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를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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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 - 한두 줄만 쓰다 지친 당신을 위한 필살기 ㅣ 이만교의 글쓰기 공작소
이만교 지음 / 그린비 / 2009년 5월
평점 :
정말, 최선이란 건 아니고, 내가 읽은 책들 중에서 가장 나은 것이란 이야기다.
이태준의 문장 강화 같은 책도 좋긴 하지만 너무 오래 전의 것이라 요즘엔 좋은 책이 없나 싶었는데, 이 책은 매년 신춘문예에 작품을 응모하고 발표날을 기다리는 이들에겐 가뭄에 단비와 같은 책일 수 있겠단 생각을 한다.
그렇지만, 서론이 좀 긴 느낌은 든다.
완전 생초보가 아닌 이상은 3장 정도까지는 지나치게 에두른단 느낌을 받게 된다.
그렇지만, 생초보인 사람도 있고, 글을 쓰는 데 자신감이 없는 사람도 많으며,
그의 말대로 <언치>인 사람도 많으니 서론이 길다고 나무랄 순 없다. 그래도... 좀 길단 거지.
전태일의 글에서 느껴지는 아찔한 순간들을 경험한 사람들이라면 그가 전태일의 진실성에서 우러난 구절들을 인용하는 이유를 잘 알리라.
오늘도 보람없이 하루를 보냈구나. 하루를 보내면서 아쉬움이 없다니, 내 정신이 이렇게 타락할 줄이야...
아, 전태일의 일기를 읽는다면, 누구나 글을 덧보태고 싶을 것이다.
의식뿐 아니라 의식과 무의식 전체로 꿈꾸는 사람이 되자. 의식과 무의식 전체로 꿈꾸는 '전념'을 실천하자.(43)고 해서 전태일의 정신을 이어보려 한다.
글쓰기는 솔직한 자신의 표현이란 그의 말에는 이의가 없다.
그러나...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일이란... 과연, 가능할까?
좋은 글을 쓰려면, 천 권의 책을 읽어야 한다. 고 하는 작가에게 수강생이 입을 떡 벌리면,
아니, 그것도 읽지 않고 작가가 되려 하다니! 하면서 작가도 입을 떡 벌린다.
이런 구절은 참 재미있는 대목이다.
기존의 글쓰기 강의에서 장르별 글쓰기 기법을 익히고, 그 일반론에 적합한 소설을 쓰려고 한다고 한다. 저자는 그래선 글이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글이란 솔직한 <자기>의 마음을 적절하게 표현할 때 아름답다는 것이다. 그렇다.
이 책의 좋은 점은... 글을 쓰려는 사람들에게 막연하게 이래라 저래라 하고 지시하지 않고, 상세한 표현이란 이런 것이다. 너희가 쓰는 글에서 이런 것들은 불필요한 구절들인데, 사실 그런 것이 너무 많으니 이렇게 줄여라. 재미있는 글은 이렇게 묘사가 두드러져야 한다.
모든 요소들은 주인공을 살리고 주제를 구현하기 위해서 집중되어야 하고, 불필요한 구절들은 삭제되어야 한다... 부족한 것은 더 집어넣고... 평범하지만, 구체적이어서 독자들에게 힘을 주는 책이다.
작년 촛불집회의 최고점은 아무래도 김인국 신부님의 말씀이다.
왜 행진을 하느냐, 주장을 알리기 위한 것이냐, 아니다. 국민들은 이미 우리 주장을 잘 알고 있다. 우리가 행진을 하는 것은, 국민들의 다친 상처와 자존감을 위로하고 달래주기 위해서다. 자존심과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서다... 이 말씀을 듣고 나도 얼마나 울었던지...
낯설게 하기란, 재미있게 표현하는 것만이 아니다.
그것은 색다른 계열로 세상을 바라봄으로써, 기성질서에 무엇인가를 더 보태는, 일종의 잉여적 혁명이라고 작가는 단언한다. 명쾌하고 정확하다.
글쓰는 이들이 가져야 할 자세를, 그는 운전교습에 빗댄다.
빨리 가라고 해서 빨리 가면 너무 빨리 간다 하고,
천천히 가라고 해서 천천히 가면 너무 천천히 간다고 나무라더라는 것.
참으로 자주, <열심히>와 <조급히>를 혼동하고,
<최선을 다해>와 <욕심을 내서>를 혼동한다.
<자기만의 생각>과 <고집>을 혼동하고
<독창적인 글쓰기>와 <독선적인 글쓰기>를 혼동한다.
<고독한 창작 생활>과 <고립된 창작 생활>을 혼동한다는 것.(365)
결국, 글쓰기는... 조급하지 않게 열심히,
욕심내지 말고 최선을 다해
고집하지 말고 자기만의 생각을 찾고
독선적인 글을 버리고 독창적인 글을 찾으며
고립되지 않고 고독한 창작의 열의를 불태우노라면...
누구에게나 이루어 질 것이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이 책과 함께 읽기를 권하는 책은...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 랄프 플레처의 <작가처럼 글쓰기>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