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 (무선본)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 김영사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다치바나 다카시는 대학시절 베르자예프의 <현대에 있어서 인간의 운명에 대하여>를 읽고서는 사고의 스케일이 완전히 변했다고 말했다. (아쉽게도 한국에선 미 번역이다.)

 

공간적으로는 일본 사회의 일상 공간을 벗어나, 세계 전체, 우주 전체까지 시야에 들어왔으며, 시간 축에서는 근미래, 근과거만이 아니라 백년 단위, 천년 단위의 과거와 미래, 심지어는 신의 운명까지 생각하게 되었으니까, 영원이라는 시간마저 고려하게 된 셈입니다. ”

 

다치바나 다카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500, 피도 살도 안 되는 100> p84

 

신의 운명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책은 백년 단위, 천년 단위로 호모 사피엔스의 역사를 다룬다. 유발 노아 하라리는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에서 영감을 받아 호모 사피엔스의 빅 히스토리를 추적한다.

 

135억 년 전, 빅뱅이 일어난다. 원자, 분자가 등장한다.

20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했다.

7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는 아프리카를 벗어나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이른바 인지혁명.

45,000년 전, 사피엔스, 호주에 정착한다.

12,000년 전, 농업혁명이 시작된다.

5,000년 전, 문자가 발명된다.

500년 전, 과학학명이 일어난다.

250년 전, 산엽혁명

50년 전, 정보혁명.

 

인류는 약 250만년 전 동부 아프리카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진화했다. 유럽과 서부아시아의 인류는 호모 네안테르탈렌시스’, 흔히 말하는 네안테르탈인으로 진화했다. 아시아에서는 호모 에렉투스가 살았다. 인도네시아 자바 섬에는 호모 솔로엔시스가 살았다. 인도네시아의 또 다른 섬에는 호모 폴로레시엔시스가 살았다. 2010년 시베리아 데니소바 동굴에서 호모 데니소바인들의 화석이 발견되었다.

 

동아프리카에선 호모 루돌펜시스’, ‘호모 에르가스터인이 살았다. 그리고 호모 사피엔스

 

지난 1만 년간 호모 사피엔스만이 유일한 인간 종이었다. 왜 유독 다른 종들은 멸종하고 호모 사피엔스만 살아남았을까. 저자는 언어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여러 학자들은 약 7만 년 전 우연히 일어난 유전자 돌이변이에 의해 사피엔스의 뇌의 내부 배선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주장한다. 언어의 등장과 함께 전설, 신화, , 종교가 탄생했다. 다른 종과 달리 호모사피엔스는 언어로부터 허구를 말할 수 있고, 허구를 믿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45천년 전. 호모 사피엔스가 호주에 정착한다. 이에 호주의 대형동물이 멸종한다. 3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한다. 16,000년 전 호모 사피엔스가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주하자 역시 대형 동물들이 멸종을 맞는다.

 

수렵, 채집을 하던 호모 사피엔스는 약 1만년 전부터 동물과 식물 종의 삶을 조작하는데 모든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다. 농업혁명이다.

 

그렇다면 과연 농업이 먼저 였을까? 정주가 먼저였을까? 유발 하라리는 제러드 다이아몬드를 따라 농업혁명은 역사상 최대의 사기였다고 말한다. 밀 때문이다. , , 감자가 호모 사피엔스를 길들였지, 호모 사피엔스가 이들을 길들인 게 아니다. 저자는 호모 사피엔스가 밀을 재배하면서 수렵, 채집 때보다 더 많은 식사를 제공받은 게 아니라고 강조한다.

 

저자의 말이 맞다면 농업이 정주를 일으킨 셈이다.

(가라타니 고진은 정주가 농업을 발생시켰다고 주장했다.)

 

7만년 전 중동에 도착한 호모 사피엔스는 이후 5만년 동안 농업없이 번성했다. 간혹 그들은 밀을 먹었다. 점점 많이 먹게 되자 무심코 밀이 퍼졌다. 밀을 수확하게 되자 그들은 4주간 정도 캠프를 차렸을지 모른다. 그러다가 5, 6주가 되고 이내 마을이 되었다. 정착촌이 생기자 인구가 늘어났다. 인구가 늘어나자 질병이 들끓고 동물로부터 전염병에 감염되었다. 아이들은 떼죽음 당했다.

 

(아이의 사망률보다 출생율이 더 높았다. 그렇다면 DNA입장에선 수렵, 채집보다 정주의 방식이 더 이익이 되지 않았을까. 밀 때문이라기보다는 호모 사피엔스의 DNA가 농업을 발생시킨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왜 다시 수렵, 채집 사회로 돌아가지 않았을까? 인구가 늘었기 때문이다. 좀 더 쉬운 삶을 추구한 결과 사는 건 더 어려워졌다. 수렵 채집인들은 미래를 중요시 생각지 않았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뿐더러 먹을거리나 소유물을 저장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농업혁명 덕분에 호모 사피엔스에게는 이제 미래가 중요해졌다. 이때부터 인간의 마음속 극장에서 미래에 대한 걱정은 주연배우가 되었다.”

 

농업혁명 이래 인간 사회는 점점 더 규모가 크고 복잡해졌다. 사람들을 길들이기 위해 신화와 허구는 더욱 정교해지고 수백만 명이 협력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었다. 그러나, 문화는 보편적이지 않았다. 보편적 질서 후보 세 가지가 출현한다. , 제국, 종교.

종교와 유사한 것은 공산주의다. 혹은 이데올로기다.

 

지난 500년 이후로 인류는 과학 혁명의 시기로 접어든다. 인류는 무지를 인정하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한다. 이 시기 과학은 자본주의와 결합하여 유럽을 중심으로 제국이 탄생한다. 식민지 노예 무역이 성행하고 자본주의는 점점 더 탐욕스러워진다.

 

신기술은 영국의 석탄광산에서 태어났다. 석탄이 발견되었고, 증기기관차가 발명되었다. 산업혁명은 에너지 전환의 혁명이었다. 기차가 생기고 시간표가 나오자 시계가 나왔다. 산업이 발달하면서 온갖 상품들이 만들어졌고 자본주의 경제는 끊임없이 생산량을 늘려야 했다. 그러나, 만드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사 줘야 했기에 자본주의는 대중심리학(just do it!)의 도움을 받아 소비지상주의를 전파했다. 물질적 조건이 개선되었지만 가족과 공동체 문화는 붕괴되었다.

 

1945년 이후로 제국들이 식민지에서 조용히 철수했다. 이제 전쟁의 대가는 너무나 커졌고, 전쟁 비용이 치솟은 반면 이익은 작아졌다.

 

인간의 수명은 늘어나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지만 인간 스스로 점점 더 불행하다고 느끼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호모사피엔스는 이제 자연선택의 법칙을 깨뜨리기 시작했다. 자연선택은 이제 지적설계로 대체되었고 지금도 대체되고 있다.

 

2005년 시작된 블루브레인 프로젝트는 인간의 뇌 전부를 컴퓨터 안에서 재창조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만일 성공한다면 생명은 40억년 만에 유기물을 넘어 비유기물의 영역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만일 우리 후손들의 의식이 작동하는 차원이 우리와 완전히 다르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가 만일 윤리나 도덕이 아니라 우리의 욕망에 따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1997IBM의 컴퓨터 딥 블루가 세계 체스 챔피언 카스파로프에게 이겼다. 지난 128일 구글의 AI 알파고가 바둑에서 중국 판후이 기사에게 55승을 거두었다. 그리고 201639일 어제,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게 첫 판 불계승으로 졌다.

(호모 사피엔스들은 대개 이세돌 9단의 승리를 예견하는 것 같은데 내가 보기엔 한판도 이기기 어려울 것이다.)

 

이미 2014년에 AI ‘유진이 튜링테스트를 통과했다. 우리가 과연 AI를 길들일 수 있을까? AI도 언젠가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할 날이 올 것이다. 그때 호모 사피엔스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뇌에 전극을 심은 원숭이는 자신보다 스무 배 무거운 수백 킬로 떨어진 곳의 생체공학 다리를 생각으로만 들어올렸다. 호모 사피엔스의 다음 세대는 어쩌면 우리의 상상력이 전혀 미치지 못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야말로 같은 존재일 수도 있다. 호모 사피엔스가 스스로 무엇을 원하지 못한 채 자신만의 쾌락을 원하는 이 된다면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유발 하라리는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호모 사피엔스가 어쩌면 악한 신이 될 것이라 우려한다.

사사키 아타루의 말처럼 히틀러가 자신의 죽음의 순간과 모든 타자, 모든 세계의 죽음의 순간과 일치시키는 것을 절대적 향락으로 꿈꾸었다면 자신의 쾌락만을 원하는 악한 신이 히틀러보다 도덕적일 것이라 상상할 수 있을까.

 

과연 대안이라는 게 있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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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가 2016-03-10 08: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가장 신선했던 점은 저자 하라리가 펼친 인지혁명 논리였습니다. 좀 보충하자면 저자는 사피엔스의 사회적 특징이 사피엔스의 생존과 발전에 기여했다고 보았습니다. 같은 선상에서 인지혁명을 설명했던 걸로 생각됩니다. 종교,정치, 문화, 과학기술의 발전은 그러한 인지혁명을 통해 이루어 졌다고 본것같습니다. 또한 사피엔스 종은 수렵채집인이래 생물학적 진화가 전혀 없다고 보았습니다. 시이소오 님 덕분에 복습하는 기회가 됐습니다. 감사🤗

시이소오 2016-03-10 08:22   좋아요 2 | URL
유발 하라리 주장 중 저한테 가장 와닿은 부분은 호모 사피엔스의 허구를 믿는 능력이었습니다. 긍정적으론 예술, 민주주의 등이 발생했지만 한편으론 종교 전쟁, 나치가 태동하기도 한거죠.
토론 하기에 좋은 책인거 같아요^^

징가 2016-03-10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간단히 말해 사기치는 기술과 다구리(?)하는 능력?!

시이소오 2016-03-10 08:45   좋아요 0 | URL
ㅋㅋㅋ 이 허구를 믿는 능력이 우리를 어디로 끌고갈지가 관건이네요^^

cyrus 2016-03-10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농업혁명의 신화를 깨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는데, 과학혁명을 설명하는 내용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제국의 엘리트들이 과학혁명을 주도한 역할을 인정하지만, 이러한 논리에서 유럽중심주의 역사관과 유사한 느낌이 들었거든요.

시이소오 2016-03-10 21:58   좋아요 0 | URL
아마 그건 아닐거에요. 전반적으로 에드워드 사이드처럼 오리엔탈리즘울 비판하는 입장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