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에 대한 명상 민음 오늘의 시인 총서 22
장정일 지음 / 민음사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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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으면 좋겠다 살다가 지친 사람들
가끔씩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
계절이 달아나지 않고 시간이 흐르지 않아
오랫동안 늙지 않고 배고픔과 실직 잠시라도 잊거나
그늘 아래 휴식한 만큼 아픈 일생이 아물어진다면
좋겠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14쪽

쓸쓸하여도 오늘은 죽지 말자
앞으로 살아야 할 많은 날들은
지금껏 살았던 날에 대한
말없는 찬사이므로.-24쪽

......화물들 화물들 지상에 퍼질러 놓은 화물들
누가 그것을 옮기든 상관없이 화물이 쉬는 법이라곤 없는 것이다-37쪽

중북부의 소도시. 어딜 가나
한국의 찻집에는 중년들이 있다.
정치적 예언가 역할을 즐기는 중년 신사가 있어
개혁 세력, 후계자 또는 한 재벌 기업의 어이없는
무너짐에 대하여 진단하고 의심하고 예언한다.
그 어딜 가나 한국에는 책임감 없는 논객이 있다.
세상 모든 사람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세상 사람 모두가 부르주아가 되면 될 것이라고
호탕하게 껄껄거리는 중년이 있다.
한국의 어느 도시엘 가나 문제가 있는 곳에
문제의 중년이 있고 추문이 있다. 나이 먹은 추물이-74쪽

우리들은 잃어버린 게 없다
모든 것은 너희들이 분실했으므로
더 이상 우리는 빼앗기지도 않으리
실과이래 자라난 우리는 망명세대
다가서지 않은 미래로부터도
쫓겨났다-82쪽

살아 있다는 까닭 외에 생업이라는 수식어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것인지
밀대와 빗자루가 작은 내 생활의 가게를 쓸고 있을 때
쳐들어오는 것이다. 허벅지에 꿀을 가득 묻힌 벌떼같이
낮게 웅웅거리며 황금색 상호로 번뜩이는
왕국의 차들이 오는 것이다. 어디선가 이루어진
거대한 공업으로부터 그러나 철저히 은폐된
공업이 자신 스스로를 판매하기 위해
여섯대의 차를 나누어 타고 사방의 길 끝에서 길을 끌고 몰려 온다.그렇다 여기 이 도시의 한쪽을
제일 먼저 흔들어 깨우는 것은 태양이 아니라
신선한 우유를 만재한 냉동트럭 밀려드는 상품트럭-96쪽

대포 소리 맞춰 엉덩이 흔들 수는 없으니까
중동이 불타든 말든
그들은 엘비스를 듣는 거지
등뒤로는 최신 무기를 몰래 내어 팔면서
하카 하카 버닝 러브!

배고픈 젊은이들이여
영어를 못하는 무식한 제3 세계
젊은이들이여
엘비스를 들으며 교양을 쌓자
(함께 입을 모아, 큰소리로)
하카 하카 버닝 러브!-1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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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6-10-19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들은 잃어버린게 없다..다만 분실했을뿐...
그랬으면 좋겠다...그랬으면 좋겠어라...

건우와 연우 2006-10-19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햄버거에 대한 명상이 개정판인가요? 아님 제 기억이 잘못된건가요?
제 머리속엔 침침한 건물 한쪽에서 몇몇과 이 시집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었던 희미한 기억이...

카페인중독 2006-10-19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꽃님...저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그러나, 그들은 절 일깨우기도 하지만 가끔 우리 젊은이들은 너무 오만한 것은 아니었나 돌아보게도 합니다...
건우와 연우님 개정판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