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들어도 좋은 말 - 이석원 이야기 산문집
이석원 지음 / 그책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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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오베 크라우스고르의 <나의 투쟁>은 인구 500만의 노르웨이에서 50만 부가 팔려나갔다. 작가의 작은 아버지는 소송을 걸었다. <나의 투쟁>의 비정상적일 정도의 인기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혹시 이것은 일종의 스캔들 문학’, ‘가쉽 문학이 아닐까.

 

시배스천 폭스는 <폭스가 픽션에 대해 말하다>에서 이렇게 지적했다고 한다.

 

작가의 삶과 작품의 관계는 논평이 금지되기는커녕 토론의 중요한 영역이 되었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분수령과도 같은 변화가 추측과 가십으로 향한 문을 활짝 열어놓았다고 덧붙였습니다. “모든 예술작품이 작가의 개인적인 성격을 표현한다는 가정에 따라, 전기적 비평은 창작의 행위를 쇼로 환원시켜 놓았다는 거죠.

 

지그문트 바우만, <사회학의 쓸모>

 

근대는 전기적 비평의 수난시대였다. 그에 반해 현대는 페이스북의 유행에 따라 누구나 자기 자신을 전시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고 대중들 역시, 작품보다는 작가들의 삶에 더 주목하게 된 게 아닐까. 그게 전 세계적인 추세라면 한국 역시 예외일리 없다.

 

<이석원 이야기 산문집>이라는 애매한 장르 역시 일종의 사소설의 부활은 아닐까. ‘스캔들 문학’, ‘가쉽 문학’, 자기 자신을 전시하는 일종의 페이스북 소설

 

이석원의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은 쓰레기다.

 

누군가 그랬다. 송경동 시인이 연애시를 쓸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동감이다. 개인에게 물리적, 정신적, 경제적 폭력이 자행되는 현실 앞에서 연애 시를 읽거나 연애 소설을 읽는 행위는 부끄러운 일이다.

 

이 책을 재미있게 소비하는 내가 싫다. 부끄럽다. 이석원을 부러워하는 내가 싫다. 포르쉐를 모는 30대 초반의 캐리어 우먼과 붕가붕가 하다니! 돈 걱정없이 여행을 떠날 수 있다니!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적당한 빚이 있다니!

 

40대에 이르러서도 사랑만을 생각하는 삶이라니, 부럽기 그지없다.

오로지 자기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니!

언제쯤이면 이렇게 말랑말랑한 마쉬멜로우 소설을 아무런 죄책감 없이 읽을 수 있을까.

언제쯤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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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6-03-22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쓰레기 분리수거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어차피 웬만해선 에세이는 읽지 않지만요.

시이소오 2016-03-22 15:53   좋아요 0 | URL
ㅋ 나름 재밌어요 ^^

룰루라떼 2016-03-22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스북 소설...ㅋㅋ
동감입니다.
괜히 한꺼번에 보통의 존재까지 구입했다가...ㅠㅠㅠㅠ 했던 기억이...
오프라인을 적극 이용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시이소오 2016-03-22 23:11   좋아요 0 | URL
아, 보통의 존재까지
원통하시겠어요 ^^;

nomadology 2016-03-23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통신교육 중 하나로 선택할 수 있어서 이번달에 읽기로했습니다. 책이 예쁘네요. 어찌되었든 소비당하고 팔리는 책을 쓸 수 있다는건 능력이겠지요.

시이소오 2016-03-23 09:44   좋아요 0 | URL
그럼요. 능력이지요^^

옆구리왕짜 2016-04-22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씩 불량식품도 먹어 봐야 내가 평소 먹고 있는 것이 건강식이구나 느낄 수 있을겁니다. 책 중간에 존재하는 쉬어가는 페이지 성격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아요. 저도 님처럼 생각하는 부분이 많아서 조금씩 저를 괴롭히기도 합니다ㅠㅠ

시이소오 2016-04-22 05:43   좋아요 1 | URL
쉬어가는 페이지로 생각해야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