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스미스 구하기] 서평단 알림
애덤 스미스 구하기 - 개정판
조나단 B. 와이트 지음, 안진환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서평단도서>


 이랜드 사태나 자유무역협정이 빚는 결과들이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를 주고 있다. 『애덤 스미스 구하기』는 그 분노의 기저에 있는 경제학적인 원인과 해결방안을 통찰해 볼 수 있는 책이다. 나아가, 글로벌 경제와 다국적 기업의 윤리에 대한 성찰을 촉구하는 책이다. 미국 경제학자가 쓴 소설이지만 Adam Smith(1723-1790)를 부활시켜 이야기하는 논리들이 우리에게도 준엄한 경고와 폭넓은 충고를 하고 있다. 

 이야기의 구조는 단순하다. S(Stabilize)-L(Liberalize)-P(Privatize) 방식을 제시하여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는 경제학 지도교수의 뒤를 이어 일생일대의 중요한 논문을 쓰고 있는 리차드 번스가 주인공이다. 그로 하여금 정의(Justice)를 선행조건으로 하는 J-S-L-P 방식이 경제 효율성 개혁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발표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이는 애덤스미스 학파의 계보를 잇되, 그의 경제이론 중 곡해되어 있었거나 외면되어 있었던 부분들을 찾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얻은 소중한 재발견이다. 책에서는 이 방식이 ‘우리가 당연시 여기는 균형 잡힌 사회적, 제도적 체계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더욱 완전한 개발 모델로 제시되고’ 있다. 이것이 지속 가능한 자본주의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물론 책에서는 그렇게 결론 내리고 있다. 그런 결론을 번스에 이어 독자가 납득하게 하기까지 번스와 스미스의 영적 대화가 이어진다. 그들의 대화는 길고 위험한 여행과 병행한다. 아, 하나 더, 번스의 8살 난 콜리, 렉스가 있다. 쫓기듯 출발한 미국횡단여행을 통해 번스는 스미스의 세계에 점차 흡입되어간다. 갖가지 예기치 못한 일들을 겪으며 번스의 깨달음은 깊어진다. 그들의 대화는 여행처럼 대개 생경하다.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때로는 기시감처럼 낯익고 때로는 기존의 관념에 부딪혀 충돌하기도 한다. 아름다운 대자연의 묘사는 경제와 관련한 무미건조할 수 있는 대화에 색채를 불어넣는다. 그 여정을 지도로 그려주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에 훨씬 입체감을 불어넣어줄 것 같다. 군더더기 없이 정연한 문장도 읽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좋은 번역의 힘인지도 모른다. 안진환이란 이름을 기억해둔다. 책의 뒤에 정리해 둔 꼼꼼한 ‘자료노트’는 이 소설이 애덤 스미스에 관한 많은 자료들에 얼마나 충실한지를 보여준다. 학술적 이론은 물론, 그의 거친 목소리와 툭 튀어나온 입, 이야기 할 때 물건을 만지작거리는 버릇, 세살 때 집시에게 유괴되었던 일과 빨강머리 아가씨를 보고 연애감정을 떠올린 일까지, 2세기를 너머 그를 부활시키고자 생명력을 넣은 흔적이다.

『국부론』(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 1776)보다 앞서 나왔고 여섯 번이나 재출간된 『도덕감정론』(The Theory for Moral Sentiments, 1759)의 내용이 이 소설의 토대를 이룬다. 그것은 결국 ‘국부론’의 오해와 왜곡을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스미스가 『도덕감정론』에서 말하는 ‘정의의 법(law of justice)'은 방종한 이기심과는 구별되는 것으로 자신의 방식대로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는 자유권이자, 자신의 근면성과 자본을 기반으로 다른 이들과 경쟁하게 하는 인적 자본의 근원이 된다. 그러한 자본의 축적이 거듭될 때 지속적인 발전의 토대도 닦이는 법이라고 강조한다. 스미스의 말은 이어진다. “자신의 처지와 상황을 개선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이 얼마나 강력한 줄 아나? 그 본능 안에는 인간의 어리석은 규제와 법률이 만들어 놓은 수많은 방해물들을 극복하고, 사회를 부와 번영의 길로 인도할 수 있는 저력이 숨어 있다네!” (p119)

 이 말은 케인즈의 이론과는 상반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모든 경제학자들의 공통점은 세상을 넓게 보고 앞을 내다보며 세상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는다는 점이다. 근본적인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면 자본주의 경제도 고쳐 쓰고자 했던 케인즈나 스미스 자신은 받아들이지 않았을 ‘경제학의 아버지’라는 이름의 그가 내놓은 고전적인 이론이나, 물적 자원 위에 인적 자본과 사회적 자본의 중요성을 두고자 한 점이 비슷하다. 이 책에서 그들이 여행 도중 우연히 만나는 피터라는 경영자는 그런 점에서 의미 있는 인물이다. 여러 에피소드 중 내게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피터와의 조우다. 바다에 빠질 뻔한 사람을 구해주고 그의 회사를 방문하게 된 두 사람 앞에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번스는 고객이 왕이 아니라 “직원이 왕이다”라고 말하는 피터에게 감동 받는다. 이 말은 많은 부분 ‘타인과의 동감’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이다.

 스미스의 입을 빌자면, 타인과 느끼는 자연스런 동감은 모두의 행복과 직결되는 것이다. 타인과의 동감은 문제의 옳고그름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타인의 열정을 이해하는 마음’을 말한다. 그것은 제3자의 입장에선 우습기도 한 치명적인 사랑의 감정이 아니라, 사랑에 따라오는 ‘인간애, 자비, 친절, 우정, 존중’ 같은 좀 더 초월된 열정을 말한다. “그걸 나눌 수 있는 용기를 가지게 된다면 그게 바로 진정한 사랑이라네.” (p179)  곁가지이긴 하지만, 줄리아와의 사랑을 두고 마음의 줄다리기를 하는 번스를 스미스는 굳이 재촉하지 않으면서 격려한다.

 타인과의 동감은 대개 도덕적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번스는 목초지로 하이킹을 나서서 눈부신 형형색색의 야생화가 뒤덮인 평원을 걷는다. 이때 평온함이 잦아들며 감각이 증대되고, 감각을 초월하게 된다. 순간 ‘내 마음은 자유로웠다.’고 느끼며, 여기서 그는 비로소 상상의 힘을 깨닫게 된다. ‘투시법을 통해 초점을 바꿔가며 보는 것이 열쇠였다!’ 그가 자연의 조화와 균형을 눈으로 보고 그것에서 깨달음을 얻는 순간은 예기치 않은 사건처럼 보인다. 운이나 우연일까. 리차드 번스는 아니라고 말한다. 이런 순간을 위해 열심히 연구하며 지적 토대를 닦아왔지만 깨달음을 손에 넣는 데는 상상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자연현상에 대입한 그의 경제학적 논리가 그리 억지스럽지만은 않다. “불확실성 아래서 행해지는 주식 가격평가의 문제를 급하게 흐르는 시내에, 투자가를 야생화에, 그리고 국제 자본을 물에 비유한 후, 야생화가 물을 찾는 골짜기에서 그 급류가 미칠 영향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p277)

 도덕적 상상력이 부른 동감은 결정적으로 번스의 사고에 변화를 가져온다. 그는 막 깨달은 내용을 공식으로 옮겨 쓴다. 그의 논문에 적힐 결론이 급회전하는 결정적인 시점이다. 그는 데이비드 흄이 말한 ‘이성은 열정의 노예’를 떠올리고 ‘이성은 지혜의 일부일 뿐’이라는 스미스의 말도 새긴다. 애덤 스미스는 흄과 함께 이신론자였다. 그는 옥스퍼드 대학 시절 흄의 <인성론>을 읽다가 압수당해 목사가 되려던 한 때의 꿈도 버렸다. 1739년에 나온 <인성론>은 인간의 생각과 욕심, 도덕과 같은 성품을 연구한 책으로 스미스가 도덕철학을 꾸준히 연구하게 된 단초가 되었다. 이신론(理神論)은 신은 이성적으로 자연계를 건설한 후 세계의 규칙에 개입하지 않으며 인간은 이성의 힘으로 이 자연의 법칙을 알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성은 지혜의 일부일 뿐.

 이신론자이자 경험론자였던 스미스는 <도덕감정론>을 통해 이성뿐만 아니라 ‘감정도 믿을 수 있으며 중요하며, 감정은 실재한다’고 말하고 있다. 소설의 결미에서 번스는 스미스를 대신하여 말한다. “사소한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지식은 곧 힘입니다. 부조화스럽고 일방적인 지식은, 즉 당신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그 방법은 엄청난 비능률을 초래하며 소비자와 노동자는 심각한 불의를 당하게 될 것입니다.”(p307) 사소한 문제라는 말은 역설적이다. 역기능의 지식에 기반을 둔 ‘이성’은 결국 타인의 열정에 대한 동감을 불러오는 ‘감정’을 앞서갈 수 없다. 다소 몽상가적인 발상일지 모르나 결국 변화를 주도하는 우리는 ‘계몽주의의 자녀들’이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스미스가 말하는 계몽운동은 ‘정신적인 구속에서 해방된, 상상을 자유롭게 하는 혁신’에 가깝다. 뉴턴이 만유인력을 발견한 시대를 이어 평생의 친구였던 흄과 더불어 스미스는 과학적 방법을 인간세계에 적용시켰다. 인간의 도덕성과 시장에.

 책은 아전인수 격인 견해 흡수에 대한 비판을 잊지 않는다. <국부론> 중 ‘자유경쟁에 의한 자본축적’의 일부만 잘라내 적용한 미국 헌법 제정자들은 당시 흑인들에게는 자유를 허락하지 않았고 자유무역으로 이득을 보게 된 식민지의 담배 농장주들은 노예제도에 반대한 스미스를 기억하려고 하지 않았다. 초반에 힌트를 노골적으로 주어버리는 바람에 번스와 스미스의 여행 내내 쫓아다니는 검은 그림자의 정체는 이야기의 긴장감을 주는 역할로는 조금 아쉽다. 아무튼 그 검은 그림자는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추종하는 인물로 나오는데 결미에서 정체가 드러나고 그의 흑색 야심 또한 드러내며 결국 자멸한다. 저자는 1989년 12월 17일 루마니아 혁명으로 차우셰스쿠가 몰살된 사건을 동유럽 자유의 시발점으로, 애덤 스미스에게는 놓칠 수 없는 상징이었다고 전제한다. 스미스의 영혼이 부활한 육체, 해럴드를 루마니아의 ‘티미소아라’ 출신으로 설정한 것도 그 때문이다.

 단어의 전체적 맥락을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듯 어떤 사람의 견해도 전체적 맥락에서 깊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편협한 해석을 하여 타인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행동은 함께 잘 살기 위한 스미스의 견해에 위배되어, 그의 분노를 자아낸 셈이다. 부(富)가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말은 일부는 맞지만 전부가 아니다. 목적이 아니라 도구이어야 할 부(富)의 축적을 추구할 때야말로 도덕적인 감정이 우선해야 한다. 그것이 실현될 때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덴마크 국민들이 행복을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소득의 50%이상을 세금으로 내는 일이 흔쾌히 전제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방글라데시 국민들이 느끼는 높은 행복지수와 차별된다. ‘국가의 부의 성질과 원인에 관한 탐구’는 ‘도덕적 감정의 일반화’가 전제되어 나온 결과물이다. 현대에 부활한 애덤 스미스의 말대로 ‘정의와 자유가 진보를 가져오’려면 물질적 부의 무절제한 추구는 도덕적 부패와 정신적 빈곤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법칙을 만드는 전통이라는 상급법원보다 더 높은 상급법원은 양심과 분별력이 아닐까. 양심은 '내면의 공명정대한 관찰자'이자 심판관이다. 우리는 모두 경제활동을 한다. 소비자인 동시에 노동자로서 어떤 의미에서는 관중이기도 하다. 관중은 경쟁자를 밀어뜨리는 부도덕한 선수를 증오할 것이고 노동에 대한 관대한 보상을 받지 못하면 참신한 인적 자원으로서 역할하지 못할 것이다. 소비자로서도 최대한 도덕적 감정을 지녀야 할 일이다.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손쉬운 입장이기도 한데 귀찮다는 이유가 실천에 방해가 되기도 하니 ‘나부터’가 중요하겠다. 애덤 스미스는 상인과 제조업자의 ‘비열한 강탈’을 비난했다. ‘그들의 대화는 대중을 기만하기 위한 음모나 가격을 올리려는 계략으로 끝난다.’라고 경고했다.

 당시 스미스와 친분이 있었던 흄, 볼테르, 루소, 1758년 화폐의 흐름을 분석한 『경제표』로 유명한 중농주의 학파의 케네가 함께 만나 떠드는 자리를 엿보기는 꽤 흥분된다. 책은 부, 쇄신, 덕성이라는 부제를 달고 3부로 나누어 이야기의 호흡을 고르게 한다. 흔히 알고 있듯 ‘보이지 않는 손’을 강조한 자유무역론의 고전주의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와의 깐깐하면서도 명쾌한 여행에 배낭 하나 달랑 매고 동참하는 기분이 들 것이다. ‘국부론’이나 ‘도덕감정론’을 읽은 적이 없고 경제학에 문외한인 나 같은 독자도 두루두루 흥미로운 요소를 발견하고 동감할 수 있는 책이다.



* 오자로 보이는 몇 가지

p118 아래에서 6번째 줄 ; 그 밖의 것에 대해서는 철저하고 자유를 보장하고? 
                                                                       (‘철저하게’가 아닌지?)
p173 위에서 2번째 줄 ; 향나무 숲 속 지났다. (‘숲 속을’이 아닌지?)
p275-p289  책장 하단 ;  상급 법워에의 항소 (-->법원에의)

 


*엉뚱하지만 즐거운 생각 하나 ; 이 책이 영화화된다면 ‘다빈치코드’와 흡사한 구조와 분위기가 될 것  같다. 소설적 재미를 위해 의도적으로 넣은 로맨스도  그렇고. 지적 매력이 물씬한 리차드 번스 역할로는 누가 어울릴까. 그리고 부활한 애덤 스미스와 자동차 정비공 해럴드의 양면적 얼굴을 잘  소화할 수 있는 배우로는? 지적 대화와 긴박감에, 미국 횡단 여행의 로드무비 형식이 될 테니 길 위에서 풍경과 동행하는 재미도 더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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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7-11-04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정말 성의있고 깔끔한 리뷰, 혜경님의 리뷰를 먼저 봤다면 저렇게 간단하게 리뷰를 쓰지는 않았을 거에요 흑흑 ㅋㅋ

. 2007-11-04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꼼꼼한 책 보기가 돋보이십니다. 정말 대단하세요!

2007-11-04 2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7-11-05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캄사해요^^ 흐흑 ㅎㅎ
노피솔님, 내용이 워낙 좋은 책이더군요.^^

비로그인 2007-11-05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흄과 스미스는 천재들이지요.


2007-11-05 1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05 16: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나무집 2007-11-05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자 보이는 건 직업병이시군요. 저도 책 읽다 보면 연필 들고 오자 찾는 데 열중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곤 한답니다.

프레이야 2007-11-05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사님, 그런가요.^^ 천재들은 앞서서 통찰한다는 공통점이 느껴집니다.
도덕철학에 먼저 깊이 관심있었던 스미스였는데.. 저도 그렇게만 알고
있었던 부분이지만, 그 내용이 흥미롭게 읽혀지는 책이었습니다.

소나무집님, 직업병인가요? ㅎㅎ 열중하기보다 그저 눈에 들어오니까요..
하드커버를 싸고 있는 비닐커버도 꽤 근사해보였는데 읽기엔 거추장스럽더군요. 빼놓고 읽었지요.

비로그인 2007-11-05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 잘 지내시지요. ^^제 글에 덧글도 하나 남겨주시고. 고맙습니다. ㅎㅎ^^
날씨가 쌀쌀해요. 가을도 아니고 겨울도 아니고 그 경계 어디쯤에 있는것 같아요
감기 조심하세요. 늘 건강하시구요. ^^

프레이야 2007-11-06 08:32   좋아요 0 | URL
알리샤님, 11월은 늘 그런 것 같아요. 경계 어디쯤.
그래서 더 이뻐해줘야 할 것 같은 달이에요.^^
이것저것 복닥대는 마음이지만 조금은 쌀쌀한 늦가을이 좋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