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의 신호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장소미 옮김 / 녹색광선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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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에도 때와 시기가 있다. 두 번쯤 읽으려다 결국 읽지 못하고 그렇게 안녕을 고할 뻔했던 <패배의 신호>를 이 가을 늦은 밤에 읽는다. 사강의 작품들이 대개 그렇듯이 네 명의 남녀가 등장하고, 아 이 사람들 결국 사랑에 빠지겠구나, 그리고 다른 두 사람은 또 상처받겠구나…. 엇갈리는 사랑과 관계가 곧 펼쳐지겠구나 초반부터 알 수 있다. 그런데 오랜만에 사강을 읽어서 그런지 아니면 가을밤이라는 시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 사강 특유의 섬세한 문장들과 사랑에 빠지기 직전 또는 사랑에 빠져버린 두 사람 사이에 주고받는 대화들이 고스란히 가슴에 다가와 박힌다. 


그런데 그보다 더 큰 이유를 나는 알고 있다. 이 책이 내 마음에 유난히 더 와닿는 그 까닭을…. 좋은 책은 그 작품을 통해 읽는 이의 상황과 현실을 반추해보게 하는 힘이 있다. <패배의 신호>가 내게는 그랬다. 얼마 전 나는 애인과 크게 말다툼을 했고, 오랜 기간 만나오면서 이런저런 크고 작은 싸움을 했지만, 이번에는 좀 달랐다. 상태가 심각해서 서로 말을 하지 않고 지낸 지 며칠이 흘렀고, 관계 자체가 흔들릴뻔했다. 결국 이번에도 마음 넓은 그 사람이 먼저 손을 내밀었지만 상처받았을 쪽인 그 사람이 먼저 손을 내밀지 않았다면 자존심이라는 못나고 거추장스러운 그 감정 때문에 결국 미안하다는 말조차 하지 못한 나는 결국 우리 관계를 망가뜨려 버리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내게 손을 먼저 내민 그 사람과 우리의 관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는 생각지도 못했던, 헤아리지조차 못했던 그 사람의 깊은 마음을 알게 되고는 우리에겐 ‘퇴각의 북소리’가 울리지 않았구나. 아니 우리에게는 어쩌면 영원히 울리지 않겠구나 생각하며 이 사랑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여본다.


그렇다. 이것은 사랑 이야기이다. 그렇지만 또 대부분의 사강이 그리는 사랑의 모습들이 그러하듯이 그 안에서 어느 누구도 완벽하게 행복하지는 않다. 아니 행복한 순간은 찾아온다. 사랑에 빠진 연인들이 그러하듯이. 그러나 그 사랑은 또 다른 행복을 추구하려는 어떤 사람의 마음의 갈등 때문에 곧 깨지고 만다. 아니, 서로가 다른 형태의 행복을 추구하기 때문에 온전하게 그 행복이 유지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게 옳으리라. 루실, 서른 초반의 그녀는 무위도식하는 것을 인생 최대의 행복으로 여긴다. 어떤 관계에도 어떤 상황에도 딱히 심각해지지 않는 것 그것이 어쩌면 그녀의 가장 큰 행복의 원천인지도 모른다. 물론 그녀가 이토록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24시간이라는 시간을 오롯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삶을 즐길 수 있는 것은 그녀에게는 나이는 많지만 엄청난 경제력을 지닌, 그래서 루실에게 그녀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척척 사줄 수 있는 그런 애인이 있기 때문이다. 둘 사이에는 20년이 넘는 나이 차가 있지만 루실은 자신을 아낌없이 사랑해주는 샤를의 경제력과 평온하고 안락한 삶 속에서 돈을 벌기 위한 노동이란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루실만이 그러한 인물로 등장하지 않는다. 루실과 곧 사랑에 빠질 예정인 앙투안이라는 청년. 루실과 비슷한 또래의 이 남자 또한 자신보다 나이가 많고 돈도 많은 디안이라는 애인을 두고 있다. 그런데 루실과 달리 앙투안은 출판사에서 일하며 자기만의 좁은 원룸에서 살아가고 있다. 어느 면에서는 루실보다 낫다고 볼 수 있지만, 돈 많은 애인의 경제력을 누리거나 이용하면서 편히 살아간다는 점에서는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이런 점에서 앙투안과 루실 두 사람은 서로를 알아보고, 그러니까 어떤 면에서는 ‘동류’임을 알아보고 각자의 애인과 함께했던 어느 사교모임에서 눈이 맞아 곧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부유하지만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지루한 애인을 두었던 루실과 앙투안, 게다가 둘 다 매력적이 외모라 샤를과 디안이 자신들의 어린 애인이 자신을 딱히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저 내 옆에만 있어 달라는 듯한 태도로 돈과 마음과 모든 것을 다 바치는 이 아이들은 그래서 더 둘이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그렇지만 루실과 앙투안의 관계를 바라보는 이들은(책 속에서나 책 밖에서나) 이 두 사람이 빠르게 사랑에 빠지고 서로가 없으면 죽을 것처럼 서로를 갈망하더라도 그 사랑이 곧 시들어버릴 것을 아니, 시들지 않더라도 오래가지 않을 것을 안다. 왜냐하면 루실의 행복의 원천은 ‘무위(無爲)’인데 앙투안과 함께 하는 삶에서는 그것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루실의 샤를과 루실의 앙투안은 크게 다르다. 경제력도 차이가 있지만 샤를이라는 캐리터는 좀 독특해서 루실의 모든 장단점을 알고도 그녀를 사랑한다. 심지어 루실이 앙투안과 사랑에 빠질 것임을, 사랑에 빠졌다는 것을 알고도 사랑한다. 돌아오고 싶을 때는 언제든 돌아오라면서 루실을 앙투안에게 보내주기까지 한다. 현실 속 사랑에서 이것이 가능할까 싶은데 이 남자에게는 그만큼 루실의 존재가 절대적인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러니까, 당신이 행복한 것이 곧 나의 행복이라는 그런 종류의 사랑이랄까. 그래서 샤를은 앙투안에게 루실을 보내면서도 언젠가 앙투안은 지금 너의 장점으로 보이는 면들 때문에 너를 비난하게 될 것이라고 예언한다. 그리고 그 말은 완벽하게 들어맞는다. 앙투안은 루실의 자유로움, 루실의 가벼움 아무것도 하지 않기 때문에 행복할 수 있는 그 매력에 푹 빠지지만 자신과 같이 살기 시작하면서 그것은 곧 그의 눈에는 단점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루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어, 넌 아무것도 안 하니? 넌 아무것도 안 하고 나만 기다리니? 넌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서 책만 읽니? 왜 넌 일을 하지 않니? 네가 일을 하면 우리 삶이 좀 더 나아질 텐데..... 


집요함만큼이나 야망도 없고 죽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만큼이나 직업을 갖고 싶은 마음도 없는 루실에게 앙투안의 이런 요구는 점점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럼에도 그를 잃고 싶지 않았기에 생활전선에 뛰어들기도 하지만 자신을 애초부터 일을 할 수 없게 태어났다고 믿는 루실에게 노동의 나날을 지옥과도 같다. 그리고 그 방 안, 집이 아닌 앙투안과의 방 안에서의 생활도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 사랑이 빵에 바르는 버터는 아니기에 사랑만으로는 살 수 없는 이 두 아이들은, 어른인 샤를과 디안의 도움 없이 그들 자신의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데 그 길은 그리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어떤 이들은 루실에게 손가락질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돈 많은 애인에게 기대어 살 궁리만 하다니, 게다가, 일을 할 수 없는 사람이라니! 격분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는 그녀의 무위를 향한 집념(여기에는 루실조차 집념이 있어 보인다)이 이해가 가기도 한다. 나도 그렇지만 나의 연인도 아침이면 일어나 노동하러 일터로 나간다. 그리고 저녁이면 녹초가 되어 돌아와 하루하루 그날의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또 내일을 위해 잠들기 바쁘다. 때로는 알코올로 잊고 또 때로는 서로 이야기하면서 풀고 또 때로는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면서 잊고는 하지만 노동이라는 쳇바퀴를 떠날 수는 없다. 삶에 지치면 인간은 예민해지고 그러다 보면 서로 사랑한다는 사실조차 잊고 살게 된다. 일상의 피곤함에 지고 말아 “있잖아, 난 널 영원히 사랑해”라던 처음의 맹세들은 빛이 바래고 마는 것이다. 


루실이 샤를를 이용하기만 했다고 할 수 있을까. 루실은 앙투안을 사랑했듯이 샤를을 사랑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또 다른 방식으로 샤를을 사랑했을 것이다. 이 여러 빛깔의 사랑에서 샤를의 사랑은 단연코 빛난다. 돈 많은 남자가 젊은 애인을 물심양면 지원해주면서 곁에 잡아두려는 게 뭐가 그렇게 빛이 나느냐고 물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는 루실을 단 한 순간도 구속하지 않았다. 이 작품에서 오롯이 루실을 있는 그대로, 그녀의 장점도 장점 그대로 단점도 단점 그대로 보면서 알고 사랑해준 사람, 끝까지 그녀가 행복해지기만을 바라는 사람은 샤를이었다. 나는 샤를의 사랑에서 또 많은 것을 배운다. 내가 돈이 많다면 나의 애인에게 너는 일하지 않고 네가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살아, 라고 말하고 싶지만 나는 돈이 많지 않기 때문에 샤를이 루실에게 해주듯이 나의 연인에게 해줄 수가 없다. 누군가를 진정 사랑해본 사람이라면 이런 마음, 그러니까 그 사람의 온전한 행복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을 알 것이다. 샤를의 그 마음 만큼은 닮아보자고 내 마음에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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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10-04 12: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이 리뷰를 은오가.. 별로 안좋아합니다..

잠자냥 2023-10-04 15:29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카페에서 혼자 낄낄대고 웃었네 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10-04 12: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돈만 있으면 완전 샤를인데.... 잠자냥님의 모든걸 사랑함, 다른 남자랑 살아도 여전히 사랑함ㅜ

잠자냥 2023-10-04 15:29   좋아요 2 | URL
돈이 없는 샤를이 무슨 소용이요. ㅋㅋㅋㅋ

은오 2023-10-05 17:38   좋아요 1 | URL
아..........

새파랑 2023-10-04 12: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할수 있다면

일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ㅋ

다툼의 원인이 혹시 은오님?

잘 화해하셔서 다행입니다 저도 이 책 너무 좋았습니다. 제가 읽은 사강책 top3 안에 들듯합니다~!!

잠자냥 2023-10-04 15:31   좋아요 1 | URL
네?! 다툼의 원인에서 빵 터집니다. 그 사람은 알지도 못하는 은오 ㅋㅋㅋㅋㅋ

그쵸? 할 수만 있다면 일하고 싶지 않은 것은 모든 직딩들의 소망. 새파랑님이 별 다섯 주셨더라고요?! 저는 이 작품이 사강 작품 중엔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거리의화가 2023-10-04 13: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을 언제 어디에서 만나는지도 중요하지만 읽고 저마다 감상이 다른 것은 개인의 상황도 좌우를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나 문학은요^^
관계를 돌보고 유지하는 것은 양쪽이 모두 노력해야 하는 부분 같아요. 잠자냥님께 적절한 시기에 간 책이라 기억에 남을 책이 되실 것 같습니다.

잠자냥 2023-10-04 15:32   좋아요 2 | URL
네 문학은 진짜 상황에 따라서 다르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이 책을 지금 읽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건수하 2023-10-04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 때부터 일은 (나를 지키기 위해서) 해야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자는 루실이 이해가 안 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은 좀 알 것도 같습니다.

잠자냥 2023-10-04 15:58   좋아요 1 | URL
저도 루실처럼 한없이 기대고 싶은 건 아닌데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런 사람은 되어주고 싶더라고요.


샤를 저 남자는 심지어 앙투안하고 사이에 생긴 아이를 낙태하는 비용까지 줍니다….그것도 루실 몸 생각해서 제네바의 최고급 병원으로…. 헐 대인배인가.

책읽는나무 2023-10-04 15: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잠자냥 님의 삶에 반추된 사강의 이야기!^^
어떤 이에겐 별로였던 이야기도 어떤 이에겐 괜찮은 이야기로 다가오는 건 맞아요.
그 책이 독자의 때와 시기와 잘 맞아떨어질 때 읽힌다면 좋은 책으로 기억될 수 있겠죠.
제겐 어느 때 찾아올지?ㅋㅋㅋ

잠자냥 2023-10-04 15:37   좋아요 2 | URL
제가 아마 노동에 찌들었을 때 이 책을 읽었다면 다락방님하고 비슷한 감상을 남겼을지도 몰라요. ㅋㅋㅋㅋ 그러나 지금 저는 여전히 휴가 중. ㅋㅋㅋㅋㅋ

페넬로페 2023-10-04 17: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랑스식 사랑이 전 별로 맘에 들지 않아 이 소설 읽고 사강의 작품을 더 이상 읽지 않고 있어요.
사강의 소설말고
잠자냥님의 현실 사랑 얘기가 훨씬 좋은데요.
그 사람의 깊은 마음이 어떤건지도 궁금하구요. 절대 없을 퇴각의 신호, 와우~~

잠자냥 2023-10-04 19:44   좋아요 1 | URL
이 소설은 호불호가 좀 있을 거 같기는 합니다.
저는 그날 제 애인 말 듣고 좀 감동을 많이 했는데 그건 저만의 비밀로… ㅎㅎㅎ

2023-10-04 2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0-04 2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0-04 2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23-10-04 23: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제 우리집 첫째가 아 엄마 누가 나에게 매달 따박따박 돈 좀 넣어줬으면 좋겠어. 하길래
취직하면 회사에서 월급 따박따박 줘라고 했다가 짜증 듣고, 그럼 연금복권을 사라고 했다가 또 짜증 듣고....ㅠ.ㅠ

사강의 사랑은 저는 도통 공감이 잘 안가서......퇴각의 북소리가 들리지 않는 잠자냥님의 사랑을 응원합니다.
은오님은 안타깝지만 그래도 응원합니다. 계속 열심히 꾜셔보세요. 화이팅!!!

잠자냥 2023-10-04 23:16   좋아요 1 | URL
현실의 우리에겐 회사가 샤를인가요? ㅋㅋㅋㅋㅋㅋ
응원 감사합니다….. 아니 근데 은오도 응원? ㅋㅋㅋㅋㅋㅋ

희선 2023-10-05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슷해서 서로 끌리고 오래 갈지도 모르겠지만, 비슷해서 빨리 질리고 일찍 끝날지도 모르겠네요 서로 달라도 다르지 않겠습니다 그때 그때 다를 듯하네요

샤를은 정말 대단하네요 루실을 있는 그대로 좋아하고 루실이 바라는 걸 바라기도 하니... 누군가를 그렇게 좋아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세상에는 그런 사람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희선

잠자냥 2023-10-05 10:51   좋아요 0 | URL
네 샤를은 진짜 좀 대단한 것 같은데 현실에서도 존재할 수 있을까요? ㅎㅎ

유부만두 2023-10-05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샤를이 ‘매달린다‘고 쓴 사강도 (서른살에 이혼을 겪어서 나름 경험도 쌓았겠지만) 젊은 루실을 중심으로 리뷰를 써주신 잠자냥님도 젊은이 편이라 늙은 (예비, 어쩌면 안) 독자는 조금 서글퍼집니다. 부자 샤를이 이지경이면 돈 없는 만두는 어째야 하나 ...

잠자냥 2023-10-05 10:52   좋아요 0 | URL
저는 사실 여기서 가장 이해하기 어렵던 인물이 디안…. 돈도 많고 외모도 출중한 40대가 굳이 왜 앙투안을… ㅋㅋㅋ
 
베를린 함락 1945 걸작 논픽션 26
앤터니 비버 지음, 이두영 옮김, 권성욱 감수 / 글항아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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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책을 읽는가. 앎의 즐거움, 깨달음의 즐거움, 공감의 즐거움, 감동의 즐거움…. 나에게 읽기는 거의 언제나 즐거움이 동반된 행위이다. 그러나 어떤 읽기는 뜻밖의 고통을 선사하기도 한다. <베를린 함락 1945>를 읽는 내내 내 마음속에서는 전쟁이 일어난다. 이것이 인간의 얼굴인가, 이것이 인류의 얼굴인가. 이것이 결국 역사의 기록인가…. 일찍이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으나 더 정확히 표현해야 한다. “전쟁은 남자의 얼굴” 그것도 철저히 “남자의 얼굴”이라고. <베를린 함락 1945>에서는 히틀러와 나치 독일이 유대인과 온 인류를 향해 저지른 전쟁이 먼저 그려진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스탈린과 그의 소련, 그의 붉은 군대가 대 독일 전 승리, 파시즘으로부터의 해방을 외치며 여성에게 가한 끔찍한 또 다른 전쟁을 폭로한다. 히틀러와 스탈린, 나치 친위대와 붉은 군대는 철저히 남자의 얼굴이다. 그들은 허울 좋은 대의명분을 내세우며 전쟁을 일으키고 그 때문에 발생한 여러 극심한 피해에 ‘복수’를 부르짖으며 상대 국가의 여성들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자행한다. 그것은 대개 강간-성폭력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또 하나의 전쟁, 싸움을 한다. 저자 앤터니 비버는 왜 이런 관점을 택했을까. 의구심이 치솟는다. 제2차 세계대전을 다룬 책은 수없이 많다. 그 책들은 대개 히틀러와 나치 독일의 탄생, 광기, 그로 인한 유대인의 절멸, 세계사에서 씻을 수 없는 폭압적인 전쟁으로 인해 피폐해진 인간의 삶- 제노사이드, 기아, 질병을 증언한다. 그리고 그 미치광이에게 치욕적인 죽음을 선사하고, 파시즘의 종식을 가져온 연합군의 승리, 그 이후 뒤바뀐 세계의 모습, 그러니까 분쟁을 막기 위한 유엔 설립이라든가, 미-소 사이의 냉전,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탈식민지화 등을 서술한다. 그러한 일반적인 역사 서술에서 결국 ‘승리’는 좋은 것, 선한 것이었다. 그런데 앤터니 비버는 그 승리에 오점이 있다고 폭로한다. 소련-러시아 입장에서 보자면 수치 그 자체, 씻을 수 없는 불명예이다.

실제로 저자는 이 책 출간 즈음에 러시아 대사관으로부터 회유 또는 협박 비슷한 것이 있었음을 서문을 통해 밝힌다.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르겠으나 <베를린 함락 1945>는 러시아에서 금서가 되었다. 지금도 여전히 그들조차 인정하고 싶지 않은, 알면서도 외면하고 싶은, 양심에 걸리지만 영원히 덮어두고 싶은 치부를 낱낱이 까발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강간- 독일 여성을 향한 대규모의 강간이다. “복수를 위해서”라고 변명하기에는 어쩐지 민망하다, 이 책을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붉은 군대는 적국인 독일 여성뿐만이 아니라, 조국의 여성들-독일의 노예 노동에서 풀려난 우크라이나인, 러시아인, 벨라루스인 여성과 소녀들도 가리지 않고 강간했다. 베를린에 포로로 잡혀있던 유대 여성들도 붉은 군대의 강간을 피할 수 없었다. 붉은 군대는 수용소에서 유대인 소녀와 여자들이 나치에 의해 박해받았다는 사실을 모른 채 그들을 강간한다. 아니, 알면서도 했을 것이다. 베를린에 진격해 승리를 눈앞에 둔 그들에게 여성은 마땅히 취해야 할 전리품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에게 이토록 수치스러운 진실을 저자는 왜 굳이 폭로해야만 했을까? 히틀러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나치는 무너졌으며 일본에 원자폭탄이 떨어지긴 했지만 어쨌든 연합국과 소련의 공으로 추축국(樞軸國)은 추축(追逐)되었다. 그리고 세계는 상처투성이 승리 속에 평화를 얻었다. 그렇다면 이 승리에 침묵하고 동조하는 게 옳지 않을까. 굳이 왜 이 승리에 소금을 뿌리는 것일까, 저자의 저의는 무엇일까 의혹의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어진다. 2차 세계대전 및 베를린 함락, 독소 전쟁을 다룬 책은 많다. 더는 새로울 게 없는 이 분야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려면 새롭고 자극적인 내용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그 정보가 덜 알려졌을수록, 기존의 관점과 색다를수록, 그리고 자극적일수록 학계는 물론 대중의 시선을 끌기에 적합할 것이다. 이럴 때 파시즘에 맞서 싸워 승리에 기여한 국가가 자행했던 대규모의 집단 강간 사건 만큼 눈길을 끌기 좋은 것은 없으리라. 전시 포르노- 여성에게 가해진 대규모 강간 사건을 자극적으로 늘어놓음으로써 앤터비 비버 그 또한 전시 포르노에 가담하는 것은 아닐까. 아니야, 설마 역사학자가 그럴 리가. 전쟁이 인류에게 남기는 것은 결국 승리도 패배도 무의미한, 상처뿐인 영광이라는 것- 그 진실을 알리기 위한 어쩔 수 없는 폭로가 아닐까…. 나의 머릿속에서 맹렬한 싸움이 멈추지 않는다.

이런 싸움 끝에 내리는 나의 결론은 전쟁은 남자의 얼굴이라고, 그것도 인간이기를 포기한 남자의 얼굴이라는 것이다. 기번의 <로마제국쇠망사>나 헤로도토스의 <역사>처럼 아주 먼 시대를 다룬 역사책을 읽다가도 결국 참을 수 없어지는 지점은 그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전쟁은 남자(권력과 야망에 눈먼 소수의 권력자)가 일으키고, 그에 대다수 남자들이 동조하여 확산되지만 그 피해는 거의 대개가 여자와 아이들처럼 약한 사람들에게 가해진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스스로 판단할 능력도 없는데 전쟁에 동원된다. 히틀러 유겐트가 그러했고 붉은 군대의 십대 소년들이 그러했다. 그리고 여성들은 전쟁 초기에는 상대 국가의 복수의 대상이 되어 강간을 당하고(인종 확산 정책으로 강제로 임신을 당하기도 한다), 전쟁이 끝난 이후에는 합법적인 전리품으로 취급되어 또다시 강간 피해자가 된다. 이러한 인류의 역사에서 여성과 아이들에게 자발적으로 선택권이 주어진 적이 있는가?

독소전쟁 당시 많은 독일인이 동프로이센에 있던 모든 독일 여성은 붉은 군대 병사들에게 강간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집단 강간 이후 많은 여성들이 아이들을 죽이고 손목을 끊어 자살을 시도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러나 당시 참전용사들은 독일 영토를 공격하는 동안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인정하기를 거부한다. 소문은 인정하더라도 전쟁에서의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치부하고 만다. 오늘날 러시아 역사학자들도 진실을 마주하기를 꺼린다. 스탈린주의자들은 강간을 완곡어법으로 “비도적적 사건”이라고 칭한다. 그런데 이 무렵 동프로이센이나 베를린에서 일어난 강간 피해자 수는 9만 5000명에서 13만 명으로 추산된다. 한 의사는 베를린에서 강간당한 10여 만 명의 여자 중 1만 명 정도가 사망했으며 대부분 자살이라고 추론한다. 모두 200만 명의 독일 여성이 강간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독일 여성만이 피해자일까? 이러한 사태는 결국 근본적으로 소련에서 독일군이 저질렀던 범죄와 나치 정권의 끊임없는 선전선동 때문이다. 전쟁은 남자들이 일으켜 1차적으로는 땅에서 치러지고 2차적으로는 여성의 몸에서 자행된다.

저자는 붉은 군대가 유독 강간을 아무렇지 않게 자행한 이유로 몇 가지 이유를 분석한다. 기강 해이. 전체주의 군대 특유의 비인간적인 대우, 복잡한 국민성 등 소련 특유의 문제도 있었지만 군대 문화와 전쟁이라는 상황 자체가 인간을 야수로 만들어버릴 수 있음을 이 책은 증언한다. 앤터니 비버는 전쟁에서는 징벌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규율 빠진 병사들이 성적인 면에서 원시적인 남성으로 재빨리 되돌아갈 수 있으며 사회적이고 규율상의 제약이 없는 전쟁에서는 남성의 어두운 부분이 너무 쉽게 나타날 수 있음을 지적한다. 또한 집단 강간은 병사들 사이의 유대감을 형성하는 한 가지 방법이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붉은 군대는 ‘자신들이 유럽을 파시즘에서 해방시키는 도덕적 임무를 맡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에 대해 <삶과 운명>의 저자 바실리 그로스만은 “전체주의 체제의 극단적인 폭력은 모든 대륙에 걸쳐서 인간의 정신을 마비시킬 수 있음을 입증”(101쪽) 한다고 쓰기도 했다.

최근에 읽은 책들- <피에 젖은 땅>을 비롯해 <베를린 함락 1945>도 주류 역사에서는 쉽게 간과하는 사건을 크게 다룬다. <피에 젖은 땅>에서는 히틀러에 맞먹는 규모로 자행된 스탈린의 대량학살이 폭로되었다. 히틀러, 스탈린 두 남자의 광기 어린 야망과 탐욕으로 인해 살육당한 사람은 무려 1400만 명에 이르렀다. 거의가 여성, 어린이, 노인이었고 그 대부분은 굶어 죽었다. <베를린 함락 1945>는 스탈린의 붉은 군대가 자행한 대규모 강간 사건과 그로 인한 수백만 명의 피해자들을 역사 앞으로 호출한다. 과거의 역사책들이 연합국과 소련의 공으로 승리가 이루어졌고, 그래서 세계는 좋아졌다로 끝나는 데 그쳤다면 현재의 역사책들은 승리의 어두운 이면을 밝히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왜일까? 전쟁에서는 아무리 승리했다 하더라도, 그 어떤 것도 선(善)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음은 아닐까. 전쟁에서 도덕적인 임무란 존재할 수 없다. 인간에게 도덕적인 임무란 바로 전쟁을 하지 않는 것, 전쟁을 하지 않기로 선택하는 행위 그 자체임을 <베를린 함락 1945>는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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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3-09-26 16: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의 관점에서 이 책이 어떻게 보일까 궁금햇어요. 예상하긴 했습니다만!ㅎㅎ
이 책 읽으면서 바실리 그로스만이 계속 언급됐던 게 떠오르네요. 알렉시예비치 책도 계속 오버랩되었고요!
제목도 내용도 역시나 멋집니다! 잘 읽고 갑니다^^

잠자냥 2023-09-26 16:19   좋아요 2 | URL
저는 <삶과 운명> 번역되어 나오길 고대하고 있었는데요...
이 책 읽다 보니 초큼 식었어요. ㅠㅠ 약간 바실리 그로스만 그도 어쩔 수 없는 러시아 관점이구나 싶은 게 있어서...

단발머리 2023-09-26 16: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럴 때가 아니에요. 아랫집 불났어요.

잠자냥 2023-09-26 16:24   좋아요 2 | URL
불은 소방차들이 끄고 저는 제 갈길 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9-26 16:27   좋아요 1 | URL
엄한 사람들 맘에 불 질러 놓고 이렇게 여유로우시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잠자냥님 차가운 심장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9-26 16:28   좋아요 2 | URL
전 오늘도 퇴근하고 맥주 마시고 책 읽을 겁니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9-26 16:37   좋아요 0 | URL
잠자냥님은 연휴 시작일에 아래 글을 올리셨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너무 빨리 올리셨다는...

잠자냥 2023-09-26 16:59   좋아요 1 | URL
그것이 말입죠, 연휴 시작하면 집에서 음식해야 하고 집안일 해야 하는 분들이 눈에 아른 거려서 그랬습죠...
월루라도 하라고

건수하 2023-09-26 17:20   좋아요 2 | URL
월루조장 잠자냥

잠자냥 2023-09-26 17:32   좋아요 1 | URL
등록금 내고 도둑질당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09-26 22:52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그런 사람이 있나요? ㅋㅋㅋㅋㅋㅋ 안타깝군요 쯧쯧...

건수하 2023-09-26 16: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나온 것은 2003년이고, <피의 기록, 스탈린그라드 전투>는 2012년에 번역되었던데 이 책은 굳이 왜 지금 번역이 되었는가도 생각해볼만한 것 같습니다. 아주 단순하게 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진행 중이고 거기서도 많은 여성들이 희생되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스탈린그라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궁금한데 (사실 제가 읽고 싶지는 않고 누군가 읽고 후기를 써 주시면 그걸 읽고 싶은데), 그 책은 품절이네요.

리뷰대회 수상 기원!
(이라고 세 번째 달고 있음)

잠자냥 2023-09-26 17:03   좋아요 2 | URL
퀴즈 문제로도 괜찮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하 님이 기원한 세 사람이 모두 받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저의 큰그림은 1등하면 40만원을 퀴즈 대회에 참여한 여러분들에게 쏘는 것인데...
1등은 왠지 안 될 거 같음 ㅋㅋㅋㅋ (글항아리 대회에선 1등한 적 없음;;)

건수하 2023-09-26 17:23   좋아요 1 | URL
1등 기원합니다!!!!!

잠자냥 2023-09-26 17:27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 저도 여러분에게 40만원 뿌리고 싶습니다.

책읽는나무 2023-09-26 20:43   좋아요 2 | URL
1등 되게 해 주소서!
하루에 10번씩 기도하겠습니다.
40만 원이여!!!!!

독서괭 2023-09-26 17: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힘들어.. 문제 푸느라 힘들어서 이거 지금 못 읽어요 일하고 다음에 올게요!

잠자냥 2023-09-26 17:17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식음전폐 어제 그런 사람 하나 있더군요.

건수하 2023-09-26 17:25   좋아요 3 | URL
어리석은 사람 같으니….

독서괭 2023-10-03 09:08   좋아요 2 | URL
드디어 정신 차리고 읽었네요. 퀴즈대회 후유증 심각하다..
전쟁은 남자의 얼굴 ㅠㅠ 아니 파시즘에서 해방시키는 도덕적 임무를 맡았으면 암거나 해도 된다고 누가 그러냐 이눔들아!!! 읽기 넘 힘들 것 같지만 의미있는 고발이네요.

페넬로페 2023-09-26 17: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으며 저자가 생긱보다 많은 부분에서 집단강간에 대해 서술해서 좀 놀랐어요. 그의 의도를 생각해보기도 했는데 그냥 긍정쪽으로 보았습니다.
일본이 난징이나 여러 전선에서 했던 짓도 그렇고 대한민국의 군대라면 어떠했을지도 생각해 보았어요^^

잠자냥 2023-09-26 17:33   좋아요 1 | URL
그쵸 저자의 의도를 계속 생각하게 되고… 저자가 영국 군역사가이던데… 그렇다면 연합군 내의 성폭력도 있었는데 그에 대해선 침묵하는 건 아닐까 뭐 그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레삭매냐 2023-09-26 17: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바실리 그로스만에 대한 언급이 자주
되어 대작 <삶과 운명>이 생각이 났습니다.

속히 번역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고저.

대단히 수고하셨습니다.

잠자냥 2023-09-27 00:41   좋아요 0 | URL
삶과 운명은 읽어보고 싶긴해요! ㅎㅎ

미미 2023-09-26 18: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제목 장인👍저도 어제의 후유증으로 이만...🙄

잠자냥 2023-09-27 00:40   좋아요 1 | URL
제목은… 제가 생각해도 좀 잘 붙이는 거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 한때의 직업병?! ㅋㅋㅋㅋ

은하수 2023-09-26 18: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잠자냥 님..
분노가 여실히 느껴져요!
그래서 제가 역사책을 못읽어요.
마음을 다잡고 읽어야 하는군요.
전쟁의 남자들만의 얼굴.. 격하게 공감합니다

잠자냥 2023-09-27 00:40   좋아요 1 | URL
전쟁은 놈들의 장입니다. 여자에게 피해주지마…

은오 2023-09-26 22:5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언젠가 잠자냥님처럼 두꺼운 역사책도 후딱 읽고 고퀄 리뷰 올릴 수 있는 날이 올까요?.... 결혼도 하고.... 아 퀴즈푸느라 역사를 읽는 방법 이틀째 안읽었는데 ㅋㅋㅋ 그거부터 끝내라 나자신 ㅋㅋㅋㅋ

잠자냥 2023-09-27 00:39   좋아요 2 | URL
은오 님은 이번 퀴즈 대회 임하는 거 보니 이미 될성 부른 잎. 저는 그 나이에 연애하고 노느라 정신 없었어요. 제가 많이 배웠습니다. 진심 리스펙트.

은오 2023-09-27 22:00   좋아요 1 | URL
그건..... 전 잠자냥님이랑 연애하고 놀고싶은데 잠자냥님이 안받아줘서........

잠자냥 2023-09-27 22:11   좋아요 1 | URL
아 이거 어제 내가 술 많이 마시고 단 댓글이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09-27 22:13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처음부터 너를 사랑해왔다고~~~ 이렇게 널 사랑해~~~

독서괭 2023-10-03 09:09   좋아요 0 | URL
잠자냥님 술마시면 진담하는 타입??

잠자냥 2023-10-03 10:04   좋아요 0 | URL
아니 농담 ㅋㅋㅋㅋ

다락방 2023-09-27 14: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쟁 아닐 때에도 강간하고 전쟁일 때에도 강간하고 노인도 강간하고 아이도 강간하고..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요?

잠자냥 2023-09-27 15:39   좋아요 2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인간으로 태어나 자기 성욕조차 이성으로 다스릴 수 없다는 게 진짜 신기합니다.
 
블랙박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23
아모스 오즈 지음, 윤성덕 외 옮김 / 민음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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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지독히도 사랑했으나 헤어진 지 오래된 연인의 소식을 듣거나 다시 연락이 오가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을까?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헤어지고 난 후에도 이런저런 사건이 일어난다. 나는 그러기를 선택하지 않는 사람이고, 혹시라도 어쩌다 헤어진 이의 소식을 듣게 되면 불쾌한 기분이 들어서 굳이 알고 싶지도 그걸 알려주는 사람까지도 멀리하고 싶어지는 쪽이다(소식을 알려주는 사람은 대체 무슨 심보인가 싶어진다). 모든 헤어짐에는 이유가 있으므로, 헤어지고 나서 엑스의 소식을 궁금해 한다거나 심지어 스토커처럼 엑스의 흔적을 쫓아다닌다거나 하는 행동을 꽤 경멸한다. 그 에너지를 제발 다른 데 써....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블랙박스>의 일라나와 알렉스는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인물들이다. 이 작품을 읽는 내내 이 두 주인공을 도무지 영, 좋아할 수가 없어서 좀 힘들었는데(소설의 주인공은 어느 한 면이든 좋아하거나 사랑할 만한 구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그들에게 끝끝내 정이 가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그 둘이 헤어지고 나서도 편지와 전보 등으로 계속 서로 갈구며 이죽거리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에게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그래야 아모스 오즈가 소설을 계속 쓰지....는 농담이고). 이 두 사람은 한때 부부. 그리고 그들 사이에는 ‘보아즈’라는, 십 대 질풍노도 아노미 중2병의 시기에 딱 걸린 아들이 있다. 이 아들이 최근 부쩍 이런저런 문제를 일으키다 급기야 폭행 사건으로 구금되었고, 보석금이 필요했기에 일라나는 전남편인 알렉스에게 아들 문제로 이혼한 지 7년 만에 편지를 보낸 것이다.

헤어진 부부이지만 자식이 있고, 그 자녀 양육 문제로 소식을 주고받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래서 그래, 어쩔 수 없겠구나 하고 이 두 사람의 관계를 인정하고(니가 인정 안 하면 어쩔 건데...) 넘어갔다. 아니, 그런데 편지와 전보가 오갈수록 이 부부와 그들의 아들 보아즈, 이 집안 정말 막장이 아닌가 싶어지는 순간이 종종 있어서 스트레스로 현타가 밀려온다. 일단 보아즈는 부모에게 얼마나 극심한 증오가 있는지 엄마를 창녀라고 부른다. 게다가 아비는 개라고 부르며, 엄마가 새로 결혼한 남자는 ‘작은 기둥서방‘이라고 부른다. 이 시점에서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질풍노도 아노미 중2병의 시기라고는 하지만 지 엄마 보고 창녀라니......(나는 남자 작가가 쓴 작품에서 남자 인물들이 여자에게 아무렇지 않게 창녀 운운할 때 딥빡이 오면서 짜증이 치밀어 오르는데 이 지점에서 일단 깊은 한숨.... 아모스 오즈여....)

그렇지만 이 또한 아들이 뭔가 부모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가 있는가보다 하고 가까스로 넘어갔다. 그런데 아들의 보석금을 선뜻 내주면서 답장을 해온 알렉스, 그러니까 일라나의 전남편의 편지는 너무나 싸늘하기 짝이 없다. 이 남자도 거의 엑스 와이프를 창녀 취급한다(다시 깊은 한숨). 그러면서 이 아들, 보아즈라는 애도 자기 자식 취급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돈을 턱하니 보내주는 것을 보면 참 이상한 놈이군 싶다. 갑부야? 돈이 남아 돌아? 싶은데 알고 보니 진짜 갑부였다. 그는 일라나나 보아즈처럼 이스라엘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현재는 미국의 한 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광신도 연구로 명성을 쌓은 정치사회학자로, 세계적으로 유명하신 권위와 지위의 소유자였던 것이다.

보석금 문제가 해결되었으니 서로 연락을 그만 해도 될 것 같은데, 이 두 사람은 계속 편지로 말싸움 배틀을 벌이고, 거기다가 설상가상으로 일라나의 현 남편, 그러니까 보아즈란 녀석이 ‘작은 기둥서방’이라고 부르는 미쉘까지 합세해서 편지와 전보를 알렉스에게 보내기 시작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알렉스의 재산을 관리하는 변호사 작하임까지 여기에 가세해 이 네 인물의 편지와 전보, 나중에는 보아즈까지 다섯 인물의 편지와 전보가 <블랙박스>의 커다란 줄기를 이룬다.

블랙박스(Black Box)는 항공기의 비행 기록 장치로 주로 비행기 추락 사고가 일어난 후,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 중요한 단서로 쓰인다. 일라나와 알렉스에게는 이혼한 지 7년이 지난 후 다시 주고받는 이 편지와 전보들, 그리고 주변 인물들의 편지와 전보가 그들 관계의 추락을 밝히는 주요한 단서로 작용한다. 처음에 이 두 부부는 이 지경인데도 왜 계속 편지를 주고받는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서로 경멸과 조롱을 퍼붓는다(예 전남편과 현 남편의 잠자리 기술 비교-_-). 알렉스의 증언에 따르자면 일라나는 결혼하고도 많은 남자와 외도를 벌인, 헤어져 마땅한 사람이다. 그러나 일라나의 관점에서 알렉스는 권위적이고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인간일 뿐이다. 일라나가 보기에 그가 지금까지 한 일이라고는 ‘그 반쯤 졸린 듯한 권위적인 태도로 마법을 걸고 차가운 공포를 심어 주기. 역사 속에서 광신자들을 골라내기. 광야에서 탱크 서른 대를 몰고 가며 아랍인들을 깔아뭉개기. 여자와 아이를 냉혹하게 때려눕혀 없애기,’(75쪽) 등이다. 그는 단 한번도 ‘어떤 남자나 여자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를 짓게 해 본 적’ 없으며 ‘누군가의 눈에서 눈물을 닦아 준 적’은 더욱 없는 인물이다. 오직 수표와 전화뿐인 그런 인간.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어떻게 만나서 사랑에 빠졌을까? 오가는 편지 속에서 그 사연도 밝혀진다. 이 작품에는 다양한 유대인들이 등장한다. 일라나는 폴란드 출신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가 가난한 교사였기 때문에 팔레스타인로 이주해 허름한 집에서 살았다. 부모를 모두 잃은 후로는 보육 기관에서 자라 군대에 입대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알렉스를 만나 것이다. 알렉스는 일라나의 권위적인 상관으로 여성 혐오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내가 보기에는 도무지 매력이라고는 1도 없는) 쓰레기 같은 인물인데 일라나는 이런 남자에게 반해버려서 알렉스의 표현에 따르자면 그를 ‘겁탈’하고 결혼한다. 일라나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저 지적인 세계에 몸담고 살면서 명성과 출세와 정복과 권력을 추구하던, 그러므로 그런 삶에 여자는 방해가 되므로 결혼 따위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알렉스는 그만 일라나와 결혼을 해버린 것이다. 여기서부터 그들은 어긋났던 것일까. 아니면 다른 지점에서 어긋난 것일까. 그 추락의 원인을 찾아보는 것이 <블랙박스>의 흥미로운 요소 중 하나이다.

한편 아모스 오즈는 이 부부를 중심으로 오늘날 이스라엘을 구성하는 여러 계층의 유대인들을 보여줌으로써 이스라엘의 과거 및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그려 본다. 일라나와 알렉스는 군대에서 만났고(이 또한 이스라엘의 특수한 상황이다), 한때 부부로서 비슷한 지위와 권력을 누리고 살았으나 이혼 후 경제적 계급적 지위가 크게 달라진다. 거기에는 일라나가 두 번째로 선택한 남편 미쉘의 영향도 크다. 미쉘은 알렉스와는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다. 알제리 출신의 유대인으로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이스라엘로 이주했으나 삶은 그리 녹록지 않다. 세계적 석학으로 불리며 명성과 부를 거머쥔 알렉스에 비해 그는 정규 교육도 마치지 못해 비정규직프랑스어 교사로 근근이 먹고살아간다. 게다가 자기의 언어를 갖지 못해 늘 토라와 전통에 빗댄 말을 읊을 뿐이다. 고등교육을 받은 뒤 미국이나 유럽에서 부유하게 살아가고 있는 알렉스나 작하임과 크게 다른 삶이다. 그럼에도 그는 그 알량한 월급에서 매달 4분의 1을 민족주의 종교 단체에 기부하고 있는 극우 시온주의자이다. 작하임은 냉소적으로 이 단체를 이렇게 평가한다.“온전한 이스라엘 영토 회복 운동보다 손가락 세 개 정도 더 오른편에 서 있는 우파 단체”(41쪽)라고. 작하임은 또한 그런 미쉘을 일컬어 광신도, 조용하고 예의 바르지만 무자비한 자들이라고 말한다. 광신도 연구로 명성을 쌓은 알렉스와 그 연구 대상이 될 법한 광신도 미쉘. 이스라엘을 벗어난 부유한 유대인들은 이스라엘에서 여전히 온갖 현실적 문제에 부딪히며 살아가는 대다수 유대인들을 냉소적으로 바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가난한 유대인은 유대 땅을 온전히 되찾기 위해 기부금을 모으는 데 혈안이 되어 자기 와이프의 전남편에게까지 손을 벌리는 일조차 마다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들 사이에는 보아즈라는, 다음 세대의 유대인이 있다. 보아즈는 망나니나 다름없던 처음의 모습에서 서서히 벗어나 자기 나름의 인생을 살아가는 법을 찾아간다. 아모스 오즈가 가장 희망을 걸고, 이스라엘의 다음을 생각하면서 그려낸 인물이 보아즈가 아닌가 싶다. 그 보아즈는 부모 세대에게 이렇게 말한다. “엄마는 눈도 없어?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안 보여? 이 전쟁들이랑 온갖 쓰레기 같은 짓거리들이? 인생을 즐기는 대신 맨날 치고받고 싸우고 죽이는 짓거리가? 가슴을 쥐어뜯으면서 총을 쏘고 폭탄을 묻어. 난 이 상황에 반대해. 사실을 알고 싶다면 난 시온주의자에 가까워. (....) 시온주의자. 나는 사람들이 다 잘됐으면 좋겠어.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각자 나라를 위해서 뭐든 했으면 좋겠어. 아무리 하찮고 사소한 일이라도, 하루에 삼십 분이라도, 그래서 자기들도 보람을 좀 느끼고 또 아직 사람들이 자기를 필요로 한다는 것도 깨닫고 말야.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금세 문제가 생기기 시작할 테니까. 엄마와 엄마의 남편들을 봐. 당신들 세 사람은 사는 게 뭔지 전혀 몰라. 진짜 뭔가는 하지 않고 계속 헛된 바람만 쫓아다니고 있어. 그 성자 아저씨와 점령 지역에 있는 그의 친구들도 마찬가지야. 그들은 그냥 인생을 사는 대신 토라에 따라 살고 정치적 목적에 따라 살고 말과 논쟁에 따라 살지.”(244쪽)

그러니까 보아즈는 ‘모든 사람이 각자 자기 인생을 살도록’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지 않은 한 이스라엘은 ‘독실한 종교인도 아니고 우리나라가 항상 아랍인들을 이겨야 한다거나 그들의 땅을 빼앗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나 같은 사람을 위한 장소는 전혀 아니’라고. 그러므로 우리는 그들을 놔두고 그들은 우리를 놔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실제 자기 삶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들을 선택해 행동으로 옮긴다. 그런데 잠깐 여기서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망나니 아들 보아즈마저 이렇게 변하는데, 그리고 자기 생각을 온전하게 갖추게 되는데, 게다가 전남편 알렉스나 현 남편 미쉘이나 다 자기만의 생각과 사상을 확고하게 지니고서 그에 따라 살아가는데 일라나 당신은 대체 뭐야? 싶어지는 것이다. 그녀는 열정적으로 사랑하고 그 사랑 때문에 상처받고 그 사랑 때문에 자기를 망가뜨리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사랑으로 자식을 낳고 자식의 삶을 지켜보기도 하지만.... 그렇지만 그래서? 전남편과 현 남편 사이를 오가는 여자, 전남편에게 받은 상처도 다른 남자들의 품에 안김으로써 해결해 보려던 여자. 사랑과 열정과 돌봄의 화신이지만 끝끝내 거기서 멈추고 마는 여자. 게다가 보아즈가 만난 여자 친구들도 일라나와 별반 다르지 않다. 보아즈가 아는 것을 가르쳐 주고, 그러다 잠깐씩 섹스를 즐기는 대상일 뿐인 여자들… 아모스 오즈의 작품에서 늘 아쉽고 답답한 지점이 아닐 수 없다. 그도 결국 이스라엘 남자인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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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3-09-07 15: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아모스 오즈도 그냥 남자일 뿐인 것이죠! 그래서 제가 이 사람의 책을 끝까지 못읽는다구요.

잠자냥 2023-09-07 16:12   좋아요 1 | URL
언제나 마지막에 늘 씁쓸한... ㅎㅎㅎ 이스라엘도 ㅈㄴ 보수적이구나 싶어집니다. (욕 자체 검열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9-07 16: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거 있잖아요. ‘한나‘ 나오고 ‘나는 잊지 않는다‘ 나오는 그 소설요. 지금 제목이 생각 안나는데, 오래전에 읽었던 그 소설이 참 좋았었어요.
(검색 후) <나의 미카엘> 이네요.

잠자냥 2023-09-07 16:1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 전 그거 지루하게 읽었던 기억이.. 별 셋 줬더라고요? 그거보다는 이게 재미있었으나... 또 그만큼 스트레스도 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9-07 16:35   좋아요 1 | URL
부장님, 근데 한나라고 하니까 한나네김 생각나요. 부장님 댓글은 왜 다 먹는 거 생각나죠?
한나네김 먹어봤어요? 이거 진짜 맛난데........

다락방 2023-09-07 17:53   좋아요 1 | URL
한나네김 이라고요? 검색하러 갑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09-07 16: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우... 역시 오블로모프가 더 재밌을거같군요 ㅋ 땡투했습니다!!!!! 뽀뽀와함께🤭

은오 2023-09-07 16:16   좋아요 0 | URL
아 에세이즘도 했어요! ㅋㅋㅋ

잠자냥 2023-09-07 16:17   좋아요 1 | URL
오블로모프 읽으면 좋은 일이(?) 생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이 작품보다는 오블로모프가 23배는 좋아요.

은오 2023-09-07 16:48   좋아요 0 | URL
???? 아 이건 나중에... 하신게 그 좋은일인가요? 모지 넘 궁금햌ㅋㅋㅋㅋ받으면 빨리 읽어볼게요 2권다샀습니다 ㅋㅋㅋ

다락방 2023-09-07 17:54   좋아요 1 | URL
뽀뽀와함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09-07 16: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근데 잠자냥님과 저는 헤어지지도 않았는데 왜 연락할수없죠.. 이렇게나 사랑하는데......

잠자냥 2023-09-07 16:18   좋아요 3 | URL
오늘은 수업이 일찍 끝났네.... 아니면 교수가 덜 착취한 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09-07 16:50   좋아요 3 | URL
잠자냥님의 애정고백 무시하고 동문서답하시기 기술은 갈수록 늘어나는군요.. 그래 댓글에 댓글이라도 달아주시는게 어디^^..
저는 지금 누워있습니다 ㅋ 부럽죠?! 아직 퇴근 안하신 잠자냥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9-07 16:55   좋아요 3 | URL
누울 수 없다면 실외다........-_-
거의 누운 자세이긴 합니다......(내 허리)

건수하 2023-09-07 17:56   좋아요 3 | URL
아 이 사람들 어쩜 이렇게 알콩달콩..

독서괭 2023-09-07 18:45   좋아요 3 | URL
뭐야!! 수하님 아예 닉넴을 바꾸신 거예요??ㅋㅋㅋㅋ 전 저도 건조수하라고 하면서도 혹시 기분 나쁘시면 어쩌나 살짝 걱정했는데 마음에 드셨던 모양입니다 ㅎㅎㅎ

건수하 2023-09-07 19:31   좋아요 2 | URL
네 이런 컨셉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 ㅎㅎㅎ

책읽는나무 2023-09-07 20:50   좋아요 3 | URL
ㅋㅋㅋ
건조수하 님!!
닉넴을 바꾸신 그 마음은 전혀 건조하시지 않으십니다.ㅋㅋ

햇살과함께 2023-09-07 22:48   좋아요 4 | URL
수하님 ㅎㅎㅎ 건조수하 잘 어울려요!

건수하 2023-09-08 10:47   좋아요 5 | URL
은오님 댓글에 제가 테러를 ㅋㅋㅋㅋ

여러분 감사합니다 건조한 가을이 지나면 다시 원래 이름으로 돌아갈게요~

독서괭 2023-09-07 18: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멋진 리뷰!!! 하지만 이 책 읽고 싶지는 않네요 ㅋㅋㅋ 판매에는 실패닷 ㅋㅋ 전형적으로 남자들에게 휘둘리기만 하는 대상으로 설정된 여성인가 봅니다 ㅠㅠ 이스라엘 내부 이야기는 흥미로워 보이지만.. 속터질 것 같네유 ㅎㅎ

잠자냥 2023-09-07 22:15   좋아요 1 | URL
휘둘린다는 건 또 저만의 느낌일 수도… 사랑밖에 난 몰라… 이게 좀 저랑 안 맞아서…. -.-

책읽는나무 2023-09-07 2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 대충 읽으면서 헐...이런 내용이었어? 이렇게 되어가지구선 이 책 안 읽어도 되겠어!란 결론을 내버렸네요?
울 자냥 님 계속 민음사에게 미움 받으시면 안되는데....ㅜㅜ
근데 리뷰는 왜 이렇게 잘 쓴단 말입니까?ㅋㅋ

잠자냥 2023-09-07 22:14   좋아요 2 | URL
ㅋㅋㅋ 민음사가 이 책 100자평엔 좋아요 누르고 갔던데….. 이 리뷰 보고 취소하나요?! 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09-07 22:33   좋아요 1 | URL
ㅋㅋㅋ 미리 눌렀음 된 거 아닐까요?^^
근데 민음사에게도 좋아요! 받는 사람??!!!!
제가 자냥 님의 친구인 것이 자랑스럽군요.
딱 붙어있어야겠어요. 콩고물이라도 떨어지면 얼른...ㅋㅋㅋ

은오 2023-09-08 18:24   좋아요 1 | URL
민음사.... 잠자냥님은 내꺼다

잠자냥 2023-09-09 12:12   좋아요 1 | URL
미쳐…. 민음사가 가지랍니다.
 
빌러비드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6
토니 모리슨 지음, 최인자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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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사두었는데 이제야 읽었다. <빌러비드 Beloved>는 토니 모리슨의 대표작이기도 하고 이런저런 책에서 많이 언급되기에 꼭 읽어야 할 것 같았으나 두려움이 앞섰다. 이 책의 소재가 된 실제 사건이 충격적이라서 이걸 내가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망설여졌던 것이다. 이른바 ‘마거릿 가너 사건’- 1856년 흑인 노예 여성이 스스로 자신의 두 살배기 딸을 살해한 사건이 <빌러비드>의 중심 소재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마거릿 가너가 흑인 노예였고 여성이었다는 점, 그리고 그녀가 살해한 자식의 성별이 딸이라는 점에서 여러 가지를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노예였으므로 노동력 착취는 기본이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일상적으로 성 착취의 대상이었을 테고 그런 자신의 삶을 딸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았구나,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어떻게 제 손으로 자식을 죽일 수 있을까, 그것은 옳지 않다고, 부당하다고, 어머니로서 자격이 없다고 미치광이 살인마나 다름없다고 그녀를 향해 손가락질하는 이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오늘날에도 부모가 자신의 삶이 힘들어졌다고 자식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종종 있다. 그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나는 분개한다. 자기들 마음대로 싸질러놓고 또 자기들 멋대로 목숨마저 가져가버리는 부모라는 이름 아래 자행되는 폭력. 그 폭력에 진저리를 친다. 자식이 부모의 물건인가? 제 소유인가 싶어져서 그 어린 생명을 멋대로 가져가버린 부모라는 이들에게 분노하게 된다.

이런 나의 기준으로 마거릿 가너- 그녀의 행위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삶이 너무나 고통스러웠기에 딸에게도 똑같은 삶을 대물림 해 주고 싶지 않았을 엄마로서의 선택. 그렇지만 엄마의 손에 잔혹하게 살해당한 어린아이의 목숨이 가엾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그 딸이 만일 그 시절 미국의 어느 주(州)- 노예제도가 아주 견고한 지역에 태어나서 마거릿 가너와 다를 바 없는 전철을 밟는다고 생각하면, 그 목숨은 과연 이 세상에서 부지해나갈 이유가 있을까. 나는 잘 모르겠다. 그렇다 할지라도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닌데…. 하지만 마거릿 가너는 당시만 하더라도 인간이 아닌, ‘물건’으로 취급받지 않았던가. 그녀의 백인 주인은, 자신의 소유물이 또 다른 물건을 파괴함으로써 재산에 손해를 끼쳤다고 극노했을까…. 이런 고민을 하면서 <빌러비드>를 펼쳤다.

처음에는 내가 잘못 알고 있었나 의아했다. 흑인 여성 ‘베이비 석스’를 비롯해 ‘세서’, ‘덴버’ 등 여러 여성 인물이 등장하지만 그들이 삶은 자못 평화로워 보여서 토니 모리슨 작품 중에서  아이를 살해한 노예 여성이 등장하는 작품이 <빌러비드>가 아닌가? 다른 작품인데 내가 착각했나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했다. 그랬다. 작품 초반 중년의 세서는 하나뿐인 딸 덴버와 살아가고 있다. 한때는 시어머니인 베이비 석스가 그들과 함께 살았는데 몇 해 전 세상을 떠나고 이제는 단 둘이 남은 모녀. 그런데 그들은 노예 신분이 아니다. 베이비 석스 또한 자유인 신분으로 세상을 떠났다. 세서의 남편이자 베이비 석스의 아들인 헬리가 열심히 일해 번 돈으로 어머니를 노예 신분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렇다면 이 아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리고 분명 헬리가 돈으로 자유를 사준 사람은 베이비 석스 뿐인데, 세서와 덴버는 어떻게 이 외따로 떨어진 곳에서 오가는 이웃들도 없이 단둘이, 그렇지만 자유롭게 살고 있는 것일까. 아니, 그런데 아기 유령이 나타난다는 말은 또 뭔가. 아리송할 때 그들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난다. ‘폴 디’라는 이름의 이 남자는 세서가 오래전 그 이름도 참 얄궂기 짝이 없는 ‘스위트홈’라는 곳에서 노예 생활을 하던 때 알고 지내던 사람이다. 지금은 행방불명이 된 남편 헬리와도 가까웠던 그, 그러니까 그들 모두가 그 시절 노예 생활을 하며 고충을 나누던 사이였던 것이다. 폴 디의 등장과 함께 세서의 과거도 조금씩 드러난다.

그러니까 이 작품에서 ‘세서’는 실존 인물이었던 마거릿 가너의 문학적 현신이다. 그렇다면 덴버가 세서의 손에 언젠가는 죽임당할 가여운 딸인가 싶은데, 그러기에 덴버는 이미 십대의 나이를 넘어선 소녀이다. 실제 사건과는 무언가 아귀가 맞지 않는다. 이때 불현듯 작품 초반에 세서와 덴버가 사는 집에 아기 유령이 같이 살다시피 하고 있다는 설정이 떠오른다. 게다가 이 세 사람, 세서, 덴버, 폴 디 앞에 갑자기 나타나는 한 처녀. 그녀의 이름은 빌러비드- 이 작품은 이렇게 유령이 등장하거나 초자연적인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럼에도 허황되게 느껴지지 않는다. 도리어 어떤 면에서는 스위트홈 시절, 친절한 얼굴의 백인 주인 가너 씨가 세상을 떠나고 다른 백인들이 등장하면서 망가져가는(그러나 실은 본디의 모습대로 돌아간) 스위트홈에서 일어나는, 노예를 향한 억압과 착취가 더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어떻게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이게 단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저런 짓을 벌일 수 있는가. 이것이 도리어 꿈이라면, 악몽이라면, 현실이 아니었으면 싶어진다.


“당신의 사랑은 너무 짙어.” 이렇게 말하며 그는 생각했다.
“너무 짙다고?” “사랑이 그런 거야. 그렇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지. 옅은 사랑은 사랑이 아니야.”
“그래. 그렇지만 아무 소용없었잖아, 안 그래? 무슨 소용이 있었어?” 폴 디가 물었다. (272쪽)


세서는 폴 디가 보기에 위험했다. 정말 위험했다. 사랑이 너무 짙어서. 한때 노예였던 여자가 뭔가를 저토록 사랑한다는 것은 위험하다. 특히 사랑하는 대상이 자식이라면 더욱더 그렇다. 조금만 사랑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만 사람들이 ‘그 대상의 허리를 부러뜨리거나 포대에 처넣는다 해도, 그다음을 위한 사랑이 조금은 남아 있을 테니까’(82쪽). 그런데 세서의 사랑은 너무 깊었다. 그 짙은 사랑 때문에 아이를 살해한다. 사랑이 덜했다면, 사랑이 없었다면 아이를 죽이지 않았을까. 이 무렵의 많은 노예 여성들이 아이를 낳았을 것이다. 백인 주인이나 백인에게 강간당해 낳은 자식도 많았을 것이다. 하나의 인격이 아닌 동물, 짐승, 재산으로 취급되었기에 자식을 많이 낳아서 주인의 재산을 불려주는 여성 노예는 환영 받았을 것이다. 세서는  착한 얼굴을 한 백인 주인을 만난 덕택에 헬리와 결혼할 수도 있었고, 너무나 운이 좋아서 그 남자의 아이만 낳을 수 있었다. 그건 정말 엄청난 행운이다. 세서의 시어머니인 베이비 석스만 하더라도 자식이 여덟인데 아이 아버지가 여섯이나 되지 않는가. 게다가 그 여덟 명의 자식 중 누구하나 그 곁에 남아 있지 않다. 넷은 빼앗기고, 넷은 달아나버렸다. 물건이기에, 재산이기에 짐승이나 마찬가지로 취급당하면서 늘 애비가 다른 자식들을 낳을 수밖에 없는 노예 여성.

한편 폴 디 같은 흑인 남자는 백인 주인이 남성성을 인정해줄 때만 남자가 된다. 스위트홈의 좋은 얼굴을 한 백인 주인 가너 씨는 자기 농장의 흑인 남자 노예들에게 ‘너희들은 남자’라며 남성성을 북돋는다. 그런데 헬리를 제외하고는 그들의 이름은 대게 폴 에이, 폴 디, 폴 에프이다. ABCDEFGHIJK…. 그 농장의 흑인 남성들 이름은 아마도 이렇게 이어지리라. 물건은 아닐뿐더러 짐승도 아니지만 인간이라고 하기에는 어쩐지 계면쩍은 것인가? 선량한 얼굴의 백인 주인 가너는 그의 노예들에게 이런 이름을 붙여준다. 그는 피부 빛깔이 허옇긴 하지만 괜찮은 흰둥이일까? 글쎄 나는 잘 모르겠다. 그가 자신의 노예들의 남성성을 북돋아준 것도 결국 자기가 지닌 노예들의 상품가치를 높이기 위함은 아니었을까. 게다가 그렇게 키워준 남성성이란 대체 무엇인가. 폴 디의 경우만 보더라도 모순덩어리이다. 세서의 비밀을 알고 난 후, 그가 취하는 행동은 비겁하다. 그가 이제껏 주변에 뿌려온 다정하고 선한 그런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지 않은가. 그는 정작 세서가 필요할 때 자신의 괴로움과 고통에 집중하느라, 술이나 퍼마시며 자기연민에 빠질 뿐이다. 물론 이것이 대다수 남성의 모습일 것이다. 토니 모리슨은 같은 억압을 받고 같은 차별을 받으면서도 또 그 안에서 한 번 더 여성을 단죄하거나 멋대로 판단하는 남성의 모습도 놓치지 않는다.

폴 디와의 관계를 지켜보노라면 제 손으로 딸의 목숨을 끊어버린 세서의 선택을 단순히 ‘모성’이라는 이름만으로 해석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녀가 그토록 모성이 절절한 여인이었다면 아이를 낳자고 부탁한 폴 디의 제안에 오만가지 생각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또 다시 아이를 가진다는 것이 두렵다. ‘그때처럼 아이를 돌볼 수 있을 만큼 착해지고, 기민해지고, 강해져야만 한다’는 생각, 또다시 ‘그만큼 더 오랫동안 살아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절로 진저리를 친다. 사랑하는 남자가 아이를 갖자고 하는데, 그녀는 ‘오, 하느님, 저를 구원하소서’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세서는 말한다. 모성애란 사람을 죽이는 것이라고. 그리고 스스로 묻는다. ‘뭣 때문에 그는 그녀가 임신하길 원할까? 그녀를 떠나지 않으려고? 자기가 이 길을 지났다는 표시로? 그는 아마 사방에 애가 있을 것이다. 십팔 년 동안이나 떠돌아다녔으니, 틀림없이 몇 명은 싸질러놓았겠지.’(220쪽)

세서는 여성 노예로서 이중으로 착취당했다. 노예로서 쉴 틈 없이 일했고, 자신의 몸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기는커녕 백인 놈들에게 여러 차례 강간당한다. 매를 맞고 학대당하고, 그러고도 일을 해야 했다. 남편이 사라지고 그나마 사람처럼 대우해주던 주인도 사라진 지금, 그녀가 시어머니처럼 아버지가 저마다 다른 아이를 낳을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녀는 노예이므로 쾌락도 느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렇게 세상에 나온 아이들은 팔려가거나 도망가거나 그러다가 죽임당할 것이다. 그 아이들의 앞날을 알기에, 세서는 결심한 것이다. 이제는 아무도 자신의 아기들을 ‘공책에 적거나 줄자로 잴 수’ 없도록 ‘애국자들이 흑인 학교에 불을 질러 부글부글 달구어진 여학생들 가운데 내 딸이 있는지, 백인 무리가 내 딸의 은밀한 곳을 침범하고 허벅지를 더럽힌 후 마차 밖으로 내던지지는 않았는지’ 괴로워하지 않도록, 자기 자신은 도살장 마당에서 몸을 팔지언정, 딸에게는 결코 그런 삶을 물려주지 않도록, 그리고 이 세상 어느 누구도, ‘딸의 특징을 공책의 동물적인 특징 목록’(409쪽)에 적는 일이 더는 없도록 그녀는 그렇게 단행한 것이다. 이것을 단지 모성이라고만 부를 수 있을까. 한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갖추고 살아갈 수 없다면, 그리하여 다른 인간도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면 그가 그런 길을 걸어가지 않도록 돕는 것, 그것이야말로 어쩌면 더 짙은 사랑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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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3-08-28 17:1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세서가 저지른 일이 너무..너무.. 이해가 되더라고요ㅠㅠ 정말 죽을 힘을 다해 임신한 몸을 이끌고 탈출해서 간신히 자유의 몸이 되었는데, 도망길에 배 위에서 태어난 내 딸이 다시 끌려가 내가 당한 짓, 혹은 그보다 더한 짓을 당할 것이 뻔히 보인다?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요ㅠㅠ
백인들 진짜 백만번 사죄해도 마땅한 놈들이 아직도 깜둥이라며 차별하고 있으니.. 어휴.
그러고보니 이 책 너무 좋아서 더 읽으려고 토니모리슨 세권이나 사놓고 한권도 더 못 읽었다는요 ㅋㅋ

잠자냥 2023-08-28 17:22   좋아요 3 | URL
아이가 살면서 강간이 디폴트라고 생각한다면 저라도…..

덴버의 앞날도 딱히 밝지만은 않아보여 힘드네요. ㅠㅠ

근데 뭐뭐 샀어요?!

독서괭 2023-08-28 17:34   좋아요 2 | URL
재즈, 술라, 보이지않는잉크요 ㅋㅋㅋ

잠자냥 2023-08-28 17:44   좋아요 3 | URL
좋은 건 다 사둔괭 ㅋㅋㅋㅋ

미미 2023-08-28 17: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읽다 말았는데 꼭 완독해봐야할 작품이네요.
요즘 아동살해와 당시의 상황은 분명 다를 거란 생각이 들어요.에휴..ㅠㅠ

잠자냥 2023-08-28 17:32   좋아요 2 | URL
완독 고고! <여전히 미쳐 있는> 읽기 전에 읽으세요!

유부만두 2023-08-28 17: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모리슨 읽기 시작하신김에 “솔로몬의 노래”도 추천합니다. 자냥님의 멋진 리뷰가 읽고 싶어요.

잠자냥 2023-08-28 17:31   좋아요 2 | URL
네 이거 꺼내 읽다 보니 언제 사둔 건지 ㅋㅋㅋ 옆에 솔로몬의 노래도 있더라고요?! 깜놀 ㅋㅋㅋㅋㅋㅋ

coolcat329 2023-08-29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잠자냥님 이 책 안 읽으셨군요.
저도 사두고 몇 년을 그냥 묵히고 있는 책이에요. 역시 🌟 다섯이군요.

잠자냥 2023-08-29 11:58   좋아요 1 | URL
저 안 읽은 책 많아요!
얼마 전 쿨캣님이 극찬하신 <한밤의 아이들> 책장에서 잠든 지 어언.......ㅋㅋㅋㅋ

은오 2023-08-29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0자평 보고 예상 못했는데 짙은 사랑의 대상이 자식이었다니.......!!!!!
안태어날 내 자식아 복받은줄알거라 널 너무 사랑해서 낳지않는것이니... 이것이야말로 궁극의모성

잠자냥 2023-08-29 21:58   좋아요 0 | URL
딸자식. 세상에 안 내놓는 것이 더 큰 사랑~
이 책 <여전히 미쳐 있는> 등등에 많이 언급됩니다요.
 
타라바스 - 이 땅의 손님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소설선집
요제프 로트 지음, 남기철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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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갱생은 가능할까? 사람은 살아가면서 얼마나 획기적으로 변모할 수 있을까? 내가 인간에 대해 기대치가 별로 높지 않은 까닭 중 하나는 인간의 갱생 가능성을 그리 믿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나를 비롯해 사람은 타락하기 쉽다. 아주 악한 행동이라기보다는 일상 속의 자잘한 타락, 그러니까 인간은 대개 몸이 편한 것과 눈앞의 이득을 먼저 좇는다. 책상에 앉아 공부하기보다는 일단 먹고 누워서 뒹굴거리기 좋아하는 게 대다수 인간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나쁜 버릇이나 습관, 자기를 비롯해 때로는 타인에게 좋지 않은 줄 알면서도 끊을 수 없는 중독 등등이 누구에게나 한 두 개쯤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런 나쁜 습관을 끊고 자력으로 갱생한다!? 그러기는 참 쉽지 않다. 하물며 나쁜 인간이 악한 짓을 하다가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참회한다..... 이것은 거의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소설이나 영화를 그렇게 보는지도 모르겠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판타지로서의 문학, 판타지로서의 영화. 거기서 얻는 카타르시스....

요제프 로트의 <타라바스-이 땅의 손님>도 그런 책 중의 하나이다. 여기서 타락한 인물은 ‘타라바스’이다. 타라바스는 러시아 변방 갈리치아(오늘날의 우크라이나) 지방 출신의 가톨릭 신자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대학을 다니다 중퇴한 청년이다. 혁명 모임에 가입해 총독 저격 사건에 연루되었다가 풀려나온 그는 아버지가 러시아 황제와 인연이 있는 덕분에 장교 계급을 쉽게 달지만 엄격한 아버지는 아들이 이런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된 것이 끝내 못마땅하여 타라바스를 미국으로 쫓아내버린다. 여기까지의 그는 그 또래의 미숙하고 치기 어린 남자로만 보인다. 집안 부유하고 부모 잘 만나서 고생 모르고 자란 부잣집 도련님. 미국으로 쫓겨났다지만 몇 년 자숙하면 부모가 다시 러시아로 불러들여 장교 신분으로 호의호식하고 살겠지 싶은 그런 남자.

그런데 이놈 참 웃긴 게 성질이 지랄 맞은 것인지 미국이라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흥청망청 사는 게 너무 잘 맞는 것인지 고향을 그리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뉴욕에서 ‘카타리나’라는 여자 친구도 사귀면서 그럭저럭 방탕하게 잘 살아간다. 그런데 문제는 이 미숙하고 원초적 욕망만 머릿속에 꽉 찬 인간이 질투에 눈이 멀어 사고를 저지르고 만다는 것이다. 카타리나를 딱히 사랑하는 것도 아니면서(본인은 사랑한다고 착각) 자기 소유물로 생각해 카타리나와 그렇고 그런 사이일 것이라 의심하던 남자에게 시비를 걸고 폭력을 행사하고 마는 것이다. 겁을 집어먹고 사건 현장을 냉큼 달아나버린 타라바스. 이 양심불량 인간이 과연 제 발로 경찰서로 찾아갈까? 그럴 리가. 그는 죄 값을 치를 기회를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미루고 미루다가 급기야 러시아에서 전쟁이 터졌다는 소식을 듣고는 황급히 러시아로 귀국(실은 줄행랑)해버린다.

성인 남자 둘이 싸웠으면 싸운 것이지 뭐 그렇게 겁에 질려 달아난담?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타라바스가 겁에 질릴 수밖에 없던 이유가 있었으니, 이 싸움이 있기 전, 뉴욕의 한 유원지에서 집시 여인이 그의 미래를 예언했는데, 몹시 불길하게 나온 것이다. 집시 여인은 타라바스에게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정말 불행한 사람이군요! 손금을 보니 당신은 살인자이자 성인이에요! 이 세상에 당신보다 더 불행한 사람은 없어요. 당신은 죄를 지을 것이며 그에 대해 참회를 할 겁니다. 그걸 전부 이승에서 겪게 될 거예요.” 아아, 살인자이자 성인이 될 운명이라니, 이 얼마나 가혹한 운명인가!


그런데 여기서 잠깐, 보통의 상식적인 이성을 갖춘 사람이라면 집시 여인이 단돈 2달러에 뭐라고 떠들어댄 말을 크게 믿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기분이 나쁘기는 하겠지만 뭐래~ 하고 애써 떨쳐버리려 할 것이다. 그러나 타라바스는 안타깝게도 그 미숙한 정신으로 미신은 또 얼마나 잘 믿는 인간인지! 종교를 갖고 있으면서도 신을 믿기보다는 미신을 더 믿는다. 그러므로 그날 이후 이 집시 여인의 예언, 점쟁이의 허무맹랑한 말은 타라바스를 사로잡고 그는 마치 마법이라도 걸린 듯이 꿈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나날을 보낸다. 그러다가 급기야 이런 폭행 사건이 일어났고, 자신한테 두들겨 맞은 남자는 피를 흘리며 쓰러진 채 일어날 줄 모르니, 이 어리석은 남자는 상대가 틀림없이 죽었으리라 생각하고는 줄행랑을 쳐버린 것이다(그래서 그 남자는 진짜 죽었을까? 그건 안 알랴줌).

고향 집으로 돌아온 그는 곧 전쟁터로 떠날 것이라며 의기양양해한다. 정신이 제대로(?) 박힌 인간이라면 이때 한 번의 갱생 기회가 주어졌음을 인지할 것이다. 내가 미국에서 무슨 일을 저지른 것일까, 그 사람은 어떻게 되었을까 속죄하는 심정으로 조국을 위해 싸우겠노라... 최소한 이런 생각이나 행동이라도 보여야 마땅할 것인데 이놈은 집에 와서도 오랜만에 만난(그래서 그 사이 부쩍 성장한), 사촌 여동생 마리아를 보고 침을 질질 흘릴 뿐이다. 집에서 차려준 음식을 게걸스레 먹어치우고는 마리아를 또 어떻게 해볼까 온통 그 생각뿐이다. 마리아는 마리아대로 뉴욕 물 먹고 온 사촌 오빠가 멋있어 보였는지 그에게 호감을 표시하다가 결국 일은 터지고 만다. 숲속에서 그러는 것도 모자라 늦은 밤에 마리아 방에 또 침입했던 타라바스- 그런데 하필이면 아버지가 이 사실을 알게 되고, 아버지는 한 번 더 아들에게 불같은 노여움을 터뜨리며 귀싸대기를 갈기면서 당장 떠나라고 명령한다.

이리하여 집에 오자마자 전쟁터로 떠나는 타라바스- 타라바스의 타락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전까지는 단순하고 미숙한 판단 때문에, 또 욕망에 이끌리는 대로 여자들과 불같은 사랑(?)을 하다가 질투에 눈이 멀어 폭행을 저지르곤 했던 이 남자는 전쟁으로 피의 맛을 보게 되고 권력과 폭력에 본격적으로 자신을 내맡긴다. 전쟁터에서 술에 취했다가 일시적인 흥분 상태에서 살생하면서 흥분으로 몸을 떨고 또 다시 이런저런 여자들의 육체를 탐하고, 냉혈한이 되어 가면서 그나마 남아있던 인간성은 완전히 파괴된다. 본디 싹수가 좋지 않던 인간이 점쟁이의 예언을 듣고 난 이후로는 운명 탓을 하면서 살인과 잔학한 행위에 더 쉽게 휩쓸린 것이다.
 
점쟁이의 예언대로 이토록 타락한 인간이 ‘성인’으로 거듭나게 될까? 만일 그렇다면 그 기회는 어떻게 찾아오는 것일까? 미신을 잘 믿었던 타라바스는 유대인, 특히 빨간 머리 유대인에 관한 불길한 미신도 갖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빨간 머리 유대인이 나타나면서 타라바스의 운명은 더 걷잡을 수 없이 휘말려간다. 이 작품은 1부 ‘고난’과 2부 ‘완성’으로 이루어진다. 고난에서는 타라바스가 타락의 끝까지 가는 장면들이 그려진다. 그리고 2부에서는 집시의 예언처럼 그의 운명이 완성되어가는 장면들이 펼쳐진다. 그렇기에 독자는 타라바스, 이토록 철저하게 망가졌던 인물도 갱생하는가 보구나 짐작할 수 있다.

타라바스가 죄를 뉘우치고 참회하는 과정은 조금 급작스럽고 어떤 면에서는 톨스토이가 떠오르기도 해서 뜬금없게도 느껴진다. 이렇게 괴로워할 줄 알았던 인간이 그런 짓을 하고 다녔단 말인가? 의아하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어리석고 미성숙한 인간이었기에 자신에게 내려진 예언, 운명을 믿을 수 있었고 또 그렇기에 비록 살인자로 살았을지라도 자기의 갱생 가능성을 완전히 버릴 수는 없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만약 그에게 집시 여인이 살인자도 성인도 되기는커녕 그저 부유한 재산을 물려받아 평범하게 배 땅땅 두들기면서 살아갈 인생이라고 말했다면 그의 삶은 어떻게 되었을까? 만일 인간에게 정해진 운명이 있다면 결국 그 운명을 선택하는 것도 인간의 의지는 아닐까.


“대장님 송구스럽게도 저는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유대인이 되었습니다.”

타라바스의 운명을 뒤틀리게 하는 데 한 역할을 하는 유대인 ‘크리스티안폴러’는 타라바스에게 이렇게 말한다. 짧지만 많은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누구도 유대인으로 태어나기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모두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유대인으로 태어났을 것이다. 또 세상의 많은 이들 중에는 타라바스처럼 유대인에 관한 불길한 믿음이나 편견 때문에 그처럼 권력자의 위치에 올랐을 때 유대인을 박해한다. 그 믿음이나 미신이 근거도 실체도 없는 것임은 결코 의심하지 않은 채 자신의 그릇된 믿음과 판단을 따르기를 주저하지 않고 선택한다. 그러나 그런 중에도 어떤 사람은 그 믿음이나 편견이 잘못된 것임을 깨닫고 참회하고, 또 어떤 인간은 끝까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성을 지닌 인간(들)이 애초부터 이런 그릇된 믿음이나 미신들이 잘못된 것임을 알고 나쁜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인류의 역사는 좀 더 나았을 텐데, 인간은 나약하여 미신이나 잘못된 믿음에 더 쉽사리 현혹된다. 그래도 어느 순간 갱생의 가능성이 찾아왔을 때 어떤 선택을 하느냐, 그 또한 인간의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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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8-22 11: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남의 갱생 믿으면 좀 힘들어지는거같고(그냥 버려!!) 자기 갱생은 그래도 믿고 시도라도 계속 하는편이 낫지않을까.. 날 버릴순없으니
근데 잠자냥님을 사랑할 운명으로 태어난 저는 어떡하죠?! 아무래도 갱생불가......

잠자냥 2023-08-22 13:03   좋아요 1 | URL
그런 운명을 선택하지 마시오. 인생 꼬여~~~

다락방 2023-08-22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재미있겠다. 재미있겠어요. 그렇지만 사촌 여동생한테 침흘리는 거 보니 <혼불> 생각나서 딥빡이 오네요 ㅠㅠ 혼불에서도 사촌 여동생도 사촌 오빠에게 호감이 있긴 했지만 오빠가 강제로 그래가지고 사촌여동생 신세 망가지고 남들도 다 우스운 여자로 보고 ㅠㅠ 아무튼 호감을 품었으면 정정당당하게 떳떳한 관계가 될 수 있어야지 그것도 아니면 아주 그냥 인생 망치기 딱 좋습니다. ‘몰래‘ 사랑해야 한다? 그것은 어딘가 잘못됐다는 것입니다. 타라바스여, 너는 어떻게 되느냐, 어떤 삶을 사느냐.

아주 재미질 것 같고 이것은 똭 리뷰로 읽었을 때 바게트적이지 않으므로 제가 장바구니에 넣겠습니다. 흠흠.

잠자냥 2023-08-22 13:04   좋아요 0 | URL
네, 이건 바게트적이지는 않습니다. ㅋㅋㅋㅋㅋㅋ
그리고 타라바스가 사촌 동생 강제로 그러는 건 아니지만... 음 암튼 -_-;;;
이 책 아마 골드문트 님도 곧 리뷰 올리실 거 같아요. 지난번에 저랑 비슷한 시기에 도서관 희망도서 신청해서 읽으셨다고 하심요.

건수하 2023-08-22 13: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 죽었다에 한 표!

잠자냥님 후기지만 읽다보니 마음이 답답해집니다... 성인의 길은 멀고 험한 것.

잠자냥 2023-08-22 13:37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 걍 범인으로 삽시다.

독서괭 2023-08-22 15: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안 죽었다에 한 표!!
타라바스는 귀국 후에 더 가관이군요. 막 가는 것 같은데, 2부에서 갱생한다고요?? 호... 설득력있게 잘 썼으니 오별 주셨을텐데, 궁금하네요. 동시에 ‘어차피 판타지‘라는 잠자냥님 말씀이 씁쓸하고.. 그래도 가뭄에 콩나듯 한명씩은 있겠지요. 그런 인간이.. ㅠㅠ

잠자냥 2023-08-22 15:40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다들 똑똑하군요. ㅋㅋㅋ
일단 생각보다 흡인력 있게 쭉쭉 잘 읽히고요. 요제프 로트 이 작가가 저랑 좀 잘 맞는 거 같아요. 읽다 보면 좀 반하게 되는 지점이 있습니다. 이 작가 대표작은 <라데츠키 행진곡>인데요, 이제 그 책을 읽으려 합니다.....(대표작을 일단 뒤로 미루는 버릇)

Falstaff 2023-08-22 16: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작가 로트가 유대인이어서 타라바스의 팔자가 그렇게 되었다...... 아닌가요? 과하게 유대스러운 작품이란 말입죠. ㅎㅎㅎ
제 독후감은 9월 5일에 올라올 겁니다만, 이거 영 기죽어서 흑흑...

잠자냥 2023-08-22 20:14   좋아요 1 | URL
로트가 유대인이 아니었다면 더 좋았겠다 싶기는 하더라고요. 유대인이 아닌 작가가 이런 작품 썼다면 더 좋았을 텐데………..

바람돌이 2023-08-22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의 갱생가능성을 딱히 높히 치지 않는 저는 왠지 읽으면 엄청 빡칠듯한 느낌인데요. ㅎㅎ

잠자냥 2023-08-22 20:1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그럼 다른 책을 읽읍시다. 세상은 넓고…. 읽을 책은 더 많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