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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라서 좋아
김응 지음, 황정하 그림 / 창비 / 2017년 9월
평점 :
내게는 언니가 둘 있다.
자라면서 작은언니랑 지독하게 싸웠다.
정리 안 한다고 야단치는데 매섭게 날 혼냈다.
내가 심하긴 했지만, 그 순간이 잊히지 않을 정도.
대학 때는 언니 옷 몰래 입고 학교 갔다가, 또 된통 당했다.
아, 무서워~~~
그런데, 그 언니가 지금은 나의 엄마다.
큰언니는 멀리 살아서 그런지 거리감이 있지만, 작은언니는 늘상 옆에 있어서 친구 같기도 하다.
입덧하느라 음식을 전혀 먹지도 못할 때,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육개장 끓여서 울산에서 버스 타고 부산까지 가져다 주고
밤새 잠투정 하는 신생아 조카 데리고 가면서 하루라도 제대로 잠 좀 자라던 울 언니.(그 때는 같은 아파트에 살았다.)
지금도 근처에 살아서 언제나 든든한 내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 주고 있다.
세상살이 어리버리한 나와는 달리 야무지고 똑똑해서 내 주위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멤버 중 한 명이며.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거 없어 속상해 하면,
니가 여러 일을 하느라 바빠서 그렇지! 하면서 따뜻하게 위로해 주고.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언니를 보았다.
연수에서 추천 받아서 무조건 담아서 샀지만, 다른 책에 비해 표지도 화려하지 않아 그런지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런데, 연달아 읽었던 다른 어떤 시집 보다도 이 시집이 크게 마음 속으로 들어왔다.
시를 읽으면서 언니와 동생이 계속 나와서 실제로 사이좋은 자매였나 보다 생각하다가
키우는 아이들이 있는데 그 아이들이 이렇게 사이가 좋은가? 하면서 부러운 마음을 가졌다.
괜찮은 시에는 띠지를 붙였는데, 다 읽고 보니 엄청 많이도 붙였다.
시집 한 권을 다 읽고 나면 시해설이 나온다.
시인이나 평론가가 해당 시들을 읽고 엮어서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서
그 시들을 다시 만나면서 감상에 도움을 받게 된다.
이 시에는 김유 작가의 시편지가 실렸다.
김유 작가가 김응 작가는 나의 언니라고 했다.
이 시집에 실린 가난하고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결코 외롭지 않았던
따뜻한 이웃을 가진 두 소녀의 이야기는 바로 언니 김응과 동생 김유 작가의 이야기였다.
그 삶을 아름다운 언어로, 진실의 언어로 이렇게 엮어 두었으니
어찌 감동이 없겠는가?
살아가는 시절이 다른 요즘 아이들이 이 시집을 읽고 어떤 감동을 받을지는 잘 모르겠다.
아이들 말고, 어른들이 읽으면,
나처럼 언니를 가진 어른들이 읽으면 코끝 찡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진실은 힘이 세다. 그 힘에 가슴이 뜨뜻해 진다.
조화롭고 긍정적인 세상을 꿈꾸고, 그래서 이름도 한글로 응이라고 지었다고 하는데 김응은 필명인건가 궁금하다.
김유 작가의 시편지를 다 읽고 띠지를 붙여 둔 시들을 다시 한 번 더 읽으니 그 마음이 더 깊이 전해진다.