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은행에서 발행하는 소잡지에서 글을 옮겨싣는다.
>> 대충형 인간 <<
아침형 인간이라는 말이 13년간 장기불황에 시달린 일본에서 나온 것은 우연이 아니다. 거기에는 온국민이 아침형 인간으로 개조해 어려움을 극복하자는 이데올로기가 숨어 있다. 일본과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한국에서도 아침형 인간은 전성시대를 구가 중이다. 아침형 인간은 한 마디로 주마가편을 즐기는 인간이다. 두세 시간씩 먼저 일어나 공부도 하고 건강도 챙기면서 남보다 인정받는 사람이 되자는 것이다. 옹호론자들은 말한다. 나폴레옹, 정주영, 빌 게이츠 등 세계를 움직인 사람들이 하나같이 아침형 인간이었다고.
물론 반론도 만만찮다. 혹자는 수면부족으로 인한 폐해를 지적하고, 혹자는 '21세기 신 새마을운동' 아니냐는 음모론을 제기한다. 나라 전체가 시에스타(siesta, 낮잠)를 즐기는 스페인 예찬론을 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아침형이든 저녁형이든, 틀에 맞춰 살긴, 강박관념을 갖고 살긴 매일반이다. 여기에 '대충형 인간' 탄생의 근거가 있다.
대충형 인간이라는 용어는 오시조노 도시코의 <대충형 인간의 요리 기술>에서 비롯됐다. 그녀의 요리법에는 '기분에 솔직하다, 과정을 생략해 맛있어진다. 도구는 하나만 사용한다, 그날 다 먹는다, 몸에 좋야야 한다, 요리의 기존 관념을 버린다, 왕성한 실험 정신을 발휘하고 즐거워한다'는 7개의 원칙이 있다. 손이 많이 가는 과정을 과감히 생략하되 요리의 본질은 잃지 않는 방법들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스피드 요리법과는 차별된다.
최근 국내에서도 많은 공감을 얻고 있는 대충형 인간은, 좀 헐렁하게 살자는 것이다. 다소 덜 계획적이고 매사에 즉흥적이며 게을러 보이더라도 스트레스 덜 받고 즐겁게 살자는 것이다. 하긴 아무 형이면 어떠랴. 한번뿐인 인생 열심히 살자는 목표는 다 같다. 다만 방법이 다를 뿐인데, 결국 선택은 각자 몫 아닌가. 이 멋진 - 어쩌면 웰빙의 본뜻에 가장 가까운 - 대충형 인간은 마음이 잘 변하는 B형과 꼼꼼하지 않은 O형에게 특히 잘 맞다고 한다.
** 난 O형인데 나이먹어가면서 예전보다 대충형 인간쪽으로 가까워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