 | URL
게리 헤밍 별명이 고독한 히피 뭐 그런 거더라고요? 고독한 히피라 자유로운 영혼이어서 ㅋㅋㅋ 그랬나 봐요.
전 이 책 읽기 전에 북플에서 미미 님이 별 셋 준 거 보고, 왜 별점이 별로일까 했는데 이 책 중간쯤 읽으니까 단박에 그 심정 이해했어요. ㅋㅋㅋ

아, 그러고 보니 <헤결>에서도 산은 해준이요 바다는 서래네요. ㅎㅎㅎㅎ

다락방 2022-09-16 11:53   좋아요 4 | URL
저는 중간지점까지 진짜 별다섯이야, 별다섯!! 이러면서 읽었어요. 저는 막 머릿속에 내 육체를 써서 암벽 등반하는 장면이 그려지는데, 그게 제 몸으로 느껴지는 것 같고 너무 좋더라고요! 쭉쭉 뻗는 팔다리, 잔뜩 긴장한 코어, 굵은 땀방울... 막 이러면서 저는 별 다섯이었다고요!!!!! ㅠㅠ

저도 미미님처럼 그 욕심 많은 인물이 등반앞둔 동료가 죽고나자 그 아내를... 그냥, 그거 같아요. 정치를 하든, 산을 타든, 운동을 하든, 노래를 부르든, 연기를 하든, 글을 쓰든.. 남자들은 그냥 다 남자인것 같아요.

미미 2022-09-16 11:56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 <희박한 공기속으로>분명 좋아하실것 같아요. 저도 그 책 읽고 비로소 산악인들의 마음을 조금 이해하게 되더라구요. 말씀하신 그런 감정들도 느끼면서요ㅋㅋㅋ그래서 읽으면서 희말라야 등반하는것같이 숨도 막혔어요(감정이입되서 스스로 숨을 잘 안쉰듯ㅋ)

잠자냥 2022-09-16 12:17   좋아요 2 | URL
다락방님 고산 등반도 잘하실 거 같음
1970년대 페미니즘 운동 활발히 일어나면서 여성들도 산에! 그리고 홀로! 또는 여성등반가들만 모아서! 산에 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잠자냥 2022-09-16 12:31   좋아요 1 | URL
아니 이러다 다부장님 알라딘 서재 여성주의 책 읽기 모임분들하고 암벽등반대 창설하는 거 아닙니까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9-16 12:37   좋아요 2 | URL
아닙니다. 이 책 읽으셨잖아요. 암벽등반은 고독한 것입니다....

=3=3=3=3=3

공쟝쟝 2022-09-16 23:48   좋아요 1 | URL
부장님 땀 진짜 좋아해. 노동 땀. 굵은 땀방울. 여름 땀. 땀.

잠자냥 2022-09-17 11:29   좋아요 0 | URL
쟝쟝/ 부장님 오늘 아침도 휴일인데 땀흘리며 신당역 가신 듯.

공쟝쟝 2022-09-17 11:48   좋아요 0 | URL
땀성애자… 땀을 믿는 사람은 여성혐오 사회를 싫어하시죠! 오늘도 땀부장님께 배웁니다. 수고하셨어요.

다락방 2022-09-17 14:36   좋아요 3 | URL
저 진짜 땀흘리며 찾아갔어요. 제가 나간 곳은 1번 출구인데 10번 출구가 멀더라고요! 손수건으로 땀닦으며 지도 보며 찾아갔어요. 🥲

독서괭 2022-09-16 18: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잠자냥님이 유명한 책 이렇게 두드려패주실 때 막 짜릿하더라고요..🥰 난잡한 성생활 ㅎㅎ 금욕은 빼고 ㅋㅋㅋㅋ 넘 웃깁니다. 여자들이 특별한 이유 없이 남자를 막 먹여주고 재워주고 섹스해주고 그런 이야기 넘 싫어요~ 진짜 남성판타지 같아요. 게다가 동료 죽고 그 아내랑 잤다구요..? 뭔놈이.. ㅡㅡ;; 제임스설터 한권 사놓고 안 읽고 있는데~ 혹시 설터 읽게 되어도 이 책은 걍 건너뛰면 되겠어요. 멋진 리뷰 잘 읽었습니다^^

잠자냥 2022-09-16 23:33   좋아요 2 | URL
제깟게 뭐랍시고 유명한 작품을 두드려패겠습니까마는…. 가끔 이렇게 실망을 참지 못하고 끼적거리게 되네요. ㅎㅎ 설터 다른 작품들은 대부분 좋았어요. ㅋ 괭님도 그 한 권은 마음에 드시길!

공쟝쟝 2022-09-16 23: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ㅇ ㅏ... 삶을 사랑한대...... 그래... 사랑할 수 밖에 없겠지. 랜드여! 그렇게 사랑하는 삶을 살았으니, 다음 생애에는 가난한 한녀로 태어나보렴.... 과연 삶을 사랑하기 쉬울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9-17 00:30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 여자가 글케 따라다니니 삶을 사랑했을 듯요. 가난한 한녀에 (금)욕쟝쟝으로 태어나면 랜드는 그냥 암벽에서 떨어지고 싶을지도 ㅋㅋㅋㅋ
 

이사한 지 딱 한 달! 그동안 책장 정리를 싹~하고 멋지게 서재 공개를 짜잔~ 하려고 했으나 잘 아시다시피(?) 나의 서재는 지금 두 고양님이 기거하고 계시느라, 그분들 밥그릇 물그릇, 숨숨집, 두 분만 쓰시는 화장실, 스크래쳐 등으로 어지럽다. 아무리 매일 쓸고 닦아도 이분들 아직은 바깥 생활에 익숙한지, 어찌나 화장실을 와일드하게 쓰시는지 서재는 금세 사막이 되어 버린다(집사들은 아는 그 사막화!). 녀석들이 긁어댈까 봐 새로 사 넣으려던 책상도 아직 주문 안 하고 있다. 올해가 가기 전에 내 서재 제대로 쓸 수 있는 거 맞니, 녀석들아?! 그런데 녀석들이 내 책장 맨 위로만 문워킹 중...내 마음은 온통 갈가리 스크래쳐. 책꽂이 맨 위칸에 꽂힌 책 중 벌써 몇몇 책은 표지가 찢겨나간 것을 발견했다.... 오우. 그렇지만 귀여우니까 용서할게. 책 찢겨나간 것을 보고 슬퍼하면서도 화내지 않는 나를 보고 집사2가 말한다. “헐, 나보다 고양이를 더 좋아하네! 책을 찢었는데 화를 내지 않아!” 그렇다. 이 세상에서 내 책에 흠집 내도 괜찮은 존재는 고양이, 내 고양이들뿐이다........ 귀여우니까. 근데 왜 속이 쓰린가.....;;

아무튼 7월에 이사를 앞두고 있어서 금욕적으로 책을 사지 않았던 나는, 이사 후 8월에 폭발적(?)으로 책을 샀다. 그렇게 책장은 또 꽉꽉 차간다.



신간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고 말 것을>
저메이카 킨케이드, <애니 존>
제임스 설터, <고독한 얼굴>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서왕모의 강림>   
스타니스와프 렘,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스타니스아프 렘, <우주 순양함 무적호>
장 아메리, <자유죽음- 살아가면서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것에 대하여>
정희진, <영화가 내 몸을 지나간 후>
이소영, <우리에게도 예쁜 것들이 있다 - 볼수록 매혹적인 우리 유물>
<마니에르 드 부아르 특별호 - 페미니즘, 미완의 투쟁>


<지고 말 것을>은 가와바타 야스나리 단편집을 여럿 갖고 있기도 해서 살까말까 망설였는데, 국내 초역작이 꽤 실려 있어서 결국 구매. 저메이카 킨케이드의 <애니 존>은 이 작가의 <루시>가  그렇게까진 좋지 않아서 읽을까 말까하다 얇은 분량이라 사 읽었다. 이로써 이 작가 책은 더 안 읽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부족해.... 설터의 신간도 안 살 수 없지 않은가. 마침 리뷰대회도 한다고(다부장님! 도전하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리뷰대회 때문에 읽은 책이긴 한데 <자유죽음> 참 좋았다. 책이 좋았으니까 리뷰대회에서 수상 못해도 괜찮...............(지않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솔라리스>에 이어 렘의 책 두 권도 마저 구매(좀 읽지 그래!). 그리고 희진 쌤의 책 <영화가 내 몸을 지나간 후>도 <새로운 언어를 위해서 쓴다> 읽고 나서 바로 샀다. 평소 관심 없던 분야이긴 한데, 사은품으로 준다는 규조토 코스터가 예뻐서(탐나서) 미리보기로 책을 살펴보던 중 책에 완전 반해 사버린 <우리에게도 예쁜 것들이 있다>. 정말 예쁜 물건의 향연이다. 끝으로 마니에르 드 부아, 이번 달 주제 <페미니즘, 미완의 투쟁>이 흥미로워 보여서 구매.




규조토 티코스터와 책. 실물 받아보니 더 예쁘다!
 

     
북펀딩



샌드라 길버트. 수전 구바, <다락방의 미친 여자>
이사 후 새 주소로 북펀딩 마쳤다. 펀딩 명단에 ‘미친 ***’ 향연 기대합니다. 책은 당초 예상보다 출간이 조금 늦어지는 모양.


전자책



알렉상드르 뒤마, <검은 튤립>
뒤마는 <삼총사> 이후, 어린 시절 이후 졸업한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책, 골드문트폴스타프 님도 재밌다고 하고, 소설 잘 못 읽는 공쟝쟝도 재미나다고 해서 읽어보기로. 출퇴근길에 읽으려고 전자책으로 샀는데 난 왜 전자책을 잘 안 펼쳐(??? 안 열어??? 안 클릭해???)보는가..........



중고











































이사벨 아옌데, <바다의 긴 꽃잎>
윌리엄 아이리시, <환상의 여인>
S. S. 밴 다인, <비숍 살인 사건>
샬럿 브론테, <교수>
엘사 모란테, <아서의 섬>
미하일 불가코프, <개의 심장>
헨리 제임스, <한 여인의 초상 1, 2>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사형장으로의 초대>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사랑에 빠진 여인들>
에밀 졸라, <대지>   
오귀스트 빌리에 드 릴아당, <미래의 이브>


<세피아빛 초상>으로 홀딱 반한 이사벨 아옌데의 <영혼의 집>, <운명의 딸>은 사두었고, 다른 책도 보이는 족족 사두고 있는데 최신간인 <바다의 긴 꽃잎>이 중고로 나왔기에 냉큼 샀다. 여름이면 뭔가 재미난 추리소설도 읽고 싶어서 추리 소설도(<환상의 여인>, <비숍살인사건>) 구매. 그런데 여름 다 가고 있........다. 브론테 작품은 딱히 내 스타일 아니라서 늘 미루고 그랬는데, <교수>는 <다락방의 미친 여자> 읽을 때 필요할 거 같아서 샀다. 엘사 모란테 <아서의 섬>은 십대 소년이 새엄마 좋아하는 내용이라 걍 패스...하고 있었는데 이게 사람 심리가 참... 절판된 책이라니까 괜히 막 사고 싶고 구하고 싶고 그렇더라? <개의 심장>은 전에 다른 출판사 버전으로 읽었는데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아! 한 번 더 읽어 볼 요량으로 창비버전으로 구매. <여인의 초상>은 내가 이제까지 읽은 줄 알고 있었는데 안 읽었어!!!!!!!! 오마이갓! 놀라며 장바구니에 담았다. 나머지 책들도 관심 목록에 두던 책인데 중고로 건져 올림. 하, 정말 책 구매 목록 보니, 나는 지독한 사대주의자 및 고전주의자야...........


그나저나 15년 가까이 TV 없이 살다가 영화 볼 요량으로 텔레비전을 놓았더니....... 확실히 책 읽는 양이 줄었다. -_-;; 그러면서도 욕심은 있어가지고 도서관에 희망도서까지 신청하고 또 빌려오고 그런다.... 이거 다 언제 읽으려고?! 추석 때!!!!!!!! ㅋㅋㅋ

빌린 책































서보 머그더, <프레스코>
조지 오웰, <엽란을 날려라>
존 토피, <여권의 발명>
무라카미 하루키, <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
심효윤, <냉장고 인류 : 차가움의 연대기>





여러분들이 환장하는 책탑- 여러분의 즐거움을 위해(?) 산 책과 빌린 책 모두 모았습니다......


그리고 괭이 사진 없으면 섭섭한 분들을 위해.........



그러니까 지금 이 녀석들, 우리집에 막차 타고 온 녀석들이 이렇게 서재를 점령..... 워크스테이션 위에서 식사도 하시고... ㅠㅠ



그냥 두분이 이렇게 나의 책꽂이를 캣타워 삼아 지내심........ 아 내 맴찢... 내려와! 내려와!



아쭈구리! 나한테 지금 메롱하는 것이냐???? 왼쪽이 딸(우리집 막내) 오른쪽이 어미(우리집 넷째됨)입니다.




저 녀석들만 소개하면 분명 섭섭해할 분 있으니까... 잘생긴 우리집 첫째.



태어나 TV 처음 보신 분... 묘생 9년 차에 텔레비전 처음 시청.




그리고 알라딘에서 인기 많은 우리 둘째-



귀여우니까 한 컷 더......



어느 날 퇴근 후 집에 갔더니....... 집안에 웬 인형이! 우리 셋째-



들어오기는 가장 마지막으로 들어왔는데 나이상 우리집 넷째- (3세 추정) 다섯째와 막내의 어미냥이입니다.




어이쿠 귀여워라, 우리집 다섯째입니다. 집생활 7개월째라고 완전 집냥이 됨-



짜잔- 우리집 막내입니다. 엄마의 가스라이팅ㅋㅋㅋㅋㅋ만 아니면 집생활에 좀더 빨리 적응할 거 같은데...




그리고 보너스(?) 샷- 며칠 전의 1인 1닭 현장. ㅋㅋㅋㅋㅋㅋ 양배추 좀 보소 ㅋㅋㅋㅋㅋㅋ


이상 육고 잠자냥이었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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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2-08-31 13: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으악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1인 1닭의 비주얼이 조금 야만적으로 느껴진 것 만 빼면 완벽 갓벽한. 페이퍼란 말이다🥹 진짜 둘째 몬땡겼어 ㅋㅋㅋ 새로온 냥이들 다 너무 이뽀요 🤤

잠자냥 2022-08-31 13:24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으면서 ㅋㅋㅋㅋ 내가 저 1인 1닭 사진 내 동생 보여주니까 ㅋㅋㅋ “역시 배운 분들” 이랬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삼 모녀 가족이 다 미묘라서 동네 마스코트였어요. 애들 사라지니 허전하다는 분들도 많다네요. 하지만! 길냥 해꼬지하는 나쁜 넘들도 많다는(그 동네에도 고양이 돌보느니 나를 돌보라는 캣맘 혐오 20대 남 있었어요. 에휴….)

공쟝쟝 2022-08-31 13:19   좋아요 1 | URL
조각 내서 드셨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와구와구 먹는 모습으로 상상한 건 제가 좀비물을 좋아해서 인가봅….ㅋㅋㅋㅋㅋㅋ
너무 귀여워요.ㅋㅋㅋㅋㅋㅋ 잘데꾸 오신 듯 ㅋㅋ 근데 책 찢는 거는 어떡하지?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8-31 14:12   좋아요 1 | URL
와구와구 먹었는뎁쇼? ㅋㅋㅋㅋ
책 찢는 거는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고 저 녀석이 저 방에 있다가 집사들이 밥 주거나 똥 치우려고 들어가면 놀라서 화다닥! 스파이더처럼 책장이나 커튼 타고 올라가..........ㅠㅠ면서 가장자리에 있는 책들을 찢더라고요. 흐흐흑

공쟝쟝 2022-09-01 00:24   좋아요 2 | URL
아 저 뭔지 알아요 쫄보들..ㅋㅋㅋ 흙... 근데 진짜 책장 너무 아름답고 거대해요. 뭐랄까.... 그 정리 전의 사진은 진짜 혼내고 싶었는 데, 정리후의 사진을 보니까 저 잘살고 싶어졌어요.!!!!

잠자냥 2022-09-01 08:52   좋아요 2 | URL
반드시 쟝쟝을 위해 풀샷을 보여주리다!

건수하 2022-08-31 13: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막화로 붙박이장 안에 화장실을 넣어버린 저입니다...

정리된 책장 넘흐 아름다운데 맨윗칸 열린책들 책 어쩔..
한 칸 비워줘도 다른 칸 책에 가서 앉겠죠? ;ㅁ;

첫째와 막내가 닮은 듯한 느낌적 느낌.. 제 스타일이라며 +_+


잠자냥 2022-08-31 14:14   좋아요 2 | URL
으으, 그래서 저도 이번에 원목 화장실 짜맞췄어요.....
제 책장보다 더 비싼 원목 화장실....... 이 녀석들 정말 돈 귀신 ㅋㅋ
그나마 저 열린책들은 거의 읽거나 팔 생각 없는 책들이라...(아 저기 존 르카레 책은 아직 안 읽은 신간 있는데..ㅠㅠ) 다행이라고 위로하고 있어요.

첫째랑 막내가 좀 새초롬한 미묘들이죠. ㅎㅎ

그레이스 2022-08-31 13: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돼!
라고 내적절규를 자아내는 저 사진!
전 절대 집사 못합니다.
바닥에 깔려있는 책들 때문에 강아지 키우자는 의견 딱 잘라 거절했습니다.
이쁜건 이쁜거고,,,,^^

잠자냥 2022-08-31 14:16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 절규가 여기까지 들립니다!
첫째가 제 책을 진짜 스크래쳐 삼고, 심지어 오줌도 싼 적 있는데.....! 이생퀴!!! 엄청 혼냈거든요.
근데 저 녀석들한테는 혼을 못 내고 있내요. 아마도 아직 서로 마음을 아는 사이도 아니고... 지금 혼내면 적응은커녕 영영 삐딱선 탈까봐 걱정도 되고 그래서 그런 것 같습니다.

강아지는 책 씹어먹을 거 같아요;;;

자목련 2022-08-31 13: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보다 냥이, 냥이 보다 마지막 1인1닭, 닭보다 곧 채워질 맥주!
다 좋습니다. 책, 냥이, 닭, 맥주,그리고 잠자냥 님의 글도~~

잠자냥 2022-08-31 14:16   좋아요 3 | URL
책과 냥이, 치킨과 맥주 이 조합만 있으면 부러울 게 없는 것 같아요~ ㅎㅎ

미미 2022-08-31 14: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냥냥이들이 마치 책 지킴이들 같아요ㅋㅋㅋㅋㅋㅋ 두 마리 마주 앉아 내려다보는 사진 (>.<) <우리에게도 예쁜 것들이 있다>저도 눈에 쏙 들어오네요? 색감도 그렇고 예쁜데 안그래도 필요했던 코스터까지 조기 완판 예상합니다ㅋㅋ

잠자냥 2022-08-31 15:30   좋아요 1 | URL
녀석들 책을 좀 진짜로 지켜주지 ㅋㅋㅋㅋ 파손하지 말고! ㅎㅎㅎ
<우리에게도 예쁜 것들이 있다> 쓱 훑어봤는데 넘나 아름다운 책입니다.

바람돌이 2022-08-31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악!!! 책탑에 감동하다가 냥이들에 또 감동!!
아아 그러나 책 찢는 냥이에 맘만 찢어지는 잠자냥님은 진정한 천사이십니다. ㅎㅎ
그러나 책 그만 사야할 듯..... 우리 냥이들 밥값이 장난 아니겠습니다그려.... ㅠ.ㅠ 아니면 잠자냥님 제가 몰랐던 재벌???? ^^

잠자냥 2022-08-31 15:32   좋아요 0 | URL
역시 이렇게 책보다 괭이에 감탄하는 분들이 있다니까요. ㅎㅎ (독서괭님이 오셔야 할 텐데 *발동동*)
아무도 모르는 재벌이면 좋겠습니다! ㅋ
괭이들이 아프지만 않으면 먹이고 입히는(???) 아니 (똥)싸게 하는 것(모래값ㅋ)까지는 걱정 없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ㅎㅎㅎ

다락방 2022-08-31 15: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잠자냥 님, 1인 1닭이라니. 정말 곱게 늙고 계시네요. 바람직한 모습입니다. 저도 그렇게 늙겠습니다.

그나저나 책장 사진 진짜 넘나 깔끔하고 아름다워서, 어떻게, 저기, 그러니까, 저희 집 책장 한 번만 정리해주러 오시면 안될까욤? 제가 식사 대접은 잘 해드릴게요. 원하시는 술로 대접하겠습니다. 와인, 소주, 맥주 언제나 대기 중입니다. 책장 정리 한 번만 해주시면...(간절)

리뷰대회는, 일단, 책은 샀습니다............(먼 산)

잠자냥 2022-08-31 15:34   좋아요 0 | URL
곱게 늙...;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1인 1닭을 할 테니 부장님은 1끼 2메뉴를 고수하며 아름답게 늙어갑시다.

책장 앞줄 맞추기하면 부장님도 깔끔 정리할 수 있다!

부장님의 리뷰 대회 수상을 기원합니다~

Falstaff 2022-08-31 16: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흠. 먹고 사는 건 다 비슷하군. ㅋㅋ

잠자냥 2022-08-31 17:24   좋아요 2 | URL
ㅋㅋㅋ 그렇쥬?

책읽는나무 2022-08-31 17: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입틀막!!!!
책장도 알흠다워~ 냥이들도 아름다워~
새로 온 아가들 정말 곱게 생겼네요?
특히 막내!!!! 뽀송뽀송 막내!!!
티비 보는 냥이 뒤태도 이쁘고...
책장 위에서 집사를 내려다 보는 느낌은 또 어떨까요? 와~ 늠름하다. 늠름해!!
냥이들 보느라 책장, 책탑 보고 감탄하던 기억이 죄다 사라짐이에요ㅋㅋㅋ
책장 다시 드래그해서 보면서 문학 천재는 이렇게 탄생한 것이로군!!🤔🤔 접수했나이다^^
천재의 삶과 자세를 염탐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거든요ㅋㅋㅋ
천재의 삶엔 1 인 1 닭도 있다!!!!✍️✍️✍️
근데 드실 때 냥이들이랑 눈 맞추면서 와구와구 뜯어 드신 건 아니죠??
애들 놀랬겠다ㅋㅋㅋ

잠자냥 2022-08-31 20:19   좋아요 1 | URL
ㅋㅋㅋ 역시 고양이에 열광적인 반응! 다들 완전 귀엽죠?! 이쁨 천재들 ㅎ 그에 비하면 제가 무슨 문학 천재입니까 ㅋㅋㅋㅋㅋㅋㅋ 울 냥이들이 뒤에서 비웃어요! ㅋㅋㅋ

페넬로페 2022-08-31 18: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흠,, 먹고 사는 건 집집마다 다르군!
1인1닭 놀랍습니다~~
술도 술술 들어갈 것 같은 느낌!
저희는 3인1닭 이거든요.
서재를 점령한 냥이의 자태가 영롱합니다.
마릴린 먼로 냥이도 있네요^^

stella.K 2022-08-31 19:06   좋아요 1 | URL
3인1닭.ㅋㅋㅋ
저희는 3인2닭쯤 됍니다.

잠자냥 2022-08-31 20:20   좋아요 1 | URL
네, 술도 정말 술술 들어가서 큰일입니다. 3인 1닭이라니 간에 기별이 갑니까?! ㅋ

stella.K 2022-08-31 19: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거 녀석들 참 고고하네요.^^

잠자냥 2022-08-31 20:20   좋아요 0 | URL
이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coolcat329 2022-08-31 20: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작정하고 사셨네요 ㅋㅋ 책장에 다시 요요 현상이 찾아왔습니다.ㅋ
티비도 사시구 ㅋ
치킨도 웃기고 ㅋㅋ
냥이들도 어쩜 😂
저기까지 어떻게 올라가나요. 신기하네요.

잠자냥 2022-08-31 22:17   좋아요 1 | URL
요요현상 딱 적절한 표현입니다. 저긴 못 올라갈 줄 알았어요. ㅠㅠ 올라가는 광경 보면 스파이더캣이 따로 없다는 ㅋㅋㅋ

단발머리 2022-08-31 22: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샬롯 브론테 <교수> 중고라면서요. 이렇게 상태 좋다니요~~ 넘나 현명한 소비였습니다. 중고로 원하는 책 잘 찾으시는 거 항상 부럽고요.
냥이들 너무 고고하고 아름다운 모습인데, 1인 1닭 하실 때 큰 어려움 없으셨나 모르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8-31 23:40   좋아요 1 | URL
ㅋ 저희집 냥이들 훌륭한 점 하나가, 절대 집사 음식 안 먹는다는 것입니다. 노관심이에요. ㅋㅋㅋㅋ 냥이 체면에 어떻게 집사 음식 따위를! 뭐 이런 걸까요?

프레이야 2022-09-01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탑 어마무지하네요. 구매목록도 와우.
냥이는 집사음식 앞에서 고고해서 더 멋짐요.
책이랑 냥, 서재냥 최고의 조합이죵. 책장이 무슨 서점인 줄요. 냥이까지, 이뻐요!!
육고 잠자냥 님, 지고말것을 땡스투유 ^^

잠자냥 2022-09-01 11:41   좋아요 1 | URL
ㅋㅋㅋ 금욕적으로 책구매하더니 어느날 팡! 터진 거죠. ㅎㅎ
네, 저는 개도 고양이도 둘 다 키워보니, 고양이들이 사람 음식에 1도 관심 없고, 먹는 것보다 놀이에 더 환장하는 걸 보고 참 우아한(?) 녀석들이다 싶더라고요. 동물이 먹는 게 1순위가 아니라는 사실도 놀랍고요....
땡스투 감사합니다!

어쩌다냥장판 2022-09-01 11: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아 책장이 가지런해요 저는 맛 뒤죽박즉이거든요 ㅎㅎ 냥이들이 울집녀석들이랑도 닮았어요 ㅎㅎ 이뻐라

잠자냥 2022-09-01 11:47   좋아요 0 | URL
아니, 프로필에 있는 냥이들이 다 냥이 님네 냥이들인가요?! @_@ 휘둥그레...... 대단하세요. 육고 잠자냥은 그냥 조용히 있겠습니다. ㅎㅎㅎ 저희집 녀석이랑 정말 닮은 녀석들이 종종 보이네요.

냥이 님은 냥이를 가지런히! 정리하셨네요! ㅋㅋㅋ

다락방 2022-09-01 12: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잠자냥 님 자유죽음 1등 오십만원 되셨네요. 대박...
적립금 킬러세요!!! >.<
축하합니다!!

저는 만원도 안됨. 하아- 리뷰대회 따위 증맬루..

그레이스 2022-09-01 12:14   좋아요 1 | URL
우와 축하드려요
냥이들이 책 막 긁어놔도 막 용서가 되겠네요^^
참 이미 다 받아주시고 계시죠?^^

공쟝쟝 2022-09-01 12:13   좋아요 2 | URL
우와아아아아!! 대박!!!! 안되겟어요 부장님 아무래도 커서 잠자냥이 되야겠어요 ㅋㅋㅋ (장래희망 수정)

다락방 2022-09-01 12:15   좋아요 3 | URL
공쟝쟝 님, 내가 보기에도 그 편이 나을 것 같아요. 써봤자 1만원 받아도 마이너스라고. 책값이 그보다 더나갔는데. 물론 나는 1만원도 못받았다.. 나처럼 마이너스 인생 살지말고 잠자냥 님이 되어 플러스 인생 살도록 해요.
전 이제..
절에 들어갑니다.

모두들 안녕.....

공쟝쟝 2022-09-01 12:19   좋아요 2 | URL
하지만 집은… 잠자냥은 적립금 받아도 집은… …? ㅋㅋㅋㅋㅋ 절밥이 맛있는데 두그륵은 안되지 않을까요?
자유죽음 내 마음속 일등은 다락방님이야💕

다락방 2022-09-01 12:19   좋아요 2 | URL
잠자냥 님 우리 앞에 생이 끝나갈 때도 1등 하실 것 같은데… 적립금 재벌 🥺

공쟝쟝 2022-09-01 12:21   좋아요 1 | URL
만약 그리되면 수정할게여 ㅋㅋㅋ 집보단 책이지 😆😆😆😆

잠자냥 2022-09-01 12:51   좋아요 2 | URL
아 진짜요? 와 어디지 가보자 =3333

잠자냥 2022-09-01 12:53   좋아요 2 | URL
그렇게 쟝쟝은 장래희망을 50만원에 바꾸고...... 다락방은 네덜란드와 베트남에 집 두채를 사는 인새을 살게 되는데..........

공쟝쟝 2022-09-01 12:55   좋아요 2 | URL
서울까지 세채예요… 그녀는 모두 이룰 것 입니다… 나마스떼😆

새파랑 2022-09-01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단정한 책장 너무 탐나네요 ㅋ 책 위에서 자는 고양이들이 부럽습니다~!! 저도 전자책은 이상하게 손이 안가더라구요 ㅋ

잠자냥 2022-09-01 21:50   좋아요 1 | URL
새파랑 님도 책장 위에서 주무시고 싶으시군요! ㅋ

2022-09-05 1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05 1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05 14: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르주 상드의 작품은 많이 읽어보지 못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드에 관해 알고 있듯이 나 또한 몇몇 단편적인 정보들-그러니까 그가 누군가의 연인, 이를테면 쇼팽이라든가 뮈세라든가 등등과 사귀었다더라, 그 오래전 남장차림으로 파리를 자유로이 거닐었다더라 등등의 정보만을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이 여자를 한 사람의 작가로서 인정하기엔 어쩐지 멋쩍은 감이 있었다. 아마도 내 머릿속에는 유명인과 사귄 여자라서 괜스레 이름이 더 널리 알려진 것이 아닐까 하는 편견이 자리한 것 같다. 뮈세가 쓴 <세기아의 고백>을 읽고 나서도 상드에 관한 편견은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세기아의 고백>은 뮈세와 상드의 사랑을, 연애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인 작품이다. 철저히 뮈세의 관점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 작품에서 그려진 상드의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는 여주인공 ‘브리지트’가 좀 비호감이라 그녀에 관한 편견을 더 지우기 어려웠던 것 같다. 무엇보다도 이 인간들의 격정적인 사랑을, 연애를, 로맨스를 지켜보고 있자니 그것 참 징글징글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던 기억이 난다.

어쩌면 다행이랄까 상드와 뮈세, 이 두 사람의 사랑을 상드의 관점으로 그린 <그녀와 그>가 최근 번역 출간되었다. 상드가 바라본 뮈세는 어떤 남자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럼에도 지난해 읽은 상드의 소설 <모프라>가 크게 인상 깊지는 않았고(몇몇 부분은 놀라웠지만 전체적으로는 지루했다), 에휴, 남의 연애 편력에 뭘 그리 주목하나 싶어서, 상드가 소설가로서는 그다지 내 취향의 작품을 쓰지는 않는 것 같다 싶어서 이 책은 그냥 넘기려고 했다. 그러다가도 어쩐지 한 권쯤은 더 읽고 그녀를 판단해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 선택한 책이 <사랑의 요정/양치기 처녀/마의 늪>이다. 그리고 말한다. 이 책에 실린 세 작품 모두가 재미있어서 다시 봤다, 조르주 상드- 이 사람 이야기꾼이네. 거기다가 역시 연애 박사야, 어쩜 이리 사랑에 관한 묘사를 찰지게 하는지 읽다가 빵빵 터지기도 하고 아아, 어떡해 혼자 막 손에 땀을 쥐기도 하고, 이 나쁜 놈! 죽어 마땅한 놈! 광분하기도 하다가.... 아무튼 오랜만에 지대로인 로맨스 소설을 본 기분이다.

<사랑의 요정>은 어쩐 일인지 어린이 책(청소년)으로 여럿 나와 있다. 아마도 주인공인 파데트와 쌍둥이 소년들이 소년, 그러니까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서 주로 10대 시절을 배경으로 그려지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이 작품은 청소년들만 읽기엔 너무 아까운 감이 있다. 그 시절을 훌쩍 지나온 내가 읽어도 손색없는 재미를 갖췄으며 그런 스토리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상드의 생각이 자못 깊기 때문이다. 줄거리는 서로 죽고 못 사는 쌍둥이 형제 ‘실비네’와 ‘랑드리’, 그리고 마을에서 마녀 또는 괴짜 취급을 받는 ‘파데트’라는 소녀 세 사람의 관계가 주를 이룬다. 이 쌍둥이 형제가 결국 파데트를 사랑하게 되는, 삼각관계 이야기인가 생각할 수 있는데, 삼각관계이긴 한데 좀 기묘하다. 쌍둥이 중 형인 실비네가 동생 랑드리에게 묘하게! 과하게! 지나치게(정말 지나쳐) 집착하기 때문이다. 쌍둥이 중 동생인 랑드리는 성격이나 체구 등등이 밝고 건강해서 일찌감치 집을 떠나 남의 집 일을 도와주며 자기 밥벌이를 톡톡히 하는데, 형 실비네는 어릴 때부터 연약하고 섬세하고 허약해서 집안에 남아 집안의 도련님으로 떠받들어지면서 무위도식하면서 하는 일이라곤 이제나 저제나 랑드리가 집에 오는 날만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러면서 혹시라도 랑드리가 자기와 자기 집안 식구들이 아닌 누군가와 가까워질까 봐 노심초사........ 한마디로 질투와 삐침과 (동생) 스토킹의 달인이시다.

그와 달리, 랑드리는 가정을 떠나 다른 사회의 일원이 되면서 점차 더 넓은 세상이 주는 즐거움과 기쁨을 맛보면서 조금씩 형에게 소홀해지는데(당연한 일 아닌가), 이런 랑드리의 변화를 눈치 챈 실비네는 어느 날 몹시 상심하여 집을 나가 버린다. 실비네를 애지중지하던 어머니는 장남에게 무슨 큰일이라도 있을까 싶어 발을 동동 구르고, 형의 예민한 성정을 누구보다 잘 알던 랑드리도 형 걱정에 버선발로(물론 진짜 버선을 신은 것은 아니다.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랑드리는 프랑스 남자이다.) 실비네를 찾아 나선다. 그러다가 숲에서 맞닥뜨린 귀뚜라미 ‘파데트’- 귀뚜라미라고 하니, 진짜 귀뚜라미인가, 이 귀뚜라미의 이름이 ‘파데트’인가 싶을 텐데, <사랑의 요정>의 실질적인 주인공, 헤로인! 파데트, 그녀의 별명이 바로 ‘귀뚜라미’이다. 왜냐면 너무 못생겼거든.... 귀뚜라미에게는 그에 못지않게 볼품없이 생긴 남동생 ‘자네’가 있는데, 자네의 별명은 메뚜기올시다. 아무튼 랑드리는 소문으로만 듣던 이 귀뚜라미와 메뚜기 남매를 마침내! 맞닥뜨린 것이다.

사실 파데트와 자네 이 두 남매, 아니 이 일가족 자체가 마을에서는 상당히 이질적인 존재이다. 남매는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데, 마을 사람들은 할머니도 마녀 취급을 하고, 손녀인 파데트도 마법을 쓴다고 수군거린다. ‘자그마하고 마르고 머리는 흐트러져 있어 사람 모습이라고 할 수 없’을 만한 외모에 ‘수다스럽고 밉살스러운 말투’ 게다가 ‘팔랑나비처럼 말괄량이로 울새처럼 호기심 많고 귀뚜라미처럼 까만’ 외모의 그야말로 비호감의 전형이다. 랑드리는 파데트가 마녀라는 소리를 익히 들었기 때문에 조심하면서도 실비네를 보지 못했느냐고 도움을 요청하는데, 무뚝뚝한 파데트는 도와주지 않는 척하면서 실비네의 위치를 알려주고, 랑드리는 무사히 실비네를 찾게 된다. 파데트는 자신의 도움으로 형을 찾았으니 자신의 소원 한 가지를 꼭 들어줘야 한다고 조건을 내걸고, 이 조건으로 말미암아 랑드리는 뜻하지 않은 곤혹스러운 일을 치르고, 우여곡절 끝에 파데트의 진면목을 알아가게 되는데.....



“그러니까 그에 대한 복수로 그 녀석들의 아픈 곳을 찔러서 매운맛을 보여주는 거지. 평소에 사람에게 돌을 던지는 너희들도 어차피 욕먹는 사람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거지. 그래서 모두 날 별난 아이라느니, 뻔뻔하다느니, 다른 사람들 비밀을 알아내서는 퍼뜨리고 다닌다느니 하는 거야. 그래, 실제로 하느님은 나를 별나게 만드셨는지도 몰라. 하지만 만약 모두가 친절하고 정답게 나를 대해줬다면, 나도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면서까지 나의 별난 취미를 만족시키려는 마음은 들지 않았을 거야.” (80~81쪽)

“나는 아이들 상처나 병을 치료해주고 약을 만드는 법까지 가르쳐주고, 그리고 돈도 받지 않아. 그런데 사람들은 그에 대해 감사 인사는커녕 마법사라는 소리를 해. 뭔가 용건이 있을 때는 정중하게 부탁하러 오지만 그 일이 끝나면 바로 등을 돌리지.” (81쪽)

“내 눈은 좋은 것은 따뜻한 눈길로 보고 그렇지 않은 것은 멸시하는 눈길로 보지.” 파데트는 말했다. “그러니까 나는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나를 싫어한다고 해도 아무렇지 않아. 나는 예쁜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 모두가 떠받들어주기만 하면 누구에게나 애교를 부리잖아. 상대가 누구든 상관없는 것 같아. 내가 만약 예뻤다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예쁘고 귀엽게 보이고 싶었을 거야.” (83쪽)



파데트와 이야기를 나눌수록 그녀의 놀라운 점을 발견하고, 그처럼 올바른 생각으로 재미나게 이야기하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랑드리는 서서히 파데트에게 젖어들어간다. 아니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빠져들어간다. 말이 통하고, 대화가 재미나고, 이야기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겠고, 헤어지면 어쩐지 빨리 다시 만나고 싶고, 계속 그 애와 같이 있고 싶고, 일하다가도 문득 그 애 생각이 나서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랑드리는 혹시 파데트가 자기에게도 마법을 쓴 게 아닐까 의심하기도 한다. 그런데 랑드라, 아니 랑드리야, 그래 마법 맞단다. 사랑이 마법이지 다른 게 마법이겠니? 아무튼 이렇게 홀라당 파데트에게 빠진 랑드리는 급기야 마침내 드디어 입을 맞추게 되는데!


“그게 아니야.” 파데트는 흐느껴 울며 대답했다. “단지 걱정이 돼서 그래. 지금은 밤이라 얼굴을 보지 않고 키스해놓고, 낮에 나와 마주치면 끔찍하다는 표정을 지을지도 모르잖아.”
“내가 여태 네 얼굴을 본 적이 없다는 거야?” 랑드리는 초조한 말투로 대꾸했다. “지금도 잘 보이거든. 달빛에 비치잖아. 뚜렷하게 다 보여. 이렇게 보니 못생겼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난 네 얼굴이 좋아. 난 너를 좋아하니까. 이게 내 진심이야." (90쪽)


꺅-어쩜 좋아. 입을 맞추고 난 뒤 파데트는 으슥한 밤의 분위기에 취해 입을 맞춘 것일 뿐, 낮이 되어 자신의 얼굴을 보고는 끔찍한 짓을 했다고 랑드리가 후회하지나 않을까 시무룩하다. 그런 파데트에게 랑드리는 소리친다. “이렇게 보니 못생겼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난 네 얼굴이 좋아. 난 너를 좋아하니까!!!!!!!!!!!!!!!!!!!!!!!!!” 그렇다. 좋아하면, 사랑하면 오징어 꼴뚜기 쭈꾸미 같은 상대의 얼굴도 이 세상에서 가장 어여쁘고 잘생겨 보이는 것이 사랑의 마법 아니던가. 귀뚜라미, 귀뚜라미 하더니 단 한 번의 키스에 귀뚜라미 소리도 쏙 들어간다. 그 ‘밤 그녀는 랑드리에게 이 세상에 단 한 명뿐인 아름답고 귀여운 여자’이다. 그러면서도 랑드리는 한편으로 생각한다. ‘역시 소문대로 마법을 쓰는 게 분명해. 스스로는 아니라고 했지만.’ ‘어젯밤에 분명히 나를 홀렸으니까. 2, 3분 정도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신을 못 차릴 만큼 그녀가 좋았어. 이런 경험은 태어나 처음이야.’(91쪽) 어이구, 이놈아, 그게 바로 사랑이라는 마법이라니까!

아무튼 그날 이후로 오직 파데트 생각, 오매불망 파데트, 파데트와 같이 있고 싶고 뭔가를 하고 싶......(뭐?)어 죽겠는 랑드리. 랑드리는 피 끓는 10대- 그러면서도 파데트가 원하지 않으면 손끝하나 건드리지 않겠다고, “네가 싫다면 절대로 입을 맞추자고는 안 할게.”(103쪽) 말하면서 오직 너를 좋아할 수 있게 허락만 해달라고 한다. 그런데 파데트는 이런 랑드리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손은 잡아도 손목 위로는 건드리지도 못하게’(107쪽) 한다. ㅋㅋㅋㅋ 이런 파데트가 야속하기만한 랑드리. ‘둘이서 인적이 드문 곳에 있을 때나 완전히 밤이 깊어질 때면 랑드리는 사랑에 미쳐 분별력을 잃어버리고 파데트가 하는 말조차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107쪽) 지경에 이른다. ㅋㅋㅋㅋ 아이고 배야, 그래, 그거 뭔지 알지. 눈은 말하는 상대의 입술을 보고 있지만 머릿속은 온통 다른 생각으로 가득한 그것. ㅋㅋㅋ 그리고 ‘파데트는 점점 이상한 방향으로 생각이 커져가는 랑드리를 자극하고 싶지 않다’(107쪽) ‘그의 기분을 바꾸기 위해 자신이 아는 여러 가지 지혜를 랑드리에게 나누어’ 주기도 한다. ‘태어날 때부터 머리가 좋았던 데다 이쪽 방면에 천부적인 소질이 있는 파데트는 할머니가 하나를 가르쳐주면 열을 깨우쳤고, 랑드리에게는 아무런 비밀 없이 자신이 익힌 것들을 모두 알려’(108쪽) 준다. 아니 그 비법이 무엇인지 나도 좀 알고 싶다. 궁금해진다. 귀뚜라미야, 오늘 밤 우리집 창가에도 좀 다녀가지 않으련? 이럴 때 상드는 은근슬쩍 자신의 사랑관, 연애관을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흘리기도 한다. ‘사실 기다릴 줄을 모르는 게 사랑이라 한 번 젊은 남녀의 마음에 스며들면 그걸로 끝이다. 다른 사람들이 허락해줄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면 그야말로 기적인 것이다.’(107쪽) ㅋㅋㅋㅋㅋ 아이고 배꼽이야.  

그래서 랑드리와 파데트는 사랑의 결실을 맺느냐! 싶은데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 둘의 사랑에는 난관이 많다. 질투심 많은 형 실비네도 문제이고, 두 사람의 신분 차이도 문제이고, 마녀이네, 행실이 좋지 못 하네 등등 파데트를 향한 마을 사람들과 랑드리 집안의 편견도 문제이다. 자, 이런 난관을 뚫고 이 사랑은 어떻게 될 것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사랑의 요정>의 주인공은 ‘파데트’이다. 이 귀뚜라미 아가씨가 자기의 지혜로, 세상 사람들의 편견이나 비뚤어진 생각을 때로는 냉소하고 때로는 골탕 먹이고, 또 때로는 뒤엎으면서 자신의 사랑을 일궈나가는 모습은 참으로 흥미진진하다. 그리고 뒤이은 작품 <양치기 처녀>에도 파데트와 비슷한 캐릭터인 ‘잔’이 등장해 세 남자와 사각관계를 이루면서 그 남자들의 편견이랄까 위선을 적당히 꼬집는 장면들은 아주 흥미롭다. 그런 이야기들을 통해 조르주 상드, 그녀의 탁월한 연애 심리 묘사와 그 시절 부르주아나 귀족 계급의 위선에 대한 풍자를 엿보는 재미는 덤이다. 아무튼 나는 상드의 <그녀와 그>를 이제 망설임 없이 장바구니에 담는다.  



“친구에게 말하듯이 제발 나한테 진실을 말해줘요.”
“절 놀리지 마세요, 나리. 우린 서로 거의 모르는 사이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친구처럼 말하라는 거죠?” (<양치기 처녀>, 335쪽)

“이 집에서는 모두 제게 결혼 이야기를 하는군요. 정말 이상해요. 정작 전 한 번도 말한 적이 없고, 조금도 생각하고 있지 않은데 말이에요!” (<양치기 처녀>, 336쪽)

“그렇다면 또 어떤 희생을 치러야 하죠?” 영국인이 내심 흥분하며 말을 이었다. “모든 것에 동의할 만큼 당신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분명 있습니다.”
“아니요, 나리. 그렇지 않아요.” 잔이 말했다. “그런 사람은 없어요. 제가 보증해요. 행여 누군가가 제 생각에 동의한다 해도, 약간의 타산적인 생각에서 언젠간 분명 그걸 후회하게 될 거예요!” (<양치기 처녀>, 337쪽)

사랑이 갑자기 찾아와 자신을 위로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막연한 생각을 했다. 사랑 말고 달리 위로받을 방법은 없을 테니까. 사랑은 구할 때는 나타나지 않는다. 예기치 않을 때 우리 곁에 온다. (<마의 늪>, 497쪽)

“하지만 어머니가 저에게 늘 말씀해 주신 것을 생각하고 있어요. 여자가 예순 살이 됐을 때, 남편이 일흔이나 일흔다섯 살로 더 이상 부양할 수 없으면 너무 불쌍하대요. 남편은 몸이 불편해지고, 아내는 자신도 보살핌을 받고 쉬어야 할 나이에 남편 시중을 들어야 한 대요. 그래서 결국은 가난해지는 거죠.” (<마의 늪>, 531쪽)

“하지만 저더러 어떻게 하라는 거예요? 마음이 따르지 않는데. 전 제르맹 씨를 좋아해요. 나이를 먹어도 당신은 못생겨지지 않아요. 하지만 저는 당신의 나이가 무서워요. 당신이 아저씨나 대부 같아요. 제가 존경해야 할 것만 같고, 당신은 저를 아내나 짝보다도 딸같이 대할 때가 있을 것 같아요. 결국 친구들은 저를 비웃을 거예요. 그런 일에 신경 쓰는 것은 어리석지만, 결혼식 날 부끄럽고 조금 슬플 듯하네요.” (<마의 늪>, 5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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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8-12 09: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눈은 말하는 상대의 입술을 보고 있지만 머릿속은 온통 다른 생각으로 가득한 그것‘ .. 이 뭐예요? 네?

저도 이 책 읽어봐야겠어요. 귀뚜라미의 사랑 이야기 넘나 궁금하네요. 후훗. 어제 열권 샀으니까 조금 참았다 사야겠죠?

잠자냥 2022-08-12 10:05   좋아요 1 | URL
에이~ 알면서 ㅋㅋㅋㅋ
네 읽어보세요, 다락방 님은 재미나게 읽으실 거예요!

공쟝쟝 2022-08-12 1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오징어 꼴뚜기 하고도 입맞출 수 있는 게 사랑인가요? 🤦‍♀️ 아직 그렇다면 역시 난 사랑을 모르는 사람 🤷🏻‍♀️

잠자냥 2022-08-12 10:15   좋아요 2 | URL
오징어 꼴뚜기 맛있잖아요? 그렇게 느껴질 거예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8-12 10:20   좋아요 1 | URL
대구 명태 거북이하고도 키쑤하는 것! 그것이 트루 럽 ㅠㅠ

다락방 2022-08-12 10:36   좋아요 3 | URL
나는 그동안 오징어 꼴뚜기하고만 입맞췄었는데요?? ( ˝)

공쟝쟝 2022-08-12 10:45   좋아요 2 | URL
다락방… 사랑둥이…

다락방 2022-08-12 10:46   좋아요 2 | URL
아 갑자기 근데 왜 짜증이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8-12 10:48   좋아요 1 | URL
푸하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2022-08-12 1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ni74 2022-08-12 10:56   좋아요 5 | URL
저 죄송한데 ㅎㅎ 잠시만 끼어들게요. 포켓몬에 사랑둥이 몬이라고 있어요. 뽀뽀하기 좋게 생긴 몬스터예요 ㅎㅎㅎㅎ

독서괭 2022-08-12 11: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어쩜 이렇게 리뷰를 재미나게 쓰세요? 잠자냥님 팬이 아니될 수 없다니깐~🤩
프랑스 남자의 버선발 ㅋㅋㅋㅋㅋ 이 책 재미날 것 같아요~~ 큰일이당~

잠자냥 2022-08-12 11:23   좋아요 2 | URL
저의 깨알 유머 포인트를 늘 쏙쏙 알아주시는 괭님~ 제가 달리 괭이들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니까욧~ ♡
이 책 재미나요 ㅋㅋㅋㅋㅋ 큰일이네 그것참 ㅋㅋㅋ

바람돌이 2022-08-12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그래서 랑드리랑 파데트는 어떻게 된다고요. 리뷰를 이렇게 쓰시고 결론을
안 알려주시면 궁금해서 잠은 어찌 자라고....ㅠㅠ

잠자냥 2022-08-12 20:27   좋아요 1 | URL
그건 책으로~! ㅋㅋㅋㅋ

moonnight 2022-08-12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책보다 잠자냥님 리뷰가 더 재미날 것이란 느낌이ㅎㅎ^^;;;

잠자냥 2022-08-12 20:28   좋아요 1 | URL
아닙니다! 책이 더 재미납니다!
 

시를 읽지 않은 지 꽤 되었다. 번역 시는 더더욱. 그렇기에 레이먼드 카버의 시집 《우리 모두》가 출간된 것을 알면서도, 가슴이 떨리던 것을 알면서도, 저 아름다운 자태에 심장이 쿵쿵 뛰던 것을 알면서도 애써 외면했다. 네가 원문으로 읽어라, 누군가의 번역을 거친 시가 온전히 카버, 그의 시이겠느냐, 외면했다. 그러다 어느 저녁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홀린 듯 그 자리에 서서 몇 장 넘기다가 결국 어떤 구절에 끌려 빌려왔고, 그렇게 몇 날 며칠 읽다가 어느 구절에서는 울컥하고, 어느 구절에서는 눈에 고인 눈물을 닦다가 결국 나는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마침내 책을 주문했다. 이 시들은 간직하고 계속 읽어야 할 것이로구나….

단편소설의 대가로 잘 알려진 카버는 그의 단편보다 더 압축적인 시도 여럿 남겼다. 아니, ‘여럿’이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카버에게 큰 성공을 가져다 준 《대성당》 이후로 그는 남은 생을 시인으로 살고자 했다. 1983년부터 시 쓰기에만 매진한 그는 1988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불》,《물이 다른 물과 합쳐지는 곳》, 《울트라마린》 등 세 권의 시집을 출간했고, 죽는 순간까지 정리한 원고인《폭포로 가는 새로운 길》이 사망 이듬해 출간되었다. 그 후 출간된 미발표 시 모음집 《영웅담은 제발 그만》까지 다섯 권의 시집을 하나로 묶은 책이 바로 《우리 모두》이다. 카버의 시를 거의 모두 수록했다고나 할까.

이 책은 앞서 언급한 시집들을 순서대로 엮었기에, 카버의 삶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잘 알려졌다시피 카버는 말년의 몇 년을 제외하고는 인생의 대부분을 가난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면서 작품을 썼다. 제재소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알코올의존증이 심한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술 때문에 아버지의 직업은 늘 불안정했고 그건 곧 가난을 의미했다. 설상가장, 아버지의 술과 가난은 카버에게 고스란히 이어진다. 스무 살도 되기 전에 결혼 해 두 아이를 가진 가장이 된 뒤로는 40대에 접어들기 전까지 얼마간의 예외적인 기간을 빼고는 한 주 벌어서 그다음 주를 근근이 버티는 생활을 견뎌야만 했다. 술과 아내에 대한 의심은 카버 부부의 생활을 불안정하게 만들었고 다시 이것은 가난으로 이어졌다. 카버의 단편 대부분이 그렇듯이 그의 시(詩)들도 대부분은 술과 가난, 단절된 부부, 해체 직전의 가족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그 목소리와 감정은 단편보다 더 압축적이고 직설적이며 생생하다.

그는 모든 문제의 근원이 술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렇게 읊조린다. ‘술 때문에 문제가 생기지. 언제나 술-/네가 끝까지 가버린 것 그리고/네가 처음부터 사랑에 빠질 운명이었던/그 사람도 그렇게 하게 만든.’(<술>). 술로 망가진 아버지, 술로 가난했던 아버지, 그리고 그 술과 가난을 대물림 받은 아들- 그 아들(카버)은 아버지의 장례에 한 푼도 보탤 여력이 없어 그저 구경만 한다.(<아버지의 지갑>), 아버지를 묻을 때 옷을 위아래 모두 입힐 건지, 상의만 입힐 건지 장의사는 어머니에게 묻는다. 결국 아버지는 화로에 들어갈 때 반바지만 걸친다(<초원>). 죽은 아버지에게 옷을 제대로 입힐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아버지를 사랑한다. ‘아버지, 사랑해요./하지만 어떻게 아버지한테 고맙다고 말할 수 있겠어요./똑같이 술을 조절하지 못하고,/어디 가서 낚시를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그이지만 그래도 아버지를 사랑한다(<아버지의 스물두 살 적 사진>).

그런데 이 알코올의존증은 카버의 아내는 물론 자식들에게도 이어진다. 카버가 아름다운 주정뱅이라고 부른 그의 딸은 ‘사흘 동안 취해’ 있다. ‘술이라는 게 우리 집안에서는 독약과 마찬가지라는 걸/잘 알고 있으면서도’ ‘네 엄마와 내가 이미 충분히 보여’ 주었음에도. 그는 딸에게 절규한다. ‘사랑하던 두 사람이/서로를 때려눕히고, 우리가 느끼고 있던 사랑을/한 잔, 또 한 잔 마셔 없애버린 것./그 욕설과 주먹질과 배신을’ 멀리하라고. 그러나 그 모든 걸 알면서도 딸은 술을 마신다. 그런 딸을 보며 카버는 경고한다. ‘딸아, 넌 술을 마시면 안 돼./ 그게 널 죽일 거야. 그게 네 엄마한테, 나한테/그랬던 것처럼. 그게 그랬던 것처럼.’(<내 딸에게>)

술 때문일까, 아니면 이 힘겨운 인생 때문일까. 정신이 좀처럼 잠들지 못하고 불면증을 앓는 밤, 그는 ‘체호프가 이 자리에 있어서 뭐라도 처방해줬으면’(<겨울 불면증>)하고 바라지만 그조차 쉽지 않다. 도리어 악몽에 시달린다. 꿈속에서 낯선 사나이가 위스키를 건네주고 그는 술병을 입에 가져가 마시고 입술을 훔친다. 그러고서 추락한다. 추락은 죽음을 뜻한다(<어제, 눈>). 술을 마시는 행위도 공포이지만, 인생도 두려움 그 자체이다. 그는 늘 두려움에 시달린다. ‘경찰차가 마당으로 들어오는 걸 보는 두려움, 잠 못 드는 일에 대한 두려움, 한밤중에 울리는 전화에 대한, 엄습하는 불안에 대한, 돈이 떨어지는 것에 대한, 아이들이 나보다 먼저 죽을까봐, 그래서 죄책감을 느끼게 될까봐.’ 두렵다. ‘늙은 내가 늙은 어머니와 함께 살아야 할 거라는 두려움. 잠에서 깨어나 네가 떠난 걸 알게 되는 일의 두려움. 사랑하지 않는 일, 충분히 사랑하지 않는 일의 두려움.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인 것이 될까.’ 두렵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 너무 오래 사는 일에 대한 두려움.....’(<두려움>) 모든 것이 두려움투성이다. 그래서 또 술을 마신다.

‘가난과 수치가 문을 밀고 들어오던 시절’이고 ‘그 뒤로 경찰이 끔찍한 권위를 가지고 현장을 조사하기 위해 따라오던 시절’(<섬세한 여자>)이다. ‘사랑 때문에 죽을 수 있는 시절’이기도 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걸쇠를 걸어놔도, 그 시절에는 그걸로는 어느 누구도 막아낼 수 없’다.(<섬세한 여자>). 그리고 이제 그가 사랑하던 여자가 카버 자기라고 주장하는 그 사람은 어쩐지 자기가 아닌 것만 같다. 그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중얼거린다. ‘그녀는 아무래도 마음속에서/나를 다른 누군가와 혼동하고 있는 것 같다./별다른 특징이 없는 젊은 사내, 꿈만 가지고 사는,/그녀를 영원히 사랑하겠노라 맹세했던./그녀에게 반지를 주고, 또 팔찌를 줬던 사내./나와 함께 가, 나를 믿어도 돼. 라고 말했던 사내.’ 그런 맥락의 말들을 했던 그 사내는 어디로 갔는가. ‘나는 그 사람이 아니다./말했듯이, 그녀는 나를 다른 누군가와 혼동하고 있다.’(<그녀가 처한 불운의 저자著者>)

술에 취해 있지 않을 때는, 가족이 곳곳에서 보내온 편지들이 그를 괴롭힌다. 아들이 보내온 그림엽서의 이미지는 아름답지만, 내용은 그렇지 못하다. 아들은 파산직전이다. 급히 돈이 필요하단다. 딸이 보내온 편지도 마찬가지이다. 딸은 스피드광인 남자와 살고 있는데 그 아이들은 오트밀로 연명하고 있고, 그 애도 도움이 필요하단다. 아프고 정신이 흐려진 어머니에게서 온 편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어머니는 그가 당신의 마지막 이사를 도와줄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당신이 거주할 집을 사줄 있느냐고(<편지>). <차>라는 시는 이렇게 고통스러운 그의 인생을 집약해놓은 것 같다. ‘앞 유리가 깨친 그 차, 브레이크가 없는, 라이데이터에 구멍이 난, 운전대가 잘 안돌아가던, 엔진 블록에 금이 간, 앞좌석이 찢어진, 뒷좌석이 없는, 오일이 타버린, 타이어가 다 닳아버린, 엔진에 불이 붙던 그 차’(<차>) 그러나 그 차는 ‘그걸 사기 위해 복숭아를 땄던’ 차이기도 하고, ‘식당에서 돈을 안 내고 도망친, 아이가 그 안에서 토한, 내가 그 안에서 토한, 내가 도로 옆에 버리고 온, 내 딸이 박살을 낸, 개를 치고 계속 달리던, 내가 남한테 줘버린, 내가 두 손 다 든’ 차이기도 하다. ‘내가 망치로 두들겨 팬 그 차. 할부금을 낼 수 없었던 그 차.’ 마침내 ‘소유권을 빼앗긴 차.’ 인생의 모든 순간, 불행도, 행복도 모두 함께 겪은 차인 것이다. 그리고 이제 ‘저 뒤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내가 꿈꾸던 차. 내 차.’이다.(<차>) 이 시를 읽노라면 그의 인생이, 나의 인생이, 그리고 결국 별것 없이 스러져가는, 스러져갈 대부분 우리 모두의 인생이 눈앞에 그려진다.

그렇다면 삶은 이렇게 카버의 시에서 느껴지듯이 고통으로 점철된 고난의 길이기만 한 것일까? 이런 생을 어떻게, 왜 견뎌야 하는가, 그럴 바엔 차라리 카버처럼 알코올에 빠져 사는 게 낫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 즈음 그 고통스러운 나날 속에서도 희망을 찾으려던, 희망을 놓지 않으려던 카버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우리가 별이라고 부르는 저 불빛들은/한동안 타오르다가 죽는다.’ 그리고 어머니는 ‘내일을 바라지 마라./그건 인생이 지나가기를 바라는 거야.’ 말하신다. 그러나 ‘그럼에도 나는, 내일을/바란다. 그것이 가지고 있는 최상의 것들과 함께 오기를.’(<내일>) ‘우리 모두, 우리  모두, 우리 모두는/우리의 불멸의 영혼을 구원하려 애쓰는데,/어떤 길들은 다른 길들보다 더 빙글빙글 돌고/종잡을 수 없다.’ (<스위스에서>) 그럼에도 ‘내일’을 기다리던 그는 마흔다섯이 되어서야 텅 비었던 심장이 다시 흐르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어느 강가에서 ‘마음껏 오후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다짐한다. 왜냐하면 ‘강을 사랑하는 일은 내 마음을 기쁘게’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강의 원천까지 거슬러 올라가며/사랑하는 일./나를 불어나게 하는 모든 걸 사랑하는 일’(<물이 다른 물과 합쳐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는 이제 관조적으로 아들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된다. ‘아들아-시간은/지나간단다./ 내 아들아, 우리 모두/미래에는 좀더 살 만해.(<아들의 오래전 사진을 보며>)


<횡재>
다른 말로는 안 돼. 왜냐면 딱 그거였거든, 횡재.
횡재, 지난 십 년.
살아 있었고, 취하지 않았고, 일을 했고, 사랑했고 또
훌륭한 여자로부터 사랑받은 십일 년
전에 사내는 이런 식으로 가다간 여섯 달 정도
더 살 거라는 소릴 들었지. 그때 사내는
내리막길로만 가고 있었어. 그래서 사내는 어찌어찌 사는
방법을 바꿨지. 사내는 술을 끊었어! 그리고 나머지는?
그 뒤로는 죄다 횡재였어. 매 순간이, 사내가, 그러니까,
어떤 게 쪼개져서 다시 사내의 뇌 속에서 자라나고 있다는
그 말을 듣던 순간까지 포함해서. “날 위해 울지마.”
사내가 친구들에게 말했어. “난 운이 좋은 사람이야.
난 나나 다른 사람들이 예상한 것보다
십 년을 더 살았어. 진짜 횡재지. 그걸 잊지 마.”



<말엽의 단편>
어쨌거나, 이번 생에서 원하던 걸
얻긴 했나?
그랬지.
그게 뭐였지?
스스로를 사랑받은 자라고 일컫는 것, 내가
이 지상에서 사랑받았다고 느끼는 것.



카버는 거듭된 실패 끝에 목숨을 잃을 위기를 넘기고 나서야 겨우 술을 끊었다. 그 이후로 자신의 삶을 줄곧 ‘덤으로 사는 인생’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그 덤으로 10여 년을 산 후에 폐암이 뇌까지 전이되어 세상을 떠난다. 가끔 생각해본다. 그가 말하는 이 덤으로 산 10년, 말년의 행복한 시절이 그에게 존재하지 않았더라도, 그가 이렇게 과거와는 달리 충만한 느낌으로 인생을 돌아보고 얼마쯤은 만족한 채 세상을 떠날 수 있었을까? 예전에는 그렇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우리 모두》를 읽고 나니 그렇게 고통으로 이어진 인생을 살다갔어도 그는 희망을 놓지 않았으리라고, 그래서 그 고통스러운 생(生)에서 한 점의 행복이라도 발견하고 죽어갔으리라고 믿게 된다. 왜냐하면 그는 내일을 바라지 말라던 어머니의 말에도 ‘내일을, 그것이 가지고 있는 최상의 것들과 함께 오기를’ 꿈꾸던  소년이었고, 결국 ‘스스로를 사랑받은 자’라고 생각하며 ‘이 지상에서 사랑받았다고 느끼’며 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이 힘겨운 나날 속에서도 누구나 한 번쯤은 카버와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기에 그의 시가 진솔하게 다가온다. 아름다운 언어로 쓰이지 않았을지라도 날것 그대로의 생의 모습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머지않아 우리는 모두 땅속에서 썩을 것이다.
이 말엔 진실이 들어 있지 않다, 다만 사실일 뿐.
살아 있는 동안 서로에게
그토록 많은 행복을 안겨준 우리들-
우리는 썩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썩지는 않을 것이다. 여기서는 아니다. (<가능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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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2-07-19 15: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다 읽다니 잠자냥. 근데 고마워요. 이렇게 카버의 삶을~ 쭉 정리 안해주셨으면 ㅋㅋㅋㅋ 레이먼드 카버 이놈 시키 이놈 시키 이러면서 미워하면서 시집 읽다 말았을지도...? ㅋㅋㅋ 하지만 그치만 이놈 시키 이놈 시키 이러면서 계속 읽은 건 함정임. 역시... 필립 로스 말이 맞습니다. 잘쓰면 됨. 잘쓰면.
이 시집 읽는 동안 만큼은 이 시집 때문에 술 마시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라고 마음 먹었는 데... 쉽지는 않겠네요. 참고로 저는 집에서 혼술 하지 않은지 꽤 되었습니다. 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 언제까지? ㅋㅋㅋㅋㅋㅋ 글쎄? ㅋㅋㅋ

잠자냥 2022-07-19 15:39   좋아요 4 | URL
난 사람이 망가지는 시기가 꼭 있다고 생각해요... 카버는 망가졌던 시기가 알코올과 함께..... 그러나 그때도 썼다. 그래서 그렇게 살아남았다!
쟝쟝도 쓰세요.... 다부장을 향한 러브레타, 그리고 그것이 쟝쟝을 살게 할 지어다. 혼술 안 하고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7-19 15:46   좋아요 3 | URL
저 차였어요 그 사람 연애 안한대요 근데 뭐 나도 연애하자고 한 건 아닌데… 역시 부장님은 좀… 근육을 너무 좋아하신달까…. 이 아픔을 글로 쓰면서 극복할게여 흑흑

다락방 2022-07-19 15:47   좋아요 2 | URL
전완근 과 등근육은 여전히 나를 코피 터지게 해요.....

다락방 2022-07-19 15:51   좋아요 4 | URL
음 잠자냥 님 댓글 읽다가 생각난건데, ‘망가지는‘과 정확히 일치하는 건 아니지만 제게도 그런 시기가 있었어요. 사실 저는 그 시간을 ‘죽어있던 시간‘ 혹은 ‘인생에서 들어내도 전과 후가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시간‘ 이라고 표현하곤 해요. 그게 아쉽게도 저에게는 20대 였어요. 20대가 썩어있었어요... 하아-

잠자냥 2022-07-19 15:55   좋아요 3 | URL
저는 사랑할 때, 특히 그 대상하고 싸울 때 아주 망가지는 것 같습니다..
내 안의 가장 추한 나, 밑바닥의 나가 나올 때는 사랑하는 누군가와 싸울 때가 아닌가 싶어요.
휴..... -_-
현실 속 사랑은 탕웨이랑 박해일처럼 못함....
나를 묻기보다는 상대를 묻으려고 싸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_-;

다락방 2022-07-19 15:56   좋아요 4 | URL
오! 그게 잠자냥 님과 저의 차이네요. 저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혹여라도 가장 추한 나, 밑바닥의 나를 보일까봐 신경쓰거든요. 그래서 가는 사람을 붙잡지도 못한다는 커다란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붙잡다가 추해질까봐. 하아-

공쟝쟝 2022-07-19 15:57   좋아요 3 | URL
더해줘 하앍 두분 사랑얘기 더 해주세요 !!! (저기 관객1 공쟝쟝님? 여기서 이러시면 ㅋㅋㅋ)

다락방 2022-07-19 15: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멋진 글을, 그리고 이 책에 대한 찬사이건만, 왜 리뷰로 안쓰고 페이퍼로 썼어요, 잠자냥 님?

잠자냥 2022-07-19 15:43   좋아요 3 | URL
카버 이 시집은 카버 생을 알지 못하면 좀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겠다 싶은 부분이 있어서 다른 책들도 소개하느라 그랬어요~ (알라딘 리뷰는 책 한 권만 들어가더라고요?)
근데 다부장님은 리뷰랑 페이퍼 어떻게 차별을 두고 씁니까?

다락방 2022-07-19 15:47   좋아요 4 | URL
음... 저는 그 책에 좀 집중해서 그 책에 대해서만 얘기하면 리뷰로 가고요 그 책을 읽었지만 다른 얘기가 더 많으면 페이퍼로 가는데, 그래서 대부분 페이퍼가 돼요. 게다가 저는 ‘리뷰 쓰자‘ 이러면 뭔가 각잡게 되어서 리뷰를 못쓰겠어요 ㅠㅠ

페넬로페 2022-07-19 15:4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레이먼드 카버가 시도 썼군요!
이 새로운 사실과 그의 생애도 잘 알게 되었어요^^
글과 시의 매칭이 넘 좋아요👍👍

잠자냥 2022-07-19 15:53   좋아요 6 | URL
카버는 단편보다 더 시가 감정을 응축한다고, 그래서 단편소설은 장편보다 시와 더 가깝다고 생각했더라고요. 그래서 그런가 이 시집을 읽다 보면 카버의 초 단편을 읽는 기분도 들더라고요.

바람돌이 2022-07-19 17:3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시를 읽지 않는데..... 더구나 번역시는 더더더 읽지 않는데....
그래서 내 사랑 레이먼드 카버가 쓴 시래도 안 읽으려고 했는데 이런 잠자냥님 글이라니.....
안읽을수가 없잖아요. ㅠ.ㅠ

잠자냥 2022-07-19 21:15   좋아요 3 | URL
ㅎㅎㅎ 저도 그랬습니다만, 도서관에서 낚였습니다요!

그레이스 2022-07-19 18: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너무 절절합니다.
시가 너무 좋은데,
카버는 리얼리티가 너무 강해서 읽고픈데, 읽기 힘든, 읽고 나서 우울한...!

잠자냥 2022-07-19 21:16   좋아요 4 | URL
ㅎㅎ 읽기 힘들지만 그래도 그의 인생처럼 시도 갈수록 밝아집니다..!

새파랑 2022-07-19 18: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놈의 술이 문제인거 같아요. 그런데 또 영감을 주는 술 ㅋ
번역시는 그렇게 와닿지 않던데 카버의 시는 좋네요. 이건 필수 구매 책인거 같아요~!!

잠자냥 2022-07-19 21:18   좋아요 4 | URL
카버의 시는 아마도 그의 단편처럼 단문으로 쉽게 쓰여서 더 와닿은 것 같아요. 뭔가 언어 유희 같은 것이 없을 것 같아서(원문을 보지 않았으니 단정할 수는 없지만), 한편으로는 그의 일기를 보는 것도 같았습니다.

mini74 2022-07-19 19: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하루키가 극찬하던 작가님이시네요 저도 단편 읽은게 다네요. 시도 쓰셨군요 ~ 자냥님덕에 작가님 인생이 입체적으로 확 와닿습니다 ~

잠자냥 2022-07-19 21:19   좋아요 2 | URL
네, 하루키가 카버 널리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지요. 적어도 일본과 우리나라는 ㅎㅎㅎ 시도 참 좋더군요.

2022-07-22 0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잠자냥 2022-07-22 01:12   좋아요 1 | URL
카버는 첫번째 아내와 자식들하고 정말 술 때문에 가족이 붕괴된 것 같더라고요. 그 첫 아내도 나름 똑똑하고 카버가 작가로 성장할 수 있게 여러모로 도움을 준 여성인 것 같아 그녀의 붕괴도 안타깝더라고요. 그래도 카버는 그 말년에는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대성당> 같은 희망적(?)인 보기 드문 글도 남긴 것 같고요….. 술이 참 신기해요. 저도 건강이 좀 나빠지면 술을 좀 멀리하다가도, 또 금방 잊고 마시게 되더라고요. 케이 님이 무려 2019년 3월부터 금주하고 있다는 게 놀랍고!!! 그러고도 쌍둥이들 때문에 그때가 그립지 않다는 게 뭔가 뭉클합니다. 암요, 아가들 웃음이 술 한 잔보다 더 행복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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