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내복을 입은 공룡 - 그림으로 보는 공룡 백과 초등학생이 보는 지식정보그림책 3
더글러스 플로리언 글.그림, 노은정 옮김 / 사계절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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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공룡! 유아기 남자 아이들의 로망일 뿐 아니라, 사내 아이라면 공룡 좋아하던 시기를 마치 통과의례처럼 거치지 않은 아이들이 없을 것이다.

덩달아, 나도 공룡과 관련한 책을 읽지 않아도 그저 사모으는 것만으로도 신 나던 시기가 있었다. 일단 내용을 제쳐두고 무조건 공룡책이라면 좋아하는 일부터 먼저였으니!

이번에 사계절생태수업지도안을 내고, 그 부상으로 많은 생태관련 책들을 선물 받았는데 거기에 이 책이 들어 있었다. 다른 묵직한 책들은 좀 더 전문적인 느낌의 책이었다면 이 책은 그나마 그림책풍의 가벼운 느낌이 들어 먼저 펼쳐들어 보게 된다.

빨간 내복은 그것만으로도 그냥 웃음이 나오게 하는데 그걸 공룡이 입고 있다니.. ㅋㅋ~ 빨간 내복을 입고 있는 공룡의 이름은 `스피노사우루스`!

등에 뼈와 피부로 이루어진 돛이 달려 있어서 `돛 도마뱀`이라는 뜻의 이름을 얻었다.

날씨가 추워지면 스피노사우루스는 어떻게 몸을 따뜻하게 할까?

등에 달려 있는 부채 돛을 쫙 펴서 햇볕을 쪼이지.

와, 태양 전지판을 달고 있구나!

근데 그래도 춥다고?

그럼 빨간 내복을 입어 보는 건 어때?

 

하며 내복을 입힌 작가의 센스가 재밌다.

 

기가 막히게 커다란 기가노토사우루스. 기가노토사우루스는 배가 고프거나 싸울 때면 턱을 벌려 우걱우걱 기가바이트만큼 먹어버리지.

 

기가막히게 공룡의 이름을 기억하게 해 준다.

 

트라이아스기를 지나 쥐라기를 지나 백악기까지 공룡의 전성시대를 통해 외우지 못할 만큼 무수히 많은 공룡들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너무나도 유명하여 한 번쯤 이름을 들어 보았거나, 너무나도 유명하여 열심히 외워 보았거나, 아니면 더더 유명하여 저절로 알게 된 공룡 친구들을 색다른 느낌으로 만나 볼 수 있는 그림책이다.

 

어마어마한 몸집과는 달리 자두보다도 작은 뇌를 가졌다는 스테고사우루스의 생각주머니의 크기를 가늠해 보기도 한다.

공룡의 으뜸 중 으뜸인 티라노사우르스 렉스(일명 T-렉스)는 박물관에 있는 공룡뼈 화석과 같은 모습으로 등장한다.

<<공룡도시락>>에서 만났던 '이구아노돈'은 초식공룡임을 다시 한 번 더 정리해보면서 넘어가고.

정면을 바라보는 트리케라톱스와 안킬로사우루스의 날카로운 눈을 함께 째려 봐 주면서 또 책장을 넘겨 본다.

목과 꼬리가 아주 길다는 바로사우루스의 꼬리를 타는 기분이란 아마도 롤러코스터보다도 굉장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몸집은 작지만 이름이 가장 길다는 '미크로파키케팔로사우루스'의 이름도 여러 번 되뇌어본다. 가장 짧은 이름을 가졌다는 '민미'와 함께 말이다.

트라이아스기에서 백악기를 종횡무진 장악하던 거대 파충류들의 멸망은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화산폭발설? 운석 충돌설?

아주 유명하시다던 공룡 박사님 아래 수업 받으면서 원서의 서문을 제대로 넘기지 못하고 한 학기 내도록 공룡의 이름만 듣다가 마친 기억, 또 한 학기 내도록 실험실습 시간에 거대 화석의 일부분을 솔로 문질러 씻던 기억~ (공룡 화석은 아니었지만...) 짧은 지질학도 시기 동안 내가 가진 기억의 일부분이다. 그 때 교수님이 좀 더 많이 가르쳐 주셨더라면 공룡에 대해서도 좀 더 아는 척 할 수 있었을 텐데...

공룡들아, 너희들은 화석이 되었지만, 그래도 박물관에서나마 잘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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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1-12-29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빨간 내복을 입은 공룡 재미나네요

희망찬샘 2011-12-29 17:33   좋아요 0 | URL
지식 정보책이에요. 그런데, 나름 재미있게 쓰여져 있어서 좋았어요.
 
눈으로 볼 수 없는 지도 높새바람 27
정승희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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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작가를 만날 때면 참 기분이 좋다.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로 만났던 바람의아이들 출판사는 내가 무척 신뢰하는 출판사이기도 하다.

이 책은 우연한 기회로 내 손에 들어 온 책이지만, 쌓아 둔 다른 책을 앞질러 읽게 되었고, 그리고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최근 읽은 박윤규의 <<태초에 동화가 있었다>>에 의하면, '선창을 맞았다'라는 표현이 나온다. 배유안님이 <<초정리 편지>>를 썼을 때, 많은 기성 작가들이 그녀에게 선창을 맞았다고 한다. 실제로 이름난 한 작가는 취재까지 마치고 자료까지 다 모아 둔 상태였다고 하는데, 선창을 맞았으니 그 자료들을 이용해 볼 수 없게 되었다는 것.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내용의 기획을 하는 일은 있을 수 있겠다 싶다. 전화기의 발명 또한 비슷한 시기에 여러 사람들이 얽혀 있었다는 내용처럼 글 또한 그러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내가 쓰고 싶었던 내용이었는데... 또 이야기가 하나 줄었네!' 하면서 공감하면서 혹은 안타까워 하면서 읽었던 많은 이야기들 (즉, 나는 선창을 책을 읽으며 늘상 맞이한다.)이 있었는데, 이 책은 그런 점에서 내게 무척 신선한 이야기들로 가득했다.

 

<나무와 슬리퍼 할아버지>

나무는 아이 이름, 슬리퍼 할아버지는 폐지를 주워 생활하시는 이웃 할아버지의 별명이다. 쌀쌀한 날씨에도 슬리퍼를 신으신다니 할아버지의 형편이 어떨지는 짐작해 볼 수 있겠다. 폐휴지를 모아서 불우이웃을 돕자는 선생님 말씀, 그러나 갑자기 직장을 잃으신 아빠 때문에 어려워진 집안 형편에 보던 신문도 끊어 버려서 신문을 모을 수 없는 나무. 그래서 정보지가 담겨 있는 함을 노리는데 늘상 나무를 앞서 가져가시는 슬리퍼 할아버지 때문에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처음에는 할아버지가 미웠지만, 마음이 따뜻한 나무는 할아버지를 위해 저금통을 털어 파란색 슬리퍼에 어울리는 파란 양말을 하나 산다. 아픈 만큼 가족을 이해하고 남을 이해하는 눈을 선물 받은 나무의 성장이 자랑스럽다.

 

<눈으로 볼 수 없는 지도>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현우는 '만복 복덕방' 손자다. 할아버지의 라이벌 '대길 복덕방' 손자인 광모와 같은 반이 되었는데, 할아버지가 서로를 미워하니 아이들 또한 알게 모르게 적대감을 가지고 있어서 서로를 바라보는 맘이 편치 않다. 그런데, 현우가 만든 '아주 특별한 지도' 덕에 두 아이는 비밀을 함께 나누는 친구가 된다. 할아버지집에 처음 와서 새로운 학교를 다니게 되자, 할아버지는 발걸음을 이용해 만든 지도를 현우에게 주시면서 그걸 보고 집을 찾아 오라고 하신다. 그래서 현우의 지도에는 가고자 하는 목적지가 자기 발걸음으로 재어져 그려져있다. 또, 그 지도를 이용할 사람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로 고객을 위한 정보까지 알뜰히 갖추어져 있다. 그 지도를 얻는 댓가로 비밀 아지트를 알려주는 광모. 어둠 속에서 손을 맞잡은 두 아이는 진짜 친구가 되는 것이다. 서로의 아픔을 나누면서 말이다.

 

<다시 시작하는 내 인생>

이 책에서 가장 특이하게 만난 이야기다. 세상 살아가면서 아픔이 기쁨보다 더 컸던 아이! 할머니의 이른 죽음에 슬퍼하다 넋을 놓고 찻길을 건너던 중 만난 사고로 일찍 세상을 떠난 아이는 이 세상에서 아이를 가장 잘 돌보아 주었던 분의 보살핌을 받으며 다음 세상을 준비한다. 할머니는 보호자인 아메푸스가 되고, 어린 태경은 보호를 받고, 치료를 받는 난툼이 되어, 망각의 강을 건너 새로운 세상을 맞이할 준비를 하게 된다. 태경의 소원은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집에 여자 아이로 다시 태어나는 것. 망각의 강을 건너면 이전 생의 모든 것과, 육체가 없었던 저승에서의 삶도 모두 잊혀진다니 다행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는 이제 마음 아프지 않은, 잘못하면 야단 듣고, 잘 하면 칭찬 듣는 평범한 가정, 아니 정상적인 가정에서 아이답게 자랄 수 있게 될 거라 생각하니 안심이다. 동시에 그렇지 못한 이 세상의 태경들을 생각하며 마음이 짠해졌다.

 

<장수하늘소에게 말 걸기>

최신 휴대폰을 가지고 싶은 새미의 마음이 일으키는 갈등이 아주 잘 묘사되어 있다. 새미가 유혹에 넘어가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과 그 유혹을 이겨낸 것에 대한 안도감으로 글을 읽어내려갔다. 아이들도 이 이야기를 만나면 많은 생각을 해 보게 될 것 같다. 자신을 이기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 일을 해 낸 아이는 박수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이야기를 이끌어내는데 장수하늘소가 감초 역할을 하고 있다.

 

<소금 기둥>

남아선호 사상이 사회 병으로 느껴졌었는데, 요즘은 그런 느낌이 많이 줄어 들었다. 아들 꼭 필요없다던 시어머니 때문인지, 딸, 아들 골고루 낳은 안도감 때문에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 그래서 그런지 이 이야기는 요즘 아이들도 이런 감정 느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별 탈없이 잘 자라고 있는 이 땅의 딸들에게는 고민거리가 아닌 '신기한 이야깃거리'라면 얼마나 좋을까! 또 딸을 낳아서 슬픈 엄마, 화가 난 할머니! 하지만, 아들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생명이라는 것을 모두가 느끼면서 가족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섬에서 살아>

임대아파트 아이들. 죄없는 그 아이들의 마음이 친구들로부터 상처를 받고 있다. '임대'라는 딱지를 붙여 사람을 업수이 여기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없는 아이들이 무섭기도 하지만, 너무나도 흔한 일이 되어 버려 가슴 아프다. 같은 아파트에 쳐진 울타리, 그 울타리 때문에 가까운 길을 멀리 돌아가야 하는 아이들... 그 섬에 다리를 놓는 일을 아이들이 스스로 해 나가면 좋겠다.

 

 작가의 말처럼 밝고 좋은 이야기 보다도 어둡고 가슴 아픈 이야기가 가득한 책이 되었지만, 이 책은 아이들에게 고민의 시간을 선물해 준다는 점에서 참으로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찬찬히 읽어 볼 일이다. 고학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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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정의 영어혁명 중급 닥터정의 영어혁명 2
정형화 / 올바른창조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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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뿐만 아니라 폭넓은 생각을 배울 수 있습니다. 초급편을 보고 단순히 영어사이트만 소개한 책이 아니란 것을 알았습니다. 초급편에서 신나는 아이들 영어를 보았기에 중급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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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머리 앤 동화 보물창고 39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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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책을 읽을 때, 내가 그 책을 읽으면 좋았을 딱 그만한 나이로 돌아가 읽게 되는 책들이 있다. 소녀의 감성을 자극하는 책들이 주로 그런 책들인데, 그 책을 읽으면서 사춘기 소녀들이 설레면서 읽게 될 그 마음이 함께 느껴진다. 그 시절 충분히 느끼지 못한 감정에 대한 보상심리로 작용하는 것인지 이런 류의 책들을 읽으면서 콩닥콩닥거리면서 나 혼자 참 좋아라 한다. 그래서 책 읽는 시간이 무척 귀하고 소중한 선물이 된다.

이 책도 그런 마음을 담뿍 안겨 주었다.

어린 시절, 분명 TV 만화로 봤던 것 같은데... 어떤 내용들이 들어있었는지 도통 생각이 안 나는 바람에 고맙게도 처음 느낌으로 책을 만날 수 있었다. 어렴풋이 앤과 길버트의 아웅다웅 정도가 떠오르는데...

책의 초반부를 읽으면서 정신없이 수다를 떠는 앤을 만나느라 나 또한 정말이지 정신이 없었다. 책에는 수다쟁이라는 표현이 없었지만, 읽는 내도록 "얘, 정말 말이 많다. 진짜 수다쟁이다." 하면서 읽었는데, 책 뒷표지에 '사랑스러운 수다쟁이, <빨간 머리 앤>이 부르는 희망과 긍정의 노래'라는 문구가 보인다. '다들 나처럼 앤을 수다쟁이라 생각하는구나!'하는 생각에 동지를 만난 느낌.

이 책을 받아들자 남편은 왜 지금껏 번역 된 책이 많이 있는데, 또 다시 번역 작업을 해서 새 책을 내는 걸까? 하는 의문을 던졌다. 그러면서 자기가 혼자 답을 낸다. "그래, 어쩌면 번역도 젊은 번역이 더 좋을 수 있겠다. 아이들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도 있겠다." 하고 말이다. 번역을 한 최지현씨는 울 학교 선생님의 이름과도 같아서 정겹고 또, 같은 부산 사람이면서 한 때 내가 몸담았던 대학을 졸업한 분이라서 더욱 반가웠다는...

이 책을 읽는 내도록 나는 너무 좋았다. 고전 명작이 주는 놀라운 기쁨. 책이 오래 살아남을 수 밖에 없는 생명력을 가진 이유들을 이 책을 통해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전 3권 중 나머지 두 편도 푸른책들에서 펴 주시고, 그리고 그 책들도 이렇게 만나볼 기회가 주어지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앤 이야기의 줄거리야, (나만 모르지) 모두들 다 잘 아는 것 같아서 생략!!!

앤이 펼치는 크고 작은 사건사고들은 읽은 내도록 조마조마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는 빨간머리 앤은 아이들의 가슴에 오래도록 남아있을, 세대를 이어 사랑받을 참으로 멋진 캐릭터다. 키워주신 메튜 아저씨와 마릴라 아주머니의 은공을 잊지 않는 모습, 힘든 상황에서도 자신을 이겨내는 모습, 그리고 구김없이 잘 자라는 모습은 분명 아이들에게 감동과 함께 책 속 인물을 롤모델로 삼을 수 있도록 해 주리라 믿는다.

377페이지를 닫는 순간이 아쉬움을 남기는 그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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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디 2011-12-27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도서관이 오전만 하는 바람에 도서관에 못가고 있어요 ㅠ.ㅠ
어린이 도서관에 갔더니 와우~ 책읽는 아이들로 자리가 없었어요.
보고 싶은책도 2권밖에 못찾았고요
은하는 네버랜드 클래식 피노키오를 빌려왔어요
말려도 꼭 빌려보겠다고 하네요 교실에서 조금 읽었다고^^
방학동안은 어린이도서관으로 가야할것 같습니다
학교도서관가면서 선생님을 가끔 뵈는것도 참 좋았는데 말이죠^^

희망찬샘 2011-12-28 06:24   좋아요 0 | URL
은하가 읽겠다고 하는 책 말리지 말고 두세요. 책에 욕심을 내고 있는 것은 좋은 일이고, 읽다가 도전 성공하면 성취감이 대단할 거고, 실패하면 스스로 조절하지 않겠어요?! 은하는 그럴 힘이 있을 거예요.

수퍼남매맘 2011-12-27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못 읽고 있습니다. 자기 전에 딸과 읽어 준다고 약속해놓고 며칠이 흘렀네요. 오늘 밤이라도 재도전!!!

희망찬샘 2011-12-28 06:24   좋아요 0 | URL
너무 좋더라구요. 어서 읽으셔요.
 
친구들아, 도와줘! 꿈터 지식지혜 시리즈 10
자넷 스티븐스 글, 수잔 스티븐스 크러멜 그림, 최제니 옮김 / 꿈터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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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의 "너무 재밌다"는 감탄사와 함께 읽은 덕에 더 재미있게 느껴진 책이다.
주르륵 4권의 새 그림책을 읽은 희망이에게 어느 것이 가장 재밌냐고 물으니 이 책이 으뜸이란다.
나는 일단 그림풍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필기구가 주인공이라니! 여학생들 일단 관심집중 되겠다.
시험답안지를 채점하고 있는 '빨간펜'!
혼자서는 이 일을 다 할 수 없다고 친구들을 애타게 부르지만,
스테이플러, 가위, 연필, 지우개, 꼬맹이 압정, 형광펜은 정작 가지가지 이유를 들어 함께 할 수 없음을 이야기 한다.
스테이플러 - 등을 쾅쾅 눌러대서 아파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단다.
가위 - 날이 무뎌져서 더 이상 자르지 못하게 될까봐 걱정이다.
연필, 지우개 - 닳아 없어질까봐 걱정. 몽당연필이 되어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그 순간이 실로 걱정이다.
꼬맹이 압정 - 하나밖에 없는 압정도 자신을 내어놓기는 어렵다.
형광펜 - 뚜껑을 잃어버려 바짝 말라버린 사인펜 아저씨처럼 될까봐 걱정!

사인펜 아저씨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구덩이 속으로!" 간 것처럼 자신들도 생을 마감할 즈음에는 버려진다는 사실이 이 친구들에게는 공포인 것이다.

답안지를 채점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공부를 못 하고,
그럼 학교가 문을 닫게 되고,
담장이 허물어져 바닥은 산산조각이 날 거고,
땅이 꺼지고,
하늘이 무너지면서 세상이 끝나버릴지도 모르니
자신을 도와 달라고 외치던 빨간펜은
할 수없이 혼자서 동분서주하면서 답안지를 채점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과로로 쿵 쓰러져서 데구르르 굴러 가 버렸는데... 빨간펜이 간 곳은 어디였을까?

쿵~ 소리에 놀라 깬 학용품들은 모두 자기 식으로 제각기 한 마디를 하면서 책상 서랍을 기어 나온다. 채점되지 않은 답안지만 놓인 채 사라진 빨간펜. 답안지가 채점되지 않아 세상이 끝난다면 그건 쓰레기통에 처박히는 일보다 더 끔찍한 일일거라는 생각으로 힘을 합쳐 일을 하기로 합의를 하는데...
그런데 온통 실수 투성이다.
틀린 답을 싹둑싹둑 잘라버리는 가위, 틀린 글자를 쾅쾅 찍어버리는 스테이플러, 어지럽게 그어버리는 형광펜, 틀린 답안을 지우면서 학생의 이름까지 지우는 지우개!
일이 점점 금찍하게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직감하는 친구들.
이 세상은 누가 구하냐는 친구들의 절규에 응답하는 빨간펜. 그가 가 있는 곳이란?

바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는 그 구덩이 속!'
어떻게 빨간펜을 구한단 말인가? 서랍 속 학용품 뿐만 아니라 다른 학용품들도 다 동원된다.
클립을 이어 그 끝에 매달려 빨간펜을 구하러 나선 지우개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빨간펜을 구해야 한다는 사실도 잊은 채 설쳐대다가 오히려 자기도 덩달아 쓰레기통에 처박히는 꼴이 되어 버렸다.

자가 나서보지만, 짧은 자가 그 일을 해 내기란 무리. 자 또한 쿵~ 떨어지고 만다.
어떻게 하면 쓰레기통에 빠진 세 친구들을 지혜롭게 구해낼 수 있을까?
흥미진진한 구출작전은 책을 직접 읽으실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일단 이렇게 모두 구출 되었고, 함께 일을 하러 갈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

다 같이 일하니 어려움없이, 쓰러지는 이 없이! 무사히, 쉽게 잘 해 낼 수 있었다. 자기 몸을 사리던 첫 모습과 달리, 자기 몸이 닳는 것을 두려워 않으며 자기 역할을 다 해 내는 학용품 친구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들은 잃으면서 얻을 수 있는 귀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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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남매맘 2011-12-27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용품들의 생생한 표정이 압권인 멋진 그림책이었어요.

희망찬샘 2011-12-28 06:25   좋아요 0 | URL
맞아요, 생생한 그림이 저도 너무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