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 깊게 보았던 <비우티풀>의 감독, 이냐리투는 레이먼드 카버를 좋아한다고 한다.  

 

무슨무슨 맨,이라는 제목에 대한 선입견으로 제목을 흘려듣고 있다가 올해 초였던가.

비비아롬님의 권유(내가 좋아할 영화라고 덧붙이며^^)로 <버드맨>을 만났다.

마이클 키튼과 에드워드 노튼의 훌륭한 연기, 관객의 시선을 놓치지 않고 끌고가는 특출한 카메라워크, 경쾌하고 드라마틱하게 주인공의 심정을 대변하는 타악기와 현악기의 적절한 소리 배치와 무대 뒤의 좁다란 복도와 복잡한 뉴욕거리, 브로드웨이 연극무대의 현란한 앞쪽과 뒤숭숭한 뒤쪽 공간 구성 그리고 자연스럽게 다른 공간으로 이어지는 모든 장면들. 전체적인 속도감 못지 않게 놀라운 감각의 영화에 몸도 마음도 즐거워지는 경험을 했다.

 

왕년의 블록버스터 수퍼히어로가 등장하는 영화 속 버드맨, 리건은 고교시절 연극 활동 시, 자신의 연기를 본 레이먼드 카버가 냅킨에 써서 건네준 격려의 문구에 격하게 감동하였다. - Thank you for the honest performance. 그 냅킨을 여지껏 갖고 있는 60대 퇴물배우. 대중의 기억에서 사라졌고 가족에게도 인정받지 못하고 (그 흔한 SNS에 조차) 존재감 없는 리건은 끊임없이 덤벼드는 또 하나의 자기 자신에 시달린다. 환청인 듯 그림자인 듯 늘 말을 걸어오는 그 목소리는 리건의 무의식에 자리하는 헛것으로 자신을 몰아대고 자신의 무가치함을 상기시킨다. 그 이름은 버드맨.

 

영화는 과거의 영화로웠(다고 생각되는)던 자신을 차버리고 거듭나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유쾌하고도 정밀하고 역동적으로 그려낸다. 결미의 장면은 우리 영화 '해피엔드'를 연상하게 하는데, 열린 결말로 볼 수 있겠다. 관객은 여러가지 상상을 할 수 있겠으나, 나는 자신과 화해하고 버드맨 따위는 쫓아내버리고 재기에 성공한 조짐이 보이는 리건이 모종의 수치심을 느끼고 연극 속 에드처럼 자살한 것으로, 그러나 딸 샘의 눈에는 버드맨처럼 하늘을 나는 것으로 비쳐졌다고 생각한다. 타인의 소망(욕망의 다른 이름)과 자신의 소망에는 틈이 있는 법. 이러거나 저러거나 해피엔드가 아니라고 말하긴 어렵다.

 

"사랑에 대해 뭔가 아는 것처럼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들에 대해선 창피해해야 마땅해."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217p)

 

영화 중, 리건이 제작 및 주연을 맡은 연극이 등장한다. 퇴물 영화배우 리건이 재기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할지도 모를 중요한 연극이다. 제목은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소설 제목 그대로다. 대사와 내용은 약간 변형되었지만, 기본 구도와 초반 대사는 소설 속 그대로이다. 에드워드 노튼은 침체기에서 벗어나려고 허우적거리며 재기를 노리지만 여전히 갈등하며 자신과 싸우는 리건에게 촉매가 되는 역할이다. 영화 속 그는 리건과는 달리 비평가와 관객 모두에게 사랑과 인정을 받는 배우로 나온다. 실제 연극무대에서도 활동하는 노튼의 연기도 조연이지만 빛난다. 무대에선 진실되게 사실적으로, 실제에선 사기꾼에 허풍선이 역할, 애매하게도 그게 삶의 진실이라고 믿고 배짱 좋게 말하는 노튼 때문에라도 이 영화는 굉장히 재미있다.

 

리건이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을 연극무대에 올리려고 한 건 잘못되었다고 말한 이냐리투 감독이 이 소설을 영화를 이끌어가는 매체로 끌어들인 목적이 무엇일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여러가지 생각이 들지만 결국 사랑을 떠벌리고 살고 있는 우리에게 창피한 줄 알라고 넌지시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이 영화는 다른 많은 것들을 조롱하고 있다. 특히 바에서 늙은 여비평가와 리건이 나누는 대사는 적나라하면서 정곡을 찔러 통쾌한 맛이다. 그러고 나서 바를 나온 리건이 도시를 배회하다가 듣게 되는 어떤 남자의 독백은 우리네 삶과 비슷하다는 연극의 대사 같기도 한데, 배경음으로 깔리는 저음의 현이 처절한 심정의 리건을 대변한다.

" I don't exist. I don't exist."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고, 사랑함에 있어서조차도 우리 자신은 존재하지 않는.

 

리건은 (무지에서든 자발적으로든) 다친 코도 재건했고 신문에는 '무지에서 왔지만 예상하지 못한 초사실주의'의 선봉으로 대서특필 되었다. 더구나 전처와 딸과도 예전의 사랑을 찾은 것처럼 보일 정도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하지만 아니 그래서, 거듭날 수 있는 이 순간에 진실을 통렬히 깨달은 게 아닐까. -  I don't exist. I'm not anything. I'm not anyone.

 

 

 

- 영화 'BIRDMAN' 중

 

 

 What We Talk About When We Talk About Love

 

"우리가 사랑에 대해 정말 알고 있는 게 뭘까? 사랑에서 우리는 초보자일 뿐인 것 같아. 우리는 서로 사랑한다고 말하고 서로 사랑하기도 하지...... "(214p)

"...... 그런데 끔찍한 건, 정말 끔찍한 건, 한편으로는 좋기도 한 건데, 우리를 구원할 어떤 은총이라고도 할 수 있는 건, 만먁 우리 중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 이런 말을 해서 미안해요 - 바로 내일 우리 중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 상대, 그러니까 다른 한쪽은 한동안 슬퍼하다가도 다시 기운을 차리고 곧 다른 누군가를 만나 다시 사랑을 하게 될 거라는 거야. 그러면 이 모든 게,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이 모든 사랑이 그냥 추억이 되겠지. 어쩌면 추억조차 되지 않을 수도 있어. 내 말이 틀렸나? ......" (216p)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금행복하자 2015-07-13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도 버드라는 말을 들으면 예전영화 버디가 먼저 생각나요~

프레이야 2015-07-13 20:37   좋아요 0 | URL
버디,라는 영화가 있었나요. 저는 첨이라서요~^^ 버디영화는 많지요.

지금행복하자 2015-07-13 21:26   좋아요 0 | URL
1984년 영화에요. 오래된 영화죠~ 니콜라스 케이지. 매튜모딘 주연이고 베트남전쟁이 배경이었던 것 같아요. 매튜모딘이 정신병원 침대위에서 날려고 하는 포스터가 생생해요~
아직 버드맨은 못 보았구요~^^

프레이야 2015-07-13 21:28   좋아요 0 | URL
아!! 찾아서 보고 싶네요. 좋은 정보 고마워요^^

고양이라디오 2015-07-13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정말 재미있고 좋은 영화였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프레이야 2015-07-13 20:38   좋아요 0 | URL
보셨군요. 다시 봐도 재미있어요. 둘이 엉켜서 싸우는장면도 그렇고 리건이 팬티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상황도ㅎ

2015-07-13 16: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5-07-13 21:15   좋아요 0 | URL
잘 읽어주시고 공감해주셔서 참 고마워요. 리건이 진짜 하늘을 나는 버드가 되면 좋을까요. 사랑을 말할 때 우린 창피해해야 된다는 카버의 글귀, 찔리지않고 배길 수 있을까요^^ 참 하찮은 게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고 들어가면 좀 나으려나요

고양이라디오 2015-07-13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ㅜ 정말 좋은 영화였고 재미있게 봤었습니다. 언제 꼭 다시 보고 싶은 영화네요. 이 영화때문에 카버의 책도 읽어보게 되었고요^^

프레이야 2015-07-14 02:00   좋아요 0 | URL
네ㅎㅎ저도 영화 보고 그 단편을 찾아 읽었어요^^ 너무 유명한 제목이니 ‥

라로 2015-07-15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멋진 글에 제 닉네임을 언급해주셔서 영광입니다요~~~~~^^*
더구나 잊지 않고 봐줘서 더 고마운~~~~!! 그 맘 알아요?????ㅎㅎㅎㅎ

프레이야 2015-07-15 21:02   좋아요 0 | URL
아롬님 아니었더라면 패스했을 수도 있었던^^ 낄낄대며 봤다우
 

라틴다리, 사라예보

 

스타리 모스트, 모스타르

 

사라예보의 이슬람 상가거리

 

스타리 모스트에서 바라본 이슬람마을

 

사라예보 시청사가 보이는...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라일락 2015-07-19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겨울에 사라예보에 갔었는데, 사진을 보니 그 순간들이 고스란히 살아나네요.
<사라예보의 첼리스트>인가 하는 책을 읽고 이곳을 가보고 싶었거든요.

프레이야 2015-07-20 10:52   좋아요 0 | URL
겨울에 다녀오셨군요. 정말 매력적인 도시였어요.
사라예보의 첼리스트, 담습니다. 그곳 폭격 맞은 어느 카페 앞에서 첼로를 켜는 사람 이야기가
아닌가요? 어디서 읽은 기억이 나는 듯해요.
 

보스니아는 헤르체고비나 이외에도 반야루까를 수도로 하는 스랍스까 공화국까지 사실상 셋으로 구분되어 하나의 나라로 독립되어 있다. 현재 정식 국명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발칸국가들 중 제일 가보고 싶었던 나라다. 끔찍한 폭행과 살상이 자행되었던 전쟁의 상흔이 여기저기 남아있는 나라.

사라예보에는 모스크와 정교회, 로마 가톨릭 대성당이 공존하고 대단했던 크로아티아 상인들이 예루살렘으로 가기 전 묵었던 여관터와 브란젤리나 부부도 묵었던 유로파호텔이 나란하다. 대성당 앞에는 젊고 발랄한 남녀들이 자유분방하게 웃고 즐기며 파티드레스 같은 원피스를 입은 아가씨들이 붐비고 있다. 이슬람 우물이 남아 있고 현대식 카페거리와 터키식 상가밀집지역이 자연스레 이어져 있는 사라예보 시내거리에서 저 너머로 모스크가 보인다.

세르비아의 대포에 부서지기 전 백 년 동안 이슬람과 세르비아인, 크로아티아인, 터키인과 유대인 그리고 또 다른 이민족이 평화적으로 공존했던 사라예보에는 1차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된 현장을 목격한 라틴다리가 여전하다. 비극의 현장은 시청사와 당시 현장 사진들, 잊지 말자는 표어가 말한다. 사람의 앞날, 아니 한 치 앞을 모르고 욕망하고 허세 부리고 소유하려는 인간심사가 허망하다. 상처 깊은 도시에서 여전히 부유한 귀족들은 그들만의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헤르체고비나의 수도였던 모스타르에는 교각이 없는 터키식 다리 '스타리 모스트'가 있다. 오래된 다리,라는 뜻. 1993년 보스니아내전으로 파괴되었는데 당시 네레트바강에 매몰된 파편들을 건져올려 터키의 건축가들이 돌을 재배치했다고. 2004년 재건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아담하면서도 견고한 인상의 스타리 모스트는 광택나는 매끄러운 돌들이 아치형(정확히 말하면 거꾸로 브이자 형으로 좀 가파르다)을 이루는 다리 위에 낮은 계단식으로 깔려있어 발가락에 힘을 주지 않고 걸으면 미끄러지기 쉬울 정도다. 다리 저쪽과 이쪽의 정경이 좀 다른 느낌을 준다. 다리를 건너가면 이슬람들의 마을이라 작은 모스크도 있고 터키식 수공예품 가게들이 소박하다.


드리나강의 다리는 이보 안드리치의 고향, 소도시 비셰그라드에 있다. 세르비아와 보스니아 국경 근처를 지나며 드리나강이 시작되는 작은 시냇물같은 강줄기를 보았고, 비셰그라드에는 거리상 가보진 못했다.   이보 안드리치의 「드리나강의 다리」를 읽고 그 느낌을 대신하려고 떠나기 전에 읽었다.  어느 나라의 역사든 그러하지만 강물은 말없이 흐르고 다리 또한 말이 없다. 드리나 강의 다리,는 다리 주변에서 삶을 이어온 보통사람들의 슬픈 삶을 이야기하는 방식이 너무 담담하고 때론 희극적이라 인간의 삶을 향한 애잔함이 배가된다. 터키제국시대부터 1차세계대전 발발 전까지' 발칸반도 400년의 역사를 가로지르는 대서사시'라는 부제처럼 유장한 언어로 인간의 운명과 역사를 그린다. 잔인한 역사로 점철된 시간속에서도 인간미를 잃지않고 유머와 생의 기쁨을 놓치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눈물겹다.


▷ 이렇게 카사바를 부수고 뿌리째 흔들어버리고 오래된 관습들과 살아 있는 사람이건 죽은 식물이건 간에 모두 전복시켜버리는 이 새로운 폭풍우 속에서도 다리는 예전부터 늘 그랬던 것처럼 언제나 한결같고 희고, 튼튼하고, 상처받지 않는 모습을 지닌 채 서 있었다. (434p)

▷ 그들은 모두 라키야 한 잔씩을 더 마시고 커피를 마시며 금방이라도 다가올지 모를 현실을 잊고 있었고 모두들 더욱 자유롭고 더욱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이 암흑과 공포, 살인적인 포격 외에 인생에는 좀더 즐겁고 인간적인 다른 무엇이 꼭 있는 것만 같았다.
  이렇게 밤은 지나갔고 그와 더불어 위험과 고생으로 가득찼지만 명백하고, 흔들리지 않고. 자신에게 충실한 인생도 지나갔다. 오래전부터 이어져오고 그렇게 이어져내려온 본능으로 그들은 그런 것들 속에서 자신을 잊고 인생을 순간적인 감상들과 직접적인 필요들로 나누어버렸다. 왜냐하면 이렇게 살아야만, 매순간을 따로 떼어놓고 앞뒤도 보지 않고 살아야만, 견딜 수 있고 좀더 나은 앞날을 바라보며 계속 그런 삶을 지켜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448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월의 마지막 밤이 지난다.
2015년도 절반이 지나고 새로 절반, 하반기의 시작을 맞는다.

  장맛비 내리는 도로를 달려, 집에 며칠 와있던 큰애를 터미널에 데려다주고 왔다. 

좌석에 앉아 있는 아이한테 두 팔을 들어올려 커다란 하트를 머리 위로 날렸더니 아이는

두 손을 모아 가슴께에서 작은 하트를 만들어 돌려주었다.

버스가 서서히 움직이고 나 는 타지에서 혼자 잘 생활하고 있는 아이가 고맙다는 생각을 했다.

있는 그대로 참 예쁜 나이라는 생각과 함께. 집에 와 있는 동안
서울친구들이 여행 와서 이틀을 함께 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나눈 것 같더니 가면서 한마디 한다.

여행이라면 맛집에서 먹고 자연경치 보는 게 다‥,

우리나라는 정말 볼 만한 갤러리 같은 문화공간이 별로라고‥ 동감.

올초에 한달간 혼자 여행한 런던을 떠올리는 것 같다.
가치를 두는 것과 관점이 다르니
뭐라 말하기 곤란하고 개인의 취향이겠거니.
아이가 집에 잘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내일부터 또 열심히 세 가지 언어 공부할 거라는 애한테 무한응원의 메시지를 날려주었다.
언젠가 이런 날들을 추억하며 미소 짓겠지.
쉬이 잠자고 싶지 않은 밤이다.
Yes to excess!!
영화 웰컴 삼바,에서 샬롯 갱스부르가 분한
여자주인공의 말.

ps 사진은 베오그라드 거리 (뜬금없이)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순오기 2015-07-01 0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월 첫날 아침이 밝았어요~~
도브리예 우뜨라!! =러시아어로 굿모닝~~^^
큰딸이 다녀갔군요.♥♥
우리도 이번 주말엔 막내가 오고
부산모임인 월욜(6)엔 큰딸이 내려와서
같이 화욜에 돌아간다는데...

프레이야 2015-07-01 08:14   좋아요 0 | URL
월욜 큰딸이랑 많이 못 있고 부산 오시게 되겠네요. 괜찮으신거죠? (무조건 밀어붙임) 저 사진은 울딸 대신으로‥ 비슷한 나이로 보여서요. 제일 이쁜 나이. 우리도 저런 나이가 있었는데요. ㅎㅎ 도브리예 우뜨라~ 크로아티아어랑 비슷해요

2015-07-01 0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01 1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01 17: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15-07-01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님들이 이젠 성인들이 되어 주말에만 보실 수있는 거에요?? 꼭 시집간 딸들이 주말에 부모님 뵈러 가는 듯 님은 또 딸이 오는 날을 기대하며 맛있는 것 해놓고 기다리시겠네요?^^
예전 스무살 중반쯤 타지 먼 곳으로 직장따라 떠나던 날 울엄마는 꼭 시집 보낸딸 보낸 듯 하다며 집에 들어와 울었단말이 새삼 떠오르네요^^
학교 다니면서 집을 떠나는 것과 직장 따라 떠나는 것과 결혼해서 집을 떠나는 것등등 딸은 참 아쉬울 것같아요

참참 그리고 여행을 많이 다니셨다는데 기행문과 멋진 사진들을 보고 읽고 같이 느끼고 싶네요^^
들려달라~~~막 조르는 중입니다^^

프레이야 2015-07-01 13:27   좋아요 0 | URL
그러셨군요. 저는 그렇게 집을 떠나 있어본 적이 없어요. 그러다 결혼하고도 같은 도시에서 살지요. 좀 일찍부터 떠나서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않을 것 같은데요. 너무 우물안 개구리였어요. 여행은 서랍속에 넣어두고 조금씩 꺼낼게요^^

해피북 2015-07-01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월 마지막 날을 보내고 7월을 보내는 이들의 마음은 한결같은가 봅니다. 연초의 마음과 다짐들 계획들을 떠올려보며 얼마나 지켰는지 되돌아보게 되더라구요 ㅋㅂㅋ

이쁜따님의 이야기에 저 역시 힘을 내어봅니다 ㅋ 뜬금없는 사진 한 장에도 문득 가보고 싶고 걸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베오드라 거리네요^~^

프레이야 2015-07-01 13:25   좋아요 0 | URL
한 해의 반이 어느새 가버렸다니 참ㅎㅎ 나머지 절반도 하시는 일마다 행운이 따르길요. 딸의 나이랑 같은 때를 돌이켜보면 요즘애들이 훨씬 야무진 것 같아요.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니 그럴까요? 애틋한 나이, 참 좋은 나이, 내 나이가 되어 돌아보면 그때가 제일좋은 시절이라는 걸 알게 될거야, 했더니 씨익. 웃네요.

나와같다면 2015-07-01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떠나는 모습 보면서 울진 않으셨어요..?

프레이야 2015-07-01 13:21   좋아요 0 | URL
늘 돌아서며 글썽하지요. 그래도 요샌 훨 나아요^^

라로 2015-07-01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희령이 사진 좀 올려주징~~~~

프레이야 2015-07-01 13:20   좋아요 0 | URL
희원이? ㅎㅎ 올린 거 알면 난리날 걸요.
 

내가 제일 좋아하는 현존 수필가 최민자의
2006년 작 수필집을 뒤적이다 내 꼬리뼈에 대한 뜬금없는 생각이 든다. 나는 꼬리뼈가 유난히 두드러진 편이라 좀 딱딱한 의자나 방바닥에 방석 없이 오래 앉아 있으면 불편하다. 있던 꼬리가 퇴화한 흔적이라고 우겨볼 만한 물증이지만 딱히 근거가 있다고도 볼 수 없는 신체일부다. 유월 수양버들이 서 있던 물가 그늘에 앉아 물잠자리의 꼬리를 보며 수평과 수직에 대한 단상을 떠올렸던 기억도 어느새 오래전의 일이다.

누군가는 최민자의 문장을 두고 훔치고 싶을 정도로 얄밉다,고 말하는데 그게 깎아놓은 밤톨 같은 문장의 세련된 맛만 두고 하는 말이 아니라는 걸 안다. 성찰의 내공과 지적 깊이, 무한한 상상과 은유의 세계를 훔칠 수는 없는 법이다. 게다가 눙치고 뒤집어 유머까지 전하니. 그러므로 누구의 어구나 문장 또한 완벽히 훔칠 수는 없는 것이다. 그저 흉내만 내는 게 될 뿐. 흔히 글 쓰는 사람들이 수련하는 방법으로 필사를 권하는데 나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필사보다는 자신의 문장을 그저 쓰고 또 쓰는 게 좀 거칠더라도 낫다는 쪽이다. 나는 좋은 문장을 읽어도 바로 잊어버린다. 원래 암기나 메모를 잘 안 하는 편이기도 하지만 마음이 시켜서 메모하는 경우에도 다시 들춰보는 일이 잦지는 않다.

최민자의 수필집을 읽다가 나도 나의 꼬리뼈에 달아둘 꼬리 몇 개쯤 살 수 있을까, 유쾌한 상상을 해보게 된다.











혹시 왕년의 고관대작이 꼬리를 장만하러 내 가게에 들르면 만면에 미소를 띤 나는 기름 바른 여우꼬리를 살짝 감추며 상냥하게 물어볼 것이다. "무슨 꼬리를 드릴까요, 손님?"
"글쎄‥ 요즘 새로 나온 참신한 물건 없소? 없으면 그저 이 꼬리 저 꼬리 다 관두고 살래살래 잘 흔들리는 강아지 꼬리나 하나 주구려."
그러면 나는 진열장 뒤에서 요즘 가장 잘나가는 삽살개 꼬리를 비장의 무기인 양 꺼내 보일 터이다. 짭잘하게 흥정을 마치고 나서는 먼저 장착해 본 경험자로서의 노련하고도 친절한 한마디 훈수도 잊지 않을 작정이다.
"그런데 손님, 꼬리라고 무조건 흔들어서 좋은 것만은 아니랍니다. 삶이란 타이밍 아닙디까. 아무리 훌륭한 꼬리라해도 적시에 내리고 비상시에 감출 줄 알아야 합니다. 위급할 때면 도마뱀처럼 자르고 달아나는 호신술도 익혀두어야 할 테고요."
"여보쇼, 내가 방금 꼬리 자르고 도망쳐 온 왕도마뱀이란 말이요."
-46쪽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로 2015-06-29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민자 전 잘 모르는 작가네요~~~^^;; 기억하겠슴미다. 최민자~~~.

프레이야 2015-07-01 06:53   좋아요 0 | URL
이름보다 세련된 글이에요^^

hnine 2015-07-17 0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지금 막 구입했어요.
깎아놓은 밤톨 같을 수 없어도, 거칠고 서툴어도 저만의 색깔을 지닌 글을 쓰는 게 저는 더 좋아요. 이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글이요. 그런데 어느새 다른 사람의 글과 말을 흉내내고 있을 때가 많더라고요.

프레이야 2015-07-17 10:03   좋아요 0 | URL
즐독하실거에요. 이분의 사유와 문장은 쉽게 흉내낼 수 없을 듯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