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봄날
박상률 글, 이담 그림 / 휴먼어린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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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아주 어렸을 적! 아빠의 친척분이 우리 집에 오셔서 광주에서 일어난 일을 이야기 하시는 것을 얼핏 들은 기억이 난다.  

잘은 모르겠지만, 무언가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났다는 이야기 정도는 알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 고등학교 시절, 혹은 대학 때, 광주 항쟁에 대한 사진전이 열리면 다녀온 친구들의 이야기를 그냥 귀동냥으로 전해 들었다. 참 무서웠구나 생각하면서. 

잘 알지 못하는 나는 이런 책을 읽는 것도 사실 미안하다. 알려고 노력하지 않아서 미안하다.  

 너무했다. 정말 너무했다. 

젊은 아빠는 밭에 일하러 나갔다 오는 길이었고, 손에는 연장으로 삽을 들었을 뿐이었는데, 군인들은 그걸 무기로 보고 아무 이유없이 총질을 해 댄다. 나이 어린 아이는 아빠의 죽음을 받아 들일 수 없는데, 아빠의 장례식을 치르며 아빠의 영정을 끌어 안았다. 아이의 눈물은 누가 닦아 주어야 하나? 그 때 그 아빠처럼 나이 든 소년은 다시 아이를 데리고 젊고 고운 할아버지의 산소를 찾는다. 아무 것도 이해할 수 없었던 어린 시절의 자기만큼 어리고 어린 아들을 데리고 말이다.

 

세상은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그들의 슬픔은 아직 가시지 않았다. 우리가 그 날의 일을 기억하는 것이 그들에게 작은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아빠의 잊혀진 봄날이 그의 아들에게 또, 그의 손자에게 전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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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남매맘 2011-08-02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도 보고 싶어요. 그림책으로 5.18민주화 항쟁이 나오게 되어 다행입니다. 비록 어린이들이지만 뼈아픈 역사도 알아야죠.

희망찬샘 2011-08-03 06:21   좋아요 0 | URL
아이들에게는 정말 이해하기 힘든 역사네요.
 
쨍아 우리시 그림책 12
천정철 시, 이광익 그림 / 창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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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아가 뭘까? 표지를 보면 충분히 추측이 된다.   

 

이 한 편의 시가 얼마나 아름다운 그림으로 탄생하였는지 보는 내내 눈이 시리다.  

죽은 동물의 사체를 분해해 가는 개미들의 행렬은 우리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런데, 그 장면을 이렇게 아름다운 시로 만들어 낸 작가와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으로 다시 태어나게 한 그림작가의 힘이 참으로 대단하다. 산산이 부서져 흩어지는 쨍아의 조각조각은 작은 동그라미가 되어 책을 뒤덮었다. 자연에서 태어나서 자연으로 돌아가리라.  

이렇게 동시 그림책들은 시를 감상하기 힘들지도 모를 어린 꼬마들에게 시를 좀 더 친숙하게 받아들이도록 도와주는 것 같다. 아이와 함께 읽다보면 틀림없이 엄마들이 더 좋아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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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키퍼! 풀빛 그림 아이 19
앤드류 맥클린 그림, 재닛 맥클린 지음, 이상희 옮김 / 풀빛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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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이들이 있다. 사람들에게 잊혀진 그들, 이웃들의 관심 밖에 머무는 그들. 

뚱뚱하고 볼품없는 그녀 쏘냐와 거리의 개 키퍼가 만났다.  

잊혀진 이들의 만남.  

가까이 있어서 또 서로에게 멀어진 그들의 짧은 이별! 

잠시의 이별! 뒤이은 뜨거운 포옹! 오, 키퍼~ 

따뜻한 정을 느끼게 해 줄 잔잔함이 있는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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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세스의 천일책 해를 담은 책그릇 5
섀넌 헤일 지음, 지혜연 옮김 / 책그릇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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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넌 헤일의 책을 세 번째 만났다.  

<<프린세스 아카데미>>는 처음 읽어서 좋았고 <<거위치는 프린세스>>는 너무 재미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이 책! 얼마나 재미있는 책일까 기대하는 바람에 살짝 재미가 준 느낌이 들지만, 그래도 여전히 책은 속도감 있게 읽혔다. 멋진 왕자님이 뒤에서 여주인공을 기다리고 있는 구조는 어찌보면 식상할지 모르지만, 사춘기 때는 이런 이야기가 얼마나 구미에 당기는지! ^^

<<거위치는 프린세스>>처럼 이 책도 그림형제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했다고 한다.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마렌 공주>를 공주의 입장이 아닌, 같이 탑에 갇히게 된 몸종의 입장에서 풀어낸 이야기라고 한다.  

옮긴이의 말을 빌리자면, 섀넌 헤일은 우리가 이미 만나 보았던 세계로 데려가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해 준다. 

요즘 가끔 드는 생각은, 그림형제의 이야기, 이솝 이야기, 라퐁텐 우화 등을 열심히 읽거나 아니면 동화책을 아주아주 많이 읽으면 이야기의 씨앗 하나 정도는 품게 되지 않을까 하는 것. 패러디 동화들을 읽다보면 이 정도는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겁없는 생각이 든다는 거다. 그래서 동화가 더 가까이 느껴진다.

아니다, 책을 통한 간접 경험이 아닌 직접 경험을 통해 생생한 내 주변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도 좋겠다. 아직까지는 그저 희망사항이지만~ 

멍하지만 아리따운 공주와 불행의 표적을 가지고 있지만, 영리한 그녀의 몸종. 공주는 왕의 명령을 거역하였다는 이유로 7년 동안 탑에 갇혀 지내야 할 신세고 샤렌 공주에게 충성을 맹세한 유목민 출신인 몸종 '다쉬티'는 그녀를 돌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운명은 머무르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개척해야 하는 법. 극한 사항에서도 정신을 차리면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는 법. 더 이상의 희망도 없는 그곳에서 바깥 세상으로 빠져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호랑이굴에서도 정신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막의 무당과 엄청난 거래를 하여 이 세상의 최고의 사냥꾼인 늑대인간이 된 잔혹무도한 카사왕을 무기가 아닌 지혜로 물리친 다쉬티, 지금껏 공주가 아니면서 공주인 척 한 거짓말이 들통났지만 주위의 여러 정황은 그녀의 불행의 점을 가뿐히 물리칠 구원자들을 보내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다쉬티가 운명의 힘 앞에 나약해지지 않았다는 거다. 자신의 삶은 운명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삶을 개척하며 살아가려는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결정 되는 것.  

어떻게 일개 몸종이 왕의 아내가 될 수 있었을까? 궁금하시다면...(다음 말은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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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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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여기저기서 표지와 제목이 밟히는 책들이 있다. 그런 책들의 서평은 가급적 자세하게 읽지 않는다. 내가 책을 만났을 때, 미리 알아버린 줄거리가 이야기의 긴장감을 떨어뜨릴 수도 있고, 감동을 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느 쇼프로그램에서 김건모가 했던 말로 기억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말이 있다고. (출처는 정확하게 모르겠다.)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어떤 이가 갈망하던 내일이었다."  

그 말이 너무 멋지고 근사해서 입으로 여러 번 되뇌었던 적이 있었다.  

이 이야기는 나의 대충 보낸 오늘을 미안하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주인공이 메일을 주고 받았던 상대에 대해 나름의 추측을 해 보았고, 내 예상과 결과가 맞아 떨어졌지만, 쿵 내려앉는 가슴을 어쩔 수 없었다. 읽는 내내 두근두근하게 만들었던 책!

잘 살아야겠다. 먼저 간  아름이에게 미안하지 않도록 말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아프지 말았으면 좋겠다. ㅜㅜ 

*좋은 책을 읽게 도와주신 참 좋은 님께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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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1-07-31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사람들이 아프지 않고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희망찬샘 2011-08-01 06:56   좋아요 0 | URL
아파도 긍정적일 수 있다? 안 아파도 부정적일 수 있다! 항상 긍정적인 마음으로 잘 살아야겠어요. 세실님의 말씀처럼 날마다 두근두근하며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