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스미스 구하기] 서평단 알림
애덤 스미스 구하기 - 개정판
조나단 B. 와이트 지음, 안진환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서평단도서>


 이랜드 사태나 자유무역협정이 빚는 결과들이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를 주고 있다. 『애덤 스미스 구하기』는 그 분노의 기저에 있는 경제학적인 원인과 해결방안을 통찰해 볼 수 있는 책이다. 나아가, 글로벌 경제와 다국적 기업의 윤리에 대한 성찰을 촉구하는 책이다. 미국 경제학자가 쓴 소설이지만 Adam Smith(1723-1790)를 부활시켜 이야기하는 논리들이 우리에게도 준엄한 경고와 폭넓은 충고를 하고 있다. 

 이야기의 구조는 단순하다. S(Stabilize)-L(Liberalize)-P(Privatize) 방식을 제시하여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는 경제학 지도교수의 뒤를 이어 일생일대의 중요한 논문을 쓰고 있는 리차드 번스가 주인공이다. 그로 하여금 정의(Justice)를 선행조건으로 하는 J-S-L-P 방식이 경제 효율성 개혁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발표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이는 애덤스미스 학파의 계보를 잇되, 그의 경제이론 중 곡해되어 있었거나 외면되어 있었던 부분들을 찾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얻은 소중한 재발견이다. 책에서는 이 방식이 ‘우리가 당연시 여기는 균형 잡힌 사회적, 제도적 체계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더욱 완전한 개발 모델로 제시되고’ 있다. 이것이 지속 가능한 자본주의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물론 책에서는 그렇게 결론 내리고 있다. 그런 결론을 번스에 이어 독자가 납득하게 하기까지 번스와 스미스의 영적 대화가 이어진다. 그들의 대화는 길고 위험한 여행과 병행한다. 아, 하나 더, 번스의 8살 난 콜리, 렉스가 있다. 쫓기듯 출발한 미국횡단여행을 통해 번스는 스미스의 세계에 점차 흡입되어간다. 갖가지 예기치 못한 일들을 겪으며 번스의 깨달음은 깊어진다. 그들의 대화는 여행처럼 대개 생경하다.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때로는 기시감처럼 낯익고 때로는 기존의 관념에 부딪혀 충돌하기도 한다. 아름다운 대자연의 묘사는 경제와 관련한 무미건조할 수 있는 대화에 색채를 불어넣는다. 그 여정을 지도로 그려주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에 훨씬 입체감을 불어넣어줄 것 같다. 군더더기 없이 정연한 문장도 읽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좋은 번역의 힘인지도 모른다. 안진환이란 이름을 기억해둔다. 책의 뒤에 정리해 둔 꼼꼼한 ‘자료노트’는 이 소설이 애덤 스미스에 관한 많은 자료들에 얼마나 충실한지를 보여준다. 학술적 이론은 물론, 그의 거친 목소리와 툭 튀어나온 입, 이야기 할 때 물건을 만지작거리는 버릇, 세살 때 집시에게 유괴되었던 일과 빨강머리 아가씨를 보고 연애감정을 떠올린 일까지, 2세기를 너머 그를 부활시키고자 생명력을 넣은 흔적이다.

『국부론』(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 1776)보다 앞서 나왔고 여섯 번이나 재출간된 『도덕감정론』(The Theory for Moral Sentiments, 1759)의 내용이 이 소설의 토대를 이룬다. 그것은 결국 ‘국부론’의 오해와 왜곡을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스미스가 『도덕감정론』에서 말하는 ‘정의의 법(law of justice)'은 방종한 이기심과는 구별되는 것으로 자신의 방식대로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는 자유권이자, 자신의 근면성과 자본을 기반으로 다른 이들과 경쟁하게 하는 인적 자본의 근원이 된다. 그러한 자본의 축적이 거듭될 때 지속적인 발전의 토대도 닦이는 법이라고 강조한다. 스미스의 말은 이어진다. “자신의 처지와 상황을 개선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이 얼마나 강력한 줄 아나? 그 본능 안에는 인간의 어리석은 규제와 법률이 만들어 놓은 수많은 방해물들을 극복하고, 사회를 부와 번영의 길로 인도할 수 있는 저력이 숨어 있다네!” (p119)

 이 말은 케인즈의 이론과는 상반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모든 경제학자들의 공통점은 세상을 넓게 보고 앞을 내다보며 세상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는다는 점이다. 근본적인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면 자본주의 경제도 고쳐 쓰고자 했던 케인즈나 스미스 자신은 받아들이지 않았을 ‘경제학의 아버지’라는 이름의 그가 내놓은 고전적인 이론이나, 물적 자원 위에 인적 자본과 사회적 자본의 중요성을 두고자 한 점이 비슷하다. 이 책에서 그들이 여행 도중 우연히 만나는 피터라는 경영자는 그런 점에서 의미 있는 인물이다. 여러 에피소드 중 내게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피터와의 조우다. 바다에 빠질 뻔한 사람을 구해주고 그의 회사를 방문하게 된 두 사람 앞에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번스는 고객이 왕이 아니라 “직원이 왕이다”라고 말하는 피터에게 감동 받는다. 이 말은 많은 부분 ‘타인과의 동감’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이다.

 스미스의 입을 빌자면, 타인과 느끼는 자연스런 동감은 모두의 행복과 직결되는 것이다. 타인과의 동감은 문제의 옳고그름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타인의 열정을 이해하는 마음’을 말한다. 그것은 제3자의 입장에선 우습기도 한 치명적인 사랑의 감정이 아니라, 사랑에 따라오는 ‘인간애, 자비, 친절, 우정, 존중’ 같은 좀 더 초월된 열정을 말한다. “그걸 나눌 수 있는 용기를 가지게 된다면 그게 바로 진정한 사랑이라네.” (p179)  곁가지이긴 하지만, 줄리아와의 사랑을 두고 마음의 줄다리기를 하는 번스를 스미스는 굳이 재촉하지 않으면서 격려한다.

 타인과의 동감은 대개 도덕적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번스는 목초지로 하이킹을 나서서 눈부신 형형색색의 야생화가 뒤덮인 평원을 걷는다. 이때 평온함이 잦아들며 감각이 증대되고, 감각을 초월하게 된다. 순간 ‘내 마음은 자유로웠다.’고 느끼며, 여기서 그는 비로소 상상의 힘을 깨닫게 된다. ‘투시법을 통해 초점을 바꿔가며 보는 것이 열쇠였다!’ 그가 자연의 조화와 균형을 눈으로 보고 그것에서 깨달음을 얻는 순간은 예기치 않은 사건처럼 보인다. 운이나 우연일까. 리차드 번스는 아니라고 말한다. 이런 순간을 위해 열심히 연구하며 지적 토대를 닦아왔지만 깨달음을 손에 넣는 데는 상상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자연현상에 대입한 그의 경제학적 논리가 그리 억지스럽지만은 않다. “불확실성 아래서 행해지는 주식 가격평가의 문제를 급하게 흐르는 시내에, 투자가를 야생화에, 그리고 국제 자본을 물에 비유한 후, 야생화가 물을 찾는 골짜기에서 그 급류가 미칠 영향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p277)

 도덕적 상상력이 부른 동감은 결정적으로 번스의 사고에 변화를 가져온다. 그는 막 깨달은 내용을 공식으로 옮겨 쓴다. 그의 논문에 적힐 결론이 급회전하는 결정적인 시점이다. 그는 데이비드 흄이 말한 ‘이성은 열정의 노예’를 떠올리고 ‘이성은 지혜의 일부일 뿐’이라는 스미스의 말도 새긴다. 애덤 스미스는 흄과 함께 이신론자였다. 그는 옥스퍼드 대학 시절 흄의 <인성론>을 읽다가 압수당해 목사가 되려던 한 때의 꿈도 버렸다. 1739년에 나온 <인성론>은 인간의 생각과 욕심, 도덕과 같은 성품을 연구한 책으로 스미스가 도덕철학을 꾸준히 연구하게 된 단초가 되었다. 이신론(理神論)은 신은 이성적으로 자연계를 건설한 후 세계의 규칙에 개입하지 않으며 인간은 이성의 힘으로 이 자연의 법칙을 알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성은 지혜의 일부일 뿐.

 이신론자이자 경험론자였던 스미스는 <도덕감정론>을 통해 이성뿐만 아니라 ‘감정도 믿을 수 있으며 중요하며, 감정은 실재한다’고 말하고 있다. 소설의 결미에서 번스는 스미스를 대신하여 말한다. “사소한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지식은 곧 힘입니다. 부조화스럽고 일방적인 지식은, 즉 당신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그 방법은 엄청난 비능률을 초래하며 소비자와 노동자는 심각한 불의를 당하게 될 것입니다.”(p307) 사소한 문제라는 말은 역설적이다. 역기능의 지식에 기반을 둔 ‘이성’은 결국 타인의 열정에 대한 동감을 불러오는 ‘감정’을 앞서갈 수 없다. 다소 몽상가적인 발상일지 모르나 결국 변화를 주도하는 우리는 ‘계몽주의의 자녀들’이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스미스가 말하는 계몽운동은 ‘정신적인 구속에서 해방된, 상상을 자유롭게 하는 혁신’에 가깝다. 뉴턴이 만유인력을 발견한 시대를 이어 평생의 친구였던 흄과 더불어 스미스는 과학적 방법을 인간세계에 적용시켰다. 인간의 도덕성과 시장에.

 책은 아전인수 격인 견해 흡수에 대한 비판을 잊지 않는다. <국부론> 중 ‘자유경쟁에 의한 자본축적’의 일부만 잘라내 적용한 미국 헌법 제정자들은 당시 흑인들에게는 자유를 허락하지 않았고 자유무역으로 이득을 보게 된 식민지의 담배 농장주들은 노예제도에 반대한 스미스를 기억하려고 하지 않았다. 초반에 힌트를 노골적으로 주어버리는 바람에 번스와 스미스의 여행 내내 쫓아다니는 검은 그림자의 정체는 이야기의 긴장감을 주는 역할로는 조금 아쉽다. 아무튼 그 검은 그림자는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추종하는 인물로 나오는데 결미에서 정체가 드러나고 그의 흑색 야심 또한 드러내며 결국 자멸한다. 저자는 1989년 12월 17일 루마니아 혁명으로 차우셰스쿠가 몰살된 사건을 동유럽 자유의 시발점으로, 애덤 스미스에게는 놓칠 수 없는 상징이었다고 전제한다. 스미스의 영혼이 부활한 육체, 해럴드를 루마니아의 ‘티미소아라’ 출신으로 설정한 것도 그 때문이다.

 단어의 전체적 맥락을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듯 어떤 사람의 견해도 전체적 맥락에서 깊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편협한 해석을 하여 타인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행동은 함께 잘 살기 위한 스미스의 견해에 위배되어, 그의 분노를 자아낸 셈이다. 부(富)가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말은 일부는 맞지만 전부가 아니다. 목적이 아니라 도구이어야 할 부(富)의 축적을 추구할 때야말로 도덕적인 감정이 우선해야 한다. 그것이 실현될 때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덴마크 국민들이 행복을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소득의 50%이상을 세금으로 내는 일이 흔쾌히 전제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방글라데시 국민들이 느끼는 높은 행복지수와 차별된다. ‘국가의 부의 성질과 원인에 관한 탐구’는 ‘도덕적 감정의 일반화’가 전제되어 나온 결과물이다. 현대에 부활한 애덤 스미스의 말대로 ‘정의와 자유가 진보를 가져오’려면 물질적 부의 무절제한 추구는 도덕적 부패와 정신적 빈곤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법칙을 만드는 전통이라는 상급법원보다 더 높은 상급법원은 양심과 분별력이 아닐까. 양심은 '내면의 공명정대한 관찰자'이자 심판관이다. 우리는 모두 경제활동을 한다. 소비자인 동시에 노동자로서 어떤 의미에서는 관중이기도 하다. 관중은 경쟁자를 밀어뜨리는 부도덕한 선수를 증오할 것이고 노동에 대한 관대한 보상을 받지 못하면 참신한 인적 자원으로서 역할하지 못할 것이다. 소비자로서도 최대한 도덕적 감정을 지녀야 할 일이다.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손쉬운 입장이기도 한데 귀찮다는 이유가 실천에 방해가 되기도 하니 ‘나부터’가 중요하겠다. 애덤 스미스는 상인과 제조업자의 ‘비열한 강탈’을 비난했다. ‘그들의 대화는 대중을 기만하기 위한 음모나 가격을 올리려는 계략으로 끝난다.’라고 경고했다.

 당시 스미스와 친분이 있었던 흄, 볼테르, 루소, 1758년 화폐의 흐름을 분석한 『경제표』로 유명한 중농주의 학파의 케네가 함께 만나 떠드는 자리를 엿보기는 꽤 흥분된다. 책은 부, 쇄신, 덕성이라는 부제를 달고 3부로 나누어 이야기의 호흡을 고르게 한다. 흔히 알고 있듯 ‘보이지 않는 손’을 강조한 자유무역론의 고전주의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와의 깐깐하면서도 명쾌한 여행에 배낭 하나 달랑 매고 동참하는 기분이 들 것이다. ‘국부론’이나 ‘도덕감정론’을 읽은 적이 없고 경제학에 문외한인 나 같은 독자도 두루두루 흥미로운 요소를 발견하고 동감할 수 있는 책이다.



* 오자로 보이는 몇 가지

p118 아래에서 6번째 줄 ; 그 밖의 것에 대해서는 철저하고 자유를 보장하고? 
                                                                       (‘철저하게’가 아닌지?)
p173 위에서 2번째 줄 ; 향나무 숲 속 지났다. (‘숲 속을’이 아닌지?)
p275-p289  책장 하단 ;  상급 법워에의 항소 (-->법원에의)

 


*엉뚱하지만 즐거운 생각 하나 ; 이 책이 영화화된다면 ‘다빈치코드’와 흡사한 구조와 분위기가 될 것  같다. 소설적 재미를 위해 의도적으로 넣은 로맨스도  그렇고. 지적 매력이 물씬한 리차드 번스 역할로는 누가 어울릴까. 그리고 부활한 애덤 스미스와 자동차 정비공 해럴드의 양면적 얼굴을 잘  소화할 수 있는 배우로는? 지적 대화와 긴박감에, 미국 횡단 여행의 로드무비 형식이 될 테니 길 위에서 풍경과 동행하는 재미도 더해서...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웽스북스 2007-11-04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정말 성의있고 깔끔한 리뷰, 혜경님의 리뷰를 먼저 봤다면 저렇게 간단하게 리뷰를 쓰지는 않았을 거에요 흑흑 ㅋㅋ

. 2007-11-04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꼼꼼한 책 보기가 돋보이십니다. 정말 대단하세요!

2007-11-04 2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7-11-05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캄사해요^^ 흐흑 ㅎㅎ
노피솔님, 내용이 워낙 좋은 책이더군요.^^

비로그인 2007-11-05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흄과 스미스는 천재들이지요.


2007-11-05 1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05 16: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나무집 2007-11-05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자 보이는 건 직업병이시군요. 저도 책 읽다 보면 연필 들고 오자 찾는 데 열중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곤 한답니다.

프레이야 2007-11-05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사님, 그런가요.^^ 천재들은 앞서서 통찰한다는 공통점이 느껴집니다.
도덕철학에 먼저 깊이 관심있었던 스미스였는데.. 저도 그렇게만 알고
있었던 부분이지만, 그 내용이 흥미롭게 읽혀지는 책이었습니다.

소나무집님, 직업병인가요? ㅎㅎ 열중하기보다 그저 눈에 들어오니까요..
하드커버를 싸고 있는 비닐커버도 꽤 근사해보였는데 읽기엔 거추장스럽더군요. 빼놓고 읽었지요.

비로그인 2007-11-05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 잘 지내시지요. ^^제 글에 덧글도 하나 남겨주시고. 고맙습니다. ㅎㅎ^^
날씨가 쌀쌀해요. 가을도 아니고 겨울도 아니고 그 경계 어디쯤에 있는것 같아요
감기 조심하세요. 늘 건강하시구요. ^^

프레이야 2007-11-06 08:32   좋아요 0 | URL
알리샤님, 11월은 늘 그런 것 같아요. 경계 어디쯤.
그래서 더 이뻐해줘야 할 것 같은 달이에요.^^
이것저것 복닥대는 마음이지만 조금은 쌀쌀한 늦가을이 좋으네요.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Dylan M. Thomas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Old age should burn and rave at close of day;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Garve men, near death, who see with blinding sight
Blind eyes could blaze like meteors and be gay,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


순순히 저 휴식의 밤으로 들지 마십시오




딜런 M. 토머스


그대로 순순히 저 휴식의 밤으로 들지 마십시오.
하루가 저물 때 노년은 불타며 아우성쳐야 합니다.
희미해져 가는 빛에 분노하고 또 분노하십시오.

죽음을 맞아 침침한 눈으로 바라보는 근엄한 이여,
시력 없는 눈도 운석처럼 타오르고 기쁠 수 있는 법,
희미해져 가는 빛에 분노하고 또 분노하십시오.



-------




* Dylan M. Thomas

영국시인(1914~1953) 첫 시집이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며 젊은 천재시인으로 인정 받았고

이후 1930년대를 대표하는 시인이 되었다. 가난에 시달리면서도 위선에 맞서고 전쟁을

증오하며 생명이 넘치는 시를 쓰고자 했다.





- 장영희의 영미시산책 <축복> 중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07-11-03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 딜란 토마스의 시 좋아요. 마구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는군요.

프레이야 2007-11-04 09:01   좋아요 0 | URL
새초롬님, 굿모닝! 늦잠을 달게 주무시고 계시려나요.^^
네, 분.노.에요 (님에게 아니고)
방금 카페라떼 만들어 시나몬 살짝 뿌려서 마셨어요.
즐거운 일요일 보내세요^^
 
손에 잡히는 과학 교과서 02 - 동물
권오길 지음, 최경원 그림 / 길벗스쿨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위 제목을 부제로 달고 나온 책이다. 초등학생들이 사회과목과 함께 어려워하는 과목인 과학의 개념과 체계를 잡아주고자함이 목적이다. 이런 부제는 확실히 학부모들의 눈길을 끄는 제목이다. 책의 내용은 그에 걸맞게 얕지 않은 내용을 쉬운 말투로 설명해 준다.

 이 책은 초등 교과서 1학년에서 6학년까지 나오는 동물과 관련되는 내용을 망라하고 있다. 그렇다고 너무 광범위하지는 않다. 과학 교과서에서 드문드문 흩어져서 나오는 동물에 대한 내용들을 총정리하여 전체적인 그림을 머릿속에 그려준다는 점이 장점이다. 정확한 지식을 전달하는 딱딱한 책일수록 삽화는 유쾌하게 그려주어야 싫증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도 잘 알고 있는 책이다.

 생물의 한 종류로 ‘동물이란 무엇인가'에서 출발하여 동물의 분류(다양한 기준), 서식지, 먹이 의사소통방식, 짝짓기, 동물의 한 살이 등 동물에 관한 이야기를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러다보니 내용은 방대해지기 쉽지만 적절한 선에서 긋고 예시되는 동물도 적절히 두어 아이들의 호기심을 충족하게 한다. 초등 4학년 이상의 어린이 눈높이에 맞추어 이해하기 쉽게 풀어 썼다. 6학년까지 두고 참고하기에도 좋다.

 동물은 본능적으로 처해진 환경에 적응하면서 삶의 터전을 만들고 먹이를 찾고, 이를 통해 자손이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 또한 동물들이 환경에 적응해 가는 과정이 바로 진화의 과정이란 점에서 다윈의 이야기도 짧게 소개된다. 진화의 과정을 통해 생물의 다양성이 확보된다는 점과 생물의 다양성이 필요한 이유는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해 가기 위해서라는 사실 또한 느낄 수 있다. 결국 ‘알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와 비슷한 말이지만 사라져가는 동물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두고 살아남기 위해 환경에 적응해 가는 동물들에 대한 인간의 자세에 대해 짧은 토론을 해보는 시간은 유익했다. 

 목차에는 교과서와 관련하여 몇 학년 몇 학기 어느 내용과 관련이 있다는 식으로 조목조목 기입해 두어 일목요연하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책의 뒤에서는 척추동물과 무척추동물로 이분하고 다시 분류한 그림도표가 있어 유용하다.

 이 책을 읽고 알게 된 재미있는 사실 하나, 미토콘드리아에 관한 것이다. 세포 안에서 호흡을 하게 해 주고 에너지를 만들어 주는 작은 기관인 미토콘드리아는 확대해서 보면 마치 소시지처럼 생겼다. 우리 몸에서 나오는 힘이나 열 같은 에너지는 모두 이것이 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서, ‘세포의 발전소’ 또는 ‘세포의 난로’라고 불린다. 사람의 난자 한 개에는 30만 개나 되는 미토콘드리아가 있는데 정자 한 개에는 겨우 150개가 들어있다. 그래서 이들이 만나 수정이 이루어질 때 정자가 가지고 들어온 미토콘드리아를 난자가 모두 부수어 버린다. 결국 수정란 속에는 어머니의 미토콘드리아만 남게 된다. 우리는 부계와 모계의 유전물질을 반반씩 받게 된다고 하지만 우리 몸속의 미토콘드리아나 세포막 등은 모두 어머니의 것을 받아서 살고 있는 것이다. 책에서는 이 사실을 두고 이렇게 생각을 나아가게 유도하고 있다.   -  “이런 자연의 섭리에 의해 지구의 대부분의 생물들이 아빠 아닌 엄마가 자식을 낳고 키우기를 도맡아 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런데 해마는 수컷이 새끼를 낳는다. 이 삽화가 재미나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석 2007-11-02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엄밀히 따지자면 해마 수컷이 새끼를 낳는다는 건 틀린 말이죠.^^ 암컷 해마가 수컷 해마의 육아낭(새끼를 키우는 주머니)에 알을 낳으면 수컷이 그 알을 부화시키는 거니까요. 혹시 그 책에 표현이 잘못되었다면 바로잡아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어린이용으로 나오는 과학책들을 보면 간혹 틀린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있어요. 아이들이 보는 책일수록 정확하고 객관적인 사실을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죠; 이것은 글을 쓰기 전에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지 않는 저자에게 1차적인 잘못이 있고 2차적으로는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출판사에 잘못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린이용 과학책을 살 때는 꼼꼼하게 살펴보고 사실 것을 권합니다.^^;

프레이야 2007-11-02 22:14   좋아요 0 | URL
보석님, 꼼꼼한 조언 감사합니다. 당연히 그래야죠^^
이 책의 수컷 해마 부분은 제가 너무 짧게 써서 오해가 났는지 모르겠는데요,
책에선 님이 자세히 설명하신 그대로 잘 나와있어요. 제가 '수컷이 새끼를
낳는다'라고 간단히 쓴 것은 '암탉이 알을 낳는다' 또는 '여자가 아기를 낳
는다'와 동일한 표현이라 보시면 되어요. 남자가 정자를 제공하지만 흔히
'남자가 아기를 낳는다'거나 '수탉이 알을 낳는다'고 말하지 않듯이요.
책에선 정확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건그렇고,
수컷 해마의 불뚝한 배에서 쏟아져나오는 새끼들 삽화가 재밌어서요.
혹시 보석님 어린이책 관련 일 하시나요? 아님 과학관련? 궁금^^

보석 2007-11-06 13:10   좋아요 0 | URL
아, 저도 과학에 특별히 관심이 많거나 잘 아는 건 아닌데 잡다한 상식책을 몇 권 읽고나니 간혹 그런 게 눈에 보이더라고요.^^ 어떤 삽화인지 다음에 서점에 가면 책을 한번 봐야겠군요.
 

 

11월, 무명씨의 또하루를 시작하며~~~  남은 두 달을 생각하며~


I'm Nobody

Emily Dickinson


I'm Nobody! Who are You?
Are you - Nobody - too?
Then there's a pair of us!
Don't tell!
They'd banish us - you know!

How Dreary - to be - Somebody!
How public - like a fog -
To tell your name-
the livelong June-
To an admiring bog!

--------


무명인


난 무명인입니다! 당신은요?
당신도 무명인이신가요?
그럼 우리 둘이 똑같네요!
쉿! 말하지 마세요.
쫓겨날 테니까 말이에요.

얼마나 끔찍할까요, 유명인이 된다는 건!
얼마나 요란할까요, 개구리처럼
긴긴 6월 내내
찬양하는 늪을 향해
개골개골 자기 이름을 외쳐대는 것은.


*Emily Dickinson

미국 시인(1830~1886). 자연과 사랑, 청교도주의를 배경으로 한 죽음과 영원 등의 주제를 담은 시들을 남겼다. 평생을 칩거하며 독신으로 살았고, 죽은 후에야 그녀가 2000여편의 시를 쓴 것이 알려졌다.




-장영희의 영미시산책 <생일> 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

‘모든’ ‘완전한’ ‘진실한’ 등 일련의 형용사들의 간계를 조심하지 않은 까닭에,

젊은이들의 정신이 정체하거나 부패하는 수가 있다. 힘겨운 문제를 대면하는 데
지구력을 보일 수 없는 사람들은 이와 같은 형용사들을 미끼로 문제를 농담으로
유인해 들이는 것이다.


*

상처가 글을 못 쓰게 하는 것은 자기 반성의 여유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사랑이나 증오에 대해서도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냉정할 것!


*

하나의 운명으로서 절망이 다가와 압도하기 전에, 스스로 임의의 절망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우리를 정화한다. 무수한 절망 연습을 통해 우리는
과장된 자기 전시와 기교의 소모성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제작된 절망 속에 진실과 아름다움이 동거한다.


*

산문(散文)이 미드필드를 가로질러 속공을 노리는 데 반해 시어(詩語)는
로빙볼과 같다. 소위 문명이 밀집방어하는 문전에서 예감과 기대에 가득 차,
그러나 완연한 판가름을 염두에 두지 않은 채, 바나나킥으로 쏘아올리는
투기 - 그때 언어는 상징성을 얻고 혜성처럼 화염을 날리며 떨어진다.
이제 사물이 스스로 헤딩해야 할 찬스이다.

 

 

*

 

진흙 속으로 다시 들어가 수척해보지 않은 정신은 자기 성장의 부름켜를 찾지

못한다. 추악한 것, 비극적인 것, 만취한 것들은 우리들의 행위를 빈틈없이

호송하여, 우리가 과열된 상상력 때문에 월경(越境)하는 것을 막아준다.

 

 

*

 

시詩 - 정신의 수음행위. 그 옅은 피로감과 허탈함과 죄의식.

 

 

*

 

거리가 만들어내는 것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것은 '이미지'이며,

가장 너저분한 것은 동정同情이다

 

 

 

 


  -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이성복 /문학동네




댓글(9)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07-10-29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처음 문장, 요즘들어서 끈기, 지구력도 능력의 일환이란 생각이 강하게 들더라구요.

프레이야 2007-10-29 18:56   좋아요 0 | URL
형용사 남발이 지구력 부족에서 온 것이었을까요...
주어와 술어로 탄탄하게 선 문장!
쉽게 쓰는 문장이 더 어렵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고 그럴 땐
좌로 절(^^)하게 되기도 하구요. 그러면서 자신의 것을 만들어가는
것이겠지요.^^

비로그인 2007-10-29 22:30   좋아요 0 | URL
글쎄, 님은 좌절하실 필요가 없으실 것 같은데요 ^^
절대적인 의미를 담은 것들, '절대','완전히', '정말로', '진실로'..그런 단어들은 이제 쓰기가 꺼려져요. 그렇죠. 정말로 소박하고 간결한 문장. 음, 헤밍웨이를 제대로 읽어본적이 없단 생각이 퍼뜩들었어요, 지금 ^^

프레이야 2007-10-30 00:55   좋아요 0 | URL
이크, 절대긍정의 형용사만큼 절대부정의 그것도 위험하리란 생각이
들어요. 힘겨운 문제에 대한 좀더 진지한 고민.. 그앞에선 형용사도
머뭇거리게 되겠지요. 헤밍웨이는..음..또 누가 있더라.. 그렇군요.^^
새초롬님 주무세요? 지금.

비로그인 2007-10-30 10:25   좋아요 0 | URL
님이 댓글을 다신 그 시간엔 전 아마 꿈나라를 헤매고 있었던거 같아요.

비로그인 2007-10-29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능하면 적은 단어로 생각를 표현할 수 있으면 좋겠지요. 혜경님.


프레이야 2007-10-30 00:56   좋아요 0 | URL
네 정말 필요한 단어는 그리 많지가 않을텐데도 단어 앞에서 헤매고
있을 때가 있는 것 같아요, 한사님^^

바람결 2007-10-30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포리즘은 여기 있었군요.
'냉정'해야겠어요...

프레이야 2007-10-30 15:22   좋아요 0 | URL
감정을 가라앉혀야 좋은 글이 된다는 말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