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21 녹음 시작, 총 24시간 30분 정도 소요 녹음 완료.

 

이 책에 대한 이야기는 두고두고 해도 끝이 없을 것 같다.

처음 장 '약국'에서 시작하여 징글징글한 생의 파란만장을 다 겪고,

마지막 편 '강'에서 마무리 하며 일흔 넘은 올리브 키터리지의 사랑에 눈물 겨웠다.

한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건 그 사람의 숭숭 구멍 난 지난 삶까지 끌어안는 걸 뜻할까.

 

하지만 지금 둘은 이렇게 만났다.

올리브는 꼭 눌러 붙여놓은 스위스 치즈 두 조각을, 이 결합이 지닌 숭숭 난 구멍들을 그려 보았다.

삶이 어떤 조각들을 가져갔는지를. (p484)

 

올리브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가슴아픈, 생의 빛나는 비밀이 생을 그럭저럭 잘 살아냈다는 훈장처럼

매달려 있는 그들의 이야기에는 늘 덩치 크고 성질 사납고 무뚝뚝하고 냉소적인 그러면서도 사람과 생명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감출 수 없는 올리브가 이어져 있다.

 

찬란한 은유로 가득찬 이 책을 두번째로 읽으며, 생은 어쩌면 거대한 은유가 아닐까,

생을 은유로 산다면 생각보다 훨씬 견딜만하고, 파란만장도 거대한 하나의 은유 속에서

일상의 원관념들이 너그럽고 위트 있는 (어떨 땐 찌질하다 해도) 보조관념들로 윙크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1차 편집을 하면서 세번째 읽게 되면 내겐 더 좋겠지. ^^

 

 

 

 

 

 

2012. 6. 22 1차 편집 완료

 

 

다시 읽어도 감동적인 실화다. 세상은 험하다지만 조병국 의사를 비롯해

이렇게 선하고 아름다운 천사들로 그래도 살만한 곳이라 부를 수 있겠다.

세상을 뜨는 것보다는 그래도 앞으로 올 생의 선물을 모르는 채, 하루하루 뜻밖의 선물을 받으며 사는 게 나은 거지.

 

이런 기도문 비슷한 것이 간지에 있어서 옮긴다.

 

이런 아이로 키우게 하소서.  가진 것에 감사하되 덜 가진 사람과 나누게 하고

밝은 자리에 있되 어두운 자리를 보살피게 하고, 높은 곳을 보되 낮은 곳도 돌아보게 하고,

어디서든 사랑받되 타인에게 돌려주게 하소서.

그러기 위해 먼저 이 아이의 여린 생명을 지켜주소서.

 

 

모성애란 낳는 행위에서 나온다기 보다 기르는 행위에서 나오는 것. 그 지극함에서 나오는 것!

낳는 건 본능이지만 기르는 건 지극함이 빚어내는 인내와 사랑과 책임의 소산이지 싶다.

모성애는 본능보다 우월한 사랑의 실천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글도 있다.

 

여자가 엄마가 되는 데 꼭 임신이나 출산의 경험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아이를 품에 안고 눈을 맞추고 똥 기저귀를 갈아주면서 모성애는 시작된다.

이게 바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입양아를 위해 엄마가 모든 걸 바칠 수 있는 이유다.

 

 

 

 

 

 

 

 

이홍섭 시집 [터미널] / 문학동네

2012년 6월 22일 시작, 2시간 30분 소요 오늘 완료.

 

 

65년생 강릉 태생 이홍섭 시인은 생의 구비구비 나아가는 길을 세발짝 나가다 한발짝 물러나고,

그걸 반복하며 나아가는 거라고 믿는다.  이 시집 속 시들, 하나 하나 다 좋다.

가령 이런 詩는?

 

 

멀미 / 이홍섭

 

 

어머니와 함께

아흔아홉 굽이 대관령 넘어 친척 집으로 가는 길

 

휘청거리는 버스 안에서

젊은 어머니는

어린 아들에게 자꾸 말을 시키셨다

 

말 좀 해볼래

말 좀 해볼래

 

그러다보면

어느덧 버스는 대관령을 넘고

어머니는

내 손을 꼭 잡고 잠이 드시곤 했다

 

일흔 넘으시며 어디 한 군데 몸 성한 곳 없는

늙으신 어머니

 

삶은 굽이굽이 멀미 같은 것이어서

누군가 옆에서

말을 건네야 하는 것인데

 

말 좀 해볼래

말 좀 해볼래

조르던 어머니께서는

이제 말이 없으시다.

 

오늘 점자도서관에 들어서는데, "냉장고에 얼음 있어요. 냉커피 타드세요"

야무지고 예쁜 팀장님이 그런다. 난 여름에도 냉커피 잘 안 마신다니까 자기도 사실 그렇다며 웃는다.

가뭄이 심한 곳도 있고 제주는 장맛비가 시작했다는데 이곳은 오늘 아주 화창했다.

편집이 좀 밀렸다. 아무래도 녹음이 앞서가다보니.

다음으로 편집할 책은 김훈의 [흑산], 다음 주에 보자구.^^

 

다음번 녹음할 책으론 윤성희 소설집 [웃는 동안]을 추천해 볼 생각이다. 

올해 초 사두고는 안 읽은 책. 이변이 없는 한 가능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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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2-06-22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리브 키터리지. 저도 다 읽고 정말 감동이 파도처럼 밀려오더라고요. 저는 아주 가벼운 책인줄 알았는데 정말 삶의, 여자의 모든 것을 담고 있더라고요. 이 페이퍼를 읽으니 오늘 저녁에는 얼음을 얼려서 내일 냉커피를 마셔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책을 편집하고 누군가를 위해 읽어주는 행위는 그냥 나 혼자 소리없이 읽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보람과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프레이야 2012-06-24 09:32   좋아요 0 | URL
네, 블랑카님 어떤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읽을까, 이런 생각 들어요.
성인이 되어 후천적으로 시력을 읽은 분들은 점자를 배우기 힘들다고 하니 읽고싶은 열망이
더 강하겠지요. 다양한 장르로 읽으려고 하는데, 점자도서관에 기증되는 책이 다양하지 못해 보여서
간혹 이렇게 제가 갖고 있는 책을 가져가서 허락 얻고 녹음하곤 해요.
'올리브 키터리지'는 꼭 소리 내어 읽고싶었어요. 일석이조에요^^

hnine 2012-06-22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뚝뚝한 아들이 이제 말을 풀어놓았군요. 아마 울먹였겠지요?
삶은 누군가 옆에서 말을 건네야 하는 것. 다른 사람이 건네는 말에도 잘 귀 기울여야겠어요.

와, 24시간 녹음이라니...그래도 좋은 일, 즐거이 하시는 모습이 참 좋습니다.

프레이야 2012-06-24 09:34   좋아요 0 | URL
이 시 참 좋지요.
삶의 구비구비, 멀미 날 때마다 옆에서 말을 걸어주는 대상이,
나도 그런 대상이 되어주면 좋겠지요. 서로서로^^

야클 2012-06-22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용도 좋지만 프레이야님 어쩜 이렇게 페이퍼를 깔끔하고 보기 좋게 편집하시죠? 아마 학교 다니실때 리포트 정말 예쁘게 쓰셨을듯.

프레이야 2012-06-24 09:37   좋아요 0 | URL
호호~ 그런가요? 야클님^^
그러고보니 초등학생때부터도 노트 필기 같은 것도 좀 그랬어요. 교내 전시도 될 정도로 ㅎㅎ
(전혀 겸손하지 않은 태도^^)

순오기 2012-06-23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좋다!!

프레이야 2012-06-24 09:37   좋아요 0 | URL
와~~~~~ 언니 ㅎㅎ

비로그인 2012-06-23 0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새벽에 읽기에 참 좋은 글이네요. 올리브 키터리지, 다시 읽고 싶어요. 이번에는 저도 소리내어 읽어보면 어떨까... 그런 생각이 잠시 스쳐지나가네요 ^^;;

프레이야 2012-06-24 09:38   좋아요 0 | URL
밀물, 이야기 하시던 거 생각나요. ^^
한 편 한 편 어찌나 가슴을 치고 들어오던지요.
모르긴 해도 번역도 참 잘 한 것 같더라구요.

2012-06-23 0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올리브 안 읽은 저는 미래의 즐거움 하나를 예약해 둔 셈이죠. ㅎㅎ 그나저나 프야님 목소리 굉장히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왠지 드네요.

프레이야 2012-06-24 09:39   좋아요 0 | URL
미래의 즐거움 예약, 저도 그래요, 섬님.
어찌나 읽어야할 책과 영화가 많은지요.ㅎㅎ
목소리는 그냥 그저그렇답니다. 히히~

2012-06-23 1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6-24 0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2-06-23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안녕^*^
저도 규환이에게 '학교 이야기좀 해줄래' 하면서 말 시키는데..... 간단명료하게 끝내더라구요.
언제쯤 프레이야님의 녹음 CD를 들을수 있을까?? ㅎ

프레이야 2012-06-24 09:49   좋아요 0 | URL
세실님 안녕^**^
사람은 누구든 말하고 싶지 않을 때도 있지만 거꾸로
말하고 싶은데 말을 안 걸어줘 불만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규환이는 남자아이라 그렇기도 하겠지만 꼭 남녀 차이가 아니라 성격차이 같더라구요.
우리집 작은 딸은 말 걸어주면 자불자불 잘 해요. 큰딸은 좀 다르구요.
씨디는 아마 못 들으실 거에요. 일반인에게는 배포되지 않는 거라서요. ㅠㅠ
(다행이지 뭐에요, 헤헤)

이진 2012-06-23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를 읽으며 가슴이 뭉클해진 경험은 처음이예요.
야영 다녀오는 차에서 읽으면서 울컥했다지요.
올리브... 저도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미래의 즐거움 하나 예약 ㅎㅎㅎ

프레이야 2012-06-24 09:50   좋아요 0 | URL
감성 풍부한 소이진님, 울컥하셨군요.
같은 시를 봐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또 그저그런 것이겠지요.
여기도 미래의 즐거움 예약 ㅎㅎ

책을사랑하는현맘 2012-06-23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날 더운데 건강하시지요?^^
오늘 여기도 무척이나 덥네요.
평소에 시를 잘 읽지 않는데, 가끔은 그런 내가 문제가 있나 싶을 때도...^^
이렇게 와서 읽고 가니 그래도 괜찮은거지요?

프레이야 2012-06-24 09:52   좋아요 0 | URL
그곳은 벌써 많이 덥나요?
여긴 아직 그 정도는 아니에요. 바다 가까이라서 그런가..ㅎㅎ
시는 가끔만 읽어도 되지요, 현맘님~~~~ 건강한 여름 나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