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세트] 여왕의 기사(완결/전17권)
학산문화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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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푹 빠졌던 순정만화. 한때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오래전 일이다. 그치만 이상한 향수는 남아서 가끔 그 때 봤던 작품들을 찾아보고 있다. 이제 취미생활에 돈을 쓸 수 있는 어른이므로. 만화잡지가 그래도 나오던 시기 파티였나? 이슈였나? 아니면 밍크? 잡지 이름도 헷갈리지만 만화잡지를 두근거리면서 보던, 폐간이라는 말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시절 한달에 한두번 큰 즐거움을 주던 날이 있었다. 요즘은 왓챠니 뭐니 해서 만화책 마저 거의 안 읽지만 지금은 사정상 고립된 상황이라 다시, 여왕의 기사를 읽는다. 


웹툰이란 이름으로 한주마다 만화를 손쉽게 볼 수 있지만 아무래도 아날로그의 매력은 따라가지 못한다고나 할까. 이상하게 만화지에 만년필로 입히고 톤을 붙이고 하는 옛날식 작화를 보면 장인정신에 감탄이 들기도 하고 손으로 그린 펜선의 맛이 있어서 왠지 더 감동스럽기도 하다. 만약 장면을 수정하고 그래야 했다면 그 당시는 너무 힘들었을 듯. 몇 년전 봤던 허영만 작가 전에서 본 원화는 여기저기 화이트 등으로 땜찔이 되어 있어 조금 놀랐다. 그래도 멋있긴 멋있었음.


매주마다 작품내는 게 압박이긴 하겠지만 만화대여점에서 한 푼 못 받는 대신 정산은 확실하게 받을 수 있어서 수익구조 면에서는 확실히 나아진 것 같아 다행이다. 다만 그 시절 흥행도에 비해 돈을 못 번 작가들은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다. 최경아 작가도 네이버에서 연재를 했었는데 전에 비해서 아주 매끈해진 선과 컬러풀한 작화를 보고 있으니 격세지감이 느껴졌다. 아주 매끈해진 그림에 비해 감성은 옛감성 그대로 였는데 사람이 변한건지 내 10대 시절의 감성이 이랬는지 여러가지 생각이 공존했다. 그러나 딱히 그 때의 감성이 그립지는 않았다. 사회생활 하는데 소녀 감성을 가지고 살면 그건 증멜.... 어휴...


순정, 개그만화 아니면 안 보던 때와 비교하면 요즘은 살인 1회 이상 없는 작품은 보지 않는 취향으로 바뀌었으나 가끔은 저런 감성이 그리울 때가 있어서 사놓고 보고 있다. 만화책 가득 채워진 책장을 갖고 싶었던 로망이 있었지만 이제 절판된 종이책을 구하기도 쉽지 않고 자리 많이 차지하는 것보다 좋기도 해서 이북 최고를 외치고 있다. 문명 만만세! 

(하지만 이북은 만화까지만 딱 인 듯. 텍스트는 왠지 읽기가 참 힘들다)


다시 여왕의 기사로 돌아와서, 여중생 유나는 오빠 셋이 있는 막내딸로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지만 슬프다. 엄마는 독일로 유학갔고 학교에서는 얄미운 연적이 생겨버렸다. 우울해 하고 있는 유나에게 오빠들은 돈을 모아 독일행 비행기 티켓을 끊어주고 방학을 이용해 독일에 간다. 독일에서 엄마를 만나고 이웃집 훈돌이와 잠시 산책을 갔다가 다리가 삐끗해서 낭떠러지에 떨어지고 마는데.... 그리고 깨어난 곳은 어디지??


눈이 쌓인 황폐한 성에서 잘생긴 장발 기사가 그녀를 여왕이라고 부르며 보살펴 준다. 잘생겼지만 재수가 없어서 순정 만화의 클리셰답게 서로 잡아먹을 듯 싫어한다. 장발의 기사 리이노와 투닥거리면서 이상하게 기운을 차리면서 '판타스마'엔 봄이 오고 갑자기 생명들이 깨어난다. 그리고 여왕으로 추대된 유나. 이제는 어두침침한 외곽의 군주 리이노는 더 이상 그녀의 기사가 아니고 레온, 쉴러, 에렌이 그녀의 기사가 된다. 순정만화이므로 당연히 아이돌같은 외모와 캐릭터로 소녀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기사들. 무식하지만 순정적인 돈키호테형 기사 레온, 엘프족이라 여자보다 예쁜 외모와 자상한 성격에다 하프같은 것도 켤줄 아는 쉴러, 집안도 머리도 좋고 이성적인데다 섬세한 에렌. 뭐 너무 당연하지 않을까.


배경은 판타스마이지만 독일일게 분명해서 예전 중세시대 기사들의 싸움, 여왕의 임무 등의 이야기는 비슷하지만 악의 정령과 싸워야 하고 마음이나 몸의 성숙이 있을 때마다 외형적으로 눈에 띄게 '성장'하는 여왕의 모습이 이 이야기의 세계관이다. 기사들의 싸움으로 인한 위기, 로맨스 또, 연적의 존재로 강화되는 사랑 등 클리셰 범벅이긴 하지만 만화란 그림체와 대사의 예술. 파티에서 연재하는 동안 큰 인기를 누린 이유가 분명히 있다. 분명히 인기투표도 하고 그랬던 거 기억난다. 1위가 누구였더라. 기억나는 건 제일 잘생기고 자상하기만한 남자보단 나쁜 남자와 멍멍이 같이 순정적인 남자의 인기가 엄청났다는 것. 아이돌 중에 제일 잘생긴 멤버가 인기가 그냥저냥한 이유와 비슷하달까.


판타스마는 여왕이 있을 때만 모든 나라의 사람이 깨어 있을 수 있는데 만약 여왕이 어둠의 군주와 결혼을 하고 그러면 나라에 또 혹독한 겨울이 오기 때문에 모두 깊이 잠 오는 강력한 약을 먹고 동면을 취해야한다.(그런 약이 있다면 너무 좋을 것 같군) 그래서 이번에도 여왕이 나쁜(!!) 장발의 기사와 이어진다면 이제 판타스마의 미래는 담보할 수 없으므로 중책을 맡은 사람들은 세 기사 중에 여왕의 남자가 되길 원한다. 하지만 나쁜 남자의 유혹은 계속 되고... (물론 12세 이상 관람가이기 때문에 남자가 아주 지독한 놈은 아니고 나쁜놈이지만 사랑한다는 전제) 


또한 소녀 만화이므로 유나는 사랑에만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것이 아니라 좋은 군주가 되려고 학교도 세우고 그런다. 왜냐 이 만화 주인공은 특.별.하.니.까. 그래야 소녀들이 감정이입을 무진장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순정만화의 재미가 없어져버린듯 하다. 어후, 결국 저런 위험한 놈을...ㅉㅉ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이제 순정만화 즐기기는 좀 힘들겠다고 느꼈다. 그리고 작가님들은 보통 20-40대에 순정만화를 쓰는데 어떻게 저런 감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인지가 매우 존경스러웠다. 계속 말랑말랑하고 순수하게 살고 싶다.


그래서 남자는 매력적인 애보다 특별한 사연이 없는 무난하게 잘 자란 남자가 좋다는 얘기. 이거 경험인가?? 


요즘 같으면 #이세계물 #하렘물 등으로 분류가 될 듯... 그 때는 #판타지 #로맨스 #오각관계 쯤으로 표현되었으려나. 요즘 마라맛 표현에 비하면 전에는 표현이 아주 순한맛이었던듯. 또 요즘에는 '처녀성' 같은 걸로 예민해진 사람도 있을 법하다. 하지만 결혼한 엄마가 자아를 찾는다고 유학을 가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흔치 않은 일. 어떻게 보면 진일보한 이야기랄까. 그러니까 김강원 쌤 빨리 만화계로 돌아와요ㅠㅠㅠㅠ BiBi아이리스도 마지막작 I.N.V.U 도 재밌게 읽었단 말예요ㅠㅠ


완전 상관없는 이야기) '처녀성'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대학동기가 사주보러 갔다가 사주쟁이가 네 사주가 아주 남자를 높여주는 사주라고 하면서 아주 탐이 난다며 잘 해보잔 식으로 말했는데, 그 '잘 해보자'가 무슨 뜻인지 아냐고 재차 확인했다고. 당황한 동기가 자기 지방에서 와서 집에 돌아가야 된다고 하니 너무 아쉬워하더라면서.... 복비도 하나도 깎아주지도 않고 현금으로 받았다고. 돈내고 성희롱 당하고 뭔짓이냐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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