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파란여우 > 그림으로 알아보는 성격 테스트

가장 마음에 드는 그림을 골라보세요.

9개의 그림들은 9가지 대표적인 성격 유형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http://www.netpia.com/service/eqtest/html/ucharacter.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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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기질이 있으며(Professional)
실용주의적이며(Pragmatic)
자기 만족적인(Self-Assured) 성격

당신은 그 누구보다도 당신 자신을 믿으며, 우연한 행운보다는 당신이 스스로 한 행위를 더 믿습니다.

내 행위로 인한 것을 주로 믿는편

당신은 당신에게 주어진 일을 현실적이면서도 단순한 방법으로 해결합니다. 즉 일상생활 속에서 당신의 생활 태도는 매우 실용주의적인 관점을 유지합니다.

내 삶의 모토는 심플한 현실주의자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당신을 의지할만한 사람으로 평가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본의아니게 해야할 일이 많아질 때도 있습니다.

일복 많다

이러한 당신의 의지는 매우 단호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자신에 대한 신뢰가 강한 사람으로 평가하는 일도 있습니다. 또한 당신은 당신이 생각했던 것이 현실화되기 전까지는 좀체 만족하려 들지 않는 성격입니다.

글쎄...때로는 대충주의자로 전락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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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4-05-26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은 저 그림을 선택하셨네요.^^
저는 해보니까 저를 그대로 잘 꼬집어 놓았더라구요.
내성적이며(Introspective) 민감하며(Sensitive) 사려가 깊은(Harmonious) 성격.
당신은 당신 자신과 당신의 환경에 대해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에 비해 보다 많이 고민하는 편입니다. 당신은 피상적인 것을 싫어해서 다른 사람과 이런 저런 잡담을 하기보다는 차라리 혼자 있기를 좋아합니다. 당신은 친구를 매우 주의깊게 사귀는데, 이로 인해 당신은 내적 평화와 안정감을 얻습니다. 그렇지만 당신은 아무리 오래 혼자 있더라도 조금도 지루함을 느끼지는 않는 성격입니다. &&&
 

이제 마음이 좀 정리된다.

어제 아침 서재를 들락거리고 있는데 희원이 담임선생님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얼마전 왕따 사건으로 피해자의 아버지가 교장실로 항의를 하는 바람에 오늘 학교로 좀 오시란다. 순간 가슴이 마구 뛰면서 화도 좀 났다. 그만한 일로 담임을 통하지 않고 교장실로 간 그 아버지가 납득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선생님에게 좀 딱딱한 어조로 내 기분이 전달되도록 했다. 그러고 오후 3시에 교실로 가기로 약속을 하고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가슴이 콩닥거리고 잠시 머릿속이 멍해졌다.

지난 주 금요일, 생전 처음으로 희원이가 반성문을 썼다며 내게 부모님 말씀을 써달라고 하며 종이 두 장을 내밀었다. 앞장엔 희원이가 쓴 반성문이고, 뒷장은 여학생 몇명이서 직접 끄적거린 왕따리스트 카피였다. 선생님은 '설마 내 아이가....' 이런 의심을 어머니가 가질까봐 증거서류?를 첨부하신 거였다. 

그것을 보는 순간 속으로 아주 놀랬다. 반듯하고 순진하고(내 아이라서가 아니라) 분별력 있는 아이가 이런 짓을 했다니 말이다. 하지만 아이의 태도와 말투에서 충분히 잘못을 느끼고 문제가 뭔가를 알고 있다는 걸 알아채고 난 놀라움을 감추고 겉으론 좀 태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리곤 자초지종을 물었다. 희원이는 자존심이 무척 강한 편이라 자신의 부정적인 요소나 학교에서의 부정적인 일은 거의 말을 하지 않는 편이다. 예를 들어 칭찬을 받은 일은 나에게 얘기하지만 꾸중을 들었거나 자존심에 금이 간 일은 별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일단 내가 그 반성문 아래에 '부모님 말씀'에 적은 글은 이렇다. '이 일로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커가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잘 지도해주십시오'  그 종이를 토요일날 아이가 선생님께 갖다드렸고 아이는 주말에도 나에게 왕따에 대하여 나의 의견을 묻고 자기의 의견을 말했다. 아이의 생각은 왕따를 당하는 아이들은 성격에 문제가 있고 남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이다. 한두번 그러지 말라고 충고를 했는데도 고치려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에 대한 나의 말은 이렇다.

- 어떠한 이유에서든 한 사람을 다수가 모의하여 따돌린다는 건 또 하나의 폭력이다. 사람은 모두 장단점이 있다. 단점을 가지고 그 사람이 따돌림을 당해야한다면 우리 중에 어느 누가 그에 해당되지 않을 사람이 있겠느냐. 무슨 권리로, 무슨 완벽한 사람이 있다고 말이다.  

희원인 많은 생각을 하는 눈치였다. 우리 사회에서 큰 문제로 떠오른 이 문제를 이번 기회에 곰곰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고, 아이가 쓴 반성문의 내용처럼, 다른 아이의 말만 듣고 그 아이를 왕따로 지목하는 일에 함께 한 게 잘못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오후 학교에 가게 된 것이다. 이 리스트를 만든 여섯 명 아이들의 엄마들과 선생님이 한 자리에 앉았다. 사실, 가담한 사람 앞으로 다 나오라는 선생님 말에 용감하게 나간 아이들은 이 여섯이고 더 적극적으로 한 아이들 몇은 안 나가고 앉아있은 아이도 있단다.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먼저 손을 든 점에서는 난 희원이를 다독여주었다. 나서지 않은 아이들이 비겁한 것이라고.

아이들이 모두 나가고 조용한 교실에 지우개 가루가 많이 어질러져 있었다. 나와 선생님은 비를 들고 간단히 청소를 하고 의자를 당겨 앉았다. 다른 엄마들도 들어오기 시작했다. 내가 부끄러워지기 시작한 건 정말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선생님은 이 일로 스승의 날이고 뭐고 교장실 불려가서 학생지도 잘 못 한 거 아니냐고 꾸중듣고, 피해자 엄마 항의 받고, 주말에 집에서도 아무런 일이 잘 되지 않더란다.

교장실로 찾아간 아버지의 아이는 작년에도 왕따를 당한 아이고 행동과 언어습관이 몹시 거칠고 거짓말도 잘하고 문제가 있다는 걸 선생님도 부모님도 알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3월부터 선생님이 주시하면서 분위기를 세심하게 살피고 그 아이를 격려해주고 그래서, 작년처럼 아이 입에서 학교가느니 차라리 죽겠다는 말은 안 나와서 그 엄마도 참 반가워하고 있었단다. 그런데도 반아이들이 그 아이옆에도 가지 않으려하고 수업시간에 발표를 하면 야유하고 따돌리기 시작하더란다. 남몰래 두어달 동안 선생님이 각별히 신경을 쓰신 흔적이 보여 선생님께 죄송했다.

사실 희원이는 좀 억울한 경우라고 하셨다. 내가 놀란 것은, 처음에 희원이도 왕따 리스트에 들어가 있었다는 말을 듣고서다. 그걸 작성한 아이들이 그 리스트를 희원이에게 보여주며 너도 여기에 가담하여 한명을 지목하면 그 리스트에서 빼주겠다고 해서 그랬다는 것이다. 난 이 내막을 아이가 아닌, 선생님에게서 들었다. 희원인 그런 이야기일랑 자존심이 상해 엄마에게 못 하나보다. 왕따를 하는 가해자들에게 물으면 그냥 재미로, 장난삼아서, 이렇게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선생님도 이 아이들이 무슨 특별한 악의가 있어서가 아니란 것도 알겠다고 하셨다. 고학년지도가 이래서 어렵단다. 학습지도보다는 이런 문제 때문에 세심하게 관찰해야 한단다. 선생님은 학교에서 엄마들은 집에서 아이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며 좋은 말로 잘 지도하기로 하고 교실을 나왔다.

어쩌면 이 기회에 꾹꾹 눌러두었던 문제가 표면화되어 더 좋은 분위기로 이끌어질 수도 있겠다고 선생님께 희망적인 말씀을 한마디 던졌다. 왕따를 당한 그 아이의 사례를 몇가지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는 선생님의 얼굴에 안타까움과 힘겨움이 엿보여, 이래저래 걱정을 끼치게 되고도 오히려 발끈했던 내가 부끄러웠고 죄송스러웠다. 선생님의 딸도 중학생이 되고 얼마간을 매일 용돈을 빼앗기고 들어왔단다. 안 주면 왕따 시킬거라고 협박을 하더란다. 그래도 선생님은 담임께 항의도 하지 않고 기다렸단다. 시간이 지나자 그 담임이 알게 되고 일이 해결되었다고 하시며, 담임을 통하면 해결 못 될 일이 없다고 하셨다. 그러며 장난으로 던진 돌이 개구리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하셨다.

교문을 나서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개성과 다름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우리 아이들에게도 있는 건 아닌지. 자신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티끌을 가지고 그 사람을 집단적으로 모독할 수 있는지. 학교에서 하루의 많은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이 참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오면 좋겠다. 나와 다른 점을 보듬어줄 줄 알면 좋겠다.

오늘 아침에 가방을 메고 나가는 아이의 뒷통수에 난 아무렇지도 않은 척 '희원아 점심 맛있게 먹어. 그리고 친구들이랑 잘 지내고' 라고 말했다. '응, 여자친구들이랑은 다 잘 지내.' 이러고 가는  아이의 등이 오늘따라 가엾어 보인다. 마음도 몸도 아름답게 자라기를, 내 아이의 다름이 서로에게 눈엣가시가 되지 않는 세상이기를, 그래도 믿어볼 수 있는 건 착한 아이들의 눈망울이 아닌가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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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4-05-18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의 생각은 왕따를 당하는 아이들은 성격에 문제가 있고 남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이다. 한두번 그러지 말라고 충고를 했는데도 고치려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렇게 생각하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은 거 같습니다. 솔직히 저도 왕따 당하는 아이들에게 전혀 문제가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다른 아이들보다 더 많은 보살핌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요. 그런데 아이들에겐 그게 안 먹혀 들어갈 때가 많고, 아이들에게 이해시키는 게 힘들어질 때가 많습니다. 저도 화를 내며 '왜 너는 다른 애들처럼 행동하지 못하니?'하고 야단칠 때도 있습니다. 때로는 '이 아이에게 쏟는 관심을 차라리 다른 애들에게 나눠주는 게 더 생산적이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합니다. 그러나, 그래서는 안된다는 걸 압니다.
님과 같이 모인 학부모님들은 좋으신 분들이네요. 담임 선생님께서도 현명하시구요. 작년에 우리 학교에 비슷한 왕따 사건이 있었는데,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으로 번진 적이 있었습니다.

진/우맘 2004-05-18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놀라셨겠네요. 그래도 참, 차분하게 잘 하신 것 같습니다.
제가 그런 경우라면...갑자기 자신이 없어지는데요. 뭐라할까...뭐라할까...머리만 긁적이다 가요.

아영엄마 2004-05-18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왕따 문제.. 저는 늘 걱정입니다.
아영이가 워낙 행동이 느려서-아직도 복도에서 밥 먹곤 하니- 다른 사람들에게 못난 아이로 비치고 왕따당할까봐요...
그리고 왕따 당하지 않으려면 왕따를 시켜야 하는 삭막한 현실도 답답하고.. 선생님들도 여러모로 참 어렵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업무도 과중한데 아이들의 면면을 두루 살피셔야 하니.. 그래도 희원이는 좋은 선생님이랑 엄마를 만나서 다행이에요~

프레이야 2004-05-18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리니님, 진/우맘님, 아영엄마님, 네, 병이 깊어지기 전에 잘 발견했다싶어요. 선생님이 참 좋으시더군요. 그 아이에게 하루에 한번씩은 '말조심해. 예쁜 말 써.' 이렇게 주의도 준대요. 계속 왕따를 당하다보니 성격이 더 비뚤어지고 난폭해진것 같다고 하더군요. 그 아이가 사실 불쌍하기도 했어요. 꾸준하게 관심을 갖고 보살펴주어야할 아이 같았어요.

조선인 2004-05-18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중2때 친하게 지내던 무리로부터 갑자기 왕따를 당한 적이 있어요.
전 몹시 당황하고 기가 죽어 어쩔 줄 몰라 했는데,
그 중 한 친구가 방과 후 저를 불러 너가 왜 왕따를 당하고 있는지 아느냐고 물어줬지요.
제가 잘 모르겠다고 머뭇거리자 잘난 척하는 것 때문이라며 그 예를 세세히 들어줬습니다.
그제서야 무심코 한 저의 언행이 친구들에겐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으며,
심지어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지요.
다행히도 어른스러웠던 그 친구 덕에 다른 친구들과도 금새 화해할 수 있었고,
그날의 일들은 제 인생의 소중한 교훈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상황은 좀 다르지만 희원에게도 오늘의 사건이 귀중한 경험으로 남을 수 있길 바랍니다.

프레이야 2004-05-18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그런 경험이 있었군요. 참 성숙한 모습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아 다행스럽습니다.
저도 때때로 내가 물에 기름처럼 한데 어울리지 못하는 이질적인 존재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느낌은 누구든 가질 수 있는 것이겠지요. 고독을 즐기는 성향도 있구요. 웃고 떠들고 난 후의 공허감이 두려울 때가 솔직히 있지요. 하지만 그런 태도가 남들에겐 좋지않게 보일 수도 있겠다싶네요. 조선인님, 희원이게도 귀중한 경험이 되기를 바래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

박예진 2004-05-29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긴 글인데 ... 워낙 글솜씨가 좋으셔서 넋 나간 채로 읽었네요 .... 제가 어렸을 때도 왕따당한 아이가 있기는 있었어요. 제가 왕따시킨 것은 아니였지만 , 보통아이는 아니었구요 , 왜 있잖아요...다른 애...그런 애였거든요 . 저도 왕따 안 당하도록 친구들에게 더더욱 친절히 대해야겠어요.

waho 2004-06-06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 무섭네요. 따돌림 당하는 애들은 항상 있지만 요즘은 애들이 넘 무서워져서 따돌림의 정도도 심해지는 것 같아요. 희원이도 맘에 상처가 됐겠네요. 아이에게 좋은 경험으로 남았음 좋겠네요. 님도 많이 놀라셨겠어요.

프레이야 2004-06-06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릉댁님, 힘든 일은 어떻게 되었는지 마음 쓰여요. 잘 넘겼으면 좋겠어요.
희원인 요즘 이 일로 많은 생각을 한 것 같고 그 친구도 별 무리 없이 학급에서 잘 지내고 있대요. 선생님께 쓴 편지(일기장에)에서 아이가 이렇게 컸구나, 하는 걸 보고 뿌듯하기도 했어요. 다 자라는 과정이 아니겠어요? 다치고 치유되고 그러면서 강해지기도 하구요. ^^
 

한달에 한번 꼴로 돌아오는 어머니 교육두레의 날이다. 나는 급식과 관련한 일을 돕는 것으로 조가 짜여졌다. 오늘은 급식재료를 검수하는 일을 하였다. 4명이 한 조인데 한 분은 갑자기 남편이 병원에 입원을 하는 바람에 못 오셨다. 아침 일찍 요가를 하고 와서 바로 아이 학교로 갔다. 희령인 혼자서 씻고 옷 갈아입고 있으라고 어젯밤 미리 당부를 해 놓았다.

8시30분 급식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영양사께서 사람 좋은 웃음으로 맞아주셨다. 전에도 한 번 뵈었는데 어쩜 그리 편안한 웃음으로 사람을 대하는지 참 좋아보였다. 급식 재료들은 벌써 도착하여 재료실에 쌓여있었다. 우리는 흰 가운을 걸치고 신발도 갈아신고 손에는 위생비닐장갑을 끼고 재료실로 들어갔다. 나는 리포터화일과 볼펜을 들고 재료 하나하나에 대한 포장상태, 위생상태, 온도, 수량, 원산지, 제조일 같은 것들을 체크하여 기입하는 일을 하였다. 다른 분들은 일일이 재료를 뒤적여보고 냄새도 맡아보고 세심한 눈으로 상태를 살펴보는 일을 했다.

냉동식품(명태포) 같은 경우에는 오는 과정에서 약간의 해동이 되어 박스 아랫부분에 있는 것은 괜찮은데 윗부분에 있는 것은 거의 다 녹아있었다. 운반과정에서 최대한 급속으로 하는데도 어쩔 수 없다고 배달원이 말했다. 영양사와 우리 검수단은 직송으로 배달 받는 걸 고려해봐야겠다고 말했다. 갑오징어는 원양산인데 냉동되었던 것을 냉장상태로 보관하였다가 가져온 것이었다. 이것도 윗부분에 있던 것에서 약간 콤콤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여러번 맡아보다가 한 마리를 들어냈다. 아깝게 어쩔 것인가 했더니 영양사는 과감하게 버린다고 말했다. 난 괜찮은 것 같던데 다른 두 분이 그렇게 까다롭고 꼼꼼하게 검수를 했다. 다 우리 아이들이 먹을 것이고 온도도 점점 높아가는 요즘이라 위생에 더 신경을 쓰이는 모양이다. 

야채(콩나물, 부추, 대파, 마늘)는 모두 무농약으로 쓴다. 콩나물이 참 건강하고 깨끗해보였다.  오는 과정에서 온도는 다소 높아졌지만 상태는 양호했다. 이 학교는 화학조미료를 일절 쓰지 않고 음식을 만든다. 오늘은 콩나물국의 국물을 내기 위한 넙적한 멸치(이름이 뭐더라?)가 두 박스 있었다. 원산지는 기장군이었고 잘 말려져 때깔도 고왔다. 그외 참기름, 식용유, 카레가루, 부침가루, 김, 어묵 같은 것들도 다 좋았다. 그런데 재료실 타일바닥이 물기가 있어 좀 질척거리는 게 맘에 들지 않았다.  한 사람이 급식재료운송차도 상태를 점검하였다.

오늘 아이들 급식식단은 쌀보리밥, 콩나물국, 흰살생선카레튀김, 어묵오징어무침, 김구이, 비지미김치다. 맛있겠다. 난 아이들 아침을 빵으로 하기 때문에 학교나 유치원에서 점심을 맛있게 먹는 걸 상상하며 그나마 위안한다. 게으른 엄마의 변명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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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5-11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내일 중으로 급식업체 방문이 있다고 들었는데...처음이고, 게다가 살림엔 소질이 없는지라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

BRINY 2004-05-11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곳은 자체급식하시나보네요. 저희는 S그룹 계열사에 위탁급식하는데, 학부모 급식 검수는 없어요. 저도 가끔 학생식당 가서 밥먹는데, 괜찮더라구요. 반찬은 김치 빼고 3가지. 도시락 반찬으로 환영받는 것을이 주로 나와요. 냉동식품 튀김류가 자주 나오는 거 아니냐고 가정 선생님은 지적하시지만, 저야 워낙 찬 도시락 밥이 싫어서 학교 다닐 적엔 거의 빵 싸가지고 다녔기에, 따뜻한 밥과 국을 먹을 수 있고 도시락 안 싸갖고 다니는 것 만으로 감사하답니다.

프레이야 2004-05-11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자체급식을 합니다. 급식실 설비를 잘 해놓았어요. 전교생이 급식실에서 갓 나온 따끈한 밥과 국으로 식사를 하죠. 선생님과 아이들이 함께 해요. 저도 도서실 도우미 하는 날이면 급식을 먹는데 아주 맛있고 깔끔해요. 신설학교라 내년엔 6학년은 교실에서 먹게 될 거라네요. 학생수가 늘어나니까요. 이번 주 금요일 식단이 뭐더라, 현미밥, 추어탕, LA갈비찜, 오이소박이, 배추김치네요. 꼴딱 침 넘어가요, ^^

이리스 2004-05-11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추어탕.. 같은 것도 나오는군요.. ^^

파란여우 2004-05-12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급식수준이 거의 호텔식에 버금가는 수준이군요...요새 애들은 정말 좋겠다.^^

호랑녀 2004-05-13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추어탕에 갈비찜이라구요?(아무래도 이사해야겠군요)
우리학교도 올해부터 어머니회에서 급식검수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참 어렵네요. 일단 내 아이 놔두고 급식검수하러 일찍 나오는 것도 부담이시고...
가끔 엿보는데, 참 열심히 하시네요. 도서실도우미도 하시고.
배혜경님 아이들네 학교는 참 좋겠어요.

프레이야 2004-05-13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 호랑녀님, 침나오죠? ^^
이번 금요일(5월14일)의 급식식단은 특별히 스승의 날 축하급식이랍니다. 그래서 다른 때보다 식단이 좀 고급^^으로!! 다른 때도 맛있구요.
 
 전출처 : 보슬비 >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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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아닌 곳에 길을 만들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흔한 길을 갈수 없는 아버지처럼..."


내 아버지는 당뇨 합병증으로 8년전 눈을 잃으셨습니다. 난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아버지의 삶을 기록합니다. 이 일을 시작한지 꼭 3년째입니다. 젊은 피를 잠재우고 갯벌에 뛰어드는 일이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더군다나 달콤한 유혹과 환락으로 가득찬 도시생활을 경험해 본 젊은이에게는 말입니다.

어쨌든 우리는 행복이라는 것의 촛점을 "가족"이라는 두 글자에 맞추었던 것 같습니다. 다들 자기 인생이 중요하다지만 생명을 나누어 주신 부모님에게 내 삶을 조금이라도 되돌려 드려야 한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집에서 10리나 떨어져 있는 어장으로 물고기를 잡으로 나가는 것이 아버지의 유일한 희망입니다. 지팡이 끝 쇠갈고리 하나에 온 몸을 맡기신채..
험한 고비를 여러차례 넘기시더니 아버지만의 지혜가 하나 둘씩 쌓였습니다. 바닷일에서 체득한 지혜는 목숨을 담보로 얻은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아버지에겐 절실하고도 소중한 것입니다.

간혹 주위 사람들이 아버지 고생 좀 그만 시키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난 아버지가 하시는 데로 그냥 지켜 볼 뿐입니다. 그것이 내가 아버지를 사랑하는 방식입니다.
때론 지켜 보는 것...그게 더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선재도...선녀가 아름다운 경치에 반해 내려 와 춤을 추었다는 전설을 간작한 섬. 우리 가족은 4대째 선재도에 살고 있습니다. 걸어서 한시간 남짓이면 가로지을수 있는 이 작은 섬에도 산이 있고, 길이 있고, 마을이 있고, 사람들이 있습니다.
모든 걸 견뎌야지 어른이 될 수 있다고 아버지는 늘 말씀 하십니다. 오늘도 어른이 되기 위해, 바다를 향해 첫발을 내딛습니다.

아버지 곁에 돌아온지 꼭 3년째 입니다. 내겐 복학에 대한 꿈도 없었고 사랑에 대한 미련도 없었으며 재물이나 명예 따위도 욕심나지 않았습니다.
그로부터 3년여가 흐른 지금 나는 아버지의 지혜를 물려 받은 어부가 되기로 했습니다
지금도 가슴이 메어 옵니다. 아직 시력이 남아 있었던 그때, 병원에만 제대로 모시고 다녔더라도 실명까지는 않되었을 거라는 의사의 말이 가슴을 칩니다.
아버지 미안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사람들이여 행여 아버지를 쫓아 바다에 나갈 땐 조금 더 겸손하자 너른 갯벌에 펼쳐진 아름답다 생각 될 그물들은 지난 수년간 모진 태풍과 싸워 만들어 낸 아버지의 결실 찢기고 깁고, 가해자 없는 싸움은 계속되었다 그대들이 새우깡을 던져 모여 든 갈매기들은 이미 아버지의 부름을 받고 달려온 친구이다
사람들이여 아버지의 바다에서 고기를 건져 올릴 땐 조금 더 신중하자 손쉽게 건져 올리고 촬영하던 그 물고기는 지난 수년간 성에를 파 헤치며 찾다가 이산(離散)된 아버지의 핏줄 수없이 걸어다닌 갯벌은 상봉(相逢)의 고리가 되었다. 그대들이 웃으며 죽은 고기를 던져 버릴 때 그건 아버지의 눈물엔 한이 맺힌다.
글과 사진-김연용
사진 출처-www.jawo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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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서쪽 바닷가 작은 섬 선재도에서 태어난 김연용님은 도시의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다 아버지의 실명 소식을 듣고 미련없이 아버지의 곁으로 귀향합니다. 부모님과 함께 선재도 바닷가에서 작은 민박집을 운영하면서 절망을 딛고 어부로서의 삶을 시작하신 아버지의 모습을 사진과 글로 옮기는 작업을 3년 가까이 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사진 동우회에사 <자우>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 현재 민박집 홈페이지인 <바다향기>(www.bdhg.co.kr)와 사진 관련 홈페이지 자우넷'(www.jawoo.net)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자료는 human&books에서 출간 된 <아버지의 바다>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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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흔 2004-05-05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얘기 저도 어디서 들었는데 다시 찡해지네요.
선재도였군요. 기회되면 가봐야겠다. 바다향기에서 숙박하고 ...

chaire 2004-05-06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만 봐도 뭉클...

치유 2004-05-25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언제인가 티비로 봤는데 그 아들의 마음에 너무 감동하고 한참을 눈물 질질 흘렸던 기억입니다..
어른들이 불편하다 싶으면 못하게..그냥 쉬시게 하는게 우리들의 생각이지만 이 효성스러운 아들은 아버지께서 하시는것 좋아하시는것을 함께 살피며 아버지곁에서 눈이 되어드린다는것입니다..
얼마나 보기에도 사랑스럽고 마음깊은 아들인지...
아버지와 아들.....
아버지의 바다에 늘 잠잠함이....
이분들 가정위에 늘 하늘의 축복이 함께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