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2011년 12월) 엔 점자도서관에도 다른 달보다는 적게 갔다.
지난 달 녹음완료한 책은 코이케 류노스케 스님의 <생각 버리기 연습>
글 자체는 술술 읽히지만 행동으로 실천하여 몸에 배이기까지는 쉽지 않은 일.
저자는 일상 생활에서 오감과 먹고,말하고,냄새맡고,보고, 자기 등 생존을 위한 본능적인 행동을 통해
'생각'을 버릴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을 제안한다.
사람의 번뇌는 분노, 탐욕, 어리석음으로 일어난다.
만慢 이라는 번뇌는 자신이 좋게 평가받고 싶다고 걱정하며 조바심 내는, 프라이드에 집착하는
탐욕이라는 번뇌 중의 하나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는 욕구도 있지만 그보다 더 강한 것은
자신의 주가를 깎아내리고 싶지 않다는 자기 이미지에 대한 집착이다. (42쪽)
친절이나 충고도 함부로 하는 게 아니란 걸 알게 되는데, 가령 이런 내용이다.
우리는 내 의견은 옳고 틀리지 않다고 믿으며, 상대의 의견을 보충하고 싶어하는
견見 의 욕망에 지배당하기 쉽다. 상대에게 의견을 인정받으면 견이 자극되기 때문에,
곧 자기 의견을 장황하게 늘어놓고 싶어진다. 평소에는 상대의 반발이 두려워 이 견의 욕망을 억누르고 지내지만,
곤란에 처한 사람을 보면 이것은 상대를 도와주는 일이라고 오해하며 반응해 버린다. 자기는 훌륭한 일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자기 의견을 마구 주장하기 시작하는데, 브레이크도 잘 듣지 않는다.
만일 상대에게 충고하고 싶어지면 냉정하게 '지금 나는 상대에게 내 의견을 강요하려는 것은 아닐까,
'견'에 지배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그 배경에 있는 진심을 헤아려 봐야 한다.(190쪽)
동정과 걱정도 적절히 해야한다.
누군가를 불쌍한 듯이 동정할 때, 그것은 대부분 우월감에서 나오는 감정이기 쉽다는 것.
아무리 친절을 베푸고 싶다는 마음에서 걱정을 하게 되었다 해도, 막상 울거나 불안하게 되거나 감정적이 되면
고통이 생긴다. 이 고통을 번뇌의 한 종류로서 분류하자면, 분노이다. 이런 분노는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에 대한
반발감에서 생겨난 것이라는 설명이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걱정이란 자기 맘대로 즐기는 취미활동 같다. 진정 상대를 위한다기보다는 자기가 걱정하고
싶으니까 걱정하는 것이다. 보통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 걱정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자신의 불안과 동요에서 시선을 돌리기 위한 것이다. 불쌍한 것은 이 사람이지, 내가 아니다,
큰일 난 사람도 이사람이지 내가 아니다, 이런 식으로 다른 사람을 걱정함으로써
자신의 불안에서 눈을 돌리는 것이다.(192쪽)
또한 나는 '선우善友'라는 말에 붙들렸다.
친구 중에서도 서로의 마음을 성장시키는 둘도 없는 친구를 가리키는 말이다.이 말에는 모든 사람과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는 박애주의적, 위선적인 뉘앙스가 없다. 오히려 서로를 타락시키는 관계, 서로의 번뇌를 증가시키는 관계,
자신의 등급을 낮추는 관계는 멀리하라는 불교의 가르침과 통한다. 등급이 떨어진다는 건 그 사람과 사귀면 왠지
마음이 더러워지는 기분이 되는 것을 말한다. 즉, 함께 있으면 마음이 온화하게 맑아지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보라는
말이다.
불교에서는 이런 법칙을 인간관계에 한정하지 않고, 모든 것에 적용시킨다.
행동할 때에도 이야기할 때에도 마음의 중심에서 어떤 것을 생각할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
만일 마음을 더럽히는 말이나 생각을 하고 있아든 걸 깨달았다면, 그 생각을 차단해야 한다.
마음을 더럽히는 행동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면, 그 행동을 그만두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불교의 '계戒' 로서, 모든 일의 기준이 되는 법칙이자 룰이다.
계는 사고, 말, 행동의 규율로서 마음이 어지러워지는 것을 막아준다. (198쪽)
책의 부록에 류노스케 스님과 일본의 뇌과학자 이케가야 유우지와 나누는 대담이 흥미롭다.
뇌의 기본을 이루는 건 '고통' 이라는 것.
불교에서는 '일체개고一切皆苦'라고, '모든 것은 고통'이라고 인식하는 것이다.
뇌에는 고통을 쾌락으로 전환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고통이 반복되거나 가중되면 쾌락으로 인식하는데,
예를 들어 우리는 분노나 질투의 감정도 그 자체로 번뇌가 양산되어 고통이지만 그것이 시작되면
뇌는 그 자극을 쾌락으로 받아들여 우리는 그 감정의 표현을 멈추지 못한다.
사람의 뇌는 '고통'을 기본으로 해도 쾌락을 느끼는 신경회로 '보수계'가 있다고 뇌과학자가 말한다.
생각버리기는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번뇌를 증폭하는 소란스러운 생각을 침묵시켜 차단하라는 말이다.
침묵은 입술만이 아니라 생각 즉 뇌의 침묵, 부정적인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운 휴식을 말하는 것으로 나는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