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교과서 소설에 눈뜨다 - 고등 국어 교과서 문학 읽기 11
김상욱 엮음 / 상상의힘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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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가 16종으로 바뀌었다. 

학교 교육과정에 대하여 10여 년간 공부하고 있는 나에게는,
지금 고등학교 교육과정은 상당히 우스운 것이다. 

7차 교육과정이 중학교를 4년, 고등학교를 2년으로 상정하고 단추를 꿴 것은 아주 잘 한 일이었다.
그렇게 중학교를 2배로 늘리고, 고등학교에는 2개 학년만 둔다면,
교과교실제를 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이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모든 교실에 멋진 텔레비전이 있고,
교사마다 최신형 노트북이 주어져 있다면,
교과교실제가 교사에게도, 학생에게도 정말 매력적인 수업의 질을 제공할 수 있는 시작이 될 수 있다. 

그런데... 국민공통의 그 기본정신은 쏙 빼먹은 채로,
고등학교는 1학년과2,3학년의 분리만 되고 보니, 이건 뭐, 좀 웃긴 꼴이다.
뉴욕 간 영구랑 비슷한 꼴이랄까? 

고등학교 교과서가 16종으로 바뀌든 160종으로 바뀌든 크게 환영할 바가 아니다.
한국의 교사는 '문학' 전문 교사도 없고, '국어' 전문 교사도 없기 때문이다.
그 사정은 겪어 보는 이들만이 아는 업계의 비밀이다. 

외국은 '문학'을 가르치는 교사는 수십 년 간 그 과목만 죽으라 가르친다.
따로 지도안을 내거나 커리큘럼을 물어볼 필요도 없다.
수십 년 간 진화해온 커리큘럼이 교사의 두뇌 속에 가득 들어찬 것이다.
물론 그들 중에도 똥으로 찬 놈도 있을 거고, 그건 어디나 마찬가지일 거다. 

난 소위 말하는 5차 중학교 교과서를 1,2,3학년 모두 가르쳤고,
6차 교과서도 1,2,3학년 모두 가르쳤다.
그리고 7차 교과서도 1학년 걸 가르치다가 고등학교로 와서,
문학, 작문, 독서, 화법, 문법, 국어, 국어 생활 등 온갖 잡과를 안 가르쳐 본 것이 없다. 
이런 사람에게 전문성을 요구하는 것은 좀 웃긴 일이지. 

그래서 나도 아들에게 쓰는 시문학 특강을 시작한 일인데,
사실은 그런 글쓰기가 교사에게 가장 요구되는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김상욱 선생의 이 책은 나의 문학 교실과 가장 유사한 글쓰기이다.
문학의 요소들을 녹여서 설명하되, 고딩의 수준에 알맞게 풀어 쓰려 온갖 노력을 다 하신 것인데...
내가 조금 아는 그이의 교직 경력은... 중학교에서 예전에 가르친 것이라,
고딩들 수준에 좀 어려운 듯 싶기도 하다. 

고딩들은 인터넷 언어에 익숙한 만큼,
긴 문장에 낯설어한다. 

그러나, 이 책은 정말 학생들이 꼭 읽기를 권하고 싶은 작품들을 중심으로,
수능에서 평가하고 싶은 요소들을 화제로 삼아 작품을 해설하고 있다. 

간혹 전문 해설꾼의 목소리가 튀어나오기도 하지만,
선생의 어눌하면서도 느릿한 말투와
경상도 특유의 고집스런 어투를 고려한다면,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소설 공부책으로 이만한 책도 드물 것이다. 

공부를 눈앞에 둔 책들이 지나치게 '내적 접근법'에 치중하였거나,
외적 접근이랬자, 작가 측면이나 독자에게 수용되는 이론 중심으로 서술하기 쉬운데,
역시 선생이 살아온 연대는 '시대 현실'의 반영에 눈감을 수 없는 시대였으므로,
<시대 현실>을 읽어주는 눈도 매섭다. 

물론, 그런 점에서 학생들은 낯설어할 수도 있으나, 충분히 녹여낸 힘이 돋보인다. 

아이들이 공부도 잘 했으면 좋겠고,
훌륭한 인품도 가졌으면 좋겠고,
역사적으로도 올바른 소양을 가졌으면 좋겠고...
욕심꾸러기 386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권해주기 좋은 책이다. 

 다만, 그 자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글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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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별을 오이처럼 따다가 - 마음으로 읽는 옛글 청소년을 위한 옛글
조희정 엮음 / 우리학교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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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 고추장, 그리고 청국장과 막걸리...
뭔가 걸쭉하면서도 특유의 감칠맛을 느낄 수 있는 한국의 맛은 글에서도 등장한다. 

우리학교에서 나온 옛글 읽기 시리즈, 두번째 권은 첫번째 권의 신선한 맛에 제법 농익은 맛이 들었다. 

신분제 사회에서 나름대로 같은 의식을 가진 친구들에 대한 다사로운 정을 나누는 '척독(편지)'글들이 처음에 등장하는데,
거기서 우러나오는 진심은 오랜 시간을 지난 지금 읽어도 모락모락 삭은 맛을 느낄 수 있는 감정이 묻어 난다. 

맹자를 팔아 밥을 해 먹고, 좌씨를 팔아 술을 마시던 '책만 읽는 바보' 이덕무의 글에서는
가난 속에서도 벗과 함께 하는 일의 즐겁던 모습이 오롯이 살아난다.
원이 아버지에게 보냈던 편지는 오랜 시간이 지나 읽어도 더 감칠맛나게 읽히는 특유의 맛이 그대로 묻어난다. 

이순신의 차도남 스탈의 난중일기에서 묻어나는 아비의 진정과 조식의 두류산 기행은,
선비 정신의 진수가 어떤 것이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막걸리에서는 위스키나 블렌디에서 맛볼 수 있는 끈적함이 없다.
깔끔하면서도 걸쭉한 스타일이지만, 차가운 냉정함이 담긴 맛.
그런 글을 만나는 일은 더위먹듯 힘겨운 세상살이에서 서늘한 막걸리를 넘기는 맛이리라. 

고전 속에서 얻어내는 이야기들도 있다.
이야기 읽어주는 '전기수'나, '다모'의 다사로운 이야기,
여장부 만덕의 이야기들은,
우리가 쉬이 접할 수 있는 이씨 조선의 왕조실록 속의 이야기와 다른 세상에서도 충분히 훌륭한 인간상들이 조망되었음을 보여주는 좋은 글들이다. 

자유로운 생각을 풀어내는 자들의 글을 마치 벼 속의 피 같대서 '패관문학'이라고 얕잡아 불렀지만,
그들의 글 속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을 현대인들이 잡아낸 것들도 많다. 

복숭아나무와 잡목이 겉보기엔 천양지차로 보이지만, 생명체임이 같은 것은,
마치 '설'을 읽는 기분이다.
다양한 차마설, 이옥설, 주옹설 등은 유명해서 이 책에서 제한 느낌도 난다. 

마지막에 실학자들의 실용문을 실었다.
재미는 없으나, 사실은 실학의 본류가 어떤 것이었는지,
글의 의미가 어떤 것이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으로서의 실학자들의 글을 제시한 이유를 생각한다면,
내용을 떠나 충분히 읽힐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옛글 속의 지혜와
옛글 속의 인생을 만나는 일은,
곧 미래의 자신을 가늠하고 가다듬을 수 있는 지혜로운 인생을 꿈꾸는 길이기도 할 것이다. 

이 책은, 중고등학교 국어 교사나,
중학교 저학년의 우등생, 중학교의 고학년부터 고등학교 1,2학년생까지 충분히 읽히고 이야깃거리를 찾을 제재로 적절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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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타고 가면 되지 - 천 년 동안 맛있게 발효된 우리 옛이야기, 재미로 읽는 옛글 청소년을 위한 옛글
조희정 엮음 / 우리학교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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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고전이라고 하면, 읽을 수도 없고, 읽더라도 뜻도 모르는 말들이 많이 나오는, 
그렇게 엄청 어려운 책들,
예를 들면, 훈민정음 서문이나 두시언해, 기미독립선언서 같은 글들을 떠올리는 것은,
국어 교육의 실패 결과다. 

그렇지만,
지금 아이들이 찾아 읽을 수 있는 고전 작품집이 많지 않은 것 또한 국어 교육자들의 실패다. 

이렇게 재미있는 책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는 것은,
한국의 역사에서 배울만한 뭔가가 있음을 가르치기 시작하는 단초가 되는 일이다.
그렇게 시작해야 한다. 모든 공부는. 

이 책은 초딩 고학년 정도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설화들로 가득하다.
그렇지만,
독서를 통한 다양한 사고의 발산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고등학생이라도 읽고 토론한 거리로 풍부하다.  

예를 들면, '돼지가 먹어치운 폭포' 이야기에 덧붙인 말에,

   
  옛글에는 탐관오리의 횡포를 고발하는 작품들이 유난히 많은데, 이 이야기 역시 그와 비슷한 부류이면서도
포복절도할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풍자문학의 백미입니다.
얼마나 관리들의 횡포가 심했으면,
얼결에 돼지가 폭포를 먹어 버렸다고 했을까요.
우스우면서도 한편 씁쓸한 이야기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이같은 구절은 충분히 토론거리를 제시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구렁덩덩 신선비 같은 작품은 이야기 화소가 흥미를 놓칠 것 같아서 다른 설화와 얽어 놓기도 한 것은,
어떻게 보면 원전을 해친 것 같지만,
이 책의 모토가 '재미로 읽는 고전'이라면,
재미를 놓칠 수 없다는 면에서 성공하고 있는 부분으로도 볼 수 있겠다. 

초등학교 저학년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선생님이 읽어도 좋겠고,
어린 아이들을 기르는 어머니들이 읽으셔도 좋겠다.
특히 초등 고학년 부터는 이런 책들로 독서에 관심을 가지게 하되,
동화와 차별되는 고전 공부의 시작을 이런 책들부터 시작하게 하는 일도 흥미로울 것 같다. 

이런 시도가 많이 열렸으면 좋겠고, 이런 도서들이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
국어 교사로서 간절한 바람이다.
아이들이 읽기를 통해서 옛날과 오늘날의 사람 살이는 모두 같지만,
또 사람 사는 데는 일정한 철학적 바탕이 필요함을 깨닫게 되기를 바라는 일이
교육이란 이름의 작업임을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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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4-03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저학년들을 위한 옛 이야기 모음집 같은 책이 많이 출간되는거 같아요, 최근에 나온 서정오 씨의
책도 그렇고요,, 옛 이야기들도 그리스 로마 신화 못지 않게 흥미롭고 재미난 것들도 있는데
저 역시 아이들이 이런 책을 많이 읽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글샘 2011-04-04 19:40   좋아요 0 | URL
한국 고전의 한계가 한문으로 씌어있단 건데요.
이런 작업들이 한계를 넘기위한 노력이고 좋은 결과도 낳겠지요.

야홋! 2011-04-04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 교과서도 소화 못하는 초딩은 안돼겠죠? 진단평가가 52점이라며, 시험지도 안보여줍니다....
하.. 요새 초딩과외를 하는데. 수학이야 모르면 다시 풀어주면 되지만 국어랑,영어문법은 정말 답이 안나오네요..^^;; 대체 이아이의 지식은 어디부터 어디까지인가 감이 안와서... 오늘도 공부하기 싫다고 완전 일찍끝내달라는 애 잡아놓고 공부...(실은 암기^^)시키는데, 저야 넉넉한 자취를 위해서 하지만... 후-_-이렇게 과외선생님 붙여놓고 집 비워놓는 집은 좀 아닌거 같아요..

글샘 2011-04-05 08:43   좋아요 0 | URL
이 책이 앞부분은 재밌거든.
공부 싫어하는 애 일수록, 재미있는 이야기를 자꾸 읽으라고 하면 될 거야.
초딩도 힘들단다. 에효~~
 
공감을 배우는 토론학교 : 문학 - 문학과 토론의 행복한 만남 청소년을 위한 토론학교
문학토론연구모임 숨은그림 엮음 / 우리학교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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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독서의 끝에는 <비판적 독서>와 <비판적 글쓰기>가 놓여 있다.
이 비판적이란 수식어는 <자신의 생각>을 쓰도록 하는 지시를 하고 있는 것이다. 

남의 생각을 읽고 그 생각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행위는 무의미하다.
자신의 생각을 넓은 성당의 건물 전체가 울리는 파이프오르간 소리처럼 변주할 수 있는 글쓰기라야 희망이 있다. 

학생들에게 독서 토론 동아리를 만들어보도록 교육청에서 연구과제를 주기도 하지만,
난 늘 3학년 담임이란 족쇄에 묶여 선뜻 손을 내밀지 못했다.
올해 일은 많지만,
일에 치인다고 해야할 일을 못하면, 그건 제대로된 선생 노릇이 아니란 생각에 하기로 맘먹었다. 

그러기에 우리학교 출판사에서 나온 토론학교 시리즈는 좋은 길잡이 노릇을 한다.
지난번에 읽었던 '사회, 윤리'편은 정말 정통 토론독서의 길잡이가 되어 주었다. 

이 책은 어디까지나 소설의 인물을 대상으로 시대적 배경과 문화적 배경을 따져가면서,
과연 그 인물이 악인이었던지,
아니면 시대의 희생양일 뿐이었던 것인지를 토론할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토론 거리를 제공하는 작품은 아무래도 이강백의 <결혼>이다.
결혼은 미친짓인가? 아니면 사회적 분란을 잠재우는 제도적 장치인가?
그도 아닌 진정 사랑하는 이들의 결합일 수 있는가? 

결혼은 소유인가? 존재인가?
이런 끝도 없는 토론거리를 제공하는 좋은 소재인 반면,
글쎄, 청소년들은 결혼에 대하여 그렇게 고민할 처지가 못될 수도 있단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청소년들에게 적합한 토론 대상으로는 꺼삐딴 리 정도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귀여운 여인의 '올렌카'도 인간적인 고독의 근원을 따지기 힘든 나이라면 이해하기 어려운 인물이고,
비 사감도 마찬가지다.
광염 소나타의 광적인 예술정신에 대한 토론은 자칫 탁상공론으로 흐르기 쉬우며
개미와 베짱이는 토론의 가치로 따지면 광염 소나타에 가까울 수 있단 생각이 든다. 

현대인의 고뇌를 다룬 카프카의 '변신'은 우리 고등학교때 도서반에서도 토론 주제로 삼았던 적이 있었지만,
글쎄, 결론을 내리거나 종합의 과정이 충분하지 않아 용두사미, 중동무이의 기억이 얼핏 남는다. 

문학 작품을 통하여 토론 거리를 구성해 내는 것도 멋지다.
그렇지만, 내 생각엔, 인물 중심의 토론보다는
그 인물과 처한 역사적 현실 사이의 토론이라면 더 열띤 토론의 제재들을 이끌 수도 있을 것 같다.
꺼삐딴 리가 토론 제재로 가장 마음에 드는 이유가 그런 것이다. 

예를 들면 이광수의 민족 개조론과 무정 스타일부터 친일 행적까지를 자료를 통해 볼 수 있다면 충분히 토론거리가 될 것이다.
미당 서정주의 서정시... 아, 이름에 벌써 서정이 주가 된 사람이란... 그의 친일시들을 보면서도 토론거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독서 토론의 주된 대상은 '사회'의 대립적 구성이지만,
그 사회의 모습이 반영된 것이 '인물'인 바,
인물의 개성보다는 사회의 역사적 반영이 뚜렷한 작품들을 찾아야 하겠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작품 선정은 조금 미흡하다는 생각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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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1-03-09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거 괜찮죠. 아이들과 가끔 이야기 나누려고 합니다.

글샘 2011-03-09 12:37   좋아요 0 | URL
무슨 작품이든 아이들이랑 토론하는 건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구운몽 찾아 읽는 우리 옛이야기 7
김만중 글, 김원석 엮음, 윤종태 그림 / 대교출판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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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가 웃으면? 풋,사과 

바나나가 웃으면? 바나나, 킥 

원숭이를 구우면? 구운, 몽... ㅠㅜ 

'구운몽'과 '삼대'가 갑자기 '고딩의 독서 목록 1호'에 들었던 적이 있었다.
장편소설들인데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일부분이 실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솔까말(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고딩 국어 10년 넘게 가르친 나도 구운몽 한 번 읽었고, 삼대는 아직이다. 조금은 읽다 말았다. 원어본 구운몽은 넘 난해하고 인간 관계 복잡하다. 그런 꿈은 확 깨고 싶다. 삼대는 왕짜증 소설이다. 애비가 좋아하는 술집 여자 아들도 좋아한다. 이건, 뭥미? 

구운몽은 줄거리가 이렇다.
성진(이름도 좋다, 성품이 진실해~, 이름 중요하다. 미달이, 평생 정신적 스트레스...)이 육관대사 밑에서 도를 닦는다.
어느 날 심부름 가서 용왕이 권해 술 한 잔 마시고, 돌아오는 길에 여덟 선녀와 말대꾸 조금 하고(먼저 찍자 붙은 건 팔선녀다.) 절에 돌아와서 '남자로 태어나서 출세하지 못하는 신세'를 잠시 한탄한, 바로 그 세 가지 죄를 물어, 엄한 스승 육관대사는 지옥으로 보낸다. 

그 지옥인 즉슨,
까까머리 중놈 성진이가 양소유란 미남자로 태어난다.(아, 나도 오늘부터 지옥갈 짓만 하겠다. 천국은 무슨 재미람. ㅠㅜ 구운몽 읽지 말라. 악마가 지옥엘 가니, 거기가 바로 천국이더라... 뭔 말이야???) 
과거를 보러 가는데 절세 미녀 진채봉이가 바로 대기하고 있고, 기생 계섬월은 양소유의 글을보고 한 눈에 반한다.
(아, 양소유... 이름이 죽인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젊을 소에 놀 유라... 캬... 나, 양소유로 돌아갈래~~) 

장안 절세 미녀 정경패랑 혼약을 맺고, 경패는 계집종 춘운을 첩으로 삼으라 권한다. (아~~ 정말 지옥 좋아 좋아.. >ㅇ<) 

적경홍과 인연을 맺는데 또 난양 공주와 어쩔 수 없이 더블 결혼을 해야 하고, 자객 심요연은 웬일로 쳐들어와서 날 잡아 잡수~~ 거기다 백능파는 용왕의 딸인데... 국제 결혼까지 불사한다.(과연, 이 책을 권장 도서에 넣을 것인지, 정말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게 웬 권장 도서란 말인가.) 

경패와 난양 공주의 두 아내, 그리고 여섯 잉첩을 거느린 성진이. 캬~ 정말 노세 노세 젊어 노세다.
성경에도 7일에 한 번은 쉬라고 했거늘... ㅠㅜ
근데, 이 바보같은 넘이 자제를 하지 못하고 넘 놀다가 그만 질리고 만다. 그래서 "음, 나는 불도를 닦아서 부처님 제자가 되고 싶소~" 이런 망발을 내뱉는다. 두 아내와 여섯 첩도 "우리를 제자로 삼아 주세용~" 이런 쌩쑈를 벌이는데, 어디서 땡중이 하나 나타나, 얌마~ 너 나 알아 몰라? 묻는다. 

양소유는? 첨 보는 얼굴인디~ 아내들도 멀뚱멀뚱하는데... 대사가 지팡이로 돌난간 딱! 두드리자,
에고고... 지옥 끝, 천국 시작. (이런 니미... ㅠㅜ) 다시 중 성진으로 돌아갔다는 슬픈 이야기다. 

과연 이 소설이 '청소년 권장 도서'일지... 특히나 이 책은 어린이용으로 나온 것인데, 어린이들에게 이 책을 권해주고 부모는 아이가 책읽으면서 뭘 배우길 바라는지... 몹시 궁금하다. 

솔직히 권장 도서 문제 많다.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렸다고 그것이 훌륭한 작품은 아니다.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명작도 아니다.
이 책은 철저히 <성인용이야~>하고 외치는 작품이다. 

엄청 어렵고, 엄청 복잡 다단한 구성으로 이뤄져 있어 재미가 느껴지는 책이며,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옥 부분의 양소유가 온갖 부류의 여자들과(공주부터 자객이면 뭐 안 거친 물이 없네) 놀아나는 부분이 핵심인 책인데, 한참 야한 영화 보다가, 마지막 5분 동안, 청소년 여러분, 문란한 성생활은 인생에 도움이 안 됩니다... 이런 걸 권장 비디오라고 틀어주고 나가버린 선생님이나 마찬가지일 수 있는 책이다. 

자기 아이가 그런 삿된 것들은 다 이겨내고 성품이 진지한 성진같은 인격자라고 믿는다면 뭐, 한 권 권해줘도 좋겠고,
고딩 정도 아이가 책을 읽는 것보다는 베고 자는 용으로 여긴다면, 구운몽 고딩용을 한 권 권해주는 것도 좋다.
그런 거 아니라면, 그저, 교과서와 자습서 부분으로 충분히 족하다.
교과서엔, 저 재미있는 (지옥부분)은 쏙 빼먹고(아이고, 아쉬워라~~~) 맨 뒷부분 깨몽!하는 대목이 실려있다.
결국, 교과서만 배워서는 재미 하나도 없는 '구운몽~'인 셈이다. 

이 책은 진지하게, 권하고 싶지 않은 책이다.
그러나... 성인이 한 번 읽어보고 싶은데, 쉽게 읽을 책을 찾는다면, 이 책이 제일 낫다.
이야기 전개가 이처럼 잘 엮인 책은 처음 본다.(다만 아쉬운 것은 서포에 귀양갔던 서포 김만중이 쓴 원본에는 멋드러진 시들이 가득한데, 그게 쏙 빠지니... 거품 빠진 맥주 같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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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09 2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0-11-09 23:57   좋아요 0 | URL
권하고 싶잖은 책이라니까는... 다른 작업으로 들어가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