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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물정의 경제학 - 경제력이 불끈 솟아나는
스티븐 레빗.스티븐 더브너 지음, 한채원 옮김, 류동민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1월
평점 :
품절
<괴짜 경제학>을 재밌게 읽어서 집어 들었더니, 이런 어느덧 스티븐 레빗과 스티븐 더브너는 ‘작은 악마’가 돼버렸다. ‘미국식 재미 지상주의’(진지빠는 거 싫어, 재밌으면 되는 거 아냐?)가 어떻게 악이 될 수 있는가의 사례. 경박한 경제학의 말로다.
나(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스티븐에게 경제학자들을 볼 때마다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는 것은 도덕적, 윤리적, 종교적, 심미적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여기에는 중요한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 바로 내가 ‘농담하고 즐김’이나 ‘농담하고 즐기는 오류’라고 부르는 것. 이는 상황을 객관식 질문으로 바꿔, 산뜻하고 모호하지 않은 규칙을 가진 ‘게임’처럼 만드는 것이다.
- <세상물정의 경제학>, p265
이 책 전체가 전부 다 ‘농담하고 즐기는 오류’로 이루어져 있다.
‘스튜어디스에게는 왜 팁을 주지 않는걸까?’하고 스튜어디스에게 팁을 내미는 건 귀엽게 봐 준다고 치자. ‘테러리스트가 가장 효율적으로 공격하는 법’, ‘완벽하고 안전하게 무임승차 하는 방법’, ‘아이의 성적을 올리려면 돈을 주라’까지도 참겠다. 그런데......이건 정말이지 못 참아주겠다.
스티븐 레빗과 스티븐 더브너는 투표 제도가 공정하지도 않고 한 개인의 투표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돈을 내고’ 투표하자고 주장한다. 또한 매번 투표할 때마다 지불해야 할 돈의 금액은 투표한 횟수의 제곱이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처음 지불하는 금액이 1달러 였다면 100번째 투표할 때는 만 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결국 이렇게 된다면 부자들만 투표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게 바로 그것이다. 부자들만 투표하는 것.
“경제학자라면 부유층이 모든 것을 더 많이 소비한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부유층이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더 많이 소비하지 않을 이유가 있겠는가? 기존의 선거 기부 시스템상으로도 부유층이 이미 저소득층보다 더 많은 영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따라서 이 투표 시스템과 함께 선거비용을 줄이면 기존의 시스템보다 더 민주적인 방식이 될지도 모른다.”
스티븐 레빗과 스티븐 더브너의 <괴짜 경제학>, <슈퍼 괴짜 경제학>은 전 세계 700만 부 이상 팔렸다. 엄청난 성공과 명성, 부를 거머쥔 그들은 이제 눈에 뵈는 게 없는 것 같다.
교훈이 담긴 이야기들도 있다. 짐 콜린스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역시 수백 만 권 팔려나갔고 지금도 팔리고 있다. 이 책에선 평범한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한 11개 기업에 초점을 맞춘다. 짐 콜린스는 이 ‘위대한 기업’은 ‘오래 지속될 수 있게’하는 특성을 갖추었다고 주장했다. 이 11개 기업 가운데 9개가 남아 있지만 오늘날 이 기업들의 S&P 500지수는 평균치보다 못하다. 심지어 서킷 시티는 파산했다.
두 사람 역시 자신들이 연구한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지금 잘 나간다고 오만방자한 글을 싸지르다 한 순간 훅 갈 수 있다.
대니얼 카너먼이 그들에게 한 말은 단지 웃자고 한 말이 아니다.
“그 책이 세상의 미래를 바꾸긴 하겠지만, 더 나은 세상으로 바꿔주지는 않을 겁니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비행기를 타고 가다 통로 건너편에 세계적인 아이비리그 경제학자가 있는 걸 보고는 오염되지 않은 공기를 마시기 위해 이코노미 클래스로 자리를 옮겨달라고 했다. 나 역시 두 번 다시 이들 책을 읽으며 내 영혼을 오염시키고 싶지 않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자리를 옮기자 옆자리에 아마르티아 센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는 센과 같은 공기를 마시게 된 걸 자랑스러워했다. (부럽다. 나심 탈레브 역시 존경할만한 학자다.) 나 또한 이 책과 같은 오물덩어리들을 피한다면 자랑스러워할 누군가의 다른 책을 만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