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nemuko > 아이는 99% 엄마의 노력으로 완성된다

 예전에는 수필이라던가 특히 성공한 사람들이 쓴 글 같은건 읽지 않았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를 마치 자신의 필살기인양 자랑하는 모습들이 너무 싫었었는데....

나의 오만함이 수그러져서인지 아니면 나에게 그런 말들이 필요해지기 시작해서인지 알 수는 없으나. 적어도 아이 키우는 일에 관해서만은 선배들의 조언들이 기쁘고도 뼈속 깊이 스며들어 옴을 느낀다.

이 글 역시 육아나 자녀 교육에 있어 지극히 원칙적인 것들을 제시하고 있으나, 요즘처럼 원칙이 오히려 귀한 세상에서는 그런 말들이 감사하다.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 중에서-

어떤 이가 석가모니를 찾아와 호소했다. "저는 하는 일마다 제대로 되는 일이 없으니 이 무슨 이유입니까?"

"그것은 네가 남에게 베풀지 않았기 때문이니라."

"저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빈털터리입니다."

"그렇지 않느니라. 재산이 없더라도 남에게 줄 수 있는 일곱 가지는 누구에게나 있는 법이다.

첫째는 화안시, 즉 얼굴에 화색을 띠고 부드럽고 정다운 얼굴로 남을 대하는 것이요.

둘째는 언시, 말로 얼마든지 베풀 수 있으니 사랑의 말, 칭찬의 말, 위로의 말, 격려의 말, 양보의 말, 부드러운 말 등을 전하는 것이다.

셋째는 심시로서 마음의 문을 열고 따뜻한 마을을 주는 것이고,

넷째는 안시, 즉 호의를 담은 눈으로 사람을 보는 것처럼 눈으로 베푸는 것이다.

다섯째는 신시, 곧 몸으로 행하는 것으로서 남의 짐을 들어 준다거나 일을 돕는 것이요,

여섯째는 좌시로 때와 장소에 맞게 자리를 내주어 양보하는 것이고,

일곱째는 찰시로 굳이 묻지 않고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 알아서 도와 주는 것이다.

네가 이 일곱 가지를 행하여 습관이 붙으면 너에게 행운이 따를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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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4-02-03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석가모니의 베푸는 삶에 대한 일곱 가지 말씀을 조용히 읊조려본다.
nemuko님 서재에서 퍼왔다. 아직은 어리기만한 아이를, 그것도 둘이 아니라 아직은 하나뿐인 아이를 기르는 젊은 엄마들의 총기와 넉넉하려고 애쓰는 마음가짐에 박수 보낸다, 한 십 년전 쯤으로 내 기억의 필름을 돌려보며... 내게 돌아오는 것이 적다 싶으면 내가 얼마나 베풀었나를 생각할 일이다. 화안시, 언시, 심시, 안시, 신시, 좌시, 찰시. 어느 것 하나 인색한 나를 발견하고 또 놀랐다.

다연엉가 2004-02-04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상 베풀면서 살고 싶네요. 베푸는 삶이야 말로 나의 삶을 윤택하게 해 줄 것이라고 항상 생각하고 있어요. 내 그릇이 백원짜리 그릇인데 천원을 퍼 담을려고 하면 남에게 자연히 상처도 주게 되고 그러는 가운데 나자신에게는 더 많은 상처를 가지고 올 것이라 생각하며 항상 조금 적은 곳에서 만족하며 살려고 노력을 합니다.
잘 되지는 않지만요...

프레이야 2004-02-05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울타리님, 오랜만에 반가워요. 김장하고 있는 모습이 님의 모습인가요?^^ 전 김치 사서 먹거든요. 주부로선 불성실하답니다. 베푸는 것에 서툰 우리, 언제나 내가 조금 더 쓴다는 생각을 하며 넉넉하게 살고 싶어요. 못난이가 내 맘 속에서 활개칠려고 할 때마다 이 글 떠올릴게요
 

책 읽는 여자 세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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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4-01-30 17: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 안에서, 나와 탯줄로 연결되어, 내가 품고 익혀서, 세상에 내놓은 열매들.
그 열매는 여러 모습으로 거듭 나며 내 주위에서 맴돈다.
나의 꿈, 나의 생각, 나의 삶...
책은, 또, 생명은!
 
 전출처 : waho > [좌.절.금.지]


[좌.절.금.지]

 '지브리 스튜디오' 작업실 문에 붙어있는 팻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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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4-01-27 15: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 삶의 요주의 표지판으로 삼아야지. 운전할 때 표지판 잘 보지 않으면 큰일나니까.

별오잉어현지 2004-01-27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송한데요, 지브리가 뭔지요?

Smila 2004-01-27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제작 스튜디오로 알고 있는데요...

프레이야 2004-01-27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mila님, 고마워요.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제작 스튜디오. 근데 미야자키 하야오란 애니메이션 작가도 전 처음이네요.

ceylontea 2004-01-28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일 유명한?? 작품으로는 "미래소년 코난"이 있습니다... 제가 어렸을때.. 텔레비젼에서 해서 정말 재미있게 봤던 애니메이션이었지요...
그리고 최근작으로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있고요..."모노노케 히메(원령공주)", "붉은 돼지", "이웃집 토토로", "마녀 배달부 키키", "천공의 성 라퓨타", "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등의 작품이 있습니다..

프레이야 2004-01-28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eylontea님, 안녕하시지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그 사람 작이었군요. 미야자키 하야오. 감사^^

waho 2004-01-28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니메이션 나우시카, 라퓨타, 토토로, 키키, 붉은돼지등을 만든 미야자키 하야오와 다카하타 이사오, 콘도 요시후미, 모치즈키 토모미 등 이있는 에니메이션 스튜디오랍니다. 미야자키 애니는 버릴게 하나도 없답니다. 하나씩 구해서 보시면 푹 빠지실거에요. 강 력 추 천!!!

프레이야 2004-01-29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니메이션은 잘 모르는 영역이었지만, 센과 치히로는 재미있게 보았어요. 토토로, 보노보노, 고양이의 보은 정도...^^ 님이 주신 정보, 고마워요. 미야자키의 애니메이션!
 

 # 100점 안 되면 반성하세요.

난 얼마나 좋은 아버지일까? 각 항목마다 매우 그렇다 5점, 약간 그렇다 4점,

그저 그렇다 3점, 아니다 2점, 전혀 아니다 1점을 적은 뒤 합계를 내 보세요.

1. 현재 자녀의 고민을 알고 있다.

2. 자녀의 감정 변화를 읽을 수 있다.

3. 최근 진지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4. 자녀의 마음을 움직이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

5. 이야기를 주의깊게 듣는 편이다.

6. 좋아하고 싫어하는 음식을 알고 있다.

7. 좋아하고 싫어하는 운동을 알고 있다.

8. 자녀의 습관을 잘 알고 있다.

9. 자녀의 나쁜 습관을 고쳐주려고 노력한다.

10. 컴퓨터를 작당히 하도록 적극 관심을 갖는다.

11. 친한 친구를 알고 있다.

12. 자녀의 나이에 맞는 놀이를 여러 개 알고 있다.

13. 집에서 20분을 재미있게 놀 수 있다.

14. 왕따 원인과 대책에 대해 잘 알고 있다.

15. 재능과 소질이 무엇인지 안다.

16. 자녀의 꿈이 변해 온 과정을 알고 있다.

17. 자녀가 관심을 갖는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18. 자녀의 꿈을 키우는 동기부여 방법을 안다.

19. 자녀의 직업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한다.

20. 잔소리를 적게 한다.

21. 칭찬을 잘 하는 편이다.

22. 자녀에게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다.

23. 방임형 부모와 엄한 부모의 차이점을 알고 있다.

24. 주말 스케줄은 자녀 중심으로 짜려고 한다.

25. 신문, 잡지에서 자녀 관련 정보에 관심이 많다.

26. 인격체로 대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27. 자녀가 속상해서 울면 곧바로 해결할 수 있다.

28. 자녀의 기를 살려주는 말이 무엇인지 안다.

29. 자녀와의 가치관 차이를 극복하는 법을 알고 있다.

30. 큰 잘못을 했을 때도 이성적으로 해결한다.

 

* 120점 이상: 매우 훌륭한 아빠      * 110점 이상: 훌륭한 아빠 

* 100점 이상: 양호한 아빠               *  90점 이상: 조금 노력이 필요한 아빠

* 80점 이상: 많은 노력이 필요        *  70점 이상: 아슬아슬한 아빠

* 60점 이상: 나, 아빠 맞아?

                                                                       <자료제공 : 아빠와 추억만들기>

 

 

요즘은 좋은 아빠로서 갖추어야 될 덕목이 많아진 것 같다. 그래서 아빠들의 어깨가 더 무거워보여 안 돼 보이기도 하지만, 어쩌겠나? 즐긴다는 생각으로 바꾸는 수밖에...

아이에게 정서적으로 기둥이 되어주는 역할은 엄마보다 아빠의 몫이 크다고 한다. 모 일간지에서 본 '좋은 아빠 되기' 위한 '아이 사랑' 회원들에 대한 기사를 보았다. 다섯 명의 아빠들이 모여 함박웃음을 머금고 대화하는 사진도 실렸는데, 연령은 만 37세에서 43세까지였고 직업도 모두 다르다고 했다.  "TV를 끄고 아이들을 보세요"라는 짙고 큰 활자가 먼저 눈에 확 들어왔다. 집에만 오면 TV에 시선 고정하고 있는 우리집 아빠를 들먹이지 않을 수 없다. 워낙 일이 많아 고단한 사람이지만 아이들이 그걸 아남?

일찍 들어오는 날이면 아이들 셋을 데리고 산책을 하며 자연스럽게 대화시간을 가지는 아빠도 있고, 술 마시고 퇴근한 날도 책 3권은 꼭 읽어주고 아이를 재운다는 아빠도 있었다. 그리고 아이와의 벽을 허물 수 있는 최고 매개체로, 문화체험을 아이와 함께 할 것을 권유한다. 

우리집 아빠는 이 모든 걸 거의 못 하는 형편이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아빠에 대한 그리움 같은 걸 늘 가지고 있다.  정말 어쩌다 아빠랑 자전거를 함께 타고 아파트 단지를 달린 날의 큰아이 일기를 보면,  이런 거구나, 싶다. 아이가 가지는 아빠와의 추억은 무엇일까?  시나브로 품에서 벗어날 아이들...  아이와의 풋풋한 추억만들기, 당장 실천해야 되겠다는 생각 들지 않나요? 우리집 아빠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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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1-27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제 점수가 얼마 정도인지 말씀드리기는 곤란하지만 한편으로는 만족할 점수인데(이 경우는 대외용 답변을 했던 경우입니다) 문제가 어려워서 시간을 들여 심각하게 풀어본 점수는 "장고 긑에 惡手"라고 했듯이 점수가 낮게 나오는군요. 제가 피해나갈 궁색한 변명도 있답니다. "아..아이들이 커 가면서 지네 친구들과의 약속을 더 소중하게 여기나봐...." 그래서 부모가 계획한 일에 막말로 고춧가루를 뿌리는 경우도 있는데...누구 책임일까요? 그리고 20번 문항에 대한 답변은 1.관심이 없으니 아예 잔소리도 없다. 2. 자율적인 사고와 판단을 위해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라는 극단적인 이유도 있을것 같아요.....(이그...생트집이다...) 하여간...아이들은 겉으로는 표현은 않하지만 속으로는 자신에게 쏠리는 부모의 관심도를 측정하고 있답니다.....100점 아빠들 됩시다(저부터요...)!!!

프레이야 2004-01-28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0점 엄마 되기도 힘들군요, 수수께끼님. 걸림돌 같기만 한 아이들이 사실은 나의 디딤돌이 된다는 사실 잊지 말자구요. 수수께끼님, 편안한 저녁 시간 보내시길...

水巖 2004-01-29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 오랫만입니다. 제일 먼저 제 서재에 들려 주셔서 알라딘의 서재를 알게 해 주신것 너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이글 우리 아이들 딸과 사위에게 보여 줄려고 퍼갑니다. 괜찮겠죠?

프레이야 2004-01-29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암님,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새해에도 여전히 에너지 넘치는 생활로 채워나가시길 기원합니다. 인생의 대선배님에게 여러가지 배우고 싶습니다. 아이를 대할 때 마음은 꼭 그런게 아니었는데 맘 같지 않게 어긋날 때 제일 속상합니다. 아이를 통해 제가 오히려 더 자라고 다듬어져서,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나은 날로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다음에 또 들리겠습니다.
건강하세요^^
 

    家具의 힘

 

                                                                       박형준

 

얼마 전에 졸부가 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나의 외삼촌이다

나는 그 집에 여러 번 초대받았지만

그때마다 이유를 만들어 한 번도 가지 않았다

어머니는 방마다 사각 브라운관 TV들이 한 대씩 놓여 있는 것이

여간 부러운 게 아닌지 다녀오신 얘기를 하며

시장에서 사온 고구마순을 뚝뚝 끊어 벗겨내실 때마다

무능한 나의 살갗도 아팠지만

나는 그 집이 뭐 여관인가

빈방에도 TV가 있게 하고 한마디 해주었다

책장에 세계문학전집이나 한국문학대계라든가

니체와 왕비열전이 함께 금박에 눌려 숨도 쉬지 못할 그 집을 생각하며,

나는 비좁은 집의 방문을 닫으며 돌아섰다

 

가구란 그런 것이 아니지

서랍을 열 때마다 몹쓸 기억이건 좋았던 시절들이

하얀 벌레가 기어나오는 오래 된 책처럼 펼칠 때마다

항상 떠올라야 하거든

나는 여러 번 이사를 갔었지만

그때마다 장롱에 생채기가 새로 하나씩은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집의 기억을 그 생채기가 끌고 왔던 것이다

새로 산 가구는

사랑하는 사람의 눈빛이 달라졌다는 것만 봐도

금방 초라해지는 여자처럼 사람의 손길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먼지 가득 뒤집어쓴 다리 부러진 가구가

고물이 된 금성 라디오를 잘못 틀었다가

우연히 맑은 소리를 만났을 때 만큼이나

상심한 가슴을 덥힐 때가 있는 법이다

가구란 추억의 힘이기 때문이다

세월에 닦여 그 집에 길들기 때문이다

전통이란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것 -

하고 졸부의 집에서 출발한 생각이 여기에서 막혔을 때

어머니의 밥 먹고 자야지 하는 음성이 좀 누그러져 들려왔다

너무 조용해서 상심한 나머지 내가 잠든 걸로 오해하셨나

 

나는 갑자기 억지로라도 생각을 막바지로 몰고 싶어져서

어머니의 오해를 따뜻한 이해로 받아들이며

깨우러 올 때까지 서글픈 가구론을 펼쳤다.

 

                                                              <나는 이제 소멸에 대해서 이야기하련다>(문학과 지성사)

 

  ** *       이 가난한 시인과 어머니 사이에 서글픈 '가구론'이 들어와 앉아 있는 이 시를, 안도현은 액자시라 부른다.  이 시를 읖조리면, 중얼대면서도 가난한 젊은 아들을 안스러워하는 어머니의, 자글거리는 눈가에 매달려 있는,  어쩔 수 없는 사랑이 보인다.

 

명절이면 으레 긴장이 되곤 한다. 이레저레 신경 쓰이는 것들이 있고 거추장스럽기도 하다.  아래 위로 챙겨야할 것이 많은 것도 바로 우리가 주역이기 때문이라 생각하라는 어느 분의 이야기를 힘으로 삼고 이번 설연휴를 출발했다. 시댁식구들과 이틀, 친정엔 23일에 갔다. 

이번 설은 대한과 함께 정말 설답게 추워서 쌉싸름한 공기를 코로 들이키며 좁다란 계단을 조심해서 밟으라며 아이들을 앞세워 올라갔다. 둘다 한복을 곱게 입고선 치맛자락을 한껏 올려잡고 올라가는 모습이 참 많이도 컸다 싶다. 

집에 들어서는 순간 트집이 났다. 집이 냉골이었기 때문이다.  이 추위에 기름보일러 아낀다고 제대로 안 켜고 계신 것 같았다. 수도관은 얼어서 만 하룻동안 수돗물도 못 썼다고 한다. 발바닥이 얼 것 같았다. 엄마의 명요리,  만두(올해는 며느리랑 함께 빚었다)가 나왔지만 몸이 풀리지 않는다.

엄마의 아들(나의 막내 동생)은 가난하다. 엄마 눈에 보이는 상대적인 기준으로,  당신은 그 점이 못내 안스럽다. 생전 별로 그렇지 못한 성미의 엄마가 이것저것 챙겨먹이려는 모습이 왠지 낯설고서글펐다. 평소 닦달하곤 했던 점이 아들에게 미안해서이겠지, 하면서 엄마의 눈가에 자글자글 그어지는 주름이 난 끼어들 수 없는 경계선처럼 느껴졌다. 내가 맘을 풀지 않고 있어서이겠지, 하면서도 이젠 정말 늙어가는 엄마와 아빠의 모습에서 내 모습을 보고 화가 나는 건 또 무슨 일인지...

동생은 시인은 아니다. 하지만 가난한 젊은 아들 며느리와 함께 사는 엄마 집에는 오래된 가구가 많다. 그리 비싼 가구들도 아니다. 가구란 추억의 힘이라고 시인은 짐짓 위안하고 있지만, 그리 추억할 만한 생채기가 묻어있는지 잘 모르겠다. 작년 여름 이사하면서 정말 생채기가 나 있었던 가구들을 대거 처분했다. 엄마에게 준 식탁과 장식장, 동생에게 준 소파와 거실장, 동서에게 준 5단 서랍장... 11평 연립주택에서 시작한 나와 남편의 집은 결혼 14년만에 6배정도로 불어났다.

엄마는 재수 좋은 가구 한 개쯤은 남겨두라는 말을 하며 새 것을 사들이는 맏딸을 불편한 눈으로 보셨다. 이래저래 걸리는 것들이 있어 내 원하는 기준으로 구입하지 않은 걸 후회하는 맘도 요새는 조금 있다. 만두국을 먹으며, 우리 사회에 빈부의 격차가 갈수록 더해질 것이라는 남편의 말이, 엄마 아빠의 가슴에 비수가 되어 박히는 소리가 들렸다. 어떨 땐 고의적이다 싶게 눈치가 없다.  이제 완전히 생퉁맞게 삐죽거리며 뒤틀리기 시작한다.  너무 민감하다 싶은 내가 또 거추장스럽다.

엄마가 서실로 쓰는 방에 들어갔다. 월간 서예를 비롯해 붓글씨와 사군자에 대한 자료와 책자, 그리고 파일에 차곡차곡 정리해 둔 연습글자들을 보았다. 왜 이제야 눈에 들어왔는지, 나도 참 무심하다. 엄마가 오랜 세월 한 우물을 파고 계신 것인데, 좀더 관심을  가져야겠다. 작가로 데뷔도 하셨으니 다음 기회엔 커다란 꽃다발과 함께 격려의 웃음이 담긴 편지라도 드려야겠다. 냉방의 서실에서 움츠린 어깨로 붓을 잡고 연습하는 엄마에게 따스한 힘 한번 제대로 실어주지 못한 못난 딸이다.

엄마의 가구에는 '상심한 가슴을 덥힐 때가 있는' 힘이 있을 법하다. 매달리고픈 소망이기도 하다. 가구란 '세월에 닦여 그 집에 길들기 때문'이라고 시인은 생각을 몰아간다. 엄마의 손때가 묻었을 낡은 책상과 문방구, 아빠가 여태껏 쓰시는 스테인레스스틸 재떨이(원래는 보온 도시락)가 올라앉아있는 이동식 원목 테이블 같은 것들이, 훗날  이런 저런 이유로 상처 입은 내 가슴을 덥혀줄 때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추억의 힘으로 남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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