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모임은 너무 피곤해서 정리하지 못했더니 기억이 가물거린다. 안 되겠다 싶어 3차 모임 서둘러 정리하기로 맘 먹는다.
3차 모임은 전교조 해운대지회에서 주최한 조한혜정교수님의 강의를 들은 뒤 가졌다. 평소 토요일 모임을 특별히 금요일로 변경해서 가지게 된 것.
이번 주부터는 준비한 책들을 먼저 30분 정도 조용히 돌려 읽기로 했는데, 이야기 나누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많이 흐르고, 그것만으로도 학급경영 팁과 함께 작은 감동들이 함께 하기에, 그렇게 서로 책을 소개하고, 나누고, 공감하는 걸로 우선 진행해 보기로 했다.
우리 모임은 친한 사람이 여럿 모여 만든 모임이 아니라, 서로서로 조금씩 알면서 또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조금 특별한 모임이다. 현재 인원은 8명, 지난 번 모임에 내 밑으로 후배가 들어와서 즐겁게 막내 자리를 양보하였다. 그런데, 이번 주에 또 선생님들이 좋은 모임인데, 같이 하자고 손을 내미시는 바람에 두 분이 더 들어올 수도 있게 되었는데, 이렇게 자꾸 확장해 가다가는 모임의 정체성도 상실되고, 소속감도 희미해질 것 같아 죄송스럽지만, 10명은 넘지 않도록 하자고 말씀 드렸다.
먼저, 내가 우리 반 아이에게 읽힌 책과 함께 아이가 가진 특수한 상황을 말씀 드렸다. 자신의 잘못에 대해 알지 못하는 한 아이, 미안한 일에 대해 미안해 할 줄 모르는 그 아이의 감정코칭이 염려스러워서 날마다 조심스럽게 이야기 나누어 보지만, 여러모로 많이 걱정이 된다. 방과후 교실에서 책을 같이 보려 하지 않는 친구가 얄미워서 책을 좍좍 찢어 버렸다는 아이에게 왜 그랬냐고 물었더니 화가 나서 그랬고, 잘못했다는 것을 언제 알았냐고 했더니 찢고 나서 막바로 알았다고 이야기 했다. 스스로도 학교에 와서 아이들과 잘 못 지내고 있는 자신을 힘들어 하고 있었는데, 이 아이가 가장 재미있다고 이야기 한 책이
<<100만 번 산 고양이>>였다. 오늘 조선생님이 마침 들고오신 책이 바로 이 책이었는데, 아이들에게 무척 인기 많은 이 책이, 괴이한 이 이야기가 아이들의 감성을 건드렸다는 사실이 조금 의외라서 이 책에 대한 고민이 깊다고 하시며, 그 아이는 이 책의 어떤 점이 맘에 들었을까 궁금하다 하셨다. 윤선생님은 도서관에 가서 보면 이 책이 나달나달해질 정도로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고 그래서 이번에 사서 선생님이 한 권 더 주문한다 하시더라는 말씀 해 주셨다.
고양이는 누군가의 고양이었을 때는 자기 자신이 삶의 주인공이 아니었기에 사랑을 주지 못했지만, 누군가의 고양이가 아닌 바로 자신이었을 때는 진정한 사랑을 느낄 줄 알게 되고, 죽음 앞에 눈물 흘릴 줄 안다. 절규하는 고양이의 모습이 다소 코믹스러워 보일 수도 있지만, 눈물이 찡한 감동이 함께 하더라는 말씀 듣고, 다시 한 번 찬찬히 읽어보려 한다. 생각해 보니 그 아이는 내가 이 책을 건네 주면서 "이 책은 친구들 읽어 주려고 선생님이 따로 숨겨 둔 책인데, 너에게만 살짝 먼저 보여줄게."라는 특별한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너에게만 주는 책'이었으니 아이의 마음에 특별한 말을 걸었을 법하다.
그 아이에게 특별히 권했던 책이 이 책이다. 만복이가 나쁘게 하려고 하지 않았지만, 맘과 달리 나쁜 행동이 나왔듯이, 아이 또한 마음 속에는 친구들과 잘 지내보고 싶을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들어 권해 보았는데, 시간에 쫓겨 이야기를 충분히 나누어 보지 못한 점이 아쉽다.
이 책은 일 학년을 맡고 계시는 선생님들이 많으셔서 긴 글 읽기로 넘어가도록 해 주고 싶을 때, 한 번 읽어주시라 말씀 드렸다.
어느 교실에나 만복이 같은 아이, 장군이 같은 아이들이 있다. 그 아이들이 친구들과 소통하면서 잘 지낼 수 있기를 응원한다.
1학년 교실에서 글자없는 이 책을 읽어주었다는 선생님.
글자가 없으니 이야기를 어떻게 전개해야할지 몰라서 자료를 찾아보고, 나름 이야기를 만들어 읽어주면서, 너희들이라면 어떤 구름을 만들어 보고 싶냐고 물었더니 반응이 뜨겁더라는 말씀 해 주셨다.
사실 이 책을 휘리릭 읽었던 나는 이 책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지 않았었는데, 가만히 들여다 보니 심오한 철학이 녹아 있다. 아이의 마음을 읽지 못하는 어른들이 아이의 감성을 이해해 보는데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들었다.
4학년 교실! 너무나도 조용하여 발표는 물론이고, 친구들과 이야기도 하지 않고 밖에 나가 놀지도 않는 여학생에 관한 이야기를 해 주셨다.
어느 날, 이 책을 읽어주면서 그 여학생을 무릎에 앉혀 읽어주고 싶었는데, 그러면 그 여학생 성격상 오히려 마음의 문을 더 닫게 될까봐 눈길만 자꾸자꾸 주며 읽어주셨단다. 책을 다 읽어주자 그 여학생이 남긴 한마디! "선생님이 그런다고 뭐가 크게 달라질거라 생각하지 마세요. 하루 아침에 달라질 수 있나요?"
그리고 나서 며칠 후 그 여학생이 가방에서 책 한 권을 꺼내서 몇 날 며칠을 그 책만 읽더란다. 바로 이 책을 샀던 것.
그리고는 며칠 후 정말이지 손을 들어 발표를 하였고, 지금은 친구들과 함께 나가 놀기도 하더라며 이야기하시는 구선생님의 그 기쁨의 에너지가 우리 모두의 맘을 포근하게 해 주었다.
반에 잘 하는 것 하나 없고, 외모도 비호감이며 자신을 제대로 가꿀 줄도 모르고 자신감도 없고 자존감이 무척 낮은 남자 아이가 어느 날 보니 휘파람을 부는데 제법 잘 불더란다. 그래서 이 책을 읽어주었다 하셨다. 아이들에게 이 책 읽어주면 모두들 휘파람 불기 연습을 한다. 아이들이 휘파람을 불 때 그 아이를 보면서 "이야, 대단하다. 정말 잘 한다." 칭찬해 주셨단다. 그리고 반의 아이들 보고 내가 잘 못하는 것이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으니 잘 하는 사람에게 배우면 된다고 이야기 하더라고. 아이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소외되었던 그 아이가 휘파람 하나로 인기가 급상승 했더라는 이야기 해 주셨다.
그 순간을 포착하시고, 이런 책을 읽어주신 선생님이 정말 멋지고 대단하시다 말씀 드렸다.
모임의 첫 날, 내가 전체적인 흐름을 잡고 연수를 해 드렸는데, 그 때 소개해 드렸던 여러 그림책들을 선생님들께서 활용해 보고 계시다. 그래서 지난 번 어느 반에서 읽어주었던 책을 이번 주 어느 반에서 읽어주기도 하는데, 펼쳐지는 이야기는 다 다르다는 것이 신기하고, 학습에 연결시켜볼 수 있는 여러 팁들이 제공되는 것이 큰 수확이다.
임선생님께서는 이 책을 가지고 아이들과 예상하기를 먼저 하셨단다. 책은 전혀 읽어주지 않은 상태에서 3가지의 질문을 던지고 0, x답을 하라 했더니 1학년 아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하더란다. 다행히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이 없어서 토의가 더 뜨거웠다고 하셨다.
1. 베티는 미술 시간에 아무 것도 그리지 않아서 선생님께 혼났습니다.
2. 베티가 점을 찍자, 선생님은 베티에게 도화지를 돌려주었습니다.
3. 베티가 그린 점들은 인기가 대단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읽어준 후 '이야기를 다 듣고 나니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라는 질문과 함께 '나도 베티처럼 멋진 점을 한 번 그려 볼까요? 라는 독후활동까지 멋지게 마무리 하신 사례를 들려 주셨다.
이 책은 처음 본 책인데, 내용을 살펴보니 아이들에게 소개해 주면 좋을 듯하다.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직접 읽어주는 것이 화면으로 보여주는 것 보다 더 좋다고 했는데, ppt 자료로 소개해 준 후
"선생님이 읽어주는 것이 좋니? 화면으로 보는 것이 더 좋니?" 하고 물었더니 화면이 더 좋다고 말해서 갸웃거리셨단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읽어주면 그림도 잘 안 보이고 갑갑하지만, 이렇게 큰 화면으로 보면 속 시원히 볼 수 있으니 더 좋아하기도 하는 것 같다.
그래도 우리끼리 내려 본 결론은 그림이 잘 안 보이면 나중에 혼자 다시 보면 되고, 좀 더 귀 기울이고 집중해서 듣는 것도 되니 큰 화면보다는 직접 보여주면서 읽어주기가 나은 것 같다는 것. 하지만, 두 개를 적절히 섞어 사용해 보는 것은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아이들의 반응에 대한 처리가 궁금하다는 질문이 있었다.
어느 선까지 수용하고 어느 선에서 잘라야 할까가 고민이라는 것.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림책을 읽었을 때 아이들은 조금 흥분했고, 손을 들고 바른 자세로 서서 발표하는 형식을 차린 발표가 아닌 즉각적인 말로 반응했었다. 그 이야기는 글을 더 재미있게 해 주었고, 이야기의 흐름을 끊어버리는 일은 많지 않았던 기억. 굳이 아이들의 이야기를 막을 필요는 없겠다. 아이들의 반응이 없다면 그 그림책 읽어주기는 실패인 것.
지난 시간에는 아이들에게 그림책의 다양한 형태를 접하게 해 주자는 이야기를 하면서 두 권의 병풍책을 소개하고, 그것을 각 교실에서 활용해 보시라고 빌려 드렸다. 반응은, 물론 뜨거웠다는 것!
전자는 고학년에게
후자는 저학년에게 권하면 좋겠다.
그림책 읽기의 이야기가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