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책 – 도나 타트 – 존 어빙 – 헤밍웨이
내가 소설 전체를 통째로 필사한 유일한 작품은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이다. 필사하는 내내 즐거웠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 열권을 뽑자면 한 손가락은 <위대한 유산>에 바쳐질 것이다. 가장 디킨스다운 현대 소설가는 단연 존 어빙이다.
<작가의 책> 존 어빙 편을 들춰볼까.
당신의 삶을 바꿔놓은 책이 있다면요?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입니다.
그리고 ‘가장 핫한 디킨스’는 도나 타트가 아닐까.
도나 타트의 <황금방울새>는 곧장 디킨스를 떠올리게 한다. 골동품 점의 호비 아저씨는 <위대한 유산>의 조 가저리다.
최근에 디킨스의 <오래된 골동품 상점>을 읽고서 그런 추측은 점점 강해졌다.
<작가의 책>의 도나 타트 편을 참고해볼까.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누구입니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가들은, 제가 작가가 되고 싶게 만들어준 이들인데, 대부분 19세기 작가들이에요. 디킨스, 멜빌, 헨리 제임스, 콘래드, 스티븐슨, 도스토옙스키 같은 작가들인데, 그 목록에서 맨 앞 자리를 차지하는 이는 아마 디킨스일 겁니다. 20세기 소설가들이라면, 나보고프, 에벌린 워, 샐린저, 피츠제럴드, 돈 드릴로이고, 21세기 소설가들 중에서 지금까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에드어드 세인트 오빈과 폴 머리예요.
그런데 이 두 사람의 공통점이 또 하나 있다.
가장 과대평가된 책을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두 작가는 똑같은 작가를 뽑았다.
누굴까?
헤밍웨이다.
누군가 나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져줬으면 좋겠다.
“가장 과대평가된 작가라면 누가 있을까요?”
그럼 이렇게 답할텐데.
“헤밍웨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