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우리 형 - 개정판 눈높이 어린이 문고 33
고정욱 지음, 송진헌 그림 / 대교출판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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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주 특별한 우리 형~ 저어엉말 유명한 책이다. 대강의 줄거리를 알긴 하지만, 읽어보긴 이번이 처음이다.  

장애아의 이야기를 다룬 감동어린 작품 정도라는 사전 지식을 가지고 있었지만, 너무 유명해서 큰 감동을 주리라는 기대는 사실 별로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정말 다시 한 번 더 고정욱 작가님을 존경하게 되었다. 글쓰는 솜씨도 훌륭하지만, 글을 통해 아이들의 마음을 많이 뒤흔들어 놓으실 분이라 여겨지기에.  

뇌성마비 형이 있다는 사실을 초등학교 삼학년이 될 때까지 종민이는 알지 못했다. 그런 종민이에게 어느 날 어머니, 아버지는 낯선 형을 소개한다. 종식이! 뇌성마비 1급 장애인 판정을 받은 종식이를 종민이가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이야기가 몇 개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장치와 함께 소개되고 있다. 부모님에게 느낀 배신감은 종민이를 충격에 휩싸이게 하고 급기야 가출하게 만들기까지 한다. 초반부에는 밋밋한 감이 있었으나  불량한 아이가 건넨 음료수를 마시고 정신을 잃기까지 하는 종민이를 보면서 긴장감을 느끼면서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다행히 종식이는 자신의 십자가를 원망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도록 끊임없이 기도 해 주시는 친척 할머니 덕에 자신을 부정하는 과정도 겪었겠지만, 그 십자가를 지혜롭게 짊어질 줄도 안다. 검정고시에도 응시하고, 방송국 장애인 체험 수기도 응모하고, 그리고 컴 자판의 불편한 점을 개선하여 장애인들이 쓰는데 무리없도록 자유키 프로그램을 개발하기까지 하는 종식이! 함께 생활하면서 형의 아픔을 하나하나 자기의 아픔으로 느끼면서 가족이 되고 그리고 한뼘 자라게 되는 종민이는 언덕 위에서 굴러 내리는 형의 휠체어를 온 몸으로 막아 주려다 한달간이나 병원에 입원하게 되지만, 진정한 가족 사랑을 배우게 된다.

이 책은 실제 뇌성마비 장애인 세 사람을 모델로 한 이야기라고 한다.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그 장애를 극복하면서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있는 세 젊은이! 작가는 그 젊은이들이 장애를 극복해서 존경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사는 한 인간으로서 존경한다고 한다. 종식이가 개발했다는 자유키 프로그램을 개발한 실제 인물 안종혁과 이 시대를 대표하는 장애인 프로그래머 여자 벤처 사업가인 최지영, 장애인 인권 운동을 하는 쾌활한 청년 김범준씨 덕분에 이 위대한 책이 탄생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책을 좋아하지 않았던 반 아이가 이 책을 읽고 책의 재미를 알게 되었다고 말씀하시던 동학년 선생님과 아이의 얼굴이 겹쳐 떠올랐다. 이 책은 책을 읽지 않는 아이들에게 책이 얼마나 훌륭한 인생의 선생님이 될 수 있는지를 가르쳐 주는 정말이지 참 좋은 책이다. 많은 아이들이 이 책만큼은 꼭 읽어 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세상을 그려보면 좋겠다. 아이들이 희망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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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2-07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부분 작가의 의도대로 받아들이지만 착한어린표 동화에 식상한 우리 민경이는 이런 류의 책에 크게 공감하지 않는다고 말해요. 이 책도 나는 눈물 글썽~ 민경이는 담담.ㅜㅜ

희망찬샘 2009-02-07 22:22   좋아요 0 | URL
너무 유명해서 지금껏 미루어 두었던 책인데... 읽고 후회는 없습니다. 고단수 민경양에겐 그런 느낌도 참 귀중할 것 같군요.
 
달걀을 품은 할아버지 봄봄 아름다운 그림책 11
웬디 앤더슨 홀퍼린 지음, 조국현 옮김 / 봄봄출판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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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는 자기는 책을 무척 좋아한다고 말한다. (세뇌의 힘도 한몫 했으리라.) 그리고는 아주 두꺼운 책을 들고는 열심히 읽으면서 뿌듯해 한다. 하지만, 얇아도 글자 크기가 작은 책은 아직 잘 안 보려고 한다. 그래서 이 책도 희망이의 관심영역 밖으로 밀려 났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무척 좋았다. 그리고 신났다. 재미있는 책을 읽으면 이렇게 신이 난다.  

마음씨 넉넉한 할아버지는 친구도 많다. 그러나 딱 한 사람과는 별로 사이가 좋지 못하다. 바로 부인인 콜레트 할머니! 아니, 이럴 수가! 가장 사이좋게 지내야 할 사람과도 사이좋게 지내지 못하면서 누구랑 사이좋게 지낸단 말인가! 하지만, 누구와도 친하게 지낼 수 있는 할아버지도 친해질 수 없는 사람이라면 할머니는 아마도 친구가 한 명도 없겠지!!! 할아버지와는 달리 뺴빼 마른 할머니. 빼빼 마른 사람들은 성격이 고약할 수 있다. (물론 예외도 있다. 나처럼 말이다. ㅋㅋ~ 항상 표준임을 외치지만, 간혹 날 보고 말랐다고 하는 사람도 있으니!) 그림으로 만나는 할머니의 모습도 무척 성깔 있어 보인다.  

선반 위에 물건을 얹기 위해 사다리에 올라 간 할아버지가 그만 사다리에서 떨어져 허리를 다쳐 일어날 수 없게 되고 누워 있는 할아버지에게 이웃 사람들은 맛있는 걸 사서 병문안을 온다. 할머니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찾아오는 것도 틀림없이 마음에 안 들거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할아버지가 열이 나니까 달걀을 품게 해 보라는 말을 한다. 암탉과 함께 할아버지는 달걀을 품게 되는데... 어릴 때 교과서에서 만난 에디슨 전기에서 에디슨이 달걀을 품었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과연 할아버지는 성공할 수 있으려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할아버지의 겨드랑이에 있던 달걀 10 개 중 한 개는 실수로 깨어지고, 나머지는 모두 무사하게 병아리로 부화했다는 것. 스무하루 동안 할아버지가 어미 닭처럼 알들을 소중하게 품었다는 말. 그리고 이를 계기로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사이도 조금 더 좋아졌단다.  

그런데, 큰일이다. 이 책을 읽어주면 찬이가 두 눈 반짝이면서 냉장고에 들어 있는 계란을 꺼내어 품으려 하지는 않을까 싶어서 말이다.  

이 책의 원작은 모파상이 썼다는데, 모파상이 이런 동화도 썼구나 하면서 고개 한 번 끄덕였다. 그림도 아주 사실적으로 잘 그려져 있어 보는 눈이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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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 데려다 줘 파랑새 사과문고 4
김옥 지음, 김재홍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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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생활을 옆에서 들여다 보는 초등학교 선생님이신 김옥 선생님의 작품이다. 이 책을 읽고 참 많이 슬펐다.  

김옥 선생님은 기독교인인 듯하다. 작가 소개에 보니 기독공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었다고 되어 있어 그렇게 추측해 보는데, 첫 이야기인 <거인의 잠>은 마치 하느님의 세상 창조 이야기 같은 느낌이 든다. 이 세상은 아주 커다란 거인이 만들었다는 거다. 자신에게도 친구가 있었으면 하는 맘이 들자 거인 아저씨는 결이 고운 진흙으로 아주 고운 소중한 친구를 만들게 된다. 그리고 다 만들어진 사람의 코에 입김을 후~ 하고 불어 넣어 준다. 그리고 그를 외롭지 않게 하기 위해 그가 자는 틈에 여자 친구를 만들어 주는데! 자신이 만든 세계에 만족한 아저씨는 이제 쉬어야 겠다고 생각하고 깜빡 낮잠을 잤는데. 아저씨에게는 아주 짧은 한낮의 낮잠이었지만, 세상 사람들에게는 아주 오랜 세월이었다. 낮잠에서 깨어 난 아저씨가 본 세상은 실로 어지럽기 그지 없었다. 아저씨의 몸 위로 엄청나게 넓은 도시와 자동차와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었고 온 몸은 파헤쳐진 채 온통 상처 투성이고, 모든 것이 더러워지고 짓밟혀 있었던 것이다. 그대로 모든 것을 털고 벌떡 일어서려던 아저씨(그럼 세상은 끝이 나겠지!)의 눈에 동그랗고 빛나는 얼굴에 맑은 눈을 가진 작은 사람, 아저씨가 흙으로 처음 빚어 만든 것과 같은 그런 사랑스러운 친구들이 눈에 보인다. 바로 아이들이었다. 그래서 아저씨는 일어서기를 포기하고 땅 속으로 자기 몸을 숨겨 버린다.  

<우리 엄마 데려다 줘>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초등학교에 있는 공중전화다. 1학년 다솔이는 엄마가 집에 없을까봐 불안하다. 쉬는 시간이면 공중전화에 매달려 '나'에게 말한다. "우리 엄마 데려다 줘."라고! 나는 열심히 달려 다솔이 엄마네 집의 벨을 울린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다솔이 엄마는 더 이상 전화를 받지 않게 되고. (엄마가 집을 나갔나 보다.) 그래서 전화기도 덩달아 슬프다. 그러다 또 한참을 지나 다솔이를 만나는데, 오늘은 다솔이 친구가 먼저 전화를 해서 다솔이를 데리고 집으로 놀러 가겠다고 한다. 그리고 다솔이가 전화를 하는데, 신호음이 울리고 있을 뿐이지만, 다솔이는 천연덕스럽게 엄마에게 친구집에서 놀고 가겠다며 "엄마 사랑해!"하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는 친구에게 "우리 엄마가 실컷 놀다 와도 된대. 맛있는 새우튀김도 해 놓는다구 했어."라고 말한다. 친구가 "그럼 너희 집에 가자."고 하면 어쩌나 순간 덜컥 걱정이 되었다. '다솔아, 네 맘 다 알아. 네 비밀 지켜 줄게."라는 전화기처럼 나도 다솔이의 비밀을 지켜 주고 싶다.  

<언니는 나빠요>는 조금 경쾌한 이야기다. 여섯 살 은비는 참 재미나게 글자를 배운다. 엄마가 글자 모양의 초콜릿을 만들어서 은비에게 주며 사랑은 이렇게 달콤한 것이라고 말해 주기도 하고, 튀김으로도 글자를 만들어 주시고. 까막눈이었던 은비의 눈에 하나씩 글자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언니 방의 낙서가 읽혀진다. '이은비 메롱, 이은비 돼지 꿀돼지, 이은비 똥꼬 바보'라고 적은 그 낙서에 그만 으왕~ 하고 울음을 터뜨리며 하는 말 "언니 나빴어." 

<칠판 속 교실>에는 미은이의 소망이 담겨 있다. 교실에는 미은이처럼 부족한 아이들이 있다. 그 아이들이 다른 친구들에게 놀림이나 미움을 받지 않고 편안한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 주기 위해서는 교사가 무척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아이들의 마음은 한없이 순수하고 아름다운 것 같지만, 또 참 악한 면도 있구나! 하는 걸 느끼고 깜짝 놀랄 때도 있다. 그 모든 책임은 어쩌면 우리 어른들에게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이 그들의 순수한 세계를 떠나 어른들의 나쁜 모습을 먼저 배우고 익혔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미은이는 친구들이랑 사이좋게 지내고 싶은 소망을 가지고 있지만, 친구들은 미은이가 옆에 오는 것도 싫고 가방을 건드리는 것도 싫다. 마치 벌레 보듯, 병균 보듯 대하는 친구들에게 미은이를 대신하여 욕이라도 실컷 해 주고 싶어진다. 교실에 숙제장을 놓고 간 미은이는 늦은 시간 교실을 다시 찾는다. 아무도 없는 교실은 온통 미은이 것이 된다. 친해지고 싶었던 친구의 자리에도 앉아 본다. 그리고 칠판에 낙서도 해 보는데, 칠판 속에서 자기와 같은 꼬마 아이가 선생이라며 쑥 나온다. 그리고 칠판 속에 생긴 문으로 함께 들어가는데... 그곳의 교실 친구들은 더 이상 미은이를 놀리지도 않는다. 미은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대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공부도 얼마나 재미있게 가르쳐 주시는지! 시간시간이 신이 난다. 신비로운 세상을 뒤로 하고 학교를 나서면서 자기가 만들었던 개미처럼 생긴 개미를 손바닥에 올리고 미은이가 하는 말 "내 치구야, 자고 히어다고 노이지 아으게. 너으 지켜 주게(내 친구야, 작고 힘없다고 놀리지 않을게. 널 지켜 줄게.)"은 바로 미은이의 소망이다. 이 책을 읽은 아이라면 교실에서 미은이를 만나도 절대로 놀리지 않을 것이라 나는 믿는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건강하게 태어나도록 해 주신 것은 이렇게 힘없는 이들의 힘이 되어 주라는 뜻이기에. 하느님은 바쁘시니까!!! 우리가 바로 그 일을 해야 할 것이다.  

책을 읽는 아이들의 마음은 아름답다. 이런 글을 읽으니 어찌 아름답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이 책도 김재홍님 그림이군요. 그림을 정말 잘 그리시는 분으로 기억해 두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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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쿨 할아버지 잠깬 날 사계절 저학년문고 5
신혜원 그림, 위기철 글 / 사계절 / 199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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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을 가르칠 때 아이들이 이 책을 무척 좋아했다. 이 책 읽으려고 "예약"을 외치며 줄줄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쓸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 책에는 교과서에 실린 꽃담이 이야기(<내가 하나 더 있었으면>)가 실려 있다. 1, 2부로 구성 되어 있는데, 1부는 꽃담이가 펼치는 이야기로 <녹슨 열쇠>, <달빛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할 거야>, <내가 하나 더 있었으면>으로 구성 되어 있고, 2부는 네 개의 이야기가 단편 동화로 펼쳐진다.  

먼저, 1부를 들여다 보자. 이 책은 정말이지 동화적인 상상이 풍부한 책이며, 동화가 무척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하면서 동화에 취해 약간 나를 몽롱하게 만들어 버렸다.  

<녹슨 열쇠>를 찾은 꽃담이는 열쇠의 정체가 궁금해서 가족들에게 물어 보지만, 모두들 바빠 건성으로 대답하고 만다. 화가 난 꽃담이는 입을 닫아 버리고, 그걸 알아 챈 가족들은 꽃담이의 맘을 풀어 주려고 이런 저런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는데, 그 말들에 꽃담이는 결국 '깔깔깔' 웃으며 다들 엉터리라고 말한다. 아빠가 그런 꽃담이를 보며 하시는 말씀  "이 열쇠는 꽃담이 입을 채운 자물쇠를 여는 열쇠구나!" 

<달빛 때문에>는 꽃담이의 꿈속 이야기다. 잠이 와서 못 견디겠는데, 찍찍이, 야옹이, 멍돌이, 음메소가 차례로 나타나 만지고 핥고 밟고... 그리고는 달빛 때문에 생각이 났노라며 들쥐, 들고양이, 들개가 되러 숲에 가는데 함께 가자고 한다. 음메소에게는 꽃담이가 선수를 쳐서 너도 들소가 되러 가느냐고, 달빛 때문에 가느냐고 짜증 섞인 말을 하는데... 그리고는 다시 푹 쓰러져 잠이 드는데! 이번에는 진짜 아빠가 학교 가라고 깨우는 거다. 꽃담이 왈 "아빠도 달빛 때문에 들아빠가 되고 싶은 생각이 났어요?"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할거야>는 놀이터에 놀러 갔는데, 시소, 그네, 미끄럼틀이 더이상 쿵덕 거리지도, 흔들리지도, 미끄럽지도 않아 꽃담이를 즐겁게 해 주지 않았다. 그들은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할 거야."라고 말을 한다. 더 이상 아이들의 마음을 맞춰 놀아주고 싶지 않다는 거다. 꽃담이는 너무 심심했고, 다시는 놀이터에서 놀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고 돌아서서 집으로 오는데 엄마는 혼자 책만 읽고 계신다. 자기를 쳐다 보지도 않고 말이다. 참고 참았던 눈물을 으왕~ 하고 터뜨리는 꽃담이. "엄마도 엄마가 하고 싶은 일만 해요?" "그럼. 나도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지." "좋아요. 그렇다면 마음대로 해요. 이제부터 나도 엄마랑 안 놀아 줄 거야!" 현명한 엄마의 대답은 "하지만 지금 하고 싶은 일은 꽃담이와 놀아 주는 일이야. 그게 바로 엄마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이지." 라고 말하며 꽃담이를 꼭 안아 주신다.

<내가 하나 더 있었으면>에서는 꽃담이가 아빠의 심부름도 귀찮고, 학원 가는 것, 숙제하는 것도 귀찮아 "내가 하나 더 있었으면"이라고 말하자 꽃담이가 하나씩 더 생겨 모두 스무 명이나 되어 버린다는 이야기다. 자기 일을 실컷 해 준 것은 좋은데, 그 꽃담이들 덕에 아빠는 진짜 꽃담일 찾지 못하신다. 보통 이런 경우 다른 부모들과 달리 꽃담이 아빠의 대처 방법은 "우와! 예쁜 딸이 스무명이나 되어 너무 좋구나!"였다. 그리고는 1번 꽃담, 2번 꽃담... 하는 식으로 번호이름까지 달아주신다. 진짜 꽃담이는 15번 꽃담이가 되어 책상 밑에서 자게 되었는데. 15번 꽃담이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내가 너무 많은 건 싫어!'라고 생각했으니! 다음 날 19명의 꽃담이는 모두 사라졌을까? 

2부에서는 이 책의 표제작인 쿨쿨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다.  

<쿨쿨 할아버지 잠 깬 날>에서 동물들처럼 겨울잠을 자는지 겨울에는 보이지 않던 쿨쿨 할아버지가 봄과 함께 아파트에 다시 나타나서는 다섯 개의 씨앗을 매일 하나씩 심고 가꾸어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이야기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동화적인 상상이 풍부한 이 책은 있을 수 없는 이야기를 담고 있으나 읽는 내내 가슴을 따뜻하게 하면서 작가의 간절한 소망을 담아 두었다. 아파트에서 아이들이 차를 무서워 하지 않으면서 자연과 마음껏 놀 수 있다면, 동물들이 뛰어 다닐 공간이 많이 있다면, 아파트가 푸른 빛이라면, 사람들이 자동차를 타지 않고 걸어다닐 수 있다면... 하는 식으로 말이다.  

<나무꾼과 사냥꾼> 이야기는 사냥꾼에게 쫓기던 사슴을 구해 준 나무꾼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은혜를 갚기 위해 선녀의 옷을 숨기라고 가르쳐 주는 사슴에게 도둑질을 할 수 없다고 말하는 나무꾼은 그 일을 계기로 환경 지킴이로 거듭 난다. 마찬가지로 나무꾼의 도끼가 무섭다고 사냥꾼에게 자기를 숨겨 달라는 소나무도 고맙다며 사냥꾼에게 두레박을 타고 하늘 나라로 올라 가라고 하는데 남의 집에 몰래 들어가는 도둑이 될 수 없다며 숲 속 나무 지킴이가 된다. 그로 인해서 숲 속의 동물들과 나무들이 모두 안심하고 잘 살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뱀 이야기>는 우리 아이들에게 들려 주고 싶은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세상에 동물들이 처음 생겨났을 때의 이야기인데, 하늘님께서는 동물들에게 각자 하나씩의 재주를 주셨다. 특히 아름다웠던 '보들'이라는 동물은 아름다운 모습을 가지긴 했으나 그 아름다움에 감사하기 보다는 뻐기고 다른 동물들을 업신여기고 했더란다. 보들의 말에 상처 입은 동물들의 불평하는 소리를 듣고 하늘님이 "앞으로 네가 다른 동물들을 깔볼 때마다 네 몸에 덮인 아름다운 털이 한 줌씩 빠질 것이다."라고 말씀 하셨지만, 보들은 나쁜 버릇을 고치지 못한다. 아름답던 털이 모두 다 빠진 보들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았다. 이에 뉘우친 보들이 달려가 사정을 하자 하늘님께서는 "좋다. 그러면 네가 친구를 하나 사귈 때마다 털이 한 줌씩 나게 해 주겠다. 그 대신 친구들이 너와 사귀고 싶지 않다고 말할 때마다 네 몸은 조금씩 길어질 것이다."라고 하신다. 맘이 상한 친구들의 맘을 다시 돌리긴 어려웠고 덕분에 보들의 몸은 자꾸 길어지기만 했더란다. 친구가 되어 주기로 한 두꺼비 할아버지는 친구라는 약속을 잊으면 아주 큰 벌을 받을 것이라는 경고를 하는데. 이제 더 이상 보들이 아닌 뱀이 두꺼비를 잡아 먹으려고 하면 두꺼비 등에서 나오는 독 때문에 혼이 나게 되었다(벌을 받았다)는 이야기였다.  

<신기한 열매>는 어른들이 읽었으면 하는 동화다. 나는 예전에 나이가 들면 더욱 철이 들거라 생각했는데, 어른들을 가만히 관찰 해 보면 아이와 같은 속좁음이라든지, 어른으로서의 존경받을 만한 행동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눈에 많이 보인다. 나 또한 꽉 막힌 어른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참 많이 노력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시간이 흐르면 그 사람됨의 그릇이 저절로 커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부단한 노력으로 그릇을 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한다. 아이들은 사고가 유연해서 내가 잘못 한 일은 무엇이라는 식으로 자신을 잘 되돌아 볼 수 있지만, 어른들은 자기 고집을 꺾기가 무척 힘이 드는 것 같다. 이 동화는 이러한 어른들을 반성하게 할 이야기였다. 하지만, 슬픈 것은 무언가 바뀌어야 할 것 같은 어른들은 이 동화를 절대로 읽지 않을 것 같은... 번개손은 어릴 때부터 거짓말 하고 약한 친구를 괴롭히다 나쁜 어른으로 자란다. 감옥을 제 집 드나들 듯 오가다 보니 이 세상에 번개손을 반겨 줄 사람은 어머니 뿐이신데, 잘못을 뉘우치고 어머니께 용서를 구하려 했으나 어머니는 이미 세상을 떠나셨다. 그 어머니의 무덤에서 후회의 눈물을 흘리다 번개손도 그곳에서 숨을 거두었다. 사람들은 그를 가엾게 여기고 어머니 곁에 묻어 주고는 그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무덤 곁에 꽂아 두었다. 그런데 그 지팡이 끝에 신기하게도 빨간 열매가 하나 달렸다. 그곳을 지나가던 거지, 부자 노인, 강도는 그 열매를 따 먹고 자신을 돌아보고는 지금까지 산 것과 다른 방식으로 살기로 맘 먹게 되었더라는 이야기였다.  

아이들이 이 책을 보고 재미있다고 한 이유가 다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덮었다. 저학년 아이들에게 책읽기의 맛을 느끼게 해 줄 참 좋은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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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생전 한겨레 옛이야기 21
장주식 지음, 조혜란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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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중고로 건진 책이 새책처럼 예쁘게 생겨 대단히 만족을 하며. 

이 책은 두 편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책도 얇은데 두 편이 들어 있으니 아이들이 읽기 딱 좋게 잘 요약 해 두었다고 보면 되겠다.  

먼저, <허생전>. 대충 이야기는 알고 있으나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가 궁금하여 샀는데, 내가 알고 있는 이야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허생이 10년 글읽기를 기약하였으나 일은 안 하고 글만 읽는다는 아내의 푸념에 7년 글을 읽고는 집을 나서게 된다. 그리고 서울에서 가장 부자라는 변부자를 찾아가서 대뜸 돈 만냥을 꾸어 달라고 하고. 허생의 기죽지 않은 당당함에 나름 사람 보는 눈을 가진 변부자는 두 말 없이 돈을 빌려 주는데... 그 돈으로 허생은 사재기를 한다. 과일과 열매를 모조리 사 들이자 돈 만냥이 졸지에 십만냥이 되고, 다시 제주에 가서 말총을 몽땅 사들여 또 엄청난 돈을 번다. 그 돈으로 섬에 가서 나라의 모든 도둑들을 다 들어 와 살게 하니(돈 주고, 땅 주고...) 나라에 들끓던 도둑이 다 사라지고! 최부자에게 이자쳐서 갚을 10만냥을 제외하고는 모두 바다에 빠뜨렸더란다. (에고~ 그 돈 날로 주지.) 또 오랑캐를 쳐 없애는 걸 도와 달라고 찾아 온 대장군 이완에게 세 가지 방법을 알려 주는데, 첫째는 왕이 와서 세 번  찾아가 절할 수 있다면 제갈공명같은 사람을 소개해 주겠다는 것, 둘째는 굶주리는 백성에게 쌓아 두고 사는 자들의 땅, 곡식, 금은보화를 나누어 준다면 그 백성들이 나서서 나라를 구해 줄 것이라는 것, 셋째는 머리 좋고 집안 좋은 젊은이들을 뽑아 머리를 박박 깎고 오랑캐 옷을 입혀 오랑캐 나라로 보내어 그들의 학문과 풍습을 익히고 사귀게 하면 적을 알고 나를 아는 격이니 식은 죽 먹기가 될 수 있다는 거다. 이 장군은 과연 허생의 이 제안에 어떻게 했겠는가? 다음 날, 그래도 대단한 자라고 생각하고 한 번 더 찾아가 도움을 구하려 했으나 허생은 간 곳이 없더란다.  

책을 읽다보면 박지원이 참 대단한 인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작품 속에서의 해학과 풍자가 대단하며, 그 은근한 비꼼 속에 숨어있는 이야기가 참으로 대단하고, 그리고 실학자로서 실사구시를 하나하나 잘 짚어 둔 점이 대단하다. 얼마 안 되는 돈으로 나라를 흔들 수 있다니 우리 나라가 참 좁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도 대단하며(그 당시에!), 그리고 나라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그러지 못하는 나랏님과 벼슬아치들을 향한 냉소가 통쾌하다.  

허생전이 이런 가르침으로 가득하다면 이춘풍전은 놀고 먹는(기생집을 드나들며) 조선의 남자들에게 한 방 펀치를 먹이는 글이다. 명절이면 TV를 통해 보았던 마당극 이춘풍전이 머리 속에 펼쳐지면서 그 때 그 재미가 새록새록 되살아 나서 무척 신나는 글읽기였다.  

물려 받은 많은 재산을 다 탕진한 춘풍은 아내에게 각서를 썼건만, 나랏돈을 빌려 장사 하러 간다고 평양으로 가서는 기생 추월이의 꾐에 빠져 일 년 만에 모든 돈을 몽땅 털리고 그 집 머슴이 되었더란다. 이 사실을 안 아내는 평양감사로 떠나는 뒷집 참판에게 부탁하여 남장을 하고 비장 자리를 얻어 평양으로 함께 떠나게 된다. 그 곳에서 추월이를 혼내주고 돈을 다시 이자를 조금 쳐 돌려 받고는 집으로 돌아 와 있는데... 이 놈의 정신 못 차린 서방, 춘풍은 거들먹 거리며 돈을 벌어 온 양 한다. 여전히 집 떠나면서 아내의 머리채를 흔들었던 버릇을 버리지 못하였으니 꽤심하기 그지 없다. 부인은 다시 비장의 차림으로 춘풍을 골려주고는 비장의 옷을 훌훌 벗어 버리는데, 춘풍은 이제 부인의 손 안에 있을 수 밖에!!! 춘풍은 진심으로 빌고 용서를 청하고는 버릇을 고치고 부인을 잘 받들어 모셨더란다.   

이런 요약 된 글, 풀어 쓴 글이나마 아이들이 접해 본다면 그 시절에 대한 이해를 좀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읽어 손해 없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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