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뉴스에 지리산에 단풍이 들었다고 나온다. 이곳 남쪽은 아직 단풍은 들지 않았지만

시월도 절반이 지나며 최고의 계절이 하루하루 영글어가고 있다. 

구월은 내 탄생월! 처녀자리의 책방,이라는 서재명을 보고 그걸 기억해주신 오랜 서재지인을 비롯해

뜻밖의 선물로 책을 보내주신 님들에게 모두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때마침 느닷없이 베풀어주신 순오기님과 아른님 이벤트에 운좋게도 당첨되어 받은 선물도 저는 그냥 생일선물로

모두 안아들었습니다.^^  아주 많이 고맙습니다.~~~)

 

일단 첫 문장으로 시작해 여기 담아두자. 흐뭇하게 옆에 쌓아두고 어서 야금야금 읽어야지.

내가 사둔 것들도 있고 신간평가단 도서도 있고... 아.. 보기만해도 배부르다.

 

 

 

이란 시인, 포루그 파로흐자드 시집

 

나의 작은 밤 안에, 아

바람은 나뭇잎들과 밀회를 즐기네

 

-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 중 1,2행

 

 

 

 

김태관 지음/ 서른살의 선택, 한비자에서 답을 찾다

 

그대는 지금 세상에 태어나 멀쩡히 숨을 쉬고 있다.

(그런데 그대는 정말로 세상에 태어났는가)

 

 

 

 

 

린다 지음/ 빅토르 위고의 <93년>을 품고 떠난 이색적인 파리 기행

파리의 참모습을 알려주는 역사,문화 기행서

 

여행객들에게 파리는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감으로 다가온다.

 

 

 

 

 

 

유홍준/ 7 제주편,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

 

미술사학과의 현장답사란 의과대학의 임상실험, 공과대학의 실험실습과 같은 성격을 갖는다.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시로코와 구로코가 등장하는 화장품 만화 광고가 요새 통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얼마 전에 아무런 맥락 없이 불쑥 깨달았다.

 

 

 

 

 

 

다비드 칼리가 쓰고, 세르주 블로크가 그린 아주 사랑스럽고 간결한 그림책

사람의 일생은 이렇게 기다림의 연속인가 보다.

나는 기다립니다.

 

 

 

 

<책상은 책상이다>로 알려진 페터 빅셀의 대표작 '블룸 부인은 우유배달부를 알고 싶어한다'와

짧은 에세이 모음집 '스위스인의 스위스'를 함께 묶은 책.

 

아쉬운 대로 이런 집 한 채를 그려볼 수 있다.

- 블룸 부인은 우유배달부를 알고 싶어한다, 중 첫 문장

 

 

 

 

E. M. Forster의 장편소설 <천사들도 발 딛기 두려워하는 곳>

 

 

릴리아를 전송하는 일행이 채링 크로스 역에 모여 있었다.

 

 

 

 

 

<버림받은 천사들> 

아이슬란드 현대작가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에이나르 마우르 그뷔드뮌손의 장편소설. 1993년 발표.

 

 

바닷가에 거대한 궁전처럼 서 있는 클레프 정신병원에 입원한 뒤였다.

 

 

 

 

 

<결혼의 변화> 산도르 마라이 장편소설.

상하로 분권돼 있지만 쪽수는 연이어 있다. 총 695쪽.

 

 

얘, 저기 저 남자 좀 한번 볼래?

 

 

 

 

 

 

그리고 알랭 드 보통의 책을 좋아하는 큰딸, 보통의 책 모두를 가지고 갔었는데

추석 때 내려오면서 나 읽으라고 도로 가져다 준 책. 특히 참 좋았다는 책이라며. 이걸로 땜빵? ^^

 

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

 

 

불행만큼 인간이 전념하는 대상이 또 있을까.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몇 년 전 지독히도 추웠던 어느 해 겨울 뉴욕. (그때 나는 런던행 비행기 출발 시간까지 오후 반나절의

여유가 있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위층의 휑한 전시실을 찾았다.)

 

 

 

이 책은 내가 딸한테 깜짝선물하려고 구매해 추석 때 주니까, 벌써 사서 봤단다. 

물어보고 살 걸, 그랬더니 감동하는 표정이 역력하게 웃어주었다. 평소 쿨하고 표현 잘 안 하는 아이라

감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집 떨어져 생활하면서 달라지고 많이 크고 있는 것 같다. 고맙다.^^

 

아침부터 평소와 다르게 소나기가 퍼붓고 하늘이 늦은 오후처럼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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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두 번째 문장은, 나중에
    from 識案 2012-10-17 15:08 
    이제 택배 아저씨는 문자도 전화도 하지 않는다. 벨을 누르고, 택배요! 를 외치고는 문 앞에 책을 두고 간다. 한 번도 약속한 적 없는 행위는 약속처럼 행해진다. 1주일 동안 한 권의 책도 제대로 읽지 못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고 있어서가 (책이 나를 읽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다. 엊그제 도착한 김이강의 시집 『당신 집에서 잘 수 있나요?』, 조말선의 시집 『재스민 향기는 어두운 두 개의 콧구멍을 지나서 탄생했다』도 읽고 있기는 하고,
 
 
다크아이즈 2012-10-15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첫 문장들 어쩜 이런 생각을! 역시 프레이야님.
제가 가장 충격 먹었던 첫 문장은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입니다.

프레이야 2012-10-16 12:42   좋아요 0 | URL
팜므느와르님, 돌아왔어요, 페이퍼가요.ㅎㅎ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덕분인가 봐요.
서재지기님에게도 감사^^

페크pek0501 2012-10-16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굿 아이디어!!!!!!!!!!!!!!
저도 언젠가 따라해 보겠어요. 재밌어요, 프레이야 님.ㅋㅋ
가장 인상 깊은 글 - "불행만큼 인간이 전념하는 대상이 또 있을까. "

프레이야 2012-10-16 21:08   좋아요 0 | URL
페크님, 알랭 드 보통의 문장은 통찰력이 보통 이상이지요.ㅎㅎ 밑줄긋기가 어려울 정도로ᆢ
페크님의 인상적인 첫 문장도 기대되어요. 좋은하루 보내세요. 가을이에요!

꿈꾸는섬 2012-10-16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문장만으로 책에 대한 기대감이 생겨요.^^
어느새 가을이에요.
행복하세요.^^

프레이야 2012-10-16 21:09   좋아요 0 | URL
꿈섬님, 안녕!! 현준, 현수랑 행복한 가을 보내세요^^
저 책들은 보기만 해도 배부른 것 같아요.ㅎㅎ

hnine 2012-10-16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가 저 시인의 시에 나오는 구절이었군요!
런던, 파리, 채링크로스, 뉴욕...와, 여행욕구를 부르는 책들이네요.

프레이야 2012-10-16 21:11   좋아요 0 | URL
네, 나인님, 바로 그 싯구에요.
정말 그러고보니 여행욕구 부르는 책들이네요.
보통의 파리에서 산도르 마라이의 헝가리,이란, 아이슬란드, 일본, 제주까지.
'런던 디자인 산책'은 님의 페이퍼 보고 질렀지요.ㅎㅎ

2012-10-16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문장이 가장 눈에 들어왔어요. "불행만큼 인간이 전념하는 대상이 또 있을까."
저 책은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의 새로운 번역판인가요?!

프레이야 2012-10-17 07:51   좋아요 0 | URL
사람은 행복을 깨닫는 촉수보다 불행을 깨닫는 촉수가 더 발달돼 있나 봐요.ㅋ
그 반대로 행복한 순간이 더 많을건데 말이죠.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는 절판이고 저건 개정판이에요.^^

블루데이지 2012-10-17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헷...역시 프레이야님! 요런 기발한 페이퍼를 격하게 애정해요....ㅋㅋ
다 눈에 들어오는 첫문장들이지만...골라본다면 <미술사학과의 현장답사란 의과대학의 임상실험, 공과대학의 실험실습과 같은 성격을 갖는다.> 너무 공감되어서요...


프레이야 2012-10-17 07:50   좋아요 0 | URL
아ᆢ 가로수 풍경이 참 좋아요.ㅎㅎ
저 문장 책으로 먼저 읽으셔서 더 그런가 봐요.
불루데이지님, 오늘도 멋진하루 보내세요.^^

2012-10-17 0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17 19: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2-10-18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생일이었네요.ㅜㅜ
아까 전화할 때 알았으면 뒷북 축하멘트라도 날리는 건데...
미안해요, 그리고 늦었지만 생일 축하해요!
11월에 만나면 찐하게 안아줄게요.^^

2012-10-18 0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2-10-18 11:18   좋아요 0 | URL
호호~ 언니 문화유산답사기가 마침 그즈음이어서 제겐 더없이 좋은 선물이었어요.
저도 요즘 뭘 기억 잘 못해요. 날짜 같은 건 물론이구요.ㅇ
작은도서관장 기관장으로서 일이 이래저래 많군요. 늘 부지런하고 성실한 마인드가 앞서니 더욱..
건강히 지내세요.^^

아이리시스 2012-10-18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바닷가에 거대한 궁전처럼 서 있는 클레프 정신병원]은 진짜 바닷가에 위치에 정신병원인가요? 저 책 재밌어보여요, 알던 건데 관심이 확, 아무래도 바닷가에 뭔 원한이 있는지..'바닷가'라는 글자에도 혹하는데요 히히히

아 맞다, <나는 기다립니다> 저거 많이 봤다 싶었는데.. 드라마에서 김하늘이 마음 접은 척하는 장동건 기다리며 서점에서 저 책 넘겨보는데 엄청 좋더라고요.. 저는 그림책은 곧 =어린이 라고 생각하면서 살았는데요.. 그러고보니 저 어린이였죠 생각을 좀 해서 그렇지..(이거 무슨 말인지 모르실려나..)

이 페이퍼 감동이에요. 별 거 아니게 보이는데 이렇게 모으니 꽤 멋지군요. 프레이야님 아이디어는 더 짱이고.. 책을 읽을 땐 한 문장 정도는 그냥 흘려읽고 말게 되잖아요. 혼자 읽으면 저런 문장, 별로 감동적이지 않다구요.(저만 그런가..힝ㅠ.ㅠ)

프레이야 2012-10-19 10:56   좋아요 0 | URL
히히~ 아이님은 아이님^^
바닷가 가까이 사는데도 바다는 늘 좋아요. 바다라는 말만 들어도 좋으니^^
'신사의품격'은 안 봤지만 거기 나왔다는 건 알아요. 이 그림책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에요.
간결하지만 한 사람의 인생이 담겨있는... 기다리다 끝나는 걸까요.ㅎㅎ
한 문장 정도가 아니고 많은 문장이 그냥 흘러가는 경우가 많은데
다시 읽거나 하면 그런 문장들이 다시 들어오고요. 이렇게 첫 문장 정도라도 같이 읽으니 좋지요:)
첫 문장, 정말 중요한 건데 말에요.

라로 2012-10-18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생일 선물을 보낸것 같은데 9월 11일부터 식당준비로 바빴어서 보냈나 안 보냈나??/이러다가
휴~~~이럽니다.ㅎㅎㅎㅎㅎㅎ
그나저나 청주에 와요!!!!!!!!!!!!!!!!!!!!!!!!!
이 바람부는 가을,,,이병률씨의 책도 보고 사인도 받고 나도 보고,,뭐 그래야 하지 않겠어요?????ㅎㅎㅎ

프레이야 2012-10-19 10:58   좋아요 0 | URL
완전 치매 ㅋㅋ 우리도 언젠가 '책 한 권 들고 파리를 가자고' 해놓구선.ㅎㅎ
청주는 가고는 싶은데 아직 미결정이라우. 그 시간 맞춰가려면 새벽에 나가야 돼요.흑흑..
이병률보다 나비님 얼굴도 보고 그래야 하는 건 맞는데 말에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