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를 미워해 보리 어린이 2
요시모토 유키오 지음, 김리혜 옮김 / 보리 / 199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끔 제목이 많이 밟히는 책이 있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이 책이 더욱 기억에 남는 것은 빨간색의 강렬한 표지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제목이나 표지를 보아서 왕따에 관한 이야기로 짐작이 되었다.   

이 책은 픽션이 아니라 논픽션이다.  

실제로 중국에서 건너와 일본에 귀화한 칭요징(일본 이름 기요노 기미요)에 관한 이야기이며 이 이야기는 그를 가르쳤던 일본어 학급 교사인 요시모토 유키오 선생님이 쓰신 글이다. 책 속에는 칭요징이 쓴 글도 많이 포함 되어 있다.  

중국에서 넘어 온 아이의 일본 적응기-상상해 보시길~ 우리 나라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자기 나라 보다 못 사는 나라에서 온 친구들을 아이들은 마음으로 크게 환영하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이 그렇게 악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간혹 그 아이들의 행동은 걱정스러울 때가 있다. 거기다 칭요징은 다리도 불편하고 어릴 때부터 간질을 앓아 더 상황이 안 좋다. 남 보다 더디 배우고, 자신을 표현하는 것도 늦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말 순수하고 깨끗한 마음을 가진 한 아이와 그 아이의 진심을 알아 본 교사를 통해 우리는 우리가 하고 있는 일들의 잘못을 짚어 볼 수 있다.  

"어머니께서는 이렇게 큰 돌에 맍아 본 일이 있습니까?" 

나는 나도 모르게 그 돌의 크기를 손으로 만들어 보여 주었습니다. 

"게다가 요징은 '넌 병신이야, 꺼져.'라는 소리도 들었답니다." 

쥰의 어머니는 놀란 표정으로 잠시 생각하고 나서 대꾸했습니다. 

"네에, 대단히 죄송합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만 나쁜 건 아니에요. 다른 아이들도 그러는걸요." 

더 이상은 할 말이 없었습니다. 

쥰의 어머니는 죄송하다는 말에 더 이상의 꼬리를 달지 않았어야 했다.  요징이 동네 아이들이 던진 커다란 돌에 맞아 힘들어 할 때 선생님은 가해아동의 부모나 혹은 그 아이가 사과 하기를 바라지만, 실망만 가슴에 안고 이렇게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요징은 전에 일학년 아이를 쫓아 다녀서 선생님한테 야단을 맞은 적이 있는데 기억하고 있니? 요징은 그 때 왜 일학년 아이를 빙빙 돌면서 쫓아 다녔니?" 

"선생님, 그런 게 아니에요. 일 학년 아이가 도망쳐 버린 거예요. 난 일학년 아이하고 동무하려고 갔는데 모두들 무서워! 무서워!하고는." 

요징의 마음을 제대로 몰랐던 선생님이 미안했던 순간이다.  아무도 친구 하려 하지 않는 아이들과도 친구 하고 싶은 요징, 자기를 해코지 하는 아이들에 대해서도 원망하지 않는 요징, 그런 요징의 크고 넓은 마음은 선생님을 가르쳤다.  

"변소에 가서 밥 먹어라!"고 이야기 하는 아이, 청소 용구도 빌려주지 않고 자기들끼리만 쓰는 아이들, 미술실에서 조각하던 날 조각 가루를 요징의 등에 넣어 버리고는 좋아하는 아이들, 아픈 다리만 걷어 차는 아이들을 보며 선생님은 생각한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요징을 괴롭힌 아이들은 학교에서도 특별히 눈에 띄게 나쁜 아이들이 아니라는 사실이 충격적이라고! 게임을 즐기듯 요징을 괴롭히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한다. 많은 교사들이 한 번쯤 느껴 보았을 곤혹스러움이다.  

"나는 혼자서 잤습니다."라는 전혀 이상할 것 없는 말이 요징에게 있어서는 정말 대단한 일이라는 것을 선생님은 되풀이되는 요징의 글에서 조금 늦게 알아 차린다. 또래 아이들에게 있어서는 전혀 특별하지 않은 그 일이 어려서부터 줄곧 아파 왔던 요징에게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다른 사람의 보살핌을 받지 않고 해 낸 대단한 과업수행이었다. 가슴이 찡하다.   

일본어 학급의 급훈은 '한 사람은 모두를 위해, 모두는 한 사람을 위해'다. 약자인 그들이 서로를 돕기를 바라는 교사의 바람이 담겼다. 일본어 학급의 존재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 학급 아이들에게 일본어 학급에 대해 알리기 위해서 그들이 가진 장기를 발휘하여 다른 아이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선생님의 프로젝트! 다들 잘 하고 있는데 몸이 자유스럽지 않은 요징이 문제다. 요징은 최선의 노력을 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다른 아이들의 시선을 끌 수도, 감동을 끌어 낼 수도 없으니! 이 기회를 발판으로 무언가 변화를 꿈꾸었던 아이들에게는 무척 난처한 일이다. 결국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선생님은 아이들 스스로 해결하기를 바라고~ 그러면서도 아이들의 마음을 알기에 조마조마하다. 그러다가 발표회날 선생님은 아름다운 아이들의 용기에 감동하고 만다. 아이들은 요징을 위해 자신들의 멋진 춤을 포기하고, 요징에게 자신들이 맞추어 가면서 공연을 해 내는 것이다. 모두는 한 사람을 위해!   

중학교 진학하면서 요징도 자신을 알아주는 친구를 만날 수 있어 참 다행이지만, 요징에 대한 해코지는 여전하다. 어려움에 처한 친구를 몰라라 하는데 그걸 요징이 간섭해서 결국 화살을 그 친구 대신 맞고 그로 인해 요징의 갈비뼈가 부러지는 사건이 벌어진다. 하지만, 요징은 가해 학생을 원망하지 않고 계단에서 굴러 떨어졌다고 이야기 하는데! 너무 착하면 바보가 되는 세상에 요징은 그렇게 바보가 되어 우리를 가르친다. 결국 가해 학생은 요징에게 스스로 다가가 사과를 하는데. 해코지 하는 아이도 외롭기 때문에 남을 괴롭힌다는 거라며 용서하는 요징의 모습에도 감동이지만, 그것을 이렇게 제대로 알아보고 글로 알린 선생님도 참 대단하다. 만약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요징의 이 넓고 숭고한 마음은 알려질 수 없는데 말이다. 선생님은 요징을 통해 아이들의 마음을 치료하고 싶어한다. 많은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 그런 마음들을 치유받았으면... 치유가 필요한 아이들이 이 책을 읽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문제는 이렇게 좋은 책을 교사는 아이들에게 읽히고 싶은데 아이들은 썩 반기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거다. 이 책은 아이들이 '모르는 척'하지 않도록 도와주리라 믿는다.  

아쉬운 점 하나, 보충이 설명한 부분을 미주가 아닌 각주로 달았더라면. 이 책은 아동을 대상으로 한 책이니 아이들이 그 페이지 안에서 보충 설명을 읽고 이해하게 하는 것도 독자에 대한 작은 배려가 아닐까 싶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2014-02-02 0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도 나오지만,
요시모코 선생님도 몇 해가 지나서야 비로소 깨닫지요.

요시모토 선생님은 '한국말'도 제법 잘 하셔요.
한국사람한테 너무 미안한 일본 역사가 부끄럽다며
한국과 교류를 하고 싶어서 한국말을 배우셨다고 하더군요.

요시모토 선생님을 두 차례 뵈었는데,
푸짐한 뱃살과 통통한 몸이
아주 '귀여우'셔요. ^^;;;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곰'과 같은 몸집이랍니다.
새삼스레 요시모토 선생님 따스한 눈웃음이 떠오릅니다.
 
재미있는 재활용품으로 만들기 - DIY 7
혜지원 편집부 엮음 / 혜지원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학교가 가진 연구과제의 주제에 맞게 작년 2학기에 우리 학교의 계발활동 부서가 전면 개편 되었다. (나이스로 그 작업 해결 하느라 머리 조금 복잡했었다.) 

종이접기 부서를 맡으셨던 옆반 부장선생님은 녹색 종이꾸미기부를 맡으셔서 서점 나들이를 하셨더랬다.  거기서 오랜 시간 투자하여 고른 책이 이 책이다. 

집에 마침 김충원 아저씨(우리 집에서는 선생님 대신에 편하게 이렇게 부른다. 아마 아이들이 이렇게 부르는 것은 예쁘게 봐 주시겠지?) 책이 잔뜩 있어 관련 되는 것들로 많이 가져다 드렸다. 1년만 더 빌려 달라 하셔서 과감하게 "네에~" 

11월 학예회는 신종플루의 기습으로 인하여 교장단회의에서도 거의 없애는 방향이라 하셔서 우리 학교도 공연부를 모두 취소하고 전시만을 위주로 행사를 하였다.  

녹색성장, 재활용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진행 된 행사는 내가 생각해도 멋졌다. 냉장고 박스에 신문지를 붙여서 전시대를 꾸미고 거기에 각 부서별 작품을 전시하였다. 이 멋진 행사가 '국제신문'에도 실렸다는! 

그 중에서도 이 책을 이용해서 아이들이 만든 작품이 단연 돋보였다. 1회용 포크, 숟가락, 접시, 화장지 케이스 등이 얼마나 멋진 작품으로 탄생하는지! 아이들의 솜씨에 절로 감탄이 터져 나왔다.  

중고 시장을 뒤지다가 나는 이런 만들기 책들이 있으면 주로 사는 편인데, 사서 펼쳐보니 바로 부장샘이 사용하셨던 그 책이었다. 이게 웬 재수란 말인가~ 를 외쳤던 순간.  

나는 이런 책을 열심히 사긴 하지만, 아이가 같이 만들자 그러면 귀찮아서 바쁜 척한다. 만들지 않아도 보면서 안목을 키우라며 그냥 던져두고 마는 편인데, 이런 걸 보면서 방학 숙제라도 해결 해 보는 것은 어떨까? 초등 교사라면 계발활동 부서 활동에 이용해도 좋을 것 같다. 물론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고, 목은 제법 아프겠지만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 학년 되면 책읽어주기를 계획적으로 해 보고 싶다. 읽어 줄 책은 미리 뽑아 두어야겠다.  

내 맘에 드는 책들로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희망찬샘 2010-01-08 0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을 홀딱 반하게 할 만한 책으로 잘 골라 읽어 주어야겠다. 페이퍼 계속 추가 예정! 2010년도는 중학년 배정 희망!
 
대별왕 소별왕 한림신화그림책 1
한태희 글 그림 / 한림출판사 / 200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분위기-백두산 이야기, 사물놀이 이야기랑 비슷!(내 느낌에 그냥 그렇다.) 

이런 비슷한 분위기의 책들이 나는 썩 맘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웅대한 느낌이 들어서인지 찬이는 무척 좋아한다.  

이제 7살도 되었고, 유치원도 다닐 거고, 글자도 익혔으니 제발 혼자 책 좀 읽어라고 해도 "엄마가~"를 외치는 찬이(희망이도 혼자 읽지 않으려고 했으나 지금 열독 하는지라 거쳐야 하는 과정으로 알고 조금 더 열심히 읽어 주어야 겠다). 울다가도 책을 들고 와서 "책읽자." 하면 울면서도 (울음을 그치기까지! 할 때도 있다.) 책 속으로 들어 오는 찬이. 

그 찬이의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는 책이다.  

하루에 부지런히 입에 단내 풍겨 가면서 책 읽어 주어도, 오늘은 제대로 좀 읽어 주어야지 맘 먹어도 20권을 넘기기가 어려운데, 이 책은 매일매일 3번도 4번도 좋다면서 읽어달라 그런다.  

그러면서 "얘가, 대별이야? 얘가 소별이야?" 하면서 꼭 같은 장면에서 묻는다.  

천지왕이 총명아기씨의 몸을 빌어 대별, 소별 두 쌍둥이 형제를 낳아 하늘에 2개인 해와 달을 없애게 하고, 나쁜 도적을 잡게 하고, 이승과 저승 사람들이 함께 섞여 사는 세상의 질서를 바로 잡는다는 이야기.  

신화인 것 같은데, 이러한 내용은 처음 보는 것들이라 이야기의 배경에 대한 작품 해설이 궁금한데, 앞에도 뒤에도 글이 없다. 여기저기 뒤져보니 책 첫 페이지를 넘기기 전 작가 소개에 여러 신화들을 수집하여 만든 것이라는 간략한 설명이 보인다.  

파리와 모기가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이유는 뭘까? 이승세계와 저승 세계를 다스려야 할 주인이 바뀐 이유는 뭘까? - 책 속에서 답을 찾아 보시길! 

찬이는 왜 이 책을 그렇게 좋아하지? 모를 일이다. 아이에게 사랑받는 책이 좋은 책이라 믿고 있는 나는 그래서 이 책을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키워드 한국사 3 - 고려 키워드 한국사 3
김창현 지음 / 사계절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아이들 뭐든지 앞서고 열심이다. 

그런 점에서 역사라고는 고리타분한(?) 교과서로만 만났던 우리와 달리 6학년 교과서에서 역사를 만나기 전 이미 여러 권의 재미있는 역사책으로 만나고 있다. 나 또한 아이들에게 올 겨울 방학에는 여러 권의 역사책을 미리 꼭 읽어 두라고 당부 하였다. <<한국사 편지>>정도는 기본으로 읽은 아이들이 여럿 있고, <<역사 속으로 숑숑>>도 재미있다고 이야기 한다. (나도 읽어 보아야겠다.) 

이 책은 현재 계속 나오고 있는 책인데, 3편은 고려에 관한 역사를 다루고 있다.  

<<한국사 편지>>를 재미있게 읽고 역사의 흐름을 알게 된 아이라면 키워드 한국사를 통해 그 깊이를 알아감으로서 자신의 역사 상식을 한층 심화해 보면 어떨까 싶다.  

중요한 인물과 사건들을 중심으로 다루다 보니 한국사 편지와는 차별화 되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사실 다 읽고보니 재미없는 교과서만 만나며 자란 나 같은 사람도 어디선가 주워 들은 기억이 난다. 하지만, 여기저기 기억의 바다에 흩어져 있던 이야기들을 머리 속으로 잘 정리하게 해 주어서 쓸모있는 지식으로 만들어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훈요 10조와 팔관회 편에서는 고려 때 왕건의 훈요 10조에 따라 연등회와 팔관회가 나라의 중요 행사로 자리 잡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금까지 나는 연등회와 팔관회라는 용어만 알았지 그것이 어떠한 것을 기념하는 행사인지는 잘 몰랐고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도 궁금해 해 본 적이 없었다. 이번에 팔관회라는 것이 하느님, 산신, 물의 신, 용신을 섬기는 행사로서 우리 고유의 민속 신앙과 불교 신앙이 합쳐진 것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리고 본관이라는 말이 나타내는 의미가 무엇인지도 자세히 설명 되어 있고, 거란의 3차 침입 중 2차 침입을 잘 이겨 낸 양규와 같은 장수의 이름도 기억 해 달라는 말도 가슴에 새기게 해 준다. (1차-소손녕-서희담판, 2차-강조의 참패-양규의 대승, 3차-소배압-강감찬의 귀주대첩) 

삼국사기의 역사적 시각에 대한 이야기, 무신정변으로 100여년간 정권을 잡았던 무인정권에 대한 권력 이동 흐름, 부여의 건국시조인 동명왕이라는 이름이 고구려를 세운 주몽에게 바쳐진 이유. 고려 청자 기법과 불교 이야기 등 새기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  

그래, 역사는 이렇게 만나야 하는구나. 지겨운 공부가 아니라 즐거운 책읽기로서 말이다.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역사도서 목록으로 한 권 더 추가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