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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엄마 시즈코상 - 가장 미워하고 가장 사랑했던 이름
사노 요코 지음, 윤성원 옮김 / 이레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를 키우면서 항상 엄마를 생각한다.
우리 엄마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하는...
아이에게 화가 날 때도 엄마를 생각하며 마음을 다스린다.
아, 우리 엄마~
없는 살림에 네 자녀를 키우시느라 했을 마음 고생을 헤아릴 때면 가슴이 아프다.
언니는 그 시절 엄마들은 아이들을 키운 게 아니라 그냥 아이들끼리 컸다고 이야기 하지만(엄마도 바빴으니...)
엄마를 유달리 좋아했던 나는 엄마의 따뜻한 사랑이 아니었다면 과연 내가 바르게 클 수 있었을까를 항상 생각한다.
바쁜 엄마는 공부 같은 것 하라는 말 한 번도 안 했지만, 엄마의 고생에 대한 보답이 공부라는 생각에 열심히 공부를 했고,
열심히 공부해서 성공하는 것이 엄마에 보답이라 생각하며 자랐다.
크게 성공은 못했지만, 그래도 엄마를 보살필 나이가 되었을 때, 그런데 내가 먹고 사느라 제대로 효도를 못 한 것 같다.
엄마가 늘상 하시던 말, 늙어 죽을 때는 자식들 고생을 안 시켜야 할 텐데...
기도의 지향은 항상 며칠만 아프다 하늘나라 가는 거였다. 외할머니께서 치매로 정말 많은 고생을 하시는 것을 한창 우리를 키우실 때 지켜보시면서 마음이 아프셨던 게 그 이유였던 것 같다.
엄마 돌아가시던 날, 새벽 기차에서 우리 셋은 엄마의 마지막을 맞이했다. 그토록 소원하시던 자식들 고생 안 시키는 일을 끝까지 해 주시고 가신 것이다. 사람들은 착하게 사셨기 때문에 그렇게 가는 것도 하늘이 내리신 복이라고 하지만 한 순간에 일어난 그 일은 또 다른 슬픔을 남겨 주었다.
사노 요코!!!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아침독서학교 연수에서였다.
그녀의 <<백만 번 산 고양이>>에 홀딱 반하셨다던 강승숙 선생님의 강의를 통해 파일럿 복장인가 입고 오토바이를 옆에 두고 찍은 그녀의 사진 이야기까지 들으면서 묘한 매력을 느꼈었다. 도전적인 그녀의 사진 이야기를 통해 나는 그녀는 아주 자유분방한 젊은 여성으로 머리 속에 넣어 두었나 보다. 책을 읽으면서 그녀의 나이가 일흔을 넘겼다는 부분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녀처럼 엄마에 관한 이야기를 하라면 누구나 이런 책 한 권 정도는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우리 엄마를 끊임없이 오버랩하면서 말이다.
아파 줘서 고맙다는 그녀, 유난히 엄마와의 갈등이 심한 어린 시절을 견디느라 그녀의 표현에 의하면 성격도 독특한 사람으로 자랄 수 밖에 없었던 자신.
그녀의 기억 속에 어머니가 어떤 모습으로 들어앉아 있던간에 그래도 엄마는 엄마다.
사노요코는 엄마 때문에 힘들었던 성장기 속에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엄마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 하고 싶었을 것 같다.
이런 책, 있는 줄 내가 알기나 했을까?
서재 나들이 덕분에 건진 책 한 권이다.
순오기님 덕에 박기범의 <<엄마와 나>>를 읽었고, 또 그 분 덕에 이 책을 읽었다.
엄마 책 읽을 때마다, 내가 조금 더 일찍 이런 책을 읽었으면 효도를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아마 크게 달라지진 않았을 거지만, 그래도 엄마랑 이야기는 좀 더 많이 했을 것 같은 생각. 이야기 하는 걸 좋아하셨던 엄마의 이야기를 맞장구 치면서 잘 들어주었던 남편도 엄마의 기억 속에서 참 좋게 떠 오른다. 드라마 이야기를 하면 "어쩜 그렇게 실제로 보고 있는 느낌이 날 정도로 생생하게 이야기를 잘 하세요." 하고 맞장구 쳐 주니 이야기 하면서 얼마나 신이 나셨을까!
엄마, 그곳에서 편안히 생활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